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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32화 (132/506)

〈 132화 〉 복수 ­3부 에필로그­

* * *

000

3일에 걸쳐 진행되었던 축제가 끝난 아카데미의 새로운 아침. 본래라면 천천히 즐거웠던 나날의 흔적을 지워가며 각 학과의 철수 작업이 진행되어야 했지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였다는 아카데미 교수들의 이야기와 함께, 각 학과의 수석들, 그리고 교수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라일라는 물론, 아루루, 리오메스를 비롯한 클레온이 아는 이들도 모두 회의에 불려 나갔으며.

본격적으로 아카데미에서 떠날 준비를 하려던 일행의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12 원로회가…. 전멸? 대체 누가. 어떻게?"

교수들로부터 전달받은 이야기에, 학생들이 크게 동요하며 수군거린다. 이 중에서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라일라 한 사람뿐이었다.

아루루와 리오메스는 그런 라일라의 반응을 보고 무언가를 눈치챈 듯했지만, 구태여 입 밖에 내지 않고 상황을 살핀다.

허나, 눈치가 좋은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여있는 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분야에서 일정한 경지에 오른 학생들.

정치학과의 수석이 라일라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라일라 플레임워치. 혹시, 무언가 알고 있는 건가?"

역시, 사람의 심리를 가지고 벌이는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정치학에 어느 정도 통달한 남자. 그가 라일라를 추궁하듯이 입을 열면, 라일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대답한다.

"물론. 알고 있어.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본 건, 바로 나니까."

라일라의 폭탄 발언에 다시 한번 학생들이 크게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교수 중 일부는 라일라를 즉시 제압할 준비를 하지만, 그것을 막는 것은 라일라가 속한 마법 학과의 담당교수. 즉 라일라의 스승과.

성학과의 교수인 류드부인. 이렇게 두 사람이 제지하는 것만으로 다른 교수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었다.

"...라일라. 설마, 네가 그들을 죽였다고는 하지 않겠지?"

아루루의 말에, 라일라는 그녀를 돌아보더니 다시 한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죽지 않았어. 봉인되어 있을 뿐이지. 물론. 그 봉인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대체 누가 그런 짓을! 라일라, 네가 아무리 이 아카데미에서 마법에 가장 통달한 학생이라 하더라도, 원로들을 모두 해치는 것은 불가능할 텐데!"

어처구니가 없는 사실을 듣고는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학과의 수석. 하지만, 라일라는 그런 그의 앞에서 양쪽 귀를 틀어막는 제스쳐를 보이며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야 내가 안 했으니까. 내가 한 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가야 할 감옥으로 보내준 것뿐이야. 형을 집행한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나다."

라일라가 거기까지 이야기한 다음 순간,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를 얼어붙게 만드는 듯한 한기가 공간을 지배했다.

그리고, 허공의 틈새를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늘색의 드레스를 걸친, 푸른 머리의 고귀해 보이는 여성.

머리에 돋아난 뿔, 그리고 살갗에 보이는 비늘. 머리카락과 마찬가지로 마치 심해의 바닷물과 같은 푸른 꼬리.

그 모든 것이, 눈앞의 존재가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생명체라는 사실을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드래곤...!?"

"어째서 드래곤이 아카데미에...!?"

모여있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드래곤을 눈앞에 두고 공포에 질리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교수들은 신중하게 자세를 낮추고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녀가 혹시라도 적의를 품고 나타난 것이라면, 그 순간 여기 있는 인간들의 절반 이상이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버렸을 테니까.

"정적의 냉기. `아나티스`님."

마법 학과의 교수가 그 정체를 알아채고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자, 아나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푸른 눈동자를 그녀에게 향한다.

"아카데미는 인간들이 세계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많은 학문을 탐구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것을 대가로 힘이 집중되는 것을 나와 계약을 통해 만들어진 기관이다. 허나 12의 원로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이곳을 자신들의 욕망을 해결하기 위한 장소로 바꾸어왔다. 그러므로, 그들과의 계약은 파기되었고. 나를 배신한 이들은, 영원히 녹지 않는 얼음 속에서 받아야 할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아나티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라일라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 손은 마치 얼음, 아니 얼음보다도 훨씬 차가웠다. 마치 그녀의 몸에는 온기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그 냉기에 닿은 라일라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하지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침을 삼키면서도 표정의 변화를 지운다.

