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화 〉 왕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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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간섭 개체 박멸 프로토콜 생명체. 원초 세계의 기록상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으며, 개체명을 `틴달로스의 사냥개`라고 지칭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몸에 토가를 걸친 금발의 남성은 왕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름은 `모제스`라고 했던가. 이 땅에는 흔치 않은 흰색의 피부를 가진 이방인 출신의 학자인 그는, 지금 연구 시설의 총책임자를 맡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옥좌 자신이 무덤 안에 만들어진 제단의 새로운 옥좌 위에 피곤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태양왕은 그의 보고를 듣고서 손을 휘저었다.
아름다운 갈색의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이 길게 내려오는 그녀의 이마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서클렛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에 박혀 있는 보석은, 이 땅에서 유일하게 마력을 품고 있는 고대의 유물.
태양의 보석이라 불리는 왕의 권위를 증명하는 물건이었다.
"이름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 벌써 녀석들에게 국토의 절반이 집어삼켜졌고 너무나도 많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런 권위마저도 땅에 떨어진 지 오래.
다스릴 백성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왕과 그 가신들이 해낸 것이라고는 그들이 열에 약하다는 것과 그들의 아무래도 좋은 명칭을 발견해 낸 것.
그리고 과거 아니, 멸망해버린 이전 인류의 세계에서도 그들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인류는 너무나도 손쉽게 시간 간섭 기술을 포기했다.
한 명의 천재 학자가 다른 인류를 설득해 기술의 개발을 멈췄다는 것이었다.
시간 기술을 연구하던 이들이 모두 사라지지 않는 한,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연구자 사라지더라도 이미 나타난 괴물들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저, 새롭게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
아직은, 아직은 그 연구자들의 머리가 필요했다.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운 학자들이지만, 그들의 지식이 없다면 틴달로스라 불리는 이형의 괴물들을 막을 수단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묘지에 설치된 최종 병기인 `태양 첨탑`도 그들이 만든 것으로, 이것이 없었더라면 수도는 이미, 진작에 그 괴물들로 인해 전부 파괴되었을 것이다.
단 하나의 파편도 남기지 않고 녀석들을 모조리 불태울 수 있는 수단을 찾아낼 때까지, 그들의 연명을 용서해야 하는 것이 태양왕 호루스의 마지막 인내심이었다.
그중에서도 이 `모제스`라는 남자.
선왕 시절 아버지가 데리고 온 이 이방인은, 학자 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선왕에게 국토의 영맥 회복을 위해 시간 간섭 기술을 개발할 것을 제안한 장본인이다.
호루스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녀의 아버지에게 봉사해 온 이 남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아직도 20대 초반의 젊은 용모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그 푸른 눈에는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책임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뼛속부터 무책임한 연구자였다.
호루스는 어릴 적부터 이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방인 출신이면서 누구보다도 이 땅의 운명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남자.
선왕조차도 자기 꼭두각시로 만들어, 왕국의 자원을 연구에 쏟아붓도록 한 남자이다.
그리고 아마 그의 목숨마저도
"만물의 아버지가 부여하시는 지식의 안에는, 틴달로스에 대항할 수 있는 무적의 군단을 만들어 낼 방법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말하는 `만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지식의 신.
이 나라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으면서, 절대로 이 나라의 신을 신봉하지 않고, 그의 신앙은 오직 그 `만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신을 향해 있었다.
모제스를 제외한 누구도 그 신에 대한 자세한 것을 알지 못했지만, 태양왕은 말한다.
"그 만물의 아버지가 어째서 조금 더 빨리, 그 지식을 내놓지 않은 것인지 대답할 수 있나?"
"그것 또한 만물의 아버지의 안배이지요. 이 상황까지 되지 않았더라면, 폐하께서는 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을 테니까."
모제스의 망언에 가까운 대답에 태양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면 당장이라도 옥좌에 설치된 프로토타입 형태의 태양 첨탑에서 초고열의 레이저가 발사되어 이 남자를 재로 만들 수 있었지만.
모제스는 알고 있었다, 태양왕은 아직 자신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아직 자신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빌어먹을 녀석…."
그녀의 분노를 삭이는 목소리가 들리면, 모제스는 입가의 웃음을 지워내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마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 땅의 사람들에게도, 마법에 가까운 묘기를 부여할 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소울 이터 메탈`입니다."
그의 말에 호루스는 자신의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지팡이도, 소울 이터 메탈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자신 정도로 영혼의 제어 능력이 없는 인간은 잡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흡수당하여 쇠약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제스가 만들어낸 물건 중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이다.
"하지만, 맨몸으로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폐하와 같이 하늘에서 내린 재능을 가진 존재 정도이지요. 그것조차, 인간의 육체를 가진 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
"인간을 초월하지 않으면,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제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가지고 온 설계도를 왕의 앞에 펼쳐 보였다.
옥좌의 위에서도 태양왕의 현안은 그 설계도의 내용을 내려볼 수 있었다.
잠시의 침묵, 그리고 태양왕이 `꿍!`하는 소리를 낼 정도로 강하게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었다.
