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8화 〉 감미(?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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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로 돌아온 다음 날, 클레온은 평소보다도 조금 차려입은 복장으로 터덜터덜 왕도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 라일라에게 부탁... 아니, 명령받아 무언가를 사러 가게 위해서였다.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며 어제저녁에 라일라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잘 들어. 클레온. 원래 트로메이아 가문 같은 귀족 가문의 초대를 받았다면 초대를 받은 몸이라도 무언가 성의를 보이는 선물을 준비하는 건 상식이야."
"그런 건가…? 지금까지는 그러지 않았잖아."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라일라는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힌다.
"지금까지는 오렐리아님의 호의에 어리광을 부렸다는 거지. 뭐... 왕국 최고의 공작 가문인 만큼, 대부분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고…. 그렇다면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맞는데. 그런 것까지는 알지 못하니까."
라일라의 변명과도 같은 대답에, 클레온이 `흐음`하고 탄성 같은 것을 내뱉으면 라일라가 째릿, 하고 클레온을 노려보았다.
"뭐야. 불만 있어?"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서? 뭘 사가면 되는 건데?"
이 이상 그녀의 판단에 대해 군소리한다면 화염구가 날아올 것만 같다고 느낀 라일라에게 클레온이 질문하면, 라일라는 손가락을 튕긴다.
"사전 조사는 완벽해. 믿을만한 정보통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아까 헤어지기 전에 아루루랑 쑥덕거리던 게 그런 이유였나?"
왕도에 도착한 뒤, 마차에서 내려 헤어지기 직전 라일라와 아루루가 머리를 맞댄 채 속삭이고 있던 것을 본 클레온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느냐고 묻는다.
그러자 라일라는 손가락을 뻗어 클레온의 앞으로 가져다 댄다.
"왕도에는 고급 과자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찻집이 있다는 것 같아! 오렐리아님이 거기의 디저트를 선호하신다는 것 같으니까! 가서 사 오도록 해. 낮에 찾아뵙도록 했으니까, 아침 일찍 갔다 와 줘."
그 기세에 클레온은 몸을 움츠려 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라일라가 말한 대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선 것이다.
다만,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인상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의 활동하기 편한 모험가 복장이 아닌 조금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으면 길을 걸어가는데도 주변의 시선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흑마의 일족이라는 것만으로도 주목받기 쉬운데, 그런 그를 시선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것은 그의 모험가라는 신분이었다.
엘레시아의 주민들은 대부분이 모험가이기 때문에, 모험가들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편이었지만.
왕도에서는 아무래도 유명한 모험가들 몇 명을 제외한 모험가들은 그리 인식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모험가들이 자치하며 치안을 유지하는 엘레시아와 다르게, 왕도에는 왕국군, 교단, 그리고 기사단과 같은 치안 유지 조직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혈기 왕성하고 무질서한 모험가들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며, 기피되는 대상이라는 듯했다.
라고, 그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클레온의 지인, 램퍼트가 설명하고 있었다.
여전히 클레온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몸집은 거대하며 걸을 때마다 근육이 불끈거린다.
모피를 취급하지 않는 매끈한 머리의 밑에는 그런 그의 인상과는 다르게 지적인 뿔테 안경이 돋보인다.
나이가 50을 넘은 것을 생각하더라도 그 육체미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클레온은 순수하게 감탄하지만, 조금은 바로 옆에서 걷는 그에게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별로 따라오지 않아도 되는데. 램퍼트."
"무슨 말을 그리 섭섭하게 하냐. 그 가게는 나도 단골이니까, 주인장에게 이야기해서 너도 조금은 깎아줄 수 있을 거라고."
램퍼트는 아침 햇살을 그 반짝이는 두피로 반사하며 밝게 웃었다.
클레온은 그런 램파트의 대답을 들으며 그를 돌아보며 이야기한다.
"당신도 그곳의 디저트를 즐기는 건가?"
거한인 램퍼트가 한 손에 작은 찻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내 입으로 가져가는 장면이 머릿속에 시뮬레이션 된다.
"아니. 안주인이랑 딸내미가 좋아해서…. 오! 그러고 보니 클레온, 우리 딸은 본 적이 없지!?"
"부인분도 뵌 적 없어. 미인이라는 것은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었지만."
램퍼트의 부인은, 어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여성이었다던가.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들을, 젊은 시절의 램퍼트가 박살 낸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하여 10년에 가까운 긴 교제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고 했다.
그것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어른들이 램퍼트를 보고 `복 받은 놈`이라고 말하며 신부 되는 이의 외모를 칭찬하는 것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램퍼트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왕도로 가버렸기 때문에 결국 부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지만.
