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41화 (141/506)

〈 141화 〉 재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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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요! 몸 상태는 괜찮으신가요?"

페르디아와 함께 암살 조직에 소속되어있었던 아이이지만, 지금은 엘레시아의 모험가 길드 데스크에서 견습 접수원으로 일하고 있는 소녀가 자신의 단골 모험가에게 기운차게 인사를 했다.

아직 12살밖에 되지 않은 그녀였지만, 머리가 좋아 계산도 빠르며 늘 밝은 얼굴을 보여 선배 직원들이나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평판도 좋은 편이라 앞날이 기대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더군다나, 도시나 왕국 사람들과는 그 생김새가 조금 다른 이국적인 미소녀. 덕분에 그녀와 나이대가 비슷한 도시의 소년들은 최근 들어 장래희망을 모험가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의 인사를 받는 것은, 갈색 머리카락에 초록색 눈을 가진 청년. 수수하지만 확실히 몸의 중요한 부위를 보호하는 경갑옷과, 허리춤에는 실력 있는 대장장이가 디자인보다도 기능과 실용성만을 생각해서 만들어낸 그의 손에 꼭 맞는 철제의 장검이 걸려 있었다. 그에 더해 반대쪽 허리에 한 자루 더.

소중한 은색의 아름다운 검을 그에 걸맞은 검집으로 감싸 있었으며, 그와 함께 모험한 이들은 그가 이 검을 뽑는 것을 본 적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응. 네가 알려준 약초의 덕분이야."

"다행이네요~. 페­ 크흠. 의원의 언니가 알려주셨던 거예요!`

청년은 얼마 전 사건에 휘말려 몰락한 귀족. 지금은 귀족의 삶과는 거리가 먼 일용직의 모험가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나가고 있었다.

처음의 며칠은 본인이 이전 저질렀던 일과, 귀족들에 대한 모험가들의 편견 때문에 길드의 다른 이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지만 한 달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은 거만함을 버린 태도와 본인의 나쁘지 않은 태도. 그리고 무엇이든지 배우려고 하는 성실함 덕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조금씩 인정받고 있었다.

특히, 눈앞의 접수원 소녀는 그가 새로운 인생을 걷기 시작한 날, 모험가로서의 첫 의뢰 발주를 도와준 것을 인연으로 이 짧은 기간 내에 파트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런 청년을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기 생계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모험가들이 타인의 사이 좋음에 그렇게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아침이 되면 좋은 조건의 의뢰를 차지하기 위해 저마다 바쁘게 게시판을 살피기 때문이다.

"어제 달성하신 퀘스트가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길드에서는 유스테스님을 위해 조금 더 윗 단계의 의뢰를 주선해 드릴 수 있게 됐어요! 축하드려요."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소녀의 말에 청년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올라와 있었다.

"그럼 바로, 다음 랭크의 의뢰를­"

"아. 미안하지만, 앞으로 며칠은 더 원래 수행하던 랭크의 의뢰를 주선해 줘. 좋은 평가를 받은 건 기쁘지만, 아직 낮은 단계의 의뢰에서 조금 더 기초 실력을 기르고 싶거든."

유스테스가 그렇게 말하자, 소녀는 눈을 두 세 번 깜빡거리더니, 감탄했다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웃어 보였다.

"건실하시네요…!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음. 모험은 신중이라고 뼈저리게 배웠으니까. 들떠 있으면, 성공할 의뢰도 실패한다고."

"분명, 좋은 스승님과 만나신 거군요!"

소녀의 스승이라는 말에, 유스테스의 머리에는 고릴라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 다시 떠올리면, 아름다운 칠흑의 머리카락과 밤의 그림자와 같은 검은 눈을 가진 장신의 여성 모험가. 자신의 키와 비슷한 크기의 대검도 자유자재로 휘두르지만, 레이피어를 들었을 때 그녀의 검술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녀와 함께 의뢰를 수행한 것은 단 한 번. 게다가 그 뒤에는 만난 적도 없었고, 그녀를 본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듣지 못했지만. 레오나와의 모험이야말로 유스테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사건이었다.

"...응. 동경의 대상이지."