"이 인간의 아이는 나를 도왔을 뿐이다. 내 오랜 친구와 함께 말이다."

아나티스의 말이 이번에는 다른 이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는 즉, 라일라 플레임워치를 자신이 보호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다섯 용 중 일각이며, 아카데미의 창립과도 관련이 있는 용. 아나티스의 친구라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용일 가능성이 컸다.

즉, 현재 라일라에게는 두 마리의 용이 동시에 붙어 그녀를 비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물론 다른 이들은 알 수 없었지만, 그 나머지 한 마리라는 것이 바로 절멸의 폭풍 `루티오스`.

현재는 행복의 바람이라는 이름의 가명으로 시골구석의 모험가 도시에서 길드 마스터를 하고 있는 소녀 모습을 취한 드래곤이다.

루티오스 역시 아카데미에 좋은 감정은 없었다. 알베인을 납치하기 위해서 집행과를 파견하고, 그 집행과는 자신과 길드 직원들의 과거를 가지고 길드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했었다.

그러므로, 레티오스로부터 받은 용의 반지를 계기로 다른 용들과도 화해할 겸, 아나티스에게 아카데미의 현재 상황을 알리고 그녀를 도와 12의 원로들을 숙청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아나티스 역시 다른 용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귀찮은 일은 전부 인간들에게 맡기고 자신의 동굴에서 연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드래곤이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 둔 계약 하에 인간들이 멋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2의 원로는 없어졌다. 마음 같아선, 그들의 지배가 뿌리내린 이 아카데미 자체도 없는 것으로 만들고 싶다만. 너희들 모두를 하나로 싸잡아 취급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지..."

아나티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손가락을 들어 학생과 교사들을 가리켰다.

"정적의 냉기가 여기서 선언하마. 너희들 인간들은 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 누구도 이 아카데미의 정점에 설 권리가 없는 존재이다. 하나같이 무력하고, 미약하며, 지식이 부족한 미물들이다."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공간 내부에 울린다. 너무나도 오만한 발언이지만, 그 발언에 항의할 수 있는 인간은 이 공간에 없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와도 같은 냉기가 학생들과 교사 전부를 덮친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서 이곳을 가꾸어 나가고 유지해라. 이것은 새로운 계약이다. 너희들을 포함하여 이 학교의 누군가가, 이 장소에 대해 지배나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12의 원로들과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이다."

용의 마력이 담긴 목소리로서, 아카데미의 인물들 전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맹약­ 기어스가 실행된다.

이내, 마력이 잠잠해지면 몸을 얼어붙게 만들던 냉기 역시 사라지고, 모두가 황당해하는 얼굴로 아나티스를 바라보았다.

"... 이것으로 경고는 충분하겠지. 이런 쓸모없는 범인 찾기 따위에 시간을 쏟을 바에 한 권의 책을 더 읽고, 일 초의 경험을 더 쌓아라."

아나티스는 그렇게 말하며,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몸을 돌려,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의 틈을 열어젖힌다.

그리고, 라일라를 슬쩍 돌아보며,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었다.

[루티오스가 말했던 그 인간…. 그것도 계약의 일부이니라. 이쪽이 준비되면 찾아간다고 전해두도록]

라일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미안 클레온. 멋대로 약속이 잡힌 것 같아. 같은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그 자리가 수습된 것 같으면, 라일라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튕겨 자신의 자리 위에 걸려있던 마법 학과의 휘장을 불태우는 것이었다.

"무, 무슨 짓을!"

다른 과의 수석이 목소리를 올리자, 라일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한다.

"수석이라는 이유가 누군가의 위에 설 자격이라는 건 이상하지 않아? 이런 거창한 휘장을 걸고, 꼭꼭 숨어서 언제까지나 비밀의 회의 같은 걸 할 생각이야? 원로들과 다를 바가 없는걸."

그 말에 다시 한번, 공간에 침묵이 돌면, 정치학과의 학생이 일어서 스스로의 학과의 휘장을 잡아 뜯었다.

"네 말대로다. 라일라 플레임워치. 새로운 질서가 세워진다면 거기에 따라야겠지."

