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화 〉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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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과 함께, 혜성처럼 날아와 꽂힌 강렬한 일격.
가뜩이나 겁에 질려 있던 잡 도둑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는 그만한 공격이 없었을 것이다.
앞 뒤 생각하지 않고 날아간 듯한 메르카의 공격, 그리고 일격에 날아가 버린 그들의 대장.
벽에 처박혀 쓰러지는 덩치 큰 남자를 바라보며, 도둑들은 `으아악!`하고 비명을 내지르며 그 자리에 굳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막무가내긴 하지만…. 기선제압은 확실히 했는데."
분명히 아스카론의 뒤에 있겠다고 이야기한 지 정확하게 1분이 되었을 때의 행동이었기에, 약속이란 무엇이었던건가 하고 한탄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뭐.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을 일격에 날려버렸으니까, 그 부분은 정상참작이
"크윽... 이런... 개같은... 년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덩치 큰 남자가 그렇게 신음과 함께 앓는 목소리를 내면.
메르카는 물론이고, 그런 그녀에 의해 순식간에 절망에 빠져 있던 다른 도둑들도 자신들의 대장의 부활을 바라본다.
다만, 충격이 없던 것은 아니었는지 가슴팍에 손을 댄 채, 입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방금 그 발차기로 갈비뼈라도 부러진 것이겠지.
쿨럭거리면서, 피를 뱉은 뒤, 벽에 손을 짚고 일어난 그 모습은 도저히 그 이상 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기에 메르카는 `흐음`하고 조금은 감탄 어린 목소리를 섞어 이야기한다.
"덩치가 큰 값은 하는군요. 방금 그 발차기를 맞고도 몸을 일으키다니."
"너희들…. 어디에서 온 새끼들이냐…."
"그걸 대답해 드릴 의무는 없지만. 왕국 특무수사관. 메르카 알카디아스라고 합니다. 당신도 도둑 길드의 일원이라면 이야기 정도는 들어 본 적이 있겠지요?"
메르카의 말을 들은 도둑들의 대장은 단번에 인상을 팍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렇겠지. 메르카 알카디아스는 도둑 길드 내에서 가장 주의해야 해야 하는 왕국 소속의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그녀에 의해 붙잡힌 수많은 이름 높은 도둑들이 죄다 북부의 노동 구역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야말로, 도둑 길드에서는 공포의 대상임과 동시에, 거슬러선 안 되는 공권력의 집행자 중 하나이다.
다만, 평소에는 지방을 위주로 활동하고 있으므로, 왕도 내에서라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범죄자들 특유의 낙천적인 심리가 섞여서, 그녀에 대한 젊은 도둑들의 경계는 조금 흐려진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하필이면 자신들이 아이를 납치했을 때 왕도에 있어서, 이 사건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자신들의 앞까지 쳐들어왔다는 사실이.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뒤쪽에는 모험가로 보이는 남성을 대동한 상황.
그때가 돼서야, 대장 도둑은 이해한 것이다.
자신들이 아이를 납치한 것도, 중간에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던 상황이 되었던 것도.
모든 것은, 자신들에게 이 일을 의뢰한 인물들이 꾸민 커다란 각본 속의 한 문장 정도로 정리될만한 작은 사건.
혹은, 커다란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굴러가는 기계장치 속의 작은 톱니, 나사 하나.
도둑들은, 그곳에 `소모`된 것이라고.
먼저, 느낀 것은 분노였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화를 느낄 수 있는 감정선에는 한계가 있어서.
그 부분을 넘어간 분노는, 역으로 쌓여 있던 불같은 분노를 차갑게 식혀 사람을 냉정하게 만든다.
지금, 도둑의 대장은 그 짧은 대화 속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아까와 같은 노성을 내뱉는 것이 아닌 마른 웃음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그런가. 왕국의 수사관이라…. 처음부터 이걸 예상하고 우리에게 이 모든 일을 시켰단 말이지…. 그 여자…."
`그 여자?`
클레온 일행들은 동시에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단어에 귀를 세운다.
특히, 클레온에게 있어서 `그 여자`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의심 가는 바가 많은 대사였다.
