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30화 (230/506)

〈 230화 〉 BAD END ­쿠온­ [지상낙원의 대모천사] (1)

* * *

000

힘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설령 아무리 상냥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악의에 굴하지 않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 인간이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해야 할까.

더 큰 의무를 위해, 더 큰 책임감을 지는 선인일수록.

그런 귀찮은 것들을 모두 벗어던진 채,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는 악인과 비슷하게 힘을 추구한다.

쿠온은 자신이 그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명의 열매'를 본 순간 자각했다.

그녀의 안에서 저울이 기울어진다.

물론, 갈라틴이 이야기 한 대로, 이 땅의 영맥을 회복시키는 것은 숭고한 일이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해,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쿠온의 본질은 구세주가 아니라, 클레온의 동료이며 그의 연인으로써.

조금이라도, 클레온의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언제나 머릿속의 1순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눈앞에 놓인 것은 그런 힘으로 향하는 열쇠이며, 문이오, 독이든 성배와도 같았다.

이 열매를 자신이 취한다면. 영원한 생명과 재생력으로 클레온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발이 재빠른 사샤와는 다르게, 몸이 조금 둔한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마법의 실력은 물론이오, 풍부한 지식으로 클레온을 보조하는 라일라와 다르게, 치유술과 가사 정도가 전부인 자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녀의 머릿속에, 클레온과의 대화가 스쳐 지나간다.

'좀 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 져도 좋다.'

클레온의 의도는 분명 다를 것이다.

욕망의 충실해져 타인을 상처 입히는 것은 본말전도였으니까.

그렇더라도­

두근.

"...쿠온?"

두근

'아아, 신이시여. 클레온. ...나를 용서하지 말아 주세요.'

성녀로서­ 아니, 인간 쿠온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선악과를 베어먹는 소리가 울렸다.

001

왕도­ 한때 이곳은 대륙에서 가장 번창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가장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성이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 내부는 끊이질 않는 암투와, 악마들의 위협, 그리고 사사로운 분쟁 속에서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위험 속에 노출된 채 불안을 간직한 삶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안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소녀였지만.

그런 불안정한 삶은 '그날' 갑작스럽게 끝을 맞이했습니다.

승천의 날.

왕도에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새로운 사명에 눈을 뜬 날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분'이 강림하시면서, 저희의 삶은 죄악과 이별하여, 불안도, 공포도 없는 완벽한 낙원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한 명의 사도로서,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오늘도 인기척이 없는 왕도의 안을 순찰 비행하고 있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년 동안은 사람의 왕래가 없어진 탓에 자연히 식물이 자라나기 시작하여 건물들이나 도로에 어여쁜 풀들이나 꽃이 자라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서서히, 이 인공적인 구조물들은 자연에 의해 뒤덮이며 아름다운 낙원의 일부가 되어 가겠죠.

하지만 그때, 저의 귀를 자극하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와 주변을 둘러봅니다.

"거기­ 누구 있나요? 생존자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고, 인기척이 났던 방향으로 걸어가면.

그 자리에는, 한 어린 여자아이가 손에 곰팡이 핀 빵을 든 채 쭈그려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아... 하아...!"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덜덜 떨면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일까요, 볼이 홀쭉했으며 머릿결은 푸석하고 눈에는 생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엽게도."

이런 아이가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에, 저는 가슴이 아파졌습니다.

측은한 마음에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 한순간.

'퍼억!'하는 소리가 들리며, 저의 몸에 무언가가 닿았습니다.

"응...?"

뒤통수에 틀어박힌 그것은, 커다란 돌멩이로.

그것을 던진 것은, 아이와 마찬가지로 비쩍 마른 한 명의 여성이었습니다.

여자 아이와는 인상이 닮았지만, 나이는 30대의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일까요.

"어, 엄마!"

그렇게, 아이는 일어나서 저에게 돌을 던진 여성에게 뛰어갑니다.

아무래도, 구원을 필요로 하는 것은 그 아이뿐이 아닌 듯했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팔을 이끌고 복잡하고 어두운 골목의 안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아마, 저에게서 도망치려는 것이겠죠.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저는 그녀들을 쫓아 저공비행을 하며 두 사람을 따라갔습니다.

절대로 그들이 이 이상 공포에 떨지 않도록, 천천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리고. 저의 눈앞에서, 콰당! 하고 문이 닫히면서 한 모녀가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주택의 안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안전하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땅에 내려선 뒤, 그 문을 열어젖혀 안으로 들어가면.

아이를 감싼 채, 벽에 내몰려서.

저를 증오하듯이 바라보는 여성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가, 가까이 오지 마...! 이 괴물...!"

