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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40화 (240/506)

〈 240화 〉 키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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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이 귀걸이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지방 귀족들이 왕도에 방문했을 때 주로 묵는 것으로 유명한 고급 여관이었다.

평민들은 감히 범접도 할 수 없는 호화스러운 외견에, 정문에는 여관에 고용된 사설 경비마저 세워져 있어서.

어떤 이들은 선망의 대상에 향하는 것 같은 시선을,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귀족들의 권위 의식이 드러나는 그 배타적인 형태에 질투의 시선을 보내거나 하는 것이었다.

입구에서 경비들에게 가로막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뻔했던 클레온이지만, 그 뒤에 따라붙어 있던 아루루가 미소를 지어 보이자 경비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두 사람을 들여보내 준다.

얼마 전의 대신전에서의 일을 떠올리는 것 같아, 클레온은 흑마의 일족으로서 태어나 지금까지 엘레시아에서 받았던 차별의 시선은 별거 아니었구나, 같은 생각을 다시 하는 것이었다.

"...같이 와 준다고 해서 고마워, 아루루. 네가 없었더라면 입구에서 한참 옥신각신 해야 했을 거야."

"후후.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아루루는 클레온의 감사 인사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여관의 안은 바깥만큼이나 호화로운 장식들로 가득해서, 아루루의 저택보다도 훨씬 귀족들이 사는 곳 같은 느낌이 드는 내관이었다.

"이런 곳에서 하루 묵으려면 얼마나 필요한 거지..."

물론 클레온도, 이런 곳을 이용해 본 경험은 없었기에, 가격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이 가지 않았지만 아루루는 `음~`하고 잠시 고민하더니 이야기한다.

"이전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여기서 하루 묵으면 평민들이 일주일 동안 사용하는 생활비 정도가 필요하다고 들은 적이 있어."

"엄청나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곳인가?"

모험가로서 평범하게 활동하던 시절, 도시에서 묵을 때는 언제나 중급 숙소.

외부로 멀리까지 나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노숙이 기본이거나 가장 싼 숙소를 이용하지 않으면 의뢰비가 적자가 날 정도였다.

귀족이라서 돈이 썩어 넘친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클레온이 보기에는, 왕도 내의 다른 여관과 비교했을 때 내관의 호화스러움도, 침대의 푹신함도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귀족들에게는 오히려 가격이 높을수록, 그들에게는 자신의 지위나 부를 과시할 수 있는 거니까. 게다가, 묵은 귀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쁘지 않다는 것 같아."

그런 클레온의 표정에서, 그의 속내를 읽어낸 듯, 아루루가 말하면 클레온은 `그런 건가...`같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 아루루가 프런트에서 메르카의 방 번호를 물으면 프런트의 직원은 대답한다.

"메르카님은 303호실에 계십니다. 아루루님이나 클레온님께서 찾아오시면, 방으로 모시라고 이야기를 받아 두었죠."

직원의 말에 클레온은 조금 놀란 얼굴이 되어 아루루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올 거란 건 귀걸이를 맡겨 두었으니 그렇다 치고... 아루루가 올것도 예상해 뒀었단 말이야?"

"그런가 보네…. 역시, 막무가내인 것처럼 보여도, 치밀하게 계산하고는 있구나."

거기에 무시무시한 행동력이 더해지고, 그녀에게 있어서 마지막 족쇄가 되는 `저돌맹진`이 해결된다면.

그녀에게 추적받는 범죄자들에게 있어서는 악몽 그 자체이겠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여관의 계단을 올라 복도를 걷다 보면, 다른 여관에 비해서도 방문 사이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방 안이 넓다는 것이겠지.

안내하는 직원의 발이 멈춘 것은, 다른 방과 비교하더라도 한층 호화스러운 문의 앞에서였다.

마치 이 방만, 조금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

클레온은 그 방문 너머에서 어째서일까 조금 꺼림칙한 마력을 느끼면서도.

아루루와 눈을 마주친 뒤,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클레온이 다가가 방문에 노크하면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클레온 님이십니까?"

그리고 들려온 목소리는, 아마 메르카의 것이 아닌 듯했다.

