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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196화 (196/506)

〈 196화 〉 전투 시녀(배틀 메이드)

* * *

000

클레온과 그 일행이 녹주석의 계곡으로 떠난 날의 밤.

구름 사이의 어스름한 달빛 내리쬐는 어두운 뒷골목을, 다섯 명의 인영이 질주한다.

각자, 특기로 하는 무기를 들고 그림자에서 그림자를 목표로 질풍과도 같이 달려 나간다.

동반하는 것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는 정적과 예리하게 단련된 살기.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어딘가의 귀족이 고용한 암살자 집단이라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딱히 얼굴을 가리거나 하지 않은 그녀들이 몸에 걸친 것은 특수하게 제작된, 강력한 방어성능을 가진 에이프론 드레스와, 검은색의 제복.

겉모습만 본다면, 그것은 훌륭한 여성 시종인들­ 즉, `메이드`들이었다.

"목표.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선봉을 맡은 검은 머리의 메이드가, 아름다운 마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오늘의 목표인 작은 가게를 확인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뒷골목에서는 차고 넘치는 작은 유흥주점.

하지만, 이전에 카말라에게서 뽑아낸 정보를 통해, 이곳 역시 왕도에 둥지를 튼 가증스러운 서큐버스들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것을 알아낸 후이다.

"티파니. 마력 감지."

흰색의 머리와 붉은 눈을 가진 어린 소녀­ 메이드들의 리더인 라비타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그녀의 뒤에서 빗자루와 같이 생긴 지팡이를 잡고 있는 안경을 쓴 여성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팡이의 끝에 달린 작은 보석이 가게를 향하면, 두 세 번 반짝이며, 그곳에 있는 악마의 수를 주인인 티파니에게 전달한다.

"수는... 셋. 마력 반응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을 보아 하급 음마인 것 같습니다."

티파니가 가게의 안을 알아내면 라비타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마치, 다행이라는 듯이.

"나는 쉬어도 되겠네."

"라비타..."

기운 빠지는 말을 내뱉는 라비타에게, 루베라가 작게 이름을 불러 책망하면 라비타는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었다.

"아하하... 안될려나...?"

"응. 마님에게 말할 거야."

루베라의 뒤에 딱 달라붙은 채 마창을 쥐고 있는 거대한 몸을 가진 소녀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비타는 `윽...`하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뭐어, 괜찮지 않아? 모두. 대장은 늘 열심히 하고 있고. 나야, 대장이 여기 있는 편이 일하기 쉬운데."

일행의 가장 뒤에서, 등에 커다란 석궁과도 같은 것을 짊어진, 금발 트윈테일의 소녀가 이야기했다.

"역시 날 생각해주는 건 페이트 밖에 없구나…!"

라비타가 감동한 듯이 소녀를 돌아보면, 페이트라고 불린 소녀는 눈을 초승달 모양으로 구부리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내 카트리지 발리스타가 새 탄창을 시험하고 싶다고 하고 있거든. 가게 통째로 날려버려도 될까?"

"자. 돌입할 준비 할까."

아무리 라비타라도 등골이 서늘해질 만한 농담을 건네오는 페이트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전에 없이 진중한 말투로 라비타가 자신의 무기­

`성검 ­ 아무르`를 뽑아 들었다.

은빛의 십자가와도 같은 형태의 숏소드인 아무르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얇고, 검신의 넓이도 작아 사람 하나를 베어낼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무기였다.

"우리들은 정의가 가는 길의 그림자에 숨어. 악마가 숨은 그림자로 뛰쳐 드는 정선(??)된 수호자."

조용히, 자신들의 구호라고 할 수 있는 기도문을 읊은 뒤. 라비타는 그 칼끝을 가게로 향한다.

"가로막는 악마를 육편 하나 남기지 말고 갈기갈기 찢어버리세요. 눈에 띄는 해악을 영혼 하나 남기지 말고 가루를 내버리세요. 이것은, `대청소`입니다."

