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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57화 (257/506)

〈 257화 〉 사교 클럽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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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제물로 삼은 악마 소환…. 거기에, 도둑 길드까지. 아스타로테는 대체 어디까지 이 왕국에 어둠을 퍼뜨리려는 것일까요?"

어두운 골목 사이를 조심히 나아가는 아멜리아는, 클레온의 뒤에서 주먹을 쥐며 분하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낮에 있었던 납치 사건이 화제에 올라 이야기가 나온 것이지만.

그녀가 느끼는 분노를, 클레온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블랙 메이커..."

그리고, 루베라는 그 이름을 들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했다.

납치범­ 도둑 길드의 일원들이 궁지에 몰리자 복용한 약.

대전 시절에 비해서 훨씬 계량되고, 효력도 강력해 졌으며, 몸에서 대량의 흑마력을 생산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악마 소환의 제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아스타로테가 그것들을 제조하여 범죄 조직에 흘리고 있다고 한다면­

"...조직들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의문일 정도인걸요…."

루베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클레온은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겠지. 만약 블랙 메이커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자신들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면….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결말을 불러올지."

"... 약으로 서로를 견제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직접적인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가요?"

아멜리아가 질문하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칼을 휘두르고 싸우기만 하더라도 사람이 죽어 나가기 쉬운 환경인데…. 블랙 메이커 같은 사람을 괴물로 바꿔버리는 약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봐. 사상자가 훨씬 늘어나면 여러모로 눈에 띌 거고... 싸움 한 번에 조직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겠지…. 그러니까, 약이 돌고 있는 동안에는 오히려 조직들 사이에서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루베라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블랙 메이커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대량으로 만든다면 생산시설도 필요할 거고…."

"그 생산시설은 숨겨진 아스타로테에 본거지에 있겠죠. 물론, 창관을 운영하거나 하는 돈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블랙 메이커의 제조 기술은 아스타로테에게만 알려졌지만, `마약`이라는 것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단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특히나, 특수한 약효를 가진 것이라고 한다면 연금술에 준하는 제조 과정을 거쳐야겠지.

집 안에서 가마솥에 재료를 집어넣고 국자를 젓는 정도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닐 것이다.

좀 더 체계화된 생산설비, 그리고 유통라인까지….

이 거미줄 같은 뒷골목의 길만큼이나,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겠지.

분명, 아스타로테 외의 조직도 많이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클레온은 그 부분을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다른 부분이야. 그런 식으로 힘을 손에 넣은 범죄 조직들이 만약 공권력에라도 도전하려 한다면."

"왕국 병사들에게 싸움을 건다는 건가요…?"

아멜리아가 질문하자 클레온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했다.

"아니, 왕국을 전복시키려는 것이지. 블랙 메이커를 복용한 인간은 대전 당시의 제국 병사들 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게 돼. 거기에다가, 여차하면 제물로 사용해서 대악마를 소환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지. ...아스타로테가 노리는 것에도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클레온의 말에 아멜리아의 얼굴은 조금 창백해진 듯했다.

"서둘러서 약을 만들고 있는 곳을 밝혀내고…. 그걸 막아야만 해요."

"물론이야."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고 달빛이 머리 위에 떠 있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라일라가 이야기했듯이, 아스타로테의 본거지는 엘레멘탈 크로스와 관련된 곳에 있다.

그러므로 마지막, 불꽃의 영맥을 정화하면 드디어 그들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을 먼저 해결해야겠지.

클레온은 그렇게 말하며 루베라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어디로 향하는 거지?"

가장 앞에 서서 일행을 이끌고 있던 루베라는 슬쩍 클레온을 돌아보며 대답한다.

"사교 클럽입니다. 거기에, 귀족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검은 약물을 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뒷골목에…?"

클레온은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 되었다.

물론 왕도의 어둠이라는 것이 집약된 곳을 뒷골목이라고 한다면, 거기에는 평민의 어둠과 귀족의 어둠, 양쪽 모두가 섞여 있어야만 했다.

다만 그런데도, 일반적인 평민들보다도 더욱 안전한 생활을 보내는 귀족들마저도 뒷골목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끼거나 꺼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이곳에, 젊은 귀족들의 사교 클럽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그들의 부모들이 알게 된다면.

