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53화 (153/506)

〈 153화 〉 완벽

* * *

000

"여기는... 아까 있던 이 가게의 점장의 방..."

아루루는 갑작스러운 전이에 당황했지만, 이내 크게 숨을 내쉬면서 아론다이트의 해방을 해제했다. 방금까지 싸우고 있던 레이몬드... 아니, 레밀리아가 하던 이야기는 여전히 신경 쓰였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보다도 다른 이들이 무사한 것을 파악하는 것. 다행히 옆에는 지친 듯한 이오나와 피폐한 기색의 유스테스가 있었고. 그녀들 역시 재전이 되어 여기로 모여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이의 마법진이 재발동한 이유는 단순하다. 클레온이 마법진의 주인인 카말라의 목을 치고, 자신의 흑마력으로 목숨만 살려둔 상태에서 그녀에게 명령하여 모두를 불러 모으도록 한 것일 뿐이었다. 몸은 완전히 분해되어서 사라졌고, 그에 따라 핵인 심장을 잃은 카말라 역시 그 자리에서 지옥으로 강제 송환되어야 했지만, 그것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머리만 남은 상태에서 눈물 콧물, 코피를 쏟으며 자신의 방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것을 본 이오나와 아루루는 잠시 할 말을 잃고 그녀의 옆, 침대에 허리를 내린 채 앉아있는 클레온을 바라본다.

"클레온, 무사했군요. 그리고, 악마도... 제압하는 데에 성공한 건가요?"

"그래. 너희들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이오나와 함께 전이되어 온 유스테스가 풀썩, 땅바닥에 쓰러진다. 손에 들려있던 미스틸테인에서도 흑마력의 흔적은 사라진 상태이었지만, 그의 몸은 원래대로 돌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이오나가 재빨리 유스테스의 상태를 살피면, 그저 한계를 넘어 몸을 움직인 부작용 때문에 기절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숨에 지장은 없는 것 같아요."

이오나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클레온은 땅바닥에 굴러다니던 카말라의 머리를 집어 들었다. 카말라는 자기 머리를 잡는 클레온의 손에 `히익`하고 목소리를 올리며 얼굴을 새파랗게 질린 상태로 클레온을 올려다본다.

"자. 그러면 이제 이것저것 말해줘야겠다."

"시, 싫어. 어차피 말해주더라도 지옥으로 돌려 보내버릴 거잖아...!"

카말라는 클레온의 말에도 저항하면서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것이었다. 패배한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은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 그들의 비밀을 뱉어버리면 재소환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클레온은 반항하는 카말라의 머리를 잠시 바라보더니 크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정말로 안타깝다는 듯, 어둡고 슬픈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는 것이었다.

"악마인 너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때로는 죽음이 허락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커다란 자비일 때도 있지."

"...응?"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는 듯, 멍청한 소리를 내는 카말라에게 클레온은 이어서 말한다.

"내 동료 중에는 고대의 기술을 연구하는 마법사가 있어서 말이야. 분명 살아있는 악마의 머리 같은 것을 선물 받으면 얼마나 기뻐할지 짐작도 안 가는 걸."

"라일라 그런 취향이었구나…."

"쉬잇..."

"흐, 흐응~. 현대의 저급한 마법사 따위에게 겁먹지 않아. 역으로 그 마법사에게서 마력을 흡수해 버릴 수도 있는데?"

카말라는 일순 불안한 기색을 느꼈지만, 어떻게든 클레온에게 겁을 먹지 않았다고 허세를 부리려는 듯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더더욱 몰아붙이는 것이었다.

"그 녀석은 연구를 위해서면 무엇이든 한다고? 네 머리를 열어서 뇌를 검사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에는 뇌에 바늘을 박아서 거기서 정보를 뽑아내는 녀석도 있었지…."

"뇌, 뇌에 바늘...? 머리를 열어...? 이, 인간은 어떻게 된 거야!? 악마들도 그런 일은 안 해!"

"그거 다행이군.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네."

인간의 잔악함(?)에 경악하며 소리를 지르는 카말라를 내려다보며, 클레온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크, 크윽….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인간들...!"

