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화 〉 사샤 얼터너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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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로 돌아가는 마차의 안, 일행은 저마다 지친 기색으로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릴림은 어째서인지 클레온을 `아빠`라고 부르며 달라붙고, 그것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여성들에 둘러싸인 클레온은 머큐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머큐리 본인도, 어째서 릴림이 클레온을 그런 호칭으로 부르는지는 모르겠다고 하며 설명을 포기해 버렸다.
다만 그녀가 이전의 릴림과는 다르고, 악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쿠온의 가슴을 만지려고 하거나, 라일라의 머리카락을 당기려고 하거나, 아론다이트를 멋대로 만지려고 하는 듯.
아멜리아와 같은 나이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신연령은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정말로 어린아이인 듯했다.
그렇게 날뛰다가 어떻게든 지쳐서 잠이 든 릴림을 마차 내에 있는 작은 침대에 눕히면, 어른들의 기진맥진한 모습을 보며 아멜리아와 사샤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의 분리된 부분이 들어있는 검은 펜던트가 목에서 반짝이지만, 딱히 영향은 없는 듯했다.
"지금이라도 머큐리에게 돌아가서 정신연령을 재조정해달라고 할까…."
라일라가 지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면 쿠온은 그런 라일라를 슬쩍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신을 믿는 몸으로서, 사람을 그렇게 물건처럼 대하는 발언은 용납할 수 없지만…. 갑자기 이렇게 되니까 조금 힘들긴 하네..."
"조금이 아니야! 어린아이 특유의 괴물 같은 체력으로 매달려 오니까 문제지! 트윈테일이 사이드 테일이 될 뻔했다고!"
라일라는 자기 머리카락을 묶은 리본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렇게 소리 지르면 배 속의 아이한테 좋지 않으니까 조금 진정해. 라일라."
그런 라일라를 말리는 것은 라일라, 쿠온과 마찬가지로 여러모로 새하얗게 불태운 채 너덜너덜해진 아루루였다.
릴림이 아루루의 성검 평상시에는 푸른 수정의 귀걸이의 형태를 한 아론다이트에 관심을 보여 손을 뻗었다가.
아론다이트가 가지고 있는 신성 마력이 정전기를 일으키듯 릴림의 손길을 거부한 탓일까.
릴림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려서 그녀를 달래기 위해 아루루가 이것저것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잘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네, 아루루."
"뭐, 어린아이가 호기심이 많은 것은 당연한 거고…. 내 어린 시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고 들었거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이는 아루루를 보며, 클레온은 쉽게 상상된다는 듯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아~. 어찌 되었든, 왕도까지 가는 길은 조금 쉴 수 있겠지…?"
쿠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일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거고. 알다시피, 오는 길에는 마물과 만나지 않았으니까. 돌아가는 길도 마찬가지일 거야."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마차의 벽에 걸려 있는 마차를 살핀다.
그 위에는, 일행의 현재 위치를 가리키는 마법의 장기 말이 마차의 위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꽤 오래 온 것 같은데도 아직 절반도 안 왔네. 바깥도 어둑해지기 시작했고."
아루루가 그렇게 말하면, 라일라는 어깨를 으쓱인다.
"그쪽에서 자는 아가씨 때문에 출발이 늦어졌으니까…. 뭐, 그래도 노숙은 안 해도 될 거야. 마차에 걸려 있는 마법 부여의 효과로 말들이 지치지 않게 되어 있으니까."
"그, 그런 원리였군요. 말들이 조금 불쌍할지도…."
사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멜리아도 끄덕끄덕, 고개를 상하로 흔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자. 그럼 우리도 한숨 자자. 경보 마법을 걸어놓을 테니까..."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흔들려 한 순간
덜컹! 하는 충격과 함께, 마차가 흔들리며 멈추었다.
그리고, 히힝! 하는 소리와 함께 말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넘어질 뻔한 것을 겨우 몸을 지탱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던 라일라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뭐, 뭐야? 갑자기 왜 멈춘 거야?"
