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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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위에 코트를 걸쳐 입고, 사건이 발생한 귀족의 저택을 향해 당당한 발걸음으로 일행의 선두에 서서 나아가는 그녀를 바라보며.
아루루와 클레온은 살짝 멋쩍은 표정으로 그 뒤를 따라간다.
아까 전, 여관을 나서기 전에 그녀가 했던 `처음`이라는 말이 계속 신경 쓰이는 것일까.
아스칼론은 슬쩍 뒤를 바라보면서도 메르카의 보폭에 맞추어 그녀의 옆으로 걸어가고.
그제서야 메르카도 몸을 돌려 클레온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하고 저을 뿐이었다.
"왜 그러죠 클레온?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서는. 혹시, 아까의 제가 말한 `첫 키스`라는 단어를 아직도 질질 끌고 있는 건가요?"
"아니... 뭐. 그렇긴 하다만."
클레온은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 부분에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자신보다도 그녀가 아닐까?
하지만 메르카는 클레온의 말을 듣고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흥`하고 코웃음을 흘렸다.
"그저 키스의 첫 경험이라는 사실에 너무 연연할 필요 없답니다. 사람들은 다들 `처음`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담으려 하지만. 저에겐 있어선 `앞으로 같은 일을 했을 때, 가장 최저의 결과`를 낸 경험일 뿐입니다."
"키스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마 메르카 뿐일 거야."
아루루는 메르카의 말에 쓴 웃음을 지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럼. 아루루는 첫 키스에 대해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거네?"
"응!? 아 하하... 뭐, 그렇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메르카의 말에, 아루루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클레온을 바라본다.
아루루에게 있어서 첫키스는 클레온과 검을 처음으로 부딪혔을 때.
태어나서 검을 휘두르는 경험 속, 가장 전력을 낼 수 있었던 탓에 달아오른 몸. 빠르게 뛰는 심장. 거칠어진 호흡
그 모든 것을 갈무리하기 위해, 당장 눈앞에 있던 그에게 달려들어 야수처럼 입술을 빼앗은.
늠름한 겉모습 아래, 소녀로서의 감성을 감춘 아루루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입맞춤이었다.
"으... 떠올렸더니 조금 부끄러워졌어."
얼굴을 부채질하며 그렇게 말하는 아루루를 보며, 클레온도 그 키스를 떠올린 것인지 `아하하….`하고 마른 웃음을 내뱉었다.
그때의 경험에 있어선, 클레온은 완전히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조금 힘들어도, 일방적으로 당한 쪽이었으니까.
"그 아루루 트로메이아가 타인이 보는 앞에서 부끄러운 얼굴을 한다…. 라. 과연, 그만큼 너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는 거겠지. 흥미롭네."
"나, 나도 다른 사람 정도의 감정 표현은 할 줄 안다구…."
그렇게 말하는 아루루를 보며 클레온은 아루루가 이렇게나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좀 신선하다고 느낀다.
"뭐. 그건 그거고, 그런 `마력 공급을 위한 스킨 쉽`에 집중하기보다는, 아이를 납치해 간 녀석들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에 조금 더 신경 쓰도록 하죠. 먼저, 현장에 남아있다는 이 편지"
메르카는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이 램파트로부터 건네받은 편지를 손에 들어보았다.
어딜 봐도 평범한 편지지에, 굉장히 정돈된 글씨로 쓰여있는 편지이다.
"이 편지의 존재가, 이번 계획이 우발적인, 우연한 것이 아닌 계획된 범죄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 아이를 납치하면서 편지를 썼다기에는, 글씨도 정돈되어 있고. 애초에 귀족의 집에 침입한 거니까, 계획범죄인 것은 당연한 거겠지."
메르카의 말에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메르카는 그 편지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클레온의 말에 덧붙여 이야기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집 안에 남은 것이 아이와 메이드. 둘 뿐이라는 것 역시 파악하고 있어야겠죠. 클레온은 일반적으로 빈집 털이 그러니까 가장 많은 무단침입 및 절도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대가 언제인지 알고 있나요?"
