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45화 (145/506)

〈 145화 〉 납치

* * *

000

어두운 골목,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날갯짓하는 소리만이 달빛 깔린 그림자의 공간에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장소를 지배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날개 달린 소악마. 허나 그 작은 몸에 담긴 힘은 주변에 있는 어떤 음마들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뒤처지지 않았고, 오히려 그곳에 있는 모두를 합쳐도 그녀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리라.

뒷골목의 여주인이 된 이슈탈의 파트너이자,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음마 소녀, 릴림은 달빛을 등진 채,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녀의 영역을 침범한 반푼이 성검사와 회색 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슈탈이 보내두었던 감시용의 마력의 눈이 곧바로 누군가에게 파괴된 것이 그 불쾌함의 원인이었지만. 화풀이할 대상을 찾던 와중 딱 좋게 가지고 놀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한 것이 그들에게는 불행이라는 것이겠지.

곧바로 손을 휘둘러 주문을 외우면, 그녀의 손끝에서 퍼져나간 검은 마력의 안개가 청년과 탐정을 덮쳤다.

"슬립."

수면의 주문, 대상이 되는 이의 생명 활동을 서서히 느려지게 만들며 참을 수 없는 수면의 늪으로 빠트린다. 자신보다 격이 높은 대상에게는 절대로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잠이 드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저급한 레벨의 주문이었지만, 그것도 사용자 나름.

오히려, 서큐버스들의 최면계의 주문은 같은 수준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것보다도 더욱 높은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중급악마 이상의 마력을 가진 릴림이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자리에서 즉시 기절하듯이 잠이 들게 하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큭... 갑자기... 졸음이..."

유스테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앞으로 휘청거리자, 그레이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작은 주사기를 꺼내더니 자기 허벅지, 그리고 유스테스의 허벅지에 동시에 꽂아 넣었다.

"...?"

그 괴상한 행위에 릴림이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런데도 그레이와 유스테스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면서 잠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곧바로 눈을 번쩍 뜨더니, 당황한 유스테스의 손을 잡고 그레이가 뒷골목의 출구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이었다.

"... 잡아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지 이해하지 못한 릴림이었지만,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그레이와 유스테스의 도주에 당황했던 음마들 역시 방심했던 탓인지 순간 움직임이 멈춰 있었고. 결과, 두 사람이 조금 떨어지고 난 뒤에서야 골목의 사이를 비행하여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한다.

`...마법은 실패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분명히 잠들었었어. 하지만... 어떻게 곧바로 일어난 거지...`

릴림은 조용히 사고를 정리하며 땅바닥에 착지한다. 그곳에는 그레이가 사용했던 주사기에 들어있던 약의 일부가 땅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마력의 선을 따라 그 액체를 추출한다.

허공에 춤추는 하늘색의 가까운 액체는, 스스로 빛을 내고 있었고. 내부에서는 강한 마력의 반응이 느껴지고 있었다. 누군가가 연금술을 사용해서 만들어낸 마법약. 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연금술에 대한 지식이 없는 릴림으로서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는 파악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이 약의 성분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반응은. 어디선가.

더더욱, 그 쥐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릴림은 그렇게 생각하며 수하들을 보낸 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001

미로같은 골목길을 달리는 두 사람. 아무리 생각하더라도 뒷골목에서 빠져나올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길은 마치 미로와도 같이 얽혀 있어서 도저히 어두운 공간이 끝나질 않는다. 뒤쪽에서는 키득거리면서 따라오는 음마들의 소리가 몰려오고 있었고. 아까의 그 강력한 소녀 음마가 다시 나타난다면 같은 방법으로 도망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유스테스는 그레이에게 참을 수 없던 질문을 한다.

"이봐! 아까 쓴 약, 괜찮은 거겠지!?"

"괜찮으니까 뛰고 있는검다! 그런 것보다, 허리춤의 성검으로 어떻게든 해보란검다! 장식인검까!?"

그레이는 유스테스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미스틸테인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하지만, 미스틸테인의 빛은 아까에 비하여 많이 줄어들어 있는 상태였다. 마력검의 실체화는 이전 절계수를 쓰러트릴 때도 했던 것이었지만 그때는 오랫동안 쌓여있던 마력을 모두 사용하면서 발동했던 탓에 어느 정도 제한 없이 힘을 방출할 수 있었지만.

