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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46화 (246/506)

〈 246화 〉 압수 수색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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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일어난 메르카는, 곧장 일행이 살피고 있던 도둑 길드의 은신처들의 위치 중에서 가장 그들이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을 지정했다.

"...어째서 거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제가 심어두었던 정보원 중 하나가, 얼마 전에 이 은신처의 관리자와 소식이 끊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납치에 살인까지 벌여 놓은 것을 생각하면…. 범인들은 아마 도둑 길드 내에서도 처지가 곤란한 인물들이겠죠. 은신처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니까, 관리자를 죽이고 차지했을 가능성이 커요."

"도둑 길드의 내분인가…. 최근 들어 그런 게 심해지고 있다고는 들었는데."

클레온의 말에 램파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를 문지른다.

"그래 맞아. 얼마 전에 있던 일도 그렇고…. 최근 들어 도둑 길드의 안에서 보수파와 급진파가 나누어진 것 같아서. 의뢰를 받아 도둑질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필요하다면 강도질은 물론이고, 살해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 같아서 말이야. 골치가 아프다고."

"보수파는 급진파의 방식을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처리하려 들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체력도, 수도 급진파보다 떨어지니까요. 보신 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겠죠."

"어차피 문제가 되는 급진파의 방식으로는, 금방 경비대나 우리 같은 모험가들의 눈에 띄어서 알아서 처리될 테니까 말이지. 능구렁이 같은 노친네들 같으니라고."

메르카와 램파트의 말에 클레온은 턱을 조금 문지르다가 아루루를 바라보았다.

"아까 우리들이 저택 내에서 전투 할 때 솟구쳤던 섬광. 바깥에서도 보였던 거지?"

"응. 진동도 좀 있었어. 아마, 납치범들 쪽에서도 눈치챘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녀석들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겠군."

램파트가 고심하는 표정으로 지도를 살피면, 메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크겠죠. 하지만, 아직 인질은 무사할 거고…. 무엇보다, 급하게 이동했다면 반드시 흔적을 남겼을 거예요. 그 흔적을 찾는다면, 그 뒤에는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죠. 아스카론?"

"물론입니다. 아가씨."

메르카의 말에, 자신 있는 목소리로 답하는 아스카론.

"좋아. 그러면 곧바로 출발하는 게 좋겠군. 시간을 더 지체하면 납치범들을 자극해서 이판사판으로 인질을 가지고 협박하려 할지도 몰라."

램파트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몇 안 되는 모험가들을 이끌고 나가려고 하지만 메르카가 그들을 불러세운다.

"아뇨! 여러분들께는 조금 해주셨으면 하는 다른 일들이 있어요. 은신처의 수색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다른 일?"

메르카의 말에 램파트가 대답하자, 메르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아마 이 사태를 바라보고 있을 도둑 길드의 보수파의 영감들과…. 이야기를 해 주셨으면 해요. 램파트씨 정도라면 그 사람들과도 면식이 있겠죠?"

메르카의 말에 램파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메르카의 부탁에 대답했다.

"확실히 보수파의 녀석들과는 비즈니스상 몇 번인가 얼굴을 마주하긴 했지만…. 하나같이 자기 손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녀석들이었다. 게다가, 그 녀석들은 언제나 그쪽에서 불러내서 만나는 게 전부였다. 이쪽은 그 녀석들이 어디 숨어 있는지 알지 못해."

"그 부분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도 말했듯이, 잠입시켜 놓은 사람이 있다고 했죠? 그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도둑 길드를 잡아들이지 않는 거지?"

램파트의 말에 메르카는 어깨를 으쓱한다.

"그 건에 관해서는 제가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네요. 수사관인 제 권한으로도 도둑 길드 전체에 대한 진압은 허락되지 않는답니다. 왕성에서 틀어막고 있으니까요."

"... 그렇군. 그래서? 교섭은 어떻게 하라는 거지?"

메르카는 후후, 하고 웃더니 램파트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앞으로 특무 수사관인 제가. 적극적으로 급진파의 개새끼들을 잡아들여 줄 테니. 그쪽에서는 감싸지 말고, `몰이`를 해 두라고만 이야기하면 되겠지요?"

"... ..."

그렇게 이야기하는 메르카의 눈은 진심이었다.

정말로, 이번 사건을 벌인 납치범들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는 도둑 길드에서 사고를 벌이고 있는 급진파들을 깡그리 붙잡아서 감옥에 쳐넣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후, 알겠다. 그럼 우리는 그쪽을 맡도록 하지. 클레온과 아루루 아가씨가 있다면, 그쪽의 전투력은 문제없겠지."

"어머. 이래 봬도 저도 싸움은 곧잘 한답니다. 아까는 상대가 조금 안 좋았을 뿐이었죠."

클레온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된다는 듯이 그녀의 의수와 의족을 바라보았다.