그 목소리를 들은 저는 슬픔을 느끼며 얼굴을 어둡게 했습니다.

"저는 괴물 따위가 아닙니다. 여러분, 저는 그 분으로부터 이 지상에서 모든 고통과 공포를 없애기 위한 사명을 받은 '사도'. 하급 천사입니다. 아직, 이름은 없습니다만."

"너희가 나타나고 나서 모든 것이 이상해졌어...! 사람들은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자는 것도 포기한 채 그저 신앙만을 바라는 기계가 되었잖아...! 우리는 그런 기계가 되고 싶지 않아!"

"그것은 오해입니다. 저희는 인간의 육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벗음으로써, 물질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공포'를 극복한 것이죠. 당신의 딸을 보세요. 먹지 못하여 마른 모습을. 이제 이 도시에는 밀가루를 만드는 풍차도, 밀에서 빵을 만드는 이도, 그것을 파는 이도 없습니다. 노동도, 식량도, 그리고 금화도.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 것은 낙원에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의 말을 들은 여성은 공포에 얼굴을 파랗게 질려 하며 아이를 강하게 끌어안았습니다.

아무래도... 축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합니다.

'그녀'는.

저는 그녀의 불안을 조금 덜어내 주기 위해서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집어넣었던 두 장의 날개와 머리 위의 광륜을 발현시키며.

제가 내려받은 '천사'로서의 힘을 개방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여성의 모습이 더욱 처절한 공포로 물들어가지만.

"안심하세요. 이제, 여러분은 모든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작은 주택 안을 가득 채우는 신성 마력의 흐름이, 제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고 작게 심호흡을 한 뒤 입을 벌리면­

"A­C­T­Q­O­M­"

인간의 목으로는 발성할 수 없는 '신의 언어'.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여 신성 마력을 발현시키는 성가.

'신언송가'라고 불리는 이것은, 본래는 저 같은 어린아이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의 사도가 됨으로써 그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언어보다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여성은 재빠르게 자신의 귀를 틀어막지만.

제가 처음부터 바라보고 있던 것은 그녀가 끌어안고 있는, 그녀의 딸아이.

작은 소녀였습니다.

그녀는 저의 노랫소리를 듣더니 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입을 천천히 벌립니다.

파직, 하고 그녀의 머릿속에 안에 있는 스위치가 들어가며.

공간이 비틀리는 듯한 현상과 함께, 그녀의 머리 위에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는 톱니바퀴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오? 아? 으...에? 쿠...힛...? 아♡"

신성마력으로 된 갈고리와 바늘, 그리고 쟁기로 머릿속을 휘저어지는 듯한 느낌이 그녀의 몸을 덮친다는 것을, 저는 경험상 알고 있었습니다.

10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녀가 몸을 비틀면서 고통인지, 아니면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인지 모르는 것에 의해 자기 자신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보이는 표정.

저는 그것을 바라보며 성스러운 액체가, 제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 안 돼! 안 돼, 얘야, 들으면 안 된단다!"

뒤늦게 어머니가 그녀의 상태를 눈치채고 그녀의 귀를 막아주려 하지만.

소용 없습니다.

다음 순간, 소녀의 의복이 빛 무리로 화해 사라지면서, 제가 몸에 걸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흰색의 옷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것은, 그녀가 이제는 물질계에 속한 한계를 가진 인간이 아닌.

저와 같은 '사도'로 재탄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신성 마력이 빛과 열을 내면서 몸에서 빠져나와 그녀에게 '날개'를 부여합니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며, 날개가 전개되는 충격으로 그녀의 어머니는 벽으로 튕겨 날아가 버립니다.

펼쳐져 나온 것은 작은 새와 같은 아름다운 날개.

그리고 그녀는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이야기합니다.

"M­T­D­B­P­A?"

"응 응. 그러네. 아픈 것도, 배고픈 것도 없어졌지? 하지만, 신은송가는 힘을 가지고 있는 단어니까 평소에는 언니처럼 '사람의 말'로 이야기 해야 한단다."

"아, 그,렇구나. 응...! 알았, 어, 언니!"

어색하면서도 사람의 말로 이야기하는 그녀는 이미, 훌륭히 '천사'로 전생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아, 아아... 아아아아...!"

그리고, 그런 자신의 '딸'이었던 그녀를 바라보며 비명을 내지르는 그녀의 어머니.

소녀는 어머니를 돌아보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녀에게 가까이 갑니다.

그녀는­ 소녀에게 맡겨도 되겠지요.

