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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23화 (223/506)

〈 223화 〉 옥좌결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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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이 있는 옥좌의 방을 감싼 거대하고 두꺼운 벽은 어떤 공격으로도 뚫릴 것 같지 않을 것만 같았다.

왕이 휴식을 취하고, 성검이 보관된 만큼 당연한 설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스카라베에 의해 뚫린 천장을 제외하고도, 벽면에는 수많은 깎여나간 상처들이나, 이곳저곳에 새겨진 고대 문자들이 보였다.

이것들을 만들어낸 것이 전부 태양왕 본인이라고 생각하면, 그녀가 이 수천 년동안 광기에 잠식되어 가는 과정과 역사가 이 벽에 새겨져 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더 이상, 그녀의 눈에는 그것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향하고 있는 것은, 이제 입을 열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사라진 소녀의 육체뿐이었다.

기억의 완전 동기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남아있겠지만, 손발이 구속되어 마력도 쓸 수 없는 계집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때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이 기계로서의 육체의 삶을 시간의 모래로 바꾸어 흘려보내려 한 찰나.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옥좌로 이어진 거대한 문이 열렸다.

전신 갑주를 뒤집어쓴 교단의 성전사.

섬겨야 할 왕을 배신하고 이방인들에게 협력하는 메자이.

그리고, 성검과 마검. 상반되는 두 개의 힘을 지닌 검을 허리에 맨, 검은 머리의 검사.

"솔직하게 말하마. 짐은 지금, 오랜만에 `경악`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노라."

호루스는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회로가 프리즈를 일으켜서 발생하는 두통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대들이 다시 나타날 것까지는 예상하였다. 특히 그쪽의 검사. 그대의 눈에는 `포기`라는 것이 아직 보이지 않았으니까."

"... ..."

호루스가 클레온을 지팡이의 끝으로 가리키며 말하면, 클레온은 그녀를 노려보며 갈라테아와 칼리번을 뽑아 들었다.

침묵과 함께 취한 자세가, 그녀에 대한 대답이었다.

"짐은 그대들에게 자비와 관용을 베풀었다. 제단 위에 누워있는 그릇의 소녀가 자기 육체를 바치고, 감히 짐을 겁박하는 무례를 범했음에도 그녀의 고결한 `희생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호루스는 이어서 이야기한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세 사람을 향해 있었지만, 클레온은 그저 손에 두 자루의 검을 들고 천천히, 천천히 다가오고 있을 뿐이었다.

"너도, 네 동료도. 각자의 인생이라는 것이, 삶이 있을 것이다. 간신히 구원받은 목숨을 조금 더 쓸모 있게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이렇게 쓰레기처럼 내던지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온다고?"

말을 이어 나가면서, 그녀의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그런 어리석은 이들의 작태에 대한 분노로 인해 격양되어 갔다.

"그것은 오만도, 만용도 아니다. 그저, `낭비`이다. 나의 시간과 그대들의 목숨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 쓰레기처럼 던져 버리는 것이야."

그리고, 드디어 클레온은 옥좌 앞의 제단. 쿠온의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 위에는 거꾸로 떠 있는 갈라틴이 보이지만, 주변에서 느껴지는 결계 때문에 그곳에 손을 댈 수 없으리라는 것은 클레온도, 호루스도 알고 있었다.

새액, 새액하는 소리를 내며 의식을 잃은 채 숨을 쉬고 있는 쿠온을 잠시 바라보다가, 클레온의 손이 움직인다.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움직인 오른손은, 갈라테아를 쥔 채로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검은 단검을 뽑아 호루스에게 던졌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거대한 스카라베의 무리가 움직여 그녀의 몸을 보호한다.

다음으로 기동한 것은, 옥좌와 연결된 `태양 첨탑`

사람의 눈을 형상화한 듯한 오브제가 붉게 빛나더니 얇은 굵기의 열선을 클레온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발사했다.