"...의외인걸. 당신이 가장 먼저 일어서다니."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는 `훗`하고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게 정치다."

"그럴지도."

001

그렇게, 무사히 라일라가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루티오스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를 전달받은 일행들이 그녀를 맞이한다.

쿠온은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어 라일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냐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의 안위를 가장 신경 써야 할 이니스는.

"에이, 마스터라면 거기 있는 인간들을 전부 재로 만들어도 남는데요 뭘. 기다리면서 파파랑 떡이나 치고 있죠!"

같은 말을 해서 지하 공방에서 반성 중이다.

현관까지 뛰쳐나가서 라일라를 맞이하는 쿠온과, 자신을 안아온 그녀의 가슴에 얼굴이 짓눌려 괴로워하는 라일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샤. 그리고 거실에서 빼꼼 고개만을 내민 채 조심스러워하는 루티와 페르디아.

그리고­

"라일라."

쿠온의 뒤에서 걸어와, 라일라에게 다가온 클레온. 클레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라일라가 쿠온의 등을 쳐서 겨우 그녀의 구속에서 풀려난다.

푸하아, 하고 숨을 내쉰 뒤,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며 클레온을 바라봤다.

"응."

그리고는, 짧게 대답하는 것이다. 무슨 일이냐는 듯이.

"하고 싶은 일을 한 거지."

"물론이야."

"후회는 없는 거고."

"있을 리가 없지."

"그게, 네 복수인가?"

"응."

클레온은 라일라의 대답을 듣고 잠시 눈을 감았다.

자신을 시작해서, 루베라, 그리고 라일라까지.

스스로의 복수를 끝마쳤다, 이들에게 후회는 없었다.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는 감상이 더욱 컸다.

그리고, 한동안은 허무감을 느꼈다.

라일라의 대답이 지나치게 짧은 이유를, 클레온은 알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두 가지의 감정이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한가지는 복수를 마친 것. 자신의 할아버지가 가꾸었던 지식의 정원이었던 아카데미를 권력 싸움의 터로 바꾸고, 그를 모욕하고.

집행과라는 이름 밑에 학생들을 모아 사병으로 부리다가, 그것을 검은 교전에게 빼앗기고. 그 과정에서 베아트릭스를 다치게 한 12명의 원로에게 응보의 결말을 선물한 것에 대한, 기쁨, 희열. 그리고 만족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 복수를 달성함으로써 찾아온 허무함이었다.

복수는 맹렬한 화염과도 같아서,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스스로를 불살라 타오르지만.

목적이자 원동력이었던 복수가 끝이 나면, 꺼져버린 불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어쩔 수 없이 가슴에 텅 빈 느낌이 찾아온다.

클레온도, 루베라도. 이것을 곁에 있어 주는 존재들에 의해 채울 수 있었다.

"... ..."

클레온의 손이 뻗어와 라일라의 머리 위에 얹힌다.

여성의 머리를 함부로 쓰다듬는 것은 매너 위반이라고, 이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지만.

지금만큼은, 그녀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뭐, 뭐야…. 머리카락 흐트러진다구…."

라일라는 그런 클레온의 손에 자기 손을 얹지만, 그런데도 치우려고는 하지 않았다.

잠시, 그 커다란 손을 느끼다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이 대답한다.

"뭐어…. 하지만. 오늘은 괜찮아."

"그, 그럼 저도!"

"뭐야? 다 같이 라일라를 쓰다듬어 주는 거야? 그럼 나도~"

사샤와 루티가 달려들려고 하는 것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내쫓았지만 말이다.

002

[zzz...]

클레온의 허리춤에서 들려오는, 잠들어버린 성검의 조용한 숨소리.

"그럼…. 이걸로 완료려나."

아카데미에 새로운 계약이 만들어진 날로부터 이틀.

아카데미를 떠나기 위한 모든 채비를 마친 일행은 길었던 라일라의 저택에서의 생활과 작별을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곳이 완전히 비는 것은 아니었다.

"꼭 연락하고! 몸조심 하고! 파파랑도 사이좋게 지내야 해! 마스터!"

하우스메이드를 겸하는 라일라의 호문클루스, 이니스는 그녀의 주인이 아카데미를 떠나는 동안 이곳을 지키는 것이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되면 그녀와 같이 헬리스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리고, 또 한명.

