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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48화 (248/506)

〈 248화 〉 모락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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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락스. 혹은, 포라이라고 불리는 그 악마는.

소의 머리를 가진 지옥의 대악마 중 한 체이며, 36의 지옥 군단을 이끄는 지옥의 백작이라 일컬어진다.

불타오르는 도끼를 들고, 한 번 휘두를 때마다 100이 넘는 망자의 목을 베어 넘길 수 있으며.

인간의 절망, 증오, 그리고 속임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그런 지식을 속삭인다고 전해지는 악마였다.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대악마`의 지식은 전부, 이전의 제국과의 대전에서 축적된 것이었다.

제국이 훈련시켜 전쟁에 투입했던 악마 소환사­ 아마, 메기도의 일족에서 얻어낸 비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겠지.

대륙 전역에 펼쳐진 전선 곳곳에서, 지옥 관문을 열어젖히고 나타났던 악마들.

대부분이, 요새의 중요한 방어나, 적의 성을 침공하는 병기로 사용되었으며.

전쟁 중 가장 많은 대악마를 처치한 것은, 역시 용사인 레시아였다.

모락스는 그중에서도, 제도 공방전에 소환되었던 악마였으며, 전장에서 수많은 왕국 병사를 무자비하게 학살한 악마이기도 했다.

"흐으음... 신선한 인간계의 공기로군…."

일반적으로 미노타우르스라고 불리는 반인 반수의 마물이 인간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눈앞의 악마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는 저지능의 존재라고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모락스는 그런 상식이나 편견 자체를 뒤집는 낮은 바리톤 보이스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며 크게 심호흡한다.

소환되었을 때의 포효는, 퍼포먼스였던 것일까.

아루루도 클레온도, 그런 모락스의 모습에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 각자 손에 들고 있는 마검과 성검을 쥔 채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번의 소환도 심심하지 않은 싸움이 되겠군. 감사한다. 소환자여. 나의 해골 옥좌에, 마검사와 용사의 해골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으니."

환영의 모습으로 자리에 남아있는 이슈탈을 바라보며 모락스가 감사의 뜻을 표하자,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었다.

"블랙 메이커를 복용한 인간들을 제물로 삼아서…. 대악마의 소환이라. 상상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군요, `아스타로테`는."

그리고, 그런 이슈탈을 노려보며, 조용한 분노를 불태우는 메르카.

이슈탈은 이야기한다.

"그야, 우리들의 목표는 이런 왕국에서 멈추지 않으니까…. 그럼, 뒤는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락스 님."

그렇게 말을 남기고, 그녀의 몸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흥... 건방진 소환사 녀석이로군."

[아루루]

그리고, 클레온은 그런 모락스를 주시하다가 손가락을 움직이며 아루루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아무리 악마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클레온과 아루루라면 합을 맞추면 금방이라도 저 목을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다.

[응. 틈을 봐서­]

"틈을 봐서, 무엇이지?"

하지만, 모락스는 마치 그런 둘의 대화를 엿듣기라도 한 듯이, 입을 벌리더니.

그대로 거대한 화염을 내뱉어 아루루와 클레온을 덮친다.

"클레온! 아루루!"

메르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르륵! 하고 순식간에 뿜어져 나온 지옥의 업화는, 두 사람을 감싸는 불타는 감옥을 만들어낸다.

"읏...! 이건...!"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능력을 사용하여 몸을 지키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두 사람­ 그리고, 아루루가 지키고 있던 소년을 감싼 화염은 그 자리에 남아 사라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클레온이 마력을 머금고 갈라테아를 휘두르지만, 화염은 조금도 그 기세를 줄이지 않고 두 사람을 가두는 `우리`로써의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크흐흐…. 너희들의 강함이 이 몸과 호각으로 겨룰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마."

모락스는 입을 닫으면서 내뿜던 화염을 갈무리하고 입꼬리를 올린다.

"하지만... 나는 지능 낮은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다. 사냥과 싸움에도 `지략`을 겸비한 결투를 선호하지."

