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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02화 (202/506)

〈 202화 〉 반성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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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에 난 상처를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면서 오래된 건물의 그림자로 들어온 레밀리아는 풀썩,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다리에서 힘을 빼면서 주저앉았다.

은의 촉으로 만들어진 석궁의 화살은, 신성 마력이 담기지 않았더라도 흑마력으로 강화된 자기 몸에 쉽게 상처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였다.

그것을 그 메이드는 대포만 한 석궁에 잔뜩 집어넣어서 난사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레밀리아라고 하더라도, 그 광경에는 심장이 쫄깃해졌다.

`...쫄깃해질 심장 따위, 남아있지 않지만.`

레밀리아는 자조하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생각이 비유가 아니라는 것은, 상처를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피부가 찢기고, 살갗이 갈라진 상처에서는 피가 흘러나오지 않는 대신에 농축된 흑마력이 몸에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레밀리아의 몸에는 `심장`을 비롯한 중요한 장기의 몇 군데가 존재하지 않고, 그것을 흑마력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이슈탈과의 계약, 그리고, 그녀의 몸에 저주를 걸기 위한 재료로 쓰기 위해 바쳐버렸기 때문이다.

심장­ 모험가 레이몬드 시절에는 로망과 정의를 쫓아 두근거리던 심장은.

부끄럼 많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각했을 때 스스로 뽑아버렸다.

비어버린 부분에, 이슈탈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덕분에, 레밀리아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계약자인 이슈탈의 근처로 가야만 했다.

자신을 쫓는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있으면, 갑작스럽게 그녀의 뒤에서 공간이 찢어지는 것이 보였다.

보랏빛의 통로와 같은 것이 보이면, 레밀리아는 바로 그 안으로 뛰어든다.

그것이, 자기 주인인 이슈탈이 만들어낸 전이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전이문을 재빨리 통과하면 보이는 것은, 비어있는 제단과 원형 소환의 제물로 쓰였던 것들의 흔적뿐이었다.

그리고 제단 앞에 이슈탈은 의자에 앉은 채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아무리 서큐버스의 하프라고는 하지만, 인간의 몸에 빙의하는 것은 소모가 큰 것이겠지.

게다가, 변명할 수 없는 패전이었다. 원형 악마도, 기껏 만들어낸 세뇌 병사들도 잃었다.

그에 비해 저쪽의 피해는 수도원장의 내장. 그곳만 보더라면 참패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패인은 두 가지.

첫 번째는, 배틀 메이드들이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것.

페르디아의 발을 붙들어 놓는 것은 적어도 20분은 더 걸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의 개입으로, 배틀 메이드들을 더 빨리 불러오게 된 것이다.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많지 않은 수도원 정도라면, 레밀리아와 로자리아(에 빙의한 이슈탈).

그리고 원형 악마만으로도 어떻게든 된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 소환된 원형 악마들에 대해서라면 `그녀`를 제외하고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두 번째 패인.

`그녀`­ 유스테스 우드녹커.

레밀리아와 이슈탈의 목적이기도 했던 그녀의 존재가, 무시하고 있던 그녀가 `결정`의 힘으로 성검의 힘을 되찾은 것은 예상 밖이었다.

거기에, 인큐버스의 힘에 견딜 수도 있는 정체성을 가지는 존재.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유스테스를 얕보고 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약한 존재에게서 `결정`이 탄생했다는 것에 대해, 이슈탈은 승리를 확신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만약 이것이 나라끼리의 싸움이었다고 한다면 역사서에 남을만한 대패.

아스타로테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첫 단추라고, 역사서에 잉크를 남길만한 결과였다.

레밀리아­ 레이몬드는 수없이 많은 전투를 거쳐온 베테랑이었다.

전쟁, 특히 쫓기는 싸움과 패배하는 싸움에 관해서라면 왕국군의 높으신 분들과 더불어 수없이 경험해 왔다고 자신했다.

모든 패배를 겪을 때마다, 슬픔과, 분함과, 싸움에 대한 의문을 느꼈었다.

하지만 그러한 모든 울분을 원동력으로 삼아 다음의 전투에서 자신을 고무하는 것이, 패배를 견뎌내는 이들의 특권이었다.

