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루베라 & 플라로우스 [한없이 어둠에 가까운 밤] (3)
* * *
(주의. 주인공의 짐승화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북하신 분들은 스킵해 주셔도 좋습니다.)
000
짐승은 이성을 지니지 않는다.
짐승은 오로지 본능만을 가진다.
억압되지 않는 생명의 화신, 그것이야말로 짐승의 본연.
사샤의 안에서 잠들어있던 루벤은, 자신과 연결된 존재에게서 짐승이 깨워지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 흐음."
잠을 자고 있던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녀가 깃들어있던 사샤도 마찬가지로.
작은 침대에서 곤히 잠든 의식을 치워버리고, 루벤이 그 몸을 차지하고 상체를 일으켰다.
`누군가가 그의 몸 안에 있는 `그것`을 깨웠는가….`
그녀의 머릿속에, 각인 너머로 보았던 클레온의 짐승성이 떠올랐다.
그것은 클레온이 사샤와의 교류를 통해 사냥꾼의 각인을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짐승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훨씬 오래전,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것.
그렇기에 그것이 깨어났을 때, 짐승의 섭리에 따라 자신은 그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겠지.
사냥의 신이자 마랑의 대모인 루벤조차도 분신체라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포식자.
검은 짐승. 그것을 가까스로 자신의 권속이라 할 수 있는 `늑대`라는 정의할 수 있는 틀에 꾸겨 넣는 것이 루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이다.
혹시라도 그것이 깨어나는 일이 있다면 주변 일대의 모든 생명을 먹어 치우지 않으면 잠잠해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루벤조차도 압도적인 강자에 의해 굴복되는 것을 생각하면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부럽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구나... 쿠후후...♡"
과연. 어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이들이 그것을 불러일으켰는가.
루벤은 그것을 상상하면서 창밖의 달을 내다보았다.
인간을 미치게 하는, 커다란 마성의 보름달이 왕도를 비추고 있었다.
001
어린 시절, 늑대에게 쫓긴 기억이 있다.
휴즈의 부탁을 받아 나의 검술 스승이 된 그녀는, 나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때려 박기 위해 손속을 두지 않고 나를 단련시켰다.
시종으로서의 업무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더라도, 나에 대한 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때로는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동시에, 나에게 있어서 또 다른 지옥을 선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녀는 나를 왕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야생의 숲으로 데려갔다.
정원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강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실전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겠지.
가증스러운 우드녹커 가문의 저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힘을 발현하지 않은 바리사다만을 가지고, 어두운 숲에 던져질 때까지는.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루베라. 네가 죽기 직전까지 나는 손을 대지 않으마. 이 숲에서 3일, 나의 도움 없이 살아남으렴. 암살자는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적의 목을 치는 것이 소임이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내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광활한 숲에서 혼자가 되었다는 감각만이 내 주변을 맴돌았다.
방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암살검을 단련한 그녀가, 나의 스승인 그녀가. 휴즈같은 인간의 부탁을 받아들인 그녀가.
상냥한 인간이라고, 선인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어리석었다.
기술 없는 인간이 고개를 들고 있을 만큼, 숲은 어설프지 않았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의 구분. 병원균을 가지고 있는 벌레들.
강물에 입을 대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했다.
어째서 자신에게만 이런 지옥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일까, 운명을 저주하며 땅을 기듯이 지냈다.
하지만. 짐승의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이야말로, 힘없는 자에게 있어 가장 비참한 말로를 가지고 온다.
그들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강자라면 도망치고, 약자라면 쫓아온다.
나는 후자였다.
다리를 물어뜯기고, 등을 할퀴어져, 피를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한 놈의 목을 찔렀다.
그렇지만 녀석들은 나와 동족의 피를 보고 더욱 격양하며 달려들었다.
인간만 한 크기의 짐승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밀쳐낼 만한 힘이 그때의 나에겐 없었다.