외부인인 저보다도, 그녀에게 알맞은 '구원'을 내려줄 것입니다.

또 한명의 소녀가 구원받은 것에, 저는 기쁨을 느끼며 둘을 뒤로 한 채 저택을 나서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오늘도, '낙원'은 문제없습니다!

002

"─같은 일이 있었어요."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하급 천사가, 백발의 상위 천사­ 10명의 천사장 중 한 명인 '이오넬'에게 보고한다.

이야기를 들은 이오넬은 그 붉은 눈을 두 세 번 깜빡이더니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부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아직도 이 왕도에 저희들의 축복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니... 좀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하겠네요."

"네! 내일도, 좀 더 구석구석 순찰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꾸벅 인사를 하며 이오넬의 집무실을 나서려는 순간.

"잠시만요."

그녀를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소녀 천사가 몸을 멈추어 이오넬을 돌아본다.

"어­ 또,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후후. 네. 아주 중요한 이야기에요."

기분 좋은 듯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 하는 이오넬을 바라보며, 소녀가 고개를 갸웃하면.

이오넬이 손을 들어 올리며, 신성 마력으로 이루어진 작은 깃털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그녀의 등 뒤에 솟아난 '검의 모양'을 하고 있는 날개와는 또 다른 형태의 날개로.

천사장에게 허락된 특권인 부하 천사들의 '진급'을 위해 주어지는 생명의 날개라 불리는 것이었다.

"그, 그건...!"

"당신은 천사가 된 날부터 지금까지, 저희들의 낙원 건설을 위해 수없이 많은 봉사를 해 왔습니다. 이제, 당신에게도 때가 돌아온 것 같네요."

이오넬이 말하는 것은 즉, 하급 천사에게 정식으로 이름을 수여하고, 조금 더 높은 계급과 힘을 부여하겠다는 이야기였다.

이 낙원을 위해 일하는 많은 수의 천사들의 약 70퍼센트가 이름을 가지지 못한 하급 천사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영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주 일부의 천사들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천사들의 기도실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대모천사'님의 축복 아래. 당신에게 '이름'을 수여할 것입니다."

"대, 대모천사님..."

소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승천의 날, 왕도에 나타난 대모천사는 자기 뜻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들을 순식간에 천사로 만드시고, 그들을 이끌어 불완전한 인간의 세계를 낙원으로 바꾸기 위한 성전을 시작하였다.

지금은 왕도는 물론이고 아카데미, 그리고 대륙 대부분에 천사가 파견되어 사람들의 승천을 주도하고 있는 천사들 모두의 어머니였다.

업무를 보고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이오넬은 그녀를 데리고 대신전의 안을 걸어나간다.

중간 중간에 만나는 천사들 모두가, 이오넬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천사장의 지위가 얼마나 높은 것인지 새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대신전의 가장 깊숙한 곳. 기도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오직 10명의 천사장과, 대모천사만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장소였다.

그 안에는, 천사들의 성물이 봉인되어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은, 절대로 그 이름과 정보를 입에 담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이름을 부여받은 천사들을 제외하고는 그 안에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문이 열리면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영원히 지지 않는 태양의 빛이 소녀의 눈을 감쌌다.

"읏..."

폭발하는 듯한 광휘에 의해 눈이 멀 것만 같았지만, 서서히 적응되어 가는 그녀의 눈.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먼저 하늘 끝까지 닿을 것만 같은 거대한 나무였다.

그것은 대신전 바깥에서도 볼 수 있는 성스러운 나무로, 대모천사가 왕도를 낙원으로 바꾸면서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나무 앞에 있는 거대한 12쌍의 날개를 가진 천사­

평범한 성인 남성보다도 머리 몇 개가 더 큰 키를 가진 그녀는 이 대신전 안에서도 누구보다도 위대하며, 커다란 육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말 그대로, '성모'. 어머니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겠지.

그녀의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승천의 날 이후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땅까지 내려올 정도로 기다란 녹색의 머리카락과, 푸른 색의 눈.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몇 겹이나 되는 헤일로는.

그녀가, 천사 중에서도 또 한 번, 천사를 초월한 존재.

별의 의지에 가장 가까운 지성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쿠온."

천사들 중에서, 그녀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 것은 인간 시절 그녀의 동료들 뿐이었다.

대모천사는 자신의 이름이 들려오자, 그제야 기도실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이오넬­ 아니 이오나를 향해 돌아보았다.

"...이오나? 그 아이는..."

그녀는 조용히 이오나의 곁에 서 있던 소녀 천사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녀가 빛나는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아채자, 손을 마주치며 밝게 웃어 보인다.

"어머. 그 아이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거구나?"

