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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38화 (238/506)

〈 238화 〉 의뢰

* * *

000

"무서운 사람, 갔어?"

메르카와 아스카론이 집을 나선 뒤, 빼꼼하고 방문을 열면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릴림이었다.

클레온이 돌아왔다는 것을 듣고 후다닥 현관까지 뛰어나왔다가, 그의 뒤에 서 있던 메르카를 보더니 곧바로 180도 방향을 틀어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메르카 본인은 그녀에 대해 잠깐 관심을 보였을 뿐, 크게 신경은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어린아이가 되어서 꺼릴 것이 없어진 성격이 된 릴림이 무서워하는 것을 보면, 메르카 본인도 평범한 인물은 아니란 것일지도 모른다고, 클레온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아아아아..."

그리고 옆에서 이마에 손을 올리고 한숨을 내쉬는 라일라.

"그렇게 크게 한숨을 내쉬면 수명 줄어들어."

클레온이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농담 섞어 그렇게 이야기하면 찌릿, 하고 그를 바라본다.

"이게 한숨을 안 쉴 일이야? 그 알베인이 탈옥에, 세토스는 언제 그가 자기 아들이라는 걸 알아챈 거야? 분명히 그레이 한테 그 남자의 동향을 살피라고 이야기해 뒀는데…."

의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라일라는 불평불만을 내뱉지만, 그레이로서도 조금 억울한 것이 있다면 끊임없이 일이 터지면서 본인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알베인은, 우리를 계속 원망하고 있겠지?"

"그 녀석은 반성할만한 성격이 아니란 거,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쿠온의 말에 라일라는 팔짱을 낀 채, 발끝으로 땅을 차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런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사샤가 조용히 손을 든다.

"...칼리번은, 괜찮나요? 알베인 씨는... 일단은 칼리번의 전 계약자였던 거잖아요?"

그녀의 말에 클레온도 벽에 세워두었던 칼리번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자 칼리번은 은은하게 빛을 내다가, 이내 그 모습을 인간형으로 바꾸어 땅에 내려섰다.

"하~암."

"태평하네. 알베인은 네가 멀쩡히 있는 걸 알면, 분명히 널 되찾으려 할거라구."

칼리번이 졸린다는 듯이 눈을 비비며 하품하면, 라일라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칼리번은 눈을 뜨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인간은 저한테 손끝 하나도 못 댈 테니까."

"... ..."

그리고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알베인과 저의 계약은 이미 끊어졌어요. 그가 저에게 간섭할 가능성은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칼리번은 그렇게 말한 뒤, 클레온에게 가서 그의 손을 잡는 것이다.

"클레온이 그걸 가만히 두고 있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죠?"

"물론이야."

클레온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칼리번은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V자를 그려 보인다.

"거기에... 여러분들은 그때와 비교하면 수없이 많은 시련을 뛰어넘고 강해지셨어요. 지금이라면... 쿠온씨 혼자서라도 그 인간을 이길 수 있을걸요?"

"... ..."

칼리번이 그렇게 말하면, 쿠온은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도 지금은 어엿한 성검 사용자­ 용사였고, 갈라틴의 힘은 이세계의 포식자를 돌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렇네. 응. 칼리번의 말대로야. 아무리 알베인이라고 하더라도, 그 녀석 혼자 서로는 지금 아무것도 못 해. 기껏 해봐야 세토스에게 들러붙어서 무언가 하려 하겠지. 그런 녀석에게 신경 쓰면서 불안해할 필요는 전혀 없어."

칼리번의 이야기를 듣고 한결 마음이 나아진 것인지, 라일라가 팔짱을 풀며 기지개를 켰다.

"하지만 궁지에 몰린 인간은 무얼 할지 모르는 법이야.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그를 잡아서 북부의 노동시설로 돌려보내야겠지."

아루루는 여전히 걱정인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알베인에 관한 것도 있겠지만, 세토스에 관한 것도 역시 신경 쓰일 것이다.

"퍼시스경에게 이야기하는 건?"

클레온이 아루루에게 그렇게 이야기하면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버님은 지금 왕도에 안 계셔. 이틀 전에 대륙 남부지역에 새로운 요새 건설의 건으로 왕도를 떠나셨어. 듣기로는 그 사업을 추진한 장본인이 세토스 경이라고 했으니­"

"역시 권모술수의 대가. 사전 준비는 완벽하다는 거네. 지금 왕국에서 그를 권위로 누를 수 있는 것은 국왕을 제외하면 자기 친형 정도니까. 미리 배제해 놨다는 거겠지"

라일라는 세토스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귀족계에 몸을 담아 암투를 싸워 이겨온 남자다웠다.

