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5화 〉 저녁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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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정말로 문양이 새겨졌어. 이게 나랑 클레온 사이의 연결을 나타내는 각인이야?"
행위를 모두 마친 후, 한차례 몸을 씻긴 뒤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던 클레온.
메제드는 해가 완전히 져버리기 직전에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를 내더니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우선 주변을 둘러보고, 자기 몸을 이곳저곳 만지다가.
자신의 배에 새겨진, 전에는 없던 연보랏빛의 각인을 보더니 신기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던 클레온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정신을 집중하여 그녀의 머릿속에 말을 거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각인으로 연결된 대상끼리는 텔레파시를 보낼 수 있어.]
"와!? 머, 머릿속에 목소리가! 나도 할 수 있어!?"
클레온은 그녀의 신선한 반응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사샤에게 처음 이걸 했을 때도 저만큼 놀라줬었지….
같은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그녀는 눈을 감더니 열심히 자신의 안에 뻗어온 클레온과의 통로를 찾는 듯했다.
[이,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곧바로 머릿속에 답변을 보내오는 그녀의 재빠른 적응에, 클레온은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빠르네. 마력이 없지만, 그런 보이지 않는 부분에 닿는 건 다른 사람들보다 감응력이 높은 걸지도 모르겠어."
"그, 그렇구나. 헤헤..."
메제드는 쑥스러운 듯이, 여자아이 앉기를 한 상태에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아!"
그리고 문득, 자기 머리 위에 자라나 있던 동물령의 귀가 사라진 것을 눈치챈다.
그러고 보니, 몸을 섞은 것은 그런 영혼의 불안정성을 없애게 위해서였지.
메제드 본인도 잊고 있었는지 머리를 두세 번 더 만지더니 눈을 반짝이면서 자리에서 뛰쳐 일어난다.
"해냈어! 영혼의 상태도 굉장히 안정되어 있고...! 응! 몸도 원래대로 돌아왔고! 고마워! 클레온!"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품으로 뛰어 들어오는 메제드를 앉은 자세로 받아낸 클레온은 의자가 뒤로 넘어질 뻔하지만 어떻게든 책상을 붙잡아 쓰러지는 것을 막는다.
죽을병이라도 나은 사람처럼 기뻐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그녀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던 클레온은 그녀의 마음이 진정되기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그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듣고,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팟`하고 클레온에게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어쩔 수 없지.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을 테니까."
"으, 응... 아하하..."
메제드는 부끄럽다는 듯이 자신의 배를 가리고 웃어 보이지만, 다시 한번 배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울리는 것에 으으... 하고 울음소리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스, 슬슬 저녁 준비, 해야겠네."
메제드는 더는 공복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서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클레온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말을 삼킨 채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조금의 쓸쓸함이 깃들어 있었다.
"왜 그래? 메제드."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클레온. 오늘은, 도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그녀는 아까보다도 조금 더 침착한 미소를 띠며 클레온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서 인사해 왔다.
"...아니, 네가 어젯밤에 나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면…. 분명 실패했을 거야. 이번의 성검 탐색은."
메제드가 없었더라면, 가장 처음의 입구에서 태양왕에게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며.
옥좌의 방까지 어떻게든 도달하더라도 그녀를 속여넘기는 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쿠온은 태양왕에게 육체를 빼앗겼을 것이다.
"...내가 한 일은, 받은 것에 대한 보답일 뿐이야."
"그, 그렇게 말하면 부끄러운걸…? 클레온은 이 땅의 영맥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고. 호루스 폐하와 아누비스 님께도 안식을 가져다줬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진 빚.
아니,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행하여 생긴 결과라는 것.
그런, 서로의 선함이 가져온 최상의 결과라는 것이, 이번의 일의 모든 것이라고 두 사람은 새삼 깨달았다.
"...자, 그럼..."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각보다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슬슬 쿠온이 깨어났을지도 모른다.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걱정할지도 모르니, 슬슬 돌아가 봐야겠지.
"내일 아침에, 배웅 나갈게."
메제드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그녀의 가녀린 팔이 좌우로 흔들리며 작별의 인사를 나눈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를 뒤로하고, 쿠온과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숙소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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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건물의 안으로 들어오면 클레온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조금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술병이 잔뜩 바닥에 굴러다니고, 술 냄새가 진동한다.