왕국군에 비해 모든 면에서 앞서고 있던 제국군들을 상대로 승리를 얻어낼 수 있던 몇 안 되는 전투가 그렇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약간의 기적이 첨가된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지만.`

레밀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패자들. 자신들과 같은 승리와는 거리가 먼 이들이 각오를 굳히고 거대한 적과 맞서 싸울 때.

그러한 의지에 호응하듯이, 전투의 결과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왕국군에게 있어서는 황금의 용사가.

의용대에게는 팔라나티아라는 소녀야말로, 레밀리아가 생각하는 `기적`에 가까운 존재였다.

`지금의 저들에게는 그 둘마저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클레온과 만나기 전까지 왕도에서 암약하면서 이렇다 할만한 좌절을 겪지 않아 왔을 이슈탈이 이번의 패배만큼은 큰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

적의 역량을 잘못 파악한 것.

그녀에게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이 있다면 그것이겠지.

허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고, 레밀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슈탈에게 다가가려 했다.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 있는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하지만­

"후. 후후... 아하하...! 하하하하하하!!"

이슈탈은 웃고 있었다.

그것은 허탈함이나, 실성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레밀리아는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자 몸을 멈추면서 그녀의 얼굴을 잘 지켜보았다.

"­이슈탈?"

"레밀리아...! 완벽의 결정의 힘은 정말 대단하네...! 설마, 그 재능 없는 유스테스에게 성검과 용사의 힘을 갖추게 할 줄이야!"

광소(??)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패배의 좌절이나, 억울함이나, 부끄러움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반쪽이기는 하지만 명색이 서큐버스이기도 한 그녀가, `힘`에 매료된 모습을 보일 뿐이었다.

"... ..."

그 강력한 힘이, 지금은 적의 손안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했다.

전략가라면, 그 힘에 대항할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책상과 씨름을 하고 있어도 좋았다.

일종의 비장의 패이기도 했던 로자리아 마저도 적들에게 넘겨준 뒤, 이슈탈은 계속해서 잃어가기만 하는 현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아아, 그렇구나. 하고 레밀리아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역시, 이슈탈은. 이 아스타로테의 중심이 되는 세 사람­.

이슈탈, 레밀리아, 릴림의 세 사람 중에서도.

완전한 악마인 릴림을 제치고, 가장 악마다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인간이란 것은 악마에게 착취당하는 것이 운명인 종족으로, 이런 작은 일탈 정도는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악마들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다음엔 어떤 수를 쓸까... 슬슬 세토스가 북방에서 `그`와 만났겠네…. 그리고, 아직 `유폐 왕녀`에게 심어둔 `씨앗`도 남아있어. 여차하면, 교황을 이용해서라도­"

그녀는 이번의 싸움에서 잃은 것이 체스판 위의 장기 말 중 하나였다는 듯이 치부하며 다른 수를 떠올린다.

레밀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눈을 감으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흑마력을 쌓아둔 방으로 향했다.

저것은, 패배를 겪더라도 멈추지 않는다.

인간과 같은 반응을, 사고방식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뼈저리게 느낀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악마를 상대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레밀리아는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약점이다.

패배를 분해하지 않고, 패배를 슬퍼하지 않고, 패배에 절망하지 않는다면.

대체 무엇을 배우고, 무엇으로 성장할 것인가.

멈춰버린 채 서 있으면, 추월당하는 것이 전쟁의 이치였다.

클레온, 유스테스를 비롯한 인간들의 발걸음은 바로 자신들의 가까이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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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게 반짝이는 태양 빛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왕도의 거리는 더럽고, 어두운 뒷골목과는 정반대의 희망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부분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빛과 어둠의 싸움이 반복되는 와중에서도.

어젯밤의 승리는, 쾌거 중의 쾌거라고 할 수 있겠지.

오늘 날씨는, 마치 그 승리를 축복하기라도 하듯 눈이 부실 정도의 쾌청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반적인 왕국민들이 거주하는 곳보다도, 길거리의 풍경에 흰색의 요소가 많은 귀족의 저택 가는.

햇빛을 반사하여 반짝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이런 곳에 익숙하지 않은 페르디아에게는 눈이 부시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의 옆에는, 오랜만에 이곳에 돌아온 유스테스가 서 있었다.

