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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37화 (137/506)

〈 137화 〉 루베라 ­취중 진담­ (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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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조명이 밝히는 술집의 안,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대부분이 뒷골목에 대한 호기심으로 발을 들이는 겁 없는 평민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인테리어는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입지에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었다.

마스터인 스스역시, 이런 술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 마스터가 아닌, 마치 귀족 영애와 같은 드레스를 차려입고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여성이다 보니, 그야말로 찾는 손님들이나 찾는 그런 중심에서 벗어난 가게.

스스 본인은 이야기를 듣는 것과 맘에 든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매출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리 상관하지 않지만, 덕분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들만이 찬장과 창고 안에 쌓여만 간다.

스스는 루베라가 가리킨 술­ `이프리트`라는 이름이 붙은 술과 루베라를 번갈아 보면서 곤란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음... 루베라? 내가 생각하기에 이 술은 루베라가 마시기에는 너무..."

확실히, 이프리트는 스스의 가게에 놓여있는 술 중에서도 가장 도수가 높은 술이었다. 원래는 인간들이 마시는 용으로 만들어진 술이 아니니까.

이프리트는 설원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화염의 정령석을 이용한 특수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술이다.

지금은 멸종해버린 그들의 유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술에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위한 이런저런 재료와 효능이 겸비되어 있으며, 평범한 인간들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나게 술에 강한 드워프들이 그야말로 취하기 위해 만들어낸 독주(??)였다.

루베라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모르기에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스스는 이프리트의 도수보다도 더욱 강한 독기를 품은 눈을 품은 루베라를 바라보며 그녀의 기분이 갑자기 나빠진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트로메이아 가문에 취직한 후에도 가끔 가게로 찾아와, 다른 곳에서는 풀 수 없는 일에 대한 푸념이나, 흑마의 일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가끔, 귀중한 미소를 보여주면서 이야기하는 클레온이라는 남성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면, 스스는 속으로 `아아.`하고 그녀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에 관해서 눈치챌 수 있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원액으로는 안 돼. 인간이 마시면 위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으니까."

스스가 그렇게 말하며, 이프리트를 꺼내 듦과 동시에, 다른 곳에 보관되어있던 푸른 병을 꺼내 들었다. 겉에 붙어 있는 것은 푸른 요정의 형태를 한 엠블럼이 장식된 포장지로,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물인지, 아니면 다른 술인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이프리트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정령석의 마력보다도 더욱 강력한 마력이, 그 병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클레온은 어디선가 그 병을 본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뿐만 아니라, 처음에 집어든 붉은 병. 이프리트 역시, 어디선가­.

"이건 일종의 해독주같은 건데…. 너무 강한 술을 마실 때 술과 섞어서 마시면 어느 정도 몸을 보호할 수 있어. 거기에, 술이 가는 효능을 강하게 이끌어낼 수 있어. 이름은 `운디네`. 이프리트와 마찬가지로 설원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물건이야. 그들은 다른 드워프들과 다르게 연금술과 정령술의 대가들이었지. 이 밖에도 `노움`이라던가 `실프`라던가, 자연계의 정령의 이름을 붙인 술들이 존재한다는데 그것들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네."

그렇게 말하면서 작은 글라스를 두 개 꺼내, 먼저 조심히 이프리트의 뚜껑을 개봉한다. 그러자,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덮쳐오는 강력한 알코올의 냄새에 클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코를 가리고, 루베라는 `윽...`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홧김에 도전하기에는 확실히, 인간을 죽일 수도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경고하는 듯했다.

그런 두 사람에 비해 스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병에서 흘러나오는 약간 적갈색의 색을 띤 아름다운 액체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인다.

그녀는 중증의 액체 페티쉬. 본인의 역체 역시 슬라임과 비슷한 액체와 고체의 중간 사이의 형태이기 때문인 걸까.

"이거…. 정말로 술인 건가…? 그냥 알코올 원액인 게…."

