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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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 또 여기 있었느냐."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노인의 목소리.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입에 낡은 담뱃대를 문 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쓴웃음을 띈 얼굴을 한 백발에 풍성한 수염을 가진 노인.
그녀의 조부, 아그니 플레임워치가 그곳에 서 있었다.
대량의 마법서가 있는 아그니의 방은, 라일라에게 있어서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었다.
그중에서의 몇 개는 아그니가 집필한 것으로 플레임워치 가문이 비원으로 하는 `원초의 화염`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그의 연구성과가 들어 있었다.
라일라가 오늘 읽고 있던 책은 그러한 책 중에서도 한층 어렵고, 읽는 맛이 있는 마법서였다.
조부의 책은 마법사가 썼다고 하기에는 상냥하고, 읽고 있으면 더욱, 더더욱, 마법에 대한 지식욕을 자극하도록 쓰여있었다.
"저번에 준 책은 벌써 다 읽은 게냐? 마법의 공부도 좋지만 가끔은 다른 취미를 가져보는 것은 어떠하느냐."
하지만 아그니 본인은 라일라가 너무 마법에 깊이 심취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라일라는 조부인 아그니가 보기에도 마법에 대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손으로 꼽히는 천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법`에만 삶을 바치는 것은 너무나도 무의미한 것이라고, 아그니는 본인의 경험상 잘 알고 있었다.
라일라는 아그니에게 활짝 웃어 보이며,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 책이라면 벌써 다 읽어서 책장에 돌려놓았어요!"
"흐음, 벌써? 잠은 제대로 자고 있겠지? 이 할아비 몰래 또 `가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 아니에요!"
아그니의 의심하는 듯한 눈빛에 라일라는 고개를 좌우로 붕붕 저으며 부정한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가 마법에 푹 빠져, 몸에 큰 부담을 주는 술식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그니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라일라에게 큰 소리를 올린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라일라에게도 그것은 꽤 쓰라린 경험이었을 것이다.
물론, 라일라는 그런 조부의 당부를 잘 지켜 지금은 가불은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가불을 사용하지 않고 자는 시간을 아끼며 책을 읽었을 뿐.
그건 그것대로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지만, 조부에게 들키지만 않는다면 그리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라일라는 자신을 의심하는 조부와의 대화에서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읽고 있던 책의 한 부분을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하, 할아버지! 여기 있는 이 `아바타`라는 마법은 무엇인가요?"
아그니는 라일라의 질문에 턱수염을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꽤 어려운 책을 보고 있구나. 그건 내가 가장 마지막에 쓴 책이란다. 아바타는 원초의 원소마법과 함께, 우리 같은 원소 마법사들이 궁극적으로 목표로 하는 단계이지."
아그니가 검지를 펼쳐 보이자, 그 끝에 작은 불꽃이 피어오른다. 마치 호흡을 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지만, 술식화되지 않은 원소마법을 영창 없이 국한적인 부분에 발현하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마법사들이 할 수 있는 경지였다.
"원소의 마력은 자연계에 흩어져 있고, 우리는 자신의 마력을 중심점으로 삼아 주변에서 원하는 원소를 끌어당기고 술식으로 형태를 빚어내지. 주술사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정령에 자신의 마력을 통과시키지만, 거기에는 꽤 높은 수준의 마력제어가 필요하단다."
라일라는 조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내용이었지만 조부의 입에서 직접 들으면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마력은 육체, 영혼, 정신의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제어된단다. 그중에서도 영혼이 가장 마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지. 하지만 마법사들이 마력과의 결속을 강하게 함에 있어 가장 커다란 장벽이 있단다."
"장벽...?"
아그니는 손가락에 띄워두었던 불을 주먹을 쥐면서 없애버리고, 자신의 가슴 위로 손을 옮긴다.
"그래. 바로 우리 마법사의 육체이지."
이상한 말이었다, 육체가 있기에 그 안의 마력기관을 통해서 마력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인데 육체가 가장 커다란 장벽이라니?
"육체 심장의 마력기관을 사용하는 이유는 우리가 물질계에 속한 생명체이기 때문이란다. 마력기관이 있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정령들이나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영적 존재들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겠지. 우리는 우리가 속한 세계의 법칙에 따라 활동하는 법이니까."
