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1화 〉 흑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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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의 앞에 나타난 두 자루의 검은 모두 클레온이 잘 알고 있는 검이었다.
검은색 검은 다른 무언가로 실수로라도 착각할 리 없는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하고, 함께했던 마검 `갈라테아`.
그리고 금색의 검은 과거 클레온에 의해 파괴되었던 알베인의 성검 `칼리번`.
그 형태는 조금 바뀌어 있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은 채로 다시 한 번 클레온의 앞에 나타났다.
그 황금의 빛은 주변의 마수들에도 자극적이었는지, 싸우던 것을 멈추고 그쪽을 돌아보며 마치 빛에 이끌리는 나방들과 같이 걸음을 옮겨온다.
[클레온!]
갈라테아의 외침에 클레온이 양손을 뻗어, 그 검을 각각 한 쪽 손에 잡는다.
오랫동안 끊어져 있었던 갈라테아와의 연결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클레온은 자신의 몸에 검은 마력을 감아 순간적으로 자신의 몸을 숨긴다.
어둠의 장막은 칼리번마저 마수들의 시야에서 감추어 버리며 마수들은 그 흔적을 찾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클레온의 행방을 쫓는다.
"후우..."
크게 심호흡을 겸한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이 칼리번을 내려다보면, 그 안에서 요동치는 자아를 느끼지만 칼리번의 쪽에서는 클레온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갈라테아가 검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이 칼리번은 그녀에게서 다시 태어난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연결은 이제 `알베인`이 아니라 갈라테아와 자신에게 이어져 있었다.
지금 클레온이 막아야 할 상대는 이차원의 틈의 마력에 오염된 마수들.
그들에게 특히 효과가 좋은 신성마력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칼리번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 같은 구원의 손길이었다.
하지만 클레온은 신성마력을 스스로 가지는 용사가 아닌, 흑마력을 사용하는 마검사.
이오나와 같이 자아를 가진 성검과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으로 그녀의 신성마력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므로 칼리번 역시, 클레온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아 준다면 그녀로부터 신성마력을 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갈라테아, 칼리번은 지금 어떤 상태인 거지?"
[말 그대로 방금 태어난 따끈따끈한 아기 같은 상태야. 이전에 내가 루베라에게 했던 설명, 기억해? 검의 각성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다고.]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면 갈라테아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 아이는 지금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 한 거야. 뭐, 졸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그 상태로도 차원의 틈을 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조금 열받지만 말이야.]
"...잠이 많은 건 상관없지만 지금은 일어나 주지 않으면 곤란한걸…."
클레온이 그렇게 말한 다음 순간, 저 앞에서 무언가 큰 것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을 향하면 또 다른 마수가 핵을 파괴당하여 그 자리에 쓰러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마수에게 핵을 흡수당하기 전에 자신이 가서 완전히 파괴해야 했다.
[나랑 같이 싸우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싸우는 법을 잊어버린 걸까?]
"...그럴리가!"
클레온의 몸을 감싸고 있던 어둠의 장막이 흩날려 사라져 가며 마검사는 스스로를 들어낸다.
다시 한 번 공간에 나타난 황금빛에 의해 마수들의 시선이 그쪽을 향한 순간 클레온의 몸이 전방을 향해 뛰쳐 나갔다.
마수들의 입이 클레온을 향해 벌려지며 압축된 마력의 브레스가 마검사를 노리고 발사되려 하고 있었다.
클레온은 힐끗 눈을 돌려 그쪽을 바라보더니 몸의 궤도를 틀어 마수들의 다리 주변을 달려나간다.
어느새인가 갈라테아의 형태가 검은 활로 바뀌어 있었다.
칼리번을 허리에 집어 넣은 채 검은 마력의 화살이 갈라테아에 걸리면
"발을 묶는 소나기."
순간적으로 클레온의 눈에 모방한 사냥꾼의 각인이 떠오르면, 발사되어 상공에서 갈라진 마력 화살이 마수들의 발밑을 노리고 날아가 구속의 결계를 발생시킨다.
두 발을 모두 감쌀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전개되었던 결계가 그 크기를 줄이면 그에 끌려가듯 마수의 발의 간격이 좁혀지면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잃은 녀석들이 뒤로 고꾸라지는 덕분에 클레온을 노리던 브레스가 서로를 노리고 발사된다.
