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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01화 (101/506)

〈 101화 〉 천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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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온은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저택의 결계를 안으로 침입하여 들어와 이니스를 상처입힌 그 남자.

전신의 정면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화상을 입은, 한쪽 팔이 기계로 대체되어 있던 청년과 눈이 마주친 순간.

쿠온은 아카데미 전체가 불타고, 거대한 악마가 울부짖는 광경의 환상을 보았다.

그녀가 칼리번의 예언을 받아 성녀로서 각성한 날 이래, 불길한 미래를 예견하는 환상이라는 것은 늘 그녀를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어디까지나 가능성 중 하나이며,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는 광경과 환청의 집합체였다.

성녀로서 그녀에게 내려진 본래의 사명은 성검의 용사를 보조하고, 그를 이끄는 인도자가 되는 것.

알베인의 타락과 칼리번의 파괴로, 쿠온 본인은 더는 그 사명을 수행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상의 대적 목표를 시인­. 아포토시스 프로토콜을 기동. 개체명 `쿠온`의 출력 제한을 해제합니다.]

머릿속에 울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소리.

그것이, 첫 예언을 받았을 때 자신에게 계시를 내렸던 `신의 사자`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느낀 것은 우연이었을까.

맥동하는 신성마력이 흐르는 마력기관이 마치 불에 달궈진 듯 뜨거워지면.

전신을 마치 인두로 지지는 듯한 고통 을 동반하여 몸 안에 닫혀 있던 무언가가 강제적으로 열어젖히는 감각과 함께.

쿠온의 뇌는 `인간`이 아닌 `대적자`로서의 가동을 시작했다.

눈앞에 있는 것은 별의 멸망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닌 악마의 씨앗.

끼릭, 끼릭 소리를 내며 몸에서 빠져나온 넘쳐 흐르는 신성마력이 인지를 초월한 신성의 체현으로서.

빛의 고리가 되어 쿠온의 머리 위에 떠오른다.

그 빛의 고리는 그저 쿠온을 신의 사자로 보이게 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물리력을 가진 신성마력의 덩어리로, 거기에 닿은 모든 것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서 즉시 재도 남기지 않고 소멸시키는 강력한 병기이기도 했다.

성자의 가호 교단이 아니더라도, 신학을 배우고 성서를 읽은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쿠온의 형태를 보고 `천사`라고 부를 것이다.

비록, 이 세계의 천사라는 것은 별의 의지를 수행하는 단말.

즉 별의 사도라는 것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겠지만.

8개의 빛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날개가 눈앞의 악마를 꿰뚫었다.

대상의 육체의 손상은 숙청에 있어서 아무런 관계가 없는 행위이다.

이미 영혼까지 썩어버린 이 인간을 안쪽에서부터 태워 정화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것이야말로, 천사로서 각성한 대적자 `쿠온`의 사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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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건...!"

라일라는 눈앞에서 청년을 향해 무차별적인 신성마력의 폭격을 가하는 쿠온을 보며 이전에 느낀 적 없는 공포심마저 느꼈다.

그것은 `전투`나 `싸움`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무자비했고, 기계적이었다.

땅바닥을 구르는 그 청년은 몸에 박힌 신성마력의 기둥이 물리적인 간섭없이 그저 자신의 몸 안을 직접 태우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리고 땅바닥에 쓰러진 이니스.

라일라는 우선 그쪽으로 뛰어가 이니스의 상태를 확인한 뒤 자신의 마력을 쏟아부어 배에 난 구멍을 수복하고 상태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별의 의지의 그릇이 되었는가…. 저 아이."

다음 순간, 자신의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클레온이 고개를 돌리면.

전에 없는 날카로운 눈으로, 사샤가 쿠온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사샤­ 아니, 루벤인가."

"일단은 신의 분령으로서, 저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말이야…."

루벤은 눈을 찌푸리면서도 클레온에게 대답한다.

"무엇이 일어난 거지?"

"저 아이가 검은 교전이라는 잡것들의 수하의 대적자로서, 별의 멸망을 막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신성마력의 증폭이 일어나서 육체도 그것에 맞게 변화한 것뿐이다."

"...가만히 놔두면 어떻게 되는 거지?"

라일라의 질문에 루벤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한다.