쿠온은 조용히 구석에서 술을 홀짝이고 있으며, 베라스톨은 입에서 침을 흘릴 정도로 만취한 채로 쓰러져 코를 골아대며 자고 있었다.
"...갈라테아. 이건 대체 무슨 일"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며 갈라테아를 찾으려고 하자.
뒤쪽에서 무언가가 다가와 그대로 클레온에게 달라붙는다.
"클레오오온..."
"우왓, 주정 좀비..."
클레온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술 냄새에 잠시 몸을 비틀거리면서 마검에서 주정 좀비라는 마물로 진화한 갈라테아를 어떻게든 떼어놓으려 한다.
`우우우`같은 목소리를 내며 천천히 땅바닥으로 쓰러져 가는 그녀는 이미 전라가 된 상태였다.
"...대체 이 많은 술은 어디서 온 거야?"
클레온이 그렇게 물으면, 갈라테아를 쿡쿡 손가락으로 찌르던 칼리번이 대신 대답한다.
"갈라틴이 가져왔어요~ 히끅..."
"너도 취해 있는 건가…. 아무리 모습만 어린아이라지만…."
"에헤헤~"
같은 꿀이 흐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배시시 웃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술에 취해 있을지언정 순수한 어린아이의 밝은 웃음이어서 뭐라고 화를 낼 기력도 들지 않았다.
자, 그러면 그녀에게서 들은 진상에 따라 조사를 시작해볼까.
먼저 시선이 향한 것은, 갈라틴이었다.
그녀는 낮까지 보여주던 얌전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입고 있던 로브도 집어던지고 다리를 쭉 뻗은 채 벌써 몇 병째인지 모를 술병을 병나발로 불고 있었다.
"갈라틴. 이 술들은 전부 어디서 난 거야?"
"아~ 아하하~! 클레온~! 돌아왔군요…! 사실은, 봉인되기 직전에, 무덤 근처의 지하 창고에 술을 숨겨두었던 것을 기억해내서~!"
클레온은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풍겨오는 술 냄새에 머리가 아파져 올 지경이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술병을 집어 들었다.
"과일주인가?"
"우후후~ 맞아요! 호루스 폐하께서 즐겨 드시던 녀석인데, 이곳은 마실 물이 적으니까 음료 제조 기술도 발전해 있었어요~"
왕이 즐겨 마시던 녀석이라고 하면, 분명 맛은 있는 것이겠지.
주변의 널브러진 병의 개수만 보아도 스무 병이 넘었기 때문에 역시 성검과 마검들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런 세 사람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본 두 명의 여자들.
특히, 흰자를 보이며 기절해 있는 베라스톨을 본 클레온은 우선 그녀를 정상적으로 눕히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깨를 서서히 흔들어 보지만 `으으...음..우우읍...`같은 위험한 소리만 났기 때문에 우선 벽에 기대게 놓은 채로 손은 떨어트린다.
"얘는 얼마나 마신 거야?"
"한 잔이었나~?"
칼리번이 대답하면 클레온은 술병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며 되묻는다.
"...그렇게 독한 술이야?"
"아뇨~ 도수는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고…. 술은 안 마신다고 하는 걸, 한 잔 정도면 주스랑 비슷한 수준이라 권한건데…."
"아아. 그러고 보니."
클레온은 그녀와 처음으로 공투했던 날을 떠올린다.
술이 들어간 초콜릿을 먹고, 곧바로 자리에 쓰러질 정도로 만취해 버린 그녀는.
그야말로 술에 대한 저항력이 마이너스 수치인 것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술에 약한 것이었다.
"...많이 마시지 않았다면 역류할 걱정은 없겠네."
그렇게 말하며 일단 베라스톨에게서 떨어지려는 찰나.
휙! 하고 손이 뻗어져 와서 클레온의 바짓자락이 잡힌다.
"으, 음...으으웁..."
또다시, 위험한 소리를 내며 웅얼거리는 베라스톨의 손이 강하게 자기 바지를 잡은 것을 내려다보며.
클레온은 또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클레오오온~!"
"큭, 잠깐…. 바지가 찢어진다고…!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분명 클레온보다 근력은 약하지만, 억지로 떼어내려고 하면 잘못하면 지금 입고 있는 바지의 아랫단이 뜯겨 나갈 것만 같았다.
