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80화 (180/506)

〈 180화 〉 상봉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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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 신성의 예배당. 왕도의 거대 신전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이며, 교황이 주관하는 예배가 이루어지는 장소.

바깥도, 안도, 삼엄한 경비로 가득한 것이 당연한 이 장소의 천장에는 마법 진의 위에서 세 개의 원이 일부분씩 겹친 채 천천히 회전하며.

태양의 빛을 투과시켜, 예배당의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먼저, 붉은색의 빛. 타오르는 화염 같은 용기를 상징하는 고대의 문장이 나타내는 것은 삼위일체의 성스러운 구세주 중, `용사`였다.

용사라는 것은 성검과 정의를 높이 치켜들고, 세계와 인류를 위협하는 악을 멸하는 전사들.

본래라면 마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성검사`라고 불리는 것이 옳겠지만, 교단의 교리가 세계에 널리 퍼짐에 따라, 성검사라는 것은 용사를 낮잡아 부르는 멸칭처럼 사용되기 시작했다.

세계에 마왕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용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이들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교단의 영향이었다.

그다음은 푸른색의 빛. 자신을 쥔 용사의 힘을 정련하고, 그들이 악을 칠 수 있도록 스스로의 힘을 빌려주는 성스러운 검. `성검`이다.

원초 세계의 고대인들에 의해 제작되어 인격을 부여받고 수많은 전설과 신화를 남긴 성검들.

그 대부분은 원초 세계가 멸망할 때 손실되어 지금도 어딘가의 유적에서 자신을 찾아줄 용사들을 기다리고 있다.

본래, 전쟁에서 같은 인간들을 상대로 휘두르는 것을 상정하여 만들어진 강력한 병기라는 것을 아는 이는 없었다.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해석 나름이라는 것이었다.

마지막은 녹색의 빛. 용사를 불꽃에 비유한다면, 이들은 초목. 화염이 타오르기 위한 장작이며 용사의 길을 인도하는 `성녀`이다.

성녀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신성 마력과 강한 감응력을 가지고 있으며, 덕분에 신성 마력에서 비롯된 의지인 `성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성들이다.

그런 계시는 꿈, 예언, 환청 등을 통해 전달되며 성녀들은 그 계시를 받고 용사를 성검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용사에게 주어진 숙명이 끝날 때까지 그의 곁을 머물며 용사를 보조하는 치유사이며, 길잡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성자의 가호 교단이 제창하는 삼위일체 구세주의 교리.

구시대의 신들이 인간들을 착취하고, 그들의 신앙심이 불러일으킨 전쟁 속에서 희생되어가는 목숨을 슬퍼하던 최초의 성녀가.

성검의 목소리를 듣고, 최초의 용사와 힘을 합쳐 우투, 루벤을 비롯한 수많은 신들의 시대를 끝내고.

드디어 대륙에 다시 한번 인간이 주도하는 시대가 찾아올 수 있도록 했을 때부터.

교단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게다가, 왕국과 제국의 전쟁에서 크게 활약한 레시아 덕분에 교단의 권위는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높아져 있어서.

그런 교단의 실질적 수장인 교황의 힘이란 것은 이제 대륙의 패자가 된 왕국의 왕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교황이 개인적으로 사람을 불러내, 이 예배당에 들이는 것은 `드물다`라는 것으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한 것이었으며.

일개 성직자가 그런 부름을 받게 되는 것은 평민이 왕에게 부름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 ..."

쿠온은 자신을 부르러 온 늙은 성직자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떠올리며 긴장한 얼굴로, 예배당의 가장 앞.

단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선 채, 조용히 눈앞의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황 에스카. 클레온에게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이며, 성자의 가호 교단에서도 가장 높은 위치에 앉아 있는 인물.

그녀 본인도, 이전의 전쟁에서 용사 레시아와 함께 세계의 균형을 지켜낸 성녀이며, 강력한 신성 마법을 구사하는 성직자이다.

쿠온과 동행한 사샤도, 그녀와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신성 마력이, 사샤의 안에 있는 루벤을 자극하는 것인지.