"베아. 정말 같이 안 가도 되겠어?"

"응. 물론, 선배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몇 년 동안이나 마법 학과의 수업이 밀려 있는걸. 선배에게 도움이 되려면 역시 라일라를 따라잡는 것부터 해야겠지."

베아트릭스는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을 바라본다.

"...선배 덕분에, 저는 제 친구와 함께 끝없는 어둠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반드시, 선배의 자랑스러운 후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그러니까, 헤어지기 전에 포옹해도 될까요?"

베아트릭스가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마치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클레온의 감촉을 잊지 않겠다는 듯이 와락! 하고 안기는 것이었다.

조금 길었던 포옹이 끝나면, 쿠온이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표한다.

"어라? 성학과의 모두는?"

"송별회라면 어제 이미 끝냈어. 괜히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건 싫으니까 오지 말라고 했거든."

"그렇구나…. 모두 섭섭해했겠지?"

쿠온의 말에 클레온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린다.

"파이루와 루즈리가 임신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강사님?"

"치사해요! 저희랑은 안 해주면서 왜 그 두 사람만!"

"소문에 따르면 리오메스 수석이랑도..."

헤어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라면서 달려드는 학생들을 밀어내며, 어떻게든 바지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강사님. 저는 강사님이라는 친구를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같은 금발벽안 페티쉬를 가진... 영혼의 친구인 클레온 강사님을..."

"다음에는 저도 금발로 염색하고 찾아뵐까요…? 후후 농담이에요."

데미스와 리오메스 남매와도 무사히 인사를 마친 것이었다.

사샤는 친구들로부터 건네받은 화살촉 목걸이를 목에 건 채 훌쩍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직 조금은 학교생활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녀만 괜찮다면 이곳에 남는 것도 문제없다고 했지만, 클레온과 헤어지는 쪽이 더 싫다면서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학교를 떠나는 또 한 명의 학생.

"모두! 다행이야, 아직 출발하지 않아서."

제복을 벗어 던진 채, 움직이기 편한 복장으로 나타난 것은 `아루루 트로메이아`.

"시종들은 먼저 보냈어. 나는 클레온이랑 같이 가고 싶어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금발을 쓸어넘기며 클레온에게 가까이 간다.

이야기를 들으면,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호출이 있었다는 듯하고, 곧 방학이 시작될 시기이니 조금 빠르게 왕도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걸로 또 한동안은 같이 있을 수 있네. 클레온."

그렇게 이야기하며 클레온과 팔짱을 끼려고 하는 아루루를 라일라가 제지한다.

"잠깐잠깐. 물론 왕도에서 지낼 곳을 제공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슬슬 출발해야 하니까 너무 달라붙지 말고."

"라일라. 오른쪽이 비니까. 그쪽을 써."

하지만 아루루는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라일라는 잠시 큭... 하고 당황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클레온의 오른쪽으로 달라붙었다.

"뭐 하는 거야. 두 사람 다…."

그런 아루루와 라일라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쿠온. 사샤는 클레온의 뒤로 돌아가려다가, 쿠온의 말에 움직임을 멈추고 머리를 긁적인다.

"... 슬슬 마차에 타자. 루베라와 이오나를 이 이상 기다리게 할 수 없으니까."

한발 먼저 왕도로 돌아간 이오나는, 루베라와 함께 왕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꽤나 애를 먹고 있는 듯했다.

이제 더는 정보기관의 기사가 아니니까 왕국을 위해 헌신할 필요는 없는 그녀였지만.

역시, 루베라를 혼자 둘 수는 없는 듯했다.

일행은 각자의 작별 인사를 마치고, 왕도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싣는다.

뒤쪽에서 손을 흔드는 베아트릭스와 이니스에게서 서서히 멀어져 가며.

그와 동시에 아카데미의 경치도 창밖을 스쳐 지나간다.

"좋은 곳이었어."

클레온이 무심코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의 정면에 앉아있던 라일라가 두 눈을 깜빡인다.

그러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더 좋은 곳이 될 거야."

여름의 날을 비추는 환한 태양과 비교하더라도 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산들바람과 같이 상쾌하면서도 홀가분한.

사랑스러운 소녀의 솔직한 미소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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