"별로. 천사로 각성한 대적자는 주어진 임무를 끝마치면 천사의 기능을 잃고 원래대로 돌아올 뿐이야. 다만 그 과정에서, 약간의 후유증이 남을 뿐…."

"말해! 그 후유증이란 게 뭔지!"

클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며 윽박지르자, 루벤은 움찔 하고 어깨를 움츠러트린다.

"소, 소리는 지르지 마라. 옆에서 큰소리를 내면 깜짝 놀라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신성마력의 중독이다. 한순간이라고는 하지만 몸 전체에 별의 의지를 그대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대량의 신성마력이 흘렀으니, 그 전능감으로부터는 쉽게 해방되지 못해. 정신이 버티더라도 육체가 계속해서 더욱 큰 마력을 탐하게 되는 거지. 그녀의 그릇으로서의 용량을 억지로 크게 늘린 탓에, 이전에는 100으로도 충분했던 것이, 그 뒤에는 200, 300으로도 꽉 차지 않게 되는 것이다."

라일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입을 가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그거, 마력 기아 현상이잖아…."

"마력 기아...?"

"마력은 생명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서, 몸에 일정한 마력이 채워져 있지 않으면 그 마력을 채우려고 근처의 마력원을 찾아다니는 일종의 마법 질병이야."

그때 클레온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이전 마력충을 쿠온에게 사용하였을 때 그녀의 상태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도 레일은 서서히 쿠온에 의해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고 있었다.

"선배!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는 신성마력에 의해서 정화되지 않아요! 저대로 쿠온씨가 레일을 살해하면, 인자가 쿠온씨에게!"

베아트릭스가 그렇게 말하자, 클레온은 입술을 깨물며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렇게 되기 전에, 자신이 레일의 목을 쳐서 인자를 자신이 흡수해야만 했다.

아루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미 레일의 악행은 그 목숨값만으로 갚기에도 너무나도 커져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자신이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공중에서 가위와 같은 무언가가 나타나더니 공간을 찢고 그것은 나타났다.

"데미우르고스 부활을 목표로하는 동지가 분투하고 있다길래 와 봤는데…. 위기인가?"

하늘에서 춤추듯 내려온 것은 붉은 머리를 가진, 갈색 피부의 여성.

허스키한 보이스의 그녀에게는 인간에게는 없는 작은 뿔이 달려 있었다.

"악마…!?"

자신과 레일 사이를 가로막듯이 나타난 그녀에게 클레온이 당황한 목소리를 흘리며, 검을 휘두른 순간.

그 여성은 허공에서 검은 창을 뽑아내서 클레온의 붉은 검을 막아낸다.

"우와 무거워…. 무거운 검이야. 으응…. 자궁에 울리는 충격인걸…."

"뭐냐…. 너…!"

자신의 검을 부들거리면서도 막아내는 악마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입술을 물고 이야기한다.

"자기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지금은 동지를 구하는 게 먼저라서 말이야."

"선배(클레온)! 숙여요!"

다음 순간, 뒤쪽에서 동시에 날아드는 신성한 번개와 푸른색의 불타는 사슬.

이오나와 베아트릭스가 동시에 쏘아낸 마법이 악마에게 쇄도한다.

클레온은 황급히 몸을 비틀어 그 궤도에서 벗어나, 악마에게 마법을 직격시키려 하지만.

그것은, 검은 장막에 의해 틀어막혀지며, 클레온조차 도 밀쳐내 버렸다.

그녀들의 뒤쪽에서 오직 레일만을 공격하고 있던 쿠온의 신성마력마저도 차단할 정도의 장막이었다.

"멋진 타이밍이야."

검은 장막을 만들어낸 것은 갈색 피부의 여성으로부터 빼꼼, 하고 고개를 내민 검은 머리, 검은 눈에 창백한 피부를 가진 소녀 악마였다.

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않은 듯한 얼굴로 클레온과 눈을 마주쳤다.

"흑마의 일족…!?"

"후후. 과연 어떨까. 오빠가 여기서 죽지 않으면 왕도에서 또 만날 테니, 그때 알려줄게."

악마는 손 키스를 날린 후, 그대로 자신이 넘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허공을 찢더니 장막 안에서 보호하고 있던 레일을 붙잡아 그 안으로 집어 던졌다.

"기다려!"