긴장감과 영문을 모를 거부감이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진정시키고,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마시길, 쿠온양. 분명, 저번과는 장소도, 눈높이도 다르지만. 저희는 클레온이라는 공통의 가족을 둔 사이니까요."

쿠온의 긴장을 읽은 것일까, 에스카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쿠온은 그녀의 목소리에 신기하게도 조금 긴장이 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죄, 죄송합니다. 에스카님."

"아뇨. 저도 갑작스럽게 불러내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역시 쿠온양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기에."

에스카가 그렇게 말하면, 쿠온은 고개를 갸웃하고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맡긴다니, 무엇을? ...쿠온을 부르러 온 성직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저, `영광스러운 일` `부모님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거다`라고만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쿠온양. 지금은 용사와 함께하고 있지 않지만…. 당신은 본래 성녀. 성검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용사에게 전하는 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

에스카의 이야기에 쿠온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지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쿠온이 본래 찾았던 성검 `칼리번`. 그리고 원래 그 성검을 가지고 있던 용사 `알베인`.

칼리번은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지금 클레온의 소유가 되었지만. 용사 알베인은 그 자격을 잃고 지금은 왕국의 법에 따라 노역 형에 처해져 있었다.

하지만, 칼리번은 더는 쿠온과 교감하지 않는다. 그녀는 갈라테아에 의해 핵을 재생 받으면서 쿠온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오히려 갈라테아와 연결된 것이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클레온을 용사, 갈라테아를 성녀, 그리고 칼리번을 성검으로 한 삼위일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쿠온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성녀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교단의 교리에 입각된 칭호.

거기에 검에 관한 것이라면 역시, 같은 검인 갈라테아가 더 잘 알고 있다.

칼리번도 클레온과 함께 있는 편을 더 좋아하는 듯하니 그것도 문제없겠지.

"당신이 클레온과 함께하고, 그의 힘이 되어 주는 것에는 정말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레온이 하려는 일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장벽이 몇 개나 가로막고 있지요. 보이지 않는 해답을 찾기 위해 어둠을 파헤치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어둠의 존재들."

악마. 이차원의 괴물들. 차원의 틈의 오염.

에스카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쿠온은 잘 알고 있었다.

본래라면 성직자인 자신이 그것들에 대항하여 클레온을 지켜줘야 하는데.

"...저도, 클레온과 당신에게 힘을 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교단의 성녀인 당신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기회, 인가요?"

에스카가 고개를 끄덕인 뒤, 밀봉된 양피지 스크롤을 에스카의 뒤에 선 채 그녀를 지키던 전신 갑주의 성전사 베라스톨에게 건넨다.

베라스틀은 예를 갖추어 그 스크롤을 받아들고, 쿠온에게 걸어와 그것을 넘겨주었다.

"이것은­"

"교단이 새롭게 그 존재를 파악한 성검. `갈라틴`에 관련된 정보가 적혀 있습니다."

쿠온은 눈을 크게 뜨며 스크롤을 내려다본다.

"쿠온양. 당신이 성녀로서 그 성검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가장 신뢰하는 성전사이자…. 용사 후보. `베라스톨`과 함께."

에스카의 말이 끝나면, 베라스톨은 천천히 투구를 벗으며 쿠온을 바라본다.

길게 내려오는 분홍색의 머릿결. 그리고 이지적인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베라스톨과 눈이 마주치면 쿠온은 조금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시길. 쿠온, 저는 예하의 명에 따라 당신과 당신의 동료인 클레온을 돕기 위해 이 몸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손을 건네오는 베라스톨은 작게 미소를 지은 채였다.

"평범한 힘으로는 클레온의 어두운 미래를 열어젖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강력한 힘…. 어둠을 물리치기 위한, 성스러운 인도자로서. 베라스톨을 그대들에게 맡기려고 합니다."

"...성검, 갈라틴과 함께."

쿠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에스카도 고개를 끄덕였다.

"쿠, 쿠온씨..."

사샤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쿠온의 소매를 붙잡았다.

무언가. 불안한 예감이 멈추지 않는다.