그녀와 함께 있던 `아스카론`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메르카의 부하­ 혹은 시종이겠지.

"그래. 미안하지만, 이쪽에서 먼저 찾아왔어. 아루루도 함께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가까워져 오는 발걸음 소리, 그리고 이윽고 문이 열리면­

숙소에서와는 다르게, 코트를 벗어 소매가 없는 회색 스웨터를 입고 맨살을 드러낸 아스카론과 눈이 마주쳤다.

잘 늘어나는 재질의 옷 때문인지, 그녀의 커다란 가슴에 딱 달라붙는 형상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일까, 조금 상냥한 표정으로 클레온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으면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금화 두 닢을 건네는 것이었다.

직원은 그런 아스카론에게 예의 바른 인사를 마친 뒤, 그대로 복도를 나아가 방에서 멀어져 간다.

"...방금 것은?`

"팁입니다. 방문객의 안내 서비스를 받았으니까요. 이 여관에서는 어느 정도 필수적인 부분이죠."

이스칸달은 그렇게 대답하며 아루루와도 눈을 마주치며 공작가의 영애에게 어울리는 인사를 보인다.

"다시 뵙는군요, 아루루님. 아가씨께서, 아루루님을 위해 와인을 미리 준비해 두셨답니다."

"아하하... 그런 배려는 솔직히 예상 밖인걸."

클레온은 와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저께 있었던 `술주정 좀비 사건`을 떠올리고 조금 핼쑥한 얼굴이 되지만, 그런 클레온을 놔두고 두 사람은 차분한 발걸음으로 방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클레온도 그녀들의 뒤를 따라 안 쪽의 넓은 방으로 들어가면, 그 안은 이전 엘레시아에서 임시로 머물렀던 황금경의 저택의 침실보다도 훨씬 커다랗고 화려한 방이었다.

웬만한 귀족 저택의 침실보다도 커다란 그 방의 한쪽 벽면에는 또다시 무식할 정도로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메르카가 마치 인형처럼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양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옷은 클레온과 만난 아까에서 변하지 않은 드레스 차림 그대로였지만.

덕분에,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정말로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을 사람의 크기까지 키워놓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고 있네."

아루루는 클레온과 마찬가지로 메르카의 그런 자는 모습이 의외라는 듯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대륙 북부에서 이곳, 왕도로 오는 동안 알베인은 물론이고, 그 주변에 관련된 자료를 모두 읽으시느라 한숨도 주무시지 못하셨던 탓에."

그리고, 침대의 가까운 곳에 놓여 있는 원형 테이블의 위에는, 정말로 와인병과 글라스가 4잔 준비된 것을 보아.

그녀가 아루루가 올 것을 예상하였다는 것은 거짓이 아닌 듯했다.

"코르크를 여는 것은 아가씨께서 일어나시면 하도록 하죠. 본래라면, 이쪽에서 연락을 드린 뒤에 찾아오실 것을 예상했지만­ 유일하게, 아가씨의 예상이 빗나간 부분이라면. 여러분께서 연락을 받기 전에 먼저 찾아오셨다는 점입니다."

"알베인과는 조금 관계가 없는 부분이지만, 메르카의 도움을 받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야."

클레온의 대답에, 아스카론은 `호오`하고 흥미롭다는 듯한 목소리를 낸 뒤에, 일행을 소파로 안내하여 자리에 앉게 했다.

"상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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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귀족 자제의 납치사건. 입니까. 경비대와 기사단은 움직일 수 없다는 것도. 몸값을 준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도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모험가인 당신에게도 의뢰가 들어왔다고."

"맞아. 나야, 의뢰의 보수 같은 것은 상관없어. 무사히 아이를 구출해낼 수 있다면, 보수는 전부 양보할 생각이야."

클레온의 말에 아스카론도 아루루도 두 눈을 깜빡이며 클레온을 바라본다.

"...클레온, 진심이야?"

"그렇잖아? 메르카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온전히 내 실력으로 의뢰를 완수한 게 아니고."

클레온의 말에 아루루는 쓴웃음을 지으면, 아스카론은 아하하! 하고,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소문대로 특이한 사람이군요. 클레온 님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보수를 양보하거나 거절하는 모험가는 따로 본 적이 없어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말이죠."

