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72화 (172/506)

〈 172화 〉 입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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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 산의 이름의 유래는 생각보다도 단순한 것이어서, 정말로 산의 형태가 위에서 보았을 때 말발굽의 형태 즉 `U`의 형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제국과의 전쟁 도중에는 제국병의 전선 기지의 거점으로써 사용되었으며 산 곳곳에 그들이 사용하고 남겨뒀던 보급기지의 흔적이나 마폭 지뢰와 같은 위험한 마도구들이 때때로 발견되어,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커다란 산에 경비를 세워 두는 것은 비효율적인 행위였기 때문에, 산에 들어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 현재 왕국의 태도였다.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나오지만, 말발굽 산은 이전의 전쟁에서 제국군이 사용한 병기의 영향으로 상당히 황폐화 되어 있었으며, 자원도 남지 않은, 그야말로 있어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 땅이었다.

야생동물도 거의 없고, 식물도 거의 자라나지 않는다. 광석류도 고갈되었다.

왕국으로서는 마법사들에게 이야기하여 산 자체를 철거해 버리고 싶은 마음도 적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면 왕도로 흐르는 영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어서 무언가 좋은 방법이 나올 때까지는 우선 방치라는 것이다.

"...라는 것이, 대략적인 말발굽 산의 정보에요."

이동 중 이오나로부터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자세히 알고 있군."

"그야, 저는 원래 왕국군의 정보기관 소속이었으니까요. 또 다른 이유도 있지만…."

이오나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슬쩍, 클레온의 뒤쪽을 바라본다.

그러면, 클레온, 그리고 그의 옆에 서서 이오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던 쿠온도 함께 뒤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왜, 왜 그러지…?"

그곳에는 힘들어하는 기색의 유스테스가 땀을 닦다가, 자신에게 시선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당황하여 이오나에게 물어본다.

"조금 쉬었다 갈까요. 산에 들어가면 또 산을 타야 하니 지금이라도 체력을 보충해 두는 게 좋을 거예요."

"그, 그렇군..."

유스테스는 이오나의 배려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의 풀밭에 주저앉았다.

"쿠온. 유스테스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 줘."

"응, 알았어."

클레온의 부탁에 쿠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스테스에게 가까이 가 체력을 회복시키는 신성 마법을 사용한다.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에 유스테스의 표정이 나아지지만, 그런데도 세 사람에게 대한 미안한 표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심하군. 스스로 따라오겠다고 했는데."

유스테스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면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수도원에서 약과 사람이 사라진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아난시였지만, 그녀는 그들이 수도원에 있어서 위협이 되는 존재라 생각하고 도주할 수 있도록 놔두었다.

그 뒤, 그녀에게서 이오나에게 연락이 가서, 이오나가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는 유스테스도 출정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녀들의 저주는 인간의 몸을 단순히 여자로 바꾸는 데에서 끝나는 게 아닌 것 같네요."

이오나는 그렇게 말하며 유스테스의 여성스러워진 몸 중에서도 팔을 잡아 보이며 이야기한다.

저주에 걸리기 전에는 조금이라도 단련을 거듭하여 굵어지기 시작했던 팔은, 이제는 라일라와 비슷할 정도로 얇아져 있었다.

근력, 체력이 떨어진 탓에 원래 사용하던 무기나 갑주를 입어도 쉽게 지쳐 버리는 것이었다.

"단련했던 부분이 약해져 있는 건..."

"그렇네요…. 쉽게 말하자면 레벨 드레인도 겸한 것이 아닐까 생각돼요."

레벨 드레인. 흑마법의 일종으로, 대상이 태생적으로 가진 것이 아닌, 단련해서 쌓은 신체 능력이나, 마력적인 수행의 결과를 흡수하는 저주이다.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는 사용하기 힘들고, 서큐버스들과 같은 `흡수계 마법`이 특기인 악마들이나 사용하는 것인데.

이 저주를 건 것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결과이기는 했다.

"그래서 단련의 성과가 사라져서 체력도 근력도 이전보다 약해진 거로군."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유스테스는 `윽...`하고 침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뭐어... 저주를 해제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 거예요. 레벨 드레인의 해제 사례는 이전에도 확인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건 다행이지만…. 근본적으로 빨리 남자의 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유스테스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그런 유스테스를 보며 이야기했다.

"...초조한 건 알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해. 걱정하지 마, 우리가 반드시 해결할 테니까."