"마법이 풀린 건가?"
"아니, 마법은 아직 걸려 있어. 나가서 확인해 보자."
일행이 최소한의 무장을 끝내고 재빨리 마차에서 내리면 말들은 흥분해서 앞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었으며.
마법의 제어로도 그들을 진정시킬 수 없는 듯했다.
사샤가 그런 말에게 다가가 말의 엉덩이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하면, 루벤의 권능을 통해 그들의 감정이 흘러들어왔다.
"... 무서워하고 있어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낀 듯해요."
"무언가?"
사샤의 말에 아루루가 고개를 갸웃하면, 사샤의 동물 귀가 움찔하며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 주변에는 아무래도, 말들을 두렵게 하는 `마수`의 영역이 펼쳐져 있는 듯하구나. 해가 진 탓에 그들의 기척이 강해진 걸 눈치챈 것이야…. 감이 좋은 명마들인 것이 역으로 발목을 잡았구나."
루벤의 말에 일행이 주변을 둘러보면, 계곡과 왕도를 잇는 길 사이에 몇 안 되는 숲이 양옆으로 펼쳐진 것이 보였다.
"이 근처에서 마수의 습격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아루루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루벤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마수들은 영리하다. 완전히 자신이 사냥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인간에게 손을 대지 않겠지.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무리 지어서 복수하러 먼 곳에서라도 찾아오니까."
루벤의 말에 라일라는 끄응 하고 소리를 내며 마차를 바라본다.
"여기서 야영해야 한다는 소리야? 해가 뜰 때까지?"
"그런 거다. 뭐. 우리들이 있다면 마수들이 말을 습격하는 일은 없겠지."
어쩔 수 없네…. 라고 한숨을 내쉬며 라일라가 마차로 다가가면, 마차가 그 자리에서 철컥, 철컥, 하고 변형을 시작하더니 명백하게 본래의 크기보다 커진 형태로 그 자리에 간이적인 숙소로 변화한다.
"엣.`
하고 아멜리아가 놀란 듯한 목소리를 내뱉으면 다른 이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뭐야. 이런 마차가 괜히 비싼 게 아니야. 귀족들이 노숙 같은 걸 하고 싶어 할 리 없잖아."
하지만 라일라 만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마차 아니 숙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 어쨌든, 오늘은 이만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겠네."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클레온은 바깥에서 경직된 채 서 있는 다른 이들을 돌아본 뒤 그렇게 말했다.
001
"...화장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릴림이 누워있는 곳에서 일어섰다.
중얼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그녀가 몸을 일으키면, 쫑긋, 하고 움찔거리면서 사샤도 상체를 일으킨 것이었다.
예민한 동물의 감각이 작은 말소리에도 반응해서 그녀를 깨운 것이지만 릴림이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보고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간다.
"리, 릴림...씨. 왜 그러세요?"
"화장실 가고 싶어."
"... ..."
그녀의 말에 사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그녀의 손을 이끌고 간이 숙소를 나선다.
이런 곳에 화장실이 있을 리 없으니, 그녀를 숲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여기, 화장실 아니야."
"죄송해요…. 아무리 그래도 이런 곳 근처에 화장실은 없어요…."
릴림의 투덜거림에 사샤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대답하지만, 릴림은 그런 사샤를 바라보다가 부르르 몸을 떨더니 풀숲으로 들어갔다.
"그럼. 저, 여기 있을 테니까. 끝나면 말해 주세요."
사샤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며 복잡한 심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릴림의 변화, 그리고 그녀를 대하는 다른 이들의 태도.
물론, 이미 아멜리아와의 대화를 통해 일단락되었다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쉽게 일행에 녹아들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질투`일까, 아니면 그녀의 마이페이스 적인 분위기에 흘러가 버리는 것에 대한 걱정일까.
어찌 되었든, 그녀가 이전과 같은 악마로 돌아가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그때이다.
