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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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틸테인의 빛은 주변의 어둠을 집어삼키고 점점 더 커져만 같다.
후일, 가장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검이라는 이명을 가지게 되는 성검은, 주인과 상대방의 역량의 차이가 클수록 그 힘을 크게 발휘한다.
그 힘의 근원은 `틈을 메우는 것.`
바늘과 같은 형태가 되어 차원의 틈새를 메우고, 주인과 대적하는 이와의 실력 차를 메운다.
덕분에, 몸이 여성으로 변해 힘이 약해진 유스테스라고 하더라도 그 힘을 빌린다면, 신성 마력의 파동을 이용하여 세뇌된 병사들의 체내에 봉인된 `흑마력의 마석`을 파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굉장해요 유스테스씨! 진짜 용사 같아요!"
리자가 그렇게 외치면 유스테스는 진중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본다.
자신들의 길을 막고 있던 세뇌 병사들의 대부분은 땅에 쓰러졌다.
"좋아, 이걸로 길은 열었으니까"
유스테스가 이대로 지하실로 향하자, 라고 말하려 한 다음 순간, 두 사람의 몸은 정원으로 옮겨져 있었다.
주변의 풍경이 갑자기 바뀐 것을 느낀 두 사람이 놀라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로자리아가 손을 뻗은 채로 서 있었다.
"...로자리아!? 어째서"
공허한 눈동자, 옷 너머로 빛을 발하는 것이 보이는 문양. 어딜 보아도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유스테스가 그녀에게 말을 걸면.
"후후후... 깜짝 놀랐어 유스테스. 설마, 결정의 힘을 이용하여 성검을 복원시킬 줄이야."
그녀의 입에서 들려오는 것은 로자리아의 것이 아닌 아까도 들었던 이슈탈의 목소리였다.
각인을 통해 몸을 지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마석`의 힘이 없어도 가능한 듯했다.
"그 목소리 이슈탈! 로자리아마저도...! 그리고 결정이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녀의 행위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결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그녀는 미스틸테인을 겨누며 그녀의 행동에 주의한다.
조금 전처럼, 갑작스럽게 몸을 전이시키는 기술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후후. 클레온에게서 듣지 못한 모양이네. 뭐, 알고 있더라도 어찌할 수 없겠지만…. 나에게는 정말로 필요한 물건이거든."
로자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손을 뻗어왔다.
다음 순간, 유스테스의 몸이 붕 뜨는 감각에 휩싸였다고 생각하면 그녀의 몸은 로자리아의 정수리 위쪽으로 전이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높이가 수 미터는 되었다는 것.
"윽!?"
중력에 이끌려 달밤의 자유 낙하를 시작한 유스테스의 몸.
"필요한 건 몸 안에 있으니까, 그 외의 부분은 별로 필요 없으려나."
그렇게 말하는 이슈탈의 목소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웠다.
`위험해...!`
아무리 성검의 힘을 되찾았다고 하더라도, 유스테스 본인의 실력은 여전히 한 사람 몫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이런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전신의 뼈가 박살 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시, 신성 마력을 사용해서 방어 같은 거, 아직 못하는데…!`
애초에, 방어에 돌릴 만큼의 신성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던 유스테스에게는 의미가 없는 훈련이었게 조금이라도 검술 쪽을 늘리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필요가 없는 훈련이라도 이론만은 배워둘걸이라는 후회와 함께 눈을 질끈 감은 찰나.
"노라!"
"응!"
옆쪽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허리가 무언가에 붙잡혀서 그대로 꽉 붙잡혀진 뒤, 잠깐 하늘로 떴다가 땅으로 다시 추락하는 이상한 감각.
대신, 아까와는 다르게 땅에 떨어지더라도 뼈가 부러질 것 같이 느껴지진 않았다.
유스테스가 꽉 닫았던 눈을 슬며시 뜨면
그곳에는, 자신보다 머리 몇 개는 더 큰 키를 가진 여성이, 유스테스의 몸을 허리에 낀 채 땅에 사뿐히 착지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몸에 걸친 것은, 순백의 에이프런 드레스이다.
"사, 살아남은 건가..."
유스테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과 자신을 붙잡고 있는 여성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일이었다.
"루베라! 무사한 것 같아!"
키잉 하고 유스테스의 귀가 아플 정도로 커다랗고 건강한 외침이었다.
"잘했습니다. 노라."
사뿐한 발걸음으로 유스테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역시나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
아름다운 마검을 허리에 걸친 채, 하늘거리는 시종의 복장.
