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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34화 (134/506)

〈 134화 〉 [4부] 초대

* * *

000

무사히 왕국의 검문소를 통과한, 일행을 태운 마차는 왕국 수도의 잘 정비된 커다란 도로를 거침없이 지나간다.

사람들은 애초에 도로의 위를 걸어가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날 위험도 적고. 그저, 화려한 마차가 지나갈 때마다 귀족님이 지나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개를 숙여오는 것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면, 열 살도 되지 않는 소녀와 클레온의 눈이 마주쳤다. 클레온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오는 소녀에게 답하듯이 마주 손을 흔들어 줄까 고민하면서 팔을 들어 올리지만­

"그만둬"

뭐 하는 거냐는 듯 라일라가 제지하자 멋쩍하게 손을 멈추고 머리를 긁적였다.

"왜. 괜찮아. 장래에 클레온 트로메이아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때, 옆에서 말해오는 아루루, 라일라는 그런 아루루를 보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민들이 손을 흔들 때 답해주는 건 왕국의 가신이거나, 귀족 가문의 인물뿐. 어느 한쪽도 아닌 인물이, 마차에서 바깥의 인물에게 손을 흔드는 건 둘 중 하나를 사칭하는 걸로 취급받아."

"그리고. 귀족 사칭 죄, 혹은 공무집행 자 사칭죄는 이 나라에서도 꽤 엄벌로 다루고 있지. 이 도로에는 그런 걸 하나하나 검사 할 수 있는 마법이 깔려있기도 하고."

라일라의 설명에 부연 설명을 하듯 이야기해 오는 아루루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손을 내리고 조용히 말한다.

"전혀 괜찮지 않았잖아…."

그러자 아루루는 문제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클레온에게 대답한다.

"뭐. 엄벌이라고 하더라도 귀족이 허락한 상태라면 그렇게까지 큰 벌은 주지 않아. 기껏해야 벌금 정도?"

"버, 벌금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범법인 거군요…."

사샤의 대답에 라일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많은 시민이 마차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귀족들과 부호들이 알량한 자기만족을 위해서 만들어낸 웃기지도 않은 법이야. 바깥의 인간 중에서 진심으로 귀족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이들은 적을걸."

"...그건 또 무슨­"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다시 한번 아루루가 대답한다.

"왕국 법에 따라, 도로 위를 달리는 마차의 등급이 4성 이상일 경우 평민은 그 마차를 향해 예를 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꽤 어설프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법이었다.

"어이가 없지? 귀족 가문의 문양이 없더라도 마차의 질이 높으면 그것만으로도 인사를 해야 하는 거야. 원래는 귀족들이 제창한 법이었지만, 거기에 그들의 후원자들인 부호들­ 예를 들면 막대한 부를 쌓은 상인들이라던 가가 숟가락을 얹어서 완성한 법이지."

"대체 어떤 녀석들이 그런 바보 같은 법을 만드는 거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루루도 라일라도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창 바깥­ 거리에서도 잘 보이는 왕도의 중심. 왕궁을 살핀다.

"바로 저기에 사는 녀석들이지."

001

마차가 멈춘 것은, 왕도 내에서 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호화주택가와, 일반 평민들이 사는 평범한 주택가의 애매한 경계선의 위에 있는 아담한 크기의 저택이었다.

크기로 보자면 라일라의 저택이나, 엘레시아에서 무단으로 사용했던 저택과 비교해도 상당히 작은 편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일반 평민의 가정집과 비교하면 그것보다는 큰 편으로, 저택이 위치한 곳과 마찬가지로 어중간한 크기의 건물이다.

클레온과 일행이 마차에서 멈추면, 저택의 현관에서 걸어 나온 일곱 명 정도의 시종들이 꾸벅 허리를 숙이며 아루루를 향해 인사를 해 왔다.

"아루루님. 그리고, 클레온님. 어서 오십시오. `팔라나티아의 관`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팔라나티아의 관?"

