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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82화 (182/506)

〈 182화 〉 정령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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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아스타로테의 근거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곳에 숨겨져 있었지만, 마법의 힘을 이용하면 언제라도 뒷골목과 연결된 차원 문을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력의 조달, 뒷공작 등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인간 측의 저항도 거세진 탓에 하나하나, 뒷골목 내의 위장용 거점을 잃어가는 현재.

그럼에도 이슈탈은 이렇다 할만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최근에는 붙잡아 와 여자로 만든 인간들을 한 번 더 가공하는 작업을 진행하여 세력을 늘려가고 있었다.

"────!!!"

팔다리가 고정된 희생양은 서큐버스가 뻗어온 촉수가 귀를 통과하여 뇌까지 침투하는 것을 느끼며 몸부림치지만.

비명을 내지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고, 그저 몸 전체를 빠르게 개조되어 가는 감각을 느끼며 정신적으로 죽어갈 뿐이었다.

강력한 쾌락 물질을 동반한 개조는 이내 쥬르륵…. 하는 소리를 내면서 들어갔던 귀에서 촉수를 빼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눈, 코, 입... 그리고 차마 봐주지 못할 곳곳에서 액체로 화한 인간성을 흘려대는 여자를, 음마들은 `쿡쿡...`하고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면서 바라본다.

그리고 마지막 공정으로, 계약자인 이슈탈, 그리고 상위 서큐버스인 릴림의 마력을 섞어 만들어낸 흑수정의 마력 구슬을 그녀의 몸에 이식한다.

배꼽 가까운 곳에 마법진을 그리고 구슬을 가져가면 그 구슬은 천천히 마력진과 동조하더니 인간성을 잃어버린 여성의 몸으로 스며들어 갔다.

파직...하고, 흑마력의 스파크가 튀기며 강제적인 복속의 계약이 이루어진다.

마법진은 그 형태가 일그러지며, 음문이라고도 불리는 특정 행동을 했을 경우 강력한 쾌감을 숙주에게 부여하는 각인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구슬은 몸 전체에 마치 검은 고무와도 같은 뻔득이는 재질의 무언가를 확산시켜, 머리를 제외한 몸 전체를 덮어갔다.

겉에서 보면 물리적인 형체를 가진 무언가였지만, 마력시를 통해서 확인하면 그것이 모두 짙은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갑옷과도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제어해서 형태를 만들어야 할 숙주에게서 인간성을 제외했기 때문에 개성도, 특색도 없는 그저 전신 타이즈와 같은 형태로 나타났을 뿐.

그녀의 몸에서 뽑혀져 나온 인간성은 그대로 버려지지 않고, 작업대의 밑에 깔린 수로를 통해 또 한곳으로 모인다.

그것마저도 무언가의 재료로 쓸 수 있다는 듯.

마치 작업과도 같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살인 공정을, 이슈탈은 천천히 눈으로 좇으면서 중얼거렸다.

"슬슬 이쪽은 준비가 끝났고…. 남은 건, 개화한 인간의 포획이려나…. 레밀리아, 맡겨도 되겠지?"

공정이 완료되어 서큐버스들의 장기 말이 된 여성들에게 무기를 장비시키고 대기명령을 내리던 레밀리아는 조금 불편한 얼굴로 이슈탈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이들은 나중에 해방될 수 있는 겁니까?"

"그걸 위해서 인간성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거야."

여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듯한 레밀리아를 향해 이슈탈이 그렇게 대답하면 그녀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 때­

공정실을 향해 차원 문이 열리며 다른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슈탈은 차원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손가락을 튕겨 공정실 대부분을 어둠에 감추어 버린다.

그것과 동시에, 릴림이 차원 문을 통과해 땅에 착지하며 이슈탈을 바라본다.

"...이슈탈. 그분. 마력이, 멀어졌어."

"클레온? 클레온이라면 왕도를 비웠을 거야. 그 인간에게서 들었으니까 틀림없어."

"... ..."

"흑수정을 만드느라 잠들어 있어서 몰랐구나. 뭐. 금방 돌아오겠지. 그때까지 우리는 준비를­"

"클레온님..."

