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1화 〉 육아 준비?
* * *
000
클레온이 페르디아와 함께 수도원을 나왔을 때는, 수도원으로 들어갔을 때보다도 해가 수평선의 밑으로 더욱 깊게 잠긴 때였다.
하늘은 끝없이 남색으로 바뀌어만 가고, 눈을 조금이라도 올리면 주황색의 노을이 시야에서 사라져간다.
그런, 어둠과 빛이 경계진 애매한 시간.
황혼은 사람들의 발을 빠르게 하며, 완전히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안전한 집으로 돌아가라고,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뒤를 쫓으며 사람들의 발을 재촉한다.
"~♪"
조금은 어수선할지도 모르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면 페르디아는 클레온보다 한 발자국 앞을 천천히 걸어가며 콧노래를 부른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과 그곳에서 들리는 소리를 반주 삼아.
건물의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노을을 조명 삼아.
그녀에게 있어서, 아직은 낯선 왕도라는 무대의 위를 고양이와 같이 사뿐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그녀는.
이전에 아카데미에서 만났을 때 보다, 한층 더 어른스러워져 있었다.
소녀의 성장은 빠르다.
운명의 흐름에 휘말려, 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그녀에게는 그 성장이 더욱 빠르게 찾아오고, 그녀를 더욱 멋진 여성으로 바꾸어가겠지.
그런 그녀의 하늘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클레온은 노을의 역광을 받아 눈이 부신 듯 손을 들어 그늘을 만든다.
그 너머로 보이는 페르디아는, 눈을 깜빡일 때마다 때로는 어른의 모습으로 착각될 정도로 가련하면서도 아름다웠다.
"후훗... 클레온님♪"
기분 좋은 듯한 간드러진 목소리로, 살짝 몸을 돌리며 클레온을 돌아보는 페르디아의 부름.
클레온은 문뜩, 반짝이던 빛이 사그라지는 것을 느끼며 손을 내려 주머니에 넣고 그녀를 직시한다.
그것을 대답의 대신으로 생각한 것인지 페르디아는 클레온을 향하여 말한다.
"오늘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을 한가득 담아,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는 그만큼의 진심이 필요한 것인지, 한 단어, 한 단어, 문장의 구절을 끊어서 또박또박 말해오는 그녀.
시간을 내주었다. 라고 하더라도, 간단히 왕도의 안내를 부탁받아 그것에 응한 것이다.
며칠 동안 그녀도 수도원은 물론이고, 트로메이아 가문의 부탁을 받아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무리를 해왔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만한 틈이 없었다.
조금은 얌전히 쉬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클레온이었지만, 페르디아가 말하길.
"클레온님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페르디아는 건강해집니다…."
라고, 마치 사람을 인간 체력 포션과도 같이 말하며 클레온의 두꺼운 손을, 그녀의 작은 양손으로 꼭 붙잡는 것이었다.
그 감촉이, 이작도 손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것을 떠올리며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엘레시아에서 왕도까지 오도록 부탁했는데, 내가 자리를 배운 동안 무리하게 해버렸으니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아뇨...후후♪ 클레온님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한마디를 할 때마다 즐거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그 감정을 숨기지 않고 사랑하는 이에게 전달한다.
그런 그녀의 호의에, 혹시라도 자신은 조금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페르디아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발걸음을 옮긴다.
001
그렇게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왕도 내에 위치한 커다란 상회의 상점.
귀족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는 상인이 운영하는 가게답게, 해가 지면 마력 등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돈이 나가기 때문에 일찍 폐업하는 것이 당연한 소형 상점과는 다르게.
저녁이 되더라도 환하고 밝은 조명, 세련된 음악, 그리고 깔끔하면서도 정돈된 내부의 인테리어가 특징적인 가게였다.
덕분에 평민들은 자주 찾는 것을 조금 꺼리지만,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더할나위 없는 재산의 사용처이다.