녀석의 앞 다리가 나의 몸을 짓누르고 위에서 덮쳐온다.
바리사다를 어떻게든 치켜들어 날카로운 이빨이 목덜미를 물어뜯는 것만은 막았다.
극도로 흥분한 짐승, 잇몸이 다 드러날 정도로 벌려진 입에서 떨어지는 냄새 나는 타액.
뻣뻣이 선 털가죽, 그리고. 천둥소리처럼 울리는 짐승의 울음소리.
이곳에서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고 서서히 약해지는 팔의 힘을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하늘 기둥."
002
"Grrrr....!"
이곳에, 스승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사랑하는 이가 변해버린 검은 짐승과 그를 그런 형태로 바꾸어버린 반인반마의 가증스러운 악마 소환사 뿐.
나는, 나의 치부를 스스로 열어젖히며. 그에게 반항할 수 없는 암컷이라는 것을 어필했다.
나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인 바리사다도 내 곁에 없었다.
클레온은 정말로 짐승으로 변해버린 것일까.
두 개의 고기 기둥을 고간에서 껄떡이며, 날카로운 발톱을 새운 채 이쪽을 바라보는 그에게 이성이 남아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인간의 것보다도 날카롭고, 중간이 뭉툭한 그것은 질 나쁜 농담같이 갯과의 짐승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지금부터 저것에 꿰뚫린다고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공포인지, 절망인지, 아니면 어긋난 기대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자기 몸을 감쌌다.
"굉장한 맥박이구나. 두근, 두근 할 때마다 나에게까지 전해져오고 있어... 후후…. 두려운가?"
플라로우스가 그렇게 물어왔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네. 그렇네요. 설마, 수간에까지 손을 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아하하...♡ 하지만 두려움과 함께 그대의 눈에서 기대가 보이는데"
"읏...♡"
빌어먹을 나에 대한 파멸 충동.
이 몸에 새겨진 거부할 수 없는 마조 암컷의 본능.
클레온에 대한 원망 섞인 시선을 보내보지만, 그것을 받아내서 곤란한 쓴웃음을 지어줄 수 있는 그는 더는 없었다.
소름 끼치는 안광 속에 섞인 정욕을 지닌 짐승의 시선만이 있었다.
"자, 자. 어떻게 되었는가….♡ 클레온. 어서 그 흉악한 송곳 같은 자지로 나와 루베라를 꿰뚫는 것이다….♡"
거부감 반, 그리고 기대 반인 나와는 달리, 그녀는 완전히 그것을 즐길 생각이었다.
그녀처럼 모든 것을 떨쳐낼 수 있는 편한 성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내 마음이 준비되었던, 그렇지 않던. 클레온은 암컷에게 유혹당하는 대로 가까이 다가와, 나와 그녀의 음부에 동시에 페니스를 가져다 대었다.
"하윽...♡"
찌걱, 하고, 끝부분이 살짝 걸리는 느낌이었다.
그 날카로운 귀두의 경사가 히끅거리는 구멍에 걸쳐지면서, 불에 달구어진 철봉과도 같이 뜨거운 두꺼운 물건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아...!"
플라로우스 역시, 나와 같은 감각을 받은 것일까.
척추를 타고 흘러오르는 감각에 몸을 비틀며, 허리를 활처럼 휘면서 감탄 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오싹오싹한 느낌이 전신을 지배했다. 그것은 신기하게도 몸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감촉과는 다른, 차가운 강철의 면도날이 몸을 스쳐 가는 느낌이었다.
"아아...♡"
그것은, 내 몸에 쏟아지는 공포였다. 감각과 사고를 마비시키는 안개가 퍼진 천막 안에서도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고
기다리던, 두려워하던 그 순간이 찾아왔다.
`쯔그윽...`
하고, 무언가를 찢어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천천히, 천천히. 그의 물건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앗, 큭, 오....♡"
"후읏...♡ 크윽...♡"
나와 플라로우스는 동시에, 그에 맞춰서 내는 듯한 짐승 같은 교성을 내뱉었다.
