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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67화 (167/506)

〈 167화 〉 우투

* * *

000

거미는 다른 땅을 기는 생명체들보다도 많은 다리를 가지고, 수많은 해충을 포함한 생명체들을 포식하는 포식자로서 생태계에 군림한다.

또, 모성이 강하여 산란한 알을 최대한 보호하고, 일부의 종 중에는 갓 태어난 새끼에게 자기 몸을 먹이로서 내어주는 극단적인 모성애를 보이기까지 한다.

우투는 자연계의 정령으로 태어나, 거미의 형태를 빌려 신앙을 쌓아나갔다.

별의 촉각으로서 자신이 해야 하는 것은, 인간을 비롯해 수많은 별의 생명체들을 지켜내고 선별하는 것.

생태계나 자연계에 해가 되는 것들로부터, 사랑스러운 이들을 지키는 것이었다.

[KIKIRRAAAA!]

귀를 찢는 비명과도 같은 울음소리와 함께 거구가 움직였다. 다리 하나가 클레온의 신장의 두 배 정도 되는 길이에, 몸은 아까 보았던 상급 정령의 바위 부분보다도 거대했다.

그런데도 멧돼지의 돌진하는 속도와 비슷하게 땅은 물론, 벽이나 천장을 타고 움직이니 이 좁은 공간에서 날뛸 때마다 돌이나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이성은 없는 것 같군…. 거미의 마신."

"큭... 어째서. 이런. 일이…."

거미의 마신이 치명적인 맹독을 섞은 거미줄을 쏟아내면, 클레온이 검을 휘둘러 그것을 쳐낸다.

등 뒤에는 사샤가 마력의 화살을 건 채 빠르게 눈을 움직이며 마신의 움직임은 물론, 그녀가 쏘아내는 각종 공격에 조준을 마치고 화살을 쏘아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아라크네는 전의 자체는 있었지만, 여전히 마신이 탄생한 것에 대한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것인지 동작이 조금 둔해진 상태였다.

바깥에서 클레온과 사샤를 마주했을 때 보여주던 위협적이면서도 이지적이고, 재빠른 움직임은 보여주지 않았다.

"내가…. 우투님을, 욕보인 건가...?"

"정신 차려! 저 마신의 육체를 파괴하면, 성물을 되찾을 수 있으니까…. 후회는, 해야 할 일을 하고 난 뒤에 해더라도 늦지 않아."

비통한 표정의 아라크네에게 클레온이 일갈하면 아라크네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저 거구로 잘도 저렇게 빠르게 움직이는군... 하앗!"

클레온이 손을 휘두르면, 흑마력이 형태를 이룬 가시들이 나타나, 아라크네를 향해 빠르게 쇄도한다.

하지만, 마신의 피부는 마치 그것이 양분이라도 되는 듯이 그대로 흡수해 버리는 것이었다.

"칫..."

[역시 흑마력은 안되나 보네... 그렇다면 쿠온의 신성 마법인가. 칼리번을 데려올 걸 그랬어.]

"나도 후회 중이야. 이런 녀석이랑 싸우게 될 거라곤 생각 안 했으니까 말이야. 저번처럼 불러내려 해도 거리가 너무 멀고, 결계가 있어서 부르기가 힘든걸…."

갈라테아의 말과 함께 그녀가 건네준 마력을 쿠온과 연결된 각인을 통해 신성 마력으로 전환하지만 상극된 마력의 속성 전환은 효율이 너무나도 높지 않았다.

게다가, 마신의 외피처럼 형성되어있는 흑마력영역.

신성 마력의 위력이 반감되는 성질 덕분에, 쥐어 짜낸 약간의 마력으로는 치명상을 입히기도 힘들 것이다.

물리적인 공격에 마력을 실어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상당히 민첩하고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처럼 움직이는 게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사샤 역시 마력 화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이후에는, 몸을 가볍게 하려고 물리적인 형태를 가진 화살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클레온씨의 도움이 되어야 해…!`

그런데도 할 수 있는 것을 최선을 다해서 하기 위해, 각인을 불태울 정도로 마력을 돌려, 감각을 최대한으로 예민하게 만든다.

사샤의 눈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게 되면, 조금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감각과 함께 마신의 이동 경로와 흔적, 그리고 그녀가 흩뿌리는 흑마력의 잔향이 눈에 보이게 된다.

극도로 발전한 마력시와 비슷한 형태를 띠는 그것은, 라일라가 사용하는 마력시보다도 훨씬 많은 정보를 사샤에게 전달해 준다.

"큭...!"

눈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면, 사샤의 각인은 한 단계 더 앞을 본다.