교황이 말하고 있는 것에 틀린 논조는 없었다.

일행에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고.

사샤, 쿠온, 라일라. 세 사람 모두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기 위해 단련을 멈추지 않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루벤이, 사샤의 안에 있는 동물적인 본능이.

이 이야기의 뒤편에 무언가, 검은 그림자가 섞여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전하고 있었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경종이 계속해서 울리는 것이었다.

마치 훔바바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공포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쿠온에게도 그런 사샤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그녀는 소매에 붙들린 작은 손에 자기 손을 겹친 뒤,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결의한 표정을 지은 채 다시 에스카를 향해 돌아보며 입을 연다.

"감사합니다. 에스카님. 저에게, 다시 한번 `성녀`로서의 소임을 수행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그렇다면..."

에스카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쿠온을 바라보지만, 쿠온은 이내 작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용사에게 성검을 인도하는 것은 분명 제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클레온의 도움이 된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제가 독단으로 결정할만한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분명 교단의 `성녀`지만, 그 전에 클레온, 라일라, 사샤와 함께 파티를 이룬 동료니까요."

아카데미로 찾아온 교단의 인물에게 말했을 때처럼.

쿠온에게 있어서, 교단의 교리, 성녀의 의무도 분명,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지켜야 하는 동료들이 더 소중했다.

그러므로 아무리 존경하는 교황의 부탁이며, 결과적으로 그것이 클레온의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성검을 찾기 위해 그들의 곁을 떠나야 하는 것을 이 자리에서 독단으로 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시, 예배당의 안에 침묵이 흘렀다.

베라스톨의 표정이 조금 차가워진 것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 알겠습니다. 당신들은 정말로, 동료들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거군요."

에스카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베라스톨을 다시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이며 이야기했다.

"부디, 잘 생각해 주세요. 쿠온양."

마지막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쿠온을 바라보며 그렇게 당부하는 것이었다.

001

"­그러니까 녹주석의 수곡의 영맥에는 `수 속성`의 마력과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신성 마력`이 동시에 흐르고 있어서... 쿠온, 듣고 있어?"

덜컹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고급 마차가 도로를 달리며 녹주석의 수곡을 향한다.

오렐리아가 준비한 마차는 일반적인 마차에 비해서도 훨씬 크기가 컸고, 여러 가지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인지 마차의 안에 있을 때는 차체가 거의 흔들리지 않는 최고급의 품질이었다.

다만, 녹주석의 수곡은 그 존재가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지역.

따라서 마부를 고용할 수 없는 노릇이었는데, 그 부분은 라일라가 마법을 이용해 자동 주행을 시키는 것으로 해결한 상태였다.

마차의 안에는 라일라와 아루루, 그리고 클레온이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사샤와 아멜리아는 조금 떨어진 좌석에서 잠들어 있었다.

바깥을 내다보아도, 이미 해가 떨어진 지 오래되어 하늘은 군청색으로 물든 채, 달과 별의 빛만이 지상을 비추고 있었다.

왕도에 있는 동안에는 밤에 활동하는 것이 당연한 아멜리아도, 이곳에서라면 본래 인간이 가져야 하는 수면시간에 맞게 눈을 붙일 수 있었다

라일라에 의해 진행되던 목적지에 대한 강의 도중, 쿠온이 창밖을 내다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눈치챈 라일라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쿠온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세 사람을 돌아보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미, 미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까 말이야. 쿠온도 쉬어도 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편안하다고는 하지만 벌써 12시간 정도 달렸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깨어있는 것도, 고통이지."

아루루의 말에 쿠온도 멋쩍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으응, 아니야. 괜찮아."

"...무리는 하지 마. 알았지?"

라일라의 당부. 쿠온은 그녀의 말에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었는지 잠시 라일라를 바라본다.

"...왜, 왜그래?"

"아니. 평소에도 밥 먹듯이 밤을 새우는 라일라가 무리하지 말라고 하니까. 뭔가, 이상해서."

쿠온의 정확한 지적에 라일라가 `윽`하고 반응했다.

"방금 건 쿠온의 말대로네."