달빛에 반짝이는 검은 머리, 그리고 검은 눈.
"루베라...!"
"생각보다 빨리 나타났네. 트로메이아의 암캐들. 너희들을 부르러 간 여자아이 페르디아였나? 그 아이 쪽에도 몇 명 보내서 발을 묶고 있을 터인데."
이슈탈이 경멸의 감정을 담아 그렇게 이야기하면, 루베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움직인 건 그 아이뿐만이 아닙니다."
루베라의 말에 이슈탈은 고개를 찌푸렸다.
하나둘씩, 수도원 내의 병사들을 제압해낸 메이드들이 정원으로 모이면, 아난시와 한창 싸우고 있던 레밀리아도 로자리아의 곁으로 돌아왔다.
"...세뇌 병사들은 전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형세 역전인 듯합니다만."
주변을 둘러싼 메이드들은 각자 무기를 든 채 레밀리아와 로자리아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레밀리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와 다르게, 로자리아는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아니... 클레온이 이 자리에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회야. 이렇게나 많은 관객이 모였는데 여기서 전부 죽여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
로자리아의 말에, 레밀리아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주인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꼴사나운 강한 척이군요. 전이 대상이 많을 때 지연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만약 무언가를 불러낼 생각이라면…. 이 자리에서 베어드리죠."
그것을 허세라고 여긴 것일까, 루베라는 그레이에게서 전해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만약 그녀가 무엇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설령 로자리아를 죽여서라도 이슈탈을 막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로자리아를 구출해 낸 그녀 자신이 질책임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슈탈은 그런 루베라의 이야기를 듣더니 키득키득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하. 무섭네, 하지만 별로 잔뜩 불러낼 생각 같은 것은 없어."
"...무엇을"
"능력에 지연을 발생시키는 건, `질`이 아니라 `수`니까."
다음 순간, 메이드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로자리아의 손 위로 전송된 보라색의 수정.
그리고, `염소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남성형의 악마`였다.
"모두들!! 눈을 감으세요!"
외친 것은, 겨우 자기 몸의 치료를 마치고 몸을 일으킨 수도원의 원장이었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반사적으로 반응한 인물들이 눈을 감는다. 시야가 차단된 사이에 레밀리아나 로자리아, 혹은 불러내진 악마가 추가적인 공격을 할 것에 대비하여 원장이 방어막을 펼치면, `칫`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방금 그건, 무엇이었죠…?"
루베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면 원장은 천천히 대답했다.
"인큐버스입니다. 서큐버스와 쌍을 이루는, 인간의 색욕을 지배하는 `악마`. 서큐버스가 남성의 정신을 지배하고, 욕망을 불러일으키듯, `인큐버스`는 여성에게 같은 것이 가능합니다."
"...그 염소 머리를 한 것이? 매력적으로는 보이지 않았는데요."
루베라는 그렇게 말하며 잠깐이지만 목격했던 `인큐버스`라는 악마의 생김새를 떠올렸다.
근육질의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하반신은 짐승과도 같이 역관절을 가진 털로 뒤덮여 있었고 성기조차 붙어있지 않았다.
대신, 등에는 비둘기의 것과 비슷한 날개를 가지고, 머리는 염소의 것이었으며, 꼬리는 독사의 꼬리였다.
발밑에는 불타는 발굽이 붙어있었고, 손에는 물갈퀴가 달린.
하늘, 땅, 바다의 동물들의 특성이 합쳐져 있는 생김새였다.
그런, 흉측한 생김새에 매력을 느낄 여성은, 이곳에는 없었다.
하지만, 원장은 심각한 어투로 대답했다.
"`원형`입니다."
"...원형?"
들은 적이 없는 용어에 루베라가 그렇게 대답하면 원장은 이어서 설명한다.
"대량의 제물을 바쳐서 불러낸 악마의 `원래 모습`이죠. 서큐버스도, 인큐버스도 `음마`라고 불리는 것은 그들이 어디까지나 인간의 정기를 빼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몸을 섞을 의도로 아름다운 외견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즉, 음마들의 원래 모습은 방금의 그 흉측한 악마들에 가깝다고…."
"원형은 현세에서 제한되지 않는 힘을 가진 지옥의 권능을 그대로 가져온 악마입니다. 그 힘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설령 소환사의 아군이라고 하더라도 영향을 끼칠 정도죠. 오직 소환사 본인만이 그 안에서 벗어납니다. 아까 전의 보라색의 수정 구슬은, 악마의 제어와 유지를 위한 마도구입니다."
