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7화 〉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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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악몽과도 같은 광경이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면, 클레온의 정신을 원래대로 되돌린 것은 무언가, 무거운 것이 땅으로 쓰러져 떨어지는 소리였다.
주변은 고요하고, 주변에서 느껴지는 마수들의 기척도 사라진 상태이었다.
환영에서 보았던 변해버린 자신의 몸은, 별문제 없이 평소와도 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 건... 꿈인가...?`
그렇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던 경험.
기분 나쁜 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마음이 술렁거리는 것이었다.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땀을 흘린 채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면.
그곳에는, 태어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정신을 잃고 있는 사샤의 모습이 있었다.
어느샌가 몸에서 느껴지던 흑마력의 압도적인 기세는 사라졌었고, 대신 그녀 본래의 기운만이 남아있었다.
클레온은 그녀와 자신의 각인이 제대로 다시 연결된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아 그녀의 안에 말을 걸어본다.
[루벤...]
그러면, 쫑긋하고 그녀의 머리 위에 자라나 있는 짐승 귀가 움찔거리더니 서서히 그녀의 정돈되어있던 호흡이 불규칙적으로 바뀌며 눈을 뜬다.
그 몸을 조종하는 것이 사샤인지, 루벤인지, 아니면 아까 보았던 광기에 차 있던 `사샤`도 `루벤`도 아닌 `무언가`인지.
클레온이 조용히 손을 뻗어 혹시라도 그녀가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각인을 통해 사전에 그것을 예방할 생각이었다.
"주인... 클레온 님..."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끄응...하는 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키는 것은, `루벤`이었다.
"하아... 다행이군."
클레온이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루벤은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세워 주변을 휙, 휙 돌아보고 자신의 몸을 살핀다.
"...어째서 이런 꼴이. 배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설마, 바깥에서 덮쳐진 것인가…?"
루벤이 그렇게 이야기 하면,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말에 어이를 상실하여 어깨를 으쓱였다.
"정확히는 `덮친 쪽`이지만, 너는."
클레온의 대답에 루벤은 잠시 클레온을 바라보다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변의 지면을 살핀다.
"그, 그렇지! 사샤 녀석, 그것을 주우려고 해서 내가 막으려 했는데"
"...그것?"
클레온은 루벤의 말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고, 그녀를 따라 시선을 아래쪽으로 떨어트리면
그곳에는 달빛을 받아 반짝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내뿜는, 검은 장식이 떨어져 있었다.
검은 수정의 펜던트 릴림이 가지고 있던 `봉인구`이다.
"어째서 이게 여기에…."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루벤은 다시 한번 `끄응`소리를 내면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릴림. 그 여자가 수풀에서 볼일을 보고 마차로 돌아갈 때 떨어트린 것이다. 그걸 사샤가 주웠을 때, 펜던트 안에 있는 릴림 불편하니까 `흑릴림`이라고 부르겠다. 여튼, 그 `흑릴림`의 독기에 당해서 펜던트에 의해 몸을 지배당한 것이다."
"펜던트에 그런 힘이...?"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릴림의 악마화된 부분을 봉인하고 있는 봉인구.
말하자면, 신성한 물건임과 동시에 `저주받은 장비`인 것이다.
"아마, 이것을 제대로 만져서 운반할 수 있는 건, 봉인 술식을 사용한 `머큐리` 본인과 펜던트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백릴림`. 그리고"
루벤이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을 바라보면, 클레온은 검지로 자신을 가리킨다.
"나?"
"그래. 원래부터 릴림이 짝으로 인정하는 것은 클레온 님 한 명 뿐이다. 그녀가 타인의 몸을 지배하는 방법은, 클레온님이 새긴 `지배의 각인`에 기생하는 것이니, 지배의 각인을 새기는 장본인인 클레온 님은 `흑릴림`의 지배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루벤의 말에 클레온은 이해를 한 듯하면서도 묘한 술렁거림을 느끼며 땅에 떨어진 펜던트로 손을 뻗었다.
그녀가 말한 대로, 수정에 닿아도 아무런 느낌이 일어나지 않았고, 이윽고 펜던트를 손에 쥐어보았지만,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다.