클레온도 쿠온을 거들자 라일라는 얼굴을 붉히며 턱을 괸 채 고개를 돌렸다. 덕분에 귓불까지 빨개져 있는 것이 보이지만.

"맞아. 이제 라일라도 홑몸이 아닌데, 생활 방식을 좀 바꿔야지."

"아, 알고 있어…. 어제도 제대로 일찍 잤으니까."

아루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일라는 잠시 자신의 배에서 내려다 본 뒤 무언가 찔리는 게 있다는 듯한 표정이 되지만, 입으로는 문제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흠... 라일라. 새벽 2시는 일찍이 아닌 것 같은데…."

"클레온이 어떻게 내 어제 취침 시간을 알고 있는 거야…! 아무튼, 이야기를 돌려서­"

스스로 목소리를 높였다가, 잠들어 있는 아멜리아와 사샤를 보더니 이내 다시 목소리의 볼륨을 낮춘 라일라가 원래 하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트로메이아 부인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수곡의 이 지형은 인공적으로 형성된 곳이야. 거기에 주변을 감싸는 환영 결계 때문에 아무도 가까이 가려 하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거겠지."

"신성 마력이 가진 `빛`의 성질을 이용한 굴절 환영 결계. 라고 했던가?"

"응. 하지만, 일정 이상의 신성 마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환영의 위화감을 깨달을 수 있어. 그래서, 목적지 가까이 가게 되면 쿠온이 그 결계를 간파할 수 있을 거야."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면, 세 사람의 시선이 쿠온을 향한다.

"내, 내가 가능할까…? 신성 마력이라면, 아멜리아 님도..."

"자신을 가져 쿠온. 아멜리아의 신성 마력은 펜던트를 사용해서 세인트 프린세스로 변신하지 않으면 해방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쿠온에게는 천사 화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어서, 순수한 마력량이라면 그녀보다도 높단 말씀."

클레온과 라일라가 그렇게 격려하자 쿠온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결계를 통과해서 마을에 들어갈 때는 어머니의 소개장을 보여주면 되는 거고. 나도 말로만 들었지 처음 가보는 거라 기대돼."

"뭐어. 원래는 일반적인 왕족들조차 모르는 장소라고 했으니…. 안이 어떤 마경이라고 하더라도 각오해야 할걸."

라일라가 겁주듯이 이야기하면 아루루는 웃어 보인다.

"그럼 더 기대되는걸."

"이 전투 바보가…."

"거기에! 나도 며칠이지만 클레온과 같이 지낼 수 있는 거잖아? 아카데미에서도 못했던 건데."

"... `당번제`니까."

아루루가 팔을 엉겨 붙어 오면, 라일라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애, 애들도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런 라일라의 발언에 쿠온이 타박하듯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하면 오히려 입꼬리를 올리며 라일라는 대답하는 것이었다.

"자고 있으니까 괜찮지 뭐. 애초에 사샤도 그 당번에 포함되어 있고."

"...나는 별로 하지 않더라도 곤란하지 않은데…."

"우리가 곤란해!"

클레온이 그렇게 대답하면 아루루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었다.

그런 일행을 바라보며 쿠온이 쓴웃음을 짓는다.

갈라틴의 탐색에 관해선 아직 말하지 못한 상태였다.

원래라면 그날 돌아와서 이야기 해야 했지만, `수곡`에 가는 것에 대해 라일라와 클레온이 말을 꺼낸 덕분에.

어어어 하다가, 준비가 끝마쳐지고 출발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수곡에 레시아를 찾기 위한 단서…. 학자 `트리스`의 흔적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중요시하는 편이 모두에게도 좋은 것이겠지.

쿠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살짝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002

마차가 멈춘 것은 평원에 존재하는 낭떠러지였다.

"설마. 나락 절벽이, 수곡을 감추기 위한 환영이었다니…."

라일라는 몰랐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절벽을 내려다보았다.

그 아래는 끝이 없을 정도로 깊은 구멍만이 존재했다.

"이 위는 비행 마법을 써도 못 지나간다며?"