"어쨌든­ 메르카와 함께 방법을 좀 생각하면서­"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우선 일행의 의견을 모으려는 순간이었다.

똑, 똑. 하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종종걸음으로 사샤가 뛰어나가려는 것을 라일라가 손목을 붙잡고.

클레온이 현관으로 나아간다.

혹시라도, 참을성 없이 찾아온 알베인­ 이라는 것은 조금 예민한 반응일 수도 있었겠지만.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클레온이 현관문의 앞에 서서 목소리를 높인다.

"누구시죠?"

"오, 클레온. 돌아왔구나. 나다, 램파트."

그리고,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클레온은 한숨을 내쉬면서 현관문을 열고.

다른 이들도 긴장의 끈을 놓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일행을 보고 램파트는 말한다.

"뭐야. 내가 타이밍이 안 좋은 시점에 온건가?"

"아냐. 어쩐 일이야?"

클레온의 질문에, 램파트는 `아` 하고, 탄성을 내뱉으며 클레온을 찾아온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001

"귀족의…. 납치 사건?"

"그래…. 공표된 사건은 아니지만."

램파트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가 말한 사건이라는 것은 바로 며칠 전, 어떤 귀족 가문의 어린 아들이 신원 불명의 괴한들에게 납치당했다는 것이었다.

자위는 있지만, 그렇게 부유한 귀족은 아닌 덕분에, 가문의 당주와 안주인 두 사람 모두 왕성에서 일하고 있으며.

시종인은 메이드 한 명만을 고용하여 그에게 자기 아들을 맡겨놓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납치범들은 당당하게도 그 저택에 침입하여 메이드를 살해하고, 아들을 데리고 도주.

몸값으로 상당한 금액을 내도록 편지를 남겨놓았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모험가가 나설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이 느껴지는데."

평범하게 귀족에 대한 범죄를 행했다고 한다면, 당연히 움직여야 하는 것은 `기사단`이나 `경비대`였다.

"물론 그렇겠지만…. 당연하게도 경비대나 기사단은 움직일 때 그 흔적을 보여. 규모가 큰 집단이니까."

클레온은 램파트의 말에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만 납치범들은 경비대나 기사단이 움직인다면 아이를 죽이겠다는 것도 써 놓았지."

"비겁한...!"

아루루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하여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흘린다.

그러면 램파트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가 클레온에게 속삭인다.

"...정말로 트로메이아 가문의 아가씨와 아는 사이였구나. 클레온."

"지금 그게 중요해…?"

"아니. 뭐, 여전한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

클레온과 램파트는 그렇게 쑥덕인 뒤 다시 서로의 거리를 떨어트리며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기사단이나 경비대가 아닌…. 비교적 흔적을 남기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모험가를 찾았다는 거군."

"그래. 탐정과 너 중에서 먼저 돌아온 쪽에 이야기하려 했는데."

"...그레이를 말하는 건가?"

클레온이 그렇게 묻자 램파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며칠째 사무소도 비워둔 채 모습을 감춰서 말이야. 어디로 사라진 건지."

"...설마­"

라일라는 조금 불안한 예감이 들었는지 클레온과 눈을 마주친다.

"뭐야, 뭔가 아는 거라도 있는 건가?"

"아니. 우리도 그레이가 걱정될 뿐이야."

그녀의 실종이 세토스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불명한 상태였기에 쉽사리 램파트에게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저기,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요…. 부유하지 않은 귀족분에게 몸값을 요구해서, 그걸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사샤가 그렇게 램파트에게 질문하자 램파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귀족들은 그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은행에서 평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금액을 대출받을 수 있어. 평민들과는 다르게, 귀족들은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석이 많으니까."

램파트의 대답에 사샤가 `아하~`하고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 쿠온이 입을 열었다.

"우선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몸값을 준비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귀족 부부 나으리들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 것 같지만. 이미 그 부부는 상당한 금액을 은행에서 빌린 것 같아. 이유는 불명이지만…."