취급하는 물건들도 그런 귀족들을 위한 물건이 많은 것인지 같은 종류의 물건을 소상인의 잡화점에서 구할 때와 비교했을 때도, 가격표의 가장 뒷자리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들어갈 때 드레스코드의 체크를 하는 것도 특징인지, 과도하게 자유분방한 복장은 입구에서부터 입장을 거부당한다.
페르디아는 루티에게서 선물 받았던 남색의 고딕 드레스를, 클레온은 트로메이아 가문을 방문하기 위해 입고 있던 조금은 세련된 복장을 하고 있었던 덕택에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건물의 내부의 인물들은 절반이 점원일 정도로 커다란 상점의 통로를 천천히, 나긋나긋한 발걸음으로 걸어 다니며 주변을 둘러본다.
잡화, 가구, 장난감, 식료품, 마도구…. 등등.
구역으로 다루는 물건의 종류가 분류된 상점을 즐기며 걸어가다가 페르디아가 문득 멈춰 선 곳은
그런 상점 내에서도 조금 크기가 작은, 의료 용품과 관련된 구역이었다.
고급 가구나, 와인이 진열되어있던 구역과 비교하면, 그 광경은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수염이 지긋한 노인 점원만이 카운터에 앉아서 조금 일찍 가게를 닫기 위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손님의 발걸음은 거의 없는지, 진열된 물건들은 대부분 연식이 되어 보인다.
역시 이 대륙 아니, 세계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은 `의술`이 아닌 신성 마법에 의한 `치료술`이라는 것이 상식에 가까운 것이다.
성자의 가호 교단이 대두하기 전, 세계에 존재하는 성직자들은 대부분이 신의 대리자로서 마을에서도 한두 명이 있는 정도였고.
그들은 신의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섭리에 어긋난다고 이야기하며,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치료술을 사용하는 것을 꺼릴 정도였다.
그 때문에, 치료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신께 대량의 공물을 바칠 수 있는 부유한 집안의 자제이거나, 신에게 선택받은 운 좋은 사람들 뿐.
인간의 의술은,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필요로 되었고, 또 발전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교단은 인간이 믿어야 하는 것은 `신`이 아닌, 인간을 수호하는 의지 그 자체임을 내걸며.
성직자들에게 신이 아닌, 인간을 위해서 신성 마력의 힘을 사용할 것을 부르짖었다.
그 결과가, 성직자들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마을에 신전이 새워지면서 성직자들의 손길이 모든 인간에게도 닿게 되는 것이었다.
상처를 입더라도, 병을 얻더라도.
신전에 가면 아프게 상처를 꿰매거나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쓰거나 부작용이 있는 약을 먹지 않더라도 편하게 몸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전장에서도,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의사`라는 직종은 `성직자`가 있다면 반드시 버려지는 직업이 된 것이다.
의사들은 전투 중에는 응급처치밖에 할 수 없었지만, 성직자라면 주문을 외우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많은 의사가 본업을 버리고, 쌓아 올린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갔다.
그것이, 현재는 포션등의 마법약을 만들고 있는 `연금술사`들의 시작이라고도 이야기된다.
신성 마법의 보급이, 딱히 나쁜 것이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실제로, 결과만 보자면, 신성 마법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전쟁이나 재해 등에 잃는 목숨을 제외한다면….
보급의 전후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페르디아가 원래 몸을 담고 있던 암살자 집단 `장막의 이빨`이 겉으로 위장한 직업이 `의원`이었던 것도 사람들의 관심이 덜하면서도 시체를 처리하거나, 자연스럽게 인체에 닿으며 그 구조를 공부할 수 있던 것이 이유였다.
그런 페르디아는 지금, 암살 업은 거의 하지 않고, 그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모으는 것을 주로 삼으며 오히려 의원으로서의 일에 힘을 넣고 있었다.
그녀가 이 작은 의료기기 판매점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것은 30초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무언가를 느끼는 것인지, 어딘가 그리운 감정을 띤 채 클레온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클레온 님. 가시죠."
"아니. 괜찮아. 사고 싶은 게 있다면 사도 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지만 페르디아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아닙니다. 이곳에 있는 기구들은 대부분 엘레시아의 의원에도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가."