유스테스의 본가­ 우드녹커 가문의 저택은 이미 처분하여 지금은 다른 가문, 혹은 상인의 집이 되어있겠지.

그녀는 그런 것을 생각하며 고개를 저어 과거에 대한 것을 털어버리고.

지금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저택을 바라봤다.

"거대하군요... 금광경의 저택보다도."

그런 유스테스의 곁에 서 있는 페르디아는 처음으로 보는 거대한 저택에 조금 압도되는 듯했다.

물론 압도되는 것은 페르디아 뿐만이 아니었다.

과거 왕도에 거주할 때는 몇번이고 이 앞을 지났던 유스테스지만, 그때는 그리 느껴지지 않던 트로메이아 저택의 거대함이 지금은 뼈저리게 느껴졌다.

아마, 지금의 유스테스에게는 그때의 그녀에게는 없던 `공손함`이나 `겸허함`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겠지.

트로메이아 저택으로 초대받는 귀족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었다.

하나는, 공작가인 트로메이아 가문에서 가까운 곳에 두고 함께 왕국을 위해 일하고 싶은 인재를 초대할 때.

또 하나는, 왕국을 좀먹는 벌레와도 같은 존재를, 더는 도망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리고 붙잡아 들이기 위해.

물론, 이번에는 전자일 것이다.

...전자일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유스테스는 아침 일찍 수도원을 찾아왔던 트로메이아 가문의 시종의 말을 떠올렸다.

... ...

"배틀... 메이드? 내가? 루베라와 같은?"

유스테스는, 지금 자신이 들었던 것이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나 조금 고민하다가 질문한 것이지만.

눈앞의 시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제안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금 입을 다무는 것이었다.

우선, 한가지 잊기 쉬운 사실을 떠올리자면.

유스테스 우드녹커는 귀족이다. 그것도 우드녹커 가문의 현 당주였다.

스스로 그 사실에 대해서 그다지 공공연히 권리를 요구하거나 타인의 존경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잊히기 쉬울 뿐이었지만.

이전보다 지위가 낮아졌다고 하더라도 아직 왕국에서 내린 지위를 포기한 적은 없었다.

물론 돈으로 지위를 산 말단 중의 말단 귀족인 우드녹커 가문의 당주와.

왕국 전체를 지탱하는 최고 귀족 가문인 트로메이아 공작가와의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존재했다.

물론, 귀족 가문의 여식이라면 수업을 겸해서 일시적으로 다른 가문의 시종으로 수행을 하러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 경우에는 그 예외에서도 벗어나 있는 제안이었다.

다만,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트로메이아 가문에서도 유스테스의 힘을 원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통상적으로는` `일반적으로는` 같은, 형식적인 상용구야말로, 왕국에서 모범을 보이는 트로메이아 가문에서 중요시하는 덕목이었을 것이다.

비록 형식적이더라도 그런 절차나, 관습을 전부 무시하고 유스테스를 자신들에게 끌어들이려는 것.

"이유를, 들려주겠나?"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시종은 고개를 끄덕인다.

"먼저, 이번 영입은 `루베라`가 제안한 것입니다."

"...루베라가."

"네. 이전의 그녀가 유스테스님의 시종이었다는 것은 저희도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만. 그녀는 당신에게 더는 사적인 원한은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유스테스는 어젯밤의 루베라와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때 그녀의 말은, 어느 정도는 자신을 인정한다는 뜻이었겠지.

"그녀는, 적의 목적이 유스테스님이라면 수도원에 두는 것이 아닌 가장 안전한 위치­ 즉, 악마들과 싸울 수 있는 자신들의 곁에 있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유스테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원 대부분은 비전투 인원들이었다.

원래는 모험가인 이들도 있었지만 변해버린 육체, 정신, 그리고 영혼으로는 제 실력의 절반도 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번의 습격에서도 모두가 무사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목숨을 잃은 이는 없더라도,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은 이도 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회복했던 악마에 대한 공포에 다시 정신적으로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다시 자신을 노리고 악마가 움직인다면 수도원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은 피할 필요가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유스테스님에 대한 감시라고 했습니다."

"... ..."