"맞아. 이상한 기류가 발생해서 비행 마법으로 지나가려고 하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려…. 존재가 숨겨지는 이유가 있었네."

아루루의 질문에 대답한 라일라가 몸을 일으키고 마력시를 키면, 최상급의 마력시를 자랑하는 라일라의 눈으로도 마법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상상 이상인걸. 역시 이건, 쿠온에게 맡겨야 할 것 같아."

라일라조차 간파하지 못하는 환영 마법 결계.

쿠온은 조심스럽게 손바닥에 신성 마력을 흘려 넣으며 손을 앞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마치 물웅덩이에 돌을 던진 것과 같이, 풍경에 파문이 일어난다.

"와...!"

사샤가 그 광경을 보고 목소리를 높이면 파문은 서서히 서서히 커지면서, 풍경 자체를 진동시킨다.

이내, 쿠온의 손을 중심으로 서서히 일행의 시야를 왜곡하던 환영이 사라지면서.

환영의 결계의 일부분이 사라지며,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일행 전부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릴 정도였다.

사방에 에메랄드빛의 수정이 반짝이는 광경.

길을 감싼 골짜기 중에도, 길가에도. 심지어, 식물에서도 에메랄드가 솟아나 있었다.

"...여기서부터 수곡이라는 거군. 마차도 들어갈 수 있을까?"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라일라가 손가락을 튕기고. 다시 한번 말이 스스로 움직여 결계의 좁은 통로를 통과한다.

"우리도 들어가자."

그리고 일행도 결계의 구멍을 통과한 다음 순간.

먼저 나아가던 마차의 말이 갑작스럽게 앞발을 들어 올리며 흥분하는 것이 보였다.

"난 또, 말이 환영 결계를 뚫고 들어온 줄 알았잖느냐."

그리고. 들려오는 낯선 소녀의 목소리.

일행이 재빨리 마차의 앞으로 나아가면, 거기에는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백금색의 긴 장발, 금색의 눈. 그리고 백옥과도 같은 피부.

몸에 걸친 것은 반투명한 얇은 천 재질의 예복.

몸을 가리는 기능 면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복장이었지만.

제대로 중요한 부분에는 속옷을 걸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녀의 외견이 아멜리아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색은 물론이지만, 얼굴의 생김새나 키마저도.

"그래서? 너희들은? 대답에 따라선 이 늙은이가 너희들의 기억을 지워서 바깥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니까. 얼른 말하거라."

`늙은이...?`

아무리 봐도 10대 초반의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의 말, 그리고 노인과도 같은 말투에 모두가 같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이내 아멜리아와 눈이 마주치면, 그 소녀는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상냥한 얼굴이 되는 것이었다.

"오렐리아가 보낸 것이더냐?"

"네. 여기, 어머니의 소개장입니다."

소녀의 말에 아루루가 품에서 소개장을 꺼내 건네려 하자, 소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받지 않았다.

"괜찮아. 넣어두거라. 저 애의 얼굴을 보니까 알겠구나."

"... ..."

아멜리아는 조용히, 자신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곤 앞으로 나아갔다.

"...사리엘, 내 딸의 딸이구나."

그 말에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래. 내가 네 할미. 사리엘의 어미 되는 가브리엘이니라."

"하, 할머니...? 저 외모로?"

동안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브리엘의 외모에 라일라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면, 가브리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한다.

"외견만으로 나이를 가늠하는 것을 이 계곡에선 힘든 일이지…. 그래서? 네 이름은 무엇이더냐? 손녀야."

"...아, 아멜리아입니다."

아멜리아 본인도, 조금 어안이 벙벙한 듯 머뭇거리며 대답하자 가브리엘은 조용히 아멜리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만나고 싶었단다. 아멜리아. 정말로."

"... ..."

아멜리아가 그녀의 목소리와 손길을 가까이에서 느끼자, 천천히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느껴본 적 없는 혈육의 상냥하고 다정한 마음이었다.

소녀의 작은 흐느끼는 소리가, 에메랄드에 의해 반사되며 계곡의 사이로 울려 퍼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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