"맞아요. '그'에게 안내해 주실래요?"

이오나가 그렇게 말하면, 쿠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의 뒤에 있는 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굵은 기둥과도 같은 나무는 쿠온의 손이 닿으면 마치 닫혀있던 지퍼를 열듯이 공간을 열어젖히며

그 너머­ 어딘가로 통하는 문을 만들어낸다.

"...읏...!?"

그리고,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것은, 하급 천사인 소녀에게 있어선 익숙지 못한 기운이었다.

정결하고, 정숙한 것이 천사들의 기본이라고 한다면.

그 너머는, 정 반대의 무언가.

닿는 순간 순백의 자신이 검게 물들어 버릴 것만 같은 끈적한 기운이 느껴졌으니까.

"자아. 안으로. 여기서부터는 제가 당신을 안내하겠습니다."

쿠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소녀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감정이 되어 이오나의 곁에서 멀어져, 쿠온의 곁으로 다가갔다.

소녀와 쿠온의 키는 1m 이상 차이가 나는 듯했다.

쿠온이 손을 내밀면, 소녀는 그것을 잡고서 통로를 통과하고­

통로를 통과하기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모든 것이. 명확하게 모습을 보였다.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농도가 짙어진 탓에 안개와 같이 뿌연 형태를 띤 '신성 마력'.

즉, 이곳은 왕도와 같은 성역이지만, 그와 동시에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끈적한 '음기(??)'로 충만해진 공간이었다.

소녀가 당황하여 뒷걸음질치려고 하면, 어느샌가 자신들이 통과한 통로가 사라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 대모 천사님...? 이, 이곳은 대체..."

"이곳은... 저희들 천사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보관된 성궤의 안입니다."

"하, 하지만. 이 음기는... 대체.. 하아... 읏...♡"

뇌를 저릿하게 하는 달콤한 향기.

호흡할 때마다 폣속을 가득 채우는 미약의 냄새.

인간의 육체를 버리고, 천사로 전생하면서 이러한 것에는 면역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런 부정한 공간이 그 나무의 안에.

소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앞에서 걸어가는 쿠온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긴다.

공간의 안은 안개로 인해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검은 공간이 이어질 뿐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로 강력한 음기가 더욱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생각하면­

"아♡ 클레온♡"

쿠온이 발을 멈추면서 안쪽에 있는 '남성'을 향해 목소리를 내뱉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정을 듬뿍 담은 그 목소리.

그리고 소녀 천사는 눈 앞에 있는 그를 바라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어, 어째서. 남성이 이곳, 에."

말을 더듬을 정도로 커다란 충격이었다.

승천의 날, 여성들은 대모천사에 의해 '여성'으로 바뀌었지만, 남성들은 그러지 못했다.

대모천사의 힘으로 천사로 전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여성'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들이 버려진 것은 아니다.

그들은 모두 낙원 안에 있는 정해진 구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천사들에 의해 모든 것이 완벽하게 관리된 채 영원한 행복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먹을 것은 천사들의 성유(??)를 마시는 것으로 해결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천사들에 의해 중재 되어, 분쟁이 없는 평화로운 공간.

성유는 남성의 성욕을 억제하는 힘이 있기에, 천사들에게 욕정 하는 일도 없으며, 그들과 몸을 섞는 일도 없다.

그저, 조용히. 천천히.

수명이 다 되는 그날까지, 행복한 생활을 보내겠지.

천사가 되기 전의 기억이 애매한 소녀가 가지고 있는 '남성'은.

모두들 그렇게 관리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나약하고 가여운 존재였다.

천사가 되지 못하고, 생명체로서는 종의 보존조차 이제 불가능해진.

멸망이 확정된 가엾은 존재.

하지만 그렇기에, 천사들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할 것이며.

그들의 마지막이 절대로 불행하지 않도록 영혼의 평안을 가져다줄 것이며.

마지막 남성이 없어지는 날까지, 그들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성유의 영향 덕분에 몸은 여성스러워져만 가고, 몸의 선은 가늘해진 존재들.

노화는 오지 않지만, 수명은 존재하기 때문에 성유를 취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조금 어려진 모습이 된 이후로는 늙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죽음을 맞이한다.

운동 같은 것을 할 필요가 없기에.

더이상 이 세상에 인간은 '수컷'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올바르겠지.

"하아...♡ 하아...♡♡ 읏...♡♡"

소녀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져만 갔다.