꽤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말해오는 시종의 단어 선택에 유스테스는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스테스님이 힘을 손에 넣은 것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표어로 내걸고 이런저런 일에 참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조금은 반박하고 싶어질 정도로 자신을 낮잡아 보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유스테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제 자신의 발언을 인정하고, 그걸 이해하면서 혹시라도 유스테스가 그쪽으로 폭주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걸 위해서 자신들의 가까이에 둔다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알겠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사실은 이 제안은 당신뿐만이 아니라­"

그 뒤,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 한 차례 이야기가 끝난 뒤, 곧바로 짐을 정리해서 수도원을 나와 트로메이아 저택으로 찾아온 것이다.

페르디아 역시 유스테스와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이며, 그녀의 경우에는 임시적인 외부 인원이라는 식의 영입이었다.

그녀의 능력은 왕도 내에서의 싸움에서도 크게 도움이 될만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겠지.

페르디아 역시, 클레온과 협력하는 이들을 돕기 위해 왕도로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그녀는 유스테스와는 다르게 어디까지나 가문의 시종들에게 협력하는 것으로 평소에는 수도원에서 지내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일전의 습격에서 여전히 정신적인 충격이 있는 이들, 신체 내에 이상이 생긴 이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로자리아`라던가.

그런 것을 떠올리며 유스테스가 떨리는 손으로 입구의 종을 울리려고 하면­

"잠깐. 굳이 그걸 울릴 필요는 없습니다."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스테스와 페르디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에이프런 드레스를 입고 있는 루베라의 모습이 보였다.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루베라..."

"뭡니까. 약간 한숨 섞인 목소리로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여전히, 그녀를 대하는 것에는 조금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던 유스테스의 목소리에 루베라는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를 것이라면 차라리 부르지 않는 게 낫겠군요."

"미, 미안..."

사과하는 유스테스에게서 시선을 돌린 루베라는 그대로 페르디아를 바라보았다.

"­페르디아. 제안을 받아들여 줘서 고맙습니다."

"클레온 님을 위해서입니다. 그분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페르디아가 생긋 웃어 보이면서 대답하자 루베라는 엘레시아의 의원에서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그때, 자신은 클레온을 `로리콘`이라고 놀렸었지만.

확실히, 어린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요염한 미소를 짓는 페르디아는 루베라마저도 조금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저택의 영지 내에, 전투 시종들만이 사용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우선 그곳으로 가죠."

루베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입구를 지나 영지 내의 길을 걸어간다.

"부인­ 오렐리아님께는 인사를 드리지 않아도 되나?"

"부인께서는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오히려 나중에 자신이 찾아오신다고…."

유스테스의 질문에 루베라가 그렇게 대답하자, 유스테스는 화들짝 놀라면서 대답했다.

"공작가의 부인이 저택의 신입 시종에게 인사를 하러 직접 온다고…!?"

"뭐. 서로 `초면`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윽..."

루베라의 살짝 비웃는듯한 말에 유스테스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개를 돌렸다.

페르디아는 그런 유스테스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하며 루베라에게 묻는다.

"무언가 있었나요?"

"이전의 망나니 시절의 유스테스가. `오렐리아`님을 유부녀라고 알지 못하고 추파를 던지려고 하다가­"

"그, 그 이야기는 됐잖아! ...루베라가 막아줘서 다행이지, 잘못하면 형장의 이슬이 될 뻔했다고."

과거의 겁 없는 자신을 원망하며 유스테스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뭐. 오렐리아님은 그 건에 대해서 기억하고 계신 듯 했지만요. 어린아이의 치기 정도로 여기시는 듯하십니다."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하나..."

몸을 부르르 떨며 공포에 질린 유스테스의 그런 모습이 나쁘지 않았는지. 루베라는 고개를 돌리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좋을 대로 하시길."

"이 S가..."

그렇게 세 사람이 지분거리면서 계속 걸어가 도착한 곳은, 배틀 메이드들이 사용하는 훈련장이었다.

오늘은 오늘대로 또 다른 인원들의 대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 루베라!"

그리고, 루베라가 훈련장으로 들어오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는 거대한 소녀, 노라가 보였다.

페르디아도 유스테스도, 노라를 보고 역시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젯밤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던 자신을 구해준 것이 그녀라는 것을 유스테스는 다시 한번 떠올렸다.

"어, 어제는 고마웠다. 노라, 라고 했던가?"