쾅! 하는 커다란 폭발음이 들리고, 서로의 머리를 날려버린 마수들은 재생을 위해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선다.
그 사이에 핵이 파괴된 마수에게 조금 더 가까이 가지만, 땅바닥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비교적 작은 크기의 마수가 진흙의 손을 뻗어와 클레온을 붙잡으려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갈라테아의 형태가 쿠온이 사용하는 것과 지팡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바뀐다.
"뒤를 쫓는 바람…!"
지팡이를 중심으로 강회전하는 마력의 뭉텅이가 달려드는 촉수들을 갈아버림과 동시에, 클레온을 강하게 위쪽으로 띄워 올렸다.
고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자, 클레온은 비행 마법을 사용하며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여전히 핵을 노리고 있는 땅을 기는 마수들을 내려다보며 눈을 감는다.
갈라테아의 형태는 아까와 같은 지팡이로 분류되는 형태였지만, 그 끝에 창날이 달린 라일라의 지팡이에 더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만천의 하늘. 영원의 광휘. 지어내는 것은 일곱의 기둥. 이끌림의 빛."
갈라테아의 안에 축적되어 있던 흑마력이 클레온의 주변을 뒤덮으며 재결집한다.
상공에서 느껴지는 마력압을 느낀 마수들이 그쪽을 바라보면 클레온의 머리 위에 떠오른 7개의 마법진들이 땅을 노리며 그 중심에 브레스와 같은 마력의 분사를 준비한다.
[두벨. 베라켈. 페크다엘. 메그레젤. 알리오첼. 미자렐. 알카이델.]
클레온을 대신하여 마력제어를 담당하는 갈라테아의 입에서 틈을 두지 않고 7개의 이름을 담은 영창이 이어졌다.
화염의 별을 수호하는 일곱 개의 빛이 마검사의 의지 아래 검은 불꽃의 형태로 이곳에 현현했다.
이전에 없을 정도로 마력 기관이 펌프질 되며 필요한 마력을 모두 끄집어낸다.
그리고 지팡이의 끝이 지상을 향한다.
불태워야 하는 것은 오염과 타락의 마수들. 그리고 그 핵.
["아스테리즘셉텐트리온!"]
일곱의 흑염은 동시에 사출된다.
라일라의 성위마법을 빌려와 행하는 모방한 마법.
위력은 비록 그녀의 원본에 도달하지 않는 다 하더라도, 클레온이 알고 있는 한 갈라테아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중에서 이것보다 강력한 광범위 파괴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거대한 뱀과 같은 마법이 7개나 겹쳐져서 이차원의 틈을 가득 메우면 그 자리에 있던 마수들을 맹렬히 불태우며 검은 진흙을 증발 시킨다.
[KIEAAA!]
그 사이, 하늘을 비행하여 클레온의 위쪽에서 덮쳐오는 마수가 있었다.
발동된 마법을 유지하는 데에 이 이상 집중할 필요는 없었고, 클레온은 곧바로 갈라테아를 다음의 형태로 바꾼다.
아름답고 날카로운 외날의 검이었다.
[클레온은 마수의 아래에 있다.]
파직...!
왜곡의 예조인 스파크가 갈라테아와 클레온의 몸을 감쌌다.
[클레온은 마수의 위에 있다.]
순식간에 공간과 사상을 왜곡하고 위치관계를 바꾼 클레온이 마수의 머리 위로 이동하여,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킨다.
목의 뒤쪽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암살검의 오의.
"하늘 기둥."
서걱! 하는 소리가 두 세 번 울린다.
물론 재생이 특기인 마수에게 있어 그 정도의 상처는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쪽에서 발생하는 충격에는 어떠할까?
붉은 보석이 박힌 검의 형태를 취한 갈라테아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발동]
클레온에 의해 새겨진 글씨가 갈라테아의 마력에 반응하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고.
그 충격으로 목이 떨어져 나간 마수는 제어를 잃고 곧바로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그 마수는 아까 전, 발이 묶여 뒤로 쓰러진 뒤 클레온의 마법을 맞고 핵이 노출되기 직전의 마수들 위에 떨어진다.
강렬한 충격으로 진흙이 서로 얽히며 움직임을 막아낸다.
