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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64화 (164/506)

〈 164화 〉 사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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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일도 없는 평범한 아침을 맞이한 것은 얼마만의 일일까.

어젯밤 저택에 돌아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기절하듯 잠자리에 든 클레온이 눈을 뜬 것은 다음 날의 점심이 지났을 때였다.

갈라테아도 칼리번도, 클레온의 양옆에서 그의 손을 붙잡은 채로 잠이 들어 있었던 덕분일까.

어젯밤처럼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그날 밤은 악몽을 꾸게 되는 루틴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머릿속에서 맴돌며 사라지지 않는 목소리가 있었다.

`석상을 부수면 돼.`

플라로우스가 보여준 환상 속에서 본 옥좌와 석상.

레시아. 황금의 용사는 세계의 수호자인 대적자로서 옥좌에 종속되어 있었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왔다.

레시아를 위해서, 석상을­ 세계를 부수고 싶다. 라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한 자신에 대한 욕이었다.

그런 짓을 하면 레일과 자신이 무엇이 다른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플라로우스는 어디까지나 그녀가 아는 선에서 알고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일개 인간이 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녀 자신이 이야기한 것 처럼 그녀와 자신은 세계에서 보자면 한낱 미물. 개미 한 마리와 커다란 차이가 없는 가치를 가진 인간이었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합리화 시키며 몸을 일으키면 오랜만의 충분한 숙면 덕분에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을 혹사하듯 일에 매달렸지만, 결국 인간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면.

"아, 클레온씨! 잘 주무셨나요?"

사샤가 반갑게 그를 맞이해 준다.

변함없이 밝은 목소리와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주황색의 머리카락이 흔들거리며, 머리 위의 뾰족한 강아지 귀가 움찔거렸다.

클레온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허리 뒤에 나 있는 털 달린 꼬리가 좌우로 붕붕 움직이는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마구잡이로 헝클어트리면서 껴안아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니. 그건 애완동물을 접하는 법이잖아.`

라고, 자신을 제지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정도에서 멈추지만.

"? 왜 그러세요?"

클레온이 멋쩍은 듯 시선을 굴리면 사샤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클레온에게 물어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클레은 적당히 대답하면서, 그녀가 걸치고 있는 복장에 문득 시선을 돌리며 이야기했다.

최근에는 잘 보지 못했던 모험가로서의 사샤의 복장.

푸른색의 경갑옷에, 머리의 리본. 가죽 벨트에 단검을 맨 채, 등에는 활을 걸치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제복을, 왕도에서는 평소에 사복을 입고 있던 덕분에 잊어버릴 뻔했지만 그녀도 훌륭한 한 명의 모험가.

엘레시아에서는 파티를 이루어 행동하고 있었지만, 그녀 정도의 실력이라면 간단한 의뢰 정도는 혼자서도 수행할 수 있으리라.

"의뢰의 나가는 거야?"

"네. 아침에 왕도 근처의 숲에서 인간을 크게 위협하는 마수가 출몰한다는 의뢰가 나와 있어서요. 인원 부족인 듯해서 모험가 길드의 분이 직접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

사샤는 그렇게 말하며 머리가 시원한 평원인 상냥한 남성분이라는 묘사를 덧붙인다.

`램퍼트인가.`

그에게는 유스테스에게 일어났던 일을 어느 정도 전달해 둔 터였다.

일단은 카말라의 가게는 박살 냈으니 같은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만 모험가들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모험가 길드가 제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도, 이슈탈의 술식을 분식해두지 않으면.

그런 식으로 클레온이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던 사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괜찮다면 같이 가실래요?"

"숲에?"

클레온이 되물어보자, 사샤는 기운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뢰는 거기까지 길게 걸리지 않겠지만... 최근, 클레온씨가 여러모로 바쁘신 것 같아서 말을 잘 꺼내지 못했지만... 머리가 복잡하거나 할 때는 숲이나 평원에서 뛰어다니면 조금은 스트레스 해결이 될 것 같아서요."

사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조용히 그녀의 말에 납득을 한다.

