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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98화 (98/506)

〈 98화 〉 동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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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광원 마법에 의해 어느 정도 밝기를 띄게 된 공간 안, 세 석판­ `검은 교전`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은 채 클레온은 이야기한다.

이 존재들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인생이 뒤틀리고 희생되었을지 생각하면 헛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런 클레온의 시선을, 어딜 봐도 시각기관이 없어 보이는 석판들은 느낀 것인지 아무래도 그들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보이는 붉은 석판이 대답한다.

"거기까지 싫어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희로서는 당신에게 커다란 동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복수자라는 점에서 말이죠."

그,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앳되고 중성적인 목소리에 클레온은 묘한 불쾌함을 느끼면서 석판이 내뱉는 단언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복수자`.

"... ... 착각하고 있군. 나의 복수는 이미 끝났다."

클레온은 눈을 찌푸리며,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듯이, 붉은 석판에 대답한다. 그러자, 푸른색의 석판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그건 이상한 이야기군. 너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을 터다. 되다 만 용사에 관한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되다 만 용사 ­ 알베인에 관한 것이, 클레온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석판을 바라본다.

물론, 클레온의 여정에서 알베인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해프닝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베인에 관한 복수가, 클레온의 `복수의 끝`인 것은 아니라고 석판은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대는, 용사 레시아를 세계에서 추방한 존재를 찾아, 그녀의 복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오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눈을 감지만, 놀란 표정을 보이는 사샤의 앞에서 클레온은 조용히 주먹을 쥔 채 붉은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는다.

이 이상 헛소리를 하면 그 석판을 베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

"꽤 신중하지 않습니까. 저희의 말이 듣기 싫다면 정말로 베어버리면 되는 것을. 뭐어. 베어봤자, 이 임시의 육체를 잃는다 해서 무언가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만."

"내가 너희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는 단 하나다. 이차원의 통로를 열어서 무엇을 불러들이려 하고 있는 거지?"

"아아. 그 이야기는 마침 저희가 하려 했던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의견의 일치라는 것은 기분이 좋은 것이로군요. 상호이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럴듯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기분 나쁠 뿐이야. 하지만 대답할 의지가 있다면 어서 대답해."

짜증을 내는 클레온을 마치 비웃는듯한 느낌의 소리가 어두운 공간에 울리면 푸른색의 석판이 다시 한 번 입을 연다.

"차원의 너머에서 무엇을 불러오려고 하느냐고? `대적자`이다. 세계를 리셋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존재이지."

"예상한 대로 헛소리였군."

"과연 헛소리일까? 너는 고대인들이 어떻게 멸망했는지 알고 있나?"

석판의 말에 베아트릭스는 대답한다.

"고대인들의 멸망은 일반적으로 몇백 년에 걸쳐서 이어진 고대인들끼리의 전쟁이 원인이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신들도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병기를 제작하여 사용한 결과. 라는 것이죠."

"과연, 그 라일라 플레임워치의 친구의 위치에 설 수 있던 인물이군요. 상당히 박식합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겠네요."

붉은 석판이 이야기하자, 베아트릭스의 대신 이오나가 입을 연다.

"황금의 혜성…. 입니까."

"정답입니다. 이오나 슈발리에. 그것도 아버지와 함께 대륙 곳곳을 떠돌며 알아낸 지식 중 하나입니까?"

그 물음에 이오나가 대답하지 않자, 클레온은 이오나를 돌아보았다.

"황금의 혜성이라는 것은, 대륙 곳곳에 흩어진 고대인들의 기록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재앙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그것은, 전쟁을 벌이던 고대인들의 나라를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멸망시켰습니다. 그것이 기술된 모든 기록은 이윽고 황금의 혜성이 자신들의 세계를 끝낼 것이라는 절망 속에서 마무리됩니다."

"그 황금의 혜성이야말로 우리들 고대인의 `대적자`야. 이 세계의 섭리 중 하나이며, 별의 시스템. 누군가가 세계의 존속에 위협이 될 때, 인과를 비틀어서라도 세계가 안배하는 `세계의 적의 적`."

녹색 석판의 말에 클레온은 입을 다문다.

`대적자`라는 것에 대한 개념은 이전에도 대현자 소피아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마검황제라는 가공할만한 세계의 적이 나타나면서, 그에 이끌리듯이 나타난 것이 초월하는 용살자 용사 `레시아`라고.

용사 레시아가 마검황제에게 승리한 것은 어느 정도 운명적으로 예견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데미우르고스를 완전히 부활시켜, 세계에 `가짜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악마를 불러낸다. 그렇게 하면, 세계는 반드시 그 악마를 없애기 위해 대적자를 탄생시킬 거다."