클레온이 처음 듣는 이름에 아루루를 바라보며 이야기하자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응. 원래 이곳은 팔라나티아씨... 라는 어머니와 알던 사이였던 분이 거주하던 곳이었는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전쟁영웅이지만 그 신분은 평민이었어. 하지만 팔라나티아씨는 전쟁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돌아가셨는데. 가족이 아무도 없었던 그녀가 어머니께 이 저택과 자기 남은 재산을 넘겨주셨다고 해."

"헤에..."

클레온의 반응에 라일라는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팔라나티아는 꽤 유명한 인물이니까 기억해 둬. 여성이면서도 검과 방패를 들고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용사도, 성녀도 아닌 어디까지나 일반 모험가의 몸으로, 징병 되지 않은 평민들의 부대인 `의용대`를 이끌고 싸웠던 인물이니까. 왕국에서도 그 공적을 인정하고 있어서 전쟁이 끝난 뒤에는 귀족 지위를 내려줄 생각도 있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고 해. 이 저택이 이런 곳에 있는 것도. 전쟁이 끝난 후에는 평민들의 수호자를 자처했기 때문이야."

"훌륭한 사람인걸. 성검이 없더라도 충분히 용사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야…. 하지만 그런 인물이 살았던 저택에서 우리가 지내도 되는 건가?"

그렇게 클레온이 대답하자, 아루루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택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물론이야. 팔라나티아씨의 유언으로, 혹시라도 트로메이아 가문이 모험가들을 대접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녀의 저택에서 머물도록 하는 것이, 유산을 상속하는 조건이라는 것 같아. 방위 대신이 가주인 가문의 이름으로 모험가들이 불려온다는 건, 왕국에 어떤 위협이 닥쳐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귀족에게도, 심지어 평민들에게도. 용병의 일종으로 취급받으며 푸대접받기 쉬운 직종인 모험가들을 위해서 자신의 저택을 맡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녀의 사려가 꽤 깊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모험가는 귀족이 아닌 평민이고, 그중에서도 노숙을 반복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니 혹시라도 귀족 거리에 보이는 엄청난 호화저택에 들어가도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끼면서 지낼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생활의 양식이 맞지 않는 귀족들과 한 건물에서 지내며 갈등을 쌓는 것 보다, 적당하게 넓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며 귀족들과 쓸데없는 부딪힘, 어긋남을 만들지 않도록 한 것이었다.

"여러분들께서 지내실 수 있도록 가구나 방의 정리는 모두 완료되어 있습니다. 이 저택에서 지내는 동안, 저택의 관리는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청소부터 세탁. 그리고 허락하신다면 요리까지. 클레온의 일행분들이 이 왕도에서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시라는 것이 트로메이아 부인의 지시입니다. 매일 아침 이 저택으로 출근하여, 저녁에 퇴근하게 될 것입니다."

그 말에 쿠온과 사샤가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 된다. 이 작은 저택에 일곱 명이나 되는 시종을 붙여 놓는 스케일의 커다람 때문이었다.

"아­ 미안한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클레온은 약간의 부담을 느끼고 메이드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라일라가 그런 클레온을 막아 세웠다.

"알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저희가 거주하는 개인 공간­ 그러니까, 각자의 방에는 되도록 들어오지 말 것. 특히 저는 마법사니까, 제 방을 공방처럼 꾸밀 거예요. 혹시라도 들어와서 무언가 배치를 바꾸면 뒤 일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메이드들은 `알겠습니다.`라고 깍듯이 예의 바르게 대답한다.

"어이 라일라."

"...아루루. 저 메이드들, 트로메이아 가문의 일반적인 시종이 아닌 거지."

라일라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 트로메이아 가문의 배틀메이드(전투 시종). 어머니가 직접 고용하여 데리고 있는 사병부대에 가까워."

"감시라고 생각하면 될까?"

라일라의 필터를 거치지 않는 직접적인 표현에 클레온은 살짝 당황하지만, 오히려 아루루는 동요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한다.

라일라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의심은 있었고. 아루루는 그런 의심을 지워주기 위해서 솔직하게, 자신을 꾸미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험악한게 아니야. 어머니는 정말로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니까 조금이라도 안전을 꾀하려고 하시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줘."