혹은, 귀족들 뿐만이 아니라 평민들이나, 왕성에서 알게 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스타로테와 관련된 일인가?"

"그렇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요.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겠죠."

루베라는 조금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기…. 사교 클럽이란 것은 무엇인가요?"

그때, 아멜리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두 사람에게 물어왔다.

클레온과 루베라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본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비사교적인 성격으로 살아왔던 두 사람이기에, 사교 클럽이라는 것에 대해 지식으로는 알고 있지만, 경험으로는 어떤 곳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딱히, 그런 곳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그렇기에, 두 사람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그들의 편견이 섞여 있는 것이었다.

"젊은 남녀가 만남을 쫓아서 모이는 곳입니다. 술과 춤이 준비되어 있고 방탕함의 극치와 같은 곳이죠."

"술과 춤... 방탕함…."

아멜리아는 조금 어려운 듯이 루베라가 한 말을 따라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루베라에게 딴지를 걸듯이 이야기했다.

"잠깐, 귀족들이 즐기는 곳이라면 조금은 더 얌전한 분위기인 곳이 아닌가? 가면을 쓰고, 서로의 정체를 숨긴 채로 말이야.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그건 가면무도회겠죠. 앞둔 승전 기념의 전야제 같은."

루베라는 `귀족들이라고 해서 늘 그런 고상한 분위기를 즐기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 가면... 클래식…."

아멜리아는 어느 쪽이냐고 하자면 그쪽이 더 마음에 드는 듯 눈을 반짝인다.

루베라는 그 모습을 보더니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멜리아에게 이상한 지식을 주입하지 마세요. 기대했다가 상처를 입으면 클레온의 탓입니다."

"...이상하지 않아. 아마. 가서 보면 알겠지."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이 맞다는 듯이 양보하지 않는 것이었다.

[저기 루베라...]

그때, 바리사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리사다, 당신도 제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죠?"

[아니, 잘 모르겠지만. 클럽이라고 하면, 아직 나이가 어린 아멜리아는 들어갈 수 없는 거 아니야?]

"...아."

루베라는 바리사다의 말을 듣더니,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이 입을 벌렸다.

"... 왜 그래?"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클레온. 클럽에는 연령 제한이 있어서, 아멜리아가 출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조금 의문이라는 듯이 그녀에게 질문한다.

"...조사를 하는 거니까, 별로 정문으로 들어갈 생각은 안 하고 있었는데. 정문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던 거야?"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다시 한번,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얼굴이 새빨개지는 것이었다.

바리사다의 칼집의 뭉툭한 부분이 퍼억! 하고 클레온의 옆구리를 깊게 찔렀다.

"윽...!"

아무리 단련한 몸이라도 쇳덩이에 얻어맞으면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클레온의 입에서도 신음이 흘러나온다.

어째서, 그녀의 부끄러움은 폭력으로 표현되는 것일까.

"... 괘, 괜찮나요? 클레온...?"

아멜리아는 고통에 몸을 움츠리는 클레온을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루베라는 헛기침한다.

"그, 그래... 괜찮아..."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신성 마력의 치유력이 클레온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려 준다.

"어, 어찌 됐든. 우선 클럽의 건물로 갑시다. 정해진 루트대로 가지 않으면 찾기 힘든 곳이니…."

몸을 휙 돌려, 앞으로 나아가는 루베라를, 쓴 표정으로 바라보는 클레온.

그리고 더불어서 신기하다는 듯이 그녀의 뒷모습을 쫓는 아멜리아.

"루베라가 저렇게 당황해하는 건 처음 봤어요."

"뭐…. 누구나 실수는 하고, 당황도 하는 법이지. 드물긴 하지만."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면 아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과 함께 그녀의 뒤를 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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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같이 얽힌 골목의 길을 통과하여, 세 사람이 도착한 건물은 다른 건물들의 그림자 사이에 가려져서 확실히 평소에 다니는 길에서라면 찾아보기가 조금 어려울 정도로 구석진 곳에 있었다.