그리고, 휙. 하고 회전하며 휘둘러지는 검신이 공기를 갈라내는 파공음과 함께.

악마들에게 있어서, 죽음의 선고라고 할 수 있는 명령이 내려지는 것이었다.

"정벌. 집행."

001

"너, 너희들. 어떻게 이곳을…."

예상했던 대로 더러운 내부의 인테리어. 악마들에게 청결함을 유지한다는 습관은 없는 것일까.

...아니,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인간들이 걸리는 병 따위는 걸리지 않는 악마들에게 그런 개념은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

이런 곳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떨어질 때로 떨어진 뒤, 악마가 주는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해 흘러들어온 낙오자들 정도일 것이다.

비릿한 피의 냄새에 섞여 오는 추잡한 남성의 욕망이 섞인 역겨운 냄새에 얼굴이 절로 찡그려졌다.

루베라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들에게 질문해오는 악마의 목에 바리사다를 꽂아 넣고. 그대로 힘을 주어 꺾어버려 목을 베어버린다.

그렇게 하면, 몸에는 마창으로 꿰뚫린 커다란 구멍이 나 있고, 날개는 루베라의 팔만한 굵은 화살이 박혀 있던 서큐버스는 그대로 마력으로 분해되어 역 소환 된다.

이것이 마지막. 나머지 두 마리 중 하나는 라비타가 인사를 대신하여 베어버렸고. 나머지 하나는­

"으랴앗!"

뿌드득!

질량 그 자체가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거대한 소녀가 내는 괴력에 의해, 몸에 붙들려 있던 악마의 허리가 부러지는 것이 보였다.

마창은 옆에다 던져두고, 어째서 격투전으로 돌입한 것일까.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보고 있지 않았던 탓에, 루베라는 잘 알 수 없었지만, 옆에서 티파니가 박수를 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악마는 입에서 거품을 물며 목이 휙 하고 넘어가더니 자신이 마무리한 악마와 마찬가지로 검은 마력이 되어 흩어져 사라졌다.

너는 어떻게 지옥으로 돌아왔어?

인간 여자에게 붙잡혀서 베어허그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불쌍하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걱정 마라,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리자드맨과 인간의 혼혈이니까, 엄연히 말하자면 평범한 인간은 아니다.

부디 다음 생에는 성당 같은 곳에 소환되어 고통을 받으며 역 소환되길.

같은 것을 생각하며 루베라가 바리사다를 검집으로 되돌리면 `으으...`같은 신음을 듣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 깔린, 매트의 기능을 하는지도 의심되는 동물의 가죽 찌꺼기와 같은 침상 위에 누더기와도 같은 옷을 걸친 채 눈에 생기를 잃은 소녀가 누워있었다.

몸의 여기저기에는 상처가 있고, 심한 악취가 풍겨져 오는 것을 보아 단순히 정기를 흡수당한 피해자는 아닌 듯했다.

이런 가게에서 죽기 직전으로 발견되는 여성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목구비는 굉장히 정돈되어 있었고, 연분홍색의 머리색은 마치 벚꽃과도 같아서 청초한 매력이 느껴지는 여성이었다.

"티파니."

루베라가 티파니를 부르면,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여성의 상태를 살핀다.

그 뒤, `실례`라고 말하며 한 박자 몸을 멈춘 뒤, 그녀의 상의를 살짝 걷어내면­

복부 위에 새겨진 희미한 보라색의 문양에 지팡이의 빛을 비춰 보인다.

"음문…. 카밀라의 가게에서 보았던 피해자들과 같은 문양."

루베라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티파니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왜? 무슨 일인데? 시체야?"

페이트가, 모여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뒤쪽에서 고개를 내밀면, 루베라는 그녀의 머리를 치우듯이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 있습니다…. 아직은요."

"거의 죽어가는 것 같은데…."

불건전한 말을 내뱉는 페이트를 찌릿, 하고 노려본 루베라가 몸을 돌린다.

