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58화 (258/506)

〈 258화 〉 매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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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이 무사히 클럽의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것은 우선, 주변에 가득 찬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모여서 서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귀족들이 모이는 곳이라고 하기에, 안으로 들어가면 일대가 금발 천지로 바뀌리라 생각했던 클레온이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런 장관이 펼쳐지지는 않았다.

곳곳에 금발의 남성이나 여성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바깥에서 만났던 청년처럼 머리카락이나 피부색을 바꿔 변장한 듯한 이들도 있으면.

머리나 몸 곳곳에 이런저런 장식을 붙여 이종족과 같이 꾸미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루베라가 이야기했던, 시끄러운 음악이 흐르거나 술판이 벌어져 있는 것도 아니었고.

클레온이 말한 것처럼, 클래식이 흐르거나 점잖은 분위기가 아닌.

서로가 서로 배려하며, 적당한 소음이 흐르고, 분위기를 띄우는 잔잔한 음악이 들려오는 공간은 위의 두 편견 보다도 오히려 더 귀족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생각보다도 멀쩡한걸."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루베라도 조금 예상 밖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아는 조금 신기하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여기 모여있는 사람들이 전부, 왕국의 귀족들…. 인 걸까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처럼 숨어 들어온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아멜리아는 조금 긴장한 듯이 로브의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쓴다.

귀족들이라면 아멜리아의 얼굴을 보고, 그 정체를 알아챌 수도 있었다.

클레온은 그 모습을 바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루베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어떻게 할까? 아스타로테와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 무리해서 조사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바깥의 경비들도 그렇고."

뒷골목의 순찰과 조사는 어디까지나 아스타로테와 그들의 위협으로부터 왕도를 지키기 위한 것.

이 업소가 그들과 관계가 없다면 안쪽을 조사할 필요성은 없다고 할 수 있겠지.

루베라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들어오자마자 나가려고 하면,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조금 상황을 보고 적당한 때에 빠져나가도록 하죠."

"...하지만, 어째서 귀족들이 이런 곳에 이렇게 모이는지도 신경 쓰여요. 가장도…. 그렇고요."

듣고 보니, 어째서 정체를 숨기지도 않으면서 가장 같은 것을 하는 것일까?

귀족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자, 루베라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도, 망자의 날을 기리는 것이겠죠."

"...망자의 날?"

클레온과 루베라가 동시에 같은 단어를 입에 담으며 그녀를 돌아보면 루베라는 눈을 두세 번 깜빡거리다가 이야기한다.

"두 사람 다 모르는 건가요? 왕도의 시민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기념일입니다. 제국과의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기리려는 행사이죠."

"그런 기념일이 있었군요…. 처음 알았어요."

아멜리아는 유폐의 탑에서 지내는 것과 원래라면 승전 기념일이 가까워질 때면 아멜리아를 대상으로 한 감시가 강해지는 탓에 매년 이 시기에는 혼자서 지내야만 했다.

다만 어찌 된 일인지 올해는 왕성 내에서도 여러 가지 일이 겹친 탓인지, 아멜리아에 대한 감시도, 간섭도 줄어들어 있어서 밖으로 나온 것이지만.

"하지만, 뒷골목이 아닌 곳은 평범해 보였는데요."

"본래는 조촐하게 지냅니다. 가장을 하더라도 밖에 나오지 않고요. 전쟁이 끝난 지 30년, 아직 전쟁에서 죽은 이들의 친족들이 남아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떠들썩하게 지내는 것은 그런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일이니까요. 아마, 귀족들이 행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서 즐기고 있는 것이겠죠."

"가장은 왜 하는 거야?"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현세에 남은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려고... 라고 들었습니다. 현세에 미련을 남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요."

이상한 풍습이군. 하고 클레온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딱딱하게 무언가가 정해진 행사는 아닐 겁니다. 가장하기 시작한 것도 10년도 되지 않았죠. 저는 유스테스가 이 기념일에 여자를 꼬시려고 엘프의 가장을 하고 나갔다가 혼자서 돌아오는 것을 몇 번인가 봐서 알고 있는 것뿐입니다."