물론, 쿠온의 육체에 흠집이 나는 것만큼은 피해야 했기에, 그 위력을 좀 줄여야 했겠지만, 인간의 몸 따위 눈을 녹이듯이 손쉽게 녹여버려 직통의 터널을 뚫어버리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클레온은 그것을 빠른 뒷걸음질로 피해내지만, 태양 첨탑의 출력에 한계는 없었고, 그대로 클레온을 쫓아 궤도를 바꾸어 죽음의 열선이 들이닥친다.

그것을­ 성전사가 방패를 들고 앞으로 튀어나와 막아내는 것이었다.

태양 첨탑의 광선을 방패를 바라보며 태양왕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방패…. 혹시나 했지만, 오레이칼코스 재질인가. 짐의 시대에서는 왕궁의 장인들만이 가공할 수 있는 물건을 이제는 대륙의 이방인들이 사용하는가."

그 단단함은 미스릴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지만, 미스릴이 가벼움과 마법에 대한 저항력에 뛰어나다면, 오레이칼코스는 `불멸`을 상징할 정도로 열과, 냉기에 강력한 내성을 가지는 금속이었다.

그러므로 그 가공 난이도는 미스릴보다도 높다고 여겨졌으며, 태양왕의 시대에는 왕궁의 최고 설비를 이용해야 가공이 가능할 정도의 물건이다.

"바깥의 인류가 조금은 이 왕국을 따라잡았다는 것인가. 무언가 말하면 어떠한가? 성전사여."

하지만 갑옷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열선을 버텨내는 것이었다.

그때 움직이는 것은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자이였다.

망가진 지팡이를 손에 든 채, 호루스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오는 그녀를, 태양왕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둘러 스카라베를 이용하여 감싸버리려 했다.

물론 메자이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아무런 쓸모도 없어진 지팡이를 집어 던지고 등에 메고 있던 검은 방패­

소울 이터 메탈로 만들어진 장비에 영혼의 힘을 주입하여 열을 발생시킨다.

그 열기로 스카라베를 막아내며 시간을 버는 사이 클레온도 같은 재질의 검을 들고 호루스가 앉아있는 옥좌를 향해 뛰어가는 것이었다.

"시선을 분산시키면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한 건가? 안일하군…."

첨탑의 고열 광선이 클레온을 따라 움직인다.

성전사도 그 광선을 따라 움직이며 클레온을 지켜낸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두 사람이 발을 맞추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선에 더하여, 아직도 그 수가 압도적인 스카라베의 무리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며 클레온과 성전사를 덮쳤다.

이내, 모래에 파묻히듯이 두 인영이 완전히 집어삼켜지면, 침묵이 도래하고.

태양왕은` 흥`….`하고 어리석은 두 사람을 비웃으며 태양 첨탑의 발사를 멈추었다.

"다음은 네 녀석이로구나. 왕가의 배신자."

그렇게 말하며, 남은 스카라베들을 전부 메자이가 있는 쪽으로 보내 그녀마저 마무리하려는 찰나.

까드득­! 하고,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고 생각하면.

붉은 화염이 솟구치며, 성전사와 클레온이 두 사람을 덮쳤던 스카라베 더미를 돌파해 나오는 것이었다.

`화염...? 어떻게 된거지­`

순간, 위화감이 태양왕을 덮치지만,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클레온의 손에 들려진 검은 검이 아까의 단검처럼 태양왕을 향해 날아왔다.

"치잇…! 끈질긴 녀석들…!"

그녀는 재빠르게 보냈던 자신의 수족들을 거두어들여 쇄도하는 검을 막아내려 하지만, 클레온의 손을 떠나고 나서도 칼날에 남아있는 열은 스카라베의 벽을 녹이고 뚫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지팡이가 휘둘러지며, 검은 기세를 잃고 옆으로 떨어졌다.