"티파니. 치료해 주세요. 수도원으로 옮길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괜찮을까? 그곳도 이미 사람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티파니가 걱정이라는 듯이 이야기한다.

확실히, 수도원은 그 뒤로도 계속해서 발견되는 성전환 주술의 피해자로 조금씩 인원이 많아지고 있었다.

아무리 트로메이아 가문에서 자금 면을 전면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사람을 수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슬슬 한계가 찾아오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루베라는 쓰러져있는 여성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끊어질 것만 같은 약한 숨소리. 그리고, 빼빼 마른 채 착취당하고 있던 것이 분명한 손과 발.

...분명, 이곳에 와서 이렇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자업자득인 면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가 원래 어떤 인간이었든 간에, 일반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라면 뒷골목에 발을 들이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기에­

"그곳 외에는 있을 곳이 없는 사람입니다."

루베라는 그렇게 말한 뒤 라비타에게 다가갔다.

악마를 제대로 처리한 보상으로, 노라를 쓰다듬고 있던 라비타는 자신에게 다가온 루베라를 올려다본다.

"괜찮아? 조금 피곤해 보이는데."

"...네, 괜찮습니다. 오히려, 왕녀님과 함께 일할 때보다 저 자신은 더 편하네요."

라비타는 그런 루베라의 말에 후후, 하고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야. 두 사람일 때 보다 다섯 사람일 때가 더 효율이 높긴 하겠지. 원래는 많은 인수로 움직이면 왕녀님의 정체가 들킬 수 있으니까 두 사람으로 움직이는 거지만…."

루베라도 그것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루베라가 오기 전까지, 아멜리아와 함께 행동해야 할 때가 있다면 메이드 들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메이드 전원이 돌아가면서 그녀와 행동하면, 아멜리아가 얼마나 자기 몸을 신경 쓰지 않으며 백성들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 것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루베라가 온 이후에는, 아멜리아의 수행원은 루베라로 고정되었지만.

그것은 루베라가 오렐리아와 맺은 일종의 계약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곳도 아니었네. 루베라."

피곤한 듯한 루베라를 바라보며, 노라가 손을 뻗어와 그녀의 손을 붙잡아 주었다.

키가 큰 만큼, 손도 거대한 노라는 루베라보다도 연하임에도 불구하고 클레온의 손보다도 큰 손으로 루베라의 손을 꼬옥 감싼다.

다만, 리자드맨과의 혼혈인 덕분에 그 손의 온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오히려 루베라의 손보다도 차가운 편이다.

그런데도 루베라는 약간의 따스함을 느끼며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노라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는 루베라도, 라비타도 알 수 있었다.

루베라가 어떻게 해서든 뒷골목에 자주 들락날락하는 이유 중 하나.

그것은, 그녀의 동족인 `흑마의 일족`이 아스타로테의 은거지에 숨겨져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흑마의 일족은, 악마들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존재들이다.

우선 흑마력에 대해 친화력이 높으니 그들과 계약을 맺으면 악마들은 현계에 필요한 흑마력의 공급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게다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해지면 폭주를 시작하는 특성상, 인간의 불안정한 감정에서 또 마력을 얻는 악마들에게는 절호의 먹잇감이었다.

생각해보면, 아스타로테가 세력을 급격히 확장한 것도 그 흑마의 일족들을 손에 넣은 뒤.

즉­ 유스테스의 아버지인 휴즈 우드녹커가 죽으면서, 그들의 후원을 받아 흑마의 일족들을 창부로 부리던 창관이 아스타로테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

자신은 어쩌면, 복수라는 명목하에 일족을­ 왕도를 위기로 밀어 넣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루하루, 탐색에 실패하는 날이 이어지면 루베라의 정신 속에 그러한 죄책감과 우울함이 솟아올랐다.

흑마의 일족 특유의 부정적인 사고의 조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분명한 사실에서 오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것을 지워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검이자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천연덕스러운 바리사다.

그리고 노라와 라비타와 같은 머리의 나사가 한둘은 빠져 있는 동료들.

