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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78화 (178/506)

〈 178화 〉 심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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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균형이 기울고, 왕국의 정세가 기울어만 가더라도 하늘에 뜬 달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만 기울고, 차오르는 것을 반복한다.

내리쬐는 달빛은 밝고, 또 아름다워서 올려 보고 있는 동안 그 마력에 유혹되어 보는 이의 잠을 방해한다.

하지만, 수도원 내의 정원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마음은 저 밝게 차오른 달과는 달리, 모자라고 조금씩 기울어져만 가는 것이었다.

탈주했던 두 사람을 무사히 수도원에 되돌려 놓은 뒤, 이오나와의 감응을 통해 알게 된 진실에 마음이 복잡해진 유스테스는 잠이 들 수 있을 리 없었고.

결국, 잠자리를 설치다 방을 나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정원으로 나서 하늘만을 바라보는 것이다.

여전히 두근, 두근... 하고 호흡을 할 때마다 울리는 심장 박동의 소리가 귀를 어지럽게 할 정도로 크게 느껴졌다.

마치, 몸과 정신이 서로 맞물리지 않아,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채 회복 중인 미스틸테인도 허리에 걸친 상태이지만...

"레오나..."

머릿속에, 짧았던 추억이 떠오른다.

검은 머리, 아름다운 검술. 그리고 강인한 여성.

비록 결말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지만,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은 레오나의 훈계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아버지에게서도, 책임에서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에서 도망치려 했던 겁쟁이를 바꾸어 준 것은 그녀의 목소리와 티오의 희생이었다.

그리고, 클레온.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 관해서는 엘레시아에서 얼굴을 마주쳤을 때도,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루베라를 구해줬다는 것과 탈체크의 제자라는 점. 그리고 이오나와 함께 행동하는 마검사.

그리고, 아버지가 한몫거든 재앙을 막아낸 용감한 인물이라는 것.

자신의 목표인 이상적인 모습에 가까운 모험가. 그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타인을 신경 쓰길 좋아하는 흑마의 일족이라는 것. 굉장한 실력의 검사라는 것.

`그거야, 탈체크의 제자니까 당연한 일인가.`

왕도의 모험가 길드에서 제외했을 때 그가 레오나와 혈연관계라고 예상한 것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피가 이어진 수준이 아니라, 본인이었으니까.

"...클레온이, 레오나."

유스테스는 다시 한번 그 사실을 되새기듯이 중얼거렸다.

어째서 클레온이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자신의 앞에 나타났었을까…. 같은 추측 따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자신이라면 남자의 모습보다, 여자의 모습인 쪽이 다가오기 쉬웠을 테니까.

하지만, 옳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참지 않는 그녀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유스테스와 결별했다.

아마. 그가 원래 하려 했던 일을 생각하면,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주거나, 자신을 달래는 것이 합리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나 때문에 타인이 상처를 입었으니까.

그 모든 것을, 이오나를 잡았을 때 그녀로부터 흘러 들어온 기억 속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유스테스의 마음은 계속해서 흔들리는 것이다.

작은 불씨가, 바람 앞에 흔들리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은, 이 연모(??)는, 어느 쪽을 향하던 것이었을까.

유스테스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 몸이 여성으로 바뀌고 난 뒤, 클레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머릿속에 달콤한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자신이 남자일 때, 레오나에게 느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즉, 솔직하게 말하자면 유스테스가 아닌 유스티나가 `클레온`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스테스는 계속해서 부정하고 있었다.

그야 그렇다.

유스테스 우드녹커는 태어났을 때부터 십수 년을 남자로 살아온 몸.

비록 서큐버스의 저주로 몸이 여자가 되고, 서서히 정신마저 여자로 바뀌어 간다고 하더라도.

그 자신의 정체성은 여전히 남자인 것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면 안 된다. 같은, 구닥다리 생각에 묶여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은 역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라고 자부하고 있었기에.

클레온을 향한 감정을 부정하려 애쓰고, 그의 강함에, 상냥함에 닿을 때마다 자신의 안에 있는 유스티나가 커지는 것을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던 레오나라는 인물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고.