멀리서 `히히힝!`하고, 말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가 있는 쪽은 아니었다, 숲의 심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루벤님…. 방금 건.]
[그래, 아무래도 이 숲에 사는 것은 `말`의 마수인 것 같구나. 걱정하지 마라, 유니콘이던 바이콘이던, 네게는 다가오지 않을 테니. 녀석들도 나의 존재를 느끼고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군요...]
마수들의 감응능력으로, 그 상위 존재인 정령 신인 루벤의 분신을 느끼고 그들 역시 흥분해 있는 것이었다.
다만 이쪽에서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들도 적대적으로 행동하지는 않겠지.
그들은 본능적으로 상대와 자신과의 격차를 알아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마수들의 거친 울음소리가 들리면, 마치 빨리 이 숲에서 나가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으으..."
그리고, 그런 소리를 들은 릴림에게서 겁에 질린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풀에서 빠져나왔다.
"괜찮으세요?"
"으, 응..."
표정이 어두운 릴림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사샤도 돌아가려 한 순간….
"~~..."
그녀 역시, 밤공기의 차가운 온도에 몸을 부르르 떤다.
"저기, 죄송해요. 저도"
"나, 먼저 가 있을게!"
사샤가 릴림에게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그녀는 빠른 발로 숲을 빠져나가 숙소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앗, 잠깐…."
[마수가 무서웠나 보군. 흥. 자신은 더 무서운 존재인 주제에.]
루벤의 비웃음에 사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
"하아."
사샤도 볼일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숙소 쪽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수풀 위에 떨어져 있는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몸을 멈추었다.
그것은, 하늘을 뒤덮는 숲의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달빛을 모으듯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시선을 고정하면 어째선지 가슴이 술렁거리는 것이었다.
"이건"
어디선가 본 듯한 그 실루엣에 사샤가 가까이 다가가 그것에 손을 뻗으면
[잠깐! 사샤! 멈추거라, 그것은!]
002
"아빠..."
몸을 흔드는 감각과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에, 클레온은 서서히 눈을 떴다.
"...음..."
잠꼬대와 같은 침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키면, 거기에는 릴림이 졸린 표정으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릴림...?"
그녀는 분명 졸린 표정이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걱정되는 듯 어두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사샤. 돌아오지 않아."
"...사샤가?"
릴림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클레온은 표정이 바뀌어서 재빨리 무장하고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각인을 쫓아 그녀의 흔적을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에 위치 자체는 파악되지만
[사샤... 사샤!]
아무리 각인을 통해 텔레파시를 보내더라도, 그녀에게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설령 그녀가 의식을 잃더라도, 언제나 몸을 공유하는 루벤이 있으므로 무언가 답을 돌려줘야 할 터이다.
루벤의 목소리조차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도 처음에 만났을 때 비하면 많이 강해졌어. 하지만, 미지의 숲에서 혼자…. 혹시라도 무언가 일이 있다면….`
입술을 깨물며, 어딘가 방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허점에 마른침을 삼켰다.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숲을 달려 나가, 더욱 깊은 곳으로 다가갈수록, 그녀의 각인이 가깝게 느껴졌다.
마치, 맥박치는 것과 같이 마력의 파동을 보내며 마력압을 내뿜는 그녀의 상태는 마치 전투라도 하는 듯했다.
그리고 숲의 안쪽. 나무가 자라지 않아, 그저 펼쳐진 수풀 위로 달빛이 가장 밝게 들어오는 곳.
클레온은 갑작스럽게 밝아진 시야에 발을 멈추며 손으로 눈 위를 가렸다.
수풀의 중심에는 소녀가 멈춰 선 채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멀리서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사샤`였다. 무언가, 상태가 이상했지만.
"사샤!"
클레온이 목소리를 높여 그녀를 부르면, 그녀는 천천히 클레온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만, 그 움직임이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면 그녀와 클레온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클레온은 사샤의 전신에서 흑마력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영향으로, 입고 있던 의복은 검게 물들어 있었고.