다음 순간, 릴림이 차원 문을 다시 한번 통과하여 모습을 감춘다.

게다가, 그녀의 마력이 점점 왕도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마저 느껴졌다.

당황한 이슈탈이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저기, 릴림!? 어디 가는 거야! 지금이 완벽의 결정을 얻을 절호의 기회인데!]

[이슈탈. 맡길게. ...지금은 그 분이. 더 중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안 좋은 예감이라니…! 잠깐, 그 이상 가면­]

결국, 거리를 벗어나서 사라져버리는 릴림.

이슈탈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하늘을 올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릴림님은­"

"... 어쩔 수 없지. 일단 우리끼리 해버리자. 클레온이 자리를 비운 동안이 그녀를 포획할 절호의 기회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슈탈은 `흠...`하고 소리를 내면서 입꼬리를 비틀었다.

"문제없어. 그녀가 없는 편이 좀 더 내 스타일 대로 할 수 있으니까."

다시 한번, 공정실의 불빛이 돌아온다.

수많은 희생자들이 인간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악마의 수하로 개조되어 가는 그 광경은 지상 위에 존재하는 지옥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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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탑의 지하 계단은 딱히 그 입구가 막혀 있지는 않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짙은 마력의 안개가 펼쳐져 있어서, 그것에 저항할 수단이 없는 인간은 마력에 취해 이성을 잃은 채 계단을 떠돌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딱히, 지하로 내려가는 것을 막으려고 만들어진 보안 측면인 구조가 아닌, 영맥에 가까운 곳에 만들어진 덕분에 생겨난 현상이라는 것을 라일라가 설명하면, 그런 곳에서 연구하던 트리스는 대체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거기에, 지상의 광경. 지금의 기술력으로 어떤 실험을 하더라도 이것과 비슷한 것을 만들 수 없겠지.

일행이 조심스럽게 계단의 가장 밑까지 내려가면, 그 입구는 지상의 환상적이고, 자연 친화적으로 느껴지는 지상의 마을과는 정반대로.

무기질적이고, 강철과 기계장치로 뒤덮여 있었으며 입구는 무언가에 의해 냉각된 탓인지 서리가 끼어 있어 차갑게만 느껴졌다.

"...이곳이, 트리스의 연구소..."

라일라가 침을 삼키며, 손에 화염의 마력을 두른 채 연구소의 문에 손을 얹었다.

그러면, 열이 발생하여 천천히 서리를 녹여 내리고, 입구를 막고 있는 방벽의 전모를 드러낸다.

"이건... 유리인가요?"

서리가 완전히 사라진 입구는 반투명한 형태의 재질로 어렴풋이 건너편이 보이고 있었다.

불빛이 보이는 것을 보아, 안의 동력이 살아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유리는 아닌 것 같아. 강도는 더 단단한 것 같고…. 그보다, 손잡이라던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한 마도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라일라가 주변을 둘러보며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찾던 도중, 그녀의 열기가 모든 냉기를 지워 버리면­

[냉각 보호 장치의 무력화를 감지. 더불어, 피실험 대상의 마력 반응을 감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가 일행을 경직시켰다.

[경계하지 마라. 나는 이 연구소의 관리를 맡은 인공 정령. 부여된 식별명을 `머큐리`라고 한다. 보유한 역할은 사서. 안내인. 조수. 수호자.]

약하지만, 빛의 구 같은 것이 나타나, 그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한 라일라가 다시 한번 눈을 반짝인다.

"인공 정령…! 거기에 이 정도로 언어 능력이 자연스러운 타입은 엄청나게 귀한 거야...!"

당장에라도 그것을 포획하려고 할 것 같은 그녀를 쿠온이 붙잡으면, 클레온이 빛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머큐리…. 라고 했지. 나는 클레온. 이 연구소의 안에 있는 트리스 메기스토스의 흔적을 찾으러 왔다."

[개체명, 클레온을 확인. ...데이터베이스. 있음. 환영한다. 미래의 방문자여. 그대에게는 제2종의 열람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열람할 정보를 제시하면, 안내를 시작하겠다.]