"조금은 내 질문에 대답할 마음이 들었나?"

카말라는 머리를 빠르게 굴린다. 여기서 대답을 하고 차라리 소멸당해서 지옥에 역소환 된다면, 후에 기회를 도모해서 이슈탈이나 릴림에게 재소환 되어 그때 복수를 할 수 있다. 이미 이 남자와 싸우면서 실력의 차이는 잘 알았으니, 그에 대비해서 마력을 많이 비축해둔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절대로 이 남자나 그 동료에게 겁먹은 것이 아닌, 2보 전진을 위한 용감한 후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얼굴은 파랗게 질려서 눈을 꼭 감은 채 끙끙대는 소리를 내는 것이 영락없는 패배자였지만.

"아, 알겠어... 무엇을 알고 싶은 건데...?"

카말라는 결국, 항복 선언에 가까운 말을 내뱉으며 조용히 클레온을 올려다보았다. 그 모습을 본 아루루와 이오나는 조용히 속으로 박수를 친다. 본래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과 마력, 그리고 정기를 양식으로 하는 악마를 겁먹게 만들어 의지를 꺾다니. 물론, 라일라라면 충분히 악마에게서 정보를 빼내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어찌 됐든 이것으로 그들의 정보를 얻어내면 이후의 행동도 취하기 쉬워질 것이다.

"우선... 유스테스를 포함해서 세뇌하고 성별을 바꾼 남성들을 전부 원래대로 되돌려."

일단, 최우선 급무는 그것이겠지. 유스테스도 이들을 찾으러 왔다가 변을 당한 것이니까. 그들이 복귀하면 모험가 길드도 다시 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카말라는 그 말을 듣더니 휙, 하고 시선을 돌리면서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더니. 머뭇거리면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 그건 못해..."

"... ..."

클레온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자, 카말라는 두 눈을 꼭 감으면서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외치는 것이었다.

"저, 정말이야! 그 술식은 이슈탈 언니가 개발한 거라, 나는 걸 줄은 알아도 풀 줄은 몰라...! 풀 수 있는 건 그녀뿐이야...!"

"이슈탈... 아스타로테의 수장인 반인반마의 서큐버스군요."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도 이상한 수작을 부렸었지…."

싸움을 방해하거나, 유혹마를 쓰거나. 아루루는 클레온과의 밀회를 떠올리면서 살짝 얼굴을 붉혔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면서 카말라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정말이겠지?"

"저, 정말이야! 지옥 군주의 이름을 걸고!"

클레온이 칼리번을 슬쩍 바라보면, 그녀는 순간적으로 빛으로 화하더니 인간의 모습­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취하며 클레온의 옆에 앉아 카말라의 눈을 바라본다.

이내,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클레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거짓말은 아니에요~ 진실인 것 같네요~"

"칫..."

클레온은 칼리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혀를 찼다. 그녀를 잡는 것만으로는 붙잡힌 남자들을 해방할 수 없다는 건가….

"그럼. 어째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거지? 아스타로테의 목적은 대체 뭐야?"

클레온이 그것에 관해 물어보면 카말라는 올 게 왔다는 듯이 `크으윽~`하고 분한 목소리를 내다가 이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그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슈탈 언니와 릴리 언니님이 노리는 건, 데미우르고스 `사타나엘`의 강림이야…. 그걸 위해서, 강력한 마력의 근원. `완벽의 결정`을 만들기 위해 남성을 여성으로 바꾸고 있는 거고..."

"와, 완벽의 결정이요!?"

카말라의 말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오나였다. 그녀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붙잡고 눈을 들여다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클레온도, 카말라도 당황하지만, 그녀의 눈에서 느껴지는 열기는 지식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완벽의 결정은 고대의 기록에서도 아주아주 드물게 등장하는 마력 원! 극히 일부만이 제조 기술을 알고 있고, 가지고만 있다면 만능에 가까울 정도로 강력한 마력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그...!?"