아까 전 노출되었던 핵은 성위 마법으로 이미 파괴했지만, 아직 마수들의 수는 적지 않게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긴장을 놓지 않으려 했던 다음 순간.
클레온을 노리고 빠른 속도로 날아온 것은 진흙으로 이루어진 가시, 아니 창이었다.
얽혀 있던 세 마수의 진흙이 섞인 그것은 인식했을 때에는 이미 클레온의 목에 도달하기 직전까지였지만.
그의 몸이 반응하기 전에 갈라테아가 스스로 움직여 클레온을 보호하자, 그 몸이 깨져나갔다.
순간적으로 클레온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띄어졌지만, 이내 흩어져 나가는 검은 유리조각과도 같은 파편을 보고 무언가를 이해한 듯.
날카로운 눈이 되어 칼날의 길이가 절반이 된 갈라테아를 쓰러진 마수들을 향해 가리킨다.
그러자, 흩날렸던 그녀의 파편이 허공에서 같은 형태의 검으로 바뀌며 빗줄기와 같이 쏟아진다.
뻗어왔던 가시를 포함해 지상에 흩어진 진흙과 마수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동시에 핵을 노출할 정도로 커다란 피해를 주는 것이었다.
[아파...! 그 여자의 성검, 절대로 마조히스트니까...!]
갈라테아가 칭얼대는 소리를 내지만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일단 쓰러진 마수들의 핵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온 클레온이 어느새 재생한 갈라테아를 허공에 휘두르자.
마치 실타래처럼 형태가 풀어진 갈라테아의 검신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주변 마수들의 핵을 빠르게 절단한다.
"나쁘지 않은걸."
오랜만에 갈라테아와 합을 맞춰 본래의 전투 스타일 대로 싸운 클레온이 내뱉은 감상이었다.
갈라테아가 몇 달 동안이나 마력을 축적해 둔 덕분에 걱정 없이 싸울 수 있었던 것도 컸다.
[역시 클레온의 옆에는 내가 있어야겠네.]
"동감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린다.
그리고 저 멀리, 자신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미 한 무리의 마수 싸움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럼. 저걸 어떻게 할지 생각할까."
그리고 싸움이 마무리되었다는 것은 이미 몇 개나 핵을 흡수한 강화된 마수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거기에 그 녀석 외에도 몇 마리나 더 비슷한 급의 진흙의 짐승들이 남아 있었다.
[마력은 아직 남아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수를 어떻게 하는 건 나라도 힘들겠는걸. 불가능할 것 같진 않지만.]
"그거 믿음직스러운 말이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조금 난도가 높을 것 같은데."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의 허리춤에 있던 칼리번이 순간 빛을 낸다.
그 덕분에 주변의 마수들이 전부 클레온의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그다지 원치 않은 상황이었다.
[...으...음...]
가녀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라테아와는 다른 목소리였다.
그렇다는 것은
"칼리번인가...?"
[뭔가요? 기껏 기분 좋게 자고 있었는데. 시끄럽게 마력을 돌리는 소리가 들려와서 깨버리고 말았잖아요]
나른한 듯한 늘어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칼리번을 보며 클레온이 입을 다물면 화를 내는 것은 갈라테아 쪽이었다.
[이, 이 녀석... 기껏 재생시켜줬는데...!]
깜빡, 깜빡이던 칼리번의 빛은 이내 완전히 본래의 황금색을 되찾는다.
[아하~! 클레온~! 아니, 아빠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그러면 필연적으로 갈라테아는 엄마라고 불러야 하네요~?]
[누가 엄마야!]
"...지금은 호칭을 정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칼리번의 느긋한 목소리가 이어지는 도중에도, 마수들은 그녀의 황금빛에 이끌리며 클레온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 빛이 자신들의 천적인 신성 마력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서 쉴 수 있도록 할까요~?]
칼리번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갈라테아를 검집으로 되돌리고 칼리번을 양손으로 잡는다.
황금의 성검.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렇게 불린 성검은 역사상에서 칼리번을 포함하여 두 자루다.
클레온이 쫓는 `레시아`가 가지고 있던 성검 `칼라드볼그`.
그녀가 이차원의 틈으로 추방되면서 동시에 세상에서 사라진 그 검과 생긴 것은 달랐지만.
보는 이 모두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강렬한 신성마력을 태우며,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성검이야 말로.
세계에 희망을 가져오는 용사의 상징이었다.