모락스가 쿵. 하고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도끼의 자루를 땅에 찍으며 도발하듯이 웃었다.

"지옥의 업화는 이 모락스의 소영역을 만들어내는 화염이다. 차원이라도 넘지 않는 이상... 너희들의 힘만으로 그 화염의 바깥으로 넘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 뒤에 숨어있는 어린 인간의 목숨을 구하고 싶다면... 그 안에서 계속해서 마력을 소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악마의 말대로, 아루루의 뒤에 숨어있던 소년은 넘쳐흐르는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솟아오르는 온도 속에서 땀을 흘리며 목이 탈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아루루는 `읏...`하고 괴로운 표정을 짓더니 어쩔 수 없이 수정검의 막을 펼쳐 소년을 보호한다.

그것만으로도, 아루루의 마력은 서서히 소모될 것이다.

부족해진다면, 클레온의 마력도 써야겠지.

"그게 지략인가요? 제가 보기엔, 강자를 피하는 겁쟁이의 논리인데요."

그리고, 그런 모락스의 화염에서 벗어나 악마를 노려보는 메르카의 목소리.

"호오... 너는."

모락스는 그런 메르카를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이 그 커다란 눈을 빛냈다.

"너에게선 조금 특이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우리, 악마들이 혐오하는 기운이야."

모락스가 후우 콧김을 내뱉자, 그 코에서는 화염이 일어났다.

메르카는 그런 모락스의 이야기를 듣고, 치맛자락을 슬쩍 잡아 올리면서 고개를 숙인다.

그것은, 절대로 악마에게 예를 표하는 것이 아닌, 예절을 가진 한 명의 숙녀로서, 상대방과는 다른 격을 가진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안녕하신가요. 지옥의 대백작. 저는 메르카 알카디아스. 이 땅의 왕국을 수호하는 수호자 중 한 명이랍니다."

"알카디아스. 흐흐... 그런가. 그 `용사`의 후예인가. 머나먼 과거, 한 용사의 주도하에 지옥을 침공하려는 시도가 있었지. 수많은 동족이, 영체까지 소멸하는 피해를 보았다. 결국, 그 용사는 죽고 말았지만. 그 종사만이 너희들의 세계로 돌아갔던가."

메르카의 이름을 곱씹던 모락스는, 음침한 미소와 웃음소리를 띄우지만, 메르카는 그런 그의 반응에 생긋 웃음을 보이며 대답한다.

"후후. 역시 대악마. 이제 인간계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은 기록인데도 잘 알고 있군요. 기본적으로는 영체라 뇌도 없을 텐데 말이죠."

"그 이름은 `기억`이 아니라 `영혼`에 새겨져 있지. 그렇다면, 그 뒤에 있는 `성검`이 그 유명한 `아스카론`인가."

모락스가 그렇게 말하자, 아스카론은 눈을 꿈틀거리면서 자세를 잡는다.

그러자 메르카는 팔을 뻗어 그런 자기 부하를 감싸듯 서는 것이었다.

"아스카론. 성검으로서의 기능 해방을 허락합니다. 당신의 힘으로, 눈앞의 적을 멸하도록 하세요."

"하지만, 아가씨­"

그런 메르카의 말을 들은 아스카론은 메르카를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주저하면.

메르카는 주먹을 쥐며 미소를 짓고, 아스카론을 바라본다.

"이것은 알카디아스 당주로서 당신에게 내리는­ `당주 명령`입니다."

아스카론은 그런 메르카의 말을 듣더니, 그 주인과 마찬가지로 주먹을 꽉 쥐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녀가 눈을 감은 다음 순간­

그녀의 전신이 빛무리에 감싸여지면서, 그 형태를 바꾸어 메르카의 손에 쥐어진다.

그녀의 성검은 `단검`의 형태를 취한 상태로 의수에 쥐어졌다.

"호오. 그것이 성검 아스카론. 직접 이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모락스가 흥미롭다는 듯이 그 단검을 바라보면, 아스카론은 파직! 하고 전격을 터뜨리며 메르카의 의수와 의족­ 아니 전신의 마력을 흡수한다.