클레온의 격려에, 유스테스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서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데도, 두근두근하고 뛰는 심장의 박동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 그, 그렇지. 그러고 보니, 내가 따라가겠다고 한 뒤에 이런 말을 하는 건 뭐하지만…. 어째서 허락해 준 거야? 이전 같으면 `그런 몸으로 어딜 가려는 거야` 같은 말을 하면서 막았을 텐데."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과 이오나는 잠시 입을 다물어 시선을 마주쳤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유스테스의 저주의 진행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데려가자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수도원에서만 지내는 것보다야, 탁 트인 환경이.

그리고, 산적이라는 왕국의 적에게서 왕국민들을 위한 싸움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그가 평소에도 중요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부합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몸이 바뀌기 전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고 실전의 감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그저 장비를 입고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떨어질 정도로 몸이 약해져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 갑옷이 문제인 것 같네요. 역시."

"...으음. 이래 보여도 이전의 나라면 꽤 가볍게 입을 수 있었는데…."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기 몸에 걸친 남성용의 경갑을 살핀다.

클레온은 그것을 보며 문뜩 이전에 그의 모습을 떠올린 듯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그 무거워 보이는 통짜 갑옷을 입고도 멀쩡할 정도로는 힘이 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야."

"아아. 그 갑옷인가. 엘레시아에서 팔아치웠지. 미스릴이라서 일반적인 갑옷보다야 가벼웠지만…."

유스테스도 그립다는 듯이 이야기하자, 이오나도 한마디 거든다.

"분명, 저희 아버지가 팔아치우라고 해서 그렇게 하신 거였죠?"

"팔지 않으면 제자로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유스테스의 말에 클레온도 이오나도 작게 웃음을 터뜨리면, 유스테스도 거기에 이끌리듯 작게 미소를 지었다.

"...탈체크가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뭐라고 말하며 웃었을까."

문득,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오나도 클레온도 입을 다물었다.

물론. 웃었을 것이다. 그것도 배꼽을 잡고 땅을 구르면서 웃었을 것이다.

놀리기야 하겠지, 그깟 악마 하나 못 잡아서 그렇게 되었냐고.

하지만, 비웃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약자가 가지는 프라이드를 짓밟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손대중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의미이고, 약자에게도, 패배자에게도, 승자에게도 평등했다.

"탈체크라면…. 그런 몸이 된 너라도 여전히 제자라고 생각해 줬을 거라 생각한다."

"표현하는 방법이야 서투르겠지만요. 아버지는 사람의 겉이 바뀐 정도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걸요."

"...그런가. 이런 나라도..."

클레온과 이오나의 말에 유스테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몸이 이렇게 된 것은 자신이 약했기 때문, 그리고 성급했기 때문이라는 자책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듯했다.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에요. 유스테스 씨."

그 때, 그런 유스테스에게 회복 마법을 걸고 있던 쿠온이 입을 열었다.

"... 강력한 힘이 생기면, 그 힘에 삼켜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어요. 성검. 마검. 마법. 마도구... 하지만, 유스테스 씨는 불완전하게나마 성검의 힘을 손에 넣고도 그것을 자신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려고 하신 거잖아요? 충분히 훌륭한 사람이에요. 그렇지? 클레온?"

"응. 옛날에 비하면, 훨씬 듬직해졌다고 생각해."

클레온과 쿠온의 말에 유스테스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인다.

"고, 고마워. 그렇게 말해 줘서..., 듬, 듬직해졌다. 인가. 후후."

쑥스러워 하는 유스테스를 바라보며 이오나도, 클레온도 쓴웃음을 짓는다.

그러다가 문득, 유스테스가 웃는 것을 멈추며 의문이 생겼다는 듯이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 음? 잠깐. 옛날…. 그러고 보니 클레온. 너는 어떻게 내가 그 통짜 갑옷을 입고 있던 것을 알고 있던 거지?"

순간 그곳의 공기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이야기했지만, 유스테스가 그 멍청한 갑옷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오직 `레오나`로서만 활동하고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클레온과 유스테스가 처음 만난 것은, 루베라와 함께 탈체크와 싸우던 도중이다.

"그­건..."

"마치 직접 봤다는 듯한 말투였는데…."

클레온은 낭패라고 생각하면서 이오나에게 구원의 시선을 보낸다, 그러면 이오나도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한 것인지 헛기침을 한다.