유스테스는 언젠가 자신의 이름이, 어디선가 모험을 하고 있을 레오나의 귀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며 오늘도 모험가 생활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었다.

"제 쪽에서 지금 소개해드릴 수 있는 의뢰는 여기 있는 리스트에 있는 것들이네요. 약초의 채집, 마물 무리의 정찰…."

"음... 오늘은 이걸­"

유스테스가 그렇게 말하며 리스트에 있는 의뢰를 고르려는 찰나, 게시판이 있는 쪽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길드 내에 모여있던 모험가들의 시선이 단번에 그쪽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또 다른 길드 직원이 녹색의 의뢰 스크롤을 들고 모두의 시선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녹색의 의뢰 스크롤은 말하자면 지원 요청의 의뢰 스크롤로. 지금 모험가들이 있는 엘레시아의 길드가 아닌, 다른 지부의 길드에서 인력의 파견 요청을 해 온 것이었다.

"지원 요청인가. 요즘 많군."

"뭐, 어디서든 마물들이 극성이니까 말이야."

모험가들은 저마다의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길드 직원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여러분. 이번에도 지원 요청의 의뢰가 와 있습니다. 이번에는 왕도 `엘케르도`에서의 지원 요청입니다."

"왕도라고...? 거대한 길드가 있는 곳인데, 어째서 지원 요청을…."

"수상한걸..."

왕도라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저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모험가들. 그렇게 될 것을 직원도 예상했던 것인지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왕도의 길드에서 진행 중인 거대한 퀘스트의 일손이 최근 부족해졌다는 것 같습니다. 꽤 긴급을 요하는 사안인 듯하여, 여기까지 이야기가 내려온 것 같아요. 의뢰의 상세한 내용은 지원 요청에 응해주시는 분들에게만 공개하라는 상대방의 요청이 있습니다만…."

"하. 역시 잘난 왕도의 녀석들은 비밀이 많으시구만…."

모험가들이 왕도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하나는 지방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고, 지방에 의뢰를 떠넘기는 경우가 빈번한 왕도 길드의 정책 때문이었다. 아무리 본부라고 하지만, 그 휘하의 모험가들을 대상으로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히 왕도에는 귀족들이 많이 산다는 것이다.

귀족들의 무인들은 대부분 모험가가 되기보다는 기사를 목표로 한다. 전쟁이 없더라도 기사가 되면 봉급을 받을 수 있으며, 모험가처럼 불안정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거기에, 기사에게는 모험가들과는 다른 품위나, 예절 등이 요구되며, 그것이 빠져 있는 모험가들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귀족, 기사 계급으로부터 받는 달갑지 않은 시선. 덕분에 과격한 모험가들이 그들과 싸움을 벌이는 일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힘이 있는 상대방 측에게 유리한 결말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니까 모험가들은 최대한 그들과 거리를 두고, 엮이지 않으려 한다. 왕도의 모험가들은 그런 의미에서는 다른 지방의 모험가들이 보기에는 특이한 이들이었으며, 자신들과 같은 모험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 지원 요청에 응해주실 분은 안 계시는가요?"

"누님. 아무래도 그 요청은 무리야. 여기에 왕도 같은 곳에 가고 싶은 녀석들은 없을걸."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전에도 몇 번 지원 요청을 거절한 탓에 본부에서는 저희 길드에 페널티를 부과하거나, 조사관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와서…."

젠장 빌어먹을 같은 욕설이 모험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큰일이네요... ...유스테스씨?"

유스테스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으며 그쪽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게시판의 가까이 다가갔다.

"그 지원 요청, 내가 가도록 하지."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주변의 모험가들이 술렁거린다. 물론, 직원은 놀라면서도 안심한 듯한 눈치였다.

"어이어이, 형씨. 진심이야?"

"물론. 나는 원래 왕도에서 살던 몸. 여기 있는 다른 이들보다도 왕도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 물론, 귀족이나 기사들에 대해서도 말이야."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의 신분을 알고 있는 다른 모험가들은 흐음….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거기에, 길드가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하면. 누군가가 나설 필요가 있겠지. 나는 나의 방식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겠다."

"그건 훌륭한 마음가짐이지만..."