평소의 웨이브 진 머리는 긴 생머리로, 눈은 붉은색으로 바뀐 채.
짐승의 부분은 더욱 흉포하고 각진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사"
"아핫♡"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긴장시키고 주변을 경계했다.
0.1초의 차이로 그녀의 기척을 쫓는 것이 늦어졌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시선은 달이 떠있는 하늘을 향했다.
그곳에는, 사샤가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날개와도 같은 것을 펼친 채 공중에서 자신을 향해 질주하듯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성은, 그녀의 돌진을 피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본능은 그것을 받아내라고 한다.
클레온은 순간적으로 고민하지만 그대로 팔을 벌려 그녀의 몸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콰앙!
하고, 도저히 사람의 몸이 부딪혔을 때 날 만한 소리는 아니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클레온은 강력한 충격을 느끼며 자리에 쓰러졌지만, 다행히 몸은 흑마력으로 보호하고 있던 덕분에 무사했다.
"사, 샤...!"
"아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핫!!"
배 위에서 느껴지는 무게에 클레온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사샤가 올라탄 채 클레온의 가슴을 손으로 누르고 기분 좋게 웃어 재끼고 있었다.
[루벤! 어떻게 된 거지!? 사샤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정상이 아닌 그녀의 행동에 루벤을 불러보지만, 그녀에게서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큭... 뭐가 어떻게"
다음 순간, 클레온의 입이 무언가에 의해 틀어막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그리고, 약간의 따가움.
그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클레온의 입술을 꿰뚫고 피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뜨거운. 그리고, 축축한.
혈액과 타액을 교환하는 짐승과도 같은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하읍♡ 츄르르릇♡ 쥿♡ 쥬르르륵♡ 하앗♡ 후♡ 후우웃♡"
호흡이 멎어버릴 정도로 격렬한 입맞춤. 강제로 입을 열고 혀를 밀어 넣어오는 그녀의 행위에 클레온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는 채였지만 그녀를 강하게 밀어낼 수 없었다.
그녀와 이어진 부분에서부터, 그녀의 감정이 자신에게도 흘러들어오는 듯한 착각 아니, 착각이 아닌 정말로 그런 것이겠지.
사샤는 입을 맞춘 상태에서 클레온의 옷을 위에서부터 벗겨나갔다.
이성이 없는 듯하면서도, 영리한 소녀인 것에는 변함이 없는 듯했다.
클레온은 간신히 이성을 붙들며, 각인을 통해 다른 일행을 부르려고 했다.
각인의 너머로 퍼져나가는 마력의 실이 라일라나 아루루에게 닿기 직전.
"어째서 다른 이를 부르려고 하는 거예요? 클레온 씨."
갑작스럽게 자기 얼굴이 강한 악력으로 붙잡혔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사샤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각인으로 흘러가던 마력이 강제적으로 셧다운된다.
"...!?"
`각인을 제어 당했다…!? 사샤에게!?`
붉게 빛나는 눈은 사백안이 되어 동공이 열린 채, 빛이 깃들지 않은 눈으로 클레온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눈동자에 빨려 들어가 버릴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서서히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의 사샤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어째서. 다른 이를. 부르려고 하는 거냐고요. 클레온. 씨. 제가. 여기에 있는데."
또박, 또박. 한글자 한글자. 클레온의 귀에 새겨넣으려고 하는 듯이 말하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광기와 집착은 살의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사샤, 정신차려... 너는 지금 정상이 아니야."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눈도, 입도 마치 초승달처럼 구부러진다.
"훗♡ 후후♡ 후히히♡ 아하하하하♡ 정상이 아니라고요? 그건 제가 제일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괜찮지 않나요? 우리들의 관계 자체가 정상이 아니니까."
실성한 듯 실없는 웃음을 몇 번 흘리다가 그녀는 이야기한다.