"레오나가 이야기 했을 거예요~ 당신을 데리고 저와 함께 던전에 들어갔던 이야기라던가~ 그렇죠. 클레온?"

이오나의 말에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클레온.

"그랬던 건가! 나에게는 흑역사나 다름없던 시간이었지만…. 술안주 정도의 이야기가 되었다면 다행이로군."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유스테스.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웃고 있을 수 있는 쿠온.

"그, 그런 것보다! 그 갑옷 그대로 가면 조금 힘들 것 같으니 손을 보도록 하죠. 여성형으로 개조하는 것은 무리라도 방법이 있을 거예요."

이오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유스테스의 몸에 붙어있는 갑옷을 살핀다.

"방법이라니…. 보조장비를 떼어낸다던가?"

"그렇네요... 어깨, 팔, 다리의 보호구는 떼어내고…. 몸에도 덧댐 되 있는 부분을 뜯어낸다면…."

"아. 그리고 제가 경량화의 마법을 걸면 되겠네요."

이오나와 쿠온이 유스테스의 갑옷을 봐주고 있는 동안, 클레온은 말발굽 산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사냥꾼의 각인과 마력시에 불을 붙이면, 먼 곳에서도 그 안에 있는 것들의 대략적인 위치나 실루엣을 파악할 수 있었다.

거기에, 아난시가 붙여 놓은 실.

지배의 각인으로 연결된 클레온도, 실의 존재를 느끼고 그것들을 따라갈 수 있는데­

"... ..."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두 명과 한 명으로 나뉜 그들은 주변에 다수의 생체 반응에 둘러싸인 채, 생명력이 서서히 약해져 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건... 쿠온과 이오나에게는 그다지 보여주지 않는 게 좋겠군.`

상대적으로 심약한 쿠온은 물론이지만, 이오나 역시 기사이기 이전에 여성, 여성이 모욕당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그다지 기분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됐다! 이 정도면 어떨까요?"

그러던 도중, 드디어 유스테스의 갑옷 개조가 끝났는지, 이오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거의 천 옷이지만…. 괜찮은 건가?"

유스테스가 걱정하는 목소리로 물어보면, 옆에 서서 마법을 갈무리하고 있던 쿠온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경량화는 물론이고, 몸 전체에 얇지만, 마력의 방어벽을 둘렀어요. 오히려 아까보다 물리적인 방어 면에선 더 나아졌을지도요?"

쿠온의 자신 있는 목소리에, 유스테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슬쩍 자신의 지금 모습을 살핀 뒤 클레온을 힐끗 바라보며 입을 연다.

"...그런 거라면야. 나도, 이쪽이 훨씬 움직이기 편하니까. 어떤가? 클레온?"

갑작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구해오는 유스테스의 물음에 클레온은 잠시 당황하지만 이내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

입고 있던 갑옷에서 거추장스러운 부분이나, 무게가 나가는 부분을 대부분 제거해낸 그녀의 모습은, 변변찮은 갑옷을 한 벌 살 돈도 없는 새내기 모험가 그 자체였다.

갑옷의 아래 입고 있던 것은 수도원에서도 입고 있던 소박한 천 옷이었기에, 갑옷을 벗고 나면 어깨에서 가슴, 가슴에서 허리, 그리고 허리에서 허벅지로 내려가는 라인이 조금씩 보일 정도였다.

갑옷이 남아있는 것은, 가죽 재질로 이루어진 상의와, 검을 휘둘러야 하니 남겨둔 장갑 정도이다.

"조금 너무 줄인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걸로 움직이기 편해졌다면 괜찮은 것 같은걸."

"그게 아니라 보기에…!? 아, 아니야."

유스테스는 그렇게 말하다가도 스스로 깜짝 놀라 하며 입을 가렸다가, 잠시 뒤 진정했다는 듯이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말을 끊었다.

이오나도, 클레온도 유스테스의 그런 태도에 잠시 식은땀을 흘렸지만 이내 스스로를 자제하는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하지만, 방어 마법인가. 그런 편리한 게 있었다면 성직자가 있는 파티는 굳이 비싼 갑옷을 입지 않아도 되겠는데?"

"그렇지만도 않아. 물리력을 행사하는 마법인 만큼, 필요한 마력이 꽤 많거든. 몸 하나를 감싼 채로 모험을 하는 건 아무리 마력이 많은 성직자라도 마력 고갈이 일어날 거야."