"대, 대장…! 어떻게 하지?"
그 남자가 서 있던 위치에서 가까이에 있던 도둑이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대장이라는 남자는 그대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곧바로 클레온이 손을 뻗어, 남자를 멈추기 위한 마법을 발현하지만.
대장은 침착하게 아니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도둑을 붙잡아 방패로 쓴다.
"크아아악!"
방패막이가 된 도둑이 비명을 내지르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남자의 행동에, 일행은 물론이고 도둑들마저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다.
그리고, 남자가 꺼내든 검은색의 약이 들어 있는 약병이, 그대로 그 남자의 입에 내용물을 쏟아 넣는 것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뭐…!? 잠깐! 그건"
그 내용물은, 클레온도 잘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바로 얼마 전, 산에서 자신의 동문을 베어서 묻었을 때.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린, 칠흑의 마약.
제국이 만들어낸, 인간을 병기로 바꾸는 강력한 도핑약.
`블랙 메이커`.
"큭, 우옷...! 크크크크...! 그 여자... 진심이었나 보군…! 너희들을 죽여버려도 상관없다는 것은...! 크아아아아!!"
투여한 약은 곧바로 그 성능을 드러냈다.
대장은 잠깐은 약의 효능이 올라오는 탓에 혈관이 피부 위로 드러나고, 팽창하는 근육을 보이며 고통을 느끼는 듯했지만.
이내, 서서히 피부를 잠식하는 검은 반점과 눈을 붉게 물들이는 안광의 발현.
그 광경은 `사람`이 `사람 아닌 무언가`로 바뀌는 듯한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덩치가 1.5배 정도로 커지고, 입에서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자신이 방패로 삼았던 부하를 그대로 옆으로 던져서 치워버린 남자.
메르카는 그런 그의 변화에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그래도 주먹을 쥔 채, 자세를 잡는다.
"메르카! 일단 물러서!"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곧바로 갈라테아를 뽑아 들고 앞으로 뛰쳐 나가 메르카와, 남자 사이에 선다.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 상대인데, 당신에게만 맡길 수는 없죠."
하지만, 메르카는 그런 클레온의 말에 자세를 잡지만….
부웅! 하고 휘둘러진 굵은 팔이, 갈라테아의 검신과 부딪히자 커다란 충격파를 일으킨다.
"큭...!"
분명, 약을 먹은 이 남자의 소질은 그렇게까지 높은 것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이전의 자신과 결투를 벌여 패배한 알베인이라도 전력을 다하면 잡을 수 있는 수준의 도둑이었다.
하지만, 약을 먹은 순간 폭발적으로 상승한 신체 능력은, 강함의 단계를 손쉽게 몇 단계나 뛰어넘어서 복용자에게 부여하고 있었다.
`이전의 약보다도…. 더 효과가 상승해 있어…?`
검과 주먹이 부딪히며 퍼져나가는 마력의 흐름 속, 클레온은 직접 그를 마주한 채 그런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버티는 동안, 메르카가 남자의 턱주가리를 향해 가속한 의수를 휘둘렀다.
퍼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남자는 머리가 돌아갔을 뿐, 그 이상의 피해는 받지 않았다는 듯이 입에서 침을 흘리며 여자를 노려본다.
"아가씨!"
"큿...!"
그리고, 아스카론의 목소리에, 재빠르게 백스텝을 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 뒤에 휘둘러진 팔에 의해 큰 피해를 보았을 것이었다.
클레온은 어떻게든 자신의 검을 찍어 누르던 남자의 팔을 밀쳐내고, 곧바로 흐르는 물과 같은 움직임으로.
발을 크게 앞으로 내디디며, 몸을 숙인 채 비어있는 남자의 옆구리 부분을 크게 베어냈다.
그러면, 원래는 튀어 올랐어야 할 붉은 색의 피 대신에.
남자의 몸에서 튀어나온 것은, 검은색의 끈적거리는 오염된 무언가였다.