굵기나 길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형태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컸다.
참을 수 없는 이물감, 그리고, 뜨거운 페니스가 가져다주는 쾌감. 이전의 그것이 몽둥이였다면, 이것은 창이었다.
질내의 주름을 갉아내면서 안쪽으로 안쪽으로 침입하면, 손쉽게 자궁의 입구에 닿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으긋...♡ 깊,어...♡"
"가장 안쪽에... 닿고 있어..."
어떤 것이, 누가 내는 목소리인지 모르는 채, 우리는 클레온을 통해 연결된 채 같은 감상을 내뱉기만 할 뿐이었다.
"싫어♡ 이거, 평소의 클레온이랑은 달라서...♡ 금방, 가버렷...♡"
"하하하...♡ 처녀를 잃은 날,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건, 이것대로... 버릇이 될 것 같군...♡"
"안, 돼...♡ 이건, 내 거야...♡ 당신한테는, 빌려주지 않아...♡"
"괜찮지, 아니한가♡ 닳는 것도, 아닌데...♡"
진입이 멈추어 조금의 여유가 생긴 우리가 암컷의 쓸모없는 자존심을 세워 이야기하고 있으면 이성이 없는 클레온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모습에 질린 것인지.
허리를 주르르륵. 하고 뒤로 빼면서.
"아극!? 잠, 깐... 굵은 부분이 걸, 려서...♡"
"클, 레온...! 조금만, 천천히...♡"
나의 애원하는 목소리는, 클레온의 낮게 포효하는 울음소리에 덮여져 지워진다.
물론, 들린다고 하더라도 그는 지금, 육욕과 포식의 짐승, 나의 목소리가 귀에 닿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범하는 상대의 몸 상태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 교미. 압도적인 수컷이 암컷을 취해 먹어 치우는 교배.
평소의 그라면, 적어도 상대가 다치는 것만큼은 피할 것이고, 각인의 힘을 이용해서 대상의 몸의 허용량을 조절할 것이다.
"앗...으♡ 안 돼, 이거, 진짜로... 클레온...♡"
"후읏♡ 후으으윽...♡"
눈앞에서 거칠게 플라로우스의 가슴이 흔들렸다.
입을 꽉 문 채 허리를 뒤로 꺾으면서 허용범위를 벗어난 쾌감에 몸부림친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눈은 어쩔 수 없이 위로 돌아가며,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빈말로도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붉은 눈도. 아까와 같이 여유로운 표정도 모두 없어진. 그야말로 남성에게 철저하게 범해지고 있는 피포식자의 얼굴.
약한 여성의 민낯이 드러난 추잡한 얼굴.
하지만,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나 역시
"클레온...♡ 클레온♡ 클레온♡ 크읏...♡"
끊임없이 사랑하는 그의 이름을 부르지만, 그의 몸은 거기에 반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무언가의 비명이라도 된다는 듯, 흥분하고 달아올라 크기와 단단함을 늘리며 우리 두 사람의 안을 동시에 파고들어 오는 것이었다.
유린당하고 있다, 지배당하고 있다. 몸이, 이 짐승에게 굴복하려는 듯이 반응하고 있다.
"싫, 어...♡ 클레온...♡ 돌아와 줘...♡"
닿을리 없는 목소리를 내뱉는 나와, 단어로 형성되지 않는 신음만을 내뱉는 플라로우스.
서서히, 서서히. 그의 움직임은 더욱 격렬해 진다.
겹쳐져 있는 우리들의 몸을 동시에 꿰뚫는, 그의 굵은 페니스가 사정을 준비하려는 듯, 뿌리 부분이 부풀어 오른다.
"KRRRAAAA!!!"