"특이해서 미안하군."

"아아, 죄송합니다. 별로 놀리려고 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당신 같은 사람이 있는 편이 세계를 조금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것이겠죠."

아스카론은 그렇게 이야기한 뒤,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했다.

"알베인 포획 작전 전의 준비운동으로 딱 좋은 안건이네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클레온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클레온도 아루루도 놀라서 뒤쪽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메르카가 눈을 반짝이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낮이에요. 한 시간 만의 재회지만."

"괜찮으십니까? 아가씨. 깨워달라고 하신 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 더 남았습니다만…."

아스카론의 걱정하는 듯한 말에, 메르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는다.

"아스카론의 웃음소리 때문에 깼어."

"죄, 죄송합니다."

"농담이야."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아스카론을 놀리는 것이 재밌다는 듯, 메르카는 입꼬리를 올리며 클레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보다도 클레온.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 당신은 모험가보다도 기사단이나…. 제가 소속되어있는 `수색대`에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닐까요?"

귀족으로서 평민을 칭찬하는 듯한 자세였지만, 클레온은 멋쩍은 얼굴로 볼을 긁적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클레온의 팔을 꼭 껴안으면서 자신 쪽으로 당기는 아루루.

"미안한데, 클레온은 이미 예약됐어."

"...질투 나네요. 그 애정 행각. 아스카론, 이쪽으로 와서 제 팔을 꼭 안으세요."

"어, 어째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아가씨."

그렇게 말하면서도 소파에서 일어나 메르카의 곁으로 다가온 뒤, 그녀의 지시대로 그녀의 오른팔을 품에 껴안는 아스카론.

다만, 신장은 아스카론 쪽이 더 크기 때문에 엉거주춤하고 몸을 숙이지 않으면 안 됐기에 꽤 이상한 자세가 되었다는 것이지만.

잠시, 네 사람 사이에서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메르카는 조용히 있다가 `자!`하고 목소리를 높인다.

"바보 같은 짓은 그만하고, 아이를 찾으러 나갈 준비를 하도록 하죠."

"그렇네..."

메르카의 말에 아루루도 동의한다는 듯이 슬쩍, 클레온의 팔에서 떨어졌다.

아스카론도, 메르카의 팔에서 떨어지면서 조금 쑥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고 있으면, 메르카는 뚜벅뚜벅 방의 안을 걸어 다니며 외출용의 코트와 자신의 수사 용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긴다.

그리고 넌지시 클레온에게 질문한다.

"아이나 범인에 관련된 정보는?"

"현장에 놓여 있던 편지를 의뢰와 함께 받아놨어. 여기­"

"테이블 위에 올려 주세요. 이동하면서 확인하겠습니다."

메르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스카론이 클레온에게 다가가 그로부터 자료를 건네받는다.

아스카론은 받아 서 든 자료를 자신도 한 번 살피고, 메르카의 이동경로 상에 있는 와인이 올려져 있던 테이블 위에 자료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메르카가 테이블 위로 다가가 그 자료를 집어 들려고 하는 순간­

"웃!?"

갑작스럽게, 몸의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며, 와인 병은 땅으로 떨어져 카펫의 위를 굴러간다.

다행히 깨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었지, 쓰러진 메르카의 위로 파편이 뿌려졌으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다니. 왜 그래? 메르카."

아루루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 다가가면, 쓰러져 있는 메르카의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받아 숨을 삼켰다.

"메,르카... 그거­"

그리고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듯, 느긋한 말소리로 손을 들어 보이며 메르카를 가리키면.

클레온도 넘어진 메르카를 걱정하여 가까이 왔을 때,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메르카의 몸에서 떨어져 굴러다니고 있었다.

"아­ 봐버렸군요. 흉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메르카는 끄응 소리를 내며 한쪽 팔만으로 몸을 지탱하여 분리된 자기 몸을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스카론은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와, 떨어져 나간 팔과 다리를 붙어 있어야 할 곳에 옮겨 놓고.

손에서 약한 전기를 일으켜, 그녀의 몸에 흘려 넣었다.

