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4화 〉 알약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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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이가 대로를 달려 나간다.
햇빛에 반짝이는 금발의 양 갈래 머리, 몸에 걸친 것은 여아용 드레스.
눈에는 눈물을 머금은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뛰어가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아동 범죄 현장에서 뛰쳐나온 한 명의 소녀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의 정체가 `알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새파란 얼굴의 보호해주고 싶던 여자아이에서 조금 추잡할 정도로 처절한 존재로까지 인식의 단계가 떨어지게 된다.
`뭐야! 방금 건 대체 뭐냐고!`
이해할 수 없던 `무언가`를 눈앞에서 보고, SAN 치가 감소한 것일까.
기세등등하게 클레온을 찾아 저택을 찾아간 그였지만.
자신이 아직 엘레시아에 있을 때, 파티 내에서도 가장 레벨이 낮았던 사샤가 팔을 한 번 휘두르자 일어난 바람의 칼날로 인해.
땅바닥이 깎여 나가며, 깊이 팬 흔적을 만들어낸 것을 보고.
대체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그녀에게, 아니, 그녀들에게 있었던 것인지.
알베인은 가지고 있는 얄팍한 상상력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눈치채지 못하는 채였다.
그렇게 허둥지둥, 발걸음을 휘청거리면서도 어쨌든 사샤가 있던 곳에서부터 멀리 떨어지려고 하면
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누군가와 부딪힌다.
"우왓...!"
성인과 부딪힌 아이의 몸은, 가볍게 스스로의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넘어져 버린다.
알베인은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주름지는 드레스 위에 주저앉아 버렸다.
"응...?`
그리고, 그런 그녀와 부딪힌 것은
"어머, 죄송해요. 수첩에 메모를 좀 하고 있었던 터라..."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어 오는 것은, 흰색 머리에 붉은 눈을 가진 여성.
이오나 슈발리에. 전 기사이자, 현재는 무직인 여성이었다.
"젠장…. 앞을 제대로 보고 다니라고…!"
알베인은 그렇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신에게 뻗어온 이오나의 손을 툭, 하고 쳐버린다.
"...응?"
그로 인해 멀어져 가는 손.
하지만 이오나는 잠깐이나마 닿았던 그의 손에서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표정이 바뀌었다.
"방금 그 느낌은…."
"이오나!"
알베인이 일어서는 동안, 이오나가 자신의 손과 알베인을 번갈아 보고 있으면.
그녀의 뒷 쪽에서 헥헥 거리면서 급하게 뛰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은 메이드복.
머리는 황동색의 긴 머리를 깔끔하게 한줄기로 묶은, 녹색 눈의 그녀는 `유스테스`.
"아아, 유스테스. 죄송해요."
"정말…. 계산하는 사이에 그렇게 먼저 가버리다니…."
유스테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에 들고 있는 장바구니를 땅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저택에서 일한 지도 1주일 정도. 청소도, 세탁도, 요리도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면이 많은 그녀였기에, 맡겨지는 일은 대부분 요리 재료의 장을 봐 오는 것이었다.
물론, 귀족으로서 자기가 직접 돈을 주고 식자재를 구입한 적이 없는 그녀였기에, 시장을 좀 헤매다가도 서점 앞에서 만난 이오나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이오나는 반대로, 요리를 전혀 하지 않는 탈체크의 대신에 기본적인 가사는 전부 스스로 하는 타입이었기에, 유스테스를 도와줄 수 있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언제나의 이오나 처럼 생각난 사항을 수첩에 적으면서 걷다 보니, 유스테스가 계산하는 동안 멀어져 갔던 것이었다.
"계산은 제대로 했나요? 거스름돈은요?"
"...그 정도의 계산은 할 줄 안다. 아무리 나라도 말야…. 아버지가 상인이었으니."
자신을 바보 취급 하는 듯한 이오나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는 유스테스.
이오나는 입가를 한 손으로 가린 채 쿡쿡대면서 그런 유스테스를 놀리듯이 몇 마디를 더 덧붙인다.
"후후. 그랬었죠. 오늘은 자기가 산 재료들로 요리를 연습하는 걸까요? 그러면, 언젠가 클레온에게도"
"크, 클레온에게는 제대로 된 음식을…. 레스토랑에서 대접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유스테스가 얼굴을 빨갛게 하는 동안, 알베인은 그녀들 사이에서 나온 클레온이란 이름에 의해 얼굴이 찌푸려진다.
