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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49화 (149/506)

〈 149화 〉 버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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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의 방. 흑마력의 덩어리가 은은하게 퍼져나가며, 순백의 방을 보라색으로 물들인다. 그 근원지는 물론, 클레온과 손을 붙잡고 있는 아멜리아에게서였다.

어떻게든 마력의 보충이 끝난 루베라의 마검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의 지배의 각인을 아멜리아에게 옮기는 것에 성공한 후, 클레온이 각인으로 그녀의 몸을 조정하는 중이었다.

"읏..."

평소에는 자신이 적대하는 이들이 휘두르는 힘인 흑마력이, 스스로의 몸 위를 기어 다니는 것이 이상한 느낌인지. 아멜리아는 입에서 조금씩 그런 목소리를 내지만, 클레온도 루베라도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고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한다.

아멜리아에게 각인이 새겨진 장소는, 상처의 바로 아래. 서서히, 그곳에서 퍼져나오는 마력이 그녀의 몸에 난 상처를 아물게 한다.

하지만­

"우선. 외상는 이걸로 된 것 같아…. 통증이라던가. 그 후에 나타날 흉터라던 가는 없어졌을 거야. 하지만, 안에 들어있는 씨앗…. 그건 각인의 힘으로도 완벽하게 끄집어내 낼 수 없어."

클레온이 어느 정도 상처를 치료하고 난 뒤 입을 열었다. 몸에서 자라난 수정의 크기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지만. 완전하게 없어진 것은 아니었고. 상처의 아래에 난 각인과 상처가 서서히 연결되며, 상호 간에 무언가의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눈으로도 알 수 있었다.

각인의 힘으로 씨앗을 뽑아 내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상처는 아멜리아의 신체이기 때문에 지배의 각인으로 신체를 조정하는 것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지만, 씨앗의 경우에는 몸과 완전히 융합하지 않은 상태이며, 클레온이 지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외부의 물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력 신경에 접속하여 그것을 건들려고 하면, 상당하게 복잡한 술식이 저항해 오기 때문에, 상처를 치료하고, 그 위에 각인의 힘으로 뚜껑을 덮어 두어 이 이상 성장하거나, 날뛰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막아둔다.

"괜찮습니다. 이렇게까지 약화 된다면, 충분히 제 신성 마력으로 억누를 수 있어요."

하지만 아멜리아는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상처 부분에 나 있는 검은 수정에 손을 얹는다. 이전에는 이곳에 손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격통이 흘렀지만. 지금은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싸움이 진정된다면. 정말로 수술을 해서 적출을 해내는 게 좋을 것 같아."

"어쩌면, 이걸 심은 악마를 없앴다면. 씨앗도 없어질지도 모르죠."

루베라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일으켰다. 아침 조깅을 할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가, 꽤 긴 시간을 바깥에서 지내서 이제는 완전히 아침과 점심 사이의 시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쨌든. 이걸로 지금 할 일은 끝인가? 일단은 집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걸."

"저는 아멜리아의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당신도 밤의 순찰에 참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루베라는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클레온에게 건넨다.

"...이건?"

"세인트 프린세스의 동행자로서 지켜야 할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부디 숙지해 두시길."

그 안에는, 빼곡하게 여러 가지 규칙이 적혀 있었는데. 아멜리아의 정체를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행동의 주의사항이나. 혹시라도 목격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같은 매뉴얼이 상세하게 적혀 있는 것이었다.

첫 페이지에는 꽤 귀여운 그림체의 동물들의 얼굴 일러스트와 함께 [이걸로 당신도 세인트 프린세스의 동료!] 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 이건 네가?"

"... 그렇습니다만. 무언가, 불만이라도."

클레온은 우선 그 내용의 상세함에도 한 번 놀라지만. 표지의 그림과 그녀의 글씨체라던가, 읽는 이를 생각하여 쓰인 문장 구성을 바라보며 조금 감탄하고 있던 것이었다.

"의외인걸."

"... 실례군요."