"이 세계는 너희들의 세계가 아니야.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클레온의 일갈에 석판은 대답한다.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죠. 우리는 이 무덤에 자신들의 정신만을 옮기고 세계의 섭리에 대해 수천 년을 연구해 왔습니다. 때로는 바깥에서 찾아온 당신들­ 현대의 인류들과 협력도 했고, 대립도 했죠."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인류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존재들로 여겨졌다. 우리들의 정신 일부가 깃들어 있는 이 석판을 보고 그들은 우리를 `검은 교전`이라 부르기 시작했지."

"연구의 성과는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형태로 세계의 대적자를 강림시킬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조건만 만족한다면 말이야."

세 석판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마력이 펼쳐지면서 천장에는 검은 구멍이 나타난다.

그것은 이전 절계수 슈라드셀이 나타났을 때도 본 적이 있는 이차원으로 통하는 틈이었다.

검은 교전이 정말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제어하고 있다는 사실에, 베아트릭스도 이오나도 눈을 찌푸린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이 세계에 황금의 혜성을 불러올 거다."

그 말에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고대인의 도태된 세계를 파괴하고, 당신들. 지금의 인류가 일궈낸 세계를 선택한 이 별에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리셋하는 재앙을 일으키는 겁니다."

"그런 짓을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세계가 돌아오지는 않아요!"

사샤의 외침에 검은 석판들은 잠시 입을 다문다.

하지만 이윽고 저마다 웃음소리를 울리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야만신의 빙의체여.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지금 이 무덤에 넘쳐나는 이차원의 마력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이 안을 순환하고 있다. 이 넘쳐나는 마력과 지하 무덤의 곳곳에 설치된 마력을 이용하면, 얼마든지라도 우리 동포의 세계를 재현시킬 수 있다."

"그, 건..."

이전, 절계수 슈라드셀이 사용하던 주변의 세계를 침식하여 자신의 세계로 바꾸는 술식.

이들은 수천 년의 집념으로 인해, 그것과 비슷한 체계를 만들어 이 지하 무덤을 물감 삼아 세계를 덧칠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다만 한가지, 이들이 간과, 아니면 무시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이차원의 마력과도 같은 불안정하고 오염된 마력을 사용한다고 해서 제대로 된 세계가 탄생할 리 없다는 것이었다.

고대인, 아니, 검은 교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가진 이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이것 외의 방법에 대해서 더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들의 육체는 이미 스러졌고, 정신만이 남은 채 멸망한 세계의 복원만을 생각하며 버텨온 것이다.

그 정신이 풍화하지 않을 리 없다. 그 영혼이 타락하지 않을 리 없다.

그렇기에 이들은 스스로 합리화하여, 이 이상의 해결법을 찾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이오나도, 클레온도, 베아트릭스도.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주먹을 쥘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설득은 불가능하고, 이미 수없이 많은 절망 속에서 남아있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악의의 메아리.

그것이 `검은 교전`의 정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는 당신에게도 협력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희의 제자…. 아니, 동료가 되어주십시오, 검은 마검사. 클레온. 당신도 황금의 혜성을 만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당신에게는 지금의 장기 말­ `레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어둠과 잠재력이 있습니다."

붉은 석판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땅바닥에 박혀 있던 아론다이트를 잡아 뽑아들고, 석판들을 가리킨다.

"거절한다. 네 말대로 대적자로서 그런 재앙이 이 세계로 불러들여 와지면 우리의 세계도 너희와 같은 미래를 맞이한다는 것이겠지."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숙원입니다. 하지만 어째서 거절하는 겁니까? 그녀와 만나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소원이 아니었습니까?"

"­뭐라고?"

석판의 말에 잠시 몸과 얼굴이 굳어버리는 클레온.

"아아. 그렇다면 아직 깨닫지 못하신 거군요. 그 황금의 혜성이야 말로, 이차원으로 추방되어 사라졌던 당신의 소중한 여성. `용사 레시아`라는 것입니다."

"... ..."

클레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용의 계곡에서의 마지막 밤.

아비규환의 마을의 골짜기 사이로 떨어져 내려온 황금색의 빛.

마치 별똥별과 같이 하늘에서 내려온 섬광의 용사.

"이차원의 마력과 함께 그 틈을 오랫동안 걸은 탓인지, 생긴 것과 힘의 크기는 당신들과 같은 인간이 맞는지는 의심이 될 정도였지만 말입니다."

다음 순간.

키잉­ 하고 귀를 울리는 소리가 한순간 늦게 검격을 따라온다.

휘둘러진 아론다이트는 그대로 붉은 석판을 양단한다.

석판의 불빛이 서서히 꺼져간다. 하지만 어깨가 위아래로 움직일 정도로 호흡이 흐트러진 클레온을 보며 석판들은 비웃는다.

"동경하던 존재가 과거의 세계를 멸망시킨 원흉, 최악의 학살자이자 재앙이 되었다는 사실에 절망한 겁니까?"

