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화 〉 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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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왕도의 모험가 길드는 지방의 다른 모험가 길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모험가들의 실력이 출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왕실에서 직접 내려오는 고난도의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실력 있는 모험가들을 모으기 때문이다. 때로는 거대한 던전의 공략. 모험가 길드가 없는 변방에 나타난 몬스터 퇴치. 왕국과 대륙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모험가들을 고용하는 것으로, 소중한 왕국의 병사나 기사들을 낭비하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왕국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장점이었다.
특히, 상위권의 모험가 정도가 되면, 그 명성은 귀족이나 기사들에 비해서도 전혀 뒤처지지 않을 정도이다. 왕국군의 훈련에 초청되는 예도 있는가 하면, 귀족 가문과 전속 계약을 맺어 그들의 수족으로서 일하는 이들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고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모험을 즐기는 인물 중에서도 많은 후배 남성 모험가들로부터 지지받던 노련한 모험가.
붉은 가시의 레이몬드.
이번 해로 나이 60이 넘어가는 그는 지방 영주의 첩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본인에게는 영주의 자리 따위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레이몬드는 어린 시절부터 무예를 갈고 닦아 모험가가 되어. 그 뒤로는 자신의 파트너가 되는 붉은 깃발의 창을 들고 여러 모험을 다니며 수많은 동료와 역사에 기록될만한 위대한 모험을 계속해 왔다.
또한, 왕국과 제국의 전쟁에서는 왕국의 의용군에 속하여, 의용대장 팔라나티아보다도 앞에 서서 가장 먼저 적진에 뛰어드는 붉은 가시 선봉대를 이끌어 전장에서도 그 명성을 드높일 정도였다.
자신과 적의 피로, 그 창을 첨단부터 손잡이의 가장 밑 부분까지 붉게 물들일 정도로 누구보다도 용맹한 모험가였던 레이몬드.
허나 그 나이가 되도록 아내와 자식이 없는 것에 대해 후배들이 물어보면 자신의 사랑은 모험에 바쳤다고 말할 정도로 낭만파에 재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제, 머리는 색이 빠져 회색에 가까워졌지만, 그런데도 모험에서 뒤처지는 일은 없었고. 누구보다도 위험한 의뢰에 먼저 참여하는 그가 홀연히 모습을 감춘 것은 벌써 2주도 더 된 일.
길드의 직원들은 물론이고, 그를 동경하여 모험가가 된 후배들도 그의 행방을 찾았지만 어디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의 집을 찾아가도, 있는 것은 그가 사라지면서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남아있는 가구와 그의 무기인 붉은 깃발의 창 `게이불` 뿐.
누군가는 말한다. 붉은 가시의 레이몬드는 생애 마지막 모험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진정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이 왕도를 떠났다고.
많은 이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영웅이 무사히 마지막 모험을 마칠 수 있도록 신들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이었다.
001
"하앗!"
창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 질풍과도 같이 연속으로 찔러오는 창, 그리고 그런 창의 검격을 신뢰의 속도로 받아치는 여성. 아루루 트로메이아. 그녀의 검 아론다이트는 창을 받아칠 때마다 금이 가고, 파편이 튀어 오르지만 그것이야말로 아론다이트의 능력을 위한 준비과정과도 같은 것이어서. 주변으로 흩뿌려진 파편은 허공에서 또 다른 성검으로 변하여 눈앞의 적.
몸 전체에 달라붙는 검은색의 하이레그. 은밀한 속살이 비추는 망사 스타킹. 머리에는 토끼귀를 본뜬 머리띠. 그리고, 그와 같은 흰색의 웨이브진 머리와, 붉은색의 눈.
전투의 열기로 흥분한 얼굴에,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핥아내며. 그녀는 창을 풍차의 날개와도 같이 빙글빙글 휘둘러. 날아오는 모든 복제된 성검을 쳐내버리는 것이었다.
회전하던 창이 우뚝. 하고 멈추어 서면. 서큐버스의 흑마력이 서려 있는 그 창은, 날과 장대 사이에 붉은색의 브래지어가 걸려 있었다. 그것이 그 흰머리의 여성의 것이라는 것을 누군가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본래, 2층의 애프터 플로어에 있는 파티장에서 흥을 돋우기 위한 폴댄스를 추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 창은 자신의 장사 도구이며 파트너이기도 했다.