"아니. 미안. 네 말대로야. 이오나가 보면 좋아하겠어."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클레온에게 건네준 자신의 수첩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려다가.

"... ..."

입을 벌린 채로 잠시 멈춘다. 시선은 조금 급하게 좌우로 움직이며, 무언가 머릿속에서 빠르게 굴러가는 듯했다. 마치, 꺼내려던 말이 목 부근에서 턱 막힌 듯. 입이 두세 번 열렸다 닫혔다 하더니­.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죠."

"뭐... 마음대로."

클레온도 루베라가 무언가 꺼내기 힘든 말을 꺼내려는 것을 눈치채고 강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다시 한번 침묵이 흘렀다. 바리사다는 그런 두 사람을 잠시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짐을 챙겨 든다.

"─제 손에 있던, 지배의 각인."

이윽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루베라였다. 그녀의 손 등에 새겨져 있던 클레온의 지배의 각인은. 이제는 루베라에게서 아멜리아에게 옮겨져 갔으니. 당연하지만 그녀의 몸에 새겨진 각인은 없어진 상태였다.

이것으로 클레온과 루베라의 마력 통로는 사라졌고. 그녀에게 각인을 새겼던 이유 중 하나인 우드녹커 가문의 명령도 사라진 상태니. 다시 그녀에게 지배의 각인을 새길 필요는 없었다.

"언제. 다시 새겨줄 건가요."

하지만, 루베라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자신보다 키가 큰 클레온을 눈만 올려다보며 머뭇거리듯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예상 밖의 모습에 클레온은 자신의 심장이 크게 뛰어오르는 느낌을 받지만 이내 재빠르게 가슴을 진정시킨다.

"뭐, 뭡니까... 그 짜증 나는 표정은! 입꼬리가 올라가서…!"

"미, 미안... 하지만 루베라가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루베라는 주먹을 꽉 쥐더니 클레온에게 못을 박듯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하? 착각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당신의 지배의 각인이 있는 편이 비상시에는 텔레파시도 가능하고, 몸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당신에게 치료받을 수 있어서 각인을 필요로 하는 것뿐입니다."

"알았어 알았어.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시간이 나면."

"큭... 그 여유로운 태도…. 짜증 나네요 정말…!"

아멜리아는 조용히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클레온을 대하는 루베라의 태도는, 자신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와는 많이 다르다. 라고 느끼는 바가 있었던 것이겠지.

이것이, 남녀의 관계인가. 아니면, 성별의 관계없는 친구로서의 모습인가. 아직 어린 그녀는 그것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있을 때는 보여주지 않던 루베라의 조금 들떠있는 듯한 모습은, 많은 이들과 교류를 나누지 못하는 아멜리아에게는.

또 하나의 인연의 모습이라고, 약간의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001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 하늘에서 다시 햇빛이 쏟아져나온다. 신기하게도, 바깥에 비해서 순백에 가까운 아멜리아의 방에 있는 쪽이 더 눈부시게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아멜리아의 존재가 원인일까. 아니면 일부러 그런 구조로 만들어진 것일까. 중요한 것은, 이렇게나 밝은 해가 다시 떠오른 왕도에도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잘못 건드리면 어딘가가 터져나가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행동해야 할 차례였다.

루베라와 잠시 헤어져, 유배탑을 나온 클레온은 손에 들고 있는 편익의 반지의 레플리카를 내려다보았다.

`혼자서는 가지 마세요.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들의 소굴에 혼자 들어가는 것은 반대입니다.`

라고, 루베라는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루베라도 함께 오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겠지만, 아멜리아의 상처의 경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우선은 개별행동. 밤이 되면 다시 셰이프 시프터의 바에서 만나기로 한 뒤, 클레온은 각인을 통해 정신을 집중한다. 여러 갈래로 나뉜 마력의 흐름 중, 가장 찬란한 황금색으로 빛나는 통로에 손을 뻗으면­

[무슨 일인가요~ 클레온~]

황금의 성검. 칼리번에게 닿았다.