아그니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즉, 마법을 사용하는 의지의 제어는 정신과 영혼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그 의지만으로는 물질적인 육체에 흐르는 마력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므로 육체에 있는 마력기관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육체의 속박을 벗어내 자연계의 정령들과 같은 영적인 존재가 된다면 영혼육체마법으로 이어지는 2공정에서 영혼마법의 1공정으로 줄일 수가 있단다."
"어... 하지만 육체에서 영혼이 벗어나는 건 죽는 게 아닌가요?"
라일라의 당연한 질문에 아그니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과거의 마법사들은 육체라는 껍질을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단다."
"으... 그럼 `아바타`는 무서운 마법인 건가요?"
"그렇지 않단다. `아바타`야말로, 그러한 연구의 끝에 개발된 최후의 원소 마법이지. 물리적인 육체를 벗어던지고, 순수한 원소의 마력으로 바꾸는 것이란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몸은 살아있는 마법과도 같은 상태가 되어 영혼이 원하는 대로 원소를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그렇기에 그 마법의 이름은 `아바타` 즉, `화신`. 술자의 육체를 순수한 원소의 마법으로 승화시켜, 정령과도 같은 존재로 일시적으로 변화시키는 마법이다.
"굉장해요…! 저도 배울 수 있나요!?"
라일라에게는 그 마법이 매력적으로 들린 것인지 눈을 반짝이며 아그니에게 물어본다.
"물론 배울 수 있을게다. 하지만 이 마법 역시 사용하는 데에 커다란 위험이 있단다."
"위험인가요?"
"그래. 벗어던진 육체는 일시적으로 소멸한단다. 모든 육체가 마력으로 전환되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마법이 끝나면 마력을 육체로 되돌릴 필요가 있는데…. 많은 마법사들이 이 부분에서 실패하고 만단다."
그 말에 라일라는 숨을 삼키듯이 입을 다문다.
"그리고 영혼의 마력은 계속해서 소모되어 결국 자연계의 정령처럼 서서히 소멸하게 되는 것이지. 즉, 죽음보다도 가혹한 결말. 영혼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란다."
"그... 그럼 역시 무서운 마법인 게..."
당시의 라일라는 아직 공포가 있었는지 어두운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아바타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마법이란다."
"... ...?"
"아바타로 인해 마법이 된 마법사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려면, 소중한 존재와의 강한 연결이 필요하단다."
"소중한 존재…?"
"그래. 너를 사랑해주고,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나에게 있어서 라일라가 그러한 존재이지."
아그니의 말은 지금까지 그에게서 들었던 어떤 것보다도 지금의 라일라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물론 라일라도 자신의 조부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 마법을 사용하면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일까.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라일라라면 나를 반드시 기억해주겠지?"
"물론이에요! 할아버지의 멋쟁이 수염도, 이마의 주름살도. 그리고 좋아하시는 붉은 재킷도!"
라일라의 자신있는 말에 아그니는 그녀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마법이 된 존재는 점점 인간에게서 멀어지며, 영적인 존재에게는 필요 없는 `기억`이라던가, `인연`등의 속박에서도 벗어난단다. 이 속박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아바타`의 사용을 멈추고 인간의 육체를 되찾으려 하더라도, 그런 속박이 모두 없어져 버린 존재들은 자신이 어떻게 생겼었는지, 그리고 어떤 존재였는지. 그런 것을 놓쳐버리면 남은 평생을 마법으로써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한 것을 막기 위해, 아바타의 사용자들은 소중한 인간들을 존재의 쐐기로써 사용하여, 자신의 존재를 그들로부터 찾아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법만을 연구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므로, 이 마법을 사용할 줄은 알아도 결국 실패하고 마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단다."
라일라는 완전히 이해하지는 않았지만 아그니의 말의 의미를 어떻게든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라일라. 만약 네가 이 마법을 배워 사용해야 할 때가 온다고 한다면. 그때는 꼭 네게 소중한 사람과 함께해야 한단다."
"... 할아버지처럼요?"