얼마 전, 아카데미에서 쿠온이 받아온 고급 와인과 비교하면 향도, 생긴 것도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이프리트를 바라보며 클레온이 그렇게 의문을 표하자, 루베라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지도 않으면서 이야기한다.

"...고급 저택에서 지내다 보니 잊었나 보군요. 모험가들이 원래 마시는 술이란 것도 싸고 빨리 취할 수 있도록 도수가 높다는 걸."

"아니, 그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쫄았습니까…?"

루베라의 말에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는 클레온. 평소라면 이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지는 않겠지만, 루베라의 사람의 신경을 살살 긁는 듯한 비웃는 표정, 그리고 자연스럽게 병에서 흘러나온 알코올이 만들어내는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 향기가 그의 자제력을 깎아내렸다.

두 사람이 그렇게 의미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스스는 이프리트의 병뚜껑을 닫고, 이번에는 운디네의 쪽을 열었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액체는 그야말로 투명. 흘러나오는 액체 사이로 뒤편에 무엇이 있는지 전부 알 수 있을 듯할 정도로 그냥 `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풍겨오는 향기는 그냥 물이 아닌 마치 과일주와 같은 산뜻하면서도 달짝지근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아까 따라낸 이프리트가 담겨있는 술에 운디네가 들어가자,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더라도 두 술이 품고 있는 마력 덕분에 마치 하나였다는 듯이 뒤섞이며 두 액체는 혼합된다.

그 모습은 라일라가 마법 시약을 만들 때 지켜보고 있던 마녀의 솥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현상이었다.

적갈색의 이프리트는, 투명한 운디네와 만나 하나가 되어 이제는 연한 구릿빛의 액체가 되어있었다.

"자. 완성. 아무리 도수를 약하게 했다지만 한 번에 마시지 말고."

스스가 그렇게 말하며 두 잔을 각각 클레온과 루베라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럼. 잠깐 두 사람끼리 있어 줘. 나는 조금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의 뒤쪽에 있는 문을 통해 들어가 버리는 스스. 클레온과 루베라는 잠시 그런 스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눈앞의 잔에 손을 가져갔다.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야?"

잔을 앞에 두고 조금은 냉정함을 되찾은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루베라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클레온을 향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술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별로. 화는 나지 않았는데요. 당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요?"

"일단은. 그야, 평소에도 이런 태도라고 한다면 직장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낼 순 없을 테니까."

그 말에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혹시 전에 보낸 편지에, 내가 뭐라도 잘못한 게 있는 건가?"

"... 어디에 보여주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문장 구성과 상대방을 적절하게 배려할 줄 아는 수준 높은 `근황 보고 편지`였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럼 어째서­"

클레온이 그렇게 말을 이어나가려 하자, 루베라는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끼워 넣었다.

"그렇게 이유를 찾는 것에 의미가 있나요?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상하고, 기분이 좋아지고 하는 법입니다. 당신 역시 그러하겠죠."

"확실히. 변덕스러운 것도 인간이지만,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다면 그걸 고칠 필요가 있으니까 물어보는 거야."

"그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렇겠지?"

"그렇다면 문제없군요. 당신의 주변에는 배려심 넘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으니. 당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신경 쓰면서 화를 내는 이상한 인간 따위. 저밖에 없을 테니까."

"... ..."

"자신의 성격이 이상하다는 것은 충분히 자각하고 있습니다. 뭐,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했던 것이겠죠. 지금의 직장은 전부 괴짜들 뿐이라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괴짜들과 잘 어울리고 있는 본인은 무엇이냐는 말입니다."

"...그야 괴짜겠지."

루베라의 눈빛이 찌릿하고, 클레온을 바라본다. 클레온은 그런 루베라를 바라보며 질문에 대답해 준 것뿐인데 어째서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런 대답을 그녀가 바란 것은 아니란 것을, 그도 어렴풋이는 알고 있었다.

이내, 루베라는 한숨을 내쉬면서 술을 내려다본다.