[칼리번. 네 힘이 필요해. 이쪽으로 와 줘.]

[지금 사샤씨랑 같이 쿠온씨의 점심 준비를 돕는 도중이었는데요~? 꼭 지금 해야 하나요~?]

잠시 입을 다무는 클레온. 그러자, 건너편에서는 콧노래 소리만이 되돌아왔다.

[저기, 어떻게 안 될까?]

[...후후. 어쩔 수 없네요~]

그런 그녀의 대답이 들려오자, 갑작스럽게 공간을 열어젖히며, 그녀가 건너편에서 날아와 클레온의 허리춤으로 들어왔다.

물론, 검집에 들어가 있는 검의 모습이었다.

[그럼. 가볼까요~]

언제나 같이 느긋한 말투로 말하는 그녀. 이런 성격이지만, 성검 중에서도 높은 출력을 자랑하는 그녀이기에,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그녀의 힘에 의지하고 있었다.

클레온은 다시 한번 편익의 반지를 들어 보이며, 그 반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한다. 역시나, 뒷골목을 향하고 있는 그 반지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면, 유스테스가 있는 곳을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아, 클레온! 마침 클레온이 왕도에 도착했다고 해서 당신의 집으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음? 지금부터 일인가요? 아무리 봐도 아침 조깅하다가 다른 곳으로 샜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차림인데요…. 아하. 루베라와... 흠흠. 유스테스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도와드려야죠! 앞장 서주세요!"

경로상 중간에 있는 왕도의 시가지를 지날 때, 이오나를 만난다. 이오나는 루베라가 마음을 터놓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 에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녀에게는 사정을 털어놓은 상태였다.

[이오나가 동료가 되고 싶다는 듯이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어째선지, 그녀의 머리 위에 그러한 문구가 보이는 듯한 클레온은, 조금이라도 안전을 기하기 위해 그녀의 동행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아무리 본인은 반 성검이라지만, 파티에 검사가 둘이라니. 파티의 밸런스가….

"어라? 클레온이잖아. 마침 클레온을 만나러 가던 도중이었는데…. 이오나 씨도 함께네. 악마를 토벌하고 납치된 사람을 구하러 간다고? 뭐야, 그런 일이라면 내가 도와야지.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용사니까."

그리고. 또다시 길을 걷는 도중에 아루루를 만난다. 그녀는 명백히 전투가 준비된 차림을 하고 실체화한 아론다이트까지 데리고 있는 상태였다.

[아루루가 동료가 되고 싶다는 듯이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파티에 또 한 명. 용사가 추가된 거네요~]

태평하게 나레이션을 하는 칼리버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클레온은, 조용히 두 사람의 어깨를 잡고 물어본다. 어떻게 자신이 여기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아루루는 무장 상태인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했다.

"...너희 둘. 누군가에게서 들은 거야?"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걸."

"그, 그렇네요."

명백하게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치인 두 사람. 지배의 각인을 사용하면 두 사람의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어차피 라일라가 이야기 한 것이겠지. 각인이 없더라도 텔레파시를 쓸 수 있는 건 그녀 정도이고. 그렇게 생각한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라일라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었다.

[고마워.]

[너 말이야! 아침에 나갈 거면 나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나가던가! 갑자기 없어져서 쿠온이랑 사샤가 얼마나 걱정했­]

강제로 채널을 닫는 클레온.

음. 감사 인사는 마음에 담아놓기로 하자.

그리고, 자신을 따라오는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갈까. 점심시간의 악마 퇴치."

002

"...저기. 클레온? 아무리 클레온이 우리에게 열린 마음가짐이고. 우리도 클레온이 원하는 걸 해줄 마음은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에 오는 건... 조금..."