갯과의 짐승들은, 사정할 때 물건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혹과 같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짐승의 교미를 지켜보는 취미 따위는 없기에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앗....♡ 큭, 이게...!"
"이그읏...♡ 배 안에서, 부풀어 올라서...♡"
엄청난 이물감이 동시에 몸 안에서 느껴졌다. 클레온의 평소의 굵기보다도 훨씬 굵은, 주먹보다도 커다란 혹과 같은 것이 우리들의 안을 강제로 열어젖힌다.
눈앞의 암컷에게 확실하게 자기 씨를 심어 넣기 위한, 짐승의 행위.
우리는 각자의 배가 부풀어 오른 것을 보며,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아픔과. 그 아픔이 만들어내는 뇌 내에 분비되는 마약에 의해 잡을 수 있는 것을 붙잡고 손에 힘을 준 채 몸을 꺾는다.
"오옥♡ 이대로, 안에다가 내줘...♡"
"잠, 깐... 정말로...♡ 위험, 해...♡ 이대로 가다간...!"
꾸륵... 하고, 그 굵은 기둥을 타고 무언가 액체가 타고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온다 라고 생각한 바로 다음 순간.
"GRRR.... KRRRWAAAA!!"
귀를 찢는 듯한 짐승의 포효와 함께, 화산의 마그마가 분출되는 듯한 충격이 우리들의 안을 동시에 덮쳤다.
비유가 아닌, 짐승 냄새 섞인 그 정액은 상대적으로 좁은 짐승의 성기의 요도구멍을 통해서 뿜어져 나와, 거친 기세로 자궁을 때린다.
"앗♡ 안 돼, 가, 간다♡ 짐승 정액 받아내서♡ 수정하면서 가버려♡"
"싫어♡ 클레온♡ 이거, 망가져 버려♡ 씨앗, 전부, 빼앗겨♡"
나는 알고 있다. 클레온이 원한다면, 우리 모두 임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게다가 흑마력에 강하게 오염된 클레온의 정자가 우리들의 난자와 붙는다고 하더라도, 수정되는 일 없이 곧바로 마력으로 분해되어 사라져 버리리라는 것을.
인간의 생명을 모독하는 배덕적인 행위.
오히려, 그 사실을 강하게 인식할수록, 저릿한 느낌이 머리를 강하게 지배하면서 우리를 되돌아올 수 없는 쾌락의 나락으로 떨구어 버린다.
"루,베라...♡"
머리가 망가진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플라로우스는 그 커다란 가슴을 나에게 붙이면서 그것을 찌부러트리고, 나에게 얼굴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 강제로 입을 열어젖히며 혀를 섞고, 달콤한 향과 오직 육욕만을 품은 감정 없는 키스를 나눈다.
원래라면 그것을 거부할 것이었지만, 끊임없이 내 몸을 파고들어 오는 클레온의 사정에 여파에 휩쓸려, 자제심을 잃고 수치심조차 벗어버린 채 그 혀를 받아들여 대답한다.
"절대로, 절대로...♡ 하음...♡ 츄...♡ 당신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니까♡"
"후♡ 후후♡ 좋지, 않은가...♡ 클레온을 거쳐 이어져 있는 것이... 니까...♡ 츄르...♡ 하아♡ 우리 모두, 그의 암컷이니라♡ 사이가 좋은 편이 좋겠지♡"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클레온에게서 나오던 정액의 기세가 약해진다.
질의 통로를 잠그기 위해 부풀어 올랐던 혹도 조금씩 수그러들지만, 이미 정액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우리들의 배의 크기는 돌아오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몸을 덮치지만, 그것을 지워내기라도 하듯이 우리들의 키스는 격렬해져 갔다.
수십 초를 그러고 있다 보면, 어지러운 현기증이 몰려오며 서로의 입이 떨어지고.
우리들의 사이에, 은실의 다리가 생기는 것을 본 순간, 플라로우스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아쉽지만... 이걸로 끝이로구나. 그에게 걸려 있는 짐승화의 저주도 이제 풀리겠지."
