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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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성` 탈체크의 가르침을 받아 완성된 검이, 춤을 추듯이 움직이며 부딪힐 때마다 커다란 충격과 소리. 그리고 불꽃을 튀기며 튕겨져 나온다.
검은 피와 같은 마력을 전신에 뒤집어쓴 채, 가죽이 벗겨진 듯 괴물의 형상이 된 아인은 더는 검사라고 부를 수도 없을 정도의 흉측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머리에는 뿔이 자라나 있고, 악마와도 같은 꼬리가 보인다.
모두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마력이 만들어낸 것이었지만 그런데도 위협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틀림없었다.
또, 약의 힘으로 극도로 증폭된 신체 능력.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혈관이 터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상처마저 끊임없이 재생한다.
클레온보다 머리 두 개는 더 컸던 키의 차이는 더욱 벌어져서 이제는 4~5개는 차이가 난다.
그런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가지고, 손과 일체화한 듯한 검은 대검을 휘둘러오면 클레온은 그것을 쳐낼 때마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듯한 고통을 받는 것이었다.
"젠장...!"
그렇다면 피하면 되는 것이겠지만, 강화된 근력에서 휘둘러지는 그의 대검은 도저히 인간이 피할 수 있는 속도의 그것이 아니었다.
클레온 본인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방어만이, 눈으로 좇지 못한 일격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클레온!"
"안 돼 쿠온! 회복 마법을 사용하면 이 녀석이 너한테 달려들 거야!"
쿠온이 클레온을 외치며 회복과 보조 주문을 준비하지만, 클레온이 목소리를 높여 그런 쿠온을 막아선다.
조금 전, 아인이 괴물로 변하고 난 뒤 쿠온이 마법을 사용하려 하자 마력에 민감해진 그는 곧바로 쿠온을 향해 달려들던 것이었다.
결국 클레온이 몸을 날려 어떻게든 쿠온을 지켜내고 이오나의 신성 마력을 미끼 삼아 다시 자신을 바라보도록 만들지 않았더라면.
쿠온은 그 자리에서 몸이 두 동강 났을 것이다.
가까이 가지 못하는 것은 유스테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검이나, 이 약한 장비들만 가지고 저 사이에 끼어들었다간 곧바로 산산조각이 나겠지.
검뿐만이 아니라 그녀 자기 몸 마저도.
다른 것이 아니라, 아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압 때문에라도 지금의 자신은 전혀 다가갈 수 없는 것이었다.
클레온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대검. 하지만 클레온은 몸을 뒤로 빼면서 붉은 검으로 그것을 막아낸다.
흑마력으로 뒤덮인 녀석의 몸을 베어낼 수 있는 것은 성검 슈발리에의 신성 마력이 더욱 유효하기 때문이었다.
붉은 검으로 방어하고, 성검으로 베어낸다.
물론, 견뎌낼 수 있는 것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아무리 성검의 형태라고 하더라도 고통을 느끼는 그녀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
대검이 다시 한번 오른쪽을 노린다. 이번에는 허리였다.
몸을 비틀며 붉은 검으로 그것을 흘려내는 데에 간신히 성공하면 클레온은 눈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녀석..."
[클레온의 움직임의 의도를 읽고 있군요...]
이 괴물은 클레온과 여러 번 검을 부딪치더니, 집요할 정도로 이오나를 든 오른손이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오는 공격은 오른쪽의 무기로 막아내는 것이 당연히 반응하기 빠르고, 또 쉬운 일이다.
하지만, 클레온이 슈발리에를 방어에 사용하지 않고 왼손의 붉은 검으로만 방어 행동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필요 이상의 움직임을 유도하기 위한 공격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오른쪽. 이번에는 눈 아니 머리를 노린 공격이다.
기습적인 찌르기에 클레온이 황급히 몸을 굴려 검을 피해내지만, 볼에서 피가 흐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클레온! 몇 번 정도라면 견딜 수 있어요…! 위험하니까 저를 방어에!]
"그 몇 번이 몇 번이 될 줄 모르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이오나가 행동불능이 되는 것은 앞으로의 승기를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클레온의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녀석의 몸을 훑어냈다.
견제로 삼아 휘두른 이오나의 검을 피하지도 않는 녀석이었기에 신성 마력의 잔류가 표면에 남아있었지만, 그 정도의 얕은 상처는 녀석의 움직임에 별 지장을 주지 못했다.
"마력 기관인 심장을 꿰뚫지 않으면…."
마력시에 불을 켜면, 아인의 몸을 끊임없이 치료하고, 전신에 마력을 덮기 위해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은 그의 심장이었다.
클레온의 눈이 방 전체를 살핀다. 있는 것이라고는 흉측한 형태의 옥좌를 흉내 낸 돌의자. 그리고 술병과 핏자국 들.
