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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04화 (204/506)

〈 204화 〉 접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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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전력 모드 종료. 발전기의 재기동을 확인]

커다란 진동이 멎었다고 생각하면, 지상을 확인하던 카메라들이 전부 박살이 났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차원문이 열리면서 찾아온 거대한 신성 마력의 폭풍. 그에 대비해서 연구소 전체를 결계로 감싸고, 물리적인 방벽을 동원하였지만.

상정된 것의 세 배에 달하는 충격으로 방어체계가 전부 무너지면서 연구소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중요한 메인룸­ 에메랄드 타블렛이 보관된 이곳만 무사하다면 오토마타를 이용해서 연구소를 재건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상에 일어난 일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전송된 다른 이브 들의 피해 상황도.

트리스 메기스토스의 사후, 지상에서 커져만 가던 인간끼리의 전쟁.

그 마침표를 찍는 것은, 인간의 역사상 가장 흉악한 발명품­

`전술 핵무기`를 과거의 유물로 바꾸어 버린 만들어져서는 안 되었던 무기인 [광역 마력 반발 작용 반응 폭탄] `하르마게돈`이라고 예상되었다.

주변의 마력을 감지하고, 그것에 상반되는 원소의 마력을 생산할 수 있는 나노 크기의 오토마타들이 잔뜩 들어있는 병기.

상반되는 마력과 반응한 마력은 반발 작용을 일으키고, 이것이 광범위하게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 마력을 머금고 있던 수많은 물질이 그 자리에서 분해되어 오토마타들과 쌍소멸 한다.

인간은 물론, 식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유기물, 무기물을 가리지 않는 폭탄이 남기는 것은 `무(無)` 그 자체이다.

과거에서 인간의 종말 시나리오로 여겨지던 `핵전쟁`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남기던 것과는 다르게.

하르마게돈은 그 범위가 국가 하나를 충분하게 커버할 수 있으며, 7개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행성 전역에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단 7발의 폭탄만으로 이 행성은 저 하늘에 떠 있는 달보다도 심한 표면을 가진 불모의 땅이 되어 버릴 것이다.

실제로, 하르마게돈을 보유한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것을 발사하는 것을 감지한 다음 순간.

어디선가 나팔 소리와도 같은 것이 하늘을 울렸으며, 하늘을 뒤덮고 있던 전투기들이 일제히 동력을 잃고 폭발하는 엔진에 의해 불에 휩싸여 지상으로 떨어졌다.

인류는 위대한 발전과 함께 손에 넣었던 하늘이라는 영역을 단 하나의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신에게 빼앗겼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거대한 입.

아니, 정확하게는 입처럼 보이는 이차원의 틈이다.

너머에서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그 공간을 어렴풋이 보이면서 그것은 신의 부름을 받아 그 안에서 나타났다.

비록 그 출력이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수십 배로 증가해 있었지만, 그 신성 마력의 패턴은 잊을 수 없는 내 주인의 친구 `레시아`의 것이었다.

다만, 그녀가 이전의 내가 알고 있던 존재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벌의 대행자, 종말의 현현 그 자체였으니까.

산도를 통과하여 어머니의 배 속에서 나온 아이와 같이, 그녀는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허공에 나타났다.

등에 짊어진 것은 날개. 하나하나가 초 고농도의 신성 마력이 응축되어 만들어져 있으며, 흩날리는 깃털에 닿기만 하더라도 전신이 불타버릴 정도의 무기였다.

손에는 황금의 성검 `칼라드볼그`. 레시아에게서 전해져 오는 마력의 농도를 견디지 못한 그것은 멜트다운을 일으키면서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성검은 빛을 잃지 않고, 소실되어 버린 검날을 신성 마력으로 대체하며 진화하고 있었다.

내가 그것을 처음 보았을 때, 만약 인공 정령이 아닌 인간이었다면 절망을 느끼고 모든 것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우리가 스스로 불러온 재앙으로 세계마저 상처 입히려 했고.