아까 보였던 기능. 아무리 보아도, 인간의 육체가 얻는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물론, 마도구를 이용한 자기 강화라면 그 정도는 해야 의미가 있겠지만….

"클레온. 그런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더라도. 저를 멈출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죠?"

그런 메르카의 선언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물론이야. 그러니까, 최대한 발걸음을 맞추는 방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그렇지, 아루루?"

"응. 맡겨줘. 메르카. 나는 지금의 왕국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용사니까."

"멋진 자신감이야 아루루. 하지만 이쪽도, 왕국 최강의 번견이라는 타이틀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줘."

그렇게, 선의의 경쟁심을 불태우는 두 소녀를 바라보는 클레온.

문뜩, 뒤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슬쩍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페르디아가 임무복을 입은 채 계단을 내려와 있었다.

얼굴에 해골의 가면을 쓴 페르디아의 모습은 어딘가 그립게마저 느껴졌다.

"클레온님. 상대편에 암살자가 있다면, 제가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부디, 허락을."

"... 그래. 하지만, 상대방은 그 제국과 왕국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베테랑이야. 그리고, 루베라의 스승이기도 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물러나."

"걱정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하지만, 악인이 아닌 인물에게 검을 가져다 대는 암살자의 존재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선대가 남긴 긍지가 있기 때문이죠."

페르디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면을 살짝 들어 올린다.

그 밑의 그녀의 눈은 싱긋 웃어 보이며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클레온 님께서는 제게 명령해 주시면 된답니다. 가서, 나의 적과 싸우고. 승리하라고."

"...나는 네 주인이 아니야. 우리는 동료잖아? 동료가 적과 싸워서 무사하길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까. 무사히 돌아와 줘."

그렇게 말하는 클레온의 대답에, 페르디아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밝게 웃어 보였다.

"...알겠습니다. 클레온님."

그리고 페르디아는 곧바로 몸을 돌려 그림자 속으로 녹아들듯이 몸을 감추었다.

`기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또 실력이 높아졌구나. 페르디아.`

물론, 마력적인 감지나, 각인을 사용하면 그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겠지만.

클레온은 그런 의미 없는 행위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가요. 클레온. 멍청한 도둑놈들을 잡으러."

자신의 앞에서 대답을 기다리는 메르카와 아루루를 따라, 모험가 길드를 나서는 것이었다.

001

"대, 대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이 은신처 내의 설비들이 멋대로 움직이고 있어요…!"

결국, 그 뒤로도 멋대로 움직이는 잠금장치, 자신들에게도 발동하는 진입 경로의 함정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은신처를 빠져나가지 못한 도둑들.

부하들은 특히 패닉에 빠져서 공포의 비명을 지르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거나, 대장인 남자에게 매달리는 것이었다.

"젠장...! 그 영감은 제대로 숨통을 끊어서 시체까지 태워버렸는데, 대체 누가 이걸 조종하고 있다는 거냐!"

그리고,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대장도 마찬가지였다.

남들보다 조금 체격이 좋고, 운동 신경이 좋으며.

물건을 보는 안목이 조금 좋고,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로 신입 도둑들의 리더격을 맡고 있었을 뿐인 그는.

사실대로 말하자면, 다른 인간들을 이끌기에는 조금 여러모로 능력이 부족한 인물이었다.

다만, 은신처의 주인이었던 늙은 도둑이 가진 오랜 지병을 알아내서, 그 지병을 악화시키고 살해하는 데에 성공했을 뿐인 그는.

늙은 도둑을 죽여 은신처를 얻어냈다는 것만으로 다른 급진파 단원들의 존경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 도금된 카리스마마저도, 이런 연속되는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의해 서서히 벗겨져 나가면서.

부하들은 그의 제어를 점점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 그래! 그 영감의 유령인 거야! 그 영감이, 우리에게 복수하려고!"

"미친놈아! 그런 헛소리는 그만해!""

마법이나 영혼의 힘 같은 것이 존재하는 이 대륙에서, 유령의 복수가 아예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특히나 이런, 습하고, 어둡고,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면 영혼이 쉽게 들러붙어서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대장이라 불리는 남자는 그런 부하의 말을 헛소리 취급하고 벽에 주먹을 내리쳤다.

`젠장…. 어떻게 해야 하지? 설마, 여기서 끝나는 건가?`

이럴 줄 알았다면, 이런 형편 좋은 의뢰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며,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는 느낌을 받아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그 안에서 굴러다니는 작은 약병을 하나 느낀다.

그리고 문득, 이 일을 시작할 때 그 붉은 머리의 여자에게서 받았던 약을 떠올린다.

"...아니... 그래. 올 테면 와보라지…!"

그렇게 자기 자신이 껴안고 있는 공포와 혼란을 떨쳐버리듯이 외친다.