"네 녀석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 그 얄팍한 지식욕과 탐구심으로 내 신하의 목숨을 가지고 놀 생각인가?"
태양왕이 본 것은 소울 이터 메탈로 만들어낸 검은 갑주에 인간의 영혼을 완전히 흡수시켜 영혼의 힘으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오토마타`를 만드는 것이었다.
인간의 신체라는 축복이며 동시에 족쇄라고도 할 수 있는 껍질을 버리고, 한계를 풀어버린 기계로 전생할 것을 이야기하는 기술이었다.
"저에게도 목숨의 숭고함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감성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것마저도 버리고 오직 이 땅과 당신만을 위한 병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 ..."
모제스의 말에 호루스는 이빨을 까득거린다.
그의 말이 진심이든 진심이 아니든, 자신에게 남겨진 선택지가 몇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 선택에, 자신의 남아있는 백성들의 목숨이 걸려 있다.
"... 기술은 완성된 것인가?"
"아니요. 아직 실험 단계입니다. 완성되기 위해선, 역시 실제로 만든 제작품이 필요합니다. 누군가, 자원한 메자이가 있다면. 분명 가능하겠지요."
"... ..."
그의 시선은 태양왕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는 `메자이의 대장`에게 향했다.
그 탐욕스러운 시선에, 아누비스 본인은 아무런 반응을 보내지 않고 왕의 명령대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호루스는 절망스러운 얼굴이 되어 그녀를 돌아보았다.
"네 녀석은…. 짐에게 유일한 벗마저도 네게 실험 대상으로 제공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건가?"
"만물의 아버지가 그것을 원하고 계십니다."
"닥쳐라! 이 개 같은 자식!!"
그녀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태양 첨탑을 제어하는 지팡이가 휘둘러지기 직전, 아누비스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아 그것을 막았다.
"아누비스...!"
"...폐하께서는, 스스로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모제스 님을 죽이려 할 경우. 그것을 막아달라고 저에게 지시하셨습니다."
아누비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호루스는 어쩔 수 없이 분을 삭이면서 호루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벗은 이야기한다.
"이 비천한 목숨을 바쳐 폐하와 왕국을 지킬 수 있는 반석이 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이 육체를 버릴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각오입니다. 아누비스 경. 아버지와 제 명예를 걸고 당신을 반듯이 이 땅을 구할 수 있는 `용사`로 만들어 드리지요."
"... ..."
절망한 얼굴의 호루스를 둔 채, 모제스가 이야기하면 아누비스는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땅에 필요한 희망의 불빛 `성검`을 만들어낼 방법을 찾았습니다. 폐하."
"뭐라고…!"
모제스의 말에 호루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세계를 구하는 열쇠. 별의 힘을 간직한 무기. `용사`를 선정하는 수호의 검.
이 절망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단으로써 태양왕은 갖은 수단을 써서 `성검`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잠깐, 이 남자는 성검을 `만들어낼 방법`이라고 했는가? `찾아낼 방법`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 성검이 잠든 핵이 있었습니다. 그 핵을 이용하여, 새로운 성검을 주조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모제스의 시선이 어디로 향했는지, 호루스는 알 수 있었다.
바로, 자기 머리에 씌워진 왕관을 대신하는 왕가의 서클렛.
그 중심에 박혀 있는 보석이었다.
"이것이 성검의 핵이라고?"
호루스가 손을 들어, 서클렛을 벗은 뒤 그 중앙을 바라보았다.
보석은, 붉은빛을 내며 그 안에 이글거리는 불꽃을 간직하고 있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폐하. 반드시 `성검`과 `용사` 양쪽을 만들어내도록 하겠습니다."
모제스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심장의 위에 손을 올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폐하께서는, 그 둘을 잇는 성녀가 되시는 것입니다."
"... ..."
결국, 태양왕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왕가의 보물도, 유일한 벗도 그 남자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와 이 땅에 사는 인간들을 지킬 수 없었다.
무엇이 만인지상의 왕인가.
어디가 꺼지지 않는 태양 빛의 화신인가.
모든 것이 누군가의 손 위에서 놀아난 17살의 어리석은 계집이 아닌가.
모제스는 그런 태양왕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틀고 이야기했다.
"모든 것은 이 왕국의 영광, 그리고 태양왕 호루스 폐하. 그리고"
모제스는 한숨. 뜸을 들이더니 이어서 이야기했다.
"모든 것의 아버지. `아담`을 위해."
001
쿠온은 자신의 정신을 뒤덮던 환상에서 깨어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제단 위에 얌전히 눕혀진 채, 자기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검을 보았다.
성검 갈라틴은 하늘에 뜬 채로 마치 단두대처럼 그 칼날은 쿠온을 향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의 시선이 이동한 것은, 제단의 곁에서 이어지는 계단의 위.
스카라베들을 부려 제단 위에 몸을 고정하고, 환상을 보게 한 장본인
옥좌에 걸터앉은 인간 아니, 인간과 매우 흡사한 외견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그 본질은 기계인 오토마타.
태양왕 호루스를 바라보았다.
