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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45화 (245/506)

〈 245화 〉 도둑들

* * *

000

"큭... 하아... 후우..."

겨우 세토스경의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알베인은 숨에 벅찬 상태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집의 안으로 들어가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벨릴리는 현관에서 그를 맞이한다.

알베인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쿵, 하고 발을 굴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말씀하셔도,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알베인 도련님."

"이 몸 말이야…! 모습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근력도 약해졌고…. 마력도…. 약해진 것 같잖아!"

이오나의 손을 뿌리치지 못한 것은 물론이오, 사샤의 공격을 사전에 눈치채지도 못한 것은 이 모습이 된 자신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벨릴리­ 이슈탈의 처지에서 보자면, 반인반마인 그녀의 기준으로 인간 청년과 어린 여자아이의 차이는 그렇게까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뿐이었지만.

"그야 그렇겠죠. 그 약은 몸 자체를 변형시키는 약입니다. 몸 위에 환영을 뒤집어씌우거나 하는 것이 아닌, 물질계에 속해 있는 당신의 육체 그 자체를 바꿔주는 것이니까요."

"큭…. 그런 이야기는, 처음에 말하라고…! 빨리 다음 약을 만들어 둬. 다음에는 더 강한 모습으로 변신해야겠으니까!"

알베인의 그런 이야기를 들은 벨릴리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어머….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에요. 이 약은 처음에 먹었을 때의 모습으로 변신체를 고정시켜버리니까요. 제가 얘기하지 않았던가요?"

"뭐...?"

돌아온 대답은 알베인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내용.

이번의 변신은 어쩔 수 없이 여자아이의 형상을 취했다지만, 다음에는 건방진 사샤의 팔목 따위는 단숨에 부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모습으로 변신해 주겠다고 벼르고 있던 찰나.

그녀의 대답은 그런 알베인의 계획을 와르르 무너트려 버리는 내용이었다.

"자, 잠깐. 그러면... 다른 약은? 변신할 수 있는 약 말고는 없는 건가?"

알베인의 얼굴이 새파래지자, 벨릴리는 입가를 가리면서 쿡쿡 웃는 시늉을 해 보인다.

마치, 자신을 비웃는 듯한 태도에 알베인은 단번에 화가 나 그녀에게 다가가 팔을 잡아 보지만­

콱! 하고, 오히려 역으로 붙잡히는 그의 손목.

"윽...! 잠깐, 아,파...!"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강한 악력이, 연약한 알베인의 손목.

아까 전, 이오나에게 붙잡혔을 때를 떠올리며 알베인은 싫은 기분과 동시에 눈앞의 그녀가 역시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하지만 벨릴리는 그런 연약한 여자아이의 발버둥 치는 모습에 기분이 좋다는 듯이 혀를 핥짝, 하고 내밀어 자기 입술을 핥아낸 뒤 알베인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이렇게나 연약한 몸이 되어서….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알베인 도련님이 원하시는 대로, 강해질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있으니까요. 그거야말로…. 저와 계약을 맺어주신다면 말이죠."

"계...약?"

알베인은 팔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그녀는 알베인에게서 대답을 들을 때까지 그 팔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저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음 순간, 다른 한쪽 손의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그러자­ 하늘에서 춤추듯. 화염 속에서 양피지와 같은 것이 나타나 알베인의 앞에 들이밀어진다.

마력으로 이루어진 그물, 푸른색의 화염이 깃들어 있는, 염소 머리의 문양이 새겨진, 피인지, 잉크인지 알 수 없는 검은색 문자의 나열.

알베인이 과거 가지고 있던, 용사로서의 감각 중 일부가, 이 계약서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부활한 것인지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다.

"이, 이건­"

"맹약. 기어스라고 하는 거랍니다. 알베인님께서도 들어보신 적은 있으시죠?`

그녀의 말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엘레시아에 있을 때 자신이 협박했던 길드 마스터.

행복의 바람 루티.

그녀가 맺고 있던 맹약 때문에, 인간을 선제공격할 수 없으며 그녀 휘하의 전 제국 출신의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강제적으로 알베인 본인.

그리고 알베인과 협력하고 있던, 그 정보를 가지고 온 붉은 제복의 마안술사.

맹약이라는 것을 맺게 되었을 때, 그것이 앞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커다란 사슬이 되어 돌아올지는 알베인 본인, 가해자의 입장을 겪어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 싫어...! 그런, 노예 계약과 다를 바 없는 계약을 내가 할 리가 없잖아…!"

"후후. 노예 계약이라니, 심한 말씀을 하시네요. 어디까지나 공정하고, 공평하게.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결말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장래를 내다본 거래를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건데요?"

그 위에 적혀 있는 문자는 어떻게 보아도, 대륙의 공용어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결말이라고?"

"그래요. 당신이 원하는 것은 결국... 클레온을 없애고, 그가 채간 여자들을 되찾는 것이겠죠?"

벨릴리가 그렇게 말하며, 알베인의 손목을 붙잡은 손에서 서서히 힘을 풀면, 알베인은 뒷걸음질 치면서 그녀에게서 멀어진다.