"네 녀석은…! 네 녀석은 나쁜 놈이다…!"
"... ..."
그리고, 그렇게 말하며 발목을 붙잡아 오는 베라스톨을 짜게 식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흑마의 일족에…. 마검사면서... 에스카 님의 총애를 받으면서…! 그분의 마음을 몰라주는 네가…. 나는 싫다…!"
베라스톨은 그렇게,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술의 힘을 빌려서 풀어내듯이 말해왔다.
클레온은 그녀의 손의 힘을 풀려던 스스로의 손을 멈추고, 잠시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침묵하다가
"하지만... 더 나쁜 것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분의 임무를 실패했고... 나를 믿어주려 했던 인간을 배신하려 했으며... 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베라스톨의 입에서 목소리가 나올수록, 울먹이던 목소리가 점점 짙어져 간다.
그리고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며 클레온의 바지로 눈물을 닦듯이 얼굴을 파묻는 것이었다.
"... ..."
낮에 보여준 모습과 지금의 모습.
어느 쪽도, 정서 불안인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술에 취하면 솔직해지는 건가.`
클레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는데.
"슬립."
다음 순간, 클레온의 뒤편에서 마법이 날아오더니, 매달려 있던 베라스톨의 몸에 적중한다.
본래라면 성전사로서 마법 저항력이 높은 그녀였기에 그런 저급의 마법으로는 잠들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만취의 인사불성 상태 이상이 걸린 몸.
"으...우..."
서서히, 그녀의 손에서 힘이 풀리면서 앞으로 쓰러지듯이 무너져 땅에 얼굴을 묻었다.
클레온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에는 살짝 취기가 올라와서 얼굴을 붉힌 상태의 쿠온이 검지로 그녀를 가리킨 상태였다.
"쿠온...!"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수였기에, 클레온의 얼굴은 밝아졌다.
"클레온은 나랑 놀아줘야 해..."
"쿠온..."
하지만 이어서 나온 말에, 그녀 역시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곧바로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이었다.
"괜찮아…. 클레온…. 안, 취했으니까…. 후후..."
그렇게 말하며 상반신을 좌우로 흔들, 흔들 움직이는 그녀는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긴 녹색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리며, 한껏 가드가 풀려있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귀엽다는 감상을 느낀다.
"몸 상태는 괜찮아?"
"응…. 마력은 어느 정도 돌아왔어. 영맥의 힘이 없어서 회복은 더디지만…."
클레온이 그녀에게 다가가, 수통의 물을 건네면.
그녀는 그것을 받아서 들어 꼴깍꼴깍 물을 마시더니, 후우…. 하고 달콤한 입김을 내뱉는다.
그런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면, 어딘가 요염한 느낌이 들어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지만.
그것을 눈치챈 듯한 쿠온이 클레온을 조용히 바라보더니, 배시시 입꼬리를 올리면서 손가락을 들어, 그런 클레온의 입가를 꾸욱 누른다.
"아하~ 클레온, 얼굴이 빨개졌다.~♡"
"쿠온..."
물기를 띈 그녀의 입가에서 시선을 돌릴 뻔하지만, 즐거운 듯한 그녀의 반응에 그러지도 못한 채.
클레온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며 시간이 흘러가는 침묵을 느낀 뒤, 쿠온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메제드한테 갔다 온 거야?"
"맞아. 우리보다 먼저 나간 뒤에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으니까. 감사 인사를 할 겸…. 전해줄 물건도 있었고."
클레온의 말에 쿠온은 눈을 가늘게 뜨며 볼을 만지고 있는 검지에 힘을 넣었다.
"그런 것 치고는 돌아오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뭐어...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클레온의 말에 쿠온은 `흐응~`하고 여느 때보다도 조금 불량스러운 태도로 반응한다.
"... 나 말이야, 꿈을 꿨어. 아마, 클레온이 꿨던 꿈이랑 같은 꿈..."
쿠온은 그렇게 말하면서, 클레온을 만지고 있던 검지를 떼어내며 술잔을 내려다보았다.
과일주임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색인 그것은, 수면에 쿠온의 모습을 반사하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직접적으로 쿠온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클레온은 물에 비친 그녀의 모습에서 걱정을 보았다.
