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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36화 (136/506)

〈 136화 〉 성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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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프린세스. 왕도에서는 대대로 전설처럼 내려져 오고 있는 신비의 존재로, 악마를 멸하는 망치를 휘두르는 성스러운 힘을 발휘하여 싸우는 전사.

순백의 갑주를 두르고, 광륜이 떠오른 찬란한 빛을 흩뿌리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소녀.

수백 년에 이르는 왕국의 역사 속에서도 그들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악마, 마물, 마왕, 마신에 의한 위협이 왕도에 다가올 때마다 그들은 달밤 속에 홀연히 나타나 그들과 싸운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어째서 왕도인가. 어째서 소녀의 모습을 가진 것인가. 어째서 긴 시간 속에서도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인가.

그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진정한 해답을 가지지 못했다.

오랜 세월, 그들의 싸움을 옆에서 보조해 온 고대의 일족을 제외한다면.

오렐리아 트로메이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 일족의 후예로서, 세인트 프린세스로써 선택된 왕녀 아멜리아를 그녀의 선대­ 즉, 그녀의 어머니 대로부터 보조해왔다.

비록 아멜리아의 어머니는 친족의 쿠데타 계획에 의해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 되었지만, 왕녀만큼은 지켜내기 위해 오렐리아는 어떤 수라도 쓸 각오가 되어 있었다.

본래라면, 세인트 프린세스는 위협을 잠재운 뒤 다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다음의 위협이 나타날 때까지는 그 존재를 감춘다.

그 기간은 짧다면 수십 년, 길다면 백 년에 가까이 긴 시간을 둔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수년 만에, 다시 한번 세인트 프린세스의 힘이 있어야 하는 일이 왕도 내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제국과의 싸움에서 왕도를 지키기 위해 비밀리에 싸웠던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왕도 내를 좀먹고 있는 뒷골목의 악마 숭배자들과 싸우는 아멜리아.

하지만, 지금의 세인트 프린세스의 힘은 완전하지 못하다. 아멜리아는 그 힘을 전부 발휘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리다.

그렇기에, 오렐리아는 그녀를 지키기 위한 방패막이를 준비한다.

그녀가 진정한 왕도의 수호자이자, 인류의 수호자로 거듭날 수 있을 때까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설령 그를 위해 필요한 힘이 성스러운 힘과는 반대되는 흑마력의 사용자들.

마검을 휘두르는 마검사들이라고 할지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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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왕녀 아멜리아와 당신의 시종들이 왕도를 악마들로부터 지키고 있다는 것이군요."

클레온은 오렐리아로부터 그런 뒷사정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오나로부터 루베라가 왕도의 악마와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지만, 설마 그런 뒷사정이 있었을 줄이야.

"흥미로운 이야기이긴 하네요. 왕도도 아카데미처럼 영맥이 흐르는 곳 위에 세워진 도시. 강력한 힘을 품은 땅에서는 언제나 그를 지키기 위한 수호자가 나타난다는 전승이 있는데. 그것의 일종일까..."

라일라는 학술적인 부분에서 전설에 대해 접근하여 분석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악마와 관련된 일이라면 성자의 가호 교단이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일일 텐데... 어째서…."

"교단에서는 아직 제대로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금의 왕도 내의 교단원들에게는 어딘가 믿지 못할 구석이 많기 때문이죠."

쿠온의 의문에 대답하려는 듯, 오렐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녀 역시, 교단이 제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사실이 골치 아픈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멜리아 왕녀는 타인보다도 악의적인 마력의 흐름을 파악하기 쉬운 민감한 체질로 태어났습니다. 덕분에 저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를 혼자서 알아내고 그것을 조사하려 하고 있었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녀는 본래 타인과는 접촉할 수 없는 몸입니다. 그녀가 알아낸 정보를 제가 교단에 넘긴다 한들, 교단에서는 정보의 진위와 출처를 알아내려 할 테니까요."