다음 순간, 클레온이 호흡을 가다듬어 휘두른 일섬이 장막의 결계를 가로로 가른다.

검은 연기의 벽이 흩어지면, 악마는 놀란 듯이 잠깐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아하핫. 오빠가 `마검`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네. 그게 있었으면 쪼끔 위험했을지도? 걱정 마! 방금 그 동지는 아카데미의 안의 어딘가로 옮겼을 뿐이니까!"

"...이슈탈."

그때, 그녀의 손을 붙잡은 소녀 서큐버스가 입을 열자.

이슈탈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 된다.

"미안. 더 놀아주고 싶은데 시간제한이 다됐나 봐. 원격 환영마법은 이 아이의 특기지만 마력의 소모가 심하거든."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져 간다.

"뭐야…!? 방금 그게 환영이었다고!? 마법도 사용하고, 물리력도 있었는데!"

라일라의 말에 이슈탈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손을 흔들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큭..."

클레온이 어떻게 해서든 사라진 레일의 마력 흔적을 쫓으려 하지만, 공간 자체를 뛰어넘어서 사라진 그의 모습을 쫓는 것은 불가능했다.

"방금... 이슈탈이라고 했던 악마는 이전 루베라가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왕도에서 서큐버스들을 이용해 무언가 안 좋은 일을 벌이려고 하는 인물, 이라고요."

이오나는 클레온에게 다가와 그렇게 이야기한다.

사건의 해결에 거의 손이 닿을 뻔했는데, 이렇게 놓쳐버리고 말다니.

"있지! 그것보다도 쿠온이­"

라일라의 다급한 목소리에 클레온과 이오나가 동시에 쿠온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녀의 등에는 아까와도 같은 8개의 빛의 기둥이 날개와도 같이 생성되어 있었다.

그 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며, 사라진 레일을 찾고 있는 듯했다.

"... ..."

"쿠온! 정신 차려!"

클레온이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클레온 쪽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소용없어. 대적 대상을 배제할 때까지 그녀의 천사화는 해제되지 않을 거다."

"입 다물어!"

루벤의 말에 클레온은 화를 내고 어떻게든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을 모색한다.

천사화는 과도한 신성마력의 증폭을 육체가 견뎌내기 위해 발생한 것.

그렇다면 몸에 있는 여분의 마력을 제거하면 된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패를 머릿속에서 빠르게 검토한 클레온은 퍼뜩 무언가를 떠올리고.

저택의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자, 잠깐! 너, 남의 저택에 멋대로!`

"쿠온이 어디로 가지 못하게 잘 붙들어 두고 있어!"

자신을 뒤에서 부르는 라일라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뒤 클레온이 향한 것은 자신의 방이었다.

봉인된 갈라테아의 방과는 다르게, 이니스가 다른 이들 몰래 청소를 해둔 것일까.

자신의 짐이 거의 그대로 깨끗하게 남아있는 방의 안에서 클레온은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 ..."

내용물이 아직 멀쩡한 것을 확인한 클레온이 그것을 가지고 저택의 바깥으로 가면

그곳에는 라일라와 베아트릭스가 마법으로 쿠온의 몸을 구속하고, 날아가려고 하는 그녀를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해, 해결법은 찾아온 거겠지!"

"서, 선배~!"

라일라와 베아트릭스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가지고 온 유리병에서 `그것`을 꺼내더니 그대로 쿠온의 뒤로 돌아가 목덜미에 그것을 가져다 댔다.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 전체에 전개되는 흑마력영역.

신성마력과 별의 의지가 적대하는 것은 `악마의 인자와 그 마력`뿐.

본래 이 별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즉. 모든 신성 마력의 생성을 억제하고, 여분의 마력을 흡수하는 이 녀석에게는.

대적자의 징벌이 내려지지 않는 것이다.

쿠온의 마력이 서서히 안정화 되어가며, 머리의 위네 등 뒤에 떠올라 있던 신성마력의 덩어리들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그러고는,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쿠온은 비틀거리다가 클레온의 품에 안기듯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거기에 있던 모두가 안심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뭘 한 거야?"

라일라만이 클레온의 비책에 호기심을 느꼈다는 듯이 그에게 다가가, 목의 뒤를 살피면.

그곳에는 마력적인 기생을 마친 `마력충`의 모습이 보였다.