칼리번은 자신의 몸 안에서 마력을 공회전시키더니 서서히 그 속도와 양을 늘려간다.
무언가가 그녀의 안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문득, 이전의 결투가 생각나 클레온이 입을 열었다.
"...알베인은"
[아빠~ 제 앞에서 그 새끼 이름은 꺼내지 마세요~?]
하지만 생각보다도 거친 반응에 클레온이 입을 다물고 칼리번의 손잡이를 붙잡은 채 자세를 잡는다.
황금빛의 마력은 이제 칼리번의 바깥에서도 보일 정도로 강렬한 빛과 열, 그리고 물리력을 가진 채 성검의 검신을 채우고 있었다.
[마력 입자 수속. 제어 술식 해방. 술자 보호 필드 전개]
"언제 휘두르면 되는 거지?"
[아빠가 휘두르면 되겠다고 생각할 때요~]
마수들이 거의 코앞까지 닥친 다음 순간, 클레온이 칼리번을 사선으로 휘둘렀다.
일섬.
극한으로 압축된 신성마력의 참격이 모든 제어를 풀어헤침과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 함께 발생하며.
직선의 궤도로 베어낸 공간의 사이를 마치 지우개로 지워버린 듯 순간적으로 진공상태로 만든다.
태양의 열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에너지가, 그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지운다.
칼리번을 휘두른 그 선을 따라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 만들어 지면.
[캐치]
그리고. 그곳을 향해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감각.
마수도, 클레온의 몸도. 주변에 산재한 모든 마력도.
순식간에 한 곳으로 끌려들어 가는 느낌에 휩싸이지만, 클레온은 가까스로 그 자리에 서서 버티며 겹쳐지는 마수들의 몸을 본다.
[릴리즈]
다음 순간, 전방을 향해 뻗어 나가는 마력의 칼날이 다가오는 모든 마수를 일격에 베어, 그 자리에서 소멸시켜버린다.
그것은 그야말로 황금의 파도였다.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그 마력의 격류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진흙에 의한 재생도, 핵을 남기고 쓰러지는 것도 아닌.
문자 그대로 증발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물론 신성마력과 이차원의 마력이라는 상성 관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엄청난 위력에 클레온도 갈라테아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하암~ 이걸로 끝이네요~]
오직 유일하게 여유로운 칼리번. 그녀가 말한 대로, 단 한 번의 참격으로 남아있던 모든 마수가 베어 넘겨져 증발하는 모습은 압권 그 자체였다.
그러자, 칼리번의 몸에 깃들었던 황금빛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그 몸은 잠깐의 빛과 함께 사람의 모습으로 변화한다.
흰색의 원피스를 몸에 걸치고, 땅바닥에 옆으로 누운 채.
새근새근, 잠든 숨소리를 올리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금발의 앳돼 보이는 소녀.
사샤보다도 조금 어려 보이는 그녀의 등에는 `새의 날개`와도 같은 것이 자라나 있었고.
머리카락의 끝은 클레온의 머리 색과 같은 검은색이 보인다.
"훌륭합니다. 그 마검, 역시 당신은 제가 아는 그 클레온이 맞는군요. 좋은 구경을 했습니다."
다음 순간,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클레온이 황급히 몸을 돌리면 박수를 치면서 와인잔을 든 요르문간드의 모습이 보였다.
"...이걸로 끝이겠지? 설마 더 있다는 말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물론입니다. 적어도 지금의 시간대에서는 말이죠."
그 말에 클레온은 얼굴을 찌푸리고 갈라테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하며 클레온의 팔을 붙잡고 그를 노려본다.
"이거, 꽤나 미움받은 듯하군요. 하지만 괜찮겠지요. 미래의 당신에게 전해줄 이야기가 생겼으니. 이다음의 이야기는 그와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요르문간드는 웃음을 띠면서 이곳으로 클레온을 안내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수도로 공간의 틈을 벌려 모습을 감춘다.
"...뭐야 저거…. 기분 나빠."
갈라테아가 요르문간드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못하자 클레온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그가 사라진 공간만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는 갈라테아를 향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돌아가자. 모두가 있는 곳으로."
"...응. ...그런데 어떻게?"
갈라테아의 말에 얼굴을 굳히는 클레온.
결국, 칼리번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10분이나 지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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