모험가들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 유스테스의 의욕을 내리기 전에, 직원은 그를 데리고 위쪽의 사무실로 끌고 갔다.

"감사합니다. 유스테스님. 덕분에 길드와 다른 모험가분들이 불이익을 받으실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유스테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것 아니라는 듯 답하고, 이어서 그녀에게 물어본다.

"음. 그래서, 왕도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건 어떤 것이지?"

"그건­"

001

클레온과 쿠온은 신전에서의 활동을 끝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클레온은 오랜만에 자신의 은인을 만났다는 것이 조금 기뻤기에 평소보다도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져 있었고, 쿠온 역시 성직자들에게 있어서 동경의 대상인 교황과 이야기하고, 무려 그녀에게 자신이 만든 성유구를 건넸다는 사실이 조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는 아직 머리 위. 햇살은 구름 사이사이로 떨어지지만, 시간대는 일반적인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는 때였다.

"쿠온. 괜찮으면 바깥에서 식사하고 돌아갈까."

"응. 사샤는 오늘은 칼리번과 함께 왕도를 구경하러 돌아다닌다고 했으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고."

[칼리번... 그 애는 사샤랑 너무 바깥에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갈라테아가 허리춤에서 그렇게 이야기한다.

물론, 사샤도 칼리번도 외견은 어린아이이지만, 칼리번은 어엿이 강력한 힘을 휘두르는 성검이며. 사샤는 성인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뛰어난 활 솜씨를 지닌 사냥꾼이다. 거기에 뒷골목에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왕도의 치안은 엘레시아에 비해서 훨씬 나쁘지 않은 편이니 안심해도 되겠지.

[별로... 칼리번이나 사샤를 걱정한 건 아니야. 조금 신경 쓰였을 뿐.]

[그걸 걱정이라고 하는 거야. 너도 솔직하지 않은걸.]

[시끄러워.]

클레온이 갈라테아에 손을 얹은 채 쓴웃음을 띄우자, 쿠온은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이내 주변을 둘러본다. 왕도의 시가지는 어딜 둘러봐도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어서, 아카데미의 시가지보다도 더욱 복잡했다.

"이렇게나 식당이 많으면 어딜 가야 할지 고민되는걸…."

쿠온이 그렇게 말하면 클레온 역시 그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분위기 좋은 고급스러운 식당도 괜찮았지만, 아루루와 한 번 아카데미에서 그런 식당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클레온은, 조금 그런 곳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쿠온과 함께 가는데 낮부터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로 향하는 것도­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주변을 물색하며 발걸음을 옮기던 찰나.

"...클레온?"

자신을 부르는 낮은 남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대머리의 남성이 서 있었다.

신장은 2m를 가뿐히 넘었고, 전신 근육질에 굵은 턱선. 그리고 대머리라는 마초형 사나이.

거친 바위와도 같은 인상을 주고, 대체 얼마나 많은 싸움을 겪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역전의 전사.

나이는 50 정도가 되어 보이는 그는, 어울리지 않는 네모난 뿔테 안경을 낀 채 클레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램퍼트?"

"역시 클레온인가! 너, 키가 무지하게 컸구먼!! 우하하하!!"

램퍼트라고 불린 남성은, 클레온의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며 웃어 재꼈다. 그런 그의 갑작스러운 행위, 그리고 클레온과 아는 사이인 듯한 남성의 출몰에 쿠온이 조금 당황해하고 있으면 클레온은 램퍼트의 손에서 벗어나 머리를 만지며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은... 램퍼트. 쿠온이 모험가 길드에 오기 전에 엘레시아의 모험가 길드에 있던 베테랑 모험가야. 나도 이 사람에게서 모험에 대한 걸 배웠어."

"그,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램퍼트씨. 쿠온이라고 합니다."

쿠온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 오자, 램퍼트는 씨익 웃으면서 그녀의 인사를 받고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오우. 클레온, 너도 꽤 하는데. 이런 여친을 만들다니. 뭐, 우리 집사람이 최고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약지에 끼고 있는 반지를 자랑하듯이 보이는 것이었다.

"여전하네…. 그런가. 램퍼트는 왕도의 길드로 이적했었지."