"당신을 닮지는 않았겠지."
"어이어이. 하하하! 이 녀석 하하하!`
클레온의 농담에, 그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트린다.
가뜩이나 눈을 아슬아슬하게 가리지 않는 길이까지 기른 앞머리가, 그의 손에 마구잡이로 헤쳐지면 주점에서 한 자리를 차지 한 채 온종일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들이나 다를 바가 없이 되어 버렸다.
클레온은 그런 램퍼트의 손을 어떻게든 치워버리면서 한숨을 내쉬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옛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마음이 어딘가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에 있던 일은 여러모로 클레온의 정신을 조여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과거의 사형과의 최악의 재회,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것 등등….
램퍼트가 있기에, 과거와의 인연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새삼스럽게 깨닫는 것이었다.
그렇게 클레온치고는 드물게, 바깥에서도 즐거운 감정을 내비치며 길거리를 걷다 보면.
과연, 왕도의 광장의 근처에는 라일라가 말한 대로의 간판이 걸려있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이곳인가."
"이 시간이면 아직 손님도 적을 테니,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군. 들어가자고."
램퍼트가 앞장서 가게의 안으로 들어가면 안쪽은 여성 손님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고급지고 차분한 실내장식과 함께, 소녀들이 좋아할 만한 귀여운 장식이 곳곳에 걸려있었다.
카운터의 옆에 있는 유리로 된 장식장 안에는, 각양각색의 디저트들이 하나둘 전시된 것이 보인다.
"...보기만 해도 혀에서 단맛이 나는 것 같은걸…."
"하하. 뭐 그렇지. 잘도 이런 걸 밥 먹은 뒤에 후식으로 먹는다고 생각하곤 해."
클레온의 말에는 램퍼트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카운터로 다가간다.
그럼, 그런 눈에 띄는 램퍼트의 등장에 주인장도 그를 바로 알아보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맞이하는 것이다.
"오오! 램퍼트씨! 요전에는 고마웠어, 덕분에 재료가 제대로 도착했다고."
"뭘. 의뢰서에 작성된 대로 했을 뿐이야. 자네 디저트를 못 먹으면 우리 집 여자들 기분이 나빠지니까."
아무래도 램파트는 이전에 카페의 주인을 도와준 적이 있는 듯, 그것에 대해 언급되자, 겸손을 보이면서도 농담으로 상대방을 세워준다.
이것이 처세술인가, 하고 클레온은 내심 감탄을 느끼면서 자신에게 향한 카페 주인의 시선을 느끼는 것이다.
"그쪽은"
"클레온. 램퍼트와 같은 모험가다."
클레온의 자기소개에 점주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램퍼트는 팡! 하고 클레온의 등을 치면서 이야기했다.
"내 후배 같은 녀석이지. 이 녀석에게도 서비스 좀 부탁한다고."
"하하! 그런 거라면 물론이죠. 자, 어떤 물건을 찾으십니까? 가족 서비스부터 연인에 대한 선물까지, 저희 상품은 모두 여성분들께 인기가 많답니다."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을 전시장의 앞으로 안내하는 점주.
하지만, 애초에 이런 가게는 물론이고 디저트 자체를 잘 즐기지 않는 클레온에게는 뭐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조용히 장식장을 바라보며 시선을 굴리고 있으면 옆에서 그를 돕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이 녀석은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는 녀석이야. 자네가 좀 설명해주지, 그래."
그런 클레온을 보다 못한 램퍼트가 구원의 손길을 뻗으면 카페의 점장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어떤 분께 선물하실 건지 이야기해 주시면,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맞는 상품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귀족 여성에게 선물할 용이다. 초대받아서…."
클레온의 설명을 들은 남자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장식장의 가장 높은 곳에 들어 있는 조각 케이크를 가리켰다.
보기에도 크림이 잔뜩 들어가 있고, 과일이 얹혀 있어서 여러모로 비싸 보이는 상품이다.
"이 케이크는 제 가게의 대표 상품입니다. 하루에 개수 생산으로 만들고 있어서, 오늘은 이게 마지막 조각입니다만. 영광스럽게도 귀족의 분들도 자주 이 케이크를 찾으러 가게에 와주신답니다."
그의 말대로인지, 가격은 조금 높은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손을 대지 못할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클레온도 그의 말을 믿고 고개를 끄덕이려 한 순간 가게의 문에 걸려있는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례한다. 점장. 평소에 주문하는 케이크를"
뒤쪽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안에 있던 3명의 남자의 시선이 돌아서면.