`설마 이 여자들도 클레온의 세뇌를 받은 건가?`
생각하는 것은 패턴이 변하질 않았지만.
"휴우, 그래도 살만한 건 거의 다 산 것 같아…. 근데, 이 애는?"
유스테스가 슬쩍 알베인을 바라보자, 알베인은 몸을 일으킨 채 째릿 하고 이오나와 유스테스를 바라본다.
"금발의 벽안이라면 귀족인 걸까..."
신체적인 특징에서 신분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은, 왕도이기에 가능한 추측이었지만 알베인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사람과 깊게 연관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있던 것인지.
두 사람을 피해, 일단은 세토스 경의 저택으로 향하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 했다.
그때.
"잠깐"
덥썩, 하고 잡히는 알베인의 팔목.
잡은 것은 흰 피부의 고운 손, 가느다란 손가락에 알베인의 원래 모습일 때보다도 훨씬 약해 보이는 손인데도 불구하고.
붙잡은 손은, 이전에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오크의 손아귀보다도 강하고 단단하게 알베인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당신... 몸에서 흑마력이 느껴졌어요. 어째서죠?"
"...!?"
자기 몸에서 흑마력이 느껴진다고?
그녀의 말조차도, 알베인에게는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마신 약이 `악마의 금술을 통해 조합해서 만들어낸 금지된 약`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그냥 냅다 들이킨 물건이었으니까.
"흑마력이 느껴진다고?"
유스테스 역시 이오나의 말에 놀란 듯, 순식간에 의심하는 듯한 표정이 되어 알베인을 살핀다.
알베인은 자신을 잡은 이오나의 팔을 풀어내려고 다른 손으로 이오나의 손을 붙잡지만
"이, 이거 놔...!"
"미안하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한 여자아이는 아닌 것 같네요. 다만, 느껴지는 흑마력은 매우 미약하니까…. 당신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저주받은 아이템이나 그런 것들에 접촉한 것 같은데."
이오나가 거기까지 말하면 유스테스는 두 눈을 깜빡이다가 아! 하고 말하며 이오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잠깐만 이오나. 어쩌면, 이 애도 나처럼 저주받아 여자가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유스테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오나는 그 말을 듣고 멈칫, 하였다가 유스테스를 바라본다.
"그렇군요... 확실히, 아까는 무언가 겁에 질린 듯이 뛰어오고 있었어요. 혹시 당신, 자력으로 뒷골목에서 도망쳐 온 건가요?"
"아, 아니... 나는…."
알베인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고, 오히려 당황 스러울 뿐이었다.
저주를 받아 여자가 돼?
아무리 봐도 여성인 눈 앞의 인물이, 원래 남자였단 말인가?
남자가 왜 메이드 복을 입고 자연스럽게 바깥을 돌아다니는데?
"... 괜찮아.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테니까. 대신, 수도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알베인은 무언가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것을 깨닫고는 어떻게든 도망치려 하는데.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며 저 멀리, 귀족가의 어딘가에서 무언가 밝은 빛의 섬광이 허공을 가로질러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 소리와 충격으로 이오나도, 유스테스도 깜짝 놀라 그쪽을 바라보게 되면.
이오나는 자신도 모르게, 잡고 있던 알베인의 팔목에서 힘을 빼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지, 지금이다!`
알베인은 그때가 돼서야 팔을 뿌리치고 세토스경의 저택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뒷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유스테스와 이오나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이 도시에서 클레온과 아는 여성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클레온을 무방비한 상태에서 만나는 것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아닐까.
클레온을 곤란하게 하기 위해 집을 나선 알베인은, 오히려, 그의 주변에 있는 여성들이 가진 `비정상`을 확인하고 공포에 질린 채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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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메르카가 눈을 떴을 때, 팔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은 신음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회전축으로 사용된 다리의 관절과 뼈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의수와 함께 암살자이블린을 가격한 주먹 역시 장갑 밑에서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격의 비를 맞아 축적된 충격.
플라즈마 광선을 발사하면서 순식간에 과부하 된 마도구가 피드백한 여분의 충격까지.