술병을 밟고 미끄러지게 할까 같은 생각도 했지만, 저 크기라면 밟더라도 술병이 박살 나는 데에서 끝나겠지.
무언가, 방법을 생각해 내지 않으면
"클레온!"
어느샌가 벽까지 몰린 클레온의 상황에 그것을 지켜보던 유스테스가 목소리를 높이자.
클레온은 이를 꽉 물더니 더는 공격을 막아내지 않고, 역으로 반격하기 위해 치고 나선다.
몸을 아래로 한 차례 숙였다가, 슈발리에를 이용하여 아인의 몸을 올려 벤다.
비록, 그와 동시에 휘둘러진 아인의 대검에 또다시 어깨 부분을 베여버리지만, 다행히 뼈에 까지는 닿지 않았다.
그 기세를 살려 공중으로 떠오른 클레온의 전신에, 아인과 마찬가지로 검은 흑마력이 뒤덮인다.
이전, 땅의 상급 사정령을 상대할 때도 분노에 몸을 맡긴 채 사용했던 검은 갑주와도 같은 마력의 형태였다.
본래라면 흑마력을 사용하는 것 때문에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를 대비하여 아끼고 있었지만.
그것도 살아남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대비였다.
덕분에 강화된 신체 능력과 마력 갑주의 마력 일부분을 방출하는 것으로 속도를 높인다.
검은색의 마력이 로켓처럼 분사되어, 클레온의 궤도가 있을 수 없는 형태로 움직였다.
공중에서 한 단계 가속한 클레온은 곧바로 천장까지 솟아올라 그곳을 박차고 이번엔 그의 몸을 뒤에서부터 내려 벤다.
검은색과 흰색의 섬광이 동시에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
아인의 고통스러운 괴성이 울려 퍼졌다.
아무리 괴물같이 변한 몸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깊이 베이면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클레온의 손 부분도, 이오나의 신성 마력과 자신의 흑마력이 거부 반응을 일으켜 서서히 손의 피부가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큭...!"
[클레온...!]
"아직 괜찮아…. 조금만 더!"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땅을 디딘 순간.
키이이잉!
하는 귀를 찢는 소리가, 땅의 아래에서 들려왔다. 불안한 예감.
"크윽!"
재빨리 몸을 굴리면, 클레온이 방금까지 있던 자리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클레온이 이동하는 자리마다, 불기둥이 치솟는 것이 보인다.
[제국군의 병기...! 어째서, 클레온에게만 반응하는 거죠...!?]
"내 마력 갑옷은 저 녀석처럼 피부에 붙는 게 아니라, 전신을 흑마력으로 감싸니까. 어쩔 수 없이 일부는 바깥으로 방출돼."
그 마력들이 지면에 스며들어, 땅에 발을 붙이는 족족 클레온의 마력을 감지한 병기가 클레온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걸 역으로 이용하면…!"
클레온은 드디어 승기를 잡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이고, 이오나에게서 루베라의 검술을 끌어와 다시 한번 전력으로 아인을 향해 질주한다.
검은 잔상마저 보이는 클레온의 이동에 한차례 늦게, 지면에서 불기둥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클레온은 다시 한번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빙글, 하고 몸을 돌리는 그 형태는 어김없이, 루베라의 18번이라고 할 수 있는 필살의 검.
하지만, 공중에 떠오른다는 것은 즉 회피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비행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하늘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으니까.
아인은 그런 클레온을 향해 대검을 휘두르려 하지만
순간적으로, 클레온의 몸이 한 차례, 공중에서 가속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검은 갑주의 마력을 분사하여 공중에서 궤도를 바꾼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랐다. 폭발적인 가속을 위해, 자신이 입고 있던 마력을 전부 분사로 돌린 결과.
검은 마력은 클레온의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며, 땅으로. 아인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도구가 작동하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
그 사이에 클레온이 천장을 박차고 검은 마력이 떨어진 범위를 벗어나며 슈발리에를 휘두른다.
"하늘 기둥...!"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인의 몸을 뒤덮고 있던 검은 마력이 깨져 나가며, 그 사이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땅바닥에서 불기둥이 솟아올라 아인을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ㅏ아아아아───!!!"
괴물의 괴성은 인간의 목소리처럼 돌아온다.
아인은 화염에 휩싸인 채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클레온은 가볍게 땅에 착지하지만,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고, 피부가 완전히 녹아내려 버린 손을 움켜쥐었다.
[클레온...!]
이오나가 재빨리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클레온의 손에서 벗어난다.
몸의 신성 마력을 끌어올려, 그의 상처를 향해 회복 마법을 사용하려 하면
"안 돼! 이오나! 큭!!"
