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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31화 (131/506)

〈 131화 〉 무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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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미안! 클레온!"

"아니, 나도 조금... 큭... 어쨌든 달리자!"

두 사람이 인파를 헤치면서 아카데미의 길거리를 질주한다.

그 몰골은 평소의 아루루나 클레온이라면 조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머리는 흐트러지고, 옷가지도 곳곳의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는 등.

빈말로도 모범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행색이었다.

군청의 물감이 짙게 번진 밤하늘, 해는 이미 완전히 서쪽의 너머로 사라져서 하늘을 수놓는 별의 수는 축제의 마지막 밤을 지내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가득하다.

거기에 더하여, 아카데미의 지상에는 마력 등의 불빛을 평소보다도 강하게 하여, 사람들이 추억의 축제를 어둡게 마무리 짓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모나드의 관이 있는 광장, 아이온의 탑과 같은 넓은 곳에서는 이미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있었고, 가족을 동반한 손님들은 그곳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 시간대, 이 날 가장 화재인 공간이 어디냐고 한다면, 역시 아카데미의 각종 행사가 이루어지는 거대한 건물.

대 연회장이야말로, 아카데미 학원에 마지막 날, 마지막 밤의 주역과도 같은 장소였다.

아카데미의 연인들은 전설에 가까운 소문을 믿고 대연회장으로 뛰어들어, 영원한 행복을 바라면서 손을 마주 잡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설령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저 미신에 불과한 이야기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들이야말로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청춘의 한 페이지를 추억으로 장식하겠지.

그러한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아 하는 소년 소녀들이 안심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대 연회장의 경비를 맡은 이들은 입구에 서서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시간은 9시를 넘어 20분이 살짝 되지 않은 시간. 안쪽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오면 경비들은 뿌듯한 얼굴을 하는 것이었다.

그때, 연회장으로 통하는 길을 멀리서부터 달려오는 한 쌍의 남녀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옷가지도 조금 흐트러진 채, 허둥지둥 뛰어오는 그들이 입구의 가까이 다가오면 그들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그들에게 말한다.

"우선 심호흡이라도 하지 그래?"

"죄, 죄송합니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금발의 소녀­ 아루루 트로메이아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기며 이야기한다.

옆에 서 있던 클레온 역시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경비들을 바라보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문제없겠지만. 너희들, 입장 예약권은 가지고 있겠지?"

"...네?"

아루루는 경비의 말을 듣고 그런 게 필요하단 소리는 처음 들었다는 표정이 된다.

클레온 역시, 이 행사 자체를 오늘 처음 알게 되었으니, 그런 물건의 존재를 알고 있을 리 없었다.

"...미안하지만, 예약권이 없다면 입장 시간이 지난 이들은 입장할 수 없어. 그런 규칙이거든…."

경비들은 안타깝다는 얼굴이 되어 두 사람에게 이야기한다.

"... ..."

"... ..."

아루루의 눈썹이 팔자(?)로 휘어지며 명백하게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가 이 행사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클레온은 옆에서 무엇이라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될 정도였다.

"아루루..."

"미, 미안. 클레온. 설마, 예약권이 필요할 정도의 행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아루루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클레온에게 사과하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자, 다른 곳으로 가보자."

클레온은 그런 아루루의 어깨를 두드려준 뒤, 그녀의 손을 붙잡아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 걸어간다.

평소의 두 사람이라면 약속된 시간에 늦거나 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 뒤로도 몇 번이고 몸을 겹치다 보니 시간을 잊고 행위에 집중하여.

9시의 종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급하게 숙소를 나서 최고 속도로 뛰어온 것이었다.

"하아~ 설마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런 실수를 한다니…."

아루루는 쉽사리 실망을 떨쳐내지 못하는 듯,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꽤 우울한 기색으로 클레온의 팔에 머리를 기대왔다.

"그렇게 무도회에 참가하고 싶었던 건가?"

"그야 물론…. 아무리 소문이나 전설이라고는 하지만 낭만이 있잖아?"

클레온은 그런 아루루의 이야기에 확실히, 낭만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지?"

"잠깐. 다른 곳에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를 좀 떠올려보고…."

아루루는 그렇게 하며 눈을 감고 곰곰이 기억을 더듬으려 한다.

그때­

"어머. 클레온 강사님. 그리고 아루루님?"

두 사람을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

아루루는 눈을 떠 정면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드레스를 몸에 걸친 리오메스가 보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 역시, 무도회용의 드레스인 것을 보아 어디로 향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어째서 이곳에? 분명 무도회에 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클레온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리오메스는 두 눈을 두 세 번 깜빡이더니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청춘이네요…."

"그러는 리오메스는? 지금부터 연회장으로 향하는 건가? 류드 부인과 함께할 거라 생각했는데."

"네. 저는 입장권을 가지고 있어서... 류드 부인은 오늘은 따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두 사람과 합류할 예정이지만요."

"그, 그런가…."