그 벌을 받는 것이라고, 순순히 받아들이며 불타 없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에게는 아직,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남겨놓은 일을 해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져 있었다.

그것을 완수하지 못한다면.

분명 그도, 만족히 눈을 감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류가 서로의 멸망을 바라고 전쟁을 벌여 불러낸 그녀의 존재가, 다시 한번 인류를 하나로 합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라 있었고, 기껏해야 조금이나마 종말을 늦추는 것이 한계였다.

그녀는 옥좌의 주인­ 별의 의지의 백업을 받아 멈추지 않는 힘으로 세상을 빛으로 정화하였으며 지상에서 모든 생명체가 소멸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고작 7일이었다.

몇몇 인간들이 지하로 숨어 들어갔지만,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만들어낸 영구 기관을, `하르마게돈`을 만드는 데 사용해 버린 그들이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모든 정화를 마친 황금의 혜성은 그렇게 이차원의 틈으로 돌아갔다.

마치, 그곳이 자신이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듯이.

001

머큐리의 이야기가 끝난 뒤 클레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전, 검은 교전에서 들었던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고, 자세한 내막을 들은 것은 처음이지만 당시의 인류가 별의 적이 되어, 처단당했다는 것 자체는 알고 있었다.

"그 뒤에, 나는 몇 번이고 차원의 문 너머로 정찰기를 보내보았지만 레시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겠지."

"그건, 저번에 들은 이야기였군…. 그래서, 거기에 릴림이 어떻게 관여해 오는 것이지?"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름을 꺼내자, 릴림은 빼꼼 고개를 내밀며 클레온을 바라본다.

외견에 맞게, 인격도 어려진 것일까.

악마인 부분을 제외하면 아멜리아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던 그녀는, 정말로 그 또래의 소녀가 된 듯 낯선 어른인 클레온을 조금 어색하게 대하고 있었다.

"이 아이­ 릴림은, 레시아가 데리고 있던 그녀의 딸. `릴리스`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존재야."

"그것도 들었다."

"...말하자면, 이 아이는 그녀의 `복제인간`이라고 할 수 있어. 이브의 결함 때문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라일라가 곁에 있었더라면 그녀의 말에 대해 무언가 첨언을 해서 이해를 도와줬겠지만, 어쨌든 머큐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것이 `릴림`과 `릴리스`는 거의 같은 인물이라고 하는 듯 했다.

"내가 내린 가설은 이렇다. 어째서 레시아는 신의 사도­ 천사와 비슷한 존재가 되었는데도, 별에 있어서 부정(不?)한 영역인 이차원의 틈새에 머무는 것일까."

옥좌주의 권능은 물론 `이차원의 틈새`까지 뻗어나간다.

하지만, 그 틈새는 지금까지의 세계에서 쌓여온 수많은 다른 세계의 노폐물들이 쌓여 있어, 신성 마력을 이용하더라도 온전히 정화해낼 수 없는 공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은 철저하게 현실과 분리된 세계이며, 그곳에서 재액이 넘쳐 흐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었다.

황금의 혜성­ 대적자 레시아는 분명히 강한 존재이고. 그 힘 그 자체가 신성 마력의 태양과도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라 하더라도, 본래라면 별의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영맥` 혹은, 옥좌주가 존재하는 고차원의 영역에 있어야 할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그녀가 이차원의 틈새에 머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머큐리는 이야기했다.

"... ..."

클레온도 그녀의 말에 일리가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레시아가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인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행동 자체에는 근거가 있는 편이었으니까.

"거기서 등장하는 것이 그녀의 딸. `릴리스`야.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몇 번이나 이차원의 틈새를 조사하려 했을 때 `레시아`의 기운은 느낄 수 없었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릴리스`의 흔적은 느껴졌어."

물론, 흔적을 느꼈다고 해서 그녀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이라고 머큐리는 덧붙였다.

이차원의 틈새는 그곳을 나아가는 방법 또한 이차원적인 공간이었다.

흔적을 찾았다고 해서 그 흔적에 반드시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방법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 릴리스와 레시아는 여전히 같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건가?"

