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9화 〉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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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만에 다시 찾은 트로메이아 가문의 저택.
그때와 다름없이 가문의 지위나 가지고 있는 부에 비해서 크기를 제외한다면 굉장히 절제된 인테리어.
교단의 호출로 인해 자리를 비운 쿠온과,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그녀와 함께 간 사샤를 제외한.
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는 라일라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평상복 차림의 클레온, 두 사람은 오렐리아의 부름을 받고 저택을 찾았다.
이전에 찾았던 저녁때와는 달리, 낮의 저택은 생각보다도 사람이 적게 느껴졌다.
집의 주인인 퍼시스경은 물론 지금쯤 왕성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것이고, 집 내를 배회하는 사용인들조차 이것보다 규모가 작은 저택에 비한다면 그 수가 적은 편이었다.
심지어, 손님을 직접 마중하러 나온 오렐리아가 두 사람을 데리고 응접실로 향하는 것은, 귀족 간의 예의 같은 것에 그다지 박식하지 못한 클레온이 느끼기에도 조금 이상한 것이었다.
"무언가, 이상한가요? 클레온."
그런 클레온의 굴러가는 눈동자의 소리라도 들은 것일까, 오렐리아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물어보자 라일라가 쿡, 하고 팔꿈치로 클레온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닙니다. 그저…. 사람이 적은 것 같이 느껴져서요."
"아아. 그렇네요. 몇몇 시종들은 지금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시종이라고 하더라도, 전투 시종…. 제 사병들이지만요."
오렐리아는 클레온의 의문에 그리 숨기지 않는다는 듯이 대답한다.
루베라를 포함한, 그녀의 사병조직.
퍼시스경의 지시도 받지 않고, 오직 오렐리아의 지시만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의 최우선으로 되는 임무는 왕녀 `아멜리아`와 함께 왕도에서 악마의 위협을 몰아내는 것.
그렇다는 것은
"혹시, 악마들과 싸우러 간 것인가요?"
"정확히는, 그들이 경영하고 있는 점포를 찾아내서. 저번처럼 사람들을 구출하러 갔다. 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저희에게도 말씀해주신다면, 협력했을 겁니다."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오렐리아는 발을 멈추고 작게 미소를 지으며 클레온을 돌아본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클레온. 당신이 요즘 이 왕도에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고 있다는 건, 여러 소식통을 통해서 들어오는 정보랍니다. 최근에는 왕도 바깥에서도 문제를 몇 개 해결했다고 들었는데."
미덕의 숲의 아라크네 아난시에 관한 것과 말발굽 산의 산적 아인에 관한 것이겠지.
말발굽 산에서 돌아온 지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전과 같이 마음대로 들어갔다가 서류 세례를 받는 일이 없도록, 이오나와 함께 영맥이 흐르는 땅에 대한 진입 허가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도중.
영맥에 흐르는 흑마력의 줄기가 두 개나 줄어든 덕분일까, 서서히 왕도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활기가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또 다른 변화가 있다고 한다면, 유스테스.
그 뒤에도 조금 신경 쓰여서 만나러 갔지만.
그는 이제 완전히 망설임이나, 두려움 같은 것을 떨친 듯.
클레온을 보자마자 건강하게 달려오며, 먼저 손을 붙잡으며 인사를 할 정도였다.
[클레온. 비록 내가 어떤 내가 되더라도, 클레온은 나를 변함없이 대해줄 거지?]
...같은 말을 하길래 물론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게다가, 기능을 상실했던 미스틸테인도 회복이 끝나 서서히 성검으로서의 힘을 되찾고 있다고 하니.
몸이 돌아오기 전에라도 유스테스가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커다란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클레온은 확신하고 있었다.
"당신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너무 많은 일을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군요. 저희는 협력하는 사이. 클레온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도 생각하고 있는 바입니다."
오렐리아의 말에 클레온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라일라는 `봐봐. 내 말이 맞지?` 같은 말을 하며 입꼬리를 올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지. 라일라양, 회임 축하드립니다."
"흐엣!? 아,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여기저기에 퍼져 있네요…."
"후후. 여자들 사이의 소문은 어디서 어떻게 흘러나갈지 모르니까요."