`벌써 이렇게 육체를 침식했어…. 역시, `블랙 메이커`를 누군가가 개량해서`
슬쩍 눈을 돌려 흩뿌려진 액체를 확인한 다음 순간, 자신이 베어낸 부분이 재생하는 것을 보며 클레온은 혀를 찬다.
역시, 이런 재생 괴물들을 상대하는 것은 몇 번을 겪더라도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클레온은 또 다른 비명과도 같은 고통을 쥐어짜 낸 목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부하들이 대장이 약을 먹고 얻은 힘을 보고.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약을 먹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판단하고 각자 약을 들이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방패가 되어 기절한 녀석을 제외한 부하들 5명 중에서 3명. 대장과 똑같이 몸을 변형시키며 약으로 스스로를 강화한다.
나머지 둘은, 아루루가 재빠르게 휘두른 성검의 칼날이 흩뿌려지면서 입에 약물이 들어가기 전에 그 약병을 깨부수는 것으로 저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몸의 주변을 수정의 벽으로 감싼 것은, 이성을 잃고 날뛰는 그들의 동료였던 것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하여 나중에 심문하기 편하게 만드는 목적도 있으리라.
"잘했어 아루루!"
"눈앞의 적에 집중해도 돼, 클레온.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푸른 수정의 불굴의 검. 아론다이트를 붙잡은 용사 아루루는 곧바로 가까이에 있는 복용자에게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하는 소리가 튀어 오르며 이형의 팔 한쪽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리는 아루루의 수정검.
그에 질세라, 메르카도 자신에게 다가온 복용자의 팔을 향해 다리를 휘두른다.
부웅! 이라기 보다는 `샤악!`에 가까울 정도로 날카로운 파공음.
의족에 붙어 있는 부스터가 덜컹, 하고 열리면서 그녀의 다리를 폭발적으로 가속 시킨 덕분에, 마치 번개와도 같은 강렬한 일격이 이형의 팔을 `뻐득!`하는 소리가 나게 될 정도로 부러뜨려 버린다.
박살 난 뼛조각이 팔을 뚫고 뛰어나오면 피가 튀어 오르지만.
그 상처마저도, 넘쳐흐르는 흑마력이 감싸면서 억지로 끼워서 맞추듯이 `우드득`하고 제자리를 찾아 회복되는 것이었다.
"큭... 무슨 재생력... 그리고, 이 신체 능력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 트롤 수준이네요…!"
메르카는 눈앞에서 펼쳐진 그 괴물의 비정상적인 재생회복을 보고서 그런 감상을 내뱉었다.
휘몰아치는 수정의 폭풍이, 아직은 조금 더 그 숫자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완전히 팔을 작살내지 못한 덕분에.
아루루도 일단 뒤로 물러서며 메르카와 등을 마주하고 서로 다른 복용자를 바라본다.
아스카론 역시, 손에서 전기를 간헐적으로 뿜어내며, 자신에게 달려든 복용자 한 명과 대치 중이었다.
"크...으... 죽이는 군... 이 약... 버림패로 선택된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너희들을 죽일 수 있겠어…."
클레온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그를 몰아붙이던 대장이 그렇게 목소리를 낸다.
그러자, 클레온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니, 너희들은 버리는 패가 맞다. 그 약은, 너희들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했으니까."
"돌아올 수 없는 강 따위, 살인을 저질렀을 때 이미 건넜다는 거다! 크아아아악!"
그의 감정이 격렬해질 수록, 약은 그 남자의 몸을 더욱 크게 변형시킨다.
한계라고 생각했던 남자의 부풀어 오른 근육이 한 차례 더 부풀어 오르며, 그 폐해인지 남자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더욱 흉측해진 모습으로 바뀐 그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주먹을 한 번 휘두르면, 무기도 들지 않고 그저 마력이 감긴 주먹 한 번만으로.
그것을 갈라테아를 들어서 막아낸 클레온의 팔에 격통을 선사할 정도였다.
"큭...!"
[무리하지 말고 피해, 클레온. 몇 번이고 받아내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알고 있어...!"
클레온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며, 갈라테아에 마력을 흘려보낸다.
"화염 부여."