푹신한 바닥에서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샌가 자신이 모험가 길드의 객실의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어나셨나요?"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 그쪽을 돌아보면, 검은 피부를 가진 소녀가 목에 청진기를 건 채로 메르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는... 모험가 길드의 객실이군요. 당신은? 클레온이나 아스카론은 어디에 갔죠?"
"클레온 님께서는 지금 밑에서 모험가 길드의 분들과 상의하시는 중입니다. 도둑 길드와 연관된 일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말이죠."
"... ..."
메르카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자신의 의족이 떼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눈을 찌푸렸다.
"어디로 갔죠?"
"몸을 일으키면 바로 움직이려 들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조금 치워두었습니다. 당신은 휴식과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요. 닥터 스톱이죠."
"당신같이 어린 의사가 있다니 놀랍네요."
"클레온 님께서 인정해주신 실력이랍니다."
무언가, 불만이라도? 라는 듯한 표정으로 소녀가 이야기하자, 메르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젓는다.
"오래 쉴 시간은 없습니다. 암살자가 납치범들에게 저희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면, 인질이 살해당할 수도 있어요."
메르카의 말에 소녀 페르디아는 잠시 입을 다문 뒤 고민하는 듯 했다.
"닥터 스톱이라는 단어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건가요?"
"설마요. 하지만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저를 멈출 순 없을걸요. 클레온은 저에게 아이를 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왕국의 수사관으로서, 시민들의 안전과 정의를 위해서라면 제 몸을 돌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것이 당신의 의무라는 것이군요. 그리고…. 클레온 님의 신뢰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고."
페르디아의 말을 듣자, 메르카는 신념이 깃든 눈빛을 반짝이며 페르디아에게 대답했다.
그 무언의 대답을 받아들인 페르디아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붉은 색의 알약과, 푸른색의 알약을 하나씩 메르카에게 건넨다.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약인걸요. 정식으로 인가된 물건인가요?"
"아뇨. 하지만, 저는 클레온 님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한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꼭 필요한 딱 알맞는 물건이기도 하죠."
페르디아는 그렇게 웃으면서 먼저, 푸른색의 약을 가리킨다.
"이 쪽의 약은, 은실거미풀을 정제해서 만들어낸, 마력 회복 촉진제입니다. 본래는 향의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제와 가공을 반복해서 최대한의 독성을 제거한 물건이죠."
"마력 회복... 그렇다면 의수와 의족을 사용하는 데에 문제는 없겠군요."
메르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푸른색의 알약을 삼킨다.
"...아직 부작용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는데요."
"어떤 부작용이 있든 간에, 지금 필요하다고 판단했기에 준비한 것이겠죠?"
메르카의 말에 페르디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두근, 두근. 하고. 체내의 마력 기관인 심장이 약의 효능을 받아들여, 빠르게 터빈을 돌려 전신에 마력을 돌리기 시작한다.
조금이지만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 있었지만, 메르카가 알고 있는 은실거미풀의 효능과 독성이 사실대로라면, 멍해지는 정도로 끝나는 것은 다행인 이야기겠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부작용이 덜하네요."
"부작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약효가 다 된 뒤에 나타날 거예요."
"... ...머리가 멍해지는 게 부작용이 아니란 건가요?"
메르카는 예상 밖이라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페르디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당신의 마력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연스럽게 강화된 감각이 당신의 체감 시간을 조금 가속 시켰기 때문이에요. 부작용이라고 하면 확실히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제가 걱정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거, 무섭네요."
메르카가 대답하지만, 페르디아는 우선 두 번째. `붉은색의 알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쪽은 메르카님이 먹는 용이 아닙니다."
"...그럼?"
"푸른 색 쪽의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클레온 님께 먹도록 해 주세요."
"아하..."
페르디아의 설명을 듣고 어딘가 납득한 표정을 짓는 메르카.
부작용이 무엇인지, 붉은 약의 효능이 무엇인지는 듣지 않더라도, 어째선지 방금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되는 부분이 있는 듯 햇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당신의 몸은 지금 엉망진창입니다. 10년에 가까운 세월, 그런 식으로 몸을 혹사시켜 왔다고 한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입원 시켜서 수년에 걸쳐서 재활 치료받게 하는 것이…. 올바른 의사로서의 소견입니다. 당신의 몸에 축적된 피로, 피해, 그리고 기형적인 변형은 성직자의 치료 마법으로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없는 것이에요."