"그 창 솜씨. 상당한 실력인데?"
아루루는 백번에 가깝게 서로의 무기가 부딪치고 있음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그녀의 몸을 보면서 중얼거리듯이 내뱉었다. 물론, 아루루 역시 몸에는 상처는 물론 땀을 흘린 흔적도 없지만. 자신과 이렇게까지 대등하게 무기를 부딪칠 수 있는 존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손님. 50년을 넘게 창을 휘둘러왔으니, 당신과도 같이 어린 분께는 질 수 없는 노릇이지요."
아무리 봐도 20대의 초반. 아니, 잘하면 10대 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아루루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눈앞에 있는 것은 창관 `카말라 트레일`의 점원이며, 2층에서 소란을 일으킨 자신들, 클레온 일행을 붙잡기 위해 손수 실력행사를 해 온 인물이다. 뿔이나 날개, 꼬리가 없는 것을 보아 분명히 인간이었고, 그렇다는 것은 유스테스와 마찬가지로 원래 남성이었던 인물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녀의 원래 정체 따위를 생각하더라도 의미는 없겠지. 아루루는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서 성검의 출력의 제한을 한 단계 해제한다.
푸른색을 띤 신성 마력이 그녀의 몸 전신에서 방출되어, 순수한 마력압으로 화해 창술사를 몰아붙인다.
하지만, 창술사 역시, 그에 질세라 창에 머금어진 그녀의 주인. 서큐버스의 마력을 휘둘러 마력압을 상쇄시키는 것으로 그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이었다.
`클레온... 괜찮겠지?`
아루루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를 제압하고 이 분단된 공간에서 빠져나갈 생각만을 한다.
"손님이야말로 굉장하십니다. 제가 당신 정도의 나이일 때는 제국군과의 싸움에서 몇 번이나 사지를 겪으면서 겨우 일구어낸 경지인데. 전쟁을 모르는 현세대의 무인 중에서도 당신과도 같은 여성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여성의 칭찬에 아루루는 두 눈을 깜빡이더니 성검을 들어 여성을 겨눈다. 왕국을 수호하는 트로메이아 가문의 용사로서, 그녀의 말은 아루루의 역린을 건드리는 발언이기도 했다.
제국과의 전투에 몸을 바친 고결한 영령마저도 타락시키는 서큐버스의 흑마력.
자연스럽게 성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클레온과의 대련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완전하게 적을 쓰러트리기 위한, 왕국의 검으로서의 아루루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마음에서 자비심을 지워낸다.
"내가 당신의 정체를 알아채더라도, 손속을 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설마. 그런 것을 바랄 정도로 썩진 않았습니다."
여성은 습관이라는 듯이 자신의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훑어내며, 지지 않는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아론다이트!"
"마창 게이볼그."
두 사람이 각자의 무기의 이름을 부르면,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오며 서로의 마력압을 상쇄하듯. 몇 번이고 확산하며, 소멸하고를 반복한다.
싸움이 시작된 것은 조금 전. 유스테스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간 뒤의 일이었다.
002
커튼으로 복도와 분단된 테이블의 공간. 이오나와 아루루, 그리고 클레온은 유스테스의 미스틸테인을 되찾고 여자가 되어 이곳에 붙잡혀 있는 다른 이들도 해방하기 위해 작전을 세우는 중이었다. 그 사이, 칼리번은 정신을 집중하여 자신의 동족인 성검 미스틸테인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은은한 빛을 내는 것을 반복한다.
[미스틸테인의 기척은 확실하게 2층에서 느껴지고 있어요. 하지만, 그 주변에 강력한 흑마력의 기운도 느껴지네요. 뭐. 저와 클레온씨에 비하면 허접이지만요~]
그리고, 이내 미스틸테인의 위치를 알아낸 칼리번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들은 것을 세 사람에게 전달한다.
"강력한 흑마력이란건... 유스테스를 여자로 만들어버린 악마일까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 ...`카말라`라고 했던가?"
클레온이 그렇게 물어보면 유스테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 분홍 머리의 악마는 생김새는 우스꽝스러웠지만, 강철보다도 단단한 꼬리를 자유자재로 이용하여 전투하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꼬리를 열어젖히고 무엇이든지 먹어 치우는 능력과 반대로 그곳에서 닿는 이를 녹여버리거나, 여자로 바꾸어버리는 흑마력을 분사한다는 점이었다.