그것은 이 공간을 충분히 감싼 음기의 영향도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눈 앞에 있는 '클레온'이라고 불렸던 '남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남성과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상체를 탈의하고 있었기에 알 수 있었지만, 그의 몸 전체에는 이곳저곳에 작은 상처들이 가득했으며 단련의 흔적인 근육이 꽉 차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가녀린 팔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굵은 팔뚝.

여성스럽게 부풀어 오른 부드러운 가슴과는 전혀 다른 단단해 보이는 가슴팍.

각진 몸, 어째서인지 전신에 흘린 땀에서 풍겨 오는 강렬한 냄새.

기능을 하지 않을 터인, 천사의 핵이 담긴 장소­

신성한 '자궁'이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펄떡대면서 잊고 있던 기능을 되살리고 있는 듯한 감각이 소녀의 몸을 덮쳤다.

"어, 째서... 처음, 본 남성에게, 이런 감정이...♡♡ 이상, 합니다. 대모천사, 님. 이런, 건...♡ 이상해요오...♡"

소녀는 자신의 몸이 이상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든 그 영향을 떨쳐내려고 하지만 그런 것은 무리였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두 그녀가 천사이기에 느끼고 있는 그녀의 영혼 안에 심어져 있는 쿠온의 설계였으니까.

쿠온 휘하의 천사들은 말하자면 모두가 '쿠온의 분신'과도 같았다.

그녀의 힘을 받아 변질한 영혼 안에는 쿠온과 같은 부분.

쿠온이 좋아하는 것, 쿠온이 싫어하는 것. 쿠온이 원하는 것. 쿠온이 원하지 않는 것.

전부가 알게 모르게 새겨져 천사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천천히, 자신의 안에서 '암컷'이라는 녀석이 튀어나와 자신도 모르게 향을 풍기려고 하는 것을 소녀는 눈치챘다.

그리고­ 클레온이라 불린 남성은 쿠온의 부름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백색으로 물든 머리카락의 아래, 검은색의 눈이 대모천사와 소녀 천사를 바라보았다.

"쿠온..."

그녀는 쿠온의 이름을 기운 없는 목소리로 부른 뒤 질끈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 너무해...♡ 1시간 27분 32초만에 다시 만났는데 그렇게 거부하다니♡"

쿠온은 다른 이들에게 말할 때와는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콧소리를 섞으며, 여자아이 같은 말투로 칭얼대었다.

"클. 레. 온.♡"

그리고, 그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르면­

"큭, 아윽...!"

눈 앞의 남성이 괴로운 듯이 몸을 움츠리며, 그의 등 뒤에서 천사의 것과 같은 날개가 흐릿하게나마 나타나려는 것이 보였다.

또한, 머리 위에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헤일로는 쿠온과 비슷한 몇 겹이나 되는 빛의 고리로 이루어진 물건이었다.

"나, 남성, 천사...?"

있을 수 없는 존재를 보았다는 충격에 소녀가 자리에서 주저앉으면, 이내 클레온에게서 보이던 빛 무리는 흩어져서 사라졌다.

"자아. 클레온. 이 아이에게도 이름을 새겨주세요. 당신의 성창으로...♡"

쿠온이 느릿한 발걸음으로 클레온에게 다가가, 그가 걸치고 있던 너덜너덜한 하의를 벗겨 낸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미 빳빳하게 융기한, 남성기로.

그 굵기나 길이의 흉악함은 천사가 아닌 악마의 그것과 같았다.

"아...♡"

소녀의 눈은, 그것을 보자마자 모든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 아니 영혼의 어딘가에서. 그녀는 이것을 거부할 수 없다고 눈치챈 것이다.

그녀의 배 위에, 연분홍빛의 각인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 걸쳐져 있던 의복은 빛 무리가 되어 흩어지면서, 그녀의 젖어있는 아랫도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온은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 뒤.

클레온의 몸을 붙잡아, 자신에게 편안히 기대도록 한다.

아니,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는 것과 같겠지.

소녀는 그런 클레온에게 다가가­

그 존재 의의를 잊고 있었던 음부를 손가락으로 열어젖히며.

천천히, 천천히.

클레온의 페니스에 가져가며 허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오♡ 웃...♡ 하아♡ 아아♡"

분명,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일 텐데도 안쪽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은 익숙하게만 느껴졌다.

쿠온과 이어져 있는 그녀이기에, 물건을 받아들이는 것에 저항도, 거부감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안을 가득 채워오는 남성의 물건에 취하듯이 허리를 끝까지 내리며.

뿌리부터 기둥, 그리고 끝 부분을 남김없이 받아들일 뿐.

"클레온...♡ 님...♡"

그리고, 달콤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쿠온이 보는 앞에서...

클레온은, 소녀 천사를 범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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