그 뒤에는, 비축해둔 마력도 전부 사라졌고 유스테스의 낮은 마력 적성으로부터 공급받는 마력 회복만을 이용하여 어떻게든 조금씩 조금씩 마력을 축적해 나가는 도중이었다. 유스테스도 미스틸테인을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궁지에 몰렸을 때뿐. 다만 최근에 그것을 사용한 터라 다시 마력이 바닥나 있던 상황에 무리하게 아까처럼 능력을 발휘한 덕분에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바, 반쪽짜리 용사라더니. 정말이었슴까..."

"큭... 그것보다. 어디까지 이어진 거야, 이 뒷골목은…!"

자신이 들어왔을 때보다도 긴 거리를 뛰고 있는 듯했는데도 출구가 보이지 않자,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두 사람은 이윽고 골목의 막다른 길에 몰려버리고 만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 구름에 의해 달빛도 감춰진 상태. 어디를 둘러 보더라도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유스테스도, 그레이도 그 상황에 당황하고 발을 멈춘다.

"아하핫☆ 아직도 모르겠어 바보들? 이 뒷골목은 이미 우리들 아스타로테의 영역... 너희들의 방향감각을 이상하게 만드는 환영의 마법 따위, 일도 아니라는 걸."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높은 목소리. 두 사람을 바보 취급 하는 그 목소리는 물론 두 사람을 쫓아오던 서큐버스의 목소리였다.

핑크색의 머리에, 금색의 눈. 그리고 흰 피부. 붉은색의 뿔이 돋아난 그녀는 다른 서큐버스들에 비해서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검은색 바지에 위에는 소매가 없는 검은색 티를 입고.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사슬의 액세서리가 허리나 바지 곳곳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체형도, 주변의 서큐버스들에 비하면 조금 아담한 편. 아니, 조금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정말로 좋게 말해준 것으로. 거의 평평했다.

"우와! 절벽! 아까까지 저런 서큐버스 있었음까!?"

"누가 절벽이라는 거야! 이 시궁창 쥐 같은 색깔을 한 자식이!?"

"아니. 없었어. 적어도 저런 아담한 사이즈의 녀석은... 아까 그 검은 음마보다도 더욱 아담한 사이즈였다면 눈에 띄었을 텐데."

"아담 아담 시끄럽네...! 잘 들어. 나의 이름은 카말라. 너희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고위의 악마이신 아스... 아니아니. 이 이름은 비밀이었지."

화를 내다가, 당황하다가.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흐흥. 하고 우쭐대다가. 카말라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악마는 구석에 몰린 두 사람에게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건지 말실수도 한다.

"아스..."

"어쨌든! 나는 그런 위대하신 분의 종복이자, 평범한 서큐버스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악마라는 이야기! 알았으면 얌전히 우리들의 먹이가 되라곳☆"

그녀가 손가락을 두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가리키자, 그녀의 엉덩이 위에 달려 있던 꼬리가 마치 고무와도 같이 쭈욱 뻗어온다. 어둠속의 그림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꼬리는 그 끝부분이 쩍하고 열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것으로 포식할 대상을 완전히 삼켜버리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쭉쭉 늘어나는 형태였다.

"큭! 그 정도는 나라도!"

유스테스는 재빠르게 검을 강하게 휘둘러 쇄도해오는 꼬리를 쳐냈다. 분명, 잘 늘어나고 꾸물거리기에 부드러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칼날이 부딪힌 곳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은 강철 이상이었다.

"악마의 몸은 대체 어떻게 되먹은 거야…!"

"흥. 그런 허접한 검으로 나의 아름다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이 허접!"

"그럼 이건 어떻슴까…!"

다음 순간, 그레이가 허리춤에서 아까 유스테스에게도 주사했던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꺼내 들어 던진다.

카말라는 그것을 곁눈질로 바라보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꼬리 끝을 열어 덥석. 삼키더니 안에서 와그작, 와그작 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후후. 나의 꼬리는 어떤 것이라도 녹여서 소화하고 흡수하는 탐욕의 꼬리. 그리고. 웬만한 독 따위는 통하지 않... 으긱...!?"