"뭐야 그거. 설마, 귀족으로서의 품위 유지 때문에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하고 있다던가. 그런 바보 같은 얘기는 아니겠지?"

라일라는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젓지만 램파트도 어깨를 으쓱하고 들어 올릴 뿐이었다.

"글쎄. 그 부분은 그쪽의 사생활이니까 나도 깊게 물어볼 순 없었어."

램파트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한 뒤,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알다시피 지금 모험가 길드는 움직일 수 있는 인원수가 적고, 다들 의뢰를 수행하는 데에 소극적으로 되어있어. 동료들이 계속해서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클레온은 그 부분은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뒤로,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여성이 되어버린 남성 모험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그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곤란에 처해 있는 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모험가 길드의 규정에 어긋난다. 그러니…. 부탁한다. 클레온. 우리를 도와줬으면 한다."

클레온은 램파트가 자신에게 머리를 숙이는 것을 보며 바로 그의 손을 잡았다.

"램파트. 나는 어린 시절 당신에게 몇 번이고 도움을 받았어. 당신은 내게 모험가로서의 스승 같은 사람이야…. 당신이 곤란해 있다고 한다면, 물론 도울 거고."

클레온의 대답에 램파트는 잠시 클레온을 바라보더니 고맙다는 듯이 다시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운이 좋아.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짓 같은 것을 벌이는 개자식들을 잡아들이는 데에 제격인 인물이. 마침 이 왕도에 와 있거든."

"... 잠깐, 클레온."

아루루는 클레온의 말을 듣더니 놀란 표정이 되어 그를 바라본다.

그녀의 `설마`하는 표정을 본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무려, 왕국의 특무 수사관이라는 분이 왕도에 와 있으니까 말이야."

... ...

그 뒤, 램파트에게는 우선 의뢰를 맡겠다고 이야기해 놓고 그를 돌려보낸 뒤, 클레온은 일행들을 돌아본다.

"후우... 도저히 쉬게 놔두질 않는걸. 이 도시는."

"그만큼 사람이 많고…. 문제도 많다는 거지."

라일라도 지친다는 듯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다.

"무리는 하지 말아줘. 클레온."

쿠온 역시, 휴식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곧바로 다음 일을 시작하려는 클레온을 걱정된다는 듯이 바라본다.

"물론이야. 두 사람 모두. 하지만, 무리하면 안 되는 건 나 뿐만이 아니라. 두 사람도 마찬가지 잖아?"

"읏..."

"아, 하하..."

클레온의 그런 말에 얼굴을 새빨갛게 하며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리는 라일라.

그리고 마찬가지로 얼굴을 붉히며 부끄럽다는 듯 볼을 긁적이는 쿠온.

그런 두 사람의 반응을 본 아루루와 사샤는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이었다.

사샤와 아루루의 시선을 눈치챈 것일까, 클레온은 헛기침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메르카가 건넨 삼각형의 귀걸이를 꺼내 들어 보였다.

"아까 그녀에게서 받은 귀걸이…. 편익의 반지 같은 건가?"

라일라는 클레온에게서 그 귀걸이를 건네받더니 잠시 눈에 마력시를 켜고 그 안쪽을 살펴보았다.

술식의 구성, 각인된 주문. 그리고 재질을 비롯한 정보가 그녀에게 흘러 들어왔다.

이내, 감정을 끝마친 라일라가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그런 것 같아. 다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독특한 구조이긴 한데…. 연결된 대상은 같은 아이템이 아니라, `메르카` 본인인 것 같지만."

"이쪽에서도 쫓을 수 있는 건가?"

클레온의 질문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마력을 머금어 귀걸이를 건드린다.

"조금 손을 봐준다면 말이야. 자. 이걸로 됐어."

"빠른걸?"

"이쯤이야."

클레온은 그럼 귀걸이를 손에 잡은 채 마력을 흘려 넣어, 그 삼각형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살핀다.

"좋아. 이걸로 우리들도 메르카를 찾아갈 수 있겠어."

그렇게 말하며, 귀걸이를 제 용도에 맞게 귀에 착용하면, 신기하게도 바로 눈앞에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이 흘러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럼. 갔다 올게, 사샤. 미안하지만 릴림을 조금만 더 부탁할게."

"아, 네! 괜찮아요! 왕도에 오고 나서는 꽤 얌전해졌거든요."