마신의 움직임이, 마치 환영처럼 여러 갈래로 분리된다. 본체는 그대로 있지만, 비전이 그것보다도 빠르게 벽이나 천장, 그리고 지면을 타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사샤는 그것이, 각인이 보여주는 마신의 움직임의 예측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정보량에 머리가 아파져 왔다.

육체의 움직임. 마력이 향하는 방향. 의식의 흐름. 미세한 근육의 떨림. 지면의 진동.

인간 하나가 모두 받아들여서 처리하기에는 압도적인 정보량.

이전, 클레온이 절계수 슈라드셀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고통이 사샤를 엄습했다.

다만, 그것은 잠깐의 일. 사샤는 금세 머릿속에 불필요했던 정보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어쩔 수 없는 계집이구나. 정보의 처리는 나에게 맡기거라, 너는 그저, 보고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거라]

루벤의 의식이 사샤에게 전달되는 피드백 일부를 흡수해 주는 것으로 일종의 거름망이 되어, 그녀에게는 불필요한 정보를 받아낸다.

사샤의 눈빛은 이전에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지며, 재빠르게 마력의 화살을 시위에 건다.

"아라크네 씨…! 엄호를 부탁드려요!"

"!"

그렇게 말하며, 다리에 힘을 주고 뛰쳐나가는 그녀의 모습에 클레온이 당황하지만, 이내 그녀가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지면을 질주한 뒤, 떨어져 있던 잔해를 밟고 하늘로 떠오르는 것을 본다.

허공에서 거꾸로 날아오른 것으로 절호의 표적이 된 그녀를 향해, 마신이 독액을 발사한다.

맞는다면 갑옷과 피부를 녹이고 안에 있는 근육과 뼈가 있는 곳까지 침투하는 맹독이었다.

하지만, 사샤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아라크네가 재빨리 손을 뻗으면, 그녀가 자랑하는 강사(??)의 거미줄이 방벽처럼 펼쳐져 사샤를 보호한다.

거미줄은 독액에 엉키듯이 그것을 모두 흡수하여 스스로를 희생하여 허공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사샤의 활에는 네 개의 마력 화살이 걸려 있다.

속박의 의지가 섞여 있는 그것은 곧장 회오리치는 궤도를 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 마신의 몸을 덮는 사각형의 꼭짓점으로 화한다.

"움직임은…. 이미 읽어 두었어…!"

[KI!?]

마신의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오면, 꼭짓점이 서로 이어지며, 발을 묶는 결계로 변화한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로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한 채 사슬에 묶인 듯 정지하는 녀석의 몸.

"클레온 씨! 지금이에요!"

"잘했어, 사샤!"

사샤의 외침에, 클레온은 곧바로 준비된 신성 마력을 갈라테아에 흘려 넣는다.

일직선으로 뛰어올라 곧바로 녀석의 몸.

흑마력 영역으로 덮여있는 외피를 뚫고 몸 안으로 찔러 넣어 마력을 흘려보내면­

[KIAAAAAA!]

마치, 여성의 비명과도 같은 것이 울려 퍼지면서 몸 안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마신.

육체의 기능이 정지하며,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 그 자체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마력의 주입을 끝마친 클레온이 재빨리 마신의 몸을 박차고 땅으로 착지하면, 아라크네가 사샤와 클레온에게 거미줄을 뻗어 두 사람을 자신의 곁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는, 마치 고치를 만들듯이 실을 뿜어 셋을 보호하는 방벽을 만드는 것이었다.

다음 순간, 마신의 육체 붕괴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주변을 향해 흑마력을 무차별적으로 방출하기 시작한다. 날뛰는 몸에서 흩뿌려지는 독액이 이 공간 전체를 휩쓸었다.

"큭...!`

클레온과 사샤는 그 현상에 재빠르게 코와 입을 가려 자기 몸을 보호하려 하지만, 아라크네는 양손으로 실을 계속해서 생성하여 무너져가는 고치를 재구축해내는 것에 집중한다.

덕분에, 그녀의 몸 안에 마신의 맹독이 몸에 침투하며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아, 아라크네 씨!"

사샤가 당황하여 그녀를 도우려 하지만, 그녀의 안에 있는 루벤이 사샤의 몸을 제어하여 그것을 막는다.

[바보 녀석! 네 몸이나 걱정해라! 저 녀석은 아라크네니까 독에 대한 내성은 있어!]

"하지만...!"

사샤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몸에 입술을 깨물며 아라크네를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폭풍과도 같던 소리가 사라져가면, 아라크네는 실을 풀어 해치며 몸을 축 늘어트린다.

사방에 잔뜩 흙먼지가 올라와 있고, 땅이나 벽 이곳저곳으로 퍼져 있는 맹독들이 바위나 흙마저 녹여버리는 것이 보였다.

"아직 방심하지 마. 흑마력은 사라졌지만…."

