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 〉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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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모습은 가까이에서 그 눈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본인이라고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해 있었다. 물론, 근본적인 면은 바뀌지 않았다. 갈색의 머리카락과 녹색의 눈동자. 그리고, 자세하기 들여보지 않아도 미남이었던 그의 특징을 이어받아, 준수한 미녀라는 점.
조목조목, 한가지 한 가지를 들어가며 비교해보면. 확실히, 본래의 모습의 흔적이 어딘가 남아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
아직 클레온과 같이 건장한 체격은 아니었지만, 조금씩이라도 발전해나가던 남성스러웠던 몸은, 근육이 전부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가는 몸이 되어 있었고. 그에 비해 발달한 가슴과 허벅지는 그가 더는 남성이라고 스스로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턱선은 가늘어졌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리고 도톰하게 튀어나온 입술. 속눈썹. 등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진 장발.
거기에, 이렇게나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옷을 입고 있으면, 남성인 그에게는 당연히 보기 좋지 않은 둔덕이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고무 재질의 그 옷의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비너스의 둔덕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유스테스...!?"
클레온이 경악에 가득 찬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려다가, 이내 꾸욱. 다리를 땅에 디디고 뒤를 돌아보며 커튼을 닫는다. 자신들이 깨달은 사실에 놀라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아루루와 이오나 역시, 그런 그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나를…. 찾으러 온 건가? 클레온."
처음으로, 그녀, 아니 그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그 목소리는 그가 본래 남자였다는 것을 전혀 증명해주지 못할 정도로 가늘고, 높은 목소리였다. 유스테스 본인도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이것이 싫증 난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린다.
"역시, 유스테스인가. 그 모습은"
클레온의 질문에 유스테스는 자기 몸을 슬쩍 내려다보면서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깨문다. 눈가에는 눈물마저 보일 정도였다.
"아아. 짐작하다시피. 서큐버스의 짓이야. 나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서 일하는 점원 중에서 서큐버스가 아닌 인간들은 전부. 원래 모험가였던 남자들을 강제로 여자로 만든 사람들이고."
그의 입에서 전달되는 사실은, 이곳에 모인 모두를 경악시키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모험가 길드의 남자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것을 알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이야기였다.
"우선…. 앉으세요. 원래 이런 가게니까 돌아가지 않더라도 의심하지는 않겠죠."
이오나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옆을 두드리자 유스테스는 조금 어색한 발걸음으로 자리에 가서 앉는다. 여성의 몸으로서 걷는 것에는 익숙해지지 못한 듯 했다. 천천히 의자에 앉으면서도 어깨가 뻐근한 듯 한숨을 내쉬는 그를 바라보면서, 클레온은 질문한다.
"...무슨 일이 있던 거지?"
"하하... 꼴사나운 이야기지."
유스테스는 반쯤 죽은 눈을 하며 이야기한다. 그 눈에는, 자신의 무력함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섞여 있었다.
001
분홍 머리의 음마 카말라의 꼬리에 묶인 채 함께 전이되어 온 유스테스는 자기 몸이 순간적으로 붕 떴다가, 벽에 부딪히면서 받은 강한 충격이 몸을 덮치는 것에 고통의 신음을 내뱉었다.
"큭..."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두운 감옥과도 같은 공간. 더럽고, 끈적거리고, 냄새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보다도 그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이 공간 전체에 퍼져 있는 찐득한 흑마력의 잔향. 아니, 아직도 농도 높은 흑마력이 이 주변에 남아있는 것이겠지.
본래 마력 적성이 낮은 그에게는, 흑마력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것도 골목길에 펼쳐진 농도 정도라면 조금 불쾌한 정도. 그리고, 이런 곳까지 들어오게 되면 마치 몸이 피부에서부터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그의 허리춤에 있는 미스틸테인이 남아있는 마력을 어떻게든 주인인 그의 주변에 펼쳐 흑마력의 침식을 막아내려 한다.
그때, 자신의 옆에서 나는 창살의 철커덩, 하는 소리에 눈을 돌리면, 카말라가 유스테스가 있는 장소 즉, 감옥의 문을 잠그고 있는 것이 보였다.
"릴림 언니~♡ 나이스 타이밍! 정말로 딱 맞추어서 나타나 주셨어요! 하마터면 지옥으로 강제 송환 당할 뻔했다니까요!? 머리 뒤에 혹 보이시죠!?"
유스테스가 땅바닥을 기며, 고통의 목소리를 내건 말건.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카말라는 자신을 구해준 흑마의 서큐버스. `릴림`에게 달라붙어서 한껏 애교와 아양을 떤다. 외모만 본다면 릴림의 쪽이 카말라보다도 어려 보이지만,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는 두 사람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차이가 존재했다.