그 류드 부인의 딸인가. 어떤 인물인지 상상이 잘 안 되는 클레온이었다.

"두 사람. 지금부터 어떻게 할 예정이신가요?"

"글쎄….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는지 찾아볼 예정이긴 한데…."

클레온이 슬쩍 아루루를 살펴보면, 아루루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리오메스는 클레온의 이야기를 듣고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한다.

"... 그렇다면. 두 사람에게는 제가 알고 있는 또 하나의 전설을 알려드려야겠군요."

"... 또 하나의 전설?"

아루루는 그런 리오메스의 조심스러운 이야기에 눈을 크게 뜬다.

"네~ 어디까지나 전설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향한 곳은, 아카데미의 어디에 있더라도 눈에 띄는 건물인 `아이온의 탑`이었다.

"아이온의 탑의 옥상층에 들어간 연인에게는, 별의 가호가 내린다던가…."

"그런 전설도 있는 건가…."

클레온은 생각보다도 느슨한 조건의 전설도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고.

아루루도 그런 클레온의 옆에서 `호오... 흐음... 응...?` 하고 감탄사를 내뱉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아니 잠깐만. 아이온의 탑의 옥상층은 평소에도 수석이라면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는데? 물론 일반 학생들도 허가만 있다면. 정말로 그런 전설이 있는 거야?"

"아뇨. 방금 건 제가 지어낸 것입니다."

리오메스는 깔끔하게 아루루의 지적에 변명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 당당함에 아루루도 클레온도 할 말을 잃지만, 리오메스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확실히. 마법이나 신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전설이라는 것이 가지는 무게가 남다르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남녀의 관계는 서로의 마음의 결실.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때로는 싸우더라도, 반드시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것을 바란다면. 그 연인의 결말은 해피 엔딩에 도달할 것이랍니다."

리오메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입에 담아, 두 사람에게 조언했다.

아루루와 클레온은 그런 리오메스의 이야기를 듣더니 잠시 입을 다물고 서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장소는 지금 이 시간대에는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고. 잠겨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에, 옥상층의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밤하늘은 꽤 각별하답니다. 전설이 아니더라도, 조용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라고 생각하는데요?"

리오메스는 거기까지 이야기한 뒤 두 사람에게 스커트를 살짝 들어 보이며 인사를 하고 지나쳐 걸어간다.

그 자리에 남겨진 두 사람은 그런 리오메스의 뒷모습을 향해 잠시 시선을 옮겼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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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의 탑은 그 상징성이야말로 대단한 곳이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뷔토스의 창고에 모든 신경이 몰려있는 장소인지라.

이런 곳에는 있을법한 꼭대기 층의 비밀의 방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저 사람이 잘 들어오지 않고 가끔 청소되어있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대신, 창밖을 내다보면 아카데미의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고, 위를 올려다보면 아카데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별을 바라볼 수 있는.

그저, 경치만을 위한 장소이었다.

"클레온은 처음 들어와 보지?"

문을 조심스럽게 닫으며 뒤를 따라 들어온 클레온에게 아루루가 이야기했다.

그녀는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가의 가까이 걸어가며 조금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두 사람만이 있을 수 있는 장소, 라고 한다면 아까까지 있던 숙소도 마찬가지였지만.

선정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그곳과는 다르게, 정말로 남녀가 밀회하는 듯한 장소였기에 무도회에 참가하지 못한 실망이나 슬픔도 어느 정도 날아간 듯이 보였다.

"그래. 웬만하면 들어올 일이 없는 장소니까. 너는 들어와 본 적 있나?"

"응. 가끔가다가 학생들이 임시로 사용해야 할 비품 같은 것을 보관할 곳이 부족해지면, 이곳에 옮기고는 하거든. 그런 때 내가 탑에 있으면 옮기는 걸 돕기 위해서."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주변에 그러한 비품이나 짐 같은 것은 들어와 있지 않았다.

클레온은 아루루가 서 있는 창 가까이 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확실히, 아카데미에서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인 덕분에, 보이는 경치는 다른 곳과 비교하면 차원을 달리했다.

그리고 하늘을 수놓는 별들의 무리를 가로막는 골짜기의 절벽들과 하늘을 나는 용도 보이지 않는. 안전한 장소였다.

자신도 모르게 어릴 적의 광경을 떠올리는 현실에, 클레온은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지만.

옆에 서 있는 아루루의 존재가, 그런 클레온의 팔다리를 지탱시킨다.

"...좋네. 나쁘지 않아."

클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며 그런 말을 입에 담자, 아루루는 두 눈을 깜빡인다.

"클레온이 먼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

"...그래?"

아루루의 말에 그런가 하고 고개를 돌리는 클레온.

"응. 무언가를 좋아한다. 물론, 나나 다른 사람들에게 감정을 부딪치는 일은 있었지만…. 클레온이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내 앞에서 이야기하는 건…. 역시 처음인 것 같은걸."

"... 그럴지도. 워낙, 그런 걸 표현하는 게 서투르다고 자각하고 있으니까."