"...밤인가?"
클레온의 말에 메르카는 고개를 젓는다.
"많은 사람들이 저녁, 밤. 해가 진 어두운 시간대를 생각하지만. 사실은 `새벽에서 아침 사이`랍니다.
"흐음... 그건 수사관 경력에서 나온 이야기인 건가?"
"뭐. 그렇다고 해두죠. 중요한 것은, 이들이 범죄를 벌인 시간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녁에서 밤`도 아니고, 우리 수사관이 가장 집중적으로 살피는 `새벽에서 아침 사이`도 아닌, `낮`이었다는 거죠. 그리고 이 집의 귀족들은 두 사람 모두 왕성의 가신으로 낮에는 집을 비우게 됩니다. 명백하게, 범인들은 이 집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조사를 마치고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계획을 세웠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아루루. 상대는 귀족이야. 아무리 그래도 자기들이 낮에 집을 비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표적이 되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그들도 철저하게 그 사실을 숨겼겠지. 간격을 두고 집을 나선다던가, 다른 이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집을 나설 수 있는 통로를 쓴다던가."
메르카가 말하는 것은 조금 비약된 것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우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나는 수사관인 만큼, 진실을 찾는 것과 동시에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흔히 말하는 음모론자라서 말이야. 예를 들면 이 사건. 겉보기에는 평범한 겁 없는 도둑들의 일탈과도 같지만…. 뒷 편에 더 큰 무언가가 엮여 있다면 어떨까?"
"메르카... 아무리 그래도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는데 거기에 대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좋지 않아."
"실례. 확실히 그 말대로야. 동시에 나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 이 도둑들에게 `이 시간대에는 집주인이 없고 도련님과 메이드만 있다.`라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이 있다고 한다면?"
메르카의 말을 들은 아루루는 잠시 입을 다물고, 클레온은 역으로 그녀의 말에 의문점이 늘어나는 감각을 느꼈다.
"그렇다면 그게 대체 누구지?"
"귀족의 집안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간이라면. 첫 번째. 그들 본인. 두 번째.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시종인들. 물론 첫 번째는 그럴 리 없고 두 번째는 메이드가 유일한 시종인데 살해당했죠?"
메르카는 그렇게 손가락들을 하나, 둘, 펴가다가. 마지막으로 세 개째를 펼친다.
"귀족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것은, 또 다른 귀족이죠. 물론."
메르카는 얼굴에서 표정을 싹 지우며,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루루는 그런 메르카의 말에 조금 발걸음이 빨라져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이 사건이 귀족들끼리의 정치 암투의 일부라고 이야기 하는 거야? 메르카."
"아직까지 단언은 할 수 없어.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자세한 것은 범인들을 잡아서 심문해서 알아내야 하겠지만. 나는 그 가능성을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어."
메르카의 눈은, 이지적으로 반짝인다.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은 사건의 뒤편에 숨겨져 있을 추악한 인간의 본성의 존재감이 자기 뇌세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메르카를 바라보며, 아루루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10년 전에서 바뀌지 않았네. 너는."
"그래?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잃었다면. 크게 바뀌었다고 보는데. 나는."
메르카의 말에 아루루는 `윽...`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지만, 아스카론이 슬쩍 아루루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인다.
"방금 것은 아가씨의 농담이십니다."
"일일이 해설해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아스카론. 아루루 이 애는 내가 보기에는 클레온과 관련된 일이 아니면 여전히 조금 머리가 딱딱한 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너무 유연한 거야…."
그렇게 투덕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두 사람.
클레온은, 그런 아루루의 모습에서 어딘가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나 라일라 정도에만 보여주었던 그 또래의 소녀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만약, 레일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그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 ..."
아니, 그런 `만약`은 의미가 없는 것이겠지.
클레온이 있었기에, 레일을 막을 수 있었고. 레일은, 아루루를 `평범한 일상`에 가두어, 그녀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행복을 강요하려 했다.
반짝이며 내리쬐는 햇살 너머로 아루루의 모습이 귀족의 드레스 위에 평민의 옷이 아지랑이처럼 겹쳐 보였다.