클레온의 말에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느릿한 발걸음으로 클레온에게 다가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잠시 볼을 문지른 뒤 조용히 입을 열어 이야기한다.
"...저의 어머니는 의사였다고 합니다."
"... ..."
페르디아는 클레온의 무언을 이야기의 계속을 듣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버지는 엘레시아에서 활동했던 모험가. 대륙 서쪽의 사막의 땅에서, 어머니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엘레시아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사막의 땅은 아직도 성직자들이 귀하여 의술이 그렇게까지 쇠퇴하지 않았고. 어머니도 그런 의사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이야기하는 사막은 애초에 살아가는 사람의 수가 적었고, 혹독한 환경하에 교단의 진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에 당연하다면 당연하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저를 어머니에게 임신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뢰 중에 사망. 홀로 남은 어머니를 도운 것은 친아버지의 친구였던 선대의 사도."
"...네 스승이군."
클레온은 자신이 패퇴시키고 돌아가게 한 남자를 떠올렸다.
그 뒤, 그는 조직의 규율에 따라 임무를 실패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완수했다.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볼이 클레온의 팔을 문지르며, 그녀의 손에 약간의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선대는 어머니와 함께 의원을 경영했지만, 제가 태어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선대에게 원한이 있던 다른 조직의 인간에 의해 습격받아..."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심호흡.
"어머니는,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클레온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손이 떨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선대는 복수를 훌륭히 마쳤습니다. 모든 것은 자신의 어리숙함이 만들어낸 비극이라 생각한 것인지. 어머니를 죽인 인간을 철저하게 고립시켜 추가로 무덤을 파지 않아도 되도록 만든 뒤. 그를 그림자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는 페르디아의 눈동자는 여전히 잿빛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클레온을 바라볼 때 그 홍채에 빛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 뒤는 클레온 님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제 복수는 이미 스승께서 하셨으니, 스승의 복수는 제가 마쳤어야 했죠. 그리고 그걸 도와주신 것은 다름아닌 클레온 님이십니다."
"... ..."
베아트릭스의 언니 아카데미 집행과의 마안술사.
그녀를 잡기 위해 일생일대의 각본을 꾸민 클레온과, 그것을 도운 페르디아.
그 각본은 훌륭히 성공하여 페르디아의 원한을 푸는 엔딩을 맞이한 것이었다.
"...하지만. 저는 언제나, 선대가 하는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이 세상에 `암살자`라는 직업은 더 이상 늘어나선 안 된다고.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그것은, 그가 가진 죄책감의 표현이었을까.
"사람이 사람을 원망하고,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타인의 손을 더럽히는 일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아니면, 원한에 의해 맡겨진 이를 잃게 된 후회였을까.
그럼에도 그는 페르디아와 몇몇 아이들을 자신의 후계자로 키웠다.
그가 알고 있는 방법이 그것뿐이었던 것일까.
"모순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살집단의 원래 목적은 죽음으로밖에 그 죄를 씻어낼 수 없는 죄인에 대한 살인을 청부받는 것. ...악을 멸하는 차악의 집행자로서 저희를 암살자로서 키우는 것을 용서해달라고…. 선대는 말했습니다."
클레온의 경우는 누명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장막의 이빨은 법으로 심판하기 힘들거나, 도주에 전념하여 잡기 힘들어진 악인에 대한 의뢰만을 받는다.
암살자의 존속을 원하지 않지만, 아직 암살자의 존재가 필요한 세상이라는 것을 그는 이야기했다.
그런 모순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말속에, 그의 진심이 제대로 이어졌을까.
적어도 페르디아만큼은 그 뜻을 이해한 듯했다.
"그리고 사실 어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는 것 같아요."
"...어머니는 암살자가 아니셨잖아?"
클레온의 진지한 질문에 페르디아는 작게 웃음을 지은 뒤 고개를 젓는다.
"의사에요. 어머니는 의사도,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직업이라고 했어요."
그 말에 클레온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 되었다.
암살자들은 물론 목적이 옳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의사는 그렇지 않다. 성직자들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존재이며.