쉽게 말하자면 클레온과 유스테스 정도의 차이일까.
릴림은 자신에게 달라 붙어오는 카말라를 무표정으로 꾸욱 손으로 밀어낸다. 그녀의 얼굴은 어디까지나 감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손짓에는 싫증과 짜증이 섞여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음후후~ 부끄럼쟁이라니까☆ 그 점도 귀엽지만요…."
카말라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꼬리를 흔들흔들, 물결치듯이 흔들어댄다. 그 모습은 마치, 주인을 대하는 애완견의 모습과도 같았다.
"...이제, 갈게... 이슈탈, 기다리고 있어…."
"네네~! 이슈탈 언니에게도 이 카말라의 안부 꼭 전해주세요!"
릴림은 그런 카말라의 말을, 무시하듯이 손을 휘저어 차원문을 열어젖힌다.
유스테스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쇠창살 너머에 있는 그녀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기다...려...! 너희들... 어째서 왕도에서...!"
릴림은 그럼, 잠시 유스테스를 바라보더니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차원문을 통과해 사라진다. 유스테스가 그 모습을 보며 `큭...`하고 목소리를 내뱉으면, 카말라는 릴림이 사라질 때까지 배웅하는 손을 흔들다가
"어이. 쓰레기."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유스테스가 달라붙어 있는 쇠창살을 향해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카앙! 하는 귀를 아프게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튀면, 유스테스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는 것이었다.
"아까는 잘도 나한테 아픈 경험을 하게 해주었네….☆ 나도 모르게 주변에 있던 가여운 동생 중 한 명을 먹어 버렸잖아…."
어디까지나 웃는 얼굴로 이야기하는 그녀였지만, 그 안에는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가까운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는 것이 목소리와 태도에서 전해져왔다. 아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관점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 어쩌면, 악마라는 종족에게 있어서는, 이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쇠창살에서 멀어진 그에게,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는 꼬리를 스멀스멀 허공을 기어 다니듯 춤추며 다가가게 한다.
유스테스는 그런 그녀의 행위에 위협을 느끼며 뒤로, 뒤로 물러나다 보면. 감옥의 벽에 자기 등이 닿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흠. 반푼이 용사. 실력도, 잠재력도 반푼이. 개화할 가능성도 낮네. "
"개화...? 무슨 소릴 하는거야...!"
자신을 조롱하던 말에서 이어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에 유스테스가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이자, 카말라는 한숨을 내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옆에 있는 꼬맹이를 데려오는 건데... 뭐. 너는 너대로 쓸모가 있으니까."
"큭... 제대로 묻는 말에 대답해!"
유스테스는 그런 카말라의 태도에 분노해서 미스틸테인을 뽑아든다. 아까는 세인트 프린세스와 루베라의 난입으로 인해 멈췄던 몸을 깎아내는 마력의 생산이 다시 시작되고. 그것으로 힘을 되찾은 미스틸테인이 강하게 빛나면
"내가 왜 그래 줘야 해? 너 같은 약한 녀석의 명령을 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에도 없는데☆"
카말라는 웃으면서 꼬리를 열어젖히고. 그 안에서 공기 중의 농축된 흑마력 보다도 더더욱 고농도의 마력을 내뿜는다.
"크윽...!"
그것만으로도, 성검으로 들어갔던 마력은 전부 유스테스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두꺼운 벽으로 바꿔야만 했다.
그 마력에 노출되면,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상태에서 몸이 녹아버릴 테니까.
"아하하~! 허접한 마력 제어와 질 낮은 마력량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모습은 재밌네☆"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키득대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유스테스는 속이 들끓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지금 그에게 가능한 것은, 그저 이 상태를 버티는 것 뿐.
다만, 생명력을 갈아 쥐어 짜낸 마력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유스테스는 어떻게든 행동하여 이곳을 탈출할 필요가 있었다.
"...뭐야, 그 눈은? 설마.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유스테스를 바라보며, 그가 절망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카말라가 정색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유스테스는 자신도 모르게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은 마치 장난감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실망한 어린아이의 눈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보통. 장난감에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었다.
카말라의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이번에는, 쇠창살에 휘두른 위협이 아니라, 정말로 유스테스의 몸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것이다. 유스테스는 황급히 미스틸테인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아내지만, 카앙! 하는 소리가 다시한 번 울리면, 강력한 충격이 유스테스의 손으로 이어지고. 꼬리는 성검의 손잡이를 휘감으며, 유스테스의 손에서 그것을 뺏어 버린다.
"미스틸아아아아아악...!!"