"이 새끼들아! 헛짓거리 그만하고, 녀석들이 오면 쳐죽일 준비를 해 둬라!"

"쳐, 쳐죽일 준비라니…. 어떤 녀석들이 오는지도 모르잖아 대장!"

그렇게, 가장 가까이 있던 부하가 항의하듯이 자신에게 다가오며 이야기하자.

남자는, 부하의 머리통을 붙잡아 올리더니 눈을 부라리며 이야기한다.

"어떤 녀석들이 오던지 쳐죽이라는 거다 이 멍청한 녀석아. 무기 챙겨! 그리고…. 그 여자한테서 받았던 약도 챙기고!"

"어­ 으, 알, 알아서 대장!"

남자의 노성이 공간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자, 부하들은 허겁지겁 그의 말대로 무기와 함께, 검은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병을 각자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 병의 라벨에는­ 역오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모든 소란을 지켜보는 양철의 눈.

`약...임까? 무슨 약인 건지는 모르겠슴다만, 갑자기 자신만만해하는 걸 보니 심상치 않은 것 같슴다...`

"그, 그레이. 아직 있어?"

"응. 있슴다. 걱정하지 마십쇼. 저런 도둑 따위, 그 사람들이라면 날려버릴 수 있는 검다."

도둑들이 남자아이를 옮기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멀리 떨어진 틈을 타서 소년의 곁으로 돌아온 그레이는 그렇게 소년에게 대답했다.

"휴우... 그렇구나. 다행이야. 있지, 그레이는 누가 구하러 와 주는지 알고 있는 거야?"

"그렇슴다. 엄청 센 모험가랑, 엄청 센 용사님임다. 그리고, 사람 부리는 게 험한 수사관임다."

그레이의 말을 들은 소년은 놀란 듯 입을 잠시 벌렸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모험가랑 용사님...!?"

"쉬잇.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들키는 검다."

그레이의 말에, 스스로의 입을 가릴 수는 없었지만 꾸욱 입을 다무는 소년.

"뭐. 그렇슴다. 소년은 정말로 운이 좋은 검다. 지금 이 왕도에, 소년을 가장 안전하게 구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점에서."

"으, 응... 그렇네. 그리고, 그레이도 있고..."

"후후. 잘 알고 있는 검다."

소년의 말에 우쭐해진 그레이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소년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조금 떨어진 바깥에서 `콰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웃..."

진동이 땅을 타고 전해져 오면, 소년은 몸을 움츠리고, 그레이의 시선은 바깥쪽으로 돌아갔다.

"마력 반응... 왔슴다. 이 마력은, 모험가의 것임다."

그리고, 소년이 갇혀 있는 방 바깥­ 도둑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더 높아진다.

"그럼. 뒤는 그 사람들에게 맡기겠슴다. 소년. 이곳에서 나오면 언젠가 또 보는검다."

"자, 잠깐 그레이!"

그렇게, 소년을 클레온 일행에게 맡긴 채, 그레이의 목소리는 사라져만 갔다.

자신을 부르는 소녀의 목소리조차 떨쳐낸 채.

002

도둑 길드의 은신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간에 대해 적대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수많은 함정을 설치해 놓는다.

통과할 수 있는 옳은 길을 아는 것은, 오직 은신처의 입장을 허락받은 길드의 일원뿐.

하지만, 메르카는 그런 함정이 잔뜩 깔린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는 것이 익숙하다는 듯이, `조사의 마안`을 반짝이며 통로를 스윽 살피더니.

그대로, 휙. 휙. 하고 손에 들고 있는 도구들을 던진다.

그러자, 그 도구에 반응한 함정들이 스스로 발동하여, 길을 무너트리거나, 그 위를 지나갈 수 없게 만들고.

나머지,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저절로 밝혀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팔목에 걸려 있던, 팔찌와 같은 형상을 한 마도구.

던져버린 마도구들과 한 쌍으로 보이는 거리를 손에 잡고 마력을 흘려보내면­

흩어져 있던 마도구들이 저절로 날아와 메르카의 손목에 끼워졌다.

"굉장한 걸, 제대로 그런 도구들도 가지고 다니는구나."

아루루가 감탄했다는 듯이 메르카를 보면, 그녀는 손에 들고 있는 팔찌인지 링인지 모를 도구들을 휘릭휘릭, 손가락에 돌리고 있었다.

"`다용도 수사보조 지혜의 고리`. 마력을 조금 흘려 넣으면 서로 붙기도 하고, 주변의 물건들을 스캔해서 무력화 시키지."

"그것도 그 의수와 의족을 만들어 준 협력자가 만든 건가?"

"맞아요. 가격은 좀 높지만요. 그리고, 이 주변의 정보를 읽어 드리는 `조사의 마안`이 없다면 필요한 개수가 많아졌겠죠."