카말라의 머리를 붙잡고 흔들며 이야기하는 이오나는 흥분하여 말을 내뱉었고 카말라는 `어어어어어 맞아아아아 그어어어어` 하고, 붙잡힌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그녀에게 대답한다.

"이, 이오나. 진정해."

클레온이 그런 이오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하자, 이오나는 `핫!?`하고 자기 행동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러고는 이내 헛기침을 하면서 카말라에게서 떨어져 팔짱을 끼고 클레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죄, 죄송해요. 클레온. 설마 여기서 완벽의 결정의 이름이 나올 줄은..."

"이야기만 듣자면, 막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 물질... 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는데. 그게 여성을 남성으로 바꾸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클레온이 카말라에게 물어보면, 카말라는 쓴 약을 삼킨 어린아이와 같이 착잡한 표정이 되어 조용히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완벽의 결정은. 인간을 재료로 해서 만드는 물질이야.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양쪽의 영혼을 모두 가진, 합일의 영혼을 정제해서 만드는 거지."

"... 그래서?"

클레온은 그녀의 설명을 들어도 그다지 명쾌한 느낌을 받지 못해서 되물어 보면. 카말라 대신에 이오나가 대답한다.

"음... 말하자면. 한쪽의 성별만을 가지고 있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해결해서. 완벽함이라는 개념이 깃든 영혼을 재료로 결정을 만든다는 이야기 같아요. 고대의 문서에는 때때로. 양쪽 성별의 자아를 모두 가진 인간이 나타나, 그런 이들은 막대한 마력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졌거든요. 다만, 그 덕분에 많은 이들로부터 핍박받아서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뭐. 진실은 고대인들이 완벽의 결정을 만들기 위해서 몰래 죽여버린 거지만..."

카말라는 이오나의 말에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면서 이야기한다. 어째, 고대인에 대한 것은 진실이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그들을 혐오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클레온이었다.

"어찌 됐든. 남성을 강제적으로 여성으로 만들어서. 남성으로서의 자아와 여성으로서의 자아. 양쪽 모두가 공존하거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 인공적으로라도 합일의 영혼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라는 거군요. 당신의 계약자는."

"맞아. 나도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직 성공사례는 없어. 마력에 침식되면 남자의 자아나 여자의 자아. 양쪽 하나만 남고. 육체와의 부조화를 겪어 무너지거나, 아예 남성성을 완전히 포기한 채 여자가 되어버리거나.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거든."

"...잠깐. 데미우르고스를 강림시키려면. 인자를 활성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째서 마력 원 같은 게 필요한 거지?"

클레온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아카데미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다른 의문점을 그녀에게 질문한다. 레일과 검은 교전은 데미우르고스 사클라스의 강림을 위해 마력을 확보하는 것보다도 베아트릭스가 가지고 있던 인자를 노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자는 이슈탈 언니가 가지고 있지만, 일부에 불과해. 나머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열심히 찾고 있긴 하지만. 차선책으로 결정의 무한한 마력을 사용해서 부족한 인자를 채우려는 거야."

"악마를 강림시키기 위해, 왕국 국민들을 실험동물처럼..."

아루루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왕국의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악마들의 행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쥔 그녀의 손을 클레온이 붙잡으면. 아루루는 조용히 손에서 힘을 풀며 클레온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분노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나답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번 일은 좀 힘드네."

"...알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모으면 반드시 막을 수 있을 거야."

클레온의 말에,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말라에게 물었다.

"이슈탈은 어디에?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전력은 얼마나 되는 거지?"

"그, 그건... 매, 맹약 때문에..."

클레온이 다시 한번 칼리번을 바라보자, 칼리번은 클레온에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서 보였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럼, 클레온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카밀라를 추궁했다.

"맹약? 지금까지 말한 건 맹약의 밖이라는 건가?"

"그, 그래..."

물론 어느 것이든 중요한 정보겠지만, 자신들의 목적과 수단을 밝히는 것에는 맹약을 걸지 않았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것은 이오나도 마찬가지라는 듯 이마를 검지로 톡 토 두드리며 이야기한다.