유스테스의 말에 클레온이 대답하자, 그녀는 쿠온을 조금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괘, 괜찮아요. 마력 문제는 미리 대비책을 세워왔거든요. 그, 그렇지? 클레온?"

"...그래. 그녀가 말한 대로, 마력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비책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저, 쿠온과 라일라 사이에 마력 통로를 만들어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클레온을 중계 삼아 그녀에게 라일라의 마력이 필요한 만큼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연구를 위해 저택에 박혀 있을 때는 마력을 그리 사용하지 않으니, 쿠온이 밖에 나가 클레온을 돕는 동안에는 자신의 마력을 유효 활용 해달라면서 제안한 것이다.

뭐. 그 방법을 실현하기 위해 두 사람과 동시에 동참한 것이 바로 어제 며칠 전의 일이지만.

게다가, 쿠온에게는 아직 미해결된 문제로서 천사화에 관한 것이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레일에게 습격받았을 때 천사로 각성한 것을 마력충을 통해 막아두고는 있었지만, 이전에 비하면 월등하게 마력 회복 속도가 높아져 있었다.

그런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쿠온은 웬만한 교단의 상급 성직자와 비교하더라도, 아니 어쩌면 추기경급의 성직자 수준의 출력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좋은 일인가, 나쁜 일인가에 관해서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지만.

클레온은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산을 돌아보았다. 시간은 아직 오전. 실의 효과로 그들의 위치도 파악한 상태이지만 점점 약해져 가는 그들의 생명이 꺼지게 되면, 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조금,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있었다.

"준비도 휴식도 마쳤다면. 슬슬 가자. 날이 저물기 전에 끝내는 편이 좋을 거야."

001

말발굽 산의 바람은, 스산한 죽음의 바람이었다.

황폐해진 땅. 땅에서 올라오는 장기(??). 이렇게 된 원인은 대체로 제국군이 사용한 마도 병기의 여파이다.

주변에 존재하는 마력과 생명력을 분해하여 흡수하고,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무차별적인 파괴 병기.

전쟁 후반부에, 전세가 역전되었을 때는 그런 마도 병기들을 자신들의 터전인 제국령 내에서도 거리낌 없이 사용한 탓에.

제도를 비롯한 제국령 대부분은 지금은 불모의 땅이 되어 자연스럽게 마력이 회복하는 것을 기다려야만 했다.

마도 병기의 초안을 만들어낸 것은 제국의 기술자들이 아닌, 제국이 소환해 사역하던 악마들이라고 한다.

전쟁의 승자가 어느 쪽이 되든 상관 없이, 그저 이 세계에서 자신들의 방해가 되는 자연계의 원소들을 줄이고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을 줄이려는 것이 그 목적이었을까.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제국인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여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악마들의 함정에 빠져 버린 것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전쟁이 휩쓸고 간 회복되지 않는 땅은, 걷는 것도 힘든 지형으로 바뀌어 있어서 실로 대상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곳까지 가는 길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방향은 이쪽인데, 길이 막혀 있군."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절벽을 가리키자 유스테스는 질색이 된 얼굴을 한다.

"이걸 올라야 하는 건가...?"

그 말에 쿠온도 조금 겁에 질린 얼굴이 되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비행 마법을 쓰면 되겠지만, 하늘을 날아갔다가 뭐가 반응할지 몰라. 우회하는 게 좋겠는데…."

`뭐가`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제국군이 내버려 두고 떠난 마도구들이었다.

왕국의 마법사들이 비행해서 다가와 요새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행하는 대상을 향해 자동으로 추적하는 자동 화기가 설치되어 있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였다.

이오나는 그런 클레온의 말에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더니 절벽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을 고른다.

"이쪽이 빠르겠네요. 방향은 절벽 너머이고, 거리는 어느 정도 되죠?"

"600m 정도…. 뭔가, 자신이 넘치는 발걸음인데."

이오나는 그런 클레온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본다.

"그야, 이곳에 들어 온건 처음이 아니니까요. 몇 번이고 아버지와 함께 들어왔었어요."

"탈체크랑?"

과거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이오나는 유스테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시다시피, 혹독한 환경이니까요. 식량이 될만한 야생의 식물이나 동물도 없고, 실수하면 반응하는 마도구들. 왕도에 가까운 곳에 이렇게나 좋은 수련장이 따로 없다면서, 저나 제자들과 함께 며칠씩이나 산을 타면서…."