그곳에는 분홍색의 머리를 길게 기른 여성이 서 있었다.
나이대는 클레온과 비슷하거나 조금 밑일까, 눈빛은 날카롭고 허리를 곧게 피고 선 모습은 아가씨라기보다는 `무인(?人)`에 가까웠다.
그 늠름함에서 느껴지는 기색이 그녀가 평범한 왕도의 주민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클레온과 그녀의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윽`하고, 침음성을 내뱉었다.
"너는"
"... ..."
클레온의 말에 여성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클레온을 바라보고, 클레온은 우선 고개를 돌려 점장에게 방금의 케이크를 포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아앗...!"
그리고, 또다시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번에는 당황이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
클레온이 다시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눈앞에서 노리던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는 것에 충격을 받은 그녀가 장식장에서 꺼내지는 케이크를 눈으로 좇다가 클레온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너도 저걸 사러 온 건가?"
"...그래."
인제야 클레온의 말에 대답하는 그녀의 볼멘소리를 내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점장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여성은 그런 클레온을 보고서는, 슬쩍 기대하는 눈치가 되어 클레온의 말을 기다린다.
"점장."
그렇게 입을 연 클레온이 이어서 이야기한 것은
"케이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른 디저트도 함께 포장을 부탁한다. 그쪽은 점장의 선택에게 맡길 테니."
"자, 잠깐!"
클레온의 말에 여성이 참지 못한 듯 목소리를 높이면 클레온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것이었다.
"방금은 완전히 양보할 흐름이었잖느냐!"
"어째서 양보할 필요가 있는 거지. 미안하지만, 나도 선물용이라서."
"크, 윽..."
그녀의 헛된 기대를 클레온은 그렇게 일축해 버린다.
램파트는 그런 클레온의 대응을 보며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저었다.
분한 듯이 얼굴을 붉히는 여성을 바라보던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아`하고 무언가 떠올리듯 이야기한다.
"너, 에스카씨의 곁에 있던 방패를 들고 있던 성전사인가."
"... ..."
클레온의 지적에 그녀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조금 전의 감정적인 모습을 얼굴에서 싸악 지워버리며, 냉정한 얼굴로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노려보지 말라고... 에스카씨에게는 아무런 짓도 할 생각도 없어. 그녀는 내 은인이니까. 너, 이름이"
"...`베라스톨`이다."
클레온이 좀처럼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자, 그녀는 클레온의 의문에 대답해주듯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래. 베라스톨. 미안하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상관없다. 어차피 서로 이름을 부를만한 관계가 아니니까. `흑마의 일족.`"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전, 대신전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때는 전신 갑주에 투구까지 쓰고 있어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 투구의 틈새 사이로 느껴지는 어딘가 살의 섞인 시선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에스카를 만났다는 점과 그녀와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거기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익숙한 것이다.
그녀가 보내는 시선도, 모멸적인 언행도.
그렇게 생각하고 받은 감정을 받아치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거나 꿀꺽 집어삼켜 속에서 중화시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20년의 삶에서 클레온이 배워 습득하고 있는 일종의 처세술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에서, 일방적이면서도 껄끄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자 램퍼트는 클레온을 잠시 바라본다.
하지만, 그 관계에 대해서는 클레온 본인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끼어들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따가운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클레온이 기다리고 있던 물건이 준비되어 점장의 손에서 클레온에게 건네졌다.
계산을 마치고 몸을 돌린 클레온은 다시 한번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지만, 이내 클레온의 쪽에서 먼저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램파트. 당신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건가?"
"음? 아아. 그렇지. 주인장. 나도 평소에 주문하는 것으로."
램파트도 늘 주문하는 것이 있었는지, 점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움직이려다가 문득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이 램파트에게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니 램파트씨. 전에 말했던 그거, 오늘 오후에 들어올 예정이야."
"응? 아 오오! 그건가! 크윽~ 이럴 줄 알았으면 오후에 오는 건데...!"
"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램파트씨의 몫은 따로 준비해 놓을 테니까."
무언가 모의 작당을 하는 듯한 두 사람을 잠시 바라보던 클레온의 시선에, 램파트는 퍼뜩 고개를 돌리더니 `크흠`기침한다.
"아니. 이건 말이지…."
"걱정 마. 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까. 그럼, 당신은 여기서 오후까지 기다리는 건가?"
"아니…. 일단은 근무시간이니 모험가 길드로 돌아가야겠지. 오후에 다시 오려고."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럼. 나는 먼저 가볼게. 약속에는 늦지 않아야 하니까."