고개를 끄덕이는 릴림을 바라본 뒤, 클레온은 몸을 돌려 숙소를 나서려 했다.

그리고 그런 클레온의 뒤를 따라온 아루루가, 현관의 앞에서 클레온에게 이야기한다.

"...클레온. 나도 협력하게 해 줘."

무언가를 결심한 듯이 주먹을 쥔 그녀의 눈을, 클레온은 가만히 바라본다.

"메르카가 신경 쓰이는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그녀는 10년 전에 봤을 때랑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분명­ 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도."

"...큰일?"

클레온의 말에 아루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듯이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래. 메르카는 10년 전, 알카디오스의 선대 당주…. 그러니까 그녀의 아버지를체포하고 처형했어. 그녀가 나와 동갑이니까­, 그때의 나이는 아홉인가."

아루루는 무척이나 슬픈 얼굴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주먹을 쥐었다.

"... ..."

들려온 내용이 생각보다도 충격적이기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지만 아루루는 과거의 일을 이어서 입에 담았다.

"알카디오스 후작의 죄는... `반란죄`. 돌아가신 아멜리아 왕녀님의 작은 아버지와 같은 죄목이야. 아니, 정확하게는 그 두 사람은 같은 진영의 사람이었어. 메르카의 아버지는 지금의 왕궁이 무능하여 백성들의 삶을 괴롭게 만든다고 주장하며 반란에 참여한 사람이야. 본래는 메르카와 같은 특무 수사관으로 많은 사람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들인 사람이었지만…."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잠시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반란은 세토스 경에 의해 진압되었고. 메르카의 아버지는 도주했어. 원래대로라면, 후작 가문은 그대로 일족이 절멸당해야만 했지만... 메르카는 아버지가 반란을 시작하자마자, 당주의 자리를 자신이 찬탈하고 그를 가문에서 퇴출하는 것. 그리고…. 그의 목을 직접 베어서 왕에게 가져다 바치는 것을 조건으로 후작 가문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지."

그 뒤의 이야기는, 메르카의 지금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반란의 주모자였던 또 한 명의 귀족인 자신의 아버지를 추격하여­ 수사관으로서의 첫 임무로.

자기 아버지의 목을 왕에게 가져다 바친 것이다.

그렇기에 클레온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반란은... 뒷쪽에 악마들의 개입이 있었던 거잖아. 그렇다면, 메르카의 아버지도­"

"...솔직히­ 그 부분에 관해서는 모르겠어. 그 악마에게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하지만... 정답을 알았다고 해서, 과거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아…. 진실을 알게 되면 메르카가 어떻게 될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어."

아루루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납득하는 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그러니까…. 신경 쓰이는 거야. 그녀는 분명, 어딘가 나와 닮아있지만….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류의 인간이라고. 그리고…. 괜찮다면 그녀를 돕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클레온은 아루루의 말을 들은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리고…. 되도록 그녀의 앞에서는 반란에 관련된 이야기나, 아멜리아 왕녀와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 게 좋겠네."

"...응."

클레온의 의견에 아루루는 동의하며, 메르카를 찾아가기 위해 클레온과 함께 숙소를 나서는 것이었다.

002

어두운 저택의 안.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성들은 둘러앉은 채 카드로 도박을 벌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들이 있는 방의 구석에는 기절한 채 앉혀 있는 작은 남자아이가 한 명.

"일이 이렇게 쉽게 흘러갈 줄은 몰랐는걸. 그 귀족 나으리가 말한 대로라니."

"크크... 도둑길드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거지. 그런 대물이 우리에게 의뢰라니. 왕국 가신의 이인자라고. 이인자."

그들은 모두 도둑 길드의 일원으로, 얼마 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본거지를 공격받아 대량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저절로 굴러 들어온 커다란 안건의 유혹을 저버리지 못하고, 귀족 자제를 납치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메이드를 죽인 것은…. 계획에 없었지만.

"돈을 받으면, 왕도 뒷골목에서 한번 거하게 파티나 즐기자고. 요즘 거기에 물 좋은 계집들이 많다는 것 같으니까."

"하하! 그거 좋은데! 요즘 하지 못해서 거시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고!"

"개 더럽네! 진짜! 야! 망보는 거나 교대해!"

천박한 말을 나누는 남자들의 고함. 그리고,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양철의 회색 눈`이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을.

그들은 전혀 알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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