[... ... ♪]

세 사람의 조용한 거부반응을 느끼며, 클레온도 조용히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뒷골목에 들어온 순간, 낮의 밝은 햇빛은 거짓말처럼 그 양이 줄어들어, 마치 보이지 않는 반투명한 막이라도 이 위에 펼쳐져 있는 듯이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마, 악마들, 혹은 악마를 신봉하는 아스타로테들이 만들어낸 물건이겠지. 이 보이지 않는 결계 안으로 들어오면 조금씩, 조금씩, 몸에 있는 흑마력에 대한 저항력이 줄어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원래 흑마력과 친화력이 강한 클레온이라면 별문제 없겠고. 한쪽은 용사, 한쪽은 반인반성검인 두 사람도, 자기 몸을 보호하는 방법에는 도가 튼 인물들이니 문제는 없겠지만.

이런 곳에 일반인이 들어오는 것은, 그야말로 거대한 악마의 위장으로 서서히 걸어 들어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엘레시아에 있는 뒷골목은 아이들 장난으로 보일 정도로, 이곳은 어둠에 가깝고, 또, 지옥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도 지옥과 같다고 클레온은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뜨는 것이었다. 그들이 편익의 반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뒷골목 안에 있는 수많은 창관들 중에 하나.

[카말라 트레일]

라고 대문짝만하게 화려하고, 진한 간판이 대낮부터 마력 등이 반짝이는 이곳에는, 핑크 머리의 여성을 본떠 만든 입간판이 길거리에 전시되어 있었다. 주변의 더러운 거리에 비해서, 이 창관의 주변만큼은 빗자루질은 물론 걸레질까지 빠트리지 않고 하는 것인지 바닥이 청소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카말라 배스라는 이름. 어디서 본 적이 있다. 그래. 어제, 클레온에게 부딪혀왔던 여성이 건넸던 전단지에도 이 창관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오해를 풀자면. 여기에 유스테스가 있어."

"...유스테스... 역시, 그 유스테스라는 유스테스 우드녹커를 말하는 거지?"

아루루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는 사이인가?"

"아는 사이라고 할까. 이름이랑 얼굴은. 신년이나 전승 기념일의 귀족들의 사교회에는 출석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별로 좋은 인상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 우리 집의 메이드들은 물론이고, 나한테도 추파를 던졌었거든."

과거의 그 녀석이라면 그럴만하다. 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온과 이오나.

"그런가... 유스테스. 결국 창관에도 다니게 될 정도로…."

"... ...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가."

"아하하... 절계수에 관련된 사건으로 유스테스도 성장했지만, 과거의 인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아루루의 무언가 착각한 듯한 말에, 클레온도 이오나도 쓴웃음으로 아루루의 말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성장이 독이 되었을 줄이야. 책임감으로 움직인 것 같지만, 생각보다도 위험한 곳이었단 게 문제겠지."

클레온의 말에, 이오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 됐든.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을 좀 확인하기로 한 세 사람이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생각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가게가 낮부터 적지 않은 손님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게의 내관은 핑크와 검은색을 기조로 천장부터 벽까지 자극적인 빛에 감싸여 있었지만. 재질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것을 사용하여 절대 뒷골목에 묵혀 있을 만한 가게 아니었다.

거기에, 노출도 높은 타이즈로 된 검은 옷을 입고, 머리에는 토끼 귀를 딴 듯한 머리띠를 쓰고 있는 점원들이 음료나 음식을 나르는 모습을 바라보면, 이오나는 살짝 얼굴을 붉힌다.

"성학과 보다는 덜하네…."

"그래..."

하지만 아루루와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반응의 전부였다. 수업 중에 반라, 전라로 움직이는 것이 당연했던 성학과의 학생들을 한 달 반 정도라고는 하지만 거의 매일 같이 바라본 클레온과. 수석으로서 다른 과의 수업에 대한 것은 파악하고 있어야 했기에 어느 정도 그들에 대한 면역이 붙어있는 아루루에게는 괜찮았지만.

"두, 두 사람 다 감각이 이상해 진 게 틀림없네요…."