라일라의 마법 중 하나인, 사물에 화염 속성의 원소 마력을 띄게 하는 주문이 발동하면.
갈라테아의 아름다운 은색 검신 위로, 붉은색의 화염이 나타난다.
그리고, 클레온은 여러 번의 경험에서, 이런 무한히 재생하는 부류의 적들에게는 `화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력을 점화재로 하는 화염은 그대로, 클레온이 마력을 대량으로 쏟아 부어 넣는 것만으로도 커다랗게 불타올랐다.
바로 얼마 전에 보았던 쿠온의 성검, 갈라틴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다만, 갈라틴의 것과는 다르게 이쪽은 신성 마력이 섞여 있지 않은 순수한 불꽃이라는 것이지만.
"KRAAAA!"
이미 인간의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는 강렬한 짐승의 괴성 같은 것이, 솟아올랐다.
클레온의 예상대로, 불이 붙은 녀석의 손은 재생과 연소를 반복하지만 그런데도 연소의 속도가 조금 더 빠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클레온은 재빠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린 뒤, 호흡을 다듬은 다음 순간.
다시 한번, 불타오르는 마검을 들고 간격으로 파고들어 총 5번, 검을 휘둘렀다.
먼저, 녀석의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사선의 아래 방향으로 한번.
첫 번째 휘두르기가 끝남과 거의 동시에 이어지듯, 배꼽의 위치에 두고 수평으로 휘둘러진 일섬.
그리고, 이번에는 첫 번째 베기와 교차 대듯이 왼쪽 위로 올라가는 올려 베기.
그 기세를 몰아 공중으로 도약하여, 정수리부터 고간까지의 위치를 순식간에 내려 벤 뒤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가 앞으로 돌진하며, 몸의 정중앙을 찌르는 찌르기.
그때 마다 화염의 원소 마력은 붉은색의 궤적을 남기며.
그 남자의 몸 전체를, 이내 화염으로 집어삼켜 태우기 시작한다.
"AAARRRKKK!!"
몸의 강제적인 회복과 불타오르는 것이 겹쳐 끝나지 않는 고통이 이어진다.
비틀거리면서 뒤로 물러선 그 남자는 이내 무릎을 꿇고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땅바닥에 몸을 눕혔다.
쿠웅, 하는 소리가 나며, 남자의 전신에 붙어 있던 흑마력의 형상은 화염과 함께 사라진 상태이었다.
흑마력이 몸을 재생시킨 덕분에 꿰뚫렸던 몸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기절하여 정신을 잃은 채였다.
"후우..."
한숨을 내쉬며, 아루루와 메르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는 클레온.
아루루의 수정 검은 복용자의 주먹과 부딪힐 때마다 부러져 나가며 주변에 조각을 흩뿌린 덕분에.
벌써, 수십 자루의 성검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그 조각이 늘어나 있었다.
그리고, 메르카의 쪽은 차분하게 자세를 잡고, 이성 없이 몸을 휘둘러 공격해 오는 복용자의 주먹 등을 흘려보내더니.
한 방, 한 방. 정확하게 급소의 위치를 가격하며 그 몸에 충격을 쌓아가고 있었다.
"아루루. 당신의 그 수정검, 슬슬 조각이 충분해진 것 같은데."
메르카가 그렇게 말하며 아루루를 슬쩍 바라보자,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쪽은 어때? 쓰러트릴 수 있겠어?"
"...얕보지 말아줄래? 그래도 비장의 수는 있으니까."
"별로 얕본 건 아니지만…. 좋아."
그렇게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시선을 교환한 아루루와 메르카는 뒤로 물러서며 다시 한번 등을 마주한다.
그녀들은 이 싸움 속에서 서서히 자신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한 복용자들의 능력에 무언가를 느낀 듯했다.
아루루가 상대한 복용자는 몸의 방어를 한 점에 모으는 것으로, 한 번 한 번의 공격력이 낮은 아론다이트의 폭풍과도 같은 수정검의 연격을 막아내려 하고 있었고.