"...다행, 이네요. 그렇게, 기분…. 좋지는. 않았으니까."
"거짓말을...♡"
플라로우스가 말한 대로, 완전히 물건을 빼낸 클레온은 고개와 몸이 축 처진 상태로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기분 탓인가, 자라나 있던 짐승 같은 부분도 크기가 줄어들어 있는 듯했다.
정말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일까.
"클레온...?"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른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움찔하고 반응했다.
`쩌억`
무언가, 단단한 껍데기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의 머리 위에,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각인의 문양이 떠올랐다가 쪼개어져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읏...!?"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운, 흑마력의 감각. 그것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리라. 플라로우스 역시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한 표정이 되어 클레온을 돌아본다.
"무슨?"
원래대로 돌아오는 듯했던 클레온의 몸을, 다시 한번 흑마력이 뒤덮기 시작했다.
그 형태는 더는 짐승의 것에서 머물러있지 않았다. 어느 쪽이냐 하면 인간에 더 가까웠지만, 전신에서 흑마력에 의한 변형이 일어나며 마치 악마와도 같은 모습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머리에서 두 쌍의 뿔이 돋아나고, 등 뒤에서 날개가 솟아오르며, 몸은 단단하고 흉악한 갑주에 덮여간다.
"어떻게, 된 거지?"
"당신이 모르면 어떻게 합니까!"
흑마력이 증폭되어 간다. 주변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한다.
생명력과 마력을 구분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을.
"이건 마검황제와 같은"
"뭐라고!?"
다음 순간, 그의 몸 전체에서 흑마력으로 만들어진 촉수가 풀어져 나왔다. 하나하나가, 손이면서 동시에 남근과도 같은 흉악한 형태와 굵기였다.
"잠,깐...!"
순식간에 나와 플라로우스의 몸을 묶은 그것들이 우리들의 가슴과 배, 그리고 목과 팔.
사지에 달라붙으며 다리를 열어젖히고 목구멍을 밀고 파고들어 온다.
"우읍...!"
"그런가, 안에 기르고 있는 것은 짐승뿐만이 아니라, 데미우르읍!?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앗♡"
폭주한 클레온의 촉수가 우리들의 전신을 범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나의 손등에, 새롭게 떠오른 클레온의 지배의 각인이 보였다.
그것은, 플라로우스의 가슴에도 마찬가지였다.
"플라로우스...! 각인을 통해서, 클레온을...!"
"이, 건가...!"
나와 그녀가 동시에 각인에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하자, 조금씩이지만, 그의 기세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폭주가 완전하지 않았던 덕분이겠지.
나는 재빠르게 약해진 촉수를 풀고 그의 몸에 달려들어, 입을 맞추고 피를 흘려 넣어 마력의 연결을 강화한다.
`제어는 특기가 아니지만…!`
"하음... 큿♡"
이내, 각인을 통해 그의 안쪽으로 안쪽으로 손을 뻗어가며, 닿은 것은 그의 마력의 중추.
"제정신으로... 돌아와...!"
몸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몸 안의 마력을 전부 흘려 넣는다. 다행히, 클레온으로부터 받은 마력이 있었기에, 마력은 거기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큿... 루베,라..."
그의 입에서, 겨우 나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몸에서 뻗어 나왔던 촉수가, 모래처럼 흩어져 간다.
이내, 전신을 뒤덮고 있던 흑마력이 서서히 사라져가며 클레온의 지친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 ..."
클레온은 플라로우스를 바라보고, 플라로우스는 멋쩍은 듯, 미안한 듯이 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이걸로, 대가는 전부 지불했겠지...? 이것저것, 들려줘야겠어, 플라로우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크게 한숨을 내쉬며, 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듯이 잠들었다.
조용한 침묵이, 텐트 속에 감돌며, 플라로우스와 나는 잠든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