페르디아의 말을 듣는 메르카는 천천히 붉은 약을 쥔 손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특히 당신의 절단된 팔과 다리... 그 절단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물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특이한 형태입니다. 보통은, 칼이나 도끼와도 같은 날붙이로 짓이겨지듯이 절단되거나, 짐승의 이빨 등에 의해 뜯겨 나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페르디아의 설명을 들은 메르카는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당신의 그 팔과 다리는 조금 다른 것 같더군요. 마치. `불에 태운`듯…. 딱 그분에 기름을 두르고 화로에 집어넣은 듯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다면, 절단면 위로 상처가 존재하는 것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아마 당신의 상처는 사고나, 사건등에 의한 것이 아닌"
페르디아가 자신의 추리를 쏟아내자, 메르카는 싱긋 웃더니 남아있는 팔을 뻗어 그녀의 입술 위에 검지를 가져다 댄다.
"의사의 상처에 대한 추리는 흥미롭지만. 답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 뒤의 이야기를 듣는 데에 필요를 느끼지 못하네요."
"... ..."
이 이상 자신의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해봤자 의미는 없으니 말을 아끼라는 듯 취하는 메르카의 제스쳐에 페르디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떨어트렸다.
"의수와 의족을 가져오겠습니다."
그리고, 숨겨 두었던 그녀의 팔다리를 가지고 와, 메르카의 몸에 장착하면.
상승된 마력 생산 능력으로 인해, 그녀의 몸은 평소보다도 가볍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마력 포션이라면 당신의 `클레온 님`이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언제나 클레온 님께 입맞춤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것도 그런가."
메르카는 페르디아의 논파에 고개를 끄덕인다.
"애초에, 클레온 님은 마력 포션이 아닙니다. 그런 취급을 받으실만한 분이 아니세요."
"꽤나 충성스러운 의사네. 당신, 이름은?"
"...페르디아입니다. 메르카 님."
메르카에게 꾸벅 인사를 하자, 그녀의 머리가 흔들리며 중력을 따라 스르륵, 하고 등 위에서 떨어진다.
"당신이 그분의 곁에서 싸워주신다면, 저는 당신의 편입니다. 다만"
페르디아는 덧붙이면서 메르카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 자리를 원하는 라이벌은 많습니다."
002
"좋아. 그러면, 도둑 길드의 임시 아지트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모으면"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아루루, 램파트와 함께 왕도의 지도를 펼친 채로 이야기하던 도중.
또각, 또각. 하는 고고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그곳에는 메르카가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가씨!"
그리고, 아스칼론은 계단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주인에 대한 걱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기 위해 달려드는 것이었다.
"윽... 무거워요 아스칼론. 클레온, 아루루. 신경을 쓰게 해버렸군요."
"아니, 1시간 정도밖에 안 지났으니까 괜찮아. 물론, 그사이에 납치당한 아이가 그 이상의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했을 뿐."
그런 클레온의 대답을 듣고, 메르카는 후,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현저히 낮답니다. 그 아이를 납치한 것이 도둑 길드라고 한다면 그 아이의 생존이야말로 자신들에게 있어 유일한 비장의 패일 뿐. 게다가, 의뢰주가 소년의 신병을 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쉽게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 ... 그렇네. 그렇다면 빨리 녀석들이 어디 숨어있는지를 찾아내야겠지."
메르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을 완전히 내려오더니 지도를 살핀다.
그곳에는 5개의 X자가 표시된 부분이 있어서, 도둑 길드의 임시 거처들의 위치로 예상되는 구역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좋아요. 한군데 정해드리죠."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
메르카는 그렇게 말하더니, 두 눈을 꽉 담고 주머니에서 1골드를 꺼내 하늘 위로 튕겼다.
빙글빙글 돌아가던 코인은 그대로 지도 위로 떨어진다.
"좋아요. 이 거점 예측지랑 가장 가까우니까 여기부터 가죠."
"...좀더 논리적인 방법은?"
클레온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자, 메르카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후후. 충분히 논리적이죠?"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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