"클레온에게 권한이…?"

"어떻게 된 거죠?"

일행이 그렇게 질문하며 클레온을 바라보지만, 클레온 역시 짐작 가는 바가 없었기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용사 레시아와 관련된 정보를 열람하고 싶어. 그녀가 트리스 메기스토스와 교류가 있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레시아. ...검색 완료. 해당하는 정보는 제1종의 열람 권한이 필요하다.]

"... 안된다는 건가?"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면, 빛의 정령은 긍정하듯이 반짝인다.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지만, 라일라는 손끝에 화염을 만들어낸다.

"여기까지 와서 `안된다`라는 말에 그냥 돌아갈 생각은 없어."

"라, 라일라씨, 너무 난폭하게 굴면 안 돼요…."

상승하는 마력을 감지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 머큐리는 공중을 춤추듯이 움직이더니 클레온의 앞에서 다시 한번 멈춰 섰다.

[방문자에게 방법 제시 : 열람 권한의 승격을 실행할 것.]

"가능한 건가?"

[긍정. 방문자의 열람 권한은 나 `머큐리`에 의해 재조정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위해선 해당 방문자의 조력이 필요하다.]

"너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열람 권한을 승격시킬 수 있단 건가…."

"... 안에는 마물들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루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머큐리는 잠시 허공을 맴돌다가 대답했다.

[연구소 내에 자유 방목되고 있는 생명체들은 모두, 시설의 관리를 받고 있다. 나의 안내를 받는다면, 그것들을 피해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알았어. 네 부탁을 들어줄게.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확인. 본 개체를 따라와라.]

클레온의 대답을 듣자, 머큐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한 번 사라지더니 연구소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바깥과 안 온도가 다른 덕분에, 작은 돌풍 같은 것이 일어나지만 이내 잠잠해지며.

모습을 감추었던 머큐리가 다시 일행의 앞에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와라. 환영한다.]

열린 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입구와 마찬가지로 기계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였다.

약간의 조명이 천장에서 반짝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이 지나갈 때만 불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통로를 조용히 걷다 보면, 사샤가 클레온에게 가까이 와 이전의 일을 떠올리듯이 입을 열었다.

"왜, 왠지. 아카데미의 지하에 있던 곳과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그렇네. 그곳은 미궁 같은 느낌에 수호자들도 잔뜩 있어서 위험했지만. 이곳은 `머큐리`가 안내해주면 괜찮은 거겠지?"

[그렇다. 그대들은 이곳과 다른 곳의 유적도 탐색한 것 같군. 그곳에는, 나 같은 인공 정령이 있었나?]

머큐리의 말에 클레온도 사샤도 입을 다물었다.

[...그 반응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군…. 그런가. 이 세계에는 더는 나 같은 정령은 남아있지 않은 건가.]

"그건 속단이야. 우리라고 해서 모든 유적을 돌아본 건 아니고. 과거에도 유적에서 발굴된 인공 정령들이 있었어…. 대부분은 유적에서 분리되어 기동을 정지해 버렸지만."

라일라의 대답에 머큐리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너는, 동족을 찾고 있는 건가?"

[찾고 있다. 라는 것은 다르다. 과거에는 영맥을 통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시설이나 유적에 준비된 인공 정령들과도 통신을 할 수 있었다…. 그대들이 원초 세계라 부르는 세계가 멸망을 맞이하면서 그런 연결은 모두 끊겨 버리고 말았지만. 그저, 생존 확인이다.]

클레온의 질문에 머큐리는 여전히 무감정하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어디선가. 조금은 쓸쓸함이 섞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이 연구소에선 뭘 연구하고 있던 건가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물으면 머큐리는 아멜리아를 향해 잠시 돌아본다.

[해당 정보의 개시 가능함을 확인…. 이 연구소는, 트리스 메기스토스에 의해 생명 공학을 연구하던 곳이다. 기존의 생명체에 새로운 특성을 더해 개조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지]

"...이야기만 들으면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연구 같은데."