"교단은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인재를 반드시 포섭하려 하니까."

라일라는 오렐리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맞습니다. 교단이 순수하게 선의로 이루어진 집단이라면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몇 년 전, 선대 교황인 에멜레우스 3세가 암살당한 것이 교단을 불신하게 된 원인입니다."

"아, 암살...!? 에멜레우스님은 자연스럽게 승천하셨다고…."

쿠온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가 오렐리아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놀랍다는 듯이 입을 가리고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에멜레우스 3세는 귀족 출신의 교단의 교황이었지만 평민과 귀족을 차별하지 않고 누구라도 교단의 교리에 따라 교화할 수 있으며 어떤 인간이더라도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을 주장하며, 극히 용서받을 수 없는 전쟁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제외하면 그 제국인들마저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인물이었다.

당시 그의 그런 교화정책에 따라 목숨을 건진 제국인들도 수없이 많으며, 흑마의 일족 역시 알게 모르게 그 수혜를 입고, 다른 왕국인들의 눈을 피해서라도 용의 계곡으로 숨어들어 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왕국 내에서는 국왕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없을 정도로 큰 인망과 지지를 얻고 있었으며, 그야말로 `성인`(?人)의 표본으로서 교도들, 혹은 교도가 아니더라도 존경할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수 년 전, 지병이 없었음에도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었다. 쿠온은 당시에는 아직 성자의 가호 교단의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그런 인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교황 암살이라니, 꽤 큰 사건인데. 은폐되었다는 거군."

물론, 교도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을 뒤에서 감추고 자기들끼리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확실히 신뢰 문제에 관련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암살이라고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이득이 될만한 일이다. 이 경우, 편하게 생각한다면 교황­ 나아가서는 교단에 반대되는 세력.

사교도들이나, 악마숭배자와 같은 일반인들이라도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악의 축들이다.

"덕분에 에멜레우스 3세의 후계자인 에스카가 최초의 여성 교황으로서 지금까지 교단을 이끌어가고 있죠. 그녀 역시 선대에 뒤를 이어, 아니 그것을 더욱 발전시킨 듯한 교화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만."

"에스카라고 하면, 탈체크, 소피아와 더불어 용사 레시아의 동료였던 성녀…."

오렐리아를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클레온을 향했다.

"미안. 어릴 적에 본 이후에는 연락한 적이 없어."

클레온은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하자, 라일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조금 엇나가버렸군요. 어찌 되었든. 교단과의 협력은 현재는 조금 무리일 것 같습니다. 왕국의 병사도, 아루루와 같은 용사도 움직이게 된다면 시선을 너무나도 끌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모험가인 여러분의 힘이 필요한 것이죠."

오렐리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클레온이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그러고는, 그의 손에 자기 손을 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부탁입니다. 클레온. 부디, 아멜리아를…. 도와주세요. 그녀는 아직, 어둠과의 싸움을 겪기에는 너무나도 어립니다."

오렐리아는 친구로부터 부탁받은, 아멜리아의 장래와 안전.

그리고, 그녀를 지옥 같은 유폐생활에서 꺼내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과 죄책감.

그런 상황에서 찾아온, 또다시 왕도와 왕국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위험.

그녀가 조직한 사병대는 확실히 강력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그만큼, 상대하는 적들은 까다로운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클레온과 그 일행의 힘이 필요했다.

엘레시아에서의 절계수 사건, 그리고 아카데미에서의 사건을 거쳐 이미 실력은 증명된 상태.

거기에, 그가 찾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는다면 이해관계는 성립된다고 판단한 오렐리아는 이야기한다.

"루베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트리스 메기스토스라는 고대의 학자의 흔적을 찾고 있다고…."

확실히, 클레온은 마지막 편지를 나누었을 때 그런 이야기를 전달한 것을 기억해냈다.