"...만약 눈을 뜨면"
수도원장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대답했다.
"그 순간, 인큐버스에게 영혼과 정기를 빼앗기고 말 겁니다."
수도원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슈탈의 것으로 추측되는 박수 소리가 울렸다.
"설명 고마워. 나도 모르게 조용히 듣고 있었네. 그녀가 말한대로 눈을 뜨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레밀리아마저도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결계를 곧바로 뚫지 못하는 것은 짜증나지만"
다음 순간, 수도원장은 갑작스럽게 결계에 부하가 걸리는 것을 느낀다.
"큿...!"
"원형이 그저 가만히 서서 여자를 유혹하는 것이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그 말에서, 그녀가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불러낸 인큐버스의 힘을 이용하여 서서히 모두를 보호하는 결계를 녹이는 것이다.
조금 전의 마창에 의한 결계 파괴로 인해 내장이 엉망진창으로 찢겼던 것을 겨우 회복한 뒤였기에 신성 마력이 본래의 수준보다도 낮아진 상황.
그 상황에서, 원형 악마의 흑마력을 견딜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다시 상처가 벌어지지는 않을지.
수도원장은 입술을 물면서도 결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결계의 벽이 녹아내리는 것을 막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
루베라는 조용히 그 상황에서 마검 위에 손을 얹는다.
[바리사다...]
[응... 시야를 차단하더라도, 나라면 주변 물건의 위치를 대충은 알 수 있어.]
본래 인간이 아닌 바리사다는 인간의 모습과 감각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 여성형인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 근본은 `마검`, 즉, 인간이 아닌 물체이다.
마력을 레이더처럼 흩트리면,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통해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왜곡을 위해서는 정확한 좌표 지정이 필요하므로, 주인인 루베라의 시야를 차단하는 동안에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적어도, 그녀의 눈 대신이 되어주는 것은
[수정 구슬을 베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루베리아의 말에 바리사다는 은은한 빛과 진동을 내며 긍정의 대답을 했다.
[하지만, 내가 지정해줄 수 있는 경로상에는 반드시 악마가 있을 거야…. 적어도 악마를 그 경로상에서 치워줄 수 있는 도움이 필요해...!]
바리사다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침묵한다.
까득, 하고 어디선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배틀메이드들 전부가, 이 답답한 상황에 열불을 느끼고 있는 것이겠지.
이대로 둔다면, 누군가 하나가 아니 다 같이 눈을 떠서 인큐버스에게 세뇌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트로메이아 가문의 배틀 메이드들은 전원 여성, 사연을 가지고 있고, 또 성격이 더럽다.
"당신들! 누구 하나라도 눈을 뜨면 그대로 오렐리아님께 직통 보고입니다!"
루베라가 그렇게 소리를 높이면, 배틀 메이드들의 끓어오르는 살기와도 같은 것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자, 자. 결계가 이제 거의 남지 않았어. 사라진다? 손톱보다도 얇아져서, 마치 종이로 만든 벽 같은 결계가..."
그때, 루베라는 자신의 옆에서 절그럭, 하는 쇳소리가 들려온 것을 느꼈다.
"...방금 제 이야기 들었죠? 멋대로 눈을"
"미안하지만 루베라. 나는 시종이 아니라서, 부인께 불려갈 이유가 없다."
루베라는 그것을 동료인 배틀 메이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야기했지만, 들려온 대답과 목소리의 주인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유, 스테스…. 무엇을"
그에 대한 인상을 개선해내기에는 너무 기간이 짧았다. 하지만, 유스테스는 이야기한다.
"내가 저 악마를 치우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건가?"
"바보 같은 생각 마세요. 지금의 당신은 `여자`입니다. 수도원장님이 하시는 말씀, 잘 들었겠죠."
루베라의 차가운 말에, 유스테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다시 열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듯이 이야기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여자야.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육체의 이야기. 나의 영혼과 정신은, 여전히 한 사람만을 향해있어. 그게 변하지 않는 한 나는 남자든 여자든. 상관하지 않아."
"... ..."
유스테스의 망설임이 없는 말에 루베라가 조금 압도되어 입을 다물면.
유스테스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에 다시 들어오는 인큐버스 원형의 외모.
이제 보면, 크기 또한 거대해서 노라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었다.
"아하하하! 설마, 만용으로 눈을 뜰 줄이야!"
이슈탈의 비웃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인큐버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저주와도 같은 매혹의 파도가 유스테스를 덮친다.