"아라크네 씨!"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던 도중, 사샤가 고개를 숙이며 몸을 멈춘 아라크네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몸은 차가웠고,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탁한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 ...]

"...어째서, 우리를 지키는 데 네 몸을 쓴 것이냐."

사샤의 입에서, 루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라크네는 조용히 시선만을 돌려 사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네게서는... 여전히, 불쾌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그리운 느낌도... 들어서... 나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힘을 써야 한다고... 우투님의... 목소리가..."

서서히 힘든 호흡음이 들려오는 와중,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가는 아라크네를 바라보며 루벤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런가."

분명. 그것은 우투의 권속으로서 가지고 있는 일종의 본능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상냥한 신이었으니까.

"...클레온님. 그녀의 육체를 고쳐줄 수 있을까?"

"쿠온의 신성 마법을 사용하면­ 하지만, 이곳은 안 돼. 흑마력 영역이 너무 짙게 깔려 있어. 우선 바깥으로­"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아라크네에게 다가가려 한 다음 순간­

[루벤님!]

루벤의 안쪽에서, 사샤의 외침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흙먼지가 올라왔던 동굴 속 어둠과 그림자 속에서 대량의 날카로운 무언가가 떠올랐다.

"가시...?"

고슴도치의 가시와도 같은 바늘로, 서서히 그 수를 늘려가며 일행을 가리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가라앉은 흙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신이 검은 그림자와 같은 마력으로 이루어진 육체를 가진 여성.

어딘가, 아라크네의 상반신과도 닮은 인상의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셋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클레온과 사샤, 두 사람의 등골에 동시에 소름이 돋았다.

"읏...!"

사샤가 재빠르게 루벤으로부터 육체의 제어권을 되찾으면, 각인이 떠오른 눈으로 가시들을 훑는다.

그때마다 손에 쥐고 있는 활에 걸리는 마력의 화살들이 그 수를 늘려간다.

사샤의 시위가 놓이는 것과 가시들이 일행을 향해 발사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뒤를 쫓는 이슬비...!"

빛나는 섬광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날아들어 오는 가시들을 격추하기 시작한다.

있을 수 없는 궤도로 꺾이는 마력의 화살들은 가시들을 추적하고, 그들이 날아드는 궤도에 미리 도달하여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클레온 역시, 상급 정령을 쓰러트렸을 때처럼 전신에 검은 갑주의 마력을 두른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마력압이, 사샤가 미처 쳐내지 못한 가시들로부터 사샤와 아라크네를 보호한다.

한참을 쏟아지는 폭우와도 같은 가시가 멈추면, 마신은 다음 수를 생각하듯 공격을 잠시 멈추는 듯했다.

그 사이에, 사샤와 클레온은 숨을 돌리며 체력을 보충한다.

[우투... 아니, 그녀의 성물에 남아있는 힘을 끌어모아 찌꺼기를 모방한 건가.]

"어, 어떻게 하면 되죠...?"

루벤의 침착한 분석에 사샤가 말하면,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녀석의 안에 약하지만 신핵이 형성되어 있는 게 원인이니라. 그것을 분리할 수밖에 없겠군.]

"신핵... 성물인가."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루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만, 그곳이야말로 그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니라. 가장 강한 방어를 펼치고 있음이 분명하여.]

"방법이 있나?"

[흐음. 신핵을 저런 흑마력 덩어리보다 더 적합성이 높은 곳으로 옮기는 것이야 예를 들면­]

루벤의 시선이 슬쩍 돌아가 몸을 축 늘어트린 아라크네를 돌아본다.

아라크네 그녀는 우투의 권속이며, 거미에서 변화한 순수한 마수인 만큼, 흑마력으로 구성된 육체보다 성물이 깃들기에 적합한 육체이다.

성물의 힘이 전면으로 드러난 지금의 마신의 형태라면 아라크네와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으면 자동으로 성물을 뱉어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라크네의 몸도 성물의 힘으로 치유되어 회생하겠지만­

지금의 그녀는 독에 의해 크게 피해를 당하고 거의 죽어가는 상태이며, 스스로는 움직일 수도 없었다.

"... 어떻게든 그녀를 이쪽까지 끌어올 필요가 있다는 거로군?"

"가능, 할까요..."

클레온은 사샤의 말에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도,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우릴 지켜줬으니. 우리들도 그녀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걸 해야겠지."

클레온의 말에, 사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은 있어."

001

희미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 나는 두 인간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두 인간과, 소녀 속에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무언가. ...아마, 우투님과 연관이 있는 존재이겠지.

나에게 있는 지식이라고는 우투님의 성물에서 흘러들어온 약간의 것밖에 없었다.