"...당신, 아직 왕도에서는 잠을 자지 못했죠."

"그야, 오늘 아침에 도착했으니까."

"이오나에게서 들었겠지만, 지금 이 왕도에서는 잠을 자면 음몽을 꾸고 정기를 흡수당한다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원흉은 당신들도 만난 적이 있는 붉은 머리의 하프 서큐버스. 뒷골목의 새로운 지배자 `이슈탈`."

"그 여자인가…."

아카데미에서 중요한 장면에 나타나 자신들을 방해했던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클레온은 인상을 구겼다.

"덕분에 저도 매일 밤을 설치는 중입니다. 밤마다 나타나는 누군가 씨 때문이죠."

"... ..."

"솔직히.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꿈을 떠올립니다. 전부 흐릿한 안개 속의 환상이지만. 당신은 분명히 그 꿈속에서는­"

루베라는 거기까지 말한 뒤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잔을 들어 술을 입술에 가져갔다.

그 뒤에 나올 이야기는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할 수 없으리라 판단한 것일까. 술은 수치심을 죽이는 칼날이어서, 그 위력에 몸을 맡기면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이야기도 꺼낼 수 있는 것이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액체의 맛은, 빈말로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입천장을 포함하여 입 안을 전부 태우는 듯한 그 액체를 입 안에 머금고 있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

루베라는 어떻게든 그것을 뱉어내지 않고 목구멍으로 넘기자, 그 뜨거운 열기가 목을 통과하여 내려가는 것이 모두 느껴질 정도였다.

"큿..."

침음성을 내뱉는 루베라를 클레온이 걱정스럽게 바라보지만, 그 역시 루베라를 따라 한 모금을 들이키고 같은 고통을 느낀다.

"이, 이건... 확실히 세군…."

술기운이 확 올라오는 것을 느낀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루베라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신은, 누군가를 꿈에서 본 적이 있나요?"

"그야, 일단은. 꿈이란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마검의 힘을 써서 의도적으로 과거를 살피는 것도 일종의 꿈과 같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종종 과거에 만난 사람들의 꿈을 꾸기도 해."

"예를 들면?"

"그야, 예전에 만났던 적들이라던가…. 잠깐이지만 모험을 함께했던 사람들이라던가….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들. 이라던가."

"그럼. 고향에 대한 꿈은?"

루베라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었다. 그녀가 말하는 고향이라는 것은 용의 계곡에 숨겨져 있던 흑마의 일족의 마을.

그날 밤. 불타버린 자신들의 마을 속에서 클레온은 레시아에, 루베라는 휴즈 후작에 의해 그곳을 벗어나 상반되는 삶을 살았다.

이제, 그 마을의 출신 중에서 자유로운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두 사람 뿐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사람에게 공통된 추억은 없다.

어린 루베라는 마을이 싫었고. 클레온 역시 마을이 싫었지만.

친구로서 지냈던 기억은 없었고, 설령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인상에 남는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다.

루베라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라는 것은 고통과, 절망과, 분노로 점철된 것이었다.

하늘을 가리는 골짜기. 날아다니는 와이번의 날개. 어머니가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광경이 플래시백 되면, 저절로 구역질이 나온다.

그것은, 휴즈 후작을 죽임으로써 복수를 마친 뒤에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향에 대한 것을 떠올릴 때 그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용의 계곡의 마을 꿈…. 은. 나도 자주 꿔. 대부분은, 탑의 안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광경이지만. 나에겐 가족도 친구도 없었으니까."

"... 그럼, 고향에 관한 것을 떠올릴 때마다 괴로워지진 않나요."

"그야…. 추억이라 부를만한 것도 없지만. 일단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 하지만, 그런 것을 떠올려도 현재가 바뀌지 않으니까."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라. 훌륭한 생각이네요, 바른 생활 청년."

"어째서 또 비꼬는 거야…."

"저도 그렇게 떨쳐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요."

"... ..."