"오오! 유스테스 언니!"

"어, 언니..."

루베라를 껴안고 있던 노라는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오는 유스테스를 보며 활짝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무 데도 안 부러져서 다행이야!"

"그, 그래..."

노라의 근력에 부러졌다면 모를까, 그녀 덕분에 낙하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던 유스테스는 `후`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리고 왔구나. 루베라. 고생했어."

그리고, 또 다른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번에 말을 걸어온 것은 백발적안이라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소녀.

페르디아보다는 조금 위이고, 사샤와 비슷한 정도의 나이대일까.

"...라비타야. 일단은 지금 배틀 메이드의 리더를 맡고 있어."

"라, 라비타 양이군. 잘 부탁한다."

다른 인원들과 비교하더라도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리더를 맡고 있다니.

분명 엄청난 실력자일 것이라 생각하며 긴장한 유스테스를 바라보며, 라비타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박수를 두 번 쳤다.

"자아~ 그러면 새롭게 우리들의 동료가 될 유스테스의 환영식을 하겠습니다~"

"화, 환영식?"

갑작스러운 선언에 유스테스가 당황해하면 주변의 시종들은 수군거리면서 웃어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루베라는 당황해는 유스테스에게 살짝 귀띔을 해준다.

"...신입의 실력을 알아볼 겸, 기존 인원과의 대련입니다."

"그, 그렇군..."

조금 불안이긴 했지만, 대련 정도라면­

"그리고 오늘의 상대는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뭐어!?"

라비타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유스테스가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시종들도 안타깝다는 듯, 명복을 빌어주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걱정하지 마. `성검을 사용하는 이`의 선배로서. 이것저것 알려줄 테니까."

"성검­이라니..."

라비타는 그렇게 말하면서 성검 `아무르`를 뽑아 들었다.

성검 중에서도 상당히 세심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그 미스틸테인보다도 훨씬 가느다란­ 세검에 가까운 형태를 한 검이었다.

"자아. 너도 성검을 뽑아."

그렇게 말하며 칼끝을 자신에게 겨누는 라비타를 바라보며 유스테스는 어쩔 수 없이 미스틸테인을 뽑아 겨누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몸 안쪽에서 신성마력이 넘쳐흘러 성검을 타고 그 힘을 증폭하는 듯했다.

"그럼. 먼저 땅에 쓰러지는 쪽의 패배야."

"너, 너무 조건이 빡빡하지 않나!?"

깡­! 하고, 공이 울린다.

다음 순간, 유스테스는 자기 몸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면서 땅으로 처박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

너무나도 순식간의 일이었기에 무엇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이에, 어느샌가 자신의 뒤쪽에 서 있는 라비타가 느껴졌다.

"후후~ 내 검을 받아낼 수 있게 될 때까지 `확.실.하.게 `훈련 시켜줄게. 후배!"

"으, 으갸아악!"

벌써 비명을 내지르는 유스테스를 바라보며, 루베라와 페르디아는 잠시 입을 다문다.

"유스테스님도 큰일이시군요…."

"그렇군요. ...아아, 그렇지. 페르디아. 당신에게는 조금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루베라는 그렇게 말하며 페르디아에게 작은 쪽지를 건네왔다.

"...부탁, 인가요?"

그리고, 페르디아는 그 쪽지를 받아 들고 읽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가 다시 루베라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도구는 평범하지 않습니다…. 탐정이라는 걸로는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루베라의 말에 페르디아는 긍정하면서도 조금 내키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일단은 동료인 것이 아닌지…."

"...네. 그러니까, 그 부분을 조금 확실하게 하고 싶어질 뿐입니다."

완벽히 신뢰할 수 없는 관계가 계속되는 한, 필요 없는 의심이 계속될 것이다.

그런 의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협력관계를 이어가는 것에는 피로가 가중되어가겠지.

루베라로서는, 그 부분을 해결하고 싶은 듯했다.

"...알겠습니다. 맡도록 하죠. 클레온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래요. 부탁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두 사람은 유스테스에게 시선을 돌린다.

"자, 잠깐! 대체 어떻게 순식간끄아악!"

"앞으로 100번 더 받아보면 알게 될 거야!"

그녀의 고생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듯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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