라일라는 그런 아루루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뭐. 아루루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미안, 나도 예민하게 굴어서."

"당연한 의심이라고 생각해. 왕국 귀족들의 평가를 생각한다면 말이야…."

어떻게든 큰일로 번지지 않고 잘 수습된 분위기. 다른 이들은 그런 광경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저택에 들어가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문득, 클레온은 한가지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는 듯이 아루루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보니. 어째서 방위 대신이 퍼시스 경이 아닌, 그 부인인 트로메이아 부인께서 우리들을 부른 거지? 왕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원래는 방위 대신 퍼시스 경의 일이지 않나?"

아루루는 클레온의 질문에 볼을 긁적이며 쓴웃음을 짓는다. 아무래도 여기서 할 만한 대화는 아닌듯했다.

"그건…. 어머님께 직접 듣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아무래도 조금 비밀스러운 일이거든."

그러한 애매모호한 대답에 클레온은 여전히 남는 의문을 가지지만,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의 안에 발을 들였다.

각자의 생활 공간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딱 알맞은 수준의 넓이.

그리고 현관을 지나면 보이는 거실에는, 벽에 걸려 있는 한 여성의 초상화가 눈에 띄는 것이었다.

주황색의 머리를 지닌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으로, 금빛의 눈은 그림에서도 반짝임이 느껴질 정도로 찬란했다.

아마 20대 정도의 나이겠지.

"이 그림에 그러진 인물이... 팔라나티아?"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죽기 직전의 모습을 그렸다고 해. 그녀를 기리기 위해 어머니께서 궁중 화가에게 부탁했다나 봐."

"그런가."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초상화에 담겨 있는 약간의 마력을 느끼고, 그림이 담겨 있는 액자에 손을 올린다.

"... 잠시 신세 좀 지도록 하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도, 누군가의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까의 이야기를 들은 바에 의하면, 그녀는 누구에게라도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었다.

왕도에서의 일에서 일행들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섞인 기도에 가까운 인사였다.

"모두, 짐을 풀고 나면 저녁에는 트로메이아 저택으로 와 줘. 어머님의 초대야."

"...또 정장을 입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

클레온은 여전히 정장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지만, 아루루는 그런 클레온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 짓는다.

"후후. 최대한 멋들어지게 차려입고 와 줘."

002

클레온을 포함한 일행 네 명은, 각자 최대한으로 예의를 갖춘 복장을 하고. 그들을 안내하기 위해 찾아온 시종의 뒤를 따라 귀족의 주택가를 걷는다.

양옆을 지나가는 인물들은 모두 귀족들이었지만, 대부분의 남성은 쿠온의 살짝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 차림을 보면서 놀란 듯이 일행을 바라본다.

쿠온은 그런 시선이 부담된다는 듯 어떻게든 몸의 라인을 가리려고 하고, 라일라가 그녀의 옆에 서서 마치 호위라도 하듯이 그녀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가리려 하지만.

역시 터무니없이 면적이 부족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샤는 주변의 커다란 건물들의 나열에 커진 눈이 작아지지 못한 상태였다.

귀족들의 저택은 하나같이 거대해서, 아카데미에서 지냈던 라일라의 저택이 있던 수석, 귀족 자제들의 주택가보다도 훨씬 커다란 저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귀, 귀족분들의 집은 정말 커다랗네요…. 이런 저택이 4채만 있어도 제가 살던 산속의 마을과 비슷한 크기일 것 같아요."

"저택의 커다람은 결국 귀족의 재력의 상징과도 같은 거니까. 귀족과 평민의 인구 차이는 10배. 그런데도, 왕도에서 평민과 귀족이 차지하는 땅의 비율은 거의 같다고 할 정도야."

라일라의 설명에 클레온은 살짝 질린 듯이 대답했다.

"공간의 낭비군."

그런 시답잖은 대화를 하면서 걷다 보면, 주택가에서도 가장 커다란 저택의 앞에서 안내 시종인의 발이 멈춰 섰다.