하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확실히, 알베인이 원하고 있는 것 그 자체였다.

"그걸 이루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겠죠. 클레온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자들은 물론이고... 클레온에게마저도 이길 힘이. 세토스 경에게는 그만의 계획이 있는 것 같았지만…. 당신은 그의 장기 말이 될 뿐이에요."

알베인은 그녀의 주변에서 서서히 짙어져 가는 마력의 농도.

그리고­ 이오나가 자신을 잡았을 때 이야기했던 `흑마력`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렇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너는... 악마, 인건가? 어째서 악마가, 그의 시종 따위를…."

알베인의 말을 들은 베릴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검지로 자기 입을 가렸다.

"분명, 저는 반은 악마이지만, 반은 인간이랍니다. 그러니까…. 악마의 정신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죠. 그리고 저는, 지금부터 당신이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거고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니…. 나, 나는 용사다! 아무리 반쪽짜리라고 하더라도 쓰레기 같은 악마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잖아!"

동공이 열린 채로, 있는 힘껏 거절의 목소리를 높이는 알베인이지만, 부들부들 떨려오는 몸은 그가 느끼고 있는 공포를 그대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눈앞의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분명, 그녀가 자신에게 할 제안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베인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하하하! 용사, 용사 말이죠? 성검도 없고, 모습을 바꾸는 약을 먹어 여자아이의 모습을 취했으면서. 잘도 스스로를 용사라고 칭할 수 있네요!"

있는 힘껏 비웃어 보이는 벨릴리의 말에 알베인은 `으...`하고 반박할 수 없는 듯,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당신이 그런 모습을 할 수 없는 것도. 제가 말하는 것에 대해 반박할 수 없는 것도…. 모두, 힘이 없어서라는 것을 잘 아시겠죠?"

"나, 나는..."

물론, 알베인이 원래의 모습이었다면 어느 정도 이런 말을 무시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어린 여자아이.

영혼은 마법이 주는 저주에 침식되어, 판단력도, 인내심도, 그리고 의지력조차 빼앗긴 상태였다.

거래 자체가 불공정이라고 하기에는, 처음부터 불공정한 거래를 받아들일 수 없도록 벨릴리가 판을 깔아두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지.

그러므로 알베인은 숨이 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가파르게 숨을 내 몰아쉰다.

"하아... 하아...!"

그리고 서서히 손을 움직여 그녀가 건네는 계약서를 받아들여­

단 한 조각, 남겨두었던 `용사로서의 긍지`마저, 천칭 위에 올려버리는 것이었다.

001

"윽... 으윽...?"

신음을 내면서 눈을 뜬 소년은, 자신이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상황을 파악할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손과 발이 묶여 있고, 두 눈이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다.

입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반대로 그 때문인지 입 안이 바싹 말라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남자들의 천박한 웃음소리.

"맞아…. 갑자기 웬 남자들이 들이닥쳐서…."

그리고 떠올리는 것은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광경들.

그날도, 자신의 방에서 메이드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면서­

"... 읏...!"

플래시백 되듯이 눈앞에 떠오르는, 목을 베여 앞으로 고꾸라지는 메이드.

헛구역질이 날 뻔하지만 어떻게든 참아낸 뒤,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안 섞인 예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딱딱, 하고, 이빨이 부딪히면서 불안함이 느껴지자 속을 게워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체온이 낮아져 으슬으슬한 오한이 드는 느낌.

공황 상태에 빠질 것만 같은 소년, 하지만 그때 귓속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안한 건 이해함다만, 지금은 심호흡을 하는검다. 소년을 구하러 어른들이 움직이고 있슴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의 목소리 인 듯 했다.

"...누, 누구...? 혹시. 너도 잡혀 온 거야?"

"아님다. 저는... 소년을 도와주러 왔슴다. 그레이라고 함다."

"그레이... 그, 그러면 일단 손과 안대를 풀어줘…. 앞이 보이지 않아…."

소년의 부탁에, 그레이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미안하지만, 그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님다. 가능하다면…. 소년을 여기서 데리고 나가고 싶슴다만, 저 혼자로는 무리임다. 어른들이 올 때까지,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을 들키면 안됨다."

"...그, 그렇구나..."

소년은 그레이의 말에 일단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과, 자신을 구출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약간의 안도를 느끼면서 빠르게 뛰던 심장이 서서히 안정되어 가는 것을 느꼈다.

"그, 그레이는 어떻게 이곳에..."

"저는 탐정임다. 저 혼자만 통과할 수 있는 비밀 통로를 사용했슴다."

"...탐정...?"

그레이의 말에 소년은 흥미가 동한 듯 귀를 움찔거렸다.

"후후. 그렇슴다. 왕도에서 어둠과 싸우고 있는 정의의 명탐정. 그레이임다."

"저, 정말이야? 그러면, 내가 이곳에 있단 것도, 추리로 알아낸 거야?"

소년의 말에 그레이는 기분이 좋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섞으며 대답했다.

"바로 그렇슴다. 약간의 단서가 있다면, 간단히 가능한 추리이지 말임다."

"굉장해…. 그럼, 어른들에게 내 위치를 알려준 거야?"