"조심하는 게 좋아. 그녀는 성수로 받은 피해도 순식간에 치유할 정도였으니까."
"다른 서큐버스들에 비해 고위의 악마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네. 아스타로테...라고 했던가? 악마 신봉자 녀석들. 왕도에 그런 악마를 소환해서…. 거기에, 모험가들마저 여자로 바꾸어 이런 일에 쓰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루루는 조용히 분을 삭이면서 미스틸테인의 손잡이를 쥔다.
"2층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클레온의 질문에, 유스테스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한다.
"2층은 애프터 플로어라고 해서. 1층에서 점원이 맘에 든 손님이 그... 그런 일을 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올라가려 한다면, 그 방법이 제일 자연스러울 거야."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들었던 설명대로.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는 듯하였다.
"...그럼. 지체하지 말자. 미스틸테인의 기척도 찾았으니, 이 이상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그렇네요. ...생각해보니까. 저희들도 올라가도 되는 걸까요?"
이오나는 클레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문득 생겨난 의문에 멈춰 섰다.
"...무슨 뜻이야?"
"아~! 클레온은 지금부터 유스테스를 안으러 가는 건데. 여자인 우리가 따라가도 괜찮냐는 거구나!"
아루루는 이오나의 의문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이 이야기하면 유스테스는 그런 아루루에게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다, 단어 선택이 조금…."
"그 부분은 문제없겠지."
클레온은 어깨를 으쓱인다. 분명히, 여자를 데리고 창관을 가는 남성은 윤리적으로는 최저 최악. 재활용 불가능의 쓰레기이지만. 이곳은 그런 쓰레기들의 더러운 욕망을 받아내는 서큐버스들의 장소.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도 악마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상인 것이다.
그런 클레온의 설명을 들은 두 사람도 묘한 설득력이 있기에 클레온을 따라 커튼을 걷어내고 복도로 나간다.
유스테스는, 그런 어딘가 조금 빗나간 윤리관을 가진 세 사람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내가 이상한건가...?"
003
2층으로 올라온 네 사람은, 유스테스를 선두에 세우고 그의 안내를 받으며 복도를 나아간다. 복도에는 1층에 있던 코트를 입고 있던 점원과 마찬가지로, 같은 복장을 입고 있는 서큐버스들이 일정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웃는 얼굴로 손님들인 그들을 맞이한다. 하나같이 일반적인 남성이라면 영혼을 빼앗길 것만 같은 미인, 미소녀들 뿐. 허나. 클레온의 양 옆. 양 팔에 팔짱을 낀 채 달라붙은 이오나와 아루루는 마치 오래된 연인을 흉내 내며 클레온의 시선이 서큐버스로 향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줍잖게 거리를 두고 움직이면 의심받을 수 있잖아. 후후~ 그리고, 정말로 연인사이니까 이상한 건 아니지?"
"서큐버스의 매료를 저희가 몸으로 막아내고 있으니까 안심해주세요. 클레온."
두 사람의 말에 한숨을 내쉬는 것은 클레온은 물론이었지만, 유스테스도였다.
물론. 그 역시 원래는 남성이었던 몸. 1달도 전까지는 온갖 여성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여길 정도였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런 철없던 자신을 흑역사로 치부하고 자신의 경박함을 억누르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고는 있었지만.
그 역시 젊은 혈기를 가진 청년. 여성으로부터의 인기는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었다.
다만. 본인의 현재 상황.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 여성들에게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하는 것이지만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에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 조금 기가 죽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우선은 이오나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스테스의 스승이었던 탈체크의 딸. 그리고 클레온은 탈체크의 제자이니, 그녀와 죽이 잘 맞는다고 해도 신기한 것은 없겠지.
그리고. 아루루. 언제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마리의 암사자와도 같았던 그녀의 발톱을 받아낼 수 있는 것 역시, 클레온의 실력이 출중하기 때문이었다.