"...하하. 네 말대로. 최근에는 계속 음모라든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런 것보다야, 마수나 마물들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편하겠지."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것이 악의를 품고 있는 인간들이라면 더더욱.

자신에게 선의를 가지고 접해주는 사람들은 분명 고마운 사람들이었지만.

엘레시아에서 알베인과 틀어지고 난 뒤에는 제대로 모험의 의뢰를 수행하는 일 없이 사람, 사람, 사람의 연속으로 그들의 악의에 접해왔다.

아니면 그런 악의의 화신인 악마라던가.

"그럼. 염치없지만 동행하도록 할까. 사샤와 함께 사냥이라니 오랜만인걸."

"여, 염치없지 않아요! 오히려 와주시면 저로서는 엄청나게 든든하다고 할까..."

클레온의 말에 사샤가 당황하면서 손을 붕붕 흔들지만, 들뜬 마음에 움직이는 꼬리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그런 귀여운 소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클레온은 양해를 구한 뒤 자신도 장비를 챙기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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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의 주변은 지금이야 평원으로 이루어진 곳이었지만 과거에는 꽤 울창한 숲이 일대에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과거, 제국의 전성기 시절 그들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근처를 개척하기 시작한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지금의 왕국으로.

그것도 수백 년 전의 일이기 때문에 숲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훌륭하게도 `환경 보호`라는 개념 자체는 존재했던 터라.

필요 이상의 개척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는 풍조가 있었던 덕분에, 왕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는 숲이 산재하듯이 남아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곳. 미덕의 숲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마력의 순환 환경이 훌륭했기 때문에 질 좋은 목재들이나 동물들이 많은 숲이야. 이곳에서 불을 일으키거나 허가되지 않는 벌목, 수렵하는 인간은 왕국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되곤 해."

"헤~ 그렇군요!"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앞장서서 나아가는 사샤의 뒤를 따라간다.

처음에는 사샤가 클레온에게 뒤를 따라가고 있었지만, 숲에 들어온 뒤에는 클레온이 사샤에게 이야기하여 그녀가 앞장설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했다.

`숲에서는 사샤 대 선생님의 뒤를 따르도록 할까.`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클레온. 사샤가 그 말을 듣고 무언가 낯간지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씰룩거리던 것을 떠올린다.

그것은 딱히 클레온이 사샤를 위험에 내몬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실력을 신뢰하고 있기에 그런 것일 뿐이었다.

클레온은 마검사에, 숲에서의 탐색 규칙도 숙지하고는 있지만, 사냥감을 쫓는다면 역시 사샤가 우수한 사냥꾼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사냥꾼의 각인의 원본은 클레온의 것보다도 훨씬 성능이 좋아서, 단순한 시력의 강화뿐만이 아니라 후각, 청각 등의 다른 감각을 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일종의 공감각 능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더욱 발달한 오감. 머리의 귀. 허리의 꼬리는 기척이나 소리를 감지하면 빠르게 반응하여 주인인 사샤에게 대상의 위치를 알려준다.

나무, 수풀, 바위 등으로 인해 쉽게 시야가 차단되는 숲 안에서도, 사냥꾼들은 마치 전신이 레이더처럼 기능하여 주변의 사냥감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클레온과 사샤가 동시에 수풀 쪽을 바라보면, 전의를 잃고 도망가는 야생짐승들의 모습이 보였다.

방금 그 실루엣은 늑대였을까.

"한심하구먼~"

갑작스럽게, 사샤의 입에서 그런 목소리가 튀어나오면 클레온도, 사샤 본인도 놀라서 움찔거린다.

물론, 사샤가 이야기한 것이 아닌 그녀의 안에 있는 사냥의 신 `루벤`이 그녀의 몸을 빌려서 이야기한 것이다.

"루, 루벤님. 제 몸을 써서 이야기할 때는 뭔가 신호라도 주세요...!"

"괜찮지 않으냐. 이 정도는. 하지만 잘했다 사샤. 클레온님을 사냥에 꼬시우읍!"