쿠온의 얼굴이 새파래지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을 것이다.

"참고로…. 몇 살 때부터?"

"그렇네요... 처음으로 검을 잡은 지 딱 1년 되던 해니까…. 8살 때부터일까요?"

"8살 애를 이런 곳에 데리고 들어왔단 말이야!?"

유스테스가 경악하여 소리를 높이면 이오나가 `아하하….`하고 여전히 쓴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 고릴라... 내가 안 보는 곳에서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고 있었군…."

클레온도 질렸다는 듯이 한마디 하면 이오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제자로 받아들였던 사람 중 몇 명은 포기하고 도망쳤어요. 말발굽 산의 혹독함, 그리고 아버지라는 인간의 비정상적인 강함이나, 독함에 질려서 말이죠."

"그걸 뭐라고 할 수는 없겠는걸…. 아."

클레온은 그렇게 대답한 뒤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이 소리를 내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적에, 탈체크가 나를 데리고 살아있는 숲의 위험 구역까지 들어가서 며칠씩 끌려다녔던 것 같은데."

"... ..."

"그, 금단 구역에 데리고 들어가지 않은 게 다행이네. 클레온."

"뭐어. 위험 구역은 위험 구역대로, 그 이름처럼 위험한 곳이지만요."

클레온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이오나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혹시 탈체크에게 가장 상냥한 수업을 받은 건 나인가...?"

유스테스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002

그 뒤로도, 클레온이 방향을 확인하면 이오나가 그곳으로 향하는 루트를 제시하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나아간 결과.

그럴듯한 산굴의 입구 근처에, 망을 보고 있는 남성들이 있는 것을 클레온과 일행은 확인할 수 있었다.

네 사람은 수풀에 숨어 기척을 죽인 채 산적들을 바라본다.

단순한 산적 치고는 장비가 나쁘지 않은 편이어서, 왕도 내의 장비점 등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토벌하러 왔던 모험가들에게서 강탈한 건가?"

"그런 것 치고는, 인원수만큼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이상하군요. 규모도 꽤 되는 것 같고…. 어떻게 할까요?"

"...영맥의 핵심이 되는 부분도, 이 산굴의 안에 있는 것 같아. 어떻게 됐든 안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겠는걸."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붉은 검­ 탈체크의 검을 뽑아 들었다.

갈라테아와 칼리번을 데리고 오지 않은 것 역시, 비행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보조계 마법을 제외한 어떤 마력에 관련된 것이라도, 마도구가 반응하는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보이는 건 넷 정도인가…."

"소리가 나기 전에 처리하고 싶네요. 그렇다면 저희 둘이서 동시에 나가는 게 좋을까요."

"나는­"

이오나와 클레온이 뛰쳐나갈 준비를 하자, 유스테스가 목소리를 올렸다.

두 사람이 동시에 유스테스를 바라보면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검을 뽑아 들고 이야기한다.

"...나는, 혹시 모르니 쿠온양을 지키겠네."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 잘 부탁해."

분명, 유스테스도 함께 나가서 싸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전적으로 생각해도, 실력으로 생각하더라도 두 사람의 발목을 잡는 행위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의 그런 호승심을 꾹 누르고, 클레온과 이오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쿠온을 지키겠다는 `자신의 해야 할 일`을 찾아낸 것이었다.

"사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나쁘지 않네요. 그렇죠? 클레온."

클레온은 이오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에 힘을 넣는다.

"가자."

다음 순간, 폭발적인 돌진력으로 클레온과 이오나가 수풀에서 뛰쳐나가 일직선으로 달려 나가면 망을 보고 있던 이들은 두 사람의 돌진을 인식하기도 전에 몸을 베이고, 피를 쏟아내며 자리에 쓰러진다.

바람조차, 소리조차 따돌려 버리는 듯한 두 사람의 일격은 그야말로 전광석화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뭐­"

나머지 둘은, 자신의 동료가 땅에 쓰러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클레온과 이오나의 기습을 눈치채고 무기를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클레온과 이오나의 검이 선제를 가하여, 두 사람은 깔끔하게 급소를 꿰뚫리고 비명하나 내지르지 못한 채 땅바닥에 엎드릴 뿐이었다.

유스테스는 두 사람의 검술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면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꽉 잡았다.

"뭐냐 너희들!"