"... 아니, 이런 걸 왜 가지고 있는 거야? 너?"

라일라의 의심의 눈초리에 클레온은 시선을 돌리며 대답한다.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을 뿐이야."

이전에 있던 일에 대한 것을 떠올리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으, 음..."

다음 순간,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었던 쿠온이 의식을 되찾고 서서히 눈을 뜬다.

그러면, 자신이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선을 위로 올려 클레온과 눈이 마주치고.

"...클, 레온..."

"쿠온씨…! 기억이!"

클레온의 이름을 부르는 쿠온을 보며, 사샤가 놀랐다는 듯이 목소리를 울렸다.

아까의 클레온의 윽박지름에 루벤은 사샤의 안으로 다시 도망친 듯했다.

"미안…. 나, 클레온에 관한 거…."

"괜찮아. 쿠온, 몸 상태는…."

쿠온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모르겠어…. 몸의 안이 텅 빈 느낌…. 이야."

"...큭, 역시, 마력 기아 현상이…."

라일라는 분하다는 듯이 주먹을 꽉 쥐면서 쿠온을 내려다보았다.

다음 순간­

꼬르륵…. 하는 소리가, 쿠온의 배에서 울렸다.

"... ..."

"아, 하하... 그, 미안.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쿠온의 대답이 얼이 빠진 듯한 라일라의 표정, 하지만 클레온은 여전히 걱정되는 듯한 얼굴로 쿠온에게 묻는다.

"몸 안의 마력이 없어진 것 같은 상태라던가…. 그런 건 없어?"

"으, 응. 딱히? 그 쪽은 문제가 없는 것 같아."

클레온은 쿠온의 말에 잠시 목 뒤에 있는 마력충을 살핀다.

녀석은 열심히 흑마력영역을 전개하고 있었지만, 쿠온의 내부의 증폭된 신성마력의 재생량과 흑마력영역이 충돌하여 오히려 쿠온의 마력이 적당한 양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걸로 우선 급한 불은 끈 건가?`

클레온은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쿠온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렸다.

"크, 클레온!? 걸을 수 있으니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몸이니까, 조심스럽게 다뤄야지."

"내가 무슨 시한폭탄이야!?`

클레온의 품에서 얼굴을 붉힌 채 그의 가슴을 두드리는 쿠온.

라일라는 복잡한 심경의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일라씨…."

"응? 아아. 사샤……. 네가 말했던 걸 의심한 건 아니지만…. 너에 이어 쿠온까지 저러는 걸 보니. 정말, 이었던 것 같네."

아마 그녀는 저택의 인물 중에서 자신만이 기억을 되찾지 못한 것에 대해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는 거겠지.

어쩌면 자신을 포함한 이 네 명의 관계에서 본래는 자신만이 그들의 중심에서 벗어난, 겉도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러한 불안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사샤는 그런 라일라의 손을 잡아준다.

"괜찮아요. 라일라씨. 분명, 라일라씨도 클레온씨에 대해 제대로 기억해 내실 거에요."

"딱히 지금은 별로 기억해내지 않아도 상관없어……. 클레온이라는 저 남자. 상당히 바람둥이인 것 같고."

"아하하…. 그 부분은 부정 못 하지만…."

사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라일라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분명 클레온씨는 저희 중에서도 누구보다도, 라일라씨의 실력을 인정하고 라일라씨를 의지하고 있는 분이셨으니까요."

"...저 남자가, 나를? 도저히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약간의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만, 자신이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 만큼은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아. 저 남자에 관한 건 이제 됐어. 도망친 레일을 찾지 않으면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은 거니까."

라일라는 자신의 시계를 확인하고 저택이 아닌 아카데미의 중심지로 몸을 돌린다.

"수석들을 집합시켜서 이야기해 놓을게. 이상한 인간 취급받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동행하죠, 왕국 기사의 발언력을 더하면 조금은 도움이 될 거에요."

라일라의 곁에 이오나가 가까이 가며, 베아트릭스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본다.

"저는­"

"베아트릭스씨는 조금 쉬어주세요. 오늘은 `아직`이었죠?"

"아, 그... 네..."

이오나의 말에 베아트릭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며 라일라는 고개를 갸웃 하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레일을 찾아내서 이 일련의 사건에 진정한 종지부를 찍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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