"최근의 꿈은 더욱 지독합니다. 누군가가 제 옆에 있는 꿈을 꾸죠."

"...음몽에 관한 이야기야?"

"섬세함이라는 것은 없군요. 하지만, 정답입니다. 당신과 떨어져 있는 동안. 저는 매일 같이 왕도에서 꾸는 꿈에서 한 남자아이와 하늘을 올려다보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건…. 어릴 적의 친구인 건가?"

"...만약 그랬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모릅니다. 그 남자아이의 생김새도, 말하는 것도 전부 제 상상의 산물일 테니까요. 저는 당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당신이 어린 시절 어떤 성격에, 어떤 목소리로 말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이건 전부 기분 나쁜 상상."

"... ..."

"이상한 이야기죠. 분명히 그 마을에 관한 것을 떠올리는 것은 최악의 일인데. 당신과 함께 꿈에서 보는 마을의 광경은 제가 기억하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그와 장래를 약속하고, 아무리 어둡고 위험한 마을에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그와 함께한다면.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정말…. 정말, 최악이야."

루베라도 술기운이 충분히 올라온 것일까. 서서히,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루베라가 한 모금 더, 술을 들이켰다. 잔에 담긴 것은 이제 거의 한 모금 수준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아까와 같이 침음성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어째서 멋대로 제 마음속에 들어오려고 하는 거죠?"

"... ..."

"복수가 끝난다면, 다른 흑마의 일족을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살아가려 했습니다. 누군가와 행복한 가정을 만든다던가, 여유로운 말년을 보낼 수 있도록 일을 한다든가 하는 것 따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그런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상대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당신이라는 인간을 만난 뒤, 그런 기대를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과는 일부러라도 떨어져 지내려고 했어. 조금이라도 거리를 두면, 마음이 냉정해질 테니까."

"하지만. 네. 당신은 훌륭하게도 저에게 몇 번이고 안부 편지를 보내면서 어떤 일이 있는지 이야기해 주더군요. 뭐죠? 그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어필하고 싶었던 건가요."

"거기에다 보내오는 편지의 주제는 대부분 여성에 관한 일. 라일라가 어찌했다느니, 사샤가 친구를 사귀었다느니. 아루루 아가씨와 친해졌다느니…."

"좋겠네요. 여성에 둘러싸여서 보내는 생활은. 여자의 적.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매일 밤 당신의 꿈을 꾸는 상황인데. 당신은 다른 여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괴리감을 매일 같이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뒤섞어 놓습니다. 추악한 질투네요."

"당신에게 있어서 저는, 같은 마검사. 같은 일족. 같은 고향 출신의 여성. 그리고 두 번 몸을 섞은 관계. 그 정도의 여자일지도 모릅니다."

"... ..."

"저는 당신이라는 남자밖에 모릅니다. 아니, 당신이라는 존재가 제 안에서 특별하다고 자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절대로 당신 쪽에서 선을 넘어오려 하지 않아. 보내는 편지에도, 저를 대하는 태도에도. 그런 어설픈 배려가 느껴지는 겁니다."

"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째서 나만, 이렇게 마음이 타들어 가는 경험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이 일방통행의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으니…. 까…."

"클레온... 저…. 는, 당…. 신을…."

조용히. 끊이지 않고 이어지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클레온은, 서서히 말이 느려지다가 갑작스럽게 카운터에 얼굴을 파묻고 쓰러지는 루베라를 바라본다. 마치 몸의 동력원이 끊겨버린 듯 기절한 그녀. 원인은 두말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눈앞에 놓여있는 작은 술잔에 담긴 액체겠지.

그녀가 말한 것을 곰곰이 곱씹으며, 클레온은 자신 역시 눈앞의 액체를 모두 입에 털어 넣었다.

불타는 독이 몸의 안을 관통한다.

"그거, 그렇게 한 번에 들이키면 몸 망가지는데."

문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나올 타이밍을 재고 있던 것일까, 스스는 빼꼼하고 얼굴을 들이밀며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루베라가 기절해 버려서…."