"꿈속에서의 나는... 클레온을 위해서 스스로의 결심도, 맹세도 버리고…. 자신만의 이상에 사로잡혀서 폭주하는 괴물이었어."
쿠온의 평가는, 정확하다고 할 수 있었다.
힘에 취하지 않겠다는 결심.
나무를 지키는 무녀로서의 맹세.
그리고, 클레온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이상.
그런 것들이 최악의 방향으로 얽히고설켜서 만들어진 것이, 환상 속의 꿈속의 그녀이다.
호칭과 모습만 천사였지, 그녀의 방식은 사실상 악마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마,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조금이라도 잘못되었더라면 내가 선택했을지도 모르는 결말의 이야기. 너무나도 무서운, 또 다른 나."
그 안의 쿠온은 그 클레온마저도 자신이 행복하게 만들겠다던 클레온의 의지마저도 짓밟은 채.
자신에게 있어서 형편 좋은 존재로 바꾸어 버리는 데에 성공할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더 무서운 건... 그 모습을 보며 조금은 `긍정`을 하는 자신이 있었다는 점이야."
그리고, 클레온은, 쿠온이 그렇게 말하며 술잔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네메아가 보여준 환상의 무서움이다.
그것은 경고, 아주 효과적인 협박이었다.
왜냐하면, 그 환상 속의 쿠온은 분명히 쿠온과 같은 생각을 가진 여성이었으니까.
다만, 선택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
얼마든지 그 쿠온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쿠온의 마음속에는 확실한 경각심과 공포가 자리 잡았다.
이번에는 괜찮았지만, 이후에 혹시라도 비슷한 기회가 생겼을 때의 쿠온 자신이.
또다시 잘못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공포.
"...걱정하지 마 쿠온."
그리고, 그 공포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한 사람.
그녀와 함께, 환상을 본 클레온이었다.
클레온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떨리고 있던 그녀의 손과는 다르게, 클레온의 손은 단단하게 고정되어 쿠온과 눈을 마주친다.
"설령 그런 일이 찾아오더라도 쿠온은 그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클레온,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어?"
쿠온의 질문에, 클레온은 조용히 대답했다.
"쿠온이 나와 라일라, 사샤와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건,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의 쿠온이라면, 뭐든지 혼자서 끌어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는 것."
쿠온의 대답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욕망이라는 것은 결코 힘에 대한 욕망이 아니었다.
바로, 조금은 편안해져도 되겠지. 같은 평범한 사람 정도의 욕망이다.
필요 이상의 일을 자신이 모두 짊어지고 혼자서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믿고, 동료들과 `함께`.
그렇게 하면 필요 이상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쿠온.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줘. 우리가 도울 테니까."
"...응...! 나도...!"
그 뒤의 말은, 굳이 문장으로 하지 않아도 전해져 왔다.
클레온은 그녀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쿠온은 조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그 손가락을 마주 걸어.
조용히 약속을 나누는 것이었다.
"후우~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니까, 술이 완전히 다 깨버렸어…."
쿠온은 쓴웃음을 지으며 달아오른 자기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한다.
그때 그녀의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울리는 것이었다.
"웃..."
생각보다 큰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가 배를 가리듯이 몸을 움츠리면, 클레온은 잠시 그런 그녀를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 클레온…. 너무 그렇게 웃지 마."
"아아, 미안. 하하…. 그러면, 저녁을 먹으러 가자."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쿠온은 고개를 갸웃인다.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왕도에서 준비해 온 휴대용 식량 정도였기 때문이다.
우선, 클레온은 주정뱅이 좀비들을 전부 이불에 가지런히 정렬시켜 눕힌 뒤, 아직 따지 않은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쿠온의 손을 잡고 숙소를 나서 마을을 가로지른다.
어둑해진 하늘.
마을의 허름한 집들에서는 랜턴의 불빛이 흘러나오는 것을 창밖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발을 멈추고 클레온이 손을 들어 그 허름한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안쪽에서 `누구세요?` 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나야 클레온. 쿠온도 함께인데 혹시, 저녁 식사를 같이해도 될까?"
"크, 클레온!? 우, 아아앗!?"
안쪽에서, 우당탕 쿵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날의 저녁은 혼자가 되었던 소녀에게 있어서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온기와 웃음이 함께한 식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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