메르카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가리키면, 그 눈은 평소의 파란색에서 약간의 붉은색 빛을 머금고 있었다.

클레온은 그 눈을 바라보며, 아까 전, 자신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려 했던 그녀에 의해 몸이 정지당했던 것을 떠올렸다.

"...조사의 마안으로 어떻게 내 몸을 멈춘거지?"

"저의 마안은, 조사를 위해 대상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킬 수 있을 뿐이에요. 그 힘이 약해서 저항 당한다면 아주 한순간이지만요."

메르카의 대답에 클레온은 `흐음... 그렇군.`하고 대답하지만, 아루루는 `흐응~ 그렇구나`라고 대답하며 클레온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클레온이 저항했으면 메르카와는 키스하지 않아도 됐다는 거구나?"

"아니 잠깐, 그걸 그렇게 해석한다고?"

클레온은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창날이 날아들어 오는 것을 느끼며 당황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뭐. 그런거죠. 클레온은 저와의 입맞춤을 사실은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는 거겠죠?"

메르카는 그런 아루루에게 불을 붙이듯이,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클레온은 여기서 고개를 저으면 첫키스를 한 메르카에게 실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아루루의 시선이 따가워질 것만 같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그때, 아스카론이 조용히 목소리를 낸다.

"메르카님. 곧 통로가 끝납니다. 클레온님을 놀리시는 것은 나중으로 하시지요."

"알고 있어. 클레온의 반응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아스카론의 그런 구원의 손길에, 클레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쓴웃음을 지은 뒤, 자기 주인이 장난기가 심해서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이었다.

"아마, 안쪽의 도둑들은 진입할 때의 폭발음으로 저희를 눈치채고 있을 겁니다."

"상관없어요. 저희를 막으려면 군대가 필요할 테니까."

아루루는 아스카론에게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은 그런 아루루의 자신감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몸으로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메르카 아가씨께서는, 저의 주변을 떨어지지 마시길."

"진심이에요 아스카론? 저는 지금 절호조에요. 저녁의 티타임이 오기 전까지 끝내려면. 역시 견적필살[서치 앤드 데스트로이]라구요."

"그것은 병사들이 사용하는 단어지, 수사관인 아가씨가 하실만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몸의 부담을 생각해 주세요."

아스카론의 말에 메르카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일행은 드디어 은신처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함정의 복도를 통과해.

커다란 나무 문 앞에 선다.

"바깥의 문과 비슷한 재질이네. 날려버릴 수 있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스카론은 메르카의 앞에 서서 일어날 충격에 대비해 마력 장벽을 펼친다.

그리고 클레온이 손을 뻗자, 그의 손끝에 각인을 통해 흘러 들어온 주문이 요동친다.

파직, 하고 튀어 오른 붉은 스파크.

화염의 마력은 그 형태를 이루며 원소 마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파괴`를 담당하는 요소만이 뭉쳐서 빛무리를 갖춘다.

화염 마법 중에서도 가장 간단한 부류의 마법.

그저, 눈앞에 있는 대상에, 덩어리진 마력을 부딪치기만 하면 될 뿐.

하지만, 숙달하기 위해선 습득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연습이 필요한 파괴 주문.

마력 압축의 한계량, 시전자의 손에서 벗어난 뒤에도, 그 압축이 풀리지 않도록 해야 하는 제어력.

이 두 요소가 합쳐졌을 때야말로, 화염 마법의 진가가 발휘된다.

머릿속에서 라일라의 영창 하는 모습이 자기 몸에 겹치면.

클레온은 이내, 제어를 풀어헤치고 그것을 눈앞의 문으로 던진다.

무영창. 마법의 이름조차 이야기하지 않아도 발동할 수 있는 1티어의 주문.

`화염구[파이어 볼]`이다.

고열의 덩어리는 폭발을 머금은 채 문과 충돌해서­

이내, `콰앙!`하고 고막을 때리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터져 나가며.

자욱한 연기를 만들어 내고, 눈앞에 문 너머의 광경을 가져다준다.

"왔군...! 죽여라 개새­"

다음 순간.

아스카론의 뒤에 숨어 있던, 황금색의 번개가 순식간에 그 자욱한 연기를 헤치면서 뛰어나갔다고 생각하면­

부웅! 하고 그녀의 몸이 뜨더니 그대로­

양쪽 다리가 수평을 이루도록 쭉 뻗으며, 가장 덩치가 큰 대장 격으로 보이는 도둑의 상반신을 차버린다.

`낙하각[드롭킥]`이다.

"거억...!"

대장인 남성은 고통의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날아갔고.

낙법과 함께 땅에 착지한 번개­ 아니, 저돌맹진의 전차 소녀.

메르카는 검지를 치켜들며 주변의 인물들을 쭈욱, 훑어 가리킨다.

"압수수색입니다. 개새끼들아."

아스카론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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