이오나는 그렇게 말하며 얼굴에 부채질하는 것이었다. 다만, 분명 바깥에서 보기에는 창관이라고 생각한 곳이 안으로 들어가면 카페, 레스토랑과 다름 없는 구조를 하는 것에는 역시 클레온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조금 망설이고 있으면. 입구 근처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종업원 한 명이 걸어온다. 그녀 역시 다른 점원들과 마찬가지로 안에는 노출도 높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흰색의 코트와도 같은 겉옷과 머리에는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을 보아 주변의 점원들보다는 조금 급이 높은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가까이 온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흑마력의 기운.

`서큐버스... 인간으로 의태 하기 위해 코트와 모자를 쓴 건가.`

꼬리와 날개를 감추기 위한 겉옷과 뿔을 감추기 위한 모자겠지.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가온 그녀에게 눈을 마주치자, 그녀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허리를 꾸벅 숙인다.

"어서 오세요! 왕도 뒷골목 최고의 성인 카페에! 이번 주는 버니걸 주간입니다~ 가게에 방문해 주신 것은 처음이신가요?"

"... ..."

응.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까.

클레온이 잠시 말을 고르려는 찰나 아루루가 먼저 입을 연다.

"맞아요. 처음이에요. 귀엽네요. 그 옷."

"감사합니다~! 세 분이 일행이신 거죠?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루루의 가벼운 칭찬에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 듯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데리고 테이블이 준비된 좌석으로 일행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아루루를 잠시 바라본 이오나와 클레온. 아루루는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든다. 그러곤, 점원을 따라 좌석에 가면 좌석은 좌석대로 벽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통로와 좌석의 사이에는 커튼을 칠 수 있게 되어있는 것이 보인다.

"우선. 한 분당 주문을 하나씩 해주세요! 그러면, 저희 직원이 주문받은 음식이나 음료를 가지고 올 거예요. 그 점원은 이번 이용에서 손님들 전용의 점원이니까, 어떤 일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더 깊이 있는 행위를 원하신다면 2층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별도 요금이 됩니다만!"

`제대로 창관도 겸하고 있는 거군.`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고 메뉴판을 살피면, 생각보다도 상식적인 메뉴로 구성된 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내온 음식을 입에 댈 생각은 없었지만.

"와, 헬리스산 달걀로 만든 디저트...!"

자신도 모르게 이오나가 목소리를 높이면, 아루루와 클레온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를 향한다. 확실히, 이오나는 이런 저런 디저트에 관심이 많았던 것을 떠올린 클레온은 마음 같아선 그녀에게도 주문하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선은 유스테스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그러면 나는, 여기 있는 커플 전용 하트 버블티. 아. 생크림 케이크도…."

"아루루...?"

"빨대는 세 개로 괜찮으신가요?"

"네."

술술 주문하는 아루루를 잠시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클레온이지만, 그녀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먹고 싶다는 생각에 이런 것을 주문할 리는 없다. 분명, 평범한 손님인 척을 하려는 것이겠지.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도 간단한 식사를 주문하고, 이오나도 거기에 따라 이야기했던 디저트를 같이 부탁한다.

"기대되네~."

"... ..."

[저도 뭔가 먹어도 될까요~?]

"... ..."

천연인 것 같은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클레온. 이윽고, 커튼의 바깥에서 `크, 크윽...`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면 천천히 커튼이 걷어진다. 그곳에는, 다른 점원과 마찬가지로 토끼를 모티브로 한 복장을 걸친 채, 얼굴을 새빨갛게 붉게 한 여성이 서 있었다. 마치, 수치심을 참으려는 듯이 눈을 꼭 감고 손에는 일행이 주문한 물건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그녀는.

갈색의 긴 웨이브 진 머리카락에 상당히 정돈된 이목구비를 가진 평범한 미녀였다.

귀에는 은색의 피어스를 달고 있고. 조금 어색한 몸놀림으로 쟁반의 음식을 테이블로 옮기기 위해, 살며시 눈을 뜬다.

그리고­

"크, 클레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클레온이 그녀의 얼굴로 향하면.

초록색의 눈이. 똑바로, 아니, 부들부들 떨리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클레온은, 이오나는 알고 있었다.

"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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