"그래. 나중에 또 보자고."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누고 걸어가는 클레온은, 베라스톨의 옆을 걸어갈 때 다시 한번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여전히 클레온에 대한 불신감과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클레온 역시, 그런 그녀의 반응에 일일이 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001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뒤의, 트로메이아 저택.
라일라, 쿠온과 함께 트로메이아 저택을 찾은 클레온은, 눈앞에서 케이크를 바라보며 미세하게 평소보다도 밝은 미소를 짓는 듯한 오렐리아의 표정을 바라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점장의 선택은 정확한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오렐리아 뿐이 아닌, 그녀의 옆에 귀족 아가씨다운 차림으로 앉아있는 아루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클레온과 검술 외에 눈을 빛내는 것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클레온. 이거, 광장에 있는 카페에서 사 온 거야?"
아루루가 그렇게 질문하면, 오렐리아는 그런 자기 딸을 슬쩍 바라보더니 헛기침한다.
"...아루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세요…. 일부러 이런 선물까지 준비해서 찾아올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감사합니다, 세 사람 모두."
내심 기뻐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설득력은 떨어졌지만.
"가브리엘 님이 주신 통신용 마도구를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아스타로테의 간부 악마 릴림과 싸워서 승리하고, 그녀를 포획한 것은 상당한 전과입니다. 분명, 앞으로의 싸움의 주도권을 크게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겠지요."
릴림은 현재, 사샤와 함께 숙소에서 지내는 중이다.
아무래도 일행 중에서 나이대가 가장 가까운 사샤를 특히나 마음에 들어 하는 듯했다.
"저희가 없는 동안, 왕도에서는 습격 사건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온 본래의 목적.
수도원을 습격한 아스타로테와 그 휘하의 세뇌 병사들.
유스테스와 메이드들의 활약으로 그들을 물리쳐서 되돌려 보낼 수 있었지만,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새롭게 보호된 세뇌 병사들은 다른 피해자들과 비교하더라도 그 증세가 이질적이어서.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인간처럼, 숨을 쉬고는 있지만 그것밖에 할 수 없는 환자의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페르디아를 비롯해 수도원에서는 거의 매일 같이 전쟁처럼 간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듯했다.
"수도원에도 한 번 찾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클레온은 그렇게 이야기한다. 일이 조금 밀려있었지만, 페르디아와 아난시, 그리고 수도원의 수녀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달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며 이후에 아스타로테에 대해 어떻게 대항해 나갈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문을 두들기는 노크 소리와 함께.
"시, 실례합니다.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라는, 어딘가 어색한 목소리의 문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는 메이드복을 입은 채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찻잔과 티포트가 얹힌 쟁반을 들고 있는
유스테스…. 아니, 그 모습으로 유스테스라고 부르는 것은 더는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
유스티나의 모습이 있는 것이었다.
머리카락이 며칠 전 보다도 더 길어져 있었고, 몸에 걸친 메이드복은 트로메이아의 다른 메이드들이 입는 것과 비슷한 물건이다.
이전에 입고 있던 토끼를 따온 듯한 복장보다도, 그녀에게는 에이프런과 프릴 레이스가 더 어울린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유스테스가 어째서 이곳에..."
클레온도 잠시 당황하였다가 오렐리아를 돌아보며 물으면.
오렐리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클레온에게 대답했다.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많은 전력이 필요하니까요. 여성이 되었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배틀 메이드`로서 고용했답니다. 평소에는 통상업무를 지시하지는 않습니다만…. 여러분들과는 아는 사이니까요. 조금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어머니도 장난을 좋아하신다니까…."
아루루도 그런 오렐리아의 언행에 한숨을 내쉰다.
유스테스는 어떻게든 천천히 다가와 쟁반을 일행이 둘러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휴우..."
"쟁반 하나를 가지고 오는데 왜 그렇게 긴장한 거야?"
라일라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으면 유스테스는 `윽...`하고 소리를 내더니 이야기한다.
"루베라가... 쟁반은 반드시 수평을 유지해서 들고 가야 한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실례라고…."
"그런 예의범절 없지만요…."
오렐리아의 말에 유스테스는 눈을 크게 뜨더니 두세 번 깜박이는 것이었다.
"루베라가 선배로서 유스테스를 잘 가르치고 있는 것 같군요."
클레온이 오렐리아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면 오렐리아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으 으으... 루베라...!"
유스테스도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것인지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 자리에 없는 사람에게 성을 내봤자 자신이 피곤해질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푸욱 숙이며 인사를 한 뒤 방을 나서려고 했다.
"유스테스."
그때, 그녀를 불러세우는 클레온의 목소리.