그런 찰나, 유스테스와 쿠온의 뒤쪽에서 들려온 고함.

그곳에는, 산적의 동료로 보이는 인물이 손에 도끼를 든 채 유스테스와 쿠온을 노려보며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큭...!"

설마 하던 일이 정말로 벌어지자, 유스테스는 재빠르게 장검을 잡고 휘둘러지는 도끼를 막아냈다.

`무, 무거워...!`

휘둘러진 도끼를 막아낸 유스테스의 팔은 그것만으로도 거의 한계였다.

힘겨루기하며 도끼를 검으로 막아내고는 있지만, 서서히 자신 쪽으로 날이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상대가 자신보다 몸집이 크다는 것도 있겠지만, 유스테스는 스스로가 약해졌음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힘과 힘으로 부딪혀선, 이 몸으로는 아무것도 못 해... 그렇다면…! 큭...!`

다음 순간, 유스테스는 검을 비스듬히 하더니 한 호흡. 그리고, 미끄러지듯이 검의 궤도로 도끼를 흘려보내더니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해냈다.

도끼가 헛 휘둘러져 땅 가까이로 떨어지면, 재빠르게 철검을 휘둘러 그의 손을 내려 베었다.

자신의 근력으로는, 조금이라도 두꺼운 부분은 절단할 수 없었다. 그러니 적어도 무기를 휘두르지 못하도록.

그런 유스테스의 판단은 정확했는지 산적은 손이 잘리자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시 도끼를 잡지 못하도록 발로 밀어버리고 목을 내리치려 한 순간.

남자가 최후의 발악으로 다른 쪽 손을 뻗어 유스테스의 배를 가격했다.

"윽...!?"

충격을 예상하고 몸을 움츠린 유스테스, 하지만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의문을 표하면

"배리어...!"

옆에서 쿠온이 손을 뻗어, 미리 발동해 두었던 방어 마법에 더해, 추가로 보호 마법을 더하여 충격을 완전히 제거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대로 손가락이 부러진 듯한 산적에게, 유스테스가 마무리를 하면 그 역시 더는 움직이지 못하는 시체가 되어 그 자리에 엎어졌다.

"... 노, 놀랍군. 괜찮나? 시체를 보더라도…."

"... 저도 모험가를 시작한 지 3년인걸요."

쿠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잠시 기도를 올렸다. 아마, 죽은 이들의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교단의 기도이겠지.

"괜찮아!? 쿠온! 유스테스!"

망을 보던 이들을 처리하고 돌아온 클레온이 쿠온과 유스테스의 몸 상태를 살핀다.

"응. 괜찮아. 유스테스씨도, 상처는 없어."

"하아... 다행이야. ... 고마워 유스테스. 쿠온을 지켜줘서."

클레온이 정말로 다행이라는 듯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유스테스에게 그렇게 대답하자­

"윽...!"

유스테스는 다시 한번, 심장을 잡으며 자리에 주저앉는 것이었다.

"유, 유스테스!? 어딘가 다친 거냐!?"

"아, 아냐…. 그것보다, 가방의 약을…."

유스테스가 그렇게 말하면, 쿠온이 그의 가방에서 흰색 약이 들어있는 약병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유스테스는 황급히 약을 들이켠 뒤, 심호흡을 조금 하더니 진정됐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뭔가, 어제보다 맛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정말로 괜찮은 거냐? 무리하지 마..."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유스테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 유스테스는 `햐앗!?` 하고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높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런 목소리에 정말로 놀란 듯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목 언저리를 문지른다.

"무, 무슨...! 지금 건, 내 목소리인 건가!?"

"... 유스테스 너..."

"... 큭... 아니야. 아직, 괜찮아. 괜찮다. 클레온. 나는... 유스티... 유스테스 우드녹커다."

자신도 모르게, `유스티나`라고 자칭할 뻔했던 유스테스는 거칠게 자기 가슴을 꾹 누른 뒤 약병에 남아있는 약을 전부 마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챙겨 허리에 되돌린다.

"... 가, 가자. 해가 지기 전에, 산에서 내려가야지."

"... 그래."

클레온은 비틀거리면서도 똑바로 걸으려고 하는 유스테스를 바라보며 비워진 약병을 내려다봤다.

`맛이 좋아졌다고…? 그건­`

이내 불길한 생각이 들지만, 고개를 저으며 이오나, 쿠온과 함께 산적의 소굴로 향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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