메르카 쪽의 복용자는 몸의 약점이 되는 급소 부분을 뾰족한 가시 형태의 외피로 덮어서 공격해오는 메르카에게 역으로 대미지를 주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역시, 이 약은 위험한 것 같네요….`
메르카는 슬쩍 아스카론 쪽을 돌아보면, 아스카론은 그녀 나름대로 번개를 통해서 지지는 것으로, 상대하는 복용자의 재생을 막아내며 몰아붙이고 있었다.
다음 순간, 메르카와 아루루의 움직임이 멎었다고 생각한 두 복용자는, 본능과도 같이 동시에 몸을 움직여 두 사람을 덮친다.
이미, 두 여성의 행동 패턴에 대해선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아까와 마찬가지로, 한쪽은 일점 방어의 태세를.
다른 한쪽은 급소를 가시와 같은 것으로 덮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루루와 메르카는 곧바로 빙글. 하고 서로의 위치를 교환하듯이 움직였다.
"!?"
이형의 복용자들은 갑작스러운 그 움직임에 당황하였지만, 이미 가속이 붙은 몸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아앗!"
아루루가 검을 휘두르면, 주변에 흩뿌려져 있던 수정들이 동시에 모습을 바꾸더니 그대로 몸에 가시를 만들어 낸 복용자의 전신을 꿰뚫어 고슴도치와도 같은 형태로 만들어 버렸다.
"플라즈마, 버스트!"
그리고. 메르카의 주먹은. 그대로 복용자의 방어를 피하고 들어가
급소 부분에 꽂힘과 동시에, 강렬한 고열의 플라즈마를 일으켜 복용자의 몸 전체를 태워버리는 폭발을 일으켰다.
두 복용자가 동시에 비명을 내지르며, 그들의 대장처럼 앞으로 고꾸라진다.
그리고, 몸 전체를 뒤덮고 있던 변이가 해제되며 기절한 도둑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후우..."
메르카가 지친 듯이 한숨을 내쉬자, 그다음에는 귀를 때리는 스파크의 튀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스카론이 상대하던 복용자의 전신에 전기를 흘려 넣어 불태우는 것으로, 흑마력의 외피를 벗겨내서 쓰러트리는 데에 성공한 것이 보였다.
"이걸로 끝이군요…."
아스카론 역시 조금 지친 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면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은 이 녀석들을 묶어 놓고…. 아이를 찾아보자."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메르카는 가방에서 밧줄을 꺼내며 쓰러진 도둑들의 팔과 다리를 꽁꽁 묶어서 한 구석으로 치워버린다.
클레온은 그사이에, 은신처에 달린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보다가
이내, 어두운 곳에 안대를 한 채 쓰러져 있는, 구속된 소년을 발견해낸다.
클레온이 아루루에게 눈치를 보내면, 아루루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소년에게 다가가 구속을 풀어주고 안대를 벗겨낸다.
"읏..."
갑작스럽게 들어온 불빛에 눈이 부신 듯, 그가 목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이내 시야에 들어오는 아루루의 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뜨는 것이었다.
"아, 아루루 트로메이아님!?"
"어라. 날 아는구나."
아루루 쪽에서는 소년을 모르기에 그렇게 말하지만,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금 흥분한 듯이 답한다.
"그, 그야 당연하죠! 이전에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보러 갔을 때 멀리서나마 뵌 적이 있어서…. 서, 설마 저를 구하러 오신다는 용사님이 아루루님이라니..."
소년은 조금 감격까지 한 듯했다, 마치 아루루의 팬인 듯했다.
"일단 진정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부모님이 걱정하고 계셔."
아루루는 흥분한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몸을 일으키고 소년의 손을 잡아끌어 일으켰다.
"걸을 수 있겠어?"
"네, 네. 물론이에요…."
그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클레온은 어딘가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그런 클레온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 클레온을 바라보는 메르카.
"어째서 아루루에게 양보한 거죠?"
"뭘...? 아아. 저 애를 구해내는 거?"
"뭐... 그런 것도 있지만. 저 아이의 `영웅`이 될 기회를 말이에요."
클레온은 메르카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렇게 무서운 경험을 한 애가, 안대를 벗은 순간 보는 게 나라면…. 조금 불쌍하잖아?"