"그래. 잊고 있던 거냐? 이거 섭섭한걸."

"미안. 여러모로 바빴던 터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램퍼트는 괜찮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클레온의 손을 붙잡았다. 옛날에 비하면 여러모로 몸이 커진 클레온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손은 여전히 클레온에 비해서 훨씬 커다랬다.

"하지만. 너도 왕도에 와 있었군. 너 같은 모험가가 이적해 왔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모험가로서 온 건 아니야. 다른 일이지."

"그런가... 어이쿠. 이거, 젊은이들이 데이트 하는 걸 방해해 버렸군그래."

램퍼트는 조금 아쉽다는 듯이 이야기하다가, 다시 한번 쿠온을 보더니, 클레온의 손을 놓아주었다. 그는 미안하다는 듯이 클레온에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오랜만에 만나서 나도 반가워…. 오늘은 옛 지인들을 잘 만나는걸."

"응? 나 말고 또 누굴 만난 거냐?"

"에스카씨."

"아아. 교황 예하인가. 그런가. 레시아의 일행들이랑은 모두 아는 사이니까..."

램퍼트는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역시 과거에는 엘레시아에서 활동했던 인간, 그것도 레시아가 엘레시아에 모험가 길드를 만들자마자 달려온 인물 중 하나였다. 그 전부터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던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쌓인 이야기는 많지만. 나중에 하도록 하지. 그쪽의 아가씨한테서 원망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야."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쿠온이 화들짝 놀라며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램퍼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실은 지금부터 점심을 먹을 곳을 찾고 있었는데. 램퍼트. 추천하는 곳이 있을까?"

"오오. 그랬던 건가. 흐음. 그렇군….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나쁘지 않은 곳이라면 알고 있다만."

"현지인의 추천이라면 믿을 만 하지. 어디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램퍼트는 씨익 웃음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직접 안내해 주마."

그렇게 말하며, 앞장서서 왕도의 거리를 걸어가는 것이었다.

002

"...식당으로 안내한다더니."

"무슨 소리야. 엄연히 식당이 안에 있으니까 식당이지."

램퍼트가 두 사람을 데리고 간 곳은 다름이 아닌, `왕도의 모험가 길드`였다. 이곳도 엘레시아의 길드와 마찬가지로 내부에는 모험가들을 위한 휴게소와 식당이 준비되어 있어서, 많은 모험가는 시가지의 식당을 찾기보다, 길드의 값싼 밥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경우가 허다했다.

"미안. 쿠온. 램퍼트를 믿는게 아니었어. 그래도 기혼자니까 조금은 기대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 어린 시절보다 더욱 건방져졌구만…."

쿠온은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저으면서 웃어 보였다.

"으응, 아니야. 생각해보면, 엘레시아에 있을 때는 우리들도 길드에서 끼니를 때우는 게 당연했었는데. 거기에, 이상한 이야기지만, 다른 식당들보다 조용하고."

확실히. 쿠온이 말한 대로, 길드는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사람의 수가 매우 적었다. 거기에, 보이는 길드의 인원들의 대부분은 여성. 여성 모험가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희귀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성비는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오오. 그렇지. 사실은 클레온에게 만나게 해주고 싶은 녀석이 있었다. 아마 위쪽에서 서류정리를 하고 있을 테니까 데리고 오지. 그동안 주문을 하던 마음대로 하라구."

클레온이 램퍼트에게 무언가 물어보려는 찰나, 그는 생각났다는 듯이 몸을 일으키며 길드의 윗 층으로 올라간다.

그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어깨를 으쓱인 클레온은 쿠온과 함께 식사를 주문하고, 램퍼트가 돌아오거나, 식사가 나오는 것을 기다린다.

이윽고, 계단을 걸어 내려오는 램퍼트와, 또 한 사람.

"어머."

"뭣...!"

쿠온과 클레온, 두 사람 모두 아는 인물의 얼굴이었다.

램퍼트가 데리고 온 청년은 살짝 피곤한 얼굴로 램퍼트에게 붙들려 와, 클레온과 쿠온이 앉아있는 식탁 앞에 섰다. 그러다가, 겨우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역시 놀란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유스테스...!"