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모두 동물적인 본능. 그리고 안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보렴. 두 사람이, 너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인간이 마수를 위해.`

상냥한 그 목소리가, 나의 몸을 움직여 고개를 들게 했다.

검은 머리의 남자는 손에 검을 든 채, 거짓된 우투님에게 달려가고 있었고.

주황 머리의 소녀는 활에서 끊임없이 화살을 쏘아내어, 남자를 향하는 모든 공격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인간은 믿는 것을 위해 맹목적으로 될 수 있어 때로 잔인한 선택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모두가 적인 것은 아니란다.`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혹시, 당신이 우투님이시냐고.

`글쎄... 한때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네 일부란다.`

나는 그녀에게 묻는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있냐고.

`그렇네... 비록 몸은 맹독에 당했지만, 네게는 아직 마력이 남아있단다.`

마력... 우투님의 지식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 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

신인 그녀에게 마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호흡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으니까.

`마력은, 마음과 영혼에 반응하여 움직인단다. 네가 원한다면 분명 움직일 거야. 나의 마지막 권속인 네가 루벤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인간을 믿는 마음은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저 둘을 도와 우투님을 욕보인 자신의 죄를 만회할 수 있다면­

그들을 믿는 것도. 상관없었다.

믿는다는 것은, 신뢰이며 신앙이기도 했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유일한 감정이었다.

자연스럽게 전신에 보이지 않는 힘이 실처럼 엮이며 흘러나왔다.

시선은 여전히, 우투님을 사칭하는 검은 마신을 향해.

검은 남자의 시야 바깥에서 회전하여, 그의 몸을 노리는 공격이 있었다.

다음 순간, 나의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 날아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덩어리진 채,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힘이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검은 남자를 지켜내는 것은 가능했다.

나는 우투님의 권속. 지키는 것이야말로, 나의 본분이었으니까.

"아라크네...!"

그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서도, 나에 대한 감사와 신뢰가 느껴졌다.

­이것이, 인간과 서로를 신뢰한다는 것.

다음 순간, 그의 손에서 불타오르는 사슬이 뻗어 나와 마신의 몸을 묶었다.

마신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인지, 그대로 몸부림치지만, 사슬의 속박은 그녀의 힘을 압도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대로 보이지 않는 힘을 이용하여, 그녀의 몸을 내가 있는 방향으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주황 머리의 소녀. 짐승의 힘을 가진 그녀가, 천장을 향해 마력 담긴 화살을 발사한다.

커다란 돌덩어리가, 시간에 맞추어 땅으로 떨어지며 마신의 몸을 짓누른다.

눈앞에서, 우투님의 형상을 한 가짜가 사라지며­ 그녀의 몸에서 나온 성물이, 나의 품으로 날아 들어왔다.

그리고­

002

"하아... 해냈나...?"

"그, 그런 것 같아요. 조금 무모하긴 했지만요…."

흑마력에 의해 재생을 반복하는 마신에 커다란 데미지를 입히기 위해서, 대질량의 물건을 때려 박는 것으로 해결한 것이다.

사샤의 말대로 무모한 작전이긴 했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것에 성공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라크네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성물은, 서서히 그녀의 몸 안으로 흡수되어 가고 있었다.

"다행이야... 제대로 된 것 같아요."

[음... 아니. 조금 문제가 있는데.]

"네?"

안심을 표하는 사샤와 다르게, 루벤은 무언가 알아챈 듯 그렇게 이야기하며 클레온을 돌아보았다.

"클레온님이 조금 고생해 줄 필요가 있겠구먼."

"무엇을­"

다음 순간, 아라크네는 성물을 완전히 몸에 흡수하더니 괴로운 듯 가슴팍을 움켜잡으며 클레온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인...간... 큿... 아으... 아아아아!!"

그리고, 비명과 같은 목소리. 그녀가 주변을 향해 마구잡이로 실을 내뿜으면, 독으로 오염되어있던 공간이 정화된 실로 뒤덮여간다.

"이, 이봐 진정해!"

[성물을 받아들인 것으로 그녀도 `전생` 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한 마력이 부족해져서­]

"뭐...?"

그리고, 마치 거대한 고치와도 같은 공간의 안에서, 아라크네가 클레온을 밀어 넘어트린다.

그녀는 상기된 표정, 그리고 거친 심호흡을 내뱉으며 클레온을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크, 클레온 씨!? 괘, 괜찮으세요?"

"미안, 하다. 인간... 몸이, 이상해서…. 나 자신을, 제어할 수가 없다…."

아라크네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침을 흘린다.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겨,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뭐어 뭐어. 좋지 아니한가. 신의 권속을 두 명이나 안을 수 있다니. 한 시대의 왕도 불가능한 일이니라.]

클레온은 자신의 운명에 조용히 불평을 내뱉으며 눈을 꽉 감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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