...루베라. 자신이 버린 그녀를 클레온이 보호하여, 그 뒤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 대해선 오히려, 어느 정도 클레온에게 감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원래 파티였던 이들. 쿠온이라는 성직자도 그렇고. 대부분이 클레온을 믿으며, 그의 곁에 있는 것에 대해 유스테스는 곰곰이 생각한다.
남자로 돌아가게 된다면, 클레온을 롤모델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같은 탈체크의 제자이기도 하며. 큰 키와 근육질의 몸. 가지고 있는 힘은 유스테스 본인도 전부 파악하지 못할 정도였고. 이전 그가 휘두르던 마검에 더해, 지금 그의 허리에 있는 성검을 보면. 그가 어떤 모험을 하고 있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 ..."
유스테스는 힐끔, 하고 클레온의 얼굴을 본다.
아까, 그가 자신의 손을 잡아 안심시키기 위해 용기를 북돋아 주었을 때. 그에게 느낀 동경의 감정은 분명 유스테스 본인의 것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가 여성들과 스킨쉽을 할 때마다 기가 죽는 것은. 정말로 자신도 인기 있고 싶어서일까?
그리고. 그를 조금이라도. 시야의 구석에라도 넣고 싶어 하는 것은.
그를 보고 있으면 안심하게 되니까?
머리가 아파져 왔다. 열이 있는 것만 같았다.
"큭... 하아..."
유스테스가 갑작스럽게 몸을 비틀거리면서 머리를 짚자, 클레온이 재빨리 뒤쪽에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괜찮나? 너무 무리하지 마. 흑마력이 몸에 남아있을 테니."
클레온의 손가락은, 자신이 남성이었을 때의 그것보다도 굵었다. 그런 손가락이 자신의 어깨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며 유스테스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것을 느끼다가
"퓨리피케이션."
다음 순간, 이오나가 조용히 영창한 신성 마력의 정화 주문이 유스테스의 몸을 치료한다. 아루루가 스스로의 몸을 벽으로 세워 다른 악마들이 그 장면을 목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머리에 안개가 낀 듯했던 유스테스의 정신이 서서히 맑아지면서, 클레온으로부터 몸을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핫...!"
"...유스테스. 방금. 당신의 몸에서 흑마력의 농도가 진해졌었어요…. 당신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그 흑마력이 당신의 감정을 제어하려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 고마워. 이오나. 나는, 괜찮아."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한층 더 목소리나 말투가 여성스러워진 유스테스는 머리카락을 어깨 너머로 넘기며, 고개를 숙인다.
"... ..."
클레온은 그런 유스테스를 바라보다, 칼리번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다. 안내를 부탁하는 것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인 칼리번은 눈앞의 좌우로 나뉜 갈림길을 지칭하더니.
[성검은 여기서 오른쪽 끝에 있는 방에 있어요~.]
"왼쪽으로 가면 뭐가 있지?"
"스, 스트립 폴댄스를 볼 수 있는 VIP 전용의 연회장…. 듣기로는 실종되면 안 되는 귀족 손님들은 여자로 만들지 않고 자금원으로 만든다는 것 같았어."
유스테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 뒤 오른쪽을 바라본다.
"가자.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겠어."
클레온은 그런 유스테스의 상태를 염려하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발걸음을 꺾는다.
이오나도 아루루도, 유스테스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그녀를 데리고 카말라가 있을 점장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004
점장실의 문이 열어젖혀지면, 그 안은 화려한 금은보석으로 장식된 방이었다. 각종 화려한 의상, 비싼 과일들. 그리고, 각양각색의 악세서리.
점장이 업무를 보기 위한 책상 따위는 없고. 방에는 커다랗고 고급스러운 푹신한 침대.
그리고 그 위에서 배를 깐 채 쿨쿨 차고 있는 핑크색 머리카락을 가진 악마의 모습만이 보였다.
드르렁 쿨. 드르렁 쿨.
하는 얼빠진 소리만이 울리며, 가끔 손으로 배를 긁어대는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서큐버스가 아니라, 그냥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에 불과했다.
"... ..."
이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할 말을 잃었고. 아루루는 주변의 물건들을 살핀다.
그리고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며 칼리번을 뽑아 드는 것이었다.
"자 잠깐. 바로 베는 거야...?"
유스테스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 목을 베면 바로 지옥으로 강제 송환될 것 같으니. 배를 찔러서 침대에 고정하는 거야. 성검인 칼리번에 관통되면 자연스럽게 힘이 빠질테니까."