귀족의 방탕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는 곳이니, 사람의 눈을 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높은 폐쇄성에 어째서일까, 그 정도로 안쪽에 숨기고 싶은 것이 있는 것일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건물은 생각보다도 깔끔하고, 또 새로 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의 벽돌로 이루어져 있고, 입구에는 화려한 화염을 조각한 듯한 장식들이 놓여 있어서.

라일라를 데리고 왔다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교적 새로 만들어진 건물 같군요."

진정한 루베라는 언제나처럼 냉철한 표정으로 건물을 바라보더니 그 위에 쓰여 있는 간판을 읽는다.

`노블즈 레어`. 귀족들의 소굴이라는 적당한 가게명이었다.

입구 근처에 서서 출입하는 이들을 검사하는 것은 붉은색의 가면을 쓰고, 붉은색의 양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

`...응?`

다만,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마력은 이질적이어서, 마치 인간이 아닌 것들이 인간의 흉내를 내는 것만 같았다.

클레온은 사냥꾼의 각인에 마력을 불어넣어, 그들의 몸을 살핀다.

그러자, 드러나는 사실은 클레온이 느낀 대로 그들의 몸이 인간이 아닌­ 언데드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언데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흑마력을 품지 않은 언데드...?"

본래, 언데드라는 것은 죽은 이의 시체에 흑마력을 이용해서 만들어낸 폭력적인 자아를 형성하여 제작된다.

구울, 좀비, 스켈레톤과도 같은 기초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흡혈귀와 같은 상위 종까지 그 끈적거리는 흑마력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를 조작하는 흑마력의 점도도 떨어져 가며, 주변에 무차별로 흑마력을 흩뿌리기 때문에 언데드들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짙은 농도의 흑마력을 남긴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붉은 양복의 언데드들은 달랐다.

흑마력은 커녕, 어딘가 경건함 마저 느껴지는 화염의 마력으로 전신이 깨끗하게 정화되어 있었다.

아니면, 그 화염 마력으로 몸이 구성된 것이거나.

`...그렇다면 이 가게 자체는 아스타로테와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것인가…?"

악마들에게 있어서도, 그들이 내뿜는 이 부담될 정도로 깨끗한 마력은 꺼려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아스타로테의 협력자들이라면, 그 짜증 날 정도로 따뜻한 마력을 어떻게든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겠지.

클레온은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루베라와 아멜리아에게 전했다.

그러자, 아멜리아는 왕도 내에 언데드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 하면서도, 흑마력을 가지지 않은 언데드의 존재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 듯했다.

"이전에,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사람의 시체를 매개체로 한 자연계의 정령 같은 것이 존재한다고.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고 한다면, 더더욱 아스타로테와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적대하고 있는 조직일 수도 있겠군요."

루베라의 말대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은 신성 마력처럼 흑마력에 대해 강한 정화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것은, 화염이라는 속성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태워서 정화한다`라는 개념이 악마나 이단, 그리고 그들 자신과 같은 언데드들에게는 특효약처럼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더욱 알 수 없게 되었는걸."

솔직한 감상은 그러했다.

아스타로테 처럼 입구에는 인큐버스, 안에는 서큐버스를 세워둔다면 모를까.

이렇게나 이질적인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클레온은 물론이고 다른 두 사람도 조금 혼란스러운 듯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면 알게 되겠죠. 다른 입구를 찾아서­"

"이봐! 거기!"

루베라가 몸을 일으켜, 건물의 다른 출입구를 찾기 위해 움직이려던 찰나,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돌아보면, 클레온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귀족의 청년 두 명이 서 있었다.

다만, 머리의 색이 금발이 아니고, 눈이 벽안이 아닌 것은 조금 이상했지만.

복장은 조금 화려하게 보일 정도로 호화로운 귀족의 복장이었다.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인걸? 머리가 검다니…. 변장 확실한데?"

"정말 흑마의 일족처럼 보여. 그리고, 메이드복이라니... 유니크한걸."

두 사람은 턱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루베라를 살핀다.

어딘가 불쾌해져서 검의 손잡이로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이는 루베라.

하지만 클레온이 몸을 일으키자, 그 큰 키 덕분에 자연스럽게 청년을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었다.