"...의수와, 의족. 인거야?"

"맞아요. 솜씨 좋은 협력자에게 의뢰해서 제작한 특주품이죠. 실제의 인체처럼 체온도 있고, 내구성도 상당한 것은 좋지만…. 그만큼 마력 소모가 심해서 말이죠."

아스카론의 전기가 마력으로 전환되어 그 의수와 의족에 흡수된 것인지, 움찔! 하고 크게 떨린 팔다리는 이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잠이 부족하면 이렇게 분리되어 버리곤 한답니다?"

"전혀 안심되지 않는 말인걸…. 괜찮겠어? 조금 더 쉬는 편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려 하자, 그녀는 검지를 펴서 자기 입 앞에 세운 뒤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조금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는…. 저도 기분 좋게 `쿨쿨`하지 못하니까요."

`쿨쿨...`

클레온은 그녀가 사용한 단어 선택에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왕도에 찾아온 김에, 이 의수 의족도 정기 점검을 받으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제작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말이에요. 마력 연비가 나빠진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팔을 움직여 보이는 그녀를 보면, 확실히, 일반적인 인간의 몸에 비해서도 조금 느린 움직임.

수면 부족으로 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도 한몫하고 있겠지.

"죄송합니다. 아가씨, 제가 건네드릴 수 있는 마력에도 한계가 있어서…. 역시, 이번에는 제가 두 분을 도와 다녀올 테니, 아가씨는 조금만 더 쉬어주세요."

"한 번 했던 말을 또다시 하게 하지 마세요. 마력이야, 포션을 사용해서 회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메르카는 잠시 입을 다물다가, 아루루와 클레온을 바라본다.

"제가 조사한 사실에 따르면­ 마검사의 체액에는 대량의 마력이 포함되어 있다던가."

"... 잠깐, 메르카!??!"

갑작스러운 그녀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에, 그 자리에 모여있던 모두가 경악의 표정을 지으면.

메르카만은 `후후`하고 웃으면서 천천히, 클레온에게 다가갔다.

클레온도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슬쩍 뒷걸음질 쳐서 그녀에게 멀어지려고 하지만­.

그녀와 눈을 마주친 순간 어째서인지 살짝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마안?!`

이미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마안은, 뒤늦게 사냥꾼의 각인을 띄운다고 하더라도 효과를 끊어낼 수 없었고.

이내, 경악한 표정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클레온에게, 메르카는 조용히 속삭였다.

"흥미가 있었어요. 마력 포션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체액을 통해 직접 마력을 건네 받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후학을 위해서, 실례하겠어요. 클레온."

아루루도 그런 메르카를 멈추려고 그녀에게 뭐라고 소리치지만, 메르카는 어떤 정지신호가 오더라도 멈추지 않는 아가씨였다.

"그리고, 클레온의 머리에 양손을 올린 뒤, 그대로 몸을 움직여­"

쿵!

하는 소리가 나도록 서로의 입술이 부딪힌다.

아니, 사실 그보다도 전에 코가 부딪히며, 고통 때문에 마안의 주박이 풀려나갔다.

"우픗!?"

그리고 잔뜩 기대한 표정으로 달려들었던 메르카는 부딪힌 코에서 느껴지는 아픔 때문에 코를 부여잡고 몸을 숙였다가 뒤로 젖혔다가 하는 추태를 보이는 것이었다.

클레온도 아픈 것은 마찬가지여서 코에 손을 올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지만.

아루루는 다행이라는 듯이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었다.

"이, 이상하네요. 이성 교제에 대해 적혀 있던 자료에는 분명, 입술을 부딪치는 것으로 타액의 교환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방금 그건... 박치기잖아…."

코를 붙잡고 있는 탓에 코 맹맹한 소리를 내는 클레온과 메르카.

그런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아스카론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죄송합니다, 클레온 님. 아루루 님. 아가씨께서는 늘 책이나 서류로 읽은 지식을 바탕으로 움직이려 하셔서…."

"그런 것 치고는 꽤 막무가내였는데 말이야. 정말로 말괄량이로군…."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살피지만.