라일라는 끄응 소리를 내며 조용히 `나는 말한 적 없는데….`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응접실에 도착하면,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게 되고.
라일라와 오렐리아의 눈이 마주치면, 오렐리아가 무언가를 허락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라일라가 그것을 받아들이면, 가방에서 커다란 철장을 꺼내 응접실의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이었다.
그 안에는,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눈을 감고 있는 `뿔 달린 여자의 머리`가 들어가 있었다.
"이것이…. 악마의 머리군요. 살아있는 거죠?"
"네. 약이랑 마법으로 재워놓았지만.
라일라가 그렇게 대답하며 손가락을 튕기면, 철장의 주변을 마력의 장벽이 뒤덮으면서 결계가 펼쳐지고.
그와 동시에, 카말라의 눈이 깜빡거리더니, 그녀의 정신이 돌아온다.
"여긴... 아아!? 주인님! 나한테 잘도 수면 약을 먹였겠다☆!?"
"시끄러워... 악마는 자연스럽게 자지도 않으면서... 트로메이아 부인. 이 녀석이, 클레온이 포획해온 악마. `카말라`입니다. 마력 대부분을 잃어서, 맹약으로 묶어 두었으니. 지금은 안전해요."
라일라가 오렐리아에게 그렇게 전달하면, 카말라도 라일라의 시선을 따라 머리를 움직여 오렐리아가 있는 방향을 본다.
"으응...? 저 아줌마는 누구야? 딱 봐도 부부 사이에 관계가 없는지 10년은 넘은 것 같"
카말라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라일라가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면, 철장의 안에서 마력으로 된 드릴 같은 것이 나타났다.
"자, 잠깐! 농담 농담! 서큐버스 죠크♡ 싫다 주인님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괜찮습니다. 라일라 양. 지금은, 이 악마에게서 정보를 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고문은 나중으로."
"아, 나중…? 멈춰주는 게 아니라? 헤, 헤헤...☆"
오렐리아의 말에 얼굴을 밝혔던 카말라는,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얼굴이 창백해진다.
"...죄송합니다. 함부로 말하지 말도록 추가로 맹약을 걸어놨어야 했는데."
"맹약은 시술자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이 정도의 도발. 공작가의 안주인이 지금까지 들어왔던 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라일라도 클레온도 그런 그녀의 말에 내심 조용히 탄성을 흘리는 것이었다.
"자. 그럼... 카말라. 당신은, 오래전부터 이슈탈과 계약을 맺어 이 왕도에 뿌리를 내린 사악한 악마. 라는 것으로 틀림없겠지요?"
"... ..."
"대답해."
카말라가 오렐리아의 질문에 입을 벌리려 하지 않자, 라일라가 손을 들어 보이며 맹약의 증거를 보이고 명령한다.
그러면, 그 맹약 때문에 카말라는 정해진 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크윽...☆ 마, 맞아... 나는 이슈탈 언니와 계약해서... 꽤 오랜 시간, 그녀와 함께했어..."
"그렇다면 한 가지 묻겠습니다. 과거, 이 나라에서 일어나려 했던 쿠데타. ... 그 배후에 있던 것은, 당신들 `아스타로테`가 아닙니까?"
오렐리아의 질문에, 클레온과 라일라, 두 사람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악마를 잡았다는 것을 보고하고 몇 주가 지나, 직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두 사람은 어느 정도 예측을 해보려 했지만.
오렐리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묻는 그녀의 눈.
아루루에게 향하는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어머니의 눈.
클레온이나 라일라와 같은 왕도를 지키기 위해 힘을 빌려주는 젊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상냥한 눈.
그런 것과는 달리.
클레온이, 라일라가. 쓰러트려야 할 적에게 향할 때 보이는 자비를 가지지 않은 칠흑 같은 눈.
지금의 오렐리아는 그런 눈으로 카말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서 느껴지는, 창끝과도 같은 살기가, 긴 세월을 살고 고위의 마력을 지녔던 카말라조차 얼굴을 창백하게 만든다.
그녀가 내뿜는 기백은 일반인이 받아내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지도 모를만한 것이었다.