악마에게는 가차 없는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유스테스는 `윽...`하고 그 모습을 머리에 떠올린다.
하지만, 클레온의 방법이 가장 일리가 있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조용히 침대로 가까이 가, 칼리번을 수직으로 세워 들어 올린 뒤
그녀의 배꼽 부분을 노리고(배를 까고 있어서 조준해야 하는 곳이 알기 쉬웠다.)
칼리번을, 그대로 내리꽂았다.
푸욱!
"구에에에에엑!!! 뭐, 뭐야!? 갑자기! 하, 하아!? 성검!? 당신들 누구야!?"
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피를 내뱉음과 동시에 눈을 뜬 카말라는. 자신을 위에서 안광을 빛내며 내려다보는 클레온을 보더니 `히익`하고 목소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배를 깔끔하게 일자로 관통당한 그녀는,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독 안에 든 쥐가 된 상태였다.
"흐, 흑마의 일족... 그럼, 네가 클레온님..."
카말라는 클레온을 바라보더니, 그에게 존칭까지 붙이며 그를 알아보는 듯했다.
"나를 알고 있나. 내가 묻는 것에 대답해 줘야겠다. 악마."
"나는 카말라야... 흐, 흐응. 확실히. 강한 남자네. 릴림 언니가 소중히 여길 만 해."
하지만 카말라는 당황한 것도 잠시. 눈을 힐끗하고 유스테스를 확인하더니 싱긋 웃어 보인다.
"저 쓰레기를 구하러 온 거구나. 클레온님. 부하들에게 그럴듯한 인간이 오면 쓰레기를 보내라고 했는데. 제대로 일 처리를 해 줘서 다행이야…."
"...뭐라고?"
카말라의 말에 클레온이 되묻자, 카말라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저 놈을 이용해서 더 많은 희생자를 끌어들이려는 계획이었지! 성검을 가진 인간이 오는 것은 예상 밖이었지만, 문제없어!"
카말라는 그렇게 말한다.
"당신을 가지면 릴림 언니도 나에게 조금은 상냥하게 대해주시겠지☆ 안됐지만, 너희들의 모험의 서도 내가 여기서 꿀꺽해 줄게!"
"배때기에 검을 쑤셔 넣어진 상태에서, 그런 이야기를 해봤자"
"클레온!"
그 순간, 자신을 향해 무언가가 휘둘러지는 것을 느낀 클레온은 황급히 몸을 굴려 침대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그곳에는 눈에서 빛을 잃은 채 무언가에 조종되고 있는 듯 움직이는 유스테스의 모습이 있었다.
"잘했어! 쓰레기…. 아니, 유스티나."
"네... 언니..."
초점 없는 눈빛에 손에 든 것은 흑마력에 둘러싸인 성검 미스틸테인.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클레온을 공격한 유스테스는, 카말라가 지시하는 대로 그녀에게 다가와 배에 있는 성검을 뽑아버린다.
[왜 이렇게 남자 용사들은 한심한 놈들이 많은 거에요~!]
칼리번은 그렇게 외치며, 재빠르게 유스테스의 손에서 빠져나오더니 클레온의 손으로 날아 들어갔다.
"어머. 어머어머. 전세역전☆ 성검에 당한 상처 따위. 흑마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치유 가능☆ 정보를 얻어내려고 목을 베지 않은 게 실수였네! 클레온님!"
"... ..."
클레온은 카말라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칼리번을 제대로 잡아 자리에 선다.
"하지만 3:2는 쪼오끔 너무한걸☆ 그리고. 그쪽의 용사님과 반성검도 상당한 실력자고…. 자리를 옮길까?"
"무슨"
다음 순간, 카말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그 방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한 전이 마법진이 기동한다.
먼저 사라진 것은 아루루, 그리고. 이오나와 유스테스. 마지막으로 클레온과 카말라.
가장 먼저 이동된 아루루는 재빠르게 주변을 살피고. 눈앞에 서 있는 창을 든 여성과 대치한다.
"제 상대는 당신인가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가씨."
"당신은 그 가게의 점원인건가?"
"레밀리아라고 합니다."
일순의 침묵. 그리고. 두 무인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곧바로 막을 올리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