아루루가 그렇게 대답하면 머큐리는 잠시 침묵을 하고 다시 목소리를 냈다.

[필요에 의한 연구였다. 라고, 트리스 메기스토스는 기록했다. 실제로, 이 연구가 이루어지던 것은 원초 세계에 멸망이 찾아오기 직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완성된 연구 결과는, 원초 세계에까지 이어지고 있지.]

"어떤 연구였길래­"

[마력에 의해 적응하여, 자신의 신체를 변형, 강화하는 인공 생명체. 또한, 유전 정보를 영맥에 섞어 넣는 것으로 조건에 의해 무에서 유로 출현할 수 있는 생명체이다.]

그의 설명이 어렵다는 듯이 사샤가 고개를 갸웃하면, 라일라가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그거, 마물이잖아."

[현재 시대에서는 해당 종족명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라일라의 지적에 일행이 모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마물은 사람의 죽음이나, 흑마력에 의한 오염, 혹은 자연력의 폭주 등 이런저런 원인을 통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대체 어째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은 인간들에게 적대적이며, 현재도 마물들에 의해 지배되는 땅은 인간이 쉽게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잠깐. 그럼, 마물은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만든 거란 거야?"

[마물만이 아니다. 오히려, 마물은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목표로 하던 것의 도중에 만들어진 부산물에 불과하다.]

머큐리의 설명에 일행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져만 간다.

가장 약한 슬라임이나 고블린 같은 개체만으로도 전투 훈련을 받지 않은 인간에게는 버거운 상대이다.

작물을 망치거나, 가축을 습격하거나 하여 피해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류에 있어서 다른 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연하게도 가장 성가신 적 중 하나가 바로 `마물들`이었다.

[마물은 영맥에 의해 태어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량의 마력을 함유하고 있으며, 인간들이 마물을 상대하고 그들을 제거하면 마물이 품고 있던 영맥의 마력이 주변에 퍼져나가. 인간의 신체와 능력을 강화한다.]

"...그건 맞아. 마물을 상대하여 쓰러트리는 모험가나 병사들의 성장이 빨라지는 건, 이미 마도적으로도 증명이 끝나 있었어."

[트리스 메기스토스는 원초 세계의 뒤에도 인류가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므로, 인류가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적들을 대비하여 인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마물을 준비했다.]

마물을 준비라고 부를 정도로 거대한 적들.

클레온은 잠시 생각하더니­

"...악마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어쨌든, 그들도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경계하던 이차원 너머의 존재들이니.]

"그렇구나. 원초 세계에는 데미우르고스가 없었으니까 악마가 없었어."

아루루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라일라가 이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차원의 존재라면 원초 세계에 있어서 직접적인 멸망의 원인이 되었지."

"...레시아."

[... 그렇다. 너희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즐겁군. 정보를 알려주면 거기에서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차례대로 추측하여 결론에 도달한다.]

"...즐거워? 인공 정령도 감정을 느끼는 거야?"

라일라가 이전에 문서 등으로 확인했던 인공 정령들은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기계장치와 비슷한 존재들이라는 기술이 있었다.

[우리는 직접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트리스 메기스토스에 의해 학술적 성취를 얻었을 때 `쾌락`이 발생하도록 제작되어 있다]

"... ..."

"그, 그래…."

어째서인지 조금 간담이 서늘해지는 머큐리의 대답에 일행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침묵을 유지한 채 다시 복도를 걸어가면, 슬슬 똑같은 풍경을 보는 것에도 약간이지만 지루함을 느낀 클레온이 입을 열었다.

"... 그래서,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지?"

[거의 다 왔다. 이곳이다.]

머큐리가 일행을 들여보낸 방은 거대한 기계장치 들이 몇 개나 배치된 그야말로 연구소의 가장 중심부라고 불릴만한 장소였다.

가운데에는 거대한 구가, 몇 개의 금속 테에 둘러싸인 채 마력을 받아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전개된 술식의 환영이 계속해서 구의 상태를 표시하고 있다.

"...이곳이 이 연구소의 핵심부인가…."