하지만, 이내 몸을 돌리며 클레온을 돌아보는 아루루.
"왜 그래 클레온?"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클레온은 조금 발걸음을 서두르게 하여, 두 사람의 뒤에 따라붙었다.
더욱 가까운 곳에서, 아루루의 소녀를 바라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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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인가."
클레온과 일행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귀족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다른 저택에 비해서는 조금 크기가 작아서,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넓은 평민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믿어질 정도였기에.
그들이 처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사는 곳에서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과연. 귀족들이 이런 곳에서 지내고 있자면, 주변의 눈치나 지위의 과시를 신경 쓰는 것도 이해할 만 한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같은 처지라면 얌전히 자신의 수준에 맞는 삶의 방식을 찾겠지만.
"편지에 있는 대로라면, 분명 어디선가 저택을 감시하고 있을 거예요. 들키지 않고 들어갈 필요가 있겠네요."
메르카가 그렇게 이야기 클레온은 손을 쥐고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주변에 막처럼 펼쳐서 두른다.
"어둠의 장막."
주문이 갈무리되면, 클레온의 몸은 완전히 주변의 배경과 동화하여 사라지는 것이었다.
"... 놀랍네요, 그 마법. 위장 마법인가요?"
메르카는 그런 클레온을 바라보면서 조금 부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이거라면 녀석들에게 들키지 않고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뭘 찾아오면 되는지 이야기해 줘."
"그 마법, 다른 이들에게는 못 걸어주나요?"
"내 몸에 닿아 있는 사람 한정이야. 손을 붙잡는 정도론 안 되고... 조금 밀착해야 하지만."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서 마법을 한차례 해제하면, 메르카는 `흐음`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터벅터벅, 걸어와, 클레온의 등을 두드리며 자세를 조금 낮추라는 듯하고
"엇...차."
그대로, 클레온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메르카..."
아루루는 그런 메르카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젓는다.
클레온 본인은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이 되지만.
레스와 코트에 의해 가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몸의 무게에 의해 눌리면서 신체가 밀접하면 자연스럽게 그녀의 가슴이 클레온의 등에도 여지없이 그 존재감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자. 이걸로 들어가 보죠. 레츠 고. 클레온. 목표는 저택의 안입니다. 살해 현장은 시체만 치우고 보존해 두었다고 쓰여 있었으니…. 그곳부터 가보죠."
"하아…. 알았어."
클레온은 그렇게 말해오는 메르카를 돌아보지 않은 채, 몸 전체에 어둠의 장막을 다시 한번 펼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도 클레온과 메르카. 양쪽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었다.
아루루나 아스카론은 각각 클레온과 메르카와의 마력적인 결속으로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면, 라일라보다도 높은 수준의 마력시를 사용하지 못하면 클레온과 메르카의 존재를 느끼는 것조차 불가능하리라.
"그럼. 우리들은 바깥에서 혹시라도 안으로 누가 들어가거나 하면 알려줄게."
"조심하십시오. 메르카님, 클레온님."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배웅하는 아루루와 아스카론.
클레온은 호흡을 조금 정돈한 뒤, 단숨에 다리를 움직여서 저택으로 가까이 간다.
그리고, 떡하니 있는 정문에게서 시선을 뗀 채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메르카는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는 듯했다.
"보통 이런 형태의 저택의 경우...
그리고, 메르카는 장담한 대로 일반적인 출입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기 힘든,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골목으로 통하는 저택의 입구를 발견한 것이다.
"...정말이군."
"봐요, 제 말이 맞죠?"
뒤편에서 들려오는 `흐흥`하는 즐거운 듯한 콧노래 소리.
클레온은 그런 메르카를 업은 채로 뒷문을 통해 저택의 안으로 무사히 들어갈 수 있었다.
"...좋아. 안쪽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지금 이 저택에는 우리 밖에 없는 것 같네요."
들어선 곳은, 저택의 주방. 두 사람이 통과한 이 문의 원래 목적은, 주방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들을 버리기 위한 것이겠지.