"큭..."

"하지만. 너는…. 용사가 아니로군."

그리고 모락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메르카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다.

"네, 당신의 말대로. 저는 성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채로 성검을 사용하는 `성검 사용자`에 불과하답니다."

그 말을 들은 클레온은 놀란 듯이 화염 속에서 메르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런 것이…. 가능한 건가?"

"일반적으론 불가능하죠. 하지만, 알카디아스 가문은 아스카론을 계승해온 가문으로, 그녀와의 맹약을 통해 힘 일부를 빌리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모락스는 그런 메르카를 바라보며 비웃듯이 이야기한다.

"분에 넘치는 힘을 다루는 자격 없는 인간은, 언제나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법이지."

"보실텐가요? 제게 이 힘을 다룰 자격이 없을지."

다음 순간, 메르카가 아스카론을 모락스를 향해 던졌다.

빠른 속도로 날아간 아스카론은 직선의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더니­

도중, 전신에 뇌전의 마력을 휘감더니 벼락 그 자체가 되어 모락스를 꿰뚫는다.

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그 거대한 몸을 관통하는 번개[아스카론].

"크으으... 크크... 듣던대로군. 그 힘 앞에서 어떠한 방어도 무의미하다는 것은."

허나, 번개로 몸을 지져지고, 관통당하는 정도로는 끄떡없다는 듯이 곧바로 빈손이 된 메르카에게 달려드는 모락스.

쿵! 쿵! 하고, 한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진동하고, 발걸음에는 화염을 남기며 빠른 속도로 돌진해온다.

메르카는 그대로 자세를 풀지 않고 모락스를 바라보지만­

"죽어라! 어리석은 필멸자여!"

모락스는 그런 그녀를 향해 도끼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다.

그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 그리고 괴력이 더해져 그녀의 몸은 가운데를 중심으로, 갈라진 장작처럼 쩌억, 하고 갈라질 것이었다.

하지만.

쿠르릉... 하는 천둥 소리가 들렸다고 생각하면.

그녀의 몸은 마치 잔상이라도 된 듯이 사라지며.

어느샌가 자신이 던진 아스카론을 붙잡으며, 그 위치로 이동해 있는 것이었다.

빙글, 하고 허공에서 메르카의 몸이 회전하며 모락스의 등에 아스카론이 처박힌다.

다시 한번, 천둥소리가 울렸다.

아스카론이 방출한 강렬한 전격의 마력이 모락스의 피부는 물론이고, 진동시키며 지져버린다.

"크윽...!"

모락스는 예상 밖의 방향에서 휘둘러져 온 공격에 대응하지 못한 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뒤 몸을 휘둘러, 상대적으로 가벼운 메르카를 떨쳐낸다.

"공간의 이동인가..."

모락스가 몸을 돌려, 자신의 뒤로 이동한 메르카를 바라보면.

메르카의 몸은, 곳곳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보이겠지요. 지략 전은 당신의 주특기가 아니었나요?"

"크크... 입만큼은 역전의 용사로구나. 성검 사용자..."

모락스는 그렇게 말하며 거슬린다는 듯이 메르카를 바라보더니, 손을 휘두르며 자신의 털 위에 붉은 화염을 일으켰다.

화르륵! 하고 강렬한 열기가 불꽃과 함께 피어오르면, 메르카는 가볍게 뒤로 물러선다.

"그런 잔재주로, 이 강인한 몸에 상처를 입히는 요행은 두 번 다시 부릴 수 없을 것이다."

"잔재주라…. 잔재주란 건, 이런 걸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다음 순간, 메르카가 아스카론을 잡은 채로 정면으로 모락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멍청한 녀석... 정면에서 덤비는 것이야말로 네 녀석에게 승기가 없는 전법이라는 모르는 건가...!"

모락스는 그런 메르카를 바라보며 허리를 굽히고 도끼를 쥐어든 채, 자신의 범위 안으로 그녀가 몸을 들인 순간.

도끼를 휘둘러서 그대로 몸을 절반으로 잘라내려고 하는 것이었다.