유스테스는 그대로 멈춰서 슬쩍 그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수도원에서의 일. 들었어. 고마워, 모두를 지켜줘서."
침울해 있던 유스테스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눈을 두세 번 깜빡이더니
이내 얼굴이 환해져서는 대답한다.
"아아! 물론이야! 악마로부터 모두를 지키는 게 내 일이니까! 맡겨만 두어라! 클레온!"
그렇게 대답하고는 금세 싱글벙글해져서 방에서 나가는 것이었다.
"...그런 부분이야. 클레온."
그리고 쿠온에게서 들려오는 목소리.
`응. 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루루나, 한숨을 내쉬는 라일라.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인 오렐리아.
"...뭘?"
클레온만이 그 뜻을 모르는 듯했다.
002
그 뒤, 오렐리아와 이어진 이야기는, 왕도의 엘레멘탈 크로스와 이어진 마지막 불의 영맥이 흐르는 장소.
약속의 산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예로부터 불도마뱀들의 영역이었으며 과거 왕국을 위협했던 불칸의 후예들이 거주하던 장소이다.
당연하지만 출입 위험 구역으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왕국의 허가가 없는 인간이 들어가는 것은 강하게 금지되어 있고.
특별한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행이 오렐리아에게 이야기하면, 그녀 쪽에서 그 부분을 해결하여 연락을 주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를 마친 뒤 저택을 나섰다.
"그럼. 나는 수도원에 들렀다 올게."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쿠온과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디아에게 안부 전해 줘. 언제 한 번 숙소에도 와달라고 하고. 아, 뭣하면 오늘 같이 오려나?"
라일라의 말의 뜻을 이해한 클레온은 한숨을 내쉰 뒤 두 사람을 먼저 숙소로 돌려보냈다.
둘이서 있을 사샤와 릴림을 걱정한 것이겠지.
"그럼..."
클레온도 그렇게 말하며 귀족들이 사는 구역을 빠져나와 수도원으로 향하려던 순간.
"비켜!!"
라는 목소리와 함께 자신을 밀치고 뛰어가는 남자를 바라본다.
손에 무언가, 짐 같은 것을 들고 급하게 뛰어가는 것이 무언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응!? 오, 클레온!"
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램파트의 모습이 보였다.
"램파트...? 무슨 일이야?"
"아아 젠장. 도둑이야! 아까 우리가 들렸던 카페에 들어올 예정이었던 물건을, 방금 녀석이 가지고 도망쳤다고!"
""뭐라고?""
클레온은 자신의 목소리에 겹치듯, 다른 목소리가 끼어드는 것을 듣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방금까지 없던 분홍 머리의 여성 베라스톨이 얼굴을 굳힌 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 베라스톨, 너 방금 어디서"
"그보다, 방금 그 말은 사실인가? 대머리."
"대머... 크흠. 그래, 아마 도둑 길드의 녀석인 것 같은데…."
램파트는 혀를 차면서 남자가 뛰어 들어간 뒷골목을 바라본다.
이 안은 미로와도 같이 얽혀 있어서, 잘못 들어가면 조금 골치 아파질 수 있는 영역이었다.
거기에, 램파트는 도둑 길드와 적대적인 모험가 길드의 간부라는 위치.
그 영역에 잘못 발을 들였다가 그것을 원인으로 길드끼리의 분쟁으로 번진다면 더욱 머리를 싸매야 할 안건이 될 가능성이 컸다.
모험가 길드의 인원들이 여체화의 피해자가 되어 전력이 깎여나간 지금, 도둑 길드가 기승을 부리고 모험가 길드를 무시하는 행동을 벌이는 듯했다.
"...어쩔 수 없지. 도울게, 램파트. 당신은 점장에게 내가 갔다고 전해 줘."
"정말이냐? 그래 준다면 고맙지만…. 면목 없구먼. 나중에 한턱내마."
"뭘 꾸물대는 거냐. 흑마의 일족. 간다면 서둘러라."
램파트의 말을 가로막듯이, 어느샌가 뒷골목의 입구 앞에 선 베라스톨.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잠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제멋대로구먼. 저 아가씨."
램파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도 베라스톨의 옆에 선다.
"너 말이야…. 어째서 돕는 거지?"
"도와? 틀려. 나도 저 내용물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아아. 그러냐."
성전사씩이나 되는 인물이…? 분명 거짓말이겠지. 조금 전, 갑자기 나타난 것에서 그 답이 보였다.
분명히 이 여자는,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슬쩍 바라보고 손을 털며 몸을 풀었다.
"가자. 남의 것을 훔치면 잡혀간다는 사실을 녀석들에게 알려주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