잘난체를 하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던 카말라는, 갑작스럽게 배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배를 부여잡고 얼굴이 파래졌다.

마치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의 인간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미안. 그거 독이 아니라 성수임다."

"서, 성수...!? 하지만, 성수는 그런 식으로 빛나지 않을탠데..."

거기에, 비싸다. 던지고, 몸에 직접 주입하고. 그러더라도 주머니에 남아있을 정도로 탐정이 쉽게 구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란 것을 유스테스는 잘 알고 있었다.

"아하하~ 그야 그렇슴다. 제가 야매로 만든 물건이니 말임다. 그래도 성능 하나만큼은 끝내줄검다."

"성수를 만들어...!? 탐정이, 어떻게­"

경악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유스테스에게, 그레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한다.

"기업 비밀임다."

어찌 됐든. 이대로 가면 성수를 흡수한 카말라가 약해질거고, 그렇게 되면 그녀가 말했던 환영마법도 사라질 것이다.

주변의 서큐버스들도 그레이가 가지고 있는 성수를 경계하는 것일까 쉽게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자신들의 도주를 확신한 순간이었다.

"아아... 정말로...! 나를 짜증 나게 하지 마...!!!!"

카말라는 갑작스럽게 목소리를 올리더니, 크게 자신의 꼬리를 열어젖혔다.

그곳에서 후두둑 하고 유릿조각이 떨어지는 것을 본 유스테스와 그레이는 다시 한번 대비하여 자세를 취하지만­

그 꼬리가 향한 것은 두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 있던 그녀의 부하인 서큐버스 중 한 명이었다.

"어!? 잠, 잠깐만요! 카말­꺄악!"

설마 자신들에게 그 분노의 방향이 향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가만히 있다가 화를 입은 서큐버스는 그대로 그녀의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꼬리에 삼켜지더니, 그 안에서 손발이 튀어나오는 것이 보일 정도로 강하게 몸부림치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두 사람은 물론, 주변의 서큐버스들 마저 얼굴이 새파래지며, 카말라를 바라본다. 그 이상한 광경에 움직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은 것이었다.

"...하아..."

그리고, 카말라가 한숨을 내쉬면. 그것을 마지막으로 부풀어 올랐던 꼬리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말은 즉 슨. 꼬리 안에 먹혀버린 서큐버스의 몸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본래 악마들의 몸이라고 하면 어차피 마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임시의 몸. 영혼은 지옥으로 송환 당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기 몸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부하를 거리낌 없이 집어삼키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악마의 행위 그 자체였다.

부하의 목숨을 희생하여 그 마력을 전부 흡수한 카말라는 그 힘을 이용해 체내의 성수를 모두 중화해 버린다.

그리고는, 꼬리를 열어 흡수한 부하가 걸치고 있던 옷가지만을 `퉤`하고 내뱉는 것이었다.

"카말라에게 부하를 먹게 한 죄는 톡톡히 치르게 해 줄게...☆"

"미, 미친년이다..."

유스테스의 감상에, 서큐버스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싶은 것을 격렬하게 참으며. 다음 표적이 자신이 되지 않도록, 그레이와 유스테스가 서 있는 곳을 향해 서서히 간격을 좁혀왔다.

"또 다른 비장의 수가 있으면 지금이 쓸 때 임다..."

"... 이렇게 된 이상 생명력을 마력으로 전환시켜서라도…!"

적은 마력이, 유스테스의 안에서 공회전한다. 그 공회전은 심장에서 이루어지며, 상승하는 온도가 혈액을 태우고. 태워진 혈액­ 생명의 근원은 마력으로 환원되기 시작할 것이다.

미스틸테인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재능이 없는 자신이 배운 그만의 능력. 일반적인 성검사라면 이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신성 마력을 생산해 낼 수 있겠지만, 유스테스는 어머니로부터 신성 마력의 재능을 물려받지 못했다.

"하, 뭐야. 반푼이 용사. 무언가 하려는 생각인가본데... 그런 걸 하더라도 이 카말라님을 막을 순 없다는 걸 아직도 모르겠어?"