"그래. 레시아가 차원의 틈새에서 있으려고 하는 것은, 릴리스와 함께 있으려는 것 때문이 아닌가…. 라는 거야."

이차원의 틈을 자유롭게 여닫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현재로서는 단 한 사람­ 아니,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다르겠지.

`옥좌주`인 `네메아`. 완벽하게 그 틈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그녀뿐이다.

하지만 네메아는 어째서인지, 릴리스와 레시아를 원래의 시간대로 돌려보내지 않고 있었다.

`레시아`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이유가 예상된다. 그녀는 별의 의지의 권속으로서 더 이상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존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릴리스`에 관해서는?

"모르겠어. 확실한 것은 릴리스가 아직 차원의 틈에 있다는 것이고. 그녀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레시아와도 접촉할 수 있을 거란 거야."

"...과연, 그래서 `릴림`의 힘이 필요하단 건가."

"그래. 그녀는 `릴리스`와 거의 같은 존재. 그렇다면 그녀의 흔적을 가장 크게 느끼고 쫓을 수 있는…. 일종의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어."

그녀의 말에 릴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만,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그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겠지.

클레온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머큐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 아무런 인연도 없는 정찰기와는 달리. 네게는 `레시아` 그리고…. 어쩌면, `릴리스`와도 인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흔적을 쫓을 수 있는 릴림이 있다면. 분명 그녀에게 닿을 수 있을 거야….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이차원의 틈새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마력의 침식을 견디지 못하면 이성을 잃을 뿐이라는 것을 클레온은 이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할래. 클레온."

머큐리는 그렇게 하며 클레온에게 선택을 부탁했다.

001

"...그렇게 된 거야."

클레온은 지상으로 돌아와 한창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던 일행을 불러 모으고 이야기했다.

각자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지만 역시 클레온이 신경 쓰이는 것은 아멜리아의 반응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가 되어버린 릴림을, 아멜리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클레온은, 그녀의 힘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멜리아는 조용한 목소리로 클레온에게 물었다.

어딘가 분한 듯하면서도, 조금은 슬픈 듯한 목소리였다.

"...그래. 머큐리에게서 들은 이야기대로라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에 불과해…. 네가 그녀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아뇨…. 그렇다면 괜찮습니다. 물론. `릴림`을 용서한 것은 절대로 아니에요."

클레온의 말을 가로막고 아멜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은 조용히. 릴림과 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 `릴림`이 아니라는 거겠, 죠…. 저희가 적으로서 싸웠던 릴림은, `머큐리`에 의해 그 펜던트 안에 갇혀 있다는 거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저의 사명은, 왕도의 백성들을 지키는 것. `복수`를 하는 것은, 정확하게는 저의 사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더 이상 왕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저는…. 괜찮아요. 죄를 저지른 `릴림`은, 그 펜던트 안에서 벌을 받고 있다는 것 같고요."

"아멜리아..."

손을 꼬옥 쥐는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때, 라일라가 이 어두침침한 공기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습한 분위기로 지내야 하는 거야! 결과적으로는 잘 된 거잖아? 알고 싶은 것도 잔뜩 알 수 있었고, 수속성의 영맥도 정화했어! 이제 남은 영맥은 불속성의 영맥 하나!"

"으, 응! 그렇네. 그리고, 릴림이 이렇게 되었다면 남은 아스타로테의 간부는 `이슈탈` 뿐이야!"

라일라의 말에 쿠온도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클레온씨도 레시아씨랑 다시 만날 수 있는 단서가 생기셨고요."

사샤도 클레온을 격려하면서 이야기하면 아루루는 아멜리아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한다.

"... 아스타로테와의 싸움이 끝나면, 작은 아버님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왕녀님. 이제 곧이에요. 분명, 왕도는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겨우, 마지막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는 거지.]

갈라테아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두가 말하는 대로야. 지금 중요한 건, 어쨌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진정한 적이 누군지 보였다는 점이지."

"... `아담`."

아멜리아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타로테와 `아담`은 분명 어딘가 관련되어 있어…. 그리고 `아담`은 왕성에."