"하하! 물론 내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라일라와 영원히 함께 있을 수는 없겠지. 언젠가 내가 없어지더라도, 라일라가 그러한 사람과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혼자서 마법을 연구하는 것 보다, 더욱 위대하고 훌륭하며, 멋진 일들이 가득할 테니까."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전할 수 있을 때까지는 자신의 삶을 거둬가지 않기를 늦은 나이에 믿게 된 `신`에게 바라며.
아그니는 그런 작은 소망을 담아 라일라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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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화염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형체가 된 라일라는 비행마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공중에 떠 있는 자신의 몸을 확인한다.
아바타 마법 `마도 플레임워치`.
문자 그대로 불타오르는 지식욕의 화신이 된 라일라는 자신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클레온을 보며 얼굴을 붉힌다.
"뭐, 뭐야. 그렇게 신기해?"
그럼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대답한다.
"아니, 아름다운 불꽃이구나. 해서…."
"~~~~!! 뭐, 뭐라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자! 보는 건 내가 아니라 저쪽! 마수를 노려보라고!"
화륵! 하고 화염이 크게 부풀어 오르며, 라일라가 손을 뻗자, 이번에는 수많은 화염의 사슬이 그녀의 의지에 따라 허공에서 나타나며 훔바바를 묶는다.
순수한 화염의 마력은 신성 마력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차원의 마력에 오염된 그 몸을 옥좼고, 불태우며, 몸을 구속한다.
`굉장해... 영창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상한 대로 마력이 움직이는 느낌이야. 이게 육체의 한계를 벗어난 마법사의 힘...`
라일라는 스스로 행하는 마법행사에 약간의 충격을 느끼면서도 그 자연스럽게 어떻게 힘을 사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눈은 정령의 시야를 얻어 마력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훔바바의 마력의 흔적을 쫓으며 그 내부에 있는 또 하나의 영혼을 파악한다.
"가슴 부분이야! 거기에 다른 영혼이 있어!"
[망할 마법사 계집…! 그런 가짜 마법으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라일라의 외침을 가로막듯, 훔바바가 목소리를 울린다.
그러면서 자신을 묶으며 불태우는 화염의 사슬에 자신의 이차원의 마력을 휘감아 오염시키고 침식시키려 하는 것이었다.
"큭...!"
화염 마법의 위력이 현저하게 오르고, 제어력도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상승한 상태였지만.
순수한 마력의 육체가 된 탓에, 다른 마력의 영향을 더욱 쉽게 받았다는 점은 확실했다.
라일라는 이를 악물고 화염의 마력을 늘려 침식의 속도를 늦춘다.
자신이 확실히 이 마수를 붙들고 있어야 쿠온과 클레온이 유효한 타격을 먹일 수 있을 것이다.
"쿠온!"
클레온이 그 모습을 보고 쿠온을 부르자, 쿠온은 곧바로 그녀가 해야 할 일을 실행한다.
"응! 옳바른 의지와 그대의 정의의 이름 아래, 부정한 이들을 정화하소서. 퓨리피케이션!"
신성마력으로 이루어진 정화의 파동이 퍼져나가며 라일라의 사슬에 닿아 올라오는 이차원의 마력을 억제하고, 정화하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클레온은 다시 한 번 날아올라, 라일라가 말한 곳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신성 마력에 의해 코팅된 검날이 검성의 검술과 함께 훔바바의 가슴 부분을 베어내면, 확실히 그 안쪽에 강철로 된 `엔키두`.
즉, 이 마수의 핵이자, 안에 레일을 품고 있는 검은 골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 녀석은 그 절계수보다도 재생속도가 빨라서 신성한 흉터를 남기더라도 곧바로 그 위에 새로운 진흙을 덮어 버린다.
"위력이 더 큰 신성 마력의 충돌이 필요해... 하지만 쿠온이 라일라의 정화를 멈추면..."
클레온이 아랫입술을 문 채로 쿠온의 신성마법을 빌려와 사용해 보지만, 바로 전에와 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클레온의 집중이 잠시 다른 곳을 향한 순간 그를 향해 훔바바의 손톱이 휘둘러져 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수십 발에 가까운 화살이 동시에 훔바바의 손에 틀어박히면
"폭풍우!"
사샤의 목소리와 함께 마력 화살이 터져나가면서 그 손을 형체도 없이 날려버린다.