`이것이, 트로메이아 가문의 여주인... 왕국을 그림자에서 지키는 백은의 창...`
클레온도, 아루루에게서 그녀의 활약을 들은 것이 전부였지만.
젊은 시절 기사였던 그녀가 제국과의 전쟁에서 벌인 활약은 전설 속의 영웅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었다.
"... 라일라."
"... 카말라, 대답해."
"아, 으... 헤, 헤헤...☆ 그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해야 하나..."
카말라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눈알을 굴리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본래라면 입을 열기 힘든 상황에서도 맹약 때문에 라일라가 명령하면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자세히 이야기하세요."
"... 저, 정확하게는. 지금 같은 `아스타로테`가 되기 이전... 조금. 쿠데타에 손을 거들었을 뿐이야…. 결국, 실패했지만…."
"... 당시의 왕비의 남동생이 쿠데타의 주모자였습니다. 당신들이 그에게 무언가를 했다는 인식으로…. 틀림없는 것이겠죠."
평소의 여유로운 오렐리아와는 다르게, 조금 감정적으로 변한 그녀는 손의 주먹을 꽉 쥔 채로 카말라를 노려본다.
그러면, 카말라는 라일라가 새로 지시하지도 않았는데도 정보를 불어내는 것이었다.
"맞,아... 이슈탈이. 정신을 조작하는 마법으로…. 그에게, 반란을 일으키도록"
다음 순간.
오렐리아가 품속에서 뽑아 든 은빛의 단검이 그대로 번개처럼 휘둘러져 카말라의 미간을 향한다.
갑작스러운 공격.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클레온 정도였지만.
다행스럽게도 클레온이 오렐리아의 팔을 잡기 직전, 오렐리아도 미간의 직전에서 단검을 멈추었다.
"히, 히익...☆ 미, 미스릴 단검... 이런거에 찔리면, 정말로 퇴거 돼...☆"
"...트로메이아 부인."
겁을 먹은 듯한 카말라를 신경 쓰지 않고, 클레온이 조용히 말하자.
오렐리아도 단검을 쥔 손에 힘을 한 번 꽉 넣었다가, 이내 자리에 걸터앉은 뒤 미스릴 단검을 내던지듯이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와, 왕국에 혼란을 일으키면, 데미우르고스의 강림이 조금 더 쉬워질 테니까. ...라고, 이슈탈 언니가."
"데미우르고스...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대악마…. 그런 것을 왕도에 불러낸다. 그런, 고작 그런 이유로. 죄 없는 사람을... 몇이나…!"
오렐리아는 화를 삭이려는 듯, 손을 가져가 자기 이마에 얹었다.
라일라도 클레온도 그런 오렐리아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지만, 카말라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분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들이 반란을 일으킨 결과, 아멜리아의 삼촌은 세토스 트로메이아에게 목이 베여 사망. 왕비는 임신한 상태에서 유폐되어 아기를 낳고 죽었고.
...아멜리아도, 그런 삼촌의 죄를 이어받아 본인이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조롱을 받으며, 탑에 갇혀 살아야만 했다.
그녀가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될까.
복수심에 불타, 세인트 프린세스로서의 힘을 모두 발휘해 악마들과의 싸움에 자비 없이 임하게 될까.
그런 아멜리아의 모습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긴 침묵이, 응접실의 안에서 흘러갔다.
카말라도, 더는 질문이 없는 오렐리아가 계속해서 보내는 살기에 주눅 된 채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내 침묵을 깨는 것은 역시 오렐리아였다.
"이 악마에게는... 해야 할 질문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저 자신을 억누를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렇다면"
"오늘은... 그녀에게 질문하는 것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요. 대신, 두 사람이 원하던 정보의 일부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클레온과 라일라. 두 사람의 눈이 반짝였다.
라일라는 곧바로 손가락을 튕기고, 즉시 카말라는 아까와 같이 눈을 감고 잠에 빠지는 것이었다.
소리를 차단하는 천을 덮으면서 클레온은 말한다.
"학자. 트리스 메기스토스에 대한 정보로군요."