클레온이 재빠르게 이오나를 밀쳐내면, 클레온의 목덜미를 향해 불타는 손이 날아왔다.
전신에 불이 붙어 죽기 직전의 아인이, 클레온을 길동무 삼기 위해 그의 몸을 붙잡아 목을 조르려고 하는 것이었다.
"클레온!!"
비명에 가까운 쿠온의 목소리, 클레온은 재빠르게 잡힌 부분을 마력으로 감싸서 막으려 하지만 `치이이익!`하는 무언가가 태워지는 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이오나는 그런 클레온에게서 아인을 떼어내려 했지만, 전신에 불이 붙은 그의 몸에 닿는 것은 미친 짓이었으며, 그녀의 근력으로는 아인의 손을 떼어낼 수 없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오나는 현명한 인간이다. 곧바로, 가장 최적의 수를 생각해 낸다.
"유스테스!"
이오나의 몸이 검으로 변하면 유스테스가 자신도 모르게 달려와 그녀를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을 통해 유스테스에게 클레온의 검술이 그리고 기억이 계승된다.
"──읏!"
유스테스는 잠시 그 머리를 뒤흔드는 듯한 감각에 동요하지만, 이내 이오나가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몸을 움직인다.
"하아아아아앗!!!"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하여 아인의 등에 슈발리에를 찔러 넣는다.
결국, 아인은 유스테스의 손에 의해 심장이 꿰뚫렸다.
유스테스의 약한 근력이라면 원래는 불가능하겠지만.
이오나의 힘이 그것을 보조한 덕분이었다.
아인은 다시 한번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지만 이내 슈발리에에서 퍼져나오는 신성 마력의 힘으로, 전신을 강화하던 흑마력이 벗겨져 간다.
덕분에 몸을 뒤덮고 있던 화염도 사라지지만, 동시에 인간의 기능도 완전히 정지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자기 목을 조르고 있던 아인의 힘이 약해지면, 클레온은 자력으로 그에게서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큭... 하아...!"
쿠온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클레온에게 다가와 있는 힘을 다한 회복 마법으로 그의 몸을 회복시켰다.
거의 울기 직전의 모습이 된 쿠온.
"괜찮아... 괜찮으니까... 쿠온..."
클레온은 그런 쿠온의 등을 두드려 주고. 유스테스는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죽어버린 아인의 몸에서 슈발리에를 뽑아낸다.
이오나 역시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클레온을 살피는 것이었다.
클레온은 조금 심호흡을 하다가, 쿠온의 회복마법에 의해 몸이 완전히 치유되면 곧바로 유스테스에게 다가간다.
"고마워. 덕분에..."
"클레온."
감사의 인사를 하려던 유스테스는 클레온과 눈을 마주쳤다.
그의 눈에는 혼란, 그리고 슬픔과 동시에 어딘가 자조적인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너는"
"... ..."
"...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결국,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리는 유스테스의 모습은 어째서일까.
오늘 아침, 이곳으로 향하던 그때 보다도 더욱 연약해 보였다.
요 몇 분 만에, 완전히 여자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 ..."
클레온은 그런 유스테스의 뒷모습을 쫓다가도 아인의 시체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아인과의 이별을 슬퍼할 만큼 친했냐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다만. 고아라는 점과, 어린 시절에는 자신을 차별 없이 대해준 몇 안 되는 또래였다는 점에서 기억의 한 편에는 담아두었던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타락한 모습을 바라보면.
어쩔 수 없이 그와 비슷하게, 마음의 길을 잃고 떨어져 버린 이전의 동료를 떠올리는 것이다.
"아인은... 북부의 노역형에 처해졌다고 이전 아버지가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원래는…. 북부에 있어야 하는 인간이죠…. 만약 아인 정도 되는 사람이 탈옥했다는 것을 북부에서 알았다면 큰 소란이 있었을 거예요."
"아인이 탈옥한 것도 이슈탈의 짓인가."
"네. 아마도. 하지만, 그 전에 블랙 메이커를 사용했던 건... 본인의 의사였을 겁니다."
클레온은 그에게 다가가, 그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블랙 메이커들을 확인한다.
"... ...이건 더는 존재해선 안 되는 약이야."
"동감이에요. 그리고, 이 가지도 말이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영맥의 중심부로 발을 옮긴다.
조잡한 옥좌와도 같은 돌의자가 있는 장소. 그곳이야말로, `풍`속성의 영맥의 중심이었다.
클레온이 옥좌를 치워내면, 옥좌의 밑바닥과 지면에는 흑마력이 가득 심겨 있는 부적과도 같은 것이 대량으로 붙어 있었다.
아마, 이것으로 영맥에 흑마력을 흘려 넣고 있던 것이겠지. 그리고, 블랙 메이커를 사용하면 발생하는 흑마력 마저도.