"마검사 클레온…! 그리고, 그때 길드에 있던…."

"뭐야. 아는 사이였나. 엘레시아에서 지원 요청을 받아서 왔다고 해서 말이야. 최근 모험가가 됐다길래 너희들의 후배일 줄 알았더니. 그래도 활동 시기가 좀 겹치긴 했나 보군?"

"아니. 겹쳤다고 해야 할까…."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요…."

클레온과 쿠온의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이야기에, 램퍼트는 `흐음?`하고 의문을 띄우지만 유스테스 역시 한숨을 내쉬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설마. 여기서 너희들을 만날 줄이야. 운명의 신의 장난인가."

"나도 같은 생각이다…. 혹시, 루베라와도 만난 건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유스테스는 굳은 표정이 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묻는다.

"...설마 루베라도 지금 왕도에 와 있나?"

"그래.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으로 일하고 있어…. 그 쪽에 갈 일은 거의 없겠지만 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다."

물론, 루베라 본인은 유스테스에게 무언가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얼굴을 마주쳐서 기분이 좋을 만한 관계는 아니란 것은 확실했다.

"뭐야. 아저씨한테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아저씨는 몰라도 되는 이야기야. 그것보다. 제대로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모양이군."

클레온의 말에 유스테스는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한다.

"뭐, 뭐어... 내 나름의 귀족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 거다. 저지른 일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지."

그를 처음 봤을 때였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한 대답이었지만, 그 대답이야말로 그가 성장했다는 증거겠지. 클레온은 충격요법이라는 것의 실용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잘됐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읏…."

그 말에 유스테스는 침을 삼킨다. 그러곤, 클레온의 얼굴을 뚫어져 보는 것이었다.

"뭐, 뭐야."

"아니…. 보면 볼수록 닮은 것 같아서 말이야."

"...닮아?"

"그래. 내가 제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를 줬던 여검사…. 레오 나와 말이야."

"푸흐읍!!"

옆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물을 마시던 쿠온이 성대하게 그것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스테스는 완전히 자기 세계에 빠져들어 흠흠….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흑마의 일족은 대부분 행방을 알 수 없고, 수가 매우 적다고 했지. 전체적인 인상도 비슷하고. 검을 사용한다는 것까지…. 이름도, `클레온`과 `레오나` 조금 비슷하지 않나? 연령대는 비슷한 것 같지만, 클레온. 네 쪽이 그녀보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군."

"...가, 같은 일족이니, 우연히 그럴 수도 있지."

유스테스는 클레온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를 바라보며 확신에 찬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과연, 알겠다. 훗, 걱정하지 마, 클레온. 아니. `매형`."

"──하아...?"

클레온의 입에서 바보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클레온. 너는 레오나의 오빠이로군? 아무리 같은 일족이라 하더라도 너와 루베라는 그렇게 닮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레오나와 친족…. 그래, 오빠라면 모든 것이 설명이 돼!"

"... ..."

"이렇게 간단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다니…. 부탁한다 클레온! 레오나에게, 이 유스테스는 당신의 뒤를 쫓아 훌륭한 모험가가 되기 위해 나날이 노력 중이라고 전해줘! 목표하는 바를 이룰 그때 까지는 그녀를 만날 자격 따위, 나에게 없으니까 말이야."

"흐음..."

클레온은 램퍼트에게 고개를 돌린다. 클레온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램퍼트는 클레온에게 여동생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부디 이 바보의 착각을 고쳐줘. 같은 도움을 바라는 눈빛이었다.

"레오나인가~ 만나지 않는지 오래됐군."

하지만, 그는 분위기를 읽을 줄 아는 남자였다.

"레오나씨. 지금은 어디 계신 걸까?"

쿠온도 마찬가지였다.

"... 부탁해도 되겠나? 클레온?`

그리고, 바보.

"... ... ... ... 알... 았다.. 전해, 두지…."

"고맙다! 너는 내 은인이야! 아니, 오늘부터 우린 친구다!"

클레온은 자신의 업보가 되돌아온 느낌에 어깨를 무겁게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갈라테아가 배꼽 빠지게 웃는 소리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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