설령 도끼가 빗나가더라도 상관없다, 지옥의 업화로 불타오르는 자기 몸에 그녀의 몸이 닿은 순간.

그녀의 몸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에 휩싸여 재로 변할 테니까.

그렇게, 여유롭게 메르카의 공격을 받아내려고 한 다음 순간.

메르카의 몸에서 다시 한번 스파크가 일어났다.

"뇌정질주"

폭발적인 가속이 일어나며, 모락스가 도끼를 휘두르는 타이밍이 어긋난다.

덕분에, 도끼는 적중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락스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고.

이어질 소녀의 비명을 기대한 다음 순간.

그녀의 성검의 날 끝이 악마의 몸에 닿았다고 생각한 그 타이밍.

철컥. 하는 소리가 모락스의 뒤에서 들려왔다.

모락스가 자신도 모르게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면.

그곳에는 의족으로 사뿐하게 이동을 멈춘 메르카의 모습이 있었다.

"...뭐라고?"

모락스는 방금 자신에게, 메르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파직…. 하는 스파크가, 자기 몸 위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왼쪽 허벅지. 오른쪽 가슴. 심장. 목.

인중. 오른쪽 팔목. 오른쪽 종아리. 왼쪽 뿔.

8개의 위치에서 동시에 그 가죽이 찢겨 나가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크아악!!!"

갑작스럽게 전신을 덮치는 고통에 모락스가 비명을 내지른다.

손에 들고 있던 화염의 도끼를 떨어트리고, 전신에서 일으키고 있던 지옥의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그러면 메르카는 그렇게 쓰러진 그의 눈앞으로 다가가, 손에 들고 있는 아스카론을 손가락 안에서 1회전 시킨다.

그리고. 눈높이를 맞추듯이 쓰러진 모락스의 앞에서 몸을 굽히더니­

그대로, 아스카론을 역수로 잡고 휘둘러 모락스의 눈을 베어낸다.

"KUARAAAA!!"

아무리 악마라고 하더라도, 안구를 베이고 그 부분을 번개로 지져지면 고통을 느끼는 듯했다.

"재생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그 사이에 트릭을 공개하도록 하죠. 모락스."

메르카는 그런 악마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이야기한다.

"아스카론의 능력. 그것은, 자신과 사용자의 몸을 일시적으로 `전기`로 바꾸는 것입니다. 당신의 공격을 피할 수 있던 것도, 조금 전의 공격도. 모두 그 능력의 파생이죠."

"큭, 크으윽..."

모락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서도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비틀거리면서 자신의 도끼를 찾으려는 듯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메르카는 그런 모락스의 손을 의족으로 밟더니 마력을 주입하여 그 무게를 더한다.

우드드득…! 소리가 나면서 그 두꺼운 손을 파고드는 그녀의 발.

모락스는 이를 꽉 물고, 지옥의 악마로서의 존엄을 지키려는 듯이 비명을 참았다.

그녀의 조금 전 공격은, 전신을 순간적으로 `전기`로 바꾸어, 모락스의 몸을 통과하면서 행해진 일격­ 아니, 8연 격이었다.

전기라는 에너지의 형태를 띤 메르카는 그 짧은 순간에­ 거의 동시에 악마의 8군데를 베어낸 뒤, 그 몸의 뒤편으로 빠져나온 것이다.

화염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제가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아시나요?"

"필멸자 주제에...! 지옥의 백작인 나에게 이런 굴욕을...!"

악마의 분노가, 그에게 힘을 가져다준다면.

그의 몸은 더더욱 강렬하게 불타오를 것이다.

그러나, 모락스의 몸은 이미 그런 기능이 남아있지 않았다.

몸을 꿰뚫리고, 8군데를 동시에 공격당하고, 눈을 베이고, 손이 부러지는 충격을 받은 악마의 흑마력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다.

"제가 어떤 능력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일을 행하더라도 저를 이길 수 없을 테니까요. 재생을 할 수 있는 건 한쪽 눈이 마지막인 것 같군요."