"맞습니다. 왕국이 소유하고 있는 고문서들을 샅샅이 살피도록 했죠. 유명한 학자이기에 자료 자체는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만…. 그가 정확하게 어디에서 연구했는지. 말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자료들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오렐리아가 그렇게 말하면 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원초 세계의 인물입니다. 사실, 그가 이상할 정도로 자료를 남긴 것이지, 저희와 그의 사이에는 수천 년의 벽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렐리아는, 이어서 그들에게 말했다.
"왕도의 남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녹주석의 수곡`이라는 골짜기가 있습니다."
"... `녹주석의 수곡`?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은데요…."
"네. 일종의 보호구역…. 이라고 해야 할까요. 왕국에서도 왕족을 비롯한 몇 명 밖에 알지 못하는 장소입니다."
클레온의 질문에 오렐리아가 그렇게 대답하면, 라일라도 눈을 반짝였다.
"어떤 곳이죠?"
"이름 대로, 아름다운 에메랄드들이 주변을 감싼, 강이 흐르는 계곡입니다. 이곳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죠. 이야기에 따르면, 그 협곡은 원초 세계에서도 존재했던 곳으로, 일종의 실험 결과 만들어진 인공적인 공간이라고 합니다. 땅을 흐르는 물의 영맥에 더해, 신성마력이 굉장히 짙은 것이 특징이라 마물도 존재하지 않죠."
협곡. 그리고, 그사이에 존재하는 마을.
클레온은 그런 이야기를 듣고 조금 마음이 술렁거렸지만, 이내 오렐리아에게 질문한다.
"... 트로메이아 부인은, 어떻게 그곳의 존재를…."
"제 친구였던 아멜리아의 어머니... 샤리엘. 전 왕비가 그 계곡의 일족 출신입니다. 저도 직접 가본 적은 없고,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지만요."
클레온도 라일라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그녀의 어머니... 즉, 아멜리아의 할머님께 들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샤리엘의 결혼식 때, 한 번 얼굴을 뵙고 그 뒤에는 만나 뵌 적이 없지만…. 저를 기억하고는 계실 겁니다. 초대장을 써드리죠."
클레온이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표하자, 오렐리아는 겨우 마음이 안정되었다는 듯이 웃어 보인다.
"사실, 웬만한 왕족들도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입니다. 그야말로 왕 정도가 아니면 말이죠…. 당연하지만, 경계 받을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흑마의 일족인 클레온은 더욱요."
"... ..."
클레온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각오하고 있던 바였으니까.
하지만, 오렐리아는 그런 클레온의 손을 붙잡고 상냥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아멜리아`를 데리고 가 주세요."
"...아멜리아를? 하지만, 그녀는..."
세인트 프린세스로서, 왕도를 지켜야 하는 것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기 전에 오렐리아는 대답했다.
"아까, 당신에게 이야기했듯이. 모두가 한 사람에게 의지하고 일을 맡기는 건, 원래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지만…. 아멜리아도 마찬가지지요. 그 아이도 쉴새 없이 밤에 악마를 사냥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올바른 일일까요? 아무리, 전설의 성전사. 왕도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휘두르는 존재라고 하지만…. 그녀는 10살을 좀 넘은 소녀입니다."
클레온은 그녀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에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
"게다가. 할머니와는 처음 만나는 게 될 테니까요. 그녀도 기뻐할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위치상, 우리가 정화하려 했던 `물의 영맥`은 그 계곡에서 흘러오는 중간 부분에 불과했을 가능성이 커….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곳이라고 했으니까. 근원을 끊지 않으면 사태는 나아지지 않으니까, 마침 잘됐네."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인."
"그건, 제가 해야 할 말이에요…. 저는 이런 지위에 올라, 필요 이상으로 사람의 시선을 모으게 되서…. 아멜리아에게 필요한, 어른의 보살핌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이라면."
오렐리아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클레온과 라일라를 바라봤다.
그녀가 느끼는 죄책감을, 아멜리아는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어른으로서. 그녀의 어머니의 친구로서.
좀더 그녀를 자유롭게, 그리고 상냥하게 보살펴 줄 수 있었더라면.
그런 마음을 담아, 클레온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녀의 손을 타고 전해져 오는 마음은 분명, 아멜리아에게도 소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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