"당신이 흑마의 일족이라서?"
메르카의 말에 클레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리고 나는 어디까지나 마검사니까. 사람을 구하는 것은 용사의 몫이지."
"... ..."
클레온의 말을 들은 메르카는 조금 복잡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네요."
"그렇다는 거야. 자. 우리도 저 녀석들을 데리고 일단 이곳에서 빠져나가자."
"어머, 벌써 가는 거야? 뭔가 조금 싱겁지 않아?"
그 순간, 이곳에서 들려선 안 되는 여성의 목소리에 클레온과 일행들이 동시에 그 방향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반투명한 상태의 `이슈탈`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마, 언젠가의 아카데미에서의 그녀처럼, 환영을 통해 원격으로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언제나처럼, 손에는 곰방대와 같은 것을 든 채.
"이슈탈..."
"저게 그 아스타로테라는 창녀집단의 대가리로군요…?"
거침없는 막말을 쏟아내는 메르카를 바라보며, 이슈탈은 입꼬리를 올렸다.
"귀족치고는 꽤 거침없는걸? 하지만 틀리지 않았으니까 인정할게."
"이번 일은…. 당신이 꾸몄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메르카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이슈탈은 어깨를 으쓱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지. 이들에게 의뢰를 한 건 내가 아니야. 하지만, 조금 도와주려고 손을 빌려주긴 했지."
`블랙 메이커...`
"너무 심각한 표정 짓지 마. 어디까지나 임상실험이었으니까."
클레온을 바라보며 이슈탈이 이야기하자, 그는 인상을 찌푸린다.
"저 녀석들이 사용한 건 이전에 보았던 것보다도 효능이 올라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희생시켜가며 약을 연구해서 대체 뭘 하려는 거지?"
"글쎄? 한가지 말해두자면….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너와 그리 다를 바가 없어 클레온."
"...뭐라고?"
이슈탈은 클레온을 바라보며 낮게, 그리고 음흉하게 웃더니 이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은신처의 바닥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던 마법진이 붉은빛을 띄는 것이었다.
"이건"
"악마 소환의 마법진!?"
메르카가 단번에 그 마법의 정체를 파악하자, 이슈탈은 휘파람을 불었다.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야. 너희들에게 준비한 선. 물. 이야."
"이 크기, 대악마를 불러낼 셈인가요!? 하지만 제물이 없으면"
"제물이라면 있지. 흑마력에 절인 싱싱한 생명체가."
이슈탈의 목소리에, 클레온의 시선이 곧바로 자신들이 묶어 놓았던 도둑들로 향했다.
블랙 메이커를 복용했던 도둑들의 몸에, 불타오르는 사슬이 달라붙어.
그들을 그대로 마법진의 아래로 끌고 가는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아악! 뭐야! 이건! 대장! 살려줘!!!"
"씨발...! 그 여자,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안, 돼...!"
비명과 처절한 고통을 내지르며 마법진에 흡수되어 가는 남자들.
아루루가 구해낸 소년은 끔찍한 것을 본 충격으로 자리에 주저앉고.
아루루는 그런 소년을 지키듯이 아론다이트를 뽑아 서며 날카로운 눈으로 마법진의 중앙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이미, 고치와도 같은 검은 관문이 나타나 안에서 악마를 뽑아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이슈탈은 사뿐거리는 발걸음으로 관문의 앞에 서더니 허리를 숙이며 과장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여러분. 성대한 박수로 맞이하여 주세요. 소의 머리를 가진, 제물을 바라는 탐욕의 악마. 21번째의 자리에 서는 연옥의 주인..."
다음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나며 관문에서 거대한 손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슈탈이 말한 대로 미노타우루스와 비슷하게 소의 상반신을 가지고, 등에는 박쥐와도 같은 날개를 가진.
불타오르는 검을 손에 든. 흉악한 악마.
"모락스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슈탈의 환영이 사라진다.
[KAAAAAAAAAAAA!]
그것과 악마의 포효가 튀어나온 것은 거의 동시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