"이슈탈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악마의 사고를 읽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해야 할 일은 정해졌군."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칼리번에게 카말라의 머리를 건넨다. 칼리번의 피부에 카말라가 닿자 치이이익~ 하는 소리가 올라오며 칼리번이 내뿜는 강력한 신성마력에 의해 `갸아아악~!`하는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었다. 칼리번은 그런 카말라의 볼을 손으로 잡은 채 싱긋 웃어 보일 뿐이었다.

"녀석들이 완벽의 결정이라는 것을 만들기 전에 이슈탈을 찾아서 막아야 하는 것과 가능하다면, 그 녀석보다 먼저 사타나엘의 인자를 가진 다른 인물을 찾아내서 이쪽에서 보호하는 것..."

"네. 그리고, 여자가 되어버린 남성분들을 되돌릴 방법도요…. 그건, 저와 라일라가 연구를 해야겠네요."

클레온은 이오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아루루를 바라본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세인트 프린세스님을 도울게. 클레온과 함께. 왕국의 방패인 용사로서."

아루루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주먹에는 분노보다도, 스스로를 북돋기 위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

"자, 잠깐! 원하는 대로 전부 이야기했으니까 이제 놓아줘! 아니, 강제 송환 시켜줘!"

칼리번의 손에 붙들린 채 비명을 지르던 카말라가 목소리를 높이자, 클레온은 그녀를 바라본다.

"이슈탈에게 약점 같은 것은 없나?"

"야, 약점!? 그, 그러고 보니 그 녀석과 만큼은 싸우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아파앗!?"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흥미가 생겼다는 듯이 칼리번에게서 카말라의 머리를 받아들었다.

"그게 누군데?"

"그, 그건­"

001

"그래서. 이걸 가지고 왔다고?"

라일라는 클레온과 함께 자신의 방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채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분홍머리의 악마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 뒤 창관에서 해방된 여성화된 남성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우선은 트로메이아 가문에 보고하여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루루는 그들을 데리고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길을 사용해서 공작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남성 중 일부는 기억을 되찾고 수치심과 자괴감에 자해하는 이도 있었지만. 이오나에 의해 저지되어 다행히, 기절한 채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기억을 되찾지 못하고 일터가 없어졌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들에 대한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루어져야 했지만, 그 방법은 아직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클레온은 처음부터 예정했던 대로. 카말라의 머리를 가지고 라일라에게 돌아왔다. 라일라는 보따리에 무언가를 싸서 들어오더니 사샤나 쿠온에게도 보이지 않고 자신에게 내밀 때부터 불안한 예감이 있었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더군다나, 보따리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까지 느껴졌으니까.

"굉장한 전리품이네."

"여러 가지 조사해야 할 게 남아있으니까."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카말라의 재갈을 풀자, 그녀는 `푸하­!`하고 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을 원망하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짐승! 천사! 귀신!"

"천사는 뭐야. ...아, 악마랑 반대되는 개념이니 너희한테는 욕인 건가."

"잘 알고 있네…! 가 아니라! 아는 걸 이야기하면 송환시켜주겠다는 약속이었잖아!"

카말라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생긋 웃으면서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약속은 한 적 없는데. 그쪽이 자비로운 처사라고는 말했지만."

"이, 이이익..."

라일라는 그런 카밀라의 머리를 붙잡더니 그녀의 눈을 잡고 위아래로 손가락을 벌려 동공을 살핀다.

"이 머리를 조사해서 여자로 변한 남자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을 찾으란 거야?"

"바로 그거야. 이 녀석은 해제 방법을 모른다고 하지만, 가지고 있는 기억을 토대로라면, 술식을 분석해낼 수 있겠지?"

라일라는 클레온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녀의 눈은 이미 새로운 연구 대상을 찾아낸 것에 대한 즐거움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물론이야! 솔직히. 악마랑 싸운다고 해서 나는 별로 힘이 못 되어줄 것 같았는데. 이런 일이라면 내 분야지…! 흥! 클레온도 잘 알고 있잖아!"