부딪힘이 상당히 아픈 것이었던 듯,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아서 눈시울을 글썽거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정할 수 없다는 듯이 분한 얼굴이 되어 말한다.

"...아루루. 당신은 이미 클레온과 키스를 한 적이 있는 것이었지."

"가, 갑자기 뭘 물어보는 거야! 물론 그랬지만…!"

갑작스럽게 자신을 향한 메르카의 화살 시위가 향하게 되자, 당황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대답하는 아루루.

"그럼 제 앞에서 시범을 보여 주세요. 아루루 트로메이아. 그 정도는 가능하겠죠."

"... ..."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지만­

"아루루?"

오히려 아루루가 조용해진 뒤, 자신­ 입술을 바라본다고 느낀 다음 순간이었다.

"좋아."

라고 대답한 아루루는 그대로 조금 전의 메크라와 같이 클레온의 입술을 덮쳤다.

[진심이야!?]

텔레파시로 말을 걸어오지만, 대답하지 않고 부드러운 버드키스의 단계를 생략하고, 닫혀있는 클레온의 입술 위를 훑어가는 아루루.

그 부드러운 감촉에, 클레온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지며, 슬쩍, 입을 열어젖혀 그녀의 혀를 안쪽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신호라도 된다는 듯이, 클레온의 입 안을 헤엄치며, 그의 혀를 오히려 반대로 자신의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아루루는.

더욱, 격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눈앞의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을 마킹하듯이 달려드는 것이었다.

"츄읏♡ 웃♡ 쥬르릇♡ 하아음♡ 츄­♡"

그리고,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물소리와 같은 목소리.

메르카는 그 갑작스럽고 원초적인 정열적인 움직임에 넋을 잃은 듯이 눈을 크게 뜨고, 입가를 손으로 가린 채 그녀의 행위를 바라본다.

그리고­ 수십 초에 걸친 뜨거운 키스가 끝나며 서로의 얼굴이 떨어지면, 두 입술을 사이에 두고 점도 높은 타액의 실이 이어지며 거미줄처럼 반짝였다가, 툭 하고 끊어지며 카펫을 적셨다.

입가를 손등으로 스윽 훔치고, 메르카를 내려다보는 아루루.

그 눈은 조금 전까지의 평화를 사랑하는 소녀와도 같은 눈이 아닌­.

아카데미에서, 호적수를 만나 본능적으로 그의 입술을 탐했을 때와 같은.

그런, 야수와도 같은 눈빛이었다.

"이게 키스야. 네가 할 수 있을까?"

빠직.

무언가, 힘줄이 끊어졌다기에는 꽤 큰 소리가 그녀에게서 들렸다.

"... 하하. 그건 나에 대한 도발…. 이란 것으로 생각해도 되겠지?"

아니면 힘줄이 두꺼워서 그랬던 것일지도.

"...잠깐, 아루루. 너도 뭘 조장하는 읍!?"

그리고. 이번에는 다시 한번 부딪히는 메르카의 입술.

아루루가 했던 것을 따라하는 수준이지만, 방금까지 키스의 방법이라곤 전혀 모르고 신경 쓰지 않았던 소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전력을 다해서 클레온에게 부딪혀온다.

"응... 츄릇 하음... 베에­ 쥬릇..."

그 덕분인지 클레온의 입이 살짝 벌어지며, 그 사이로 파고들어 와 그로부터 타액을 건네받는다.

처음으로 느끼는, 다른 방식으로 흡수되는 타인의 마력이 그녀의 잘 움직이지 않는 몸에도 순식간에 마력을 흘려보낸다.

그 양도, 질도, 소량의 타액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마력 포션보다도 회복력도 높았다.

두 사람의 입이 떨어지면, 클레온은 당황한 얼굴로 자기 입을 훔치지만, 메르카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겠다는 듯이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몰아쉬다가.

아루루를 바라보며 `봤냐`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었다.

"...대단하네요. 정말로 몸에 마력이 넘쳐나요."

그리고 그 뒤에는, 스스로의 퍼포먼스를 확인하여 의수와 의족이 잘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뒤­

문뜩, 떠올랐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아 그러고 보니. 첫 키스네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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