그 폭발의 충격으로 훔바바의 거구가 순간적으로 비틀리며 균형을 잃을 정도였다.
클레온이 사샤쪽을 내려다보면 이마에서 땀을 흘린 채 전에 없이 날카로운 안광을 번뜩이며 훔바바를 노려보고 있는 사샤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것은 확실하게 많은 마력을 사용했겠지.
이렇게 소모전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차원의 틈에서 계속해서 마력을 공급받고 있는 마수를 무너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틈을 닫거나, 훔바바의 안 엔키두에서 레일을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어째서 훔바바를 쓰러트린 것이 `아론다이트`인지, 클레온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장기전의 전투로 가면, 아론다이트는 그 특성상 점점 더 그 위력을 강하게 한다.
그리고, 신성 마력을 머금은 성검의 파편이 `이차원의 틈`을 틀어막아 버리고.
그 사이에 검의 폭풍을 만들어 훔바바를 갈가리 찢어버리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론다이트는 지금 그 사용자도, 성검 본체도 완전하지 않은 상태.
결계도 언제까지나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고, 아론다이트의 싸움은 필연적으로 주변을 모두 휘말리게 할 것이다.
아루루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훔바바를 쓰러트리는 것이 최선의 결과였다.
하지만, 그 최선의 결과를 끌어내기에는 아슬아슬하게 힘이 부족한 상황.
루베라가 이곳에 있어 주었다면,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클레온은 자신의 스승의 비웃음이 들리는 것 같아 주먹을 꽉 쥔다.
"잠깐! 거기, 멋대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그때 뒤쪽에서 들리는 고함.
갑작스러운 상황에 전원의 고개가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베아트릭스가 손에 아리아드네를 잡은 채 서서 결연한 표정으로 일행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아트릭스!? 네가 죽으면 데미우르고스의 인자를 모두 빼앗기니까 최대한 안전한 곳에 있으라고 했잖아!"
클레온의 말에 베아트릭스는 고개를 젓는다.
"역시 저도 선배와 함께 싸울래요... 라일라도 선배도 목숨을 걸고 세계의 적과 싸우는데 저만 그런 곳에 있을 순 없어요!"
다음 순간 그녀의 아리아드네가 펼쳐져 나가며 라일라의 주변을 결계와도 같이 감싼다.
그러자, 아리아드네를 통해 베아트릭스의 마력이 전개되며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마력의 파동이 쿠온의 정화 마법을 대신하여 라일라를 지켜낸다.
"라일라는 제가 지킬게요…! 쿠온씨는 선배를 도와 핵을 공격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응!"
베아트릭스의 말에 쿠온이 고개를 끄덕이면 다음 순간 그녀의 몸에 거대한 신성마력이 모여들었다.
"울려 퍼져라, 별의 숨결. 이곳에 모여 신성한 길을 비추는 빛이 되어라...! 스타라이트 로드!"
이윽고 영창이 끝마쳐지면, 쿠온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신성 마법의 마법진이 펼쳐지며 그 주변을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신성마력이 수놓는다.
그리고 그 마력들은 이내 서서히 하나로 뭉쳐져 가며, 훔바바가 사용한 브레스와 같이 압축되더니.
이내, 강렬한 충격과 동시에 그 가슴을 꿰뚫기 위해 발사된다.
[UROAAAAAA!]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는 훔바바.
확실히 신성마력이 그의 약점인 것인지, 가슴 부분을 감싸고 있던 이차원의 마력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린다.
아까 전, 이오나와 클레온의 공격과는 다르게 그곳의 재생속도는 현저히 느려진 상태였다.
[클레온!]
이오나의 외침보다도 한발 먼저, 클레온이 그 부분을 향해 스승의 검을 휘두른다.
붉은 명검은 신성 마력을 휘감은 이오나보다도 더욱 확실하게 물리적인 적을 절단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의지, 육체, 검이 합일을 이루어져 완벽한 직선으로 휘둘러지는 일섬.
그러자, 강철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엔키두의 외갑이 `쩌억`하고 갈려지며 드디어 그 틈을 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인간의 실루엣에 클레온은 숨을 삼킨다.
마치 미이라처럼 말라 비틀어진 레일의 형상이 그 너머에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