그리고­

굳이 나머지 하나가 누구인지는, 머릿속에 이어서 떠올리는 것을 거부하며 루베라는 고개를 젓는다.

"싸울 때 페이트 때문에 꽤 큰 소리가 났습니다.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돌아가죠."

"그렇네. 들었지 페이트? 돌아가면 시말서야. 건물의 기둥도 세 개나 부숴 먹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페이트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목소릴 높였다.

"뭐어~?! 대장도 하나 부쉈잖아!"

"하나와 셋은 책임 소재의 수가 두 개나 차이가 나거든요~!"

"대장과 부하의 책임 차이는 그것보다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린아이같이 목소리를 높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루베라는 한숨을 내쉬고, 노라는 깔깔대며, 티파니는 쓴웃음을 지었다.

"읏...으..."

그 사이에서, 신음을 흘리며 서서히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002

깨끗하게 닦여진 유리창 너머로 솟아오른 태양이 내보내는 따스한 빛이 침대 위로 쏟아져 내린다.

눈을 간지럽히는 밝음에, 연분홍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은 서서히 눈을 뜨면서 자신의 몸이 푹신한 무언가에 얹혀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흰색의 이불, 흰색의 매트리스. 그다지 상급의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 하나가 누워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는 충분한 편안함.

거의 바닥과 다를 바가 없었던 냄새나고 불결한 동물의 가죽과는 커다란 차이가 나는 그곳에서 눈을 뜬 여성은 살며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면, 자신의 침대 옆에서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젊은 수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눈에 띄는 것은, 베일 사이로 보이는 금발이었다.

여성은 우선, 자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아픈 곳은 거의 없었고, 이곳저곳이 지저분했던 몸은 깨끗하진 상태였다.

"읏..."

다만, 배의 아랫부분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위화감.

아마, 이곳에서 갈아 입혀진 것으로 추정되는 편안한 질감의 천옷을 살짝 들어 올리면, 그곳에는 보랏빛의 연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흐음...냐..."

여성의 목소리에, 엎드려 있던 수녀가 슬며시 고개를 든다. 입가에서 침을 흘린 채 비몽사몽 해 있던 그녀는 허리를 똑바로 펴며 주변을 둘러보다 여성과 눈을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통성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잠결에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저, 저기... 우선 세수를 하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

침대에 앉은 여성이 그렇게 말하자, 수녀는 드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인 뒤, 비틀거리면서 걸어가 방에서 나가는 것이었다.

뭐였던 걸까... 방금 그 수녀는.

여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침대 위에 앉은 채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우다다다. 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리면­

"아, 안녕하세요! 일어나셨군요!"

라고, 조금 전의 수녀가 얼굴에 물을 묻힌 채로 돌아온 것이 보였다.

"네, 네에... 저기, 당신은­"

여성이 그렇게 소녀에게 물어보면 소녀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공손히 손을 모아 미소를 지었다.

"제 이름은 리자. 이 수도원의 수녀예요. 어젯밤, 서큐버스들의 가게에서 당신이 구출되어, 이곳으로 옮겨져 왔던 것은 기억하고 계시나요?"

리자가 그렇게 말하면 여성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몸에 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려드릴게요…. 죄송합니다."

리자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이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여러분의 상태는 지금으로서는 왕도에서는 비밀시 되는 상황입니다…. 몸이 회복되실 때까지는 이 수도원에서 지내셔야만 해요. 부디,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리자의 말이 끝나면 여성은 잠시 입을 다물며 자기 손과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리자와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저기­"

"...제 몸 상태가, 어떻다는 건가요?"

"...네?"

... ...

그 말을 이상하게 여긴 리자가, 잠깐 그녀와 대화하면서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자신은 분명 서큐버스의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 전까지의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의 몸 상태가 이상한 것인지 정상인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다만, 배 위에 새겨진 것은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의 문양이었다.

즉, 그녀도 원래는 `남성`이었다는 것이겠지, 본인이 기억하고 있지 못할 뿐.