"저에게 이런 것을 보여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쿠온은 일단은 자기 입과 그것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의지가 남아있다는 점에 약간의 안심을 느끼며 그녀에게 물었다.
호루스는 조용히 감겨있던 눈을 뜨며, 오만한 시선으로 쿠온을 바라본다.
"기억의 동조이다. 내 영혼을 네 안에 이식했을 때, 반발 작용을 줄이기 위한 사전작업이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아직 수천 년 분의 기억이 남아있어."
호루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한번 손을 움직여 그녀에게 환상을 보이려 할 때 쿠온은 입을 열었다.
"... 당신은, 어째서 기계의 몸이 된 것이죠?"
움찔, 하고 호루스의 손이 멈춘다.
그것이 역린이었기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그녀가 그것을 물어본 것이 예상 밖이었는지.
수십 초 동안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나의 벗이. 신하들이. 왕국을 위해 인간의 육체를 버렸다. 그렇다면 나 역시 그렇게 해야겠지."
"그들의 희생에 대한... 왕의 책임. 이라는 것인가요."
"그래. 이 외견은…. 내가 지시한 것과는 달랐지만 말이다. 나 역시, 인간성을 버리고 그들과 같은 완전한 병기로서의 기계로 재탄생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나에 대한 모제스의 조롱이었겠지.`라고, 호루스는 덧붙여서 이야기했다.
모제스 쿠온은 환상 속에서 보았던 그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아담`이라는 단어는, 최근에 들어본 적이 있었다.
트리스 메기스토스가 만들어낸 인간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 신을 모독하는 최악의 기계.
그리고, 클레온을 비롯한 많은 이의 운명을 불행으로 향하도록 뒤틀어버린 존재.
모제스는 `아담`의 수하였다.
"그는 어떻게 되었죠? 모제스는..."
쿠온은 호루스에게 질문했다.
모제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그의 계획대로라고 한다면 기계의 병사들을 만들어 낸 것도, 성검을 주조한 것도.
이 세계에 이형의 괴물들 틴달로스의 사냥개라는 재앙이 도래한 것도 모두 아담을 위해서라는 것이 된다.
"숙청했다. 당연하지. 녀석은 스카라베의 첫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호루스는 조용히 대답했다.
왕위에 오를 때 처음 결심했던 대로, 틴달로스에 대항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갖추어졌기에 그를 죽였다.
"스카라베들에 의해 분해되어 죽을 때도 미소를 짓고 있는 녀석이었다. 모든 것을 예상하였다는 그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쿠온은 그녀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모제스에 대한 그녀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호루스에 대한 연민도 함께했다.
그녀 역시 클레온과 마찬가지로 아담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끼친 악영향을 받은 인물이었다.
"육체를 얻어서…. 무엇을 할 생각이십니까."
"마력에 견딜 수 있는 몸을 손에 넣어, 이 땅을 나갈 수 있게 된다면. 긴 시간 동안 응어리진 복수를 할 것이다. 만물의 아버지 `아담`에게."
그녀의 말에 쿠온은 눈을 크게 떴다.
"아담이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인가요?"
"그래. 모제스는 죽은 뒤, 마치 나에게 보라는 듯이 연구기록과 일지를 모두 남겼다. 그리고 그 안에는 `아담`에 관한 것도 적혀 있었지. 무엇이 만물의 아버지인가. 기껏해야 미쳐버린 기계인 것을…."
그녀가 분노한 듯 목소리를 울리면, 그녀의 주변을 맴돌던 스카라베들도 격렬하게 날갯짓 하며 반응했다.
"...아담이 있는 곳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스카라베를 이끌고 그곳으로 향할 거다. 아담과, 아담에 의해 만들어진 모든 것을 파괴할 거다."
세계를 위협하는 재앙에 의해 나라와 백성들을 잃은 그녀가, 스스로 재앙이 되어 다시 한번 대륙에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너는 나를 위한 그릇이 되어, 그 파괴의 물결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쿠온은 그녀의 그런 말을 듣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호루스는 쿠온의 그 모습을 보고 낮은 웃음을 흘렸다.
"절망했는가? 자신의 처지에. 안심해라. 너는 그 절망을 곱씹어 느낄 시간도 없이…. 사라질 테니까."
쿠온의 태도가, 마치 저항을 포기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쿠온은 눈을 감은 채로 대답했다.
"절망 같은 것은 느끼지 않습니다. 클레온은 반드시 이곳에 올 테니까요."
"... ..."
"그가 절 구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을 막을 수 있다면. 저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네 모습을 한 나를, 정말로 그 녀석이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쿠온은 그녀의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
`흥...`하는 코웃음이 호루스에게 들렸다.
하지만 이내 쿠온은 입을 열었다.
"클레온이라면 할 수 있겠죠. 그에게는 제 모든 것을 바쳤으니까. 당신의 부하인 아누비스가 당신에게 한 것처럼."
"... ..."
소녀의 결의는 태양왕의 비웃음을 지워냈다.
다시 한번, 그녀의 기억을 덮어씌우는 환상이 쿠온을 덮치지만.
그녀에게서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호루스는 기계 회로에 묶인 정신의 어딘가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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