[그게 클레온의 매력이지만 말이야.]

허리춤에서 들려오는 갈라테아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검의 손잡이에 손을 얹는다.

"클레온은 별을 좋아하는구나."

"...어릴 적부터. 손에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곳에 있지만, 늘 그곳에 있어 주면서 빛나고. 어릴 적에는 무서워한 밤하늘을 지켜주는 듯했으니까."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는 장벽으로 보였다.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조각칼과 함께하는 유일한 파트너인 마검과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첨탑의 지붕 밑.

어른들도, 와이번도, 또래의 아이들도 모두 어두운 얼굴을 하는 마을 속에서.

클레온이 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허나 그때도, 지붕 밑에서 머리를 내밀거나 팔을 내미는 일은 꿈에도 꾸지 못하는 일이었다.

틈을 보이면 와이 번들은 달려 들어와 자신을 잡아 뜯으려 할 테니까.

이렇게나 안전한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리라는 것을, 어린 시절의 자신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느껴지는 비현실 감. 환상과도 같은 지금이 혹시라도 깨어버릴 꿈은 아닐까.

마치 그것을 확인하려는 듯이 클레온은 창 바깥으로 손을 뻗어 본다. 이렇게나 높은 곳에 있지만, 별은 여전히 손이 닿지 않는 장소에 있었다.

그런 하늘의 장막에, 하얀 섬광 가운데 서 있는 여성의 뒷모습이 플래시백 된다.

눈을 감았다 뜨면 그 모습은 사라졌지만, 자기 손이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루루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며, 그녀의 옆에 남아있는 그의 손을 붙잡는다.

"...클레온이 쫓는 별이, 얼마나 높은 곳에 있더라도. 반드시, 우리도 곁에 있어 줄게."

아루루는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녀 역시 클레온과 이어지면서, 그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기 때문에.

"...클레온이 아무리 높게 날더라도, 돌아오지 못하는 곳까지 날아가지 않도록, 내가 이 손을 꼭 잡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아루루가 잡아준 손을 마주 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준다.

강하게 이어진 손에서 느껴지는 것은, 물리적인 연결만이 아니었다.

필연에 가까운 운명으로 이어진 인연이, 클레온을 붙들고 있었다.

"...나는, 너무 좋은 녀석들이랑 알고 지내게 된 것 같군…."

적에 가까운 관계로 시작된 인연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이어져 온 악연도 있었다.

`모든 것을 굴복시키고, 지배하는 것이 마검사의 운명`

갈라테아가 처음 각성했을 때 자신에게 속삭였던 것을 떠올린다.

허나,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자신을 흑마의 일족의 마검사라는 이유만으로 마검 황제와 같은 괴물로 보는 인간들이 원하는 대로가 아닌가?

게다가 자신이 완전히 검게 물들어 버린다면.

분명, 다시 만났을 찬란한 황금빛의 앞에서 자신을 유지하지 못하고 불타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렇기에 클레온은 연민을 잊지 않았다. 자비를 버리지 않았다. 인연을 묻어버리지 않았다.

`착한 아이로 지내는 것.` 같은 유치한 이유라고 비웃음당하더라도 괜찮다.

`클레온은 상냥하네.`

언젠가. 소피아에게서. 레시아에게서 들었던 말을 떠올린다.

갈라테아는 그런 자신을 무르다고 했다.

정말로 그렇다고, 클레온은 자조했다.

"클레온."

아루루는 클레온의 손을 잡은 채, 창가에서 살짝 떨어진다. 무언가를 살짝 기다리는 듯한 눈치였다.

[클레온.]

그런 아루루를 잠시 바라보는 클레온에게, 갈라테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흘러들어왔다.

[...아아. 알고 있어.]

이번에는 낮처럼 조언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클레온은 그런 아루루의 앞에 서서 살짝 허리를 구부리며, 하늘을 향했던 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린다.

"아루루 트로메이아양. 저와 춤춰주시겠나요? 아무런 전설도, 소문도 없는 작은 방이지만."

"음악도, 군중도, 없지만. 달빛이라는 조명이 있으니 충분하네요."

아루루는 그렇게 대답하며 공손히 스커트의 끝자락을 들어 올리며, 허리를 숙인다.

이내 조금 어색한 발걸음으로 클레온이 움직인다.

리드하는 것은 아루루였다.

두 사람의 박자는 엇박자였고.

가끔은 발이 꼬이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것으로 괜찮았다.

서로가 바라는 것은 완벽함도,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이라는 확약도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환상적인 이야기였으니까.

클레온의 이야기는 교훈을 주는 동화가 아니었다.

아루루의 이야기는 역할이 정해진 연극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현실`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제멋대로인 이야기였다.

달빛의 아래에서, 어설픈 춤을 추면서도 웃을 수 있는.

확정되지 못한 미래를 떠올리며 살아가는.

그런 불확실한 다음 페이지를 향해 발버둥 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그런, 나쁘지 않은 밤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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