하지만, 유스테스는 조금 침음성을 내더니 그 저주를 모두 뒤쪽으로 흘려보냈다.
"...뭐?"
그것에 얼빠진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역시 이슈탈이었다.
하지만 이내 눈을 찡그리며 유스테스를 노려보았다.
"결정의 생성 조건…. 남성임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여성인 것을 인정한다…. 그런 애매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큐버스의 힘이 통하지 않는 거구나!"
"뭐가 되었든…! 미스틸테인! 악마를 움직여라!"
미스틸테인을 뽑아들자, 찬란한 은빛이 펼쳐진다.
미스틸테인이 분신하여, 손잡이가 없이 칼날만 있는…. 마치 거대한 바늘과도 같은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바늘은 빠르게 쇄도하며 원형 악마를 루베라의 경로에서 치워버린다.
"하아앗!"
다음 순간, 루베라는 바리사다에게 신호를 받은 것일까, 땅을 박차고 이슈탈이 있는 곳까지 질주했다.
"큭…. 전이를"
"그렇게 두지 않습니다…!"
다시 상황을 악화시키기 전에, 로자리아가 가지고 있던 수정 구슬을 파괴한다.
"하늘 기둥...!"
달밤을 등지고 회전하며 휘둘러진 검술.
그 아름다운 폼새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유스테스와 이슈탈 정도라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그리고 서걱! 하는 소리.
그와 동시에 반쪽이 되어 땅으로 떨어지는 수정 구술은 인큐버스의 제어권을 없애고 역 소환 시킨다.
"치잇…! 정말이지 짜증 나네...! 결정의 힘도 그렇고, 예상 바깥의 행동도…!"
로자리아의 안에서 화가 치민 이슈탈이 자해에 가까운 듯이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유스테스는 다시 한번 신성마력을 미스틸테인에 감아, 이번에는 로자리아를 향해 휘두른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이슈탈의 빙의가 풀려나가며, 로자리아는 정신을 차린 채 그 자리에 쓰러졌다.
레밀리아도 그것을 보고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대로 달밤의 그림자 속에 숨어들어 이곳을 빠져나가려 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쫓으세요! 그녀를 따라가면, 어쩌면 이슈타로테의 기점을"
라비타가 그렇게 외치고, 배틀 메이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루베라도 눈을 뜨고 유스테스를 바라보았다.
유스테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미스틸테인을 허리춤으로 되돌리고, 그러던 사이 루베라와 눈이 마주쳤다.
"당신... 바뀌었군요. 많이."
"너와 클레온 덕분이야…. 이번에도."
만약 자신이 레오나 클레온에 대한 감정을 자신의 안에서 납득하지 못했더라면 원형 악마가 그대로 결계를 뚫고 들어와 일행을 위험에 빠트렸겠지.
"...바뀌는 것의 계기는 타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꾸는 것은 자기 자신이죠. 적어도 당신이 `후작`과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 고마워."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은 얼마 만이었을까.
유스테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스틸테인의 힘도 돌아왔고. 이제는 클레온의 싸움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 ..."
그리고 그런 유스테스를 바라보는 루베라의 눈은 `매의 눈`과 같이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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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사건이 정리되고, 쓰러진 세뇌 병사들을 포함하여 한꺼번에 수가 확 늘어난 수도원.
하지만, 세뇌 병사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수도원장이 이야기하길, 마치 영혼이 빨려 나가 빈 껍질이 되었다는 듯했다.
"설마, 악마들이?"
결론에 도달하게 위한 가장 커다란 힌트는 이미 주변에 퍼져 있었다.
수도원장과 리자는 물론, 의사인 페르디아와 용사인 유스테스도 주먹을 쥐고 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이 수도원을 찾아왔다.
그녀가 찾는 것은 `유스테스`였다.
"유스테스님. 트로메이아 가문에서 당신께 직접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나에게...? 트로메이아 가문이...? 대체..."
과거 귀족 가문이었고, 지금도 일단은 지위 자체는 남아있는 유스테스였지만, 그 이후로 귀족과 만난 적이 없는 탓에 이런 자리는 긴장되는 듯했다.
뭐가 목적일까. 설마, 자신이 상대방의 목표물이 되었으니 어딘가에 감금하려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자기 몸 안에서 그것만 추출?
하지만 그런 유스테스의 의문을 전부 날려버리는 듯,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은 이야기했다.
"유스테스님. `배틀 메이드`에 들어와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네?"
또 다른 고생길을 제안받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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