"그야.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으니까…. 이번에도 부탁할게. 라일라."

그런 클레온의 말을 들은 라일라는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아무래도, 그로부터 솔직한 부탁을 듣는 것이 아직 조금 부끄러운 듯했다.

"...맡겨만 둬. 트리스 메기스토스에 관한 것도 있지만. 역시, 이대로 악마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고. 트로메이아 가문의 조사력을 믿으면서 기다려 봐야겠지."

클레온 역시 라일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서둘러서는 잘 될 일도 망칠 수 있다. 하나하나. 눈앞의 문제를 처리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모험의 비결이다.

라일라는 클레온을 향해, 배시시 웃어 보이더니 팔을 걷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가방에 쑤셔 넣어둔 분석 도구들을 꺼내 드는 것이었다.

"저기, 그 손에 들고 있는 소형 굴착기 같은 건 뭐야? 마법사 언니?"

"아아, 이거? 걱정하지 마. 제대로 재생시켜줄 테니까. 아. 물론 머리만."

"자, 잠깐!? 클레온님! 살려줘! 이 애 바늘이 아니라 드릴을 쓰려는 것 같은데!?"

들려오는 즐거운 목소리를 뒤로하고, 클레온은 라일라의 방을 나섰다.

002

저녁 식사 시간. 쿠온을 도와 한 상 차림을 마친 클레온은 낮에 그녀에게 카말라의 머리를 전달한 뒤로 방에서 나오고 있지 않은 라일라를 부르기 위해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라일라가 좋아하는 연어요리이기에, 그녀를 빼놓고 먼저 식사를 시작하면 그녀의 볼이 부풀어 오르는 광경을 봐야했기 때문에.

쿠온도, 사샤도 식탁에 앉은 채 그녀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라일라. 저녁 시간이야, 슬슬 휴식하고­"

두 번 노크를 한 뒤, 잠겨있지 않은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디딘 클레온은, 방 안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달콤한 향기에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라일라?"

"자, 잠깐! 기다려! 클레온! 앗...큭...♡"

클레온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클레온에게 등을 돌린 채 몸을 움츠러트린 라일라가, 신음소리에 가까운 목소리를 올린다. 그녀의 작업대를 보면, 카말라의 머리가 기절한 채로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에게 무언가를 당한 건가!?

"라일라, 괜찮아!?"

클레온은 목소리를 높이며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피려 한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그녀의 앞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녀의 몸이, 무언가 이상했다.

붉은색의 머리도, 푸른색의 눈도 원래대로. 원래 체온이 높은 그녀였기에 몸이 따뜻한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목에서 아랫부분.

그녀의 가슴이, 원래 이렇게 커다랬나?

"...라일라씨...?"

"읏..."

본래, 빈말로도 커다랗다고는 할 수 없던 라일라의 가슴이, 지금은 그녀의 머리만 한 크기까지 부풀어 올라 있었다. 원래 몸의 라인이 가느다란 그녀였기에, 그 모습은 조금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도착적이었지만. 거기에, 치수가 맞지 않은 옷 때문에 가슴이 조이면서, 그 첨단에서 무언가, 액체가 흘러나와 옷을 적시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체온을 머금었기에,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달콤한 액체의 향기가 이 방 안에 충만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슨­"

"크, 클로즈!"

클레온이 무언가를 이어서 말하려 하기 전에, 라일라가 폐쇄의 마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방문을 닫는다.

그러고는 클레온을 향해 상기된 얼굴을 보이며 조용히 입을 여는 것이었다.

쾅! 하는 소리가 뒤쪽에서 들리면, 클레온은 조심스럽게 라일라의 얼굴을 살핀다. 그녀는 가파른 호흡으로, 머리에서도 땀을 흘린 채 클레온의 소매를 붙잡았다.

"미, 미안. 클레온. 이, 이거…. 같이, 해결해 줘…."

쿠온과 사샤가 기다리고 있는데. 라고 말하려던 순간, 라일라의 입이 클레온의 입에 겹쳐져 왔다.

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자신의 가슴 근처에서 느껴지면, 클레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