"오호, 색은 통일한 건가. 하지만, 기왕이면 이쪽은 `집사복`으로 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아까부터 무슨 이야기를…."

루베라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클레온은 틀어막듯이 입을 열었다.

"거기까진 생각을 못 해서 말이야..."

마치, 그들이 말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마냥 연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클레온?]

[어쩌면, 뒷문을 찾지 않고 들어갈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만 어울려 줘.]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한숨을 내쉬고, 귀족 청년들은 낄낄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분장 자체는 훌륭하니까 그분도 좋아하실 거야. 그것보다도, 너희 두 사람, 부부인 건가?"

그들 중 한 명이 한 말에 루베라와 클레온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다.

"뭐 그렇지."

"어울리는 짝을 빨리 찾은 것 같아서 부러운걸. 나도 어머님이 하도 잔소리를 하셔서 말이야. 오늘의 파티에서야말로 상대를 찾아보고 싶은데..."

그때였다, 두 청년 중 한쪽이, 후드를 뒤집어쓰고 몸을 돌린 상태의 아멜리아의 존재를 눈치채고 눈을 떴다.

"어라, 그쪽에 있는 건..."

"어린애잖아? 혹시 뒷골목의 부랑자가 여기까지 온 건가?"

뒤집어쓰고 있는 로브가 아무리 어둠 속에서 낡아 보였다지만, 일국의 왕녀를 부랑자 취급하는 것은 무지였기에 가능한 것이겠지.

"아니, 그녀는…."

클레온이 그런 아멜리아에 대해 무언가 변명하려고 하자.

이번에는 루베라가 입을 열어 그의 말을 차단한다.

"저희 딸입니다. 조금 부끄럼쟁이라..."

"따, 딸!? 10살 정도로 보이는데…. 저렇게 큰딸이 있단 말이야?"

청년은 놀란 듯이 입을 열자 루베라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가 대답했다.

"그게 저희가 일찍 결혼한 이유입니다."

"그, 그렇군...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이들은 너희가 처음은 아니니까 괜찮겠지. 오히려, 일찍부터 이런 장소나 경험에 익숙해지는 게 좋다고, 늘 아버님께서­"

청년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보이자, 클레온은 그들에게 재빨리 반가움의 악수를 한 뒤 루베라, 아멜리아와 함께 업소의 입구로 다가갔다.

"...어서 오십시오. 이곳은 진실된 화염의 군주이신 분께서, 젊은이들의 정열을 보기 위해 만드신 곳. 노블즈 레어(고귀한 둥지)입니다."

조금 무감정한 목소리와 말투로 이야기하는 문지기들.

클레온은 이들의 정체가 언데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모르는 이들이었다면 굉장히 무뚝뚝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게다가 가까이 왔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열기.

그들이 입고 있는 붉은 색의 정장 안에는 과연 뼈와 살이 있을까, 아니면 타오르는 화염이 있을까.

"세 사람입니다. 저와 제 아내. 그리고 제 아이죠."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루베라와 아멜리아를 가리키자, 루베라는 어쩔 수 없이 조금 부끄러운 듯이 헛기침했고.

아멜리아는 후드를 뒤집어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아래의 표정이 어떨지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진실된 화염의 군주라.]

클레온은 그 말이 신경 쓰여서 한 번 반복했다.

자신을 태양의 군주라 칭한 사람은 최근에 만나서 알고 있었지만.

화염의 군주라는 이명은,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아니, 들은 적이 있다고 해야겠지.

루티가 자기 자매들을 이야기했을 때 나왔던 이름 중 하나로.

화룡의 이명 중 하나이기도 했다.

"...설마."

하지만, 그런 화룡이 자신의 둥지를 벗어나 인간들이 넘치는 왕도에 가게를 냈을 리 없다고.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들이 요구하는 입장료를 냈다.

"오직 진실된 화염의 등불만이, 당신의 앞길을 비출 것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받아 든 돈을 대가로 입구의 문을 열어준다.

세 사람은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업소의 입구를 통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루베라가 이야기했던 검은 약물이 만약에 정말로 블랙 메이커라고 한다면­

이곳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불꽃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어야만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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