혼잣말하듯이 이야기하는 사샤는 루벤이 그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기 전에 자기 입을 막아버렸다.

그녀의 몸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인격. 아니, 신격.

사냥의 신 루벤은 틈만 나면 사샤의 몸을 조종하려 들지만, 그녀 덕분에 사샤가 이 이상 짐승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녀의 존재는 필요악이라고 해야 할까. 일종의 저주이면서 축복이라고 해야 할까.

야생동물들은 그녀의 안에 있는 루벤의 존재를 알아채는 듯 죄다 도망치는 것이었다.

딱히 공격적인 육식동물이 아니더라도, 사슴이라던가, 다람쥐와 같은 초식동물들도 마찬가지였기에 사샤는 조금 서운한듯했지만 불필요한 싸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나쁜 일이 아니었다.

"루벤. 이 숲에 있다는 마수에 대해선 무언가 짐작 가는 바가 있나?"

"쿠후후. 기척이야 느껴진다만, 정체까지는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경계할 대상으로는 느껴지지 않는걸."

클레온의 질문에 사샤가 입에서 손을 떼면 그녀는 언제나처럼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면서 대답한다.

"애초에 마수라는 것은 언제든지 자연 발생할 수 있는 것이야. 내가 군림하던 마랑의 숲의 마랑이야 태어났을 때부터 마수이지만. 엘레시아에서 보았던 곰의 마수는 일반적인 짐승이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마력에 적응하여 진화한 개체이지."

"그건 알고 있어. 마수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붙인 명칭이고, 사실 정령에 가까운 존재라는 건."

클레온의 대답에 루벤은 `흐응` 하고 말꼬리를 늘린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것을 알면서도. 마수가 나타나면 우선으로 토벌하려 하지. 자연계에 나타난 강자는 인간의 삶에 위협이 되니까."

자연계의 법칙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역경을 견디고, 단련된 육체에 마력이 깃들어 진화하는 것이 마수라고 한다면.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뒤에, 얻은 강함 때문에 인간들에게 위험시되어 그들에게 토벌된다.

잔혹하고 이기적인 이야기지만, 생존경쟁에서 인간이 너무나도 강해져 있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불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쿠후후. 인간도 마찬가지지. 그들 역시 한 명의 인간이 너무나도 강대한 힘을 얻으면 그것을 괴물로 취급하고 박해하지 않는가. 딱히 짐승만이 겪는 일이 아니니, 강자에 대한 공포가 불러일으키는 핍박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것이야."

클레온은 루벤이 말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을 사냥하는 일 따위 역사상에서 몇 번이고 있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필요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를 견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악마나, 마녀, 괴물이라는 이명을 붙여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는 것까지 이해할 생각은 없었다.

"그대와 같은 마검사들이 받는 시선도 그런 것이 아닌가?"

"글쎄. 그거와는 좀 다른 것 같지만."

마검사가 좋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는 우선 `마검 황제`라는 천하의 개자식의 존재가 가장 컸고.

그다음으로는, 성검의 용사와 대치되는 존재들이라는 점.

그리고, 마검의 특성상 어둡고, 음침한 인간들이 많다는 점이 그들을 향한 시선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클레온씨나 루베라씨도. 직접 이야기해보면 상냥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는걸요."

사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잠시 침묵했다. 정말로 그럴까?

그것은 어느 정도 사샤가 두 사람과 가까운 사이. 클레온에 관해선 몸까지 섞었던 관계이기 때문이다.

"... 나는 그렇게 훌륭한 인간이 아니야 사샤."

"그렇지 않아요! 클레온 씨는­"

사샤가 거기까지 말한 다음 순간, 머리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이 동시에 활을 잡고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거미?"

"아라크네...!"

거대한 거미의 하체를 가지고, 머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인간 여성의 상체가 자라난 형태의 생명체.

갈색의 머리카락의 사이사이에, 보라색의 브리지가 들어가 있는 것은 마치 거미가 가진 보호색과 같았다.