"무슨"
사샤는 클레온의 목에 날카로운 손톱이 자라난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한 명의 수컷을 중심으로, 여러 암컷이 둘러싼 채 이어지는 공동체. 힘이 있는 수컷의 특권, 이라는 것인가요? 게다가 암컷들은 서로 사이가 좋기까지…. 이성도 도덕도 없는 짐승이라면 모를까, 인간의 생활상으로서는 충분히 이질적이죠."
그녀가 하는 말에 클레온은 입을 다물었다.
"멋지지 않나요…? 인간의 껍질을 쓰고 있는 짐승이라고요…. 우리는. 클레온 씨♡"
"사샤... 너..."
"겨우 그 사실을 깨달은 거에요♡ 하지만, 클레온 씨도, 다른 분들도. 쓸모없는 이성이나 도덕에 얽매여서 자기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어♡ 진심으로 기분 좋아지고 싶다면, 그런 것 따위는 버려버리는 게 현명한데♡"
그렇게 말하며 자기 옷을 찢어버리듯이 벗어버리는 그녀의 가슴에는 지배의 각인이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다.
"상쾌한 기분이에요….♡ 마치, 오랫동안 쇠사슬에 묶여있다가 풀려난 느낌..."
흥분으로 인해 올라간 체온, 그로 인해 땀이 송골송골 맺혀서 윤기 있는 피부를 타고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그대로 클레온의 고간의 위를 가랑이로 문지르면서 `헤헤♡`하고 웃음을 흘렸다.
"저, 지금부터 클레온 씨를 엉망진창으로 범해버릴 거예요. 뜨거운 보지로 클레온 씨의 커다란 자지를 전부 집어삼켜서. 저의 자궁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위에서 허리를 흔들 거예요♡. 괜찮죠?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으니까….♡"
"큭...!"
그녀에게 손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이대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문제가 있었다.
그때, 충격으로 인해 땅에 떨어진 갈라테아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들어온다.
[사샤 이 아이... `안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어`]
[무언가...?]
[그래. 그 때문에 `반전`된 거야. 도와주고 싶지만…. 미안. 나도 아직 전부 회복된 게 아니라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형할 수 없어.]
갈라테아의 말에 이를 악무는 클레온, 하지만 안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다면 각인의 주도권을 되찾아서 그녀의 몸을 재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럴려면
`마력을 쏟아 넣어야 하는 건가...! 결국...!`
해야 하는 행위는 한가지였다.
어느샌가, 아랫도리가 서늘해졌다는 것을 느낀 클레온은 사샤가 자기 바지를 벗기고 페니스를 노출 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여 서서히 위로 커지는 물건.
사샤는 그것을 보더니 그야말로 황홀경에 달한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바꾸어 그 끝
귀두에 자기 음부를 가져다 대었다.
"응♡"
부드러운 점막과 그녀의 살이 닿은 순간 사샤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전희 따윈 필요 없겠죠….♡ 지금부터 저희는 짐승이 되는 거니까…. 오직 저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릴게요….♡"
그리고, 무게를 실으며 천천히, 허리를 내리는 듯하다가
순식간에, 다리에 힘을 풀고 그의 물건을 뿌리까지 받아들인다.
"큿...!"
클레온은, 엄청난 압박감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며 땅을 수풀을 쥐었다.
흙이 손톱 사이로 파고드는 것조차 신경 쓸 수 없었다.
"아아아아아♡ 이거♡ 역시 굉장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서, 자궁의 안쪽까지 범해지고 있어♡"
거침없이 안으로 파고든 클레온의 페니스의 모든 곳을 전신으로 느끼면서 다리를 부들부들 떨던 사샤는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길고 긴 스트로크로 질 주름을 긁힐 때마다 비틀거리는 것을 참으며 들어갔던 물건을 얕은 곳까지 다시 빼냈다.
질척한 애액이, 클레온의 페니스를 이미 코팅한 상태였다.