과거의 유스테스는 아무리 이야기하더라도 그런 부류의 화제가 끊이질 않았다.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려지는 장면을 떨쳐내듯이 고개를 저은 뒤 클레온의 시선이 움직인다.

각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귀족들의 청년들 사이에, 불건전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 ..."

그때, 클레온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갈색의 피부와 분홍색의 머리를 가진 여성이다.

다른 이들보다도 조금 노출도가 높은 그녀는, 등 뒤에서 박쥐의 것 같은 날개가 자라나 있었고.

엉덩이의 위에는 갈고 길다란 화살촉과 같은 끝이 달린 꼬리가 흔들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마력시를 사용해 살피면 느껴지는, 그녀의 안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마력.

"...서큐버스다."

클레온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시선을 보내자, 루베라와 아멜리아는 눈을 크게 뜨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이전, 유스테스를 수출해낸 음식점에서는 여성화된 점원들을 서큐버스들이 직접 관리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이쪽은, 호스트가 아닌 게스트인 듯, 다른 방문객들과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하죠...? 이곳에서 싸움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갈지 몰라요."

아멜리아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클레온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건물 안에서 싸우는 것은 상책이 아니다, 인질을 붙잡히면 귀찮기도 했고.

그렇다면 방법은­

"...저 악마를 바깥으로 꾀어내야 하나."

"어떻게?"

루베라가 물어보자, 클레온은 거의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대답한다.

"멍청한 희생자를 연기할 필요가 있겠지."

클레온의 말을 들은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적당한 때를 봐서 바깥으로 끌어내는 걸로 하죠. 언제나처럼 머릿속으로 신호를 보내세요."

루베라는 그렇게 말한 뒤 슬쩍, 클레온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줬다.

클레온이 그것을 내려보며 손을 열 자, 거기에 보이는 것은 흰색의 진주와도 같은 무언가이다.

"음마들이 사용하는 `매료` 계열의 능력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부적…. 같은 겁니다. 배틀메이드들이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나는 이런 거 없어도 괜찮아."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루베라는 인상을 찌푸린다.

"그냥 좀 받아 두세요…. 그렇지 않으면 진정되지 않으니까."

"...알았어."

클레온은 그녀에게서 느껴진 그 기백에 조금 눌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서 든 진주를 주머니에 넣는다.

몸에 걸치고 있는 의복부터, 몸 전체에 신성한 기운이 덮이는 듯했다.

"조심하세요, 클레온. 악마들은 교활하고…. 인간에게 우호적으로 보이더라도, 본성은 결코 악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아멜리아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여 그들에게서 떨어져 악마를 향해 다가갔다.

아멜리아는 조금 걱정되는 듯한 눈빛으로 클레온을 바라보지만 루베라는 그녀에게 이야기했다.

"괜찮을 겁니다. 클레온이 어디 평범한 악마에게 당할만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지만요. 그럼, 저희는 이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클레온이 신호를 보내면­ 우왓!?"

그때다, 아멜리아가 말하던 도중 무언가가 몸을 밀치며, 루베라가 있는 쪽으로 몸의 균형을 잃고 쓰러질 뻔하다.

재빨리 루베라가 그녀의 몸을 받아내서 넘어지는 것만큼은 면하지만, 로브의 등 쪽에서 무언가 축축한 느낌이 있었다.

"아..."

뒤쪽에서 들려온 당황한 목소리.

루베라와 아멜리아가 동시에 그 목소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면, 아멜리아와 비슷하거나 그것보다 조금 어린 듯한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붉은색의 머리카락은, 길게 내려와 허리까지 닿고 있었고.

그와 마찬가지로 붉은색의 눈동자를 진 커다란 눈.

그리고 귀여운 인상의 미소녀 유형의 얼굴.

어딘가, 라일라와 비슷한 인상이 느껴지는 여자아이였다.

입고 있는 옷도, 가게 외장의 붉은색 벽돌과 비슷한, 붉은색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상.

검은색의 실크제 장갑이나, 주름장식 달린 치마.