세상에는 클레온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유스테스의 사랑`은 결국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그걸 스스로 인정해 버리면. 가슴이 아파져 오고, 머리가 멍해진다.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고. 손발이 떨린다.

호흡이 답답해지고, 코가 찡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돌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싶어지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한심함 때문이었다.

오히려 클레온은 유스테스가 레오나라는 인물의 뒤를 쫓는 것을 한심하게 여기지 않았다.

유스테스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그녀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으니, 비록 속이는 형태가 된다고 하더라도 유스테스의 꿈을 부수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것이 잔혹하다면, 물론 잔혹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클레온의 상냥함에 안주한 유스테스 자신의 한심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의 갈대를 붙잡지 못해서 한숨을 내쉬며 달을 올려 보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자신이, 더더욱 한심하게 느껴졌다.

"달을 구경하고 계시는가요?"

그때, 유스테스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인자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목소리의 주인은 유스테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이 수도원의 원장이었다.

그녀는 유스테스에게 말을 건 뒤,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옆에 섰다.

유스테스도 수도원에 들어온 뒤, 그녀와 말을 섞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그녀와 같은 성직자이고, 상냥한 사람이어서 그랬던 걸까.

"아뇨. ...달 보다도,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어머. 꽤 철학적인 이야기네요. 참회실을 열어야 할까요?"

"으, 으음... 아뇨. 그 정도 까지는 아니고..."

그렇다 보니, 다른 이들에게는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속의 이야기도 쉽게 꺼낼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 몸이 그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뇌를 느끼는 것이겠죠. 유스테스군 외에도 다른 사람들이 야심한 밤에 돌아다니는 걸 몇 번이나 보았으니까요."

유스테스는 그녀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듯한 감상에 젖어 있었지만, 생각해 보면 자신은 조금 나은 편이었다.

"... 여성이 되어버린 사람 중에는…. 가정이 있는 사람도 있었죠. 아내나, 자식을 가진 사람들도."

유스테스의 말에, 원장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곳에 와서 정신을 차린 이들 중에는,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몇 명은 이제, 여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만 사람들도 있다.

서큐버스의 저주가 남성으로서 가지고 있던 추억을, 자아를 좀먹어 버리고 만 것이다.

유스테스를 불안하게 하는 또 하나의 사실이야말로, 그 점이었다.

자기 몸이 여자로 바뀌고, 여자로서의 자아가 생겨나면 지금의 자신 `유스테스 우드녹커`의 자아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여자인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클레온에게 마음을 품고 그것을 전하려 하는 `유스티나`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유스테스군.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민을 저에게 이야기해 주시겠나요?"

"... 원장님."

그런 유스테스의 표정을 읽은 것일까, 원장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 제가 이렇게 되기 전에….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머, 사랑의 고민이었군요."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원장은 짐짓 놀란 듯이 표정을 바꾸었다.

유스테스도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만, 그것이 조금이라도 유스테스에게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띄우려는 그녀의 배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조금, 복잡한 사랑이지만요. 제가 사랑하던 사람은, 강하고, 아름답고….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을 때 그걸 붙잡아 준 소중한 사람입니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눈앞에 레오나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곧 클레온의 모습으로 덮어져 간다.

"저는 그 사람을 목표로 하고, 모험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와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 되도록 노력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 ..."

유스테스의 말은, 감정적이었고 머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영문을 모를 말이었다.

하지만, 원장은 유스테스의 말을 부정하거나 의문을 표하지 않고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한다.

"아,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네요. 실존하는 다른 사람이 위장한 신분…. 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사람도 강하고, 멋진 사람이어서. 저를 도와주거나, 주변으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는 사람입니다."

유스테스는 그렇게 말한 뒤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자…. 라는 게 문제지만요."

"아하."

유스테스의 말에, 그녀는 알겠다는 듯이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고민되는 문제겠군요. 여성인 줄 알고 마음을 가졌지만, 사실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몸이 여자가 된 탓일까, 그에게 이끌리는 자신이 있다. 라는 거군요?"

원장의 말에 유스테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달빛을 반사하는 갈색의 머리카락도, 약간이지만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도.

잘록해진 허리도, 살이 붙은 궁둥이도.