"검증하고 싶나?"
"아니…. 사양할게. 그럼, 이 물건은 최대한 나와 백릴림 만이 만질 수 있게 주의해야 한다는 거군…. 성가신 물건을 가져온 걸지도…. 일이 끝날 때까지는 머큐리의 옆에 두는 것이 나았을 것 같아."
머큐리도, 자신의 성역 결계 안에 이 물건을 두고 천천히 안에 있는 영혼을 정화해 나갈지 생각했었지만.
클레온과 떨어져 있으면 그 원한으로 서서히 흑마력이 탁하고 강해져만 간다는 것을 듣고는 얌전히 `백릴림`에게 맡긴 것이었다.
"하지만"
"응?"
루벤의 시야에 지배의 각인이 떠오르며 그 펜던트를 바라보면, 루벤은 살짝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클레온 님이, 그 펜던트와 융합한 사샤와 몸을 섞은 것으로. 마력 일부가, 펜던트의 안으로 흡수되었군."
"... 그건 필요한 만큼 이상의 마력을 손에 넣을 경우, 봉인을 풀고 내용물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건가?"
클레온의 말에 루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그 펜던트와 융합하면, 각인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마력을 흘러 넣어야 하지. 좋으나 싫으나, 그 펜던트를 여성이 사용할 때 일시적으로 안에 있는 `악마`의 힘과 융합하여 강력한 힘을 손에 넣겠지만. 그 후에 어떤 일을 일으킬지, 결과적으로는 클레온 님의 마력을 받아야 하니 봉인은 서서히 약해질 거야."
클레온은 루벤의 말에 잠시 펜던트를 내려보며, 아까 전, 자신을 압도했던 사샤의 힘을 떠올렸다.
검은 흑마력을 전신에 두른 채, 야성을 해방하고 날뛰는 그녀의 힘과 속도는 클레온의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힘을 위해서라도 악마와 일시적으로 융합해야 한다는 리스크를 지닌 이 물건을, 다른 이에게 사용하게 할 수는 없었다.
"...모두에게 말해서 이 물건에는 절대로 닿지 않게 하자."
"그게 현명한 판단이다."
클레온의 말에 루벤은 고개를 끄덕인 뒤, 부르르, 몸을 떨었다.
"사, 사샤 녀석. 아무리 가벼운 차림이라지만 옷을 찢어버리다니. 몸이 진정되니까 춥지 않으냐…!"
그렇게 투덜거리는 루벤에게, 클레온은 입고 있던 옷의 상의를 건넨다.
덕분에 클레온의 상체는 알몸이 되지만, 충분히 커다란 그의 상의는 사샤의 무릎의 조금 위까지 달할 만큼 널널했다.
"킁킁..."
"어이, 냄새를 맡는 건 그만둬."
소매가 많이 남아있는 클레온의 상의를 코에 가져다 댄 채, 냄새를 맡는 루벤을 바라보며 클레온이 핀잔을 해주었다.
"후후. 좋지 않으냐. 나에게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냄새이니라. 마치 클레온 님한테 포옹을 받고 있을 때와 비슷한"
"그래그래. 얼른 마차로 돌아가자."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떨어져 있던 갈라테아를 허리춤으로 되돌리고 루벤보다 한발 앞서 발걸음을 움직인다.
루벤도 그런 클레온의 뒤를 허둥지둥 따라붙으면서 숲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001
다음 날 아침, 일어난 일행 모두에게 어젯밤의 펜던트와 관련된 일을 전달하면 라일라는 조금 얼굴을 굳히며 `백릴림`이라고 부르기로 한 지금의 릴림이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말하자면 정말로 저주받은 아티펙트란 거네. 악마를 완전히 쓰러트리지 못해서 봉인한 물건은, 소유자를 서서히 타락시킨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건 그 정도를 넘어서 있는 게 문제인걸."
"그렇다고 해서 클레온과 떨어트려 놓으려고 하면, 저주가 더 강해진다는 거지? 그렇다면 역시 주의해서 보관할 수밖에 없겠는걸…."
쿠온의 말에는 아루루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위험한 물건이라면, 우리가 보관하는 더 안전할 수도 있어. 악마의 힘을 가진 물건이 그 계곡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만약에라도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그걸 노리는 사람이 있을 테니까."