"데미우르고스가 곧 강림합니다. 신의 그릇이 준비되면 말이죠…."

나머지 다른 멀쩡한 두 개의 석판에서 역시, 서서히 빛이 사라져 갔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 대한 기척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말한 대로 석판은 어디까지나 임시의 육체이며 분신이 깃들어 있을 뿐, 진짜 그들은 이 무덤의 어딘가에 누워있는 존재들일 것이다.

다음 순간, 클레온이 들고 있던 성검 아론다이트, 그리고 베아트릭스가 가지고 있던 아리아드네가 터무니없이 무겁게 변하며 도저히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큭... 무엇을...!"

[저희가 아무런 대책 없이 당신들을 이곳에 불러들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성검도 마검도 고대의 기술의 산물. 저희는 그 기술들을 개발한 고대인입니다. 강력한 힘을 가진 병기가 저희에게 향해졌을 때, 그것에 대항할 수단 따위는 예전에 준비해 두었다는 것입니다.]

온 힘을 다해서 그것들을 움직이려 하지만 도저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아론다이트와 아리아드네, 그리고 이오나.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열어젖힌 이차원의 틈이 사라지면서,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간 이차원의 마력 때문에.

천장이 오염되어, 서서히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천장이 무너져서 저주의 방 안에 깔린 시체들과 같은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클레온!"

다음 순간, 이오나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클레온은 반사적으로 그쪽을 돌아보며 손을 뻗는다.

늘 하던대로, 이오나와 클레온이 손이 마주친 순간, 이오나는 순백의 검으로 모습을 변화하고, 그녀를 치켜들자, 클레온의 마력을 흡수하여 펼쳐낸 강력한 마력의 장벽이 사샤와 베아트릭스를 포함한 모두를 뒤덮는다.

떨어져 내린 거대한 잔해가 그 장벽에 부딪히는 것은 장벽이 전개됨과 거의 동시였다.

[인간과 병기의 혼혈…. 그대에게는 우리들의 제어가 통하지 않는 듯하군요. 그렇다면, 이것은 어떻습니까?]

석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땅바닥에 박혀 있던 아론다이트가 스스로 튀어나오며, 어딘가로 날아간다.

그곳에는, 무언가 응어리진 그림자처럼 생긴 인간이 땅바닥에서 솟아올라 날아든 아론다이트를 붙는다.

그러고 나서는, 성검의 힘을 사용하여 방어막을 유지하기 위해 발이 묶인 클레온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당신과 저희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동류…. 그 위선의 가면을 벗겨내는 것으로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윽고, 그림자에 떠오른 세 개의 눈은 부서진 석판과 마찬가지로, 붉은색, 푸른색, 초록색의 빛을 띄우고 있었다.

검은 교전의 그림자가 클레온에게 접근해, 아론다이트를 휘두르려고 한순간.

빛의 화살과, 푸른 화염의 마법이 날아든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림자는 아론다이트를 휘둘러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내지만, 세 눈동자는 동시에 클레온의 뒤편으로 움직여 자신들을 공격한 두 소녀를 바라본다.

사샤와 베아트릭스가 각자 손에서 마력의 잔향을 피워내며 전에 없이 분노한 얼굴로 검은 교전을 노려보고 있었다.

"선배에게는..."

"오빠에게는..."

"손가락 하나 못대!"

폭발하는 듯한 가속력을 이용해 앞으로 튀어나온 것은 사샤였다.

손에는 이전 라일라로부터 받은 요정의 단검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마력의 화살을 역수로 쥔 채였다.

각인의 힘이 강화되면서 그녀가 본래 가지고 있던 능력이 한 단계 성장한 덕분인지, 근력이나 순발력이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진 것을 클레온은 볼 수 있었다.

순간적인 가속력만 본다면,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자신보다도 빠를 것이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의 앞까지 도달한 사샤는 크게 팔을 휘둘러 오른손의 마력 화살을 그림자의 옆구리를 향해 찔러 넣었다.

그림자는 시시하다는 얼굴로 성검을 이용해 사샤의 팔째로 베어버리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사샤의 노림수였다.

다음 순간 오른손에 있던 마력 화살이 폭발하듯 터져 나가면,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와 그림자의 눈을 멀게 한다.

그림자가 고통스럽다는 듯,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면 그사이 사샤는 재빠르게 오른쪽 팔을 뒤로 회수하며 왼쪽 단검을 그림자의 복부에 찔러 넣는 것이었다.

피와 같은 그림자의 덩어리가 검은 교전의 화신으로부터 흘러나왔다.

[큭... 저급한 야만신의 빙의체 주제에...!]

그림자는 복부에 난 상처도, 눈도 순간적으로 회복을 마치더니 아론다이트를 땅바닥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사방으로 흩날린 유리검의 파편이 순식간에 또 다른 성검으로 변화하여 일행을 둘러싼다.