그 말에, 그레이는 잠시 조용해졌다.

"아님다. 어른 중에도 저만큼이나 실력이 좋은 수사관이 있어서…. 그쪽은 자력으로 소년의 위치를 알아냈슴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의 실력은 믿어도 되는 검다."

약간의 침묵 후에 대답하는 그레이의 말에, 소년은 조금의 위화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그녀가 말한대로 어른들을 믿기로 했다.

"그...렇구나."

"응. 조금은 안심이 됐슴까?"

그레이의 상냥한 목소리를 들은 소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럼. 어른들이 올 때까지 같이 있어주겠슴다. 소년이 생각보다 침착해서 다행임다. 소리를 지르거나 해서 도둑들을 자극하거나 하면 안됨다."

"으, 응..."

002

"대장! 망보고 있던 녀석들이 돌아왔어!"

"뭐? 아직 교대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잖아!"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키 작은 얍삽해 보이는 인상의 남성.

그는, 가장 노련해 보이는 남자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바깥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그것을 듣고, 무슨 소리를 하고 있냐는 듯이 쿵, 하고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성을 내었다.

"그, 그게... 그 귀족 저택에서 뭔가 빛 같은 게 터졌다고…."

"뭐...?"

부하가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험악하게 만든다.

대장의 그런 태도에 부하도 겁이 먹은 듯 어버버 거리면서 뒷걸음질 치려 하지만.

대장은 손을 뻗어서 부하의 멱살을 잡더니,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눈을 부라린다.

"제대로 말해 병신아!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거야!"

"그, 그러니까. 방금 말한 대로야. 꼬맹이를 납치한 저택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 팔뚝만 한 빛기둥이 터져 나왔다고…."

주변에 앉아 있던 술을 마시고 있던 다른 도둑들도, 그 부하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거나, 비웃는 소리를 낼 뿐이었다.

"조용히 해라!"

하지만, 대장은 부하들의 그런 반응이 거슬린다는 듯이 한번 소리를 질러 주변의 부하들을 전부 조용히 만든다.

그리고, 천천히 부하를 노려보면서 목소리를 낮췄다.

"... 원인은 파악한 건가?"

"그 그게..."

"원인은 파악한 거냐고 이 개새끼야!"

"죄, 죄송합니다! 망을 보던 녀석들, 빛을 보고 깜짝 놀라서 바로 도망쳐 왔다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대장은 부하 도둑의 몸을 붙잡더니 벽면으로 집어 던졌다.

그 괴력에 당해 힘없이 날아간 부하는, 그대로 벽에 처박히더니 부딪힌 곳이 좋지 않았다는 듯 흰자를 보이면서 기절해 버렸다.

"이 병신같은 새끼들! 꼬맹이 데리고 이동할 준비 해라! 아무래도 쥐새끼들이 달라붙은 것 같으니까!"

"하, 하지만 대장. 꼬리가 붙으면 꼬맹이를 죽이면 되는 거 아닐까…?"

또 다른 부하가 그렇게 말하자, 대장은 그 남자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쳐서 날려버린다.

"이런 쓰레기 같은 새끼야! 저 애는 우리들이 무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말이다! 솜털 하나 다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귀족들의 보복이 있을거라고!"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데...?! 다른 은신처는 납치랑 살인 같은 걸 했단 걸 들키면..."

도둑길드의 신조상, 아지트를 침범당했을 때를 제외하고 사람의 몸에 해를 끼치는 것은 순수한 도둑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

오래된 도둑길드의 법칙 중 하나였다.

최근에 두각을 드러낸 젊은 도둑들은 그런 오래된 법칙에 싫증을 느끼며 그것들을 거부하는 일도 적지 않았지만.

그 덕분일까, 늙은 도둑들이 관리하는 길드의 은신처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그나마, 이 대장이라는 인간이 실력을 행사하여 늙은 도둑 중 하나를 살해하고 이 은신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덕에 여기 숨어 있을 수 있었던 것이지만.

다른 곳으로 간다면, 또 다른 늙은 도둑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으리라.

"토 달지 말고 빨리 준비 안 해!?"

대장이라는 남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소년이 갇혀 있는 방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003

바깥에서 그런 소란이 일어나자, 소년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무, 무슨 일이지…? 어디로 간다라고 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일이 급해진 것 같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는 검다. 시간을 끌어서 녀석들이 이곳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할 테니."

"가, 가능한 거야?"

그레이의 말에 의심은 아니지만, 걱정의 목소리를 내는 소년.

하지만 그레이는 `훗`하고 웃어보이며 대답한다.

"물론임다. 저는 명탐정임다. 범죄자들이 눈앞에서 도망치도록 두지 않슴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하, 할아버지…?"

"그냥 해본 말임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 그레이의 목소리는 물론, 기척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년은 그 감각에 조금은 불안을 느끼지만, 주먹을 꽉 쥐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자신을 구해주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이, 소년에게는 마음의 안심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문이 열려 남성 중 하나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순간 바깥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문이 안 열려! 비밀 장치가 누구한테 망가졌어!"

"뭐라고!?"

그런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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