조심스럽게 메르카를 땅에 내려놓고, 장막 마법을 해제하면 그녀는 주방을 둘러본다.
"정말이지, 클레온의 능력은 보면 볼수록 탐나네요. 이번 일 알베인을 붙잡고 나면 저희 수사국에 취직하는 건 어때요?"
투명화 마법에, 무력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아루루의 신뢰를 받는다는 가장 큰 보증수표가 붙어있는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그녀의 제안.
하지만 클레온은 인상을 조금 구긴 채로 무언가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클레온?"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반응이 되돌아 오자, 그녀는 살짝 당황한 듯이 클레온을 바라본다.
클레온도, 그 때가 되서야, 그녀의 부름에 답하면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미안 메르카. 인기척은 아니지만…. 뭔가가 있어. 이 저택의 안. 평범한 귀족의 저택은 아닌 것 같은데."
"... ..."
클레온의 말에 메르카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다.
"뭐, 좋아요! 뭐가 나오던 그 쪽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 이쪽에서 역으로 가주는 것도 가능하겠죠! 감히 저와 아루루가 침바른 사나이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잠, 잠깐 메르카. 그렇게 막무가내로 나아가면"
"멈춰 있다고 해서 무언가 바뀌는 건 아니라고요 클레온?"
그리고. 메르카는 정말로 겁이 없다는 듯이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불길한 시선 따위는 날려버리겠다는 듯.
그리고
오싹한 한기가 두 사람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메르카를 멈추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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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의 모습으로 변신한 알베인은 우선, 거리로 나와 클레온 일행이 묵고 있다는 건물로 향했다.
자신의 지금의 모습을 보면, 누구도 자신이 알베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하리라.
심지어 그 더러운 클레온 녀석도, 지금의 자신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자신이 알베인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접근하겠지.
그때를 노려, 녀석을 찌른다면….
`완벽해.`
같은,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품은 채 도착한 곳은 알베인이 생각하던 것보다도 조금 커다란 숙소였다.
"이곳이...? 흥, 클레온 녀석. 생각보다 커다란 데서 지내고 있군. 뭐, 그래봤자 내가 지금 묵고 있는 곳에 비하면 시골 판잣집 수준이지만."
이상한 부분에서 으쓱이는 그는, 그대로 주변의 골목이 꺾이는 부분에 숨어 건물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그라고 하더라도, 그 집의 문을 두들기는 데에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듯 했다.
그리고 잠시 뒤, 문이 열리면
주황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짐승의 귀와 꼬리가 추가로 달린 소녀와.
그 소녀를 뒤따라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검은 머리의 소녀.
"...저건... 사나시아, 인건가? 저 녀석. 머리 위의 귀는...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흑마의 일족인가?"
릴림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던 알베인은 그녀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가능성을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가장 자연스럽게, 클레온에게 있어서 불명예스러운 추측을 선택한다.
`그런가…. 숨겨놓았던 딸인가…!`
같은 것을 생각하며 이를 으득, 갈면
다음 순간, 릴림과 알베인의 눈이 마주친다.
"...!"
`지금, 이쪽을 본건가?`
알베인은 재빠르게 눈을 돌리지만, 성큼, 성큼. 이쪽으로 걸어오는 인기척에 도망칠 준비를 하려다가
`아니... 내가 왜 도망쳐야 해? 나는 꿇릴 게 없어.`
같은, 자포자기에 가까운 생각을 하며 릴림을 정면에서 똑바로 마주보는 것이었다.
"릴림? 그 쪽에 누가 있나요? ...어라, 당신은"
그리고 그런 릴림을 쫓아온 그녀 사샤.
여자아이의 모습을 본 알베인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미아인가요? 이런 곳에서 혼자 있다니. 금발 벽안이면…. 귀족인가 본데..."
사샤의 말에 릴림은 알베인을 바라보며 쿡쿡대고 웃는다.
"이 애. 바보야."
"누가 바보라는 거야!?"
...어쩌면, 알베인에게 잠입은 처음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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