어느 쪽이라고 한다면, 암살자와는 정반대의, 세상에서 없어져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이들이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이야기에요. 어머니의 말의 뜻은 정확하게는 `의사`가 필요 없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세상에서 모든 상처도, 아픔도…. 질병도 없는 세상.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자라날 수 있고, 몸이 약하다는 것만으로 차별받는 일이 없는 그런 세계가."
그것은 이상향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실현된다면 분명 멋진 세계이겠지.
장막의 이빨의 암살자들은 악인을 벌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악인이 없다면 그들은 필요 없는 존재가 된다.
의사는 타인의 아픈 곳을 고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아픈 사람이 없다면 의사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이상이 이루어진다면. 저는, 암살자일 필요도, 의사일 필요도 없는 사람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그 때, 저는 제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어느 쪽도 필요한 존재. 그러니까 너는"
"후후. 그런 거랍니다."
페르디아는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해 보이며 클레온에게서 떨어졌다.
"하지만. 저는 클레온 님의 도움이 된다면, 그 이상의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어요."
"사람의 관계는 꼭 `도움`이 전제될 필요는 없어. 페르디아는 이미 충분히 도와주고 있고..."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페르디아는 흐느적거리는 몸짓으로 클레온을 돌아보더니 짐짓 장난기 많은 표정을 보인다.
"그렇게 칭찬해주시면, 저, 잘난 체 하는 아이가 되어버릴지도 몰라요."
"아아. 그 정도가 딱 좋을지도 몰라."
두 사람은 그렇게 웃으면서 다시, 늦은 밤의 데이트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 ..."
그리고 그 광경을 힐끗 바라보고 있던 의료기기 가게의 노인은 자기 가게 앞에서 염장질하던 두 사람을 보내면서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002
페르디아는 그 뒤로도 조금씩 걸어가면서 클레온과 수다를 떨거나,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물건을 살피면서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반복한다.
시간은 점점 늦어져서 바깥의 창문에는 별하늘이 반짝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페르디아. 슬슬"
돌아가자. 라고 말하려는 순간, 페르디아가 멈춰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이번에 발을 멈춘 것은
[육아용품 코너]
"... ..."
클레온은 미묘한 기분이 들어 거리가 벌어져 버린 페르디아에게 다가갔다.
"페르디아...? 이런 용품이 필요할 정도로 어린아이가 있었던가? 장막의 이빨에…."
혹시라도 그런 건가 해서 클레온이 물어보면 페르디아는 클레온을 돌아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네요."
"...뭘...?"
페르디아는 조용히 손뼉을 치면서 클레온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는 것이었다.
"축하드립니다. 클레온 님. 벌써 몇 명의 아이의 예비 아버지가 되신걸요."
"... ...!"
클레온도 페르디아의 그 말을 듣자 어째서인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제가 알기로는 아카데미에서 두 명…. 그리고, 루티님과 레티오스님 두 마... 두 분…. 그리고, 드디어 `라일라`님과 `이오나`님 인가요?"
"...어째서 알고 있는 거야...!"
라일라의 임신 사실에 관해서라면 이미 이오나도 알고 있었기에 그렇다고 했지만, 이오나의 임신 사실에 관해서는 아직 그녀밖에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클레온의 그런 생각을 깨부수듯, 그녀는 이야기한다.
"이오나님의 몸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해보았을 때, 임신하셨단 걸 알았어요. 조금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라일라`님보다는 늦었다고요."
"이, 이오나..."
추궁당해서인지, 아니면 자발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생활 중의 사생활을
"하지만 저는 안심했습니다. 라일라님이 임신하셨다는 사실에 말입니다."
"...무슨 소리야?"
클레온은 그녀의 엉뚱한 말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고,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클레온님은, 제대로 저 같은 빈약한 몸을 가진 부류의 사람에게도 어머니가 될 것을 허락해주시는 분이셨군요."
그 말은... 만약 라일라가 들었다면 사방에서 화염이 솟구쳤을지도 모른다.
물론 페르디아는 현명한 아이니까 클레온이 걱정하는 일을 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클레온에게도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그녀와 함께 여관의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