메르카는 재생한 모락스의 왼쪽 눈을 바라보더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락스의 눈동자는 정확하게 메르카를 포착한 채, 동공이 흔들린다.

"애초에…. 당신도 지옥의 주민. 수명이 없는 당신이 `아스카론`의 능력을 모른단 건... 당신은 저의 선조가 당신들의 지옥에 찾아갔을 때 그녀를 피해서 숨어있다가 살아남은 것 아닙니까?"

"크, 윽...!"

명백한 모욕과 도발에, 모락스는 이를 갈지만.

"뭐. 그런 거에 상관없이. 당신을 여기서 돌려보내는 건 가능하지만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메르카의 단검이 모락스의 눈을 꿰뚫는다.

"끄아아아아악!!!"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검날에 마력을 흘려보내.

소환된 모락스의 뇌 부분까지 전기를 넣어서 새까맣게 태우는 것으로.

대 악마의 일시적인 육체를 완벽히 파괴해 그 영혼을 그들의 세계­ 지옥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었다.

서서히 흐릿해져 가는 모락스의 육체.

그리고 주인과 제어자를 잃어서 지옥의 업화가 사라진 덕분에, 클레온과 아루루를 감싸고 있던 화염의 벽도 사그라들며 사라졌다.

"하아... 하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마력을 계속 사용한 아루루가 비틀거리며 상반신이 쓰러지려 하면.

재빨리 클레온이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받쳐준다.

"...괜찮아?"

"응. 고마워, 클레온."

고요한 적막이 일행 전체를 감쌌다.

방금 그 악마를 마지막으로, 이 은신처에는 다른 숨어있는 적은 없는 듯했다.

그렇기에. 안심한 듯 클레온이 한숨을 내쉰 순간.

풀썩! 하고 쓰러지는 소리가 바로 옆쪽에서 들려왔다.

바로 전투를 끝마치고 자신 쪽으로 다가오고 있던 메르카였다.

"메르카!? 괜찮아?"

아루루를 자리에 제대로 앉힌 후, 그녀를 향해 달려간 클레온.

그녀의 몸을 잡아 올리면 아스카론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그녀의 몸은 고열과 마력 고갈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괜찮지는 않은 것 같네요..."

메르카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했다.

클레온은 아스카론의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지만, 우선 메르카의 상태를 살폈다.

"...굉장했어. 설마, 아스카론이 성검이었다니..."

"후후. 저도 굉장했죠? 클레온."

"... 물론이야."

확인하듯이 물어오는 메르카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 주었다.

다음 순간­

파직! 하는 스파크가 메르카의 몸에서 일어나며.

그녀의 손과 발끝이, 일렁이며 에너지의 형태로 바뀌었다.

"... 잠깐, 메르카? 전투는 이미 끝났는데…."

"아­ 그건 말이죠. 제가 마력이 다되면 아스카론의 성검화를 해제시킬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그 능력이 폭주하는 것도 막지 못해서 말이에요…."

메르카는 조금 멋쩍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클레온이 듣기에는 심각한 일이었다.

즉, 몸이 에너지화 되서 흩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잠깐, 그렇게 말할 때가 아니잖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도와주시면 해요. 제 방으로 먼저 옮겨 주시면 그다음에는 해야 할 일을 설명해 드릴 테니."

클레온은 그런 메르카의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루루는 클레온과 메르카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이 아이를 렘파트 씨에게 전해주고 돌아갈게."

"...부탁해, 아루루."

기절한 소년을 등에 업은 채, 먼저 나가기 시작하는 아루루.

그러면, 클레온도 메르카를 같은 식으로 등에 업고 아지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 ...

아무도 남지 않은 듯한 아지트의 안.

"후우... 굉장했슴다. 우선, 이걸로라도 의뢰 실패에 대한 값을 갚은 게 되는검까?"

[글쎄. 우선, 육체의 수복이 될 때까지는 그 몸을 임시 육체로 사용하면서 활동해라. 그레이.]

"알겠슴다."

그렇게 대답을 남기며, 아지트를 빠져나가는.

금속으로 된 쥐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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