"쿠온."
"응. 이 정도라면 부적을 제거하고 정화 마법을 사용하는 걸로 정화할 수 있어."
쿠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라일라에게서 건네받았던 정화용의 마도구를 영맥의 중심지에 박아 넣는다.
그리고, 그 위에 손을 올리고 기도를 하며 신성 마력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나도 도와줄게. 마력 제어가 필요할 수 있으니까."
그 위에 클레온의 손이 겹친다.
마력 제어만큼은 클레온의 쪽이 조금 더 위인 것도 있겠지만, 클레온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안심감이 느껴졌다.
"...유스테스. 정말로 괜찮습니까?"
그런 사이, 이오나는 이상한 느낌을 보이는 유스테스에게 다가가지만, 유스테스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웃는 얼굴을 보이며 이오나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물론이야."
다만, 그 미소는 너무나도 쓴맛이 섞여 있는 억지의 미소였다.
이오나는 그런 유스테스의 얼굴에 놀랐지만, 그에게 더는 무언가 말을 건넬 수 없었다.
001
영맥의 정화가 끝난 뒤, 일행은 감옥에 남겨져 있던 두 사람을 데리고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도중, 이오나와 클레온이 발견한 제국의 마도구로부터 마력선을 끌고 나와.
모두가 빠져나온 것을 확인한 뒤, 마력을 흘려 넣어 아지트를 안쪽에서 붕괴시키기 위해 마도구들을 전부 과부하 시킨다.
땅이 몇 번 진동하더니. 아지트는 그대로 폭삭 주저앉듯이 무너져 내리며 커다란 산울림을 만드는 것이었다.
기시드는 샘을 둘러업은 채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흙먼지 올라오는 말발굽 산을 뒤로 한 채, 일행은 왕도로 돌아왔다.
"그럼... 나는 이 둘을 데리고 수도원으로 갈게. 클레온, 상처를 입은 몸은 제대로 치료해."
"그, 그래. 쿠온이 있으니까. 나는 괜찮지만... 유스테스. 너는"
유스테스는 그런 클레온의 말에 돌아보지 않은 채 약한 발걸음으로 수도원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클레온도 이오나를 향해 입을 여는 것이었다.
"유스테스... 왜 저러는 거지?"
이오나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면 클레온은 그저 불안함을 지우지 못한 채 유스테스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이! 이오나!!"
그 때였다.
이오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일행이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갑옷을 입은 초로의 남성이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갑옷이라는 것이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기사단이 착용하는 갑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도, 이오나와 같은 정보기관의.
"들었어! 너, 멋대로 말발굽 산에 들어갔다며! 아까 전 그쪽에서 이상한 지진이 있었다고 사람들한테서 이야기가 올라왔단 말이다! 너는 이제 정보기관의 기사가 아니니까 멋대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죄, 죄송해요 선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반성해 줘야겠다! 그리고 거기 모험가! 당신도 이오나와 같이 갔었지!?"
선배라고 불린 남성은 클레온에게도 화살을 돌린다.
"크, 클레온은 저를 도와주려고…."
"민간인이 정식요청 없이 기사들의 일에 끼어드는 게 말이 되냐고! 당신도 같이 와 줘야겠어! 이오나랑 같이 써야 할 서류가 엄청나게 많으니까!"
"서, 서류~!? 선배~!"
평소에 무언가를 적는 것을 좋아하는 이오나도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는 것을 본 클레온은 한숨을 내쉰다.
"...미안, 쿠온. 먼저 집에 돌아가 있어…. 나는 조금 걸릴 것 같아."
"나, 나도 도와줄게."
"아냐. 라일라랑 사샤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며 볼이 당겨지며 끌려가는 이오나의 뒤를 터벅터벅 따라간다.
쿠온은 그런 클레온의 모습을 보며, 역시 한숨을 내쉰다.
`...나, 이번에는 별로 클레온의 도움이 되지 못했네….`
그렇게, 자신을 자조하는 생각을 하고 주먹을 꽉 쥐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냐. 다음에 더 잘하면…. 응."
어떻게든 기운을 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002
유스테스는 떠올린다.
이오나의 검을 잡았을 때, 그녀로부터 흘러 들어온 클레온의 기억을
"클레온. 너는"
그 기억 속에서, 루베라와 함께 마수를 쓰러트리고 던전에서 아름답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훈계하고
"너는... 레오나, 였던 거구나..."
어딘가, 분한 듯하면서도 홀가분한 듯한 목소리였다.
이제서야, 자신이 클레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이유를 알 수 있었으니까.
느끼고 있던 것이다. 본능적으로.
클레온이, 자신이 사랑하고 동경해 마지않는 레오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방향성이. 자신이 여성이 된 것으로 클레온에게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늘에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 답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