어머니와, 그 여동생의 유품인 미스틸테인이 손에서 떨어진 순간, 유스테스는 황급히 자신의 검을 잡으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전신이 불타는 듯한 격통에 무릎을 무너뜨리고 만다. 신성 마력의 가호가 사라지면서, 그의 몸이 완벽하게 흑마력에 노출된 것이었다. 마치, 수십, 수백 마리의 벌레가 자기 몸을 기어 다니면서 피부를 물어 뜯는듯한 고통.
"하하하하하! 성검이 없어지면 바로 무릎을 꿇어버리는 거네! 역시 반푼이던 그렇지 않던 용사란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니까!"
그것을 바라보며 재밌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카말라.
지하 감옥에는, 유스테스의 고통에 가득 찬 비명과 카밀라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다른 감방에 갇혀 있는 이들은 귀를 막고 몸을 떨거나 쇠창살 너머로, 새로운 희생자의 상태를 확인하려 한다.
"네가 이 뒷골목에 들어온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네. 사라진 모험가들을 찾고 있는 거겠지? 누군가에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안된다고. 실력도 없으면서 나대는 녀석은. 당하기 딱 좋으니까."
비명을 내지르기 때문에 대답이 돌아오지 못하는 유스테스의 몸에, 꼬리로 채찍질을 가하면서, 그녀는 또다시 웃는다.
웃음소리. 웃음소리. 웃음소리.
유스테스는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의 무모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후회. 그리고, 어느샌가 자신이 조금 자만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서서히, 서서히. 녹아내리는 몸과 같이 그의 정신마저도 흩어지려 할 때. 기억 속에서 보이는 것. 주마등과 같은 환영의 영상은. 쓰레기 같았던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그런 그를 교화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한 어머니. 루베라. 티오. 탈체크. 그리고
"...레오...나..."
유스테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들은 카말라는 멈칫. 하고 꼬리를 움직인다. 이미 녹아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유스테스의 의식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
"음? 뭐야.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거야?"
그리고 살려달라는 말 대신에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그 행위에.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꼬리가 멈칫, 한 순간.
유스테스는 번개와도 같이,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2대 볼트가 만든 철제 장검을 뽑아 들고.
남은 손으로는 자신을 때리던 꼬리를 붙잡아 당기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오직 정면만을 바라보고.
쇠창살 사이로 검을 찔러 넣었다.
바람을 가르며 찌른 검이 얇은 틈을 통과하며, 꼬리를 붙잡혀 쇠창살의 가까이 끌려간 카말라의 얼굴. 정면을 노린다.
유스테스에게도 생각은 있었다. 일반적인 검은, 악마에게 상처를 내지 못한다. 하지만, 상대가 악마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대응책은 생각해 둔 것이다.
미스틸테인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출발하기 전. 이 검에는 성수를 사용한 코팅 작업을 마쳐둔 것이다.
은은하게 깃들어 있는 성스러운 기운이, 악마의 살갗을 무자비하게 태우면서. 그녀의 머리를 꿰뚫는 데에 성공하면.
아무리 강력한 악마라도 퇴거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큰 피해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크윽...!?"
갑작스럽게, 전신에 들어간 힘이 순간적으로 빠진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키가 작아진 느낌. 그리고, 팔이 얇아지며, 몸의 균형이 이상해진 느낌.
앞으로 몸이 무너지며, 검의 궤도는 엇나간다.
결국. 검은 당황한 카말라의 볼을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카말라는 성수에 의한 고통을 받아 `큿...!`하는 목소리를 내뱉지만 가볍게 흑마력으로 그곳을 훑으면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쓰러진 유스테스. 자기 몸이 무언가 이상하게 변했다는 것을 자각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끈적한 흑마력이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물론이고, 가느다래진 팔, 어딘가 조금 커진 듯한 옷. 그리고, 무거워진 가슴과 엉덩이.
"쿳... 푸... 쿠흐흐... 카하하하하하하하하!!!"
눈앞의 악마가 미친듯이 웃어 재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면 그녀의 옆에 마력으로 이루어진 얼음의 거울이 나타나, 유스테스에게 그 모습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여성이 된 유스테스의 모습이 있었다.
"뭐...야... 이건...!"
"아하하하하하! 뭐, 뭐긴 뭐야! 암컷이 된 네 모습이지! 원래는 용해할 정도로 농도 높은 흑마력을 주입했지만, 의지로 이겨낸 거네! 축하해! 그게 오늘부터 네 모습이야!"
카말라의 명백하게 비웃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변해버린 자기 모습에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유스테스는 비틀거리면서 놓쳐버린 자신의 검을 향해 손을 뻗으려 했다.