"그가 왕도의 사람들을 뒤에서 조종해 왔다면…. 저 역시 왕도의 수호자로서 그것을 방치할 수 없어요."

일행의 목적은 분명해졌다.

분명, 클레온의 궁극적인 목적은 `레시아`와 만나는 것.

하지만 그것을 방해하는 적이 `아스타로테`뿐만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마저도 꺾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왕도로 돌아가자. 생각보다 길어졌어."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도 자신의 짐을 마차로 옮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였다.

덜컹! 하고, 일행이 머무는 숙소의 문이 열린다.

그곳에는, 머큐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와 있었다.

"...머큐리? 이야기는 끝난 거 아니었어?"

"아, 아아. 한가지 잊은 게 있어서…. `릴림`의 언어 기능 제한을 푸는 걸 깜빡해서 말이야."

"언어 기능…. 아아. 그래서 한마디도 안 하고 있던 건가."

클레온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머큐리는 터덜터덜 걸어와 릴림의 이마에 검지를 얹는다.

그러면, 그녀의 손가락에서 무언가 흘러나와 릴림에게 들어가고­

"아­"

하고, 릴림의 입에서 발성 연습을 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그대로 릴림은 클레온을 돌아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빠!"

"아빠!?"

다시 한번 숙소가 난장판이 되었다.

002

어둡고 차가운 냉기가 가득한 감옥의 일실.

이런 외각 된 지역으로 추방된 인간을 위해 면회를 오는 인물은 거의 없었기에 잘 사용되지 않지만.

일단은 면회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북부 한랭 지역의 강제노동 시설.

갑작스러운 공작 가문의 중신의 방문으로 이곳은 떠들썩해 져 있었다.

"세토스님. 그 죄수를 데리고 왔습니다."

방한복을 걸친 간수가 경례와 함께 이야기하자, 세토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본다.

"그래…. 그와는 단둘이서 대화하고 싶어.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사람들을 물리도록 하겠습니다."

본래라면, 죄수와 공작 가문의 귀족을 단둘이서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세토스`이다.

그가 평범한 사람들보다도 뛰어난 문무를 겸비한 인간이라는 것을, 간수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뒤, 세토스가 들어온 것과 다른 문이 열리면, 간수가 데리고 들어온 것은 누더기와 다름없는 옷을 걸치고 있는 청년이었다.

"... ..."

갓 소년의 티를 벗어났지만, 이곳에서 몇 개월의 고생을 한 덕분인가 얼굴이 초췌해진 그는, 간수에 의해 강제적으로 의자에 앉힌다.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그를 내버려 둔 채, 간수가 방을 나서면 세토스는 헛기침하여 그의 관심을 끈다.

"...네가, 알베인이로군."

"... ..."

알베인이라고 불린 청년은 그대로 고개를 슬쩍 들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본다.

귀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다는 듯이, 세토스는 조용히 그의 얼굴을 살핀다.

그리고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라는 듯.

크게 탄식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떴다.

"나는 세토스 트로메이아. 왕국을 지키는 공작 가문의 사람이다."

"세토스... 트로메이아..."

"들어본 적은 있나?"

세토스의 질문에 청년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가…. 하긴, 엘레시아나 네 고향 같은 시골에는 귀족 가문의 누구누구가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겠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세토스는 이야기한다.

청년은 서서히 그의 말에 무언가를 눈치챈 듯 표정을 바꾸는 것이었다.

"잘 듣거라 알베인. 오늘 내가 널 찾아온 것은 다름이 아니다. 널 이곳에서 꺼내주려고 왔다."

"...나를?"

알베인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공작 가문의 인간이? 중죄인인 나를…? 그런 의문이 섞인 표정으로.

"그래. ...이건, 네 어머니에 대한 나의 속죄이고. 너와 옳바른 관계로 지내고 싶다는 내 개인적인 소망이란다."

"어머니­…. 당신은 설마­"

알베인의 말을 가로막듯 세토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그래. 내가 네 아버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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