허나, 그럼에도 자신이 성검을 쥐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지금까지 제멋대로 살아왔던 자신이 누군가의 의미 있는 삶을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되기 위해서.

엘레시아에서도, 왕도에서도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는다.

그야말로 몸을 태우려는 그가 미스틸테인을 뽑아 공회전을 가속하고, 축적된 마력을 터뜨리려 한 순간.

카말라의 흉악한 손톱이 그의 목을 꿰뚫으려 한 순간.

그 빠른 속도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그레이가 당황하여 하늘을 올려다본 그 순간.

하늘이 열리고, 구름이 찢기며, 달빛이 쏟아진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는 거대한 신의 철퇴가. 번개를 휘감고 일직선으로 떨어져.

카밀라의 머리를 위쪽에서 아래로 후려치는 것이었다.

`데엥­`하고, 종소리와 같은 경쾌한 소리가 울리면.

"구엑"하는 단말마를 내면서, 카말라는 땅속으로 처박힌다.

"세, 세인트 프린세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나...!"

서큐버스들이 저마다 당황한 순간,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마치 춤을 추듯, 물 흐르듯이 움직이며 그들의 몸을 베어내는 칼날이 있었다.

"구슬 꿰기."

스르릉... 하는 서슬 퍼런 소리와 함께, 한 번 뽑혔던 마검이 검집으로 되돌아간다.

그녀가 휘두른 검의 궤적을 타고, 불타오르는 마력이 따라오며, 한 번 베어냈던 서큐버스들의 상처가 일제히 벌어지면서 대량의 마력을 쏟아내고.

형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서큐버스들은 일제히 그 자리에서 강제 퇴거당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당신은."

몸을 일으킨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스테스를 돌아보면서 이야기한다.

"루, 루베라..."

유스테스로서는,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대상과 만나게 된 사실에 지레 겁을 먹는다.

"뭐, 무슨 일이 일어난검까...!? 하늘에서 망치를 든 미소녀가...! 우효...! 설마 세인트 프린세스...!? 전설의 세인트 프린세스인검까!?"

그레이가 눈을 반짝이며 자신들을 구한 아멜리아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자, 아멜리아는 흠칫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고, 그 사이를 루베라가 가로막는 것이었다.

"당신들. 어째서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 겁니까."

"일 때문임다. 모험가 길드의 실종사건을 조사하러 왔슴다. 여기 어딘가에 힌트가 있을 법해서 말임다."

"나도 마찬가지다. ...너야말로. 어째서 여기에..."

유스테스가 그렇게 물어보면, 루베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딱 잘라 대답한다.

"당신에게 대답할 의무는 없습니다. 이 일에 대해서 너무 머리를 들이밀지 마십시오."

루베라 본인의 유스테스에 대한 감정은 둘째치고. 세인트 프린세스가 아멜리아 왕녀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되도록 적은 인물인 편이 좋았다. 거기에 아무리 봐도 실력 부족인 유스테스가 이런 일에 끼어들어 봤자 방해에 짐덩이 밖에 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옆에 있는 그레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딱 봐도 어린아이. 거기에 무기를 다룰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차라리 이대로 라비타에게 대려가서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을 떄.

"또... 방해를... 하러 왔네... 세인트 프린세스..."

아까 전, 어둠 속에서 울렸던 목소리가 다시 한번 그들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그녀의 등장을 제일 먼저 감지하고 몸을 움직인 것은 역시 아멜리아였다. 그녀가 팔을 뻗어서, 그녀로부터 어떤 공격 주문이 날아오더라도 이곳에 있는 일행들을 지킬 수 있도록 태세를 취한다.

"나타났군요...! 흑마의 서큐버스!"

"...하아. 슬슬, 기억해. 내 이름은, 릴림..."

"왕도의 사람들을 고통받게 만드는 악마의 이름을 부를 생각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좋지만... 나도. .서큐버스들을... 괴롭히는 너와... 친하게 지낼 생각 따윈, 없으니까."

망치에 다시 한번 신성한 마력의 번개가 둘러지면, 릴림의 등 뒤로, 그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격형의 마법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거대한 발톱, 손톱, 송곳니와 같은 흉흉한 마력덩어리가 그녀가 손가락을 휘두른다면 언제라도 눈앞의 존재들을 전부 찢어발길 수 있었다.