[... ..]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면, 머큐리는 대답하지 않고 그 방의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철제 `관`과 같은 곳으로 향하더니 이윽고 사라졌다.

"...잠깐, 머큐리?"

"설마, 속인 건 아니겠지…."

클레온과 라일라가 각각 그렇게 반응하면 이내 철제관에 연결되어있는 튜브로 마력과도 같은 것이 흘러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속이다니, 가당찮다."

방금까지 들리던 말투, 하지만 무감정하고 성별을 알 수 없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완벽히 여성의 것으로 느껴지는 목소리가 철제관의 안에서 들려왔다.

이내, `푸슈­`하는 소리와 함께 철제관의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냉기 섞인 흰색 안개가 퍼져 나온다.

터벅, 하고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서 그 안에서 움직이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생각하면­

"에, 엘프!?"

목소리를 높인 것은 쿠온이었다.

그곳에는 귀가 긴 은빛 머리, 장신의 여성이 전라의 상태로 서 있었다.

눈의 색은 머리카락과 같은 은색. 다만, 호문클루스들과 비슷하게 빛이 깃들어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몸은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황금비와 같은 균형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S자 몸매.

그리고,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백옥같은 피부에, 높은 콧날이 돋보이는 형태였다.

이제는 기록으로밖에 남지 않은 엘프 그 자체의 외모를 가진 덕분인가, 딱히 마력적인 간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는 그녀의 신체에, 클레온과 일행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빼앗겼다.

젖꼭지와 같은 부분을 머리카락으로 가렸지만, 아래쪽은 훤히 드러난 상태로 한쪽 손을 옆구리에 올린 채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엘프가 연구소에..."

아멜리아 역시, 이제는 모습을 완전히 감춘 엘프를 본 것에 당황해하며 중얼거렸다.

"진정해라. 이것은 타입 E형의 인공 소체이다."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딱딱한 말투.

클레온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조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 말투…. 머큐리인 건가?"

"그렇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위해, 이쪽의 육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빙의했다. 어떤가 클레온. 이 육체는, 네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가?"

머큐리는 그렇게 말하며 한 바퀴, 일행의 앞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은빛의 머리카락이 반짝이며 흩날리면 클레온은 이상한 기분이 들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어째서 그런 모습을?"

"인간들은 어째서인지, 엘프를 미의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하더군. 아마, 이런 육체가 `아름답다`라는 것이겠지. 아름다운 개체는 `생식 활동`에 있어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라일라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엘프가 미남미녀들이 많은 건 사실­ 아니, 잠깐. 뭐라고? 생식 활동?"

일행의 여성들 전원이 경직된다. 아멜리아를 제외하고.

"클레온. 현대의 아키타입 B의 육체를 가진 그대의 유전자 정보 분석을 요청한다. 따라서, 그를 위해 분석용 소체에 그대의 유전자 정보를 가장 진하게 가지고 있는 물질­"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온다.

다리가 긴 탓인가, 그 한걸음만으로도 클레온의 몸 가까이 다가와 손을 뻗으면 클레온의 턱에 `머큐리 엘프`의 손이 닿았다.

"정액을 요구한다. 그것이우리에게 학술적인 진취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생명 공학의 경과 관찰에도 해당한다. 우리에게 협력하는 것으로 그대의 열람 권한을 상승시켜줄 것을 약속한다."

"... ..."

클레온은 그렇게 말해오는 머큐리 엘프를 바라본 뒤, 뒤쪽에서 느껴지는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운 기운에 고개를 돌린다.

"오~ 잘됐네! 클레온. 그렇게 어려운 방법이 아니어서."

"...클레온 씨. 저, 저는 괜찮으니까요."

"잠깐, 두 사람…! 마력이 흘러나오고 있으니까…."

"그러는 쿠온도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아, 이 아론다이트는 신경 쓰지 마. 그냥 꺼내고 싶어서 꺼낸 거니까."

"... ...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건가요?"

"저들에게서`질투`의 감정이 느껴진다. 클레온. 어떻게 할 거지?"

"...나에게 묻지 말아줘."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도 몸에 걸친 갑옷을 벗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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