"파괴는…. 힘들까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물어보면, 라일라는 펜던트를 만지지 않고 살피면서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녀에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야. 단순히 물리적으로 파괴하면 안에 있는 봉인이 풀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마법적으로 접근하려 하더라도 그렇게나 강한 저주를 품고 있으면 섣불리 는 어떻게 할 수 없어…. 그야말로, 대주교 이상의 성직자의 힘이 필요할 거야. 그마저도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대주교 이상... `에스카`님 같은 분?"
쿠온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법사나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고위의 성직자일수록 그 분야에서는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특히 성자의 가호 교단의 내부에서는, 유망한 성직자들을 젊은 시절부터 후원하고 교단의 높은 위치까지 끌어올려 주는 것이 전통처럼 되어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주교 이상의 클래스에 있는 성직자들은 기적이라고 불리는 수준의 높은 신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전제 조건이었다.
지금의 쿠온은 그 주교의 바로 밑 정도의 수준의 성직자이긴 하지만, 성녀의 적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잠재력이 높아 `엘레시아`에서 지낼 때는 그녀에게 왕도의 대신전에서 정식적인 교육을 받을 것을 권했을 정도였다.
물론, 당시의 그녀는 모험가로서 엘레시아를 떠날 수 없다는 사정이 있었기에 그것을 모두 거절했었다.
"에스카 톨로지는 역사상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한 신성 마력을 가진 인물이야. 확실히…. 그녀라면 이 펜던트를 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조용히 에스카의 얼굴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우선, 그 건은 보류로 하도록 하자."
"어째서?"
라일라는, 해결법이라고 생각되는 방법이 나왔는데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려는 클레온을 돌아보았다.
"그건"
"...에스카님에게는 여기에서 있던 일을 숨기기 힘들 것 같아서 그런 거야?"
클레온이 말꼬리를 흐리면, 쿠온이 조용히 그에게 질문했다.
쿠온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카는 클레온에게 있어서, 레시아와 같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이며, 클레온 본인도 어머니와 같이 여기는 인물이었다.
릴림에 관한 것을 설명하려 한다면, 계곡의 일이나, 자신에게 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했고.
감정적이게 되어서, 불필요한 말을 꺼내 그녀를 휘말리게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에스카는 레시아와 함께 마검 황제 `카인`과 직접적으로 싸웠던 인물이다.
에스카가 자신의 진상을 알게 되는 것은, 클레온마저도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아무리, 자신과 동료들이 과거와의 단절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들 사이에서 한 이야기에 불과했으니까.
"악마와의 싸움은 공식적으로는 교단과는 관계없는 일이니까…. 사적인 관계를 이용해서 교단 전체를 휘말리게 할 수는 없어. 아멜리아에 대해서도 알려지면 안 되는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이야기한다면야…. 확실히 그렇네. 무언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볼게. 그야말로, 숙소에 있는 `카말라`라던가."
"그 악마가 펜던트에 대해 알면, 절대로 펜던트를 차지하려 할 텐데..."
혹시라도 카말라와 펜던트가 접촉하게 된다면, 그 펜던트에 있는 흑마력을 이용해 몸을 부활시키려 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알고 있어. 직접적으로 펜던트를 보여줄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 말을 끝으로 일행은 모여있던 곳에서 일어나, 다시 출발 준비를 시작한다.
말들은 마수의 공포에서 벗어나 침착하게 돌아와 있었으며, 임시 숙소는 다시 마차의 형태로 변형한다.
그런 와중, 새근새근 자는 릴림과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펜던트를 잠시 바라보던 아멜리아를 클레온이 부른다.
"아멜리아."
"...네."
"걱정하지 마. 펜던트는, 우리가 누구의 손에도 넘어가지 않도록 잘 관리할 테니까."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쓴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클레온을 올려다보았다.
"...클레온을 믿고 있어요…. 걱정되는 부분은, 그게 아니에요."
"...그럼?"
아멜리아는 자기 목에 걸려 있는 날개 형태의 펜던트 세인트 프린세스로 변신하는 힘이 담겨 있는 그것을 꼭 쥔다.