발밑에서 식어가는 검을 슬쩍 내려다본 태양왕은 이내 다시 클레온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릇의 계집의 기억을 어느 정도 읽었다. 이방의 마검사여... 네녀석은 역시 방심할 수 없는 위험한 존재로군."

다음 순간, 클레온의 발이 무언가에 의해 구속됐다.

그가 발밑을 바라보면, 스카라베들이 단단하게 뭉쳐 클레온의 발을 그 자리에 고정한 것이 보였다.

"하지만.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네 녀석은 그저, 검을 조금 휘두를 줄 아는 남자일 뿐이다. 성검도, 마검의 힘도 사용할 수 없는 네게 이 계집을 구할 힘은 없느니라."

발이 묶인 것은, 클레온의 곁에 있는 성전사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메자이는 망연자실한 듯,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방패를 땅바닥에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흥... 어리석은 녀석들. 정말로 어리석은 녀석들이다."

호루스는 옥좌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제단 앞에 서서 쿠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더 많은 환영과 기억이 그녀에게 주입되는 것을 바라본 클레온이 분노한 얼굴을 했지만, 호루스는 이내 주먹을 쥐며 그 손을 거두었다.

"성검의 힘을 노리고 찾아온 이방인들…. 도굴꾼에 불과한 너희들에게 짐이 얼마나 더 자비를 베풀어야 하는 것이지? 거기에…. 짐의 소중한 벗­ `아누비스`의 후손마저 이용하여, 자신이 섬겨야 할 왕을 배신하게 만들다니. 너희들이 그녀를 현혹한 것이겠지."

"... 그녀는 자기 의지로 우리를 도왔다."

처음으로 이 옥좌의 방 안으로 들어와서 클레온이 입을 열었다.

호루스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

"호오?"

"그녀는 지상의 마을을 위해, 우리를 돕겠다고 한 거야. 태양왕…. 당신이 이 세상에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은 몰랐고."

"그렇다 하더라도. 아니, 그러므로. 너희들이 그녀를 어떤 감언이설로 현혹하고, 어떤 비열한 말로 구워삶았는지를 생각하면 속이 뒤집힐 지경이다."

호루스는 그렇게 말하며, 이제 상대할 가치조차 없어진 메자이를 흘겨보았다.

"이제, 너희들에게는 태양왕의 자비를 보이지 않겠다. 남은 것은 오직, 절망과 죽음뿐이다. 이방인들. 나는 새로운 육체를 손에 넣어 지상으로 올라가 나의 백성들과 함께 왕국을 재건하고. 왕국의 복수를 하러 갈 것이다."

호루스의 선언에 클레온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그녀가 죽으면 지상에 남은 네 백성의 후예들은 너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뭐라고?"

클레온은 호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그녀가 모든 것을 바쳐 지켜온 마을이다. 그런 그녀를 죽인다면, 과연 지상의 사람들이 네 말을 들어줄까? 돌아오는 것은, 고대의 왕이 인간의 육신을 빼앗아서 지상으로 찾아왔다는 두려운 사실 뿐이지."

"네 녀석…."

클레온의 말에 호루스의 분노가 다시 한번 커지면서 스카라베가 그의 전신으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는 쿠온의 희생을 높게 쳤지.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을 희생하여 지상의 사람들을 위해 싸우던 인간이다. 스스로 기계의 육신을 골랐으면서, 이제 다시 인간의 육신을 차지하려는 것처럼…. 너는 모순덩어리로군 태양왕."

"닥쳐라! 네 녀석이 희생의 무엇을 안다고 멋대로 지껄이는 거냐!"

이제, 클레온의 몸은 상반신까지 그 흉악한 병기로 뒤덮인다.

"평범한 사람 정도로는 알고 있지. 너 같은 인간을 위해 희생된 인간이 가엽다는 것도…!"

다음 순간, 태양 첨탑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게 빛을 냈다.