상반신은 나체였지만,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이 내려와 간신히 중요한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얼핏 보면, 켄타우로스, 미노타우로스와 같은 반인반수의 마물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아라크네의 경우는 조금 특수한 사례다.

그녀는 거미가 긴 시간에 걸쳐 성장하여 진화한 `마수`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어째서 거미가 진화를 하면서 인간의 형태를 띠는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도 많은 추측을 내고 있지만.

인간과 거미가 공통으로 숭배하는 신이, 그들의 진화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무게 있는 설이었다.

운명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거미 형태의 여신 `우투`. 지금이야 성자의 가호 교단의 강세 덕분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대륙에서는 한 때 중요한 신이었던 흔적이 유적 곳곳에 남아있었다.

변경의 폐쇄적인 부족에서 숭배하던 루벤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영광에서 멀어져 쇠퇴하고 있는 신이었다.

"아아~ 우투의 권속인가. 역시."

사샤­ 아니, 루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녀는 조금 실망, 아니 재미가 없다는 듯이 아라크네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인간. 이곳은, 우투님의 영역. 너희들의 집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며 조용히 이야기하는 아라크네는 보라색의 보석 같은 눈으로 클레온과 사샤를 내려다본다.

특히, 루벤이 깃들어있는 사샤를 크게 경계하는 듯했다.

신화상에서 우투와 루벤은 집을 지키는 우투와, 침략신의 성향이 있는 루벤이 서로 다투는 설화가 많이 남아있었기에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

"...죄송하지만, 저희는 당신을 사냥하기 위해서 왔어요. 당신, 이 숲에 들어온 인간들을 공격했죠?"

"...인간들. 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우투님의 성물을 파헤쳤다. 벌을 내린 것. 뿐."

클레온과 사샤는 그녀의 말에 눈을 크게 뜬다.

"이 숲에 우투의 성물이 있는 건가?"

"처, 처음 들었어요. 찾아오신 분도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었는데…."

"... 의뢰인 녀석들이 처음부터 숨겼던 것이군.

이 경우, 상황이 복잡하게 된다.

물론, 마수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여 그녀의 명분을 들어주는 것은 모험가 길드 측에서도 원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잘못은 인간 측에게도 있다.

그녀의 태도를 보아, 피해를 보았던 인간들도 처음에는 경고로 끝낼 생각이었겠지.

이미 같은 일을 겪고도 먼저 공격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아라크네가 인간과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는 개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죠...? 클레온씨."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미덕의 숲은 왕국에서도 꽤 중요시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 아라크네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군사를 이끌고 와서 토벌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경고는 했다. ...이 이상. 안으로 들어와서 영역. 어지럽힌다면. 너희도. 벌을 받는다."

아라크네는 그렇게 이야기한 뒤, 몸을 돌려 숲의 깊은 곳을 향해 사라졌다.

클레온도 사샤도 잠시, 말없이 그녀의 뒤를 바라본다.

이내, 입을 연 것은 사샤의 쪽이었다.

"...돌아가서, 보고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 아라크네는 물론이지만, 그 성물의 존재도 인간에게 알려지면 대대적인 토벌대가 파견될 거야."

"그런..."

클레온은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쫓아가자. 싸우지 않더라도, 해결할 방법은 분명히 있어."

"대화가 된다고 해서 소통과 이해가 될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는 법이지만, 클레온님."

사샤의 몸을 빌려 다시 한번 루벤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포기할 생각은 없어. 마수는 자연의 일부라고 이야기 한 건 너였지. 그녀는 인간에게 있어서 위협이 아니야, 아직은. 그렇지? 사샤."

"...맞아요. 저희가 사냥하려 했던 건 인간을 위협하는 마수이지, 자기 몸과 영역을 지키려는 마수가 아니에요."

사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클레온에게 동조한다.

그럼, 루벤은 크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그 주인에 그 부하인가."

이내, 사샤의 깊숙한 안쪽으로 의식을 잠수시키며,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가자. 사샤."

"네...!"

사샤는 어째선지, 조금 기쁜 얼굴로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 그에게 이야기하려 했던 것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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