"그의 이름이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고대의 기술 중에서 현대에도 사용되는 물건 중 대부분은 그가 발명한 것들이니까요. 왕도에서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도록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공작가의 도움이 있다면 가능성은 훨씬 커져. 어떻게 할래? 클레온.]

라일라는 오렐리아의 말을 듣고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면서 머릿속으로 말을 걸어왔다.

클레온은 잠시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가 사샤와 쿠온과 눈을 마주친다.

모두, 각자 생각하는 바가 있어, 이번 일에 의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파티가 부인의 의뢰를 받아서 아멜리아 왕녀를 돕도록 하겠습니다."

클레온이 그렇게 답하자 오렐리아는 클레온의 손을 꽉 쥐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안심한 듯한 얼굴의 그녀는, 아루루와 비슷할 정도로 아멜리아를 자기 딸처럼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 루베라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으로­"

오렐리아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 할 때였다.

"누군가 와 있는 건가?"

낯 선 남성의 목소리에 모두가 식당의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퍼시스와 비슷한 풍체를 가진, 금발 벽안의 남성이 서 있었다.

다만, 체격은 퍼시스보다 조금 작았고, 순수하면서도 연륜 있는 노장이라는 느낌이 풍겨오는 퍼시스와는 다르게 이쪽은 전형적인 책상머리에서 일하는 귀족의 인상이었다.

"세, 세토스. 어째서 이 시간에 이곳에…."

오렐리아는 당황한 눈치로 남자에게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흐음?`하고 눈을 게슴츠레 뜨더니 클레온과 시선을 마주쳤다.

"형님으로부터 부탁받은 서류를 가지러 왔습니다. 그런데 설마 형수님께서 남자를 집에 부르셨을 줄이야…!"

"작은아버지!"

아루루가 민감하게 반응하자, 세토스라 불린 남자­ 즉, 퍼시스의 동생인 그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하하하! 농담이다, 아루루. 형수님에게 한해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지. 그런가. 오늘이었나, 형님이 이야기하던 우리 귀여운 조카를 구해준 모험가가 온다는 것은."

세토스는 흥미롭다는 듯이 클레온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클레온이라고 했던가? 우리 조카가 신세를 많이 졌던 것 같군. 앞으로 가족이 될지도 모르니 잘 부탁하마. 나는 세토스 트로메이아. 방위 대신 퍼시스경의 동생이자, 그의 보좌를 맡고 있는 왕국의 가신이다."

세토스는 성큼성큼. 당당한 자세로 다가와 클레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클레온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어딘가 기시감을 느낀다.

이 얼굴, 이 모습. 어디선가. 본적이­

"음? 왜 그러지? 귀족과는 악수하지 않는 타입의 모험가인가?"

"아, 아닙니다."

클레온은 세토스가 의문을 느끼며 자신을 바라보자 멋쩍게 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했다.

"흐하하! 농담이야 농담! 하나 같이 유머라는 것을 모르는 군 그래!"

격하게 흔들리는 손의 감촉에서, 클레온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세토스는 자기 나름의 인사를 마치고 고개를 돌리다가. 쿠온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방금까지의 여유로웠던 미소가 얼굴에서 싸악 사라지더니,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세츠나...?"

자신도 모르게 입에 담은 그 이름에 반응한 것은, 당연하지만 쿠온이었다.

"...어째서, 제 작은어머니의 이름을."

"작은어머니? 너는, 세츠나의 조카인 건가?"

조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이 된 세토스는 `핫`하고 정신을 차리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아까와 같은 여유로운 표정을 보인다.

"그녀와는 이전에 왕도에서 만난 적이 있어서 말이다! 15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말이야!"

"... ..."

쿠온은 그런 세토스를 바라보다가 `그렇군요.`하고 짧게 대답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어떠한 가설이 세워진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클레온도 알 수 있었다.

"미안하군! 즐거운 식사 시간을 방해해서. 나는 이만 가볼 테니, 편히 있다 가시게. 아, 물론 이 저택은 내 저택이 아니지만 말이야! 흐하하!"