자신이 원해서 된 형태는 아니었지만, 정신도, 영혼도, 이 육체에 이끌리듯.

남성을 의식하게 된다.

"유스테스군은 어떤가요. 당신이 동경했던 그 사람이 사실은 `남자`라서, 실망했나요?"

"...그야, 그렇... 아니…. 사실, 실망보다도 어째선지 `납득`하고 있었네요. 어쩌면 은연중에 그에게서 `그녀`의 흔적을 느꼈으니까. `그`에게 끌린 걸지도 모르겠어요."

실망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스테스는 화를 내지 않았다.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았다.

레오나가 사실 남자였다. 라는 사실에 `안심`까지는 하지 않았더라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여기는 자신이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사실 `성별`과는 관계없는 일이 아닐까요."

"... ...?"

원장의 말에 유스테스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자 원장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결국, 유스테스군은 몸이 변하기 전, 변한 후에도. `한 사람`에게 이끌린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게는 신께서 정해주신 `성별`이라는 벽이 존재하지요. 그러므로 실제로 맺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운명에 의한 것입니다."

그녀의 말에 유스테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자신은 레오나와 클레온을 어느 정도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공통점` 같은 것을 떠올리다니. 그 둘은 `한 사람`인데.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이끌림은 꼭 사랑인 것은 아닙니다. 우정이 있을 수 있고, 동경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유스테스군이 어느 쪽에도 `사랑`을 느꼈다면 그 사랑은 `벽`을 초월한 소중한 마음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 ..."

"몸이 여성이 되었기에, 남성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단순하게 남성을 사랑하게 되지는 않겠지요. 유스테스 군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니까요."

그 말에, 유스테스는 눈을 크게 뜨고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유스테스가 사랑하던 레오나도.

유스티나가 사랑하는 클레온도.

결국, 같은 사람. `자신`은 언제나 `그 사람`을 바라보고, 동경하며, 이끌렸다.

자신이 동성애자가 된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은 클레온이지만, 동시에 레오나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므로, 거기에 자신의 성별이나, 그의 성별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선이, 그것에 납득한 순간 풀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가요, 유스테스군. 조금은 마음이 진정됐나요?"

"...네. 감사합니다, 원장님…. 원장님이 말씀하신 대로에요. 저는, 바뀌지 않은 거군요. 몸은 이렇게 되었지만. 서큐버스의 저주와 관계없이."

원장은 그런 유스테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근, 두근. 하던 심장의 고동 소리가 점점 가라앉아, 머릿속을 가득 메우던 고민도, 번뇌도 물에 녹은 소금과 같이 사라져간다.

그녀가 말한 대로, 간단한 이야기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의 고민도. 지금까지 자신을 억누르던 것도 모두 사라져간다.

자신은 자신.

몸이 여자건, 남자건. 이 마음의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모습이건, 어떤 성별이건.

이 마음은 소중한 자신의 것이라고. 그렇게 여길 수 있다면.

자신이 과거에 남성이었건, 지금은 여성이건 관계없이 `그`에 대한 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흔들리던 작은 불씨는 그 힘을 되찾았다.

아버지에 관한 것을 청산한 뒤, 모험가 길드에 발을 옮겼던 그 날과 같이.

"나는... 클레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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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악마가 왕도에 마수를 뻗어, 모든 것을 지켜보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

발치에 널브러진 여성들은, 마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간 듯 흰자만을 보이며, 입에 거품을 물고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실패작이다. 씨앗을 심어도 개화하긴 커녕 발아하지도 못한 기준 미달의 실패작.

왕도로 흘러오는 흑마력의 흐름이 두 군데나 멈추었지만, 아직 왕도를 감싸는 자신의 마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 ..."

이슈탈은 차가운 눈빛으로 방바닥에 있는 여성들을 발로 굴려보더니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녀의 부하들이 죽은 여성의 시체를 옮겨 방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쉽게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왕도의 미니어처를 바라보던 그때.

반짝. 하고, 무언가가 빛나는 것이 보였다.

왕도의 외각…. 관심을 보내지 않던 `수도원`.

"...발아했다."

이슈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음속의 꽃. 결정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한 씨앗이, 지금 싹을 피운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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