그 앞에는 이전에 보았던 붉은 드레스를 몸에 걸친 아루루가 클레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공작가 영애가 직접 마중을 나와주다니. 영광인걸."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루루는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지으며 클레온에게 대답했다.

"어머님이 얌전히 기다리라고 했는데. 괜히 안절부절못하게 돼서 말이야.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오랜만에 본 서로의 정장 차림에 클레온과 아루루가 첫인사에서 더는 말을 이어나가지 못한다. 아카데미에서 느꼈던 약간의 낯간지러운 조용함이 다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면­

"빨리 들어오시죠. 아루루님. 그리고, 클레온."

오랜만에 클레온의 귀에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

그쪽을 향해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면.

저택의 정문 앞에서 뭐 하는 것이냐는 듯, 얼굴을 찌푸린 흑발 흑안의 여성.

클레온과 함께, 이 세상에 남은 몇 안 되는 흑마의 일족의 마검사.

몸에 걸친 것은 이전의 우드녹커 가문의 시종 복 보다도 더욱더 프릴이나 하얀 부분이 많아진 메이드 복.

이전, 클레온과 함께 절계수 슈라드셀을 막기 위해 탈체크와 싸웠던 소녀. 루베라였다.

"여전히 틱틱거리는 걸. 루베라."

"...흥. 부인께서 기다리십니다."

클레온이 어느 정도 반가운 의사를 담아 인사를 건네지만, 루베라는 잠시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린다.

"혹시 사이 안 좋아?"

아루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003

정문을 통과해 길었던 정원을 지나, 저택의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엄청나게 커다란 저택의 넓이와는 다르게 그렇게까지 호화롭게 꾸며지지는 않은 저택의 내부가 보였다.

그야말로 실용적이면서도 보기에 적적하지 않을 정도로만 배치된 장식들.

그리고, 디자인 자체는 수수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재질의 벽이나 천장.

이 저택을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트로메이아 부인의 성격이 느껴져 왔다.

"잘 오셨습니다. 모험가 클레온. 그리고, 그 일행 여러분. 저는 이 저택의 안주인이자, 아루루의 어미되는 자. `오렐리아 트로메이아`라고 합니다."

그녀 역시 손님들을 맞이하기에 충분히 예의를 갖춘, 정숙한 드레스의 모습이었다.

한 아이의 어머니­ 그것도, 클레온과 비슷한 나이의 딸을 가진 여성이라고 보기에는 믿기기 힘들 정도로.

아직 30대나 20대 후반이라고 하여도 믿어지는 외모는 어딘가 아루루와 닮았으면서도 조금 더 여성스러운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눈빛만큼은 아루루 보다도 더욱 날카로웠으며, 얼굴에 미소를 띠었음에도 마치 자신들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에 클레온은 침을 삼킨다.

브레이디드 번의 금발과 맑고 투명한 푸른 눈은 귀족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레시아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루루와 마찬가지로, 강인한 황금색의 빛을 품은 여성이다.

"...클레온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렐리아님."

클레온이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마찬가지로 예의를 갖춰 인사해 오자,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여러분들과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아카데미에서 저의 딸을 구해준 일. 그리고­ 이 왕도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클레온이 농담과 비슷하게 이야기하자, 오렐리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지루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네요. 자. 우선은 식사를 대접해드려야겠죠.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오렐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시종들과 함께 일행을 선도한다.

"...휴우. 잘했어 클레온.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것 같네."

뒤쪽에서 한숨을 내쉰 라일라가 클레온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녀를 앞에 두자마자 긴장을 느낀 클레온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루루. 오렐리아님은 평소에도 저런 분이 신가?"

그러자 아루루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조금 엄하신 분이긴 하지만, 융통성은 귀족 중에서도 제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긴장하지 마."

"아루루. 저택의 복도에서 잡담하는 것은 공작가의 여성으로서­"

"죄, 죄송해요!"

모험가인 클레온들은 용인하지만, 자기 딸인 아루루에게는 귀족으로서의 본분을 지킬 것을 당부하는 그녀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클레온과 일행은 약간의 걱정을 느끼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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