세토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식당을 떠나지만, 쿠온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얼굴로 그의 뒤를 눈으로 좇았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 속, 루베라가 헛기침을 한다.

"...우선. 식사가 준비된 것 같으니 들이도록 하겠습니다.

002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루베라는 어딘가로 사라졌었다.

클레온과 일행은 난생처음 보는 고급요리를 잔뜩 대접받은 결과 사샤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되었을 때쯤 슬슬 자신들의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철갑상어의 알이란 것도 먹을 수 있는 거였군요…."

중얼거리면서 바깥으로 나오는 사샤를 보며, 쿠온은 사샤가 그런 고급 음식 재료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금 걱정하는 것이었다.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공작부인."

"네. 오늘은 즐거웠습니다. 아루루도 클레온을 보고 싶어 할 테니, 언제든지 와 주세요."

오렐리아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루루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오지 않으면 내 쪽에서 갈 테니까."

그런 두 사람을 뒤로하며, 저택의 정문을 빠져나오면.

그곳에는, 루베라가 담벼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다.

"...루베라."

"드디어 나왔군요. 클레온."

그녀가 걸친 옷은 평소의 시종 옷이 아닌, 엘레시아를 떠났을 때 루티로부터 선물 받은 그녀의 사복이었다.

검은색의 페도라를 머리 위에 걸치고, 밤중에도 눈에 띄는 흰색의 프릴 달린 원피스는 그녀가 한 집의 시종이 아닌, 이 귀족 집안 중 어딘가의 아가씨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믿어질 만한 외모이다.

라일라와 다른 일행은 그런 루베라를 잠시 바라보더니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온. 갈라테아랑 칼리번 이쪽으로 줘."

쿠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갈라테아가 스스로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미안하지만. 클레온 외의 사람이 만지는 건 취미가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은 아직도 잠든 채인 칼리번을 손에 쥔다.

주변의 시선에 맞추어 복장을 검은색으로 뒤덮은 갈라테아는 클레온을 잠시 바라보더니 라일라와 쿠온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뭔데?"

"쌓인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 천천히 하고 와 주세요!"

"그런 거야. 뭐. 오랜만에 만난 거니까.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어."

라일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더니 나머지를 이끌고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 남은 루베라와 클레온은 서로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한 층 더, 여자들과 사이가 좋아진 것 같군요. 클레온."

루베라의 독설 아닌 독설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뭐. 알몸의 교제 이상의 것을 하고 있으니…."

"누가 들으면 이상한 사람인 줄 알 것 같네."

"이상한 사람 맞아요. 당신. 충분히."

그녀는 그렇게 하면서 한발 먼저 발걸음을 움직여 걸어간다.

"잠깐. 어디로 가는 거야?"

"글쎄요. 따라올 거면 따라오세요."

클레온은 그런 루베라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도, 그녀의 뒤를 따라 걷는다.

이미 달이 떠오른 왕도의 밤은, 아카데미와 비교하더라도 조용하였다.

아직 불이 켜진 저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불이 꺼진 상태여서, 어쩐지 밤길을 걷는 데에 소리를 내면 안 될 거 같은 기분이 된다.

"새로운 직장은 어때. 동료들도 많이 생겼지?"

"그렇네요. 당신의 동료만큼 특이한 인간들이죠. 직장은 어디든 똑같습니다. 적어도, 공공연히 스트레스 발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우드녹커 가문의 시종이었을 때보다는 낫네요."

"그런가. 그건 잘됐네."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루베라는 자신보다도 더한 인간 불신을 가진 인간이었다. 거기에 성격도 쉽게 솔직해지지 못한 타입. 다른 시종들과도 어울리지 못하지 않나 걱정한 것이지만.

지금 그녀의 말에서는 그런 느낌은 느껴지지 않았다.

"... 정말로?"

하지만, 루베라는 조용히 그렇게 중얼거린다.