"흐흥♡ 클레온 씨, 어떤가요♡ 임신할 각오가 된 암컷의 질내는♡"
콧소리를 내며 허리를 슬며시 돌리면, 그것으로 귀두가 사샤의 안을 헤집어내는 듯이 움직였다.
"아힛♡ 얕은 곳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공격당하는 것도♡ 기분 좋아♡♡"
오르가즘을 느낄 때마다 조수를 내뿜으며 몸을 휘는 그녀는 얕은 곳을 충분히 즐겼다는 듯이 다시 쿵! 하고 클레온의 위에 주저앉으며 물건을 안까지 받아들였다.
"후웃♡ 후웃♡"
그리고, 짐승처럼 호흡을 내뱉으면서 붉은 눈으로 클레온을 바라본다.
다리의 자세를 바꾸어, 천박한 개 다리의 형태로 몸을 앞으로 굽힌 채.
무릎의 힘만을 이용하여 몸을 들었다, 내려놓기를 하면서 기승위로 클레온의 정자를 착정하려 한다.
"섹스...♡ 클레온 씨랑 이성을 버리고 섹스하고 싶어요♡ 클레온 씨랑 아이 만들고 싶어요♡ 클레온 씨가 저만 볼 수 있게 만들고 싶어요♡"
한번 허리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할 때마다 이성의 필터를 걸치지 않은 동물적인 본능의 말을 반복한다.
그때마다, 클레온과 연결된 부분에서 애액이 흘러 떨어지며, 주변의 수풀을 적시는 것이었다.
"클레온 씨♡ 좋아한다고 말해 주세요♡ 사랑한다고 말해 주세요♡ 저만♡ 저만 사랑해주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 라일라 씨도, 쿠온 씨도♡ 모두 버리고 멀리 가버려요♡"
팡! 팡! 리듬감 좋게 클레온과 그녀의 허리가 부딪혔다.
`반전…. 그런 건가….`
이것은 모두, 사샤의 `진심`의 일부이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클레온을 독점하고 싶다는 생각.
평소에는 그것을 억누르지만, `자제심`을 `본능`으로 반전시킨 그녀는 그것을 모두 해방한 채 클레온에게 매달려 오는 것이다.
요염하게 꿈틀거리는 고기 구멍이 꾹꾹 클레온의 물건을 조여오며 그의 정액을 원하고 있었다.
클레온도 급격하게 고환에서 기둥으로 차올라오는 사정감을 느끼며 몸에 힘이 들어갔다.
"클레온 씨♡ 받을게요♡ 아기씨 받아서 수정할게요♡ 자기보다 몇 살이나 어린 여자아이를 엄마로 바꿔버리는 정액♡ 제 안에 잔뜩 싸주세요♡ 괜찮아요. 제대로 낳아서 기를 테니까♡ 피임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아기 만들어 버려요♡"
그렇게 하면, 자신이 클레온과의 시간을 독점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같은 생각을 하는 사샤는 더욱 탐욕스럽게 허리를 흔들며, 눈동자 속에 깃든 하트를 반짝거렸다.
"사샤... 이제..."
"아핫♡ 나온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사샤의 몸이 마지막으로 커다랗게 움직여, 클레온의 페니스를 뿌리까지 집어삼킨 다음 순간
뷰를르르륵! 뷰르륵! 뷰르르르르릇
두근... 두근... 두근...
"하아... 하아아아♡♡ 후우♡"
뜨거운 정액이 배 속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며 사샤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정액은 그대로 안에서 마력으로 분해되며 그녀의 각인으로 향한다.
`좋아. 각인을 되찾`
클레온도 그 사실에 안도를 느끼지만
다음 순간, 각인에서 퍼져 나온 깊은 어둠이 클레온을 덮치듯이 감쌌다.
"큭…. 뭐야 이건…!"
서서히 시야를 잠식해나가는 어둠.
그리고 그것은, 클레온에게 어떠한 환영을 보여주게 된다.
그것은, 클레온을 유혹하는 `있을 수 있는 일`의 가능성. 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