"재 한 줌 남기지 않고, 전부 태워버리겠노라…. 영혼마저도!"

"... ..."

그 열기가 신전 전체를 감싸면서 순식간의 방 온도가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그렇게 또 태워버리면 편하겠지. 나도. 지금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싸운 `그녀`도."

그리고 클레온의 시선이 `메자이`를 향했다.

호루스는 클레온의 말에 잠시 휘두르려던 지팡이를 멈추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

"흥….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꽤 능변이 되어 메자이를 옹호하지 않는가? 연기가 어설프군. 이방의 검사. 그런 식으로 말하면, 메자이가 나에게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말할 것 같나?"

"... ..."

호루스는 그렇게 말하더니 땅바닥에 주저앉은 메자이를 바라보았다.

"메자이. 한번은 이 태양왕을 배신한 네 녀석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도록 하마. 짐에게 와서 다시 왕가에 대한 충성을 맹세해라. 그렇게 하면 이방인들을 죽인 뒤, 네 녀석을 다시 짐의 신하로 삼아주겠노라."

태양왕이 그렇게 선언하자, 옥좌의 방에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메자이를 향해 시선이 집중되면,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트린 방패도 집어 들지 않은 채 천천히 태양왕을 향해 걸어갔다.

"아하하하하!! 봐라 이방인! 이것이 바로 현명한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너의 말은 결국 `거짓`이었다는 것도 증명되었군! 그녀는 영원히 나의 곁에서, 오랜 벗­ `아누비스`와 같이 나를 지킬 것이다!"

승리를 선언하는 태양왕의 앞에, 메자이가 도착한다.

그리고, 무릎을 꿇어 그녀의 왕 앞에 머리를 조아리듯, 허리를 숙인다.

그것을 흡족하게 바라보던 태양왕은 클레온에게 시선을 돌려 그를 처형하려 했다.

다음 순간, 자신의 금속 피부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닿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는.

그것은, 날카로운 나뭇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유효한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 그 끝을 조금 깎아낸 것이 보였다.

본래의 나무에서 분리되고, 그렇게 깎여나갔는데도 아직 생명을 느낄 수 있는 물건이었다.

"뭐­냐, 어째서, 네가 이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기 몸에 닿는 순간, 느낄 수 없어야 하는 날카로운 무언가에 몸을 커다랗게 관통당한 감각에 호루스의 영혼이 떨렸다.

호루스는 이것을 알고 있었다.

쿠온의 기억을 읽었으니까.

가지고 있다면, 클레온이나 성전사의 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쪽을 더 경계하고 있었다.

애초에 `메자이`는 이것을 잡을 수 없다.

자신과 똑같이, 태어났을 때부터 마력을 가지지 않는 탓에 `마력`에 대해 저항력이 없는 인간인 메자이가 이것을 잡는다면.

지금의 자신처럼 영혼 전체를 진동시키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채 몸을 움직일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이것을 찔러넣은 것은.

그 나뭇가지를 잡은 손의 주인은­

"... ...아...?"

호루스의 언어화 되지 않는 단어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철커덩, 하고 몸 안의 모든 비상 회로가 차단되며 의식이 흐려지고.

간직하고 있던 영혼의 힘이 몸에서 전부 빠져나가며 스카라베도, 태양 첨탑도 무력화된다.

메자이는 뒤집어쓰고 있던 천을 천천히 벗으며, 그 얼굴을 드러냈다.

식은땀을 흘리며, 태양왕을 바라보는 그녀의 `분홍색` 머리카락이, 스르륵 하고 흩어지며 내려왔다.

"너­는..."

"클레온!!!"

메자이로 변장하고 있던 그녀가, 큰 목소리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다음 순간, 스카라베가 전신에서 떨어져 나간 덕분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남자가 질주하여­

그대로, 아름다운 두 자루의 검을 교차하듯이 휘둘러­

호루스의 기계 옥체는 파괴되었다.