최강의 성전사와 상식을 초월한 서큐버스의 힘이 부딪히기 직전.

[릴림. 미안한데 얌전히 거기 바보 데리고 돌아와. 그녀와의 싸움은 아직 뒤로 밀어줘.]

릴림의 귓속에 들리는 파트너의 목소리. 바보라는 것은 아멜리아의 망치에 머리가 깨질뻔한 카말라를 말하는 것이겠지.

릴림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며 일행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을 튕긴다.

공격이 오는 것이라 착각한 일행 전원이 몸을 움찔하며 무기를 뽑아 들지만.

그다음에 일어난 것은 작은 차원통로가 열리면서 그 안으로 카말라가 빨려 들어가는 광경이었다.

아멜리아도, 루베라도. 그 모습에 잠시 당황한 순간.

휘리릭! 하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이 잽싼 소리와 함께, 유스테스의 발목을 카말라의 꼬리가 휘감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았던 그레이가 유스테스의 옷깃을 붙잡지만. 힘이 부족해서, 카밀라는 그대로 빠르게 차원의 통로를 통과하여 릴림의 옆으로 전송되는 것이었다.

"큭, 이거 놔라…!"

"...이상한걸, 끌고 왔어…."

"전리품이라고 해주세요. 릴림 언니...! 이 녀석은 우리가 받아 갈게! 걱정마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테니까☆"

루베라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순식간에 발도 자세를 잡고, 유스테스 째로 카말라를 베어버릴까 생각한다.

아멜리아 역시 침을 꿀꺽 삼키면서, 어떻게 해서든 인질로 잡힌 유스테스를 구해내고 카말라와 릴림을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려 할 때였다.

"아그읏...!"

아멜리아는 자기 어깨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고통과 함께 망치를 놓치고 자세를 무너트린다.

"잠깐...!"

루베라는 그녀의 그 반응을 알고 있었다. 이전, 이슈탈에게서 당했던 상처. 어떤 신성마법을 사용하더라도 치료가 되지 않는 상태로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그대로 상처가 반응하여 아멜리아를 고통받게 만드는 것이었다.

"...? 다쳤다는 건... 진짜인 것 같네... 뭐, 좋아... 카말라. 가자..."

"응~ 세인트 프린세스가 행동 불가면 이대로 덮쳐도 괜찮을 것 같지만…. 이 인질도 데리고 가야 하고... 네! 알았어요. 언니☆ 다음에야말로 너희들 전부 집어 삼켜줄 테니까 각오해!"

그녀들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차원문을 열고 사라지려 한다.

"기다리세요! 그 바보는 두고... 큭...!"

유스테스와 아멜리아.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루베라에게 물어본다고 한다면 10번 중 9번은 즉시 아멜리아라고 할 것이다.

그때, 그레이가 루베라를 바라보며 작게 이야기한다.

"...발신기를 붙여 뒀슴다. 제 마력 탐지로 찾아갈 수 있어요."

"... ... 크윽..."

루베라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듯이 입술을 깨물며, 쓰러진 아멜리아를 둘러업는다.

"당신. 뒷골목의 바깥까지는 데려다주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일어났던 일은 다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마라. 라는 거죠? 걱정하지 마십쇼. 잘 알고 있음다. 그 대신 저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레이의 탐정 사무소를 한 번 찾아주셨으면 함다."

루베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레이라는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레이에 대한 의심을 풀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멜리아.

그녀의 상처는 트로메이아 가문의 부인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사실. 오직, 밤에 같이 악마 사냥을 하는 루베라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멜리아는 필사코 오렐리아에게는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녀가 자신의 상태를 알면,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또다시 왕실과 남편의 눈을 피해 무리한 일을 할 것이 눈에 보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 정화의 마법으로 상처를 억누르고, 성수를 통해서 고통을 억제하는 것이었지만.

상처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서서히 악화하고 있다고까지 느껴지는 것이었다.

"... 어떻게든 해야 하겠군요."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 방법을 정리하며, 루베라는 악마와 환영이 사라진 뒷골목을 걸어 나갔다.

정말로 그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가 하는, 착잡한 마음은 지워지지 않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