"괜찮아 괜찮아. 가끔 그러거든. 술도 그렇게 안 강하면서."

스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두 사람이 마신 술의 잔을 집어 든다.

"...계산하겠습니다. 꽤 희귀한 술인데­"

"괜찮아. 어차피 파는 물건이 아니니까. 친구에게 선물했다는 셈 치지 뭐. 그보다, 안쪽에 잠자리를 준비해 뒀으니까 그곳으로 옮기자. 뭐하면, 클레온도 자고 가도 돼. 왕도에서는 밤에 사람이 돌아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니까. 경비들에게 잡혀서 이것저것 질문받기에 딱 좋거든."

"루베라는 자주. 이곳에서 묵고 가는 겁니까?"

"음­ 일주일에 한 번은? 아침이 되면 리사­ 아, 바리사다가 데리러 오지만."

그녀의 마검도 고생이었다.

"...그럼. 하룻밤 신세를 지도록 하겠습니다."

"응. 나는 계속 여기 있을 테니까 필요하게 있으면 말하고. 아. 방은 방음도 확실히 잘 되니까."

"... ..."

어째서 잠자리에 방음이 필요한지. 클레온은 따로 묻지 않은 채 루베라를 품에 안아 스스가 열어둔 문을 통과하여 건물의 안쪽으로 향했다.

준비된 침실은 이전에 클레온이 사용하던 엘레시아의 여관, 중급숙소와 비슷한 크기의 방이었다.

1인용의 침대가 두 개 준비된 것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루베라를 눕히고, 자신 역시 다른 쪽 침대에 몸을 눕혔다.

약간 상기된 얼굴로 숨소리를 내는 그녀는, 아까까지 자신에게 독설을 퍼붓던 그녀와는 전혀 다른 아가씨로 보였다.

[미안. 오늘은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

라일라를 향해 텔레파시를 보내자, 라일라에게서는 코웃음 같은 소리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클레온 역시 술의 독기를 견디는 것은 불가능했다.

긴장의 끈이 풀리자마자, 급속도로 잠이 몰려온다.

마치 자석과도 같이 변해버린 눈꺼풀이 감기며, 클레온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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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 쥬릇... 쥬르륵...

완전히 어두워진 시야. 몸의 감각은 아직 체내에 남아있는 알코올 때문에 분명 둔해져 있을 터인데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래쪽에서 무언가 미끈하면서도 부드러운 감각이 느껴졌다.

덕분에 조용히 잠이 든 상태였던 클레온이 서서히 눈을 뜨면 묘하게 휑한 느낌이 드는 하반신과 자신의 페니스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루베라가 일사불란하게 손과 혀를 움직여, 클레온의 아직 커지지 않은 물건에 봉사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루베라…?"

"일어났군요. 클레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슬쩍 클레온의 얼굴을 확인한 루베라는 이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위를 계속해나간다.

"큭..."

가차 없이 쏟아지는 쾌감에 클레온이 자신도 모르게 시트를 잡아 쥔다. 클레온에게 매달려있는 루베라는 이미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전라의 상태였다.

"너…. 잠들었던 게…. 혹시 꿈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가?"

"...하아? 그럴 리 없잖아요. 잠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사실,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기도 하고."

하지만. 이라고 루베라는 덧붙이면서 귀에 걸친 머리를 쓸어넘기면서 미소 짓는다.

"하지만. 틈을 보이면 뺏어 버리고 싶은 게 당연하겠죠."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이번에는 클레온의 귀두 부분을 살살 혀로 자극해온다.

민감한 점막을 자극받으면 그것만으로도 허리가 움찔거릴 정도로 저릿한 쾌감이 흘러들어왔다.

"한 달…. 헤어져 있던 시간을 모두 채우고도 남을 정도로 격렬하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검지를 가볍게 튕겨, 클레온의 축 처진 물건을 때린다.

"그러니까 자지 세워. 이 자식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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