"그대. 공포의 밤을 나아가는 이매망량의 안내인일지니. 백귀야행의 기수로서 다가올 재앙의 전조가 되어라! 윌 오 위스프!"

하지만 베아트릭스의 마법은 유리검의 쇄도보다도 빠르게 완성된다.

영창을 마친 그녀로부터 발현한 마법은 아까와 같은 푸른 화염이 마치 도깨비불과도 같이 공간의 곳곳에 나타나,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나타난 유리검들을 집어삼켜 안쪽에서 녹여버리는 것이었다.

그 광경에 그림자가 당황한 사이, 사샤는 뒤쪽으로 크게 도약하며, 공중에서 네 개의 화살을 발사하여 그림자가 발을 디디고 있는 지면의 네 귀퉁이에 쏘아 넣는다.

"발을 묶는 소나기...!"

마력의 화살은 서로에게 이끌리듯 정점이 되어 변을 만들고. 이윽고 그 변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마력의 면이 벽이 되어 그림자를 가둔다.

[잔재주를…. 이런 결계따위…!]

그림자가 무언가를 하려는 직전, 유리검들을 전부 집어삼키고 강렬한 빛을 내뿜는 푸른 화염의 무리가 베아트릭스의 손짓에 이끌려 회오리치듯 한곳으로 모이더니.

그대로 사샤가 만들어낸 결계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날아든다.

강렬한 화염의 열기가 그림자를 태우고, 유리검을 녹인다.

[크아아아아아악!!!]

그림자는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지만, 결계의 안은 이미 푸른 화염으로 충만한 상태.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윽고, 화염은 폭발한다. 사샤가 만들어낸 결계도 버티지 못하고 깨져나가지만.

그 안에서 사방으로 흩어진 그림자들과 함께, 아론다이트의 손잡이 부분만이 남아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잠잠해진 어둠의 공간.

사샤도 베아트릭스도 심호흡하며 주변을 살피지만, 더는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베아트릭스는 재빨리 자신의 아리아드네를 회수하여 움직일 수 있는 것을 확인하면.

"사샤, 아론다이트의 손잡이를 챙겨줘."

클레온의 지시에 사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몸을 재생 중인 아론다이트를 다시 집어 들었다.

"검은 교전은..."

"이걸로 죽을 리 없지. 어디까지나 정신을 나누어 만들어낸 분신체야. 본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아니, 영혼이 소멸하지 않는 한. 다시 우리를 방해하려 할 거다."

[하지만 우선은 여기에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 역시 고개를 끄덕이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두꺼운 마력의 장벽을 유지한 채로는 이동할 수 없고, 천장의 균열은 서서히 퍼져나가며 무덤 전체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지면을 울리는 진동이 울리면 아직 만연해있던 그림자가 다시 합쳐지며 이번에는 인간 하나를 가볍게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짐승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까와도 같이 삼색의 눈동자가 긴 주둥이를 가진 그 괴물의 머리에 나타나지만.

광기와 살의에 가득 찬 그 짐승을 본 사샤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모습과 성검을 사용하는 것은 당신들에 대한 자비였던 것을…. 유희는 여기까지입니다...!]

모두가 이를 꽉 물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머리를 회전시키는 그때.

베아트릭스만이 무언가를 눈치챈 듯 하늘을 올려다본다.

"선배! 절 믿어주세요!"

"...베아?"

그러자, 베아트릭스는 하늘을 향해 거의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푸른 화염의 기둥을 쏘아낸다.

클레온이 만들고 있던 장벽은 물론이고, 그림자의 짐승이 휘두르던 손마저 순식간에 증발시킨 그것은, 천장을 뚫고 올라가며 지면까지 도달할 기세였다.

[무의미다! 이곳은 격리된 공간…. 네 마법은 지상까지 도달하지 않아!]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신호탄이니까요."

그림자의 말대로 도중에서 멈춰버린 화염의 기둥.

하지만 다음 순간, 천장의 반대편에서 강렬한 충격이 터져 나가며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존재가 있었다.

붉은 화염의 마력을 몸에 두르고, 창끝이 달린 지팡이를 손에 쥔 채 아래를 내려보는 마도사.

라일라 플레임워치였다.

"라일라씨...?"

"... ... 악의 무리가 사이좋게 다과회 중…. 같은 분위기는 아니네."

다음 순간 사샤가 손을 휘두르자 클레온이 있는 공간을 통째로 차원 문으로 감싸버린다.

[뭐라고! 큭, 네년!]

다음 순간, 라일라는 자신 역시 차원 문을 만들어 통과하는 것으로 자신을 향해 마수를 뻗어오는 그림자에서 벗어난다.

그림자는 그 모습을 바라보더니 강렬한 분노를 내뿜으며 지하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크게 포효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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