"제, 제가. 남자... 인가요. 지금까지 몇 명이나 남성 손님분을 맞이했는데."

그녀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자기 머리나 배 위를 문질렀다.

...그리 유쾌하다고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지만, 지금도 생생히 그 감촉이 남아있는 듯했다.

"...혼란스러우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자신에 대해서는 그 가게에 있기 전에 관한 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네. 이름도. 나이도. 가족에 관한 것도. 정신을 차려보니 그 가게에 있었고, 손님을 받지 않으면 죽는다는 이야기 밖에…."

혼란스러움을 떨쳐내지 못한 듯한 여성의 표정에 리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인간의 정신은 약하고, 강한 충격에서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물리적인 충격. 혹은 마법을 통해 기억이 지워진 것일지도…. 어느 쪽이 되었던. 그녀 역시 이 사건의 피해자인 것에는 변함이 없어.`

"...수녀님. 저는, 어떻게 하면..."

그녀가 리자에게 해답을 구하듯 물어오면, 리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쩌면,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고 난 뒤에 서서히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게다가, 몸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도요…. 어느 쪽이던, 지금은 이곳을 나가셔도 지내실 곳이 없을 거예요. 자기 집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지내주세요."

리자의 말에 여성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이름도, 얼굴도, 과거에 관한 것은 모두 없어져 버린 것이다.

"아... 하지만, 이곳에서 지낸다면 이름이 필요하겠네요. 그편이 모두와 이야기 할 때도 편하겠죠?"

"그, 그렇네요. 하지만... 이름은..."

리자는 자기 말에 그렇게 고민하는 여성을 잠시 바라보더니, 문득 자기 손목에 걸려 있는 묵주가 눈에 띄었다.

"...조금 안이한 이름일지도 모르지만…. `로자리아`는 어떤가요?"

"로자리아, 인가요? 저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자도 그런 여성의 반응에 다행이라는 듯이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을 준비해 올게요. 이곳에서 기다려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수녀님."

오늘도, 또 한 명의 어린 양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약간의 안도감과 함께, 리자는 그녀의 방을 나섰다.

로자리아의 방은 조용한 침묵에 휩싸이며 천천히 시간만이 흘러가는 것이었다.

003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하는 복도의 도중.

수도원의 바깥에서 안을 슬쩍슬쩍 지켜보는 듯한 인물을 발견한 리자는 문득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문에 있는 작은 창문에 걸려 있는 철판을 치우고, 눈 부분만을 내밀어 인물을 살피면.

눈에 띄는 검은 피부를 가진 소녀가 서 있는 것이었다.

입고 있는 것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평민의 옷. 하지만, 길게 기른 머리카락의 뒤쪽 중, 절반만이 무언가에 의해 잘려 나간 듯.

좌우가 비대칭인 머리가 특징인 소녀였다.

"...저기?"

자신을 그렇게 훑어보는 리자의 시선에, 소녀가 곧바로 시선을 돌려주었다.

"아... 크흠. 어떤 일이신가요? 저희 수도원은 미리 만남을 준비하신 분께서만 들어오실 수 있으십니다."

"아­….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사실은, 아는 분의 소개로 오게 되었는데요. 조금 일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소녀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편지를 건네왔다.

눈앞에 갑작스럽게 들이밀어 진 편지를 받은 리자는 조금 놀라서 뒷걸음질 칠 뻔하지만.

우선 편지를 받아들이면서 소녀에게 묻는다.

"어떤 분의 소개인 거죠?"

"클레온님의 소개입니다. 안에, 유스테스도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클­ ... 크흠. 클레온님께서... 말이죠..."

리자는 그녀의 입에서 클레온과 유스테스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 조금 놀랐지만 차분하게 그녀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죄송하지만, 성함과 소속이 어떻게 되나요?"

"소속이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엘레시아라는 작은 모험가 도시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견습 의사` 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의료도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살짝 열어 보인다.

"이름은... `페르디아`라고 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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