"아~아~ 뭐 하는 거야 너. 그런 몸으로 검을 잡아봤자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하는걸. 네가 잡을 수 있는 건, 이제 손님의 자지 뿐이라구. 아니면, 음식을 나르는 수레라던가."
하지만. 카밀라는 발로, 유스테스의 소중한 검을 차버린다.
"큭... 누가, 그런 일을..."
"... 후후. 하지만. 방금 건 좋았어. 아무리 나라도 철렁했으니까. 설마, 이렇게나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위기를. 너 같은 쓰레기에게 느낄 줄이야."
카밀라는 손가락으로 상처가 났었던 볼을 훑으면서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일반인이 힘든 감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결국 쓰레기는 쓰레기. 아쉽게 됐네요☆ 당신의 모험의 서는 여기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비웃음과 함께 유스테스를 내려다보던 그녀는, 웃다가 지친 듯 한숨을 내쉬면서 유스테스에게 얼굴을 가까이한다.
"...기회를 줄까? 너. 그리고, 너와 같은 처지의 모험가들을 여기서 해방 시켜줄 수 있어."
"... ..."
"물론. 그냥은 안되고. 일해야지. 내일부터, 우리 가게에서 일하면서 필요한 정기를 모으면 풀어줄게. 아, 물론 성검도 돌려주고 말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조심스럽게 꼬리로 붙잡은 미스틸테인을 흔들어 보았다.
"일, 이라고...?"
"그래. 간단한 접객, 그리고.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끝내주게 기분 좋은 일이지...☆"
눈을 빛내면서, 절망한 유스테스에게 웃어 보이는 그녀는 다시 한번 높은 웃음소리로 지하 감옥을 울리는 것이었다.
002
"...그래서, 그런 복장을 하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던 것이군요."
"그래 맞아. 아침부터 벌써 몇 손님 째... 아직 2층에는 올라가지 않았지만 말이야. ...알고 있어. 그 말이 구색 좋은 유혹이라는 건. 하지만, 그것에 매달리지 않으면... 나는..."
유스테스는 어깨를 축 떨어트린 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 사이에, 아루루는 이오나로부터 `음식에 문제없음` 판정을 받고 주문한 것들을 해치운 상태였다.
"...다른 점원들도 설마?"
"그래... 나처럼 여자가 되어버린 남자 모험가들이야. ...어째선지, 녀석들은 점점 자신이 남자였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서큐버스들의 노예가 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말이야. 2층으로 데리고 간 손님을 탈진 시킬 뒤에 서큐버스들에게 넘기는거야."
이오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은 클레온과 아루루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기억과 세뇌라. 아카데미에서 있던 일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졌다.
하지만, 이오나는 고개를 저으며 두 사람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마, 데미우르고스는 아니겠죠. 서큐버스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에 점점 오염되는 과정일 겁니다."
"설마, 나도 그렇게 되는건가...? 점점 자신이 여자라는 게 당연해지고, 몸도 마음도 더 여자에 가까워지는…. 그런 저주에 걸려 버리고 만 건가...?"
유스테스는 겁에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미안, 하다. 클레온. 네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만…. 그건, 내 오만이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거야."
그렇게 말하며 사과하는 것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주체할 수 없는 미안함과 후회가 섞여 있었다.
뭐가 성검의 용사냐. 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냐. 자신은, 이렇게 또다시 다른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바보일 뿐이었다.
바뀌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자만이었다. 나는 아직도 무력하다.
"...아픈 경험을 해서. 그것이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실패는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
하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유스테스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며 이야기한다.
"... 우선. 이곳에서 탈출하자. 다른 녀석들도 해방 시켜야 하지만…. 그 전에, 네 성검도 되찾아야겠지."
유스테스는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오나와 아루루 역시 이미 이곳에서 그를 구출해낼 생각인 듯했다.
"클레온...!"
"다만. 주변에 악마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데다가…. 여기 있는 점원들을 인질로 사용당할 수 있어. 그러니까 조금 더 기회를 엿보는 게 좋아. 네 성검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고."
[성검의 기척이라면 제가 쫓아볼게요~ 미약하지만 그럴듯한 게 느껴지니까요~]
칼리번의 말에 클레온은 작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이, 유스테스에게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느껴진 것일까.
"그, 그래! 물론이야…! 고마워, 클레온. 나도 최선을 다할게."
클레온을 동경하는 얼굴을 하며, 눈을 반짝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는 두 사람. 이오나와 아루루는 조용히 속닥거린다.
"... 이오나."
"... 네, 자신도 모르지만. 조금씩 말투가 여자 같아지고 있네요. 이건…. 좋지 않을지도요."
유스테스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고,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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