"...응?"

"아무것도 아닙니다. 당신이 아멜리아와 만날 생각을 하니 조금 걱정될 뿐."

"어째서야…. 아무것도 안 한다고. 듣기로는 사샤보다도 어리다고 하던데."

"어떨는지요. 페르디아를 보면 당신의 그 가랑이 사이에 달린 물건이 반응하지 않을지 의심스럽네요."

"페르디아는…. 좀 반칙 같은 면이 있으니까…."

클레온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추한 변명이라고 생각하며 얼버무리자, 루베라는 코웃음을 치면서도 입꼬리를 올린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건데?"

"거의 다 왔습니다."

어느샌가 귀족 가문의 주택가에서 빠져나온 그들이 도착한 것은, 뒷골목의 입구와도 같은 부분이었다.

이 시간대에 이 이상, 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비무장 상태인 두 사람에게는 그리 추천되지 않았다.

맨손이라 하더라도 물론 시정잡배 따위에게 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루베라가 발걸음을 멈춘 것은, 그런 곳에 있는 주점. 다른 손님은 없는 것인지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셰이프 시프터`라고 적혀 있는 고급스러운 간판이 달린 것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잠깐이지만 아카데미에 있던 자신의 제자에 대해 떠올린다.

"술집…. 인가?"

"그럼 여관으로 보이나요? 자, 들어가죠."

딸랑…. 하고 울리는 입구에 달린 종의 소리.

안을 들여다보면, 은발의 은색 눈을 가진 여성이 조용히 컵을 닦다가, 손님의 방문에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루베라~. 남자를 데리고 오다니 무슨 일이야? 아 혹시, 그쪽이 늘 이야기 하던 클레온인가?"

"맞습니다. 늘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요."

"...반가워~ 나는 스스야. 이 주점의 여주인이고, 루베라와는 친구 같은 사이지."

"...클레온. 모험가입니다."

어째선지 존댓말을 하게 만드는 이 여성은, 흐물거리는 몸에서 손을 뻗어와 클레온의 손에 악수를 청한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내면, 무언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흐음­ 헤에­. 호오­."

스스는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그 형태를 무너트리고­

재구축된 모습을 보이면. 그곳에는 클레온이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하여 만든 가짜 신분 중 하나인 `레오나`의 모습을 한 스스가 있었다.

다만, 눈은 은색이라는 점이 달랐지만.

"특이하네. 스스로 여자 모습이 될 수 있구나. 클레온?"

"마, 마법으로 하는 겁니다. 그보다, 정말 셰이프 시프터였군요."

레오나는 절대 하지 않을법한 미소를 보여주며, 스스는 클레온과의 악수를 풀고 카운터 앞에 서서 술잔을 준비한다.

"희귀하지? 그래도 생각보다는 안 놀라네."

"아카데미에서 본 적이 있어서…."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스스는 눈을 크게 뜨더니 클레온에게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었다.

자신의 앞에 가까이 레오나의 얼굴이 다가오자, 이상한 느낌이 든다.

"아카데미! 혹시, 우리 딸을 만난 거려나? 성학과라는 과에 있는데­"

"... ... 얼마 전까지 그곳에서 임시로 강사를 했었습니다. 따님은 잘 지내고 있고요."

클레온의 대답을 듣자 스스는 단번에 텐션이 올라간 듯 클레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클레온은 그런 스스의 기세에 눌리면서도 어떻게든 대답을 해나간다.

그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면, 퍽 즐거운 남녀의 대화처럼 보였다.

얼굴에 그림자가 진 루베라는 조용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스스."

"응? 아아. 미안 루베라. 손님을 모셔놓고 내 얘기만 했네. 뭐로 줄까?"

루베라는 무표정하게 손가락을 들어, 전시된 술 중 하나를 가리킨다.

"그게 이 가게에서 가장 독한 술이랬죠?"

"아... 맞긴, 한데...?`

"저걸로 주시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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