"이전의 싸움 클레온씨가 정신을 잃고 계셨을 때 릴림과의 싸움에서. 저는, 부끄럽게도 그녀에 대해 `살의`를 느꼈어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세인트 프린세스로서 지금까지 악마와 싸워오며, 악마들의 잔혹함과 피해자들의 참상을 보고 분노를 느낀 적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악마들을 정화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것만을 생각했었습니다. 거기에 악마들에 대한 `살의`는 없었어요."
살의. 본인의 의지로 타인을 죽이고 싶다는 욕망.
모험가라면 익숙한 감정이지만, 아직 어린 나이의 아멜리아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것이었다.
"성직자들은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상대방이 어떤 악인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살의를 품지 않도록 수행을 한다고 해요. 살의는 쉽게 마음의 어둠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의 어둠은 신성 마력을 약화하니까요."
혹시라도 본인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려고 한 것은 아닌가. 그 부끄러움과 자신의 타락에 대한 경계가 그녀의 말에서 느껴졌다.
클레온은 그것을 조용히 들은 뒤 아멜리아에게 이야기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저는 릴림이 미워요."
그것은 아멜리아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그녀의 본심이었다.
"왕도에서도 그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술렁였어요. 다른 악마와 달리, 그녀에게는 확실하게 어두운 감정을 품고 있었죠."
본인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아멜리아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의 어둠을 인정하는 것은, 왕도의 수호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아멜리아를 보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한때, 진심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그를 파멸시키겠다고 마음을 먹고 행동한 적이 있어."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말에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이 되어 그를 돌아보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빼앗고, 그에게도 내가 맞본 절망을 선사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지…. 복수를 위해서."
"복수..."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마지막 단어를 반복하여 입에 담았다.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 없는 단어였다.
아멜리아야말로, 릴림과 이슈탈에게 복수하고 싶을 것이었다.
그녀들에 의해 인생을 뒤틀리고, 소중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녀는 `세인트 프린세스`. 성스러운 수호자로서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지금까지 왕도의 밤을 싸워나갔다.
"많은 이들이 `복수`를 `악`이라고 가르치지. 결국 증오의 연쇄를 끊지 못하면 비극이 반복될 뿐이라고. 복수를 하는 것은 상대방과 같은 위치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자기 손을 꽈악 쥐었다.
"복수를 위해 살의를 품는 것이 `악`이라고 한다면. 나는 극악무도한 인간일지도 모르겠군. 복수를 성공시키고, 멀쩡하게 살아남았으니까."
"...클레온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걸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대답하면, 클레온도 미소를 지으면서 아멜리아에게 대답했다.
"...나도 아멜리아가 `악인`으로는 보이지 않아."
"... ..."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다물었다.
"복수를 하라고 강요하거나 하지는 않아. 어디까지나 결정하는 건 아멜리아 자신이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어렵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 어째서죠?"
아멜리아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물어온다.
클레온은 그럼, 상냥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야. 아멜리아도 인간이니까. 증오는 호의의 반증. 배신감은 신뢰의 반증.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단독으로 생겨나지 않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그것을 위협하는 것을 배제하려 한다. 그것 자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해."
"... ..."
"세인트 프린세스도 전설 속에 나오는 완전무결한 수호자가 아닌, 한 명의 인간이라는 거지…. 인간의 수호자로서, 인간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는 건 중요해. 그렇지?"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머큐리에 관한 것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트리스 메기스토스로부터 인간을 이끌어 나아가기 위한 지시를 받고 행동했지만.
그녀 본인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전생 인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건의 방아쇠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의 육체와 감정을 손에 넣은 것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어느 정도 개선해 나가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자신의 욕심에 충실해져도 좋아. 아멜리아. 그편이 인간답다는 거니까."
"...고마워요. 클레온."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까지 주변에,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없던 그녀가 이런 식으로 위로를 받은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오렐리아님에겐 비밀이야. 이상한 걸 가르친다고 혼날 것 같으니까."
"후후. 알겠어요."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는 작게 웃음을 지으며 이동 준비를 마친 마차로 걸어갔다.
조금은 발걸음이 가벼워진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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