001

호루스에게 있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의 중요한 기관은 분리된 자기 상반신과 머리통 중에서도, 머리통 쪽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혼을 담는 핵인 `코어`라던가.

다만, 스카라베의 조종을 담당하는 부품이나, 태양 첨탑과의 연결을 위한 기관은 역시 그 크기 때문에라도 상반신에 몰려 있어서.

그저 머리밖에 남지 않은 그녀는 간신히 정신이 돌아오는 수준에서 멈췄어야 했다.

땅바닥을 떨어져 몇 번이고 구른다.

균형감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아 멀미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눈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제단의 옆을 계속해서 굴러, 인공 머리카락이 머리에 감기더라도 멈추지 않는 그녀의 회전은.

`텅`하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면서 전신 갑주를 입고 있는 인물의 발과 부딪히는 것으로 멈추었다.

"네, 녀석...들... 감히, 짐을. 능멸하고…. 속였겠다…!"

마력 포화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작동을 하기 시작한 그녀의 두뇌가 시각 정보의 분석을 끝마치고.

클레온과 그의 옆에 서 있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노출도 높은 옷을 입은 베라스톨과.

그리고, 자신을 상냥하게 들어 올린 성전사­ 투구를 벗어 갈색의 피부를 가진 소녀의 모습을 드러낸 메제드를 향해 소리 질렀다.

"죄송합니다. 폐하. 하지만, 왕국은 더 이상, 없습니다. 지금의 엘카이로는 작은 마을일 뿐이고, 모두들 힘들더라도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요."

"... ..."

그렇게 말하는 메제드를 바라보며 호루스는 그녀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으려 했다.

시선이 맞아, 그녀가 울기 직전의 표정이 된 것을 보기 전까지는.

"폐하께서도, 이제 평안에 드실 때입니다. 너무나도 긴 시간을 고독과 광기 속에서 지내셨어요. 당신이 이 세상에 남은 것은, 부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이에게 `성검`을 넘기지 않게 위해서였을 터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호루스는 입을 다물었다.

어느샌가 그녀의 귀에 울리던 `틴달로스`의 망언이 멈춰 있었다.

"지, 짐은….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서, 이 묘지에서, 수천 년의 세월을 벗과 떨어져 지내면서­

호루스­ 태양왕이 이 세계에 남은 의의란­

"...이것으로 임무는 완수입니다. 쿠온과 성검을 회수하도록 하죠."

그런 호루스를 남겨둔 채, 베라스톨은 얼굴을 붉히며 자기 몸을 내려다보았다.

사이즈가 전혀 맞지 않기에, 조금 움직이면 남에게 보이면 안 되는 부분마저도 보일 듯했다.

클레온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쿠온의 팔과 다리에 붙어있는 구속구를 손으로 풀어낸다.

"갈라틴은 적합하지 않은 이가 잡으면, 그를 불태운다."

그때, 호루스가 다시 한번 입을 열어 경고했다.

"너희들이 그 힘을 원한다면,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마치, 저주인지 경고인지 모를듯한 말을 남긴 채 그녀는 다시 메제드를 바라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클레온과 베라스톨의 눈이 마주친다.

원래라면, 이 성검을 맡게 되는 것은 `베라스톨`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일단 성전사이면서, 용사 후보라는 지위였으니까.

"... ..."

침묵이 이어지면, 베라스톨은 천천히 제단으로 다가가, 성검 갈라틴의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시선의 구석에 보이는 쿠온을 바라보면, 그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클레온도 그런 베라스톨을 보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위쪽­ 스카라베가 막고 있던 부분이, 호루스가 무력화되면서 다시 열리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 수많은 눈이 번뜩였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모든 스카라베의 수를 뛰어넘는 거대한 틴달로스의 아가리가 그 너머에서 나타나, 옥좌의 방 안에 있는 모두를 집어삼키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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