손에는 붉은색의 액체가 든 글라스를 쥔 채, 얼굴이 새파래져서 아멜리아의 등과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땅바닥에도 그 액체가 흘려 있는 것이 보인다.

"... 괘, 괜찮나요?"

아멜리아가 재빨리 그녀에게 이야기를 걸기 위해 몸을 돌리면 루베라는, 아멜리아의 로브에 묻어있는 액체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술 냄새는 나지 않고 달콤한 향이 나는 것을 보아, 주스의 일종인 듯했다.

"미, 미안! 옆을 보면서 걸어가다가..."

소녀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아멜리아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으며 이야기했지만, 당황한 모습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리고, 루베라는 핫하고 놀라며 아멜리아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후드가 벗겨져, 그녀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어린아이들의 작은 충돌 따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겠지만.

그때, 누군가가 손가락을 들어 아멜리아를 가리킨다.

"어? 저 여자아이…. 어디서 봤는데."

"정말이네…. 그 왕녀님 아니야? 승전 기념일의 행사에서나 보이던…."

"아~! 그 유폐 왕녀? 진짠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멜리아는 당황한 듯이 뒷걸음질 친다.

얼굴을 가리려는 손이 올라오던 도중.

루베라가 재빠르게 그녀의 몸을 잡고 손을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의 볼륨을 줄이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 리아. 기껏 꾸몄는데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지."

그렇게 말하자, 웅성대던 사람들은 `뭐야`나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오면서 서서히 시선을 그녀에게서 돌려 원래 하고 있던 이야기로 되돌아갔다.

"... ..."

"죄송합니다. 무례를."

루베라가 조용히 그렇게 이야기하자 아멜리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후드를 뒤집어쓰며 자신과 부딪힌 여자아이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아... 그, 괜찮아요. 이 로브는 그렇게 비싼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기껏 한 가장이 엉망이 돼서..."

아무래도, 그녀는 로브를 포함해서 아멜리아의 모습으로 꾸민 귀족 여아라고 착각하는 듯했다.

확실히, 싸구려 로브의 안쪽­ 흰색의 의복에까지 축축한 것이 침투한 것은 알겠지만.

"저기! 배, 배상하게 해줘!"

"배상이라니…. 정말로 괜찮아요."

아멜리아는 얼굴을 들이밀어 오는 그녀의 행동에 조금 당황한 듯하지만 최대한 온건하게 그녀의 이야기를 거절하려 했다.

"손님을 그렇게 하고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잖아. 이쪽으로 와, 다른 옷을 빌려줄게."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아멜리아는 정말로 괜찮다고 이야기하며 거절하려 했지만.

루베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아멜리아에게 이야기했다.

"리아. 괜찮으니까 다녀오렴. 호의를 계속 거절하는 것도 실례란다."

루베라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그녀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한다.

"...손님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아. 그녀는 이곳의 오너의 가족인 것 같습니다. 거절을 계속해서 의심받는 것은 피해야 할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속삭이자, 아멜리아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러면…."

"아! 혹시 리아 양의 어머님도­"

"아, 저, 아니. 나는­ 클레­ 그이를 기다려야 해서­"

여자아이가 자신을 `어머님`이라고 부르자, 루베라는 순간 가슴이 뛰었지만, 어떻게든 헛기침하며 대답한다.

물론 자신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클레온이 악마를 꼬셔내는 데에 성공하면, 그를 따라 나가야 하기 때문이었지만.

여자아이는 그런가요, 라고 말한 뒤 아멜리아에게 손을 내민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게 된 아멜리아는, 조금 강한 힘으로 끌려가는 느낌을 받으며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물론, 루베라도 그녀를 혼자 보낼 생각은 없었다.

"바리사다."

[응. 넘겨준 각인을 통해서 위치를 계속 파악하고 있어.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바로 그녀의 곁으로 굴절시켜줄게.]

루베라는 아멜리아에게 자신의 지배의 각인을 넘겨줬을 때의 영향인지, 바리사다를 통해서 그녀의 위치나 몸 상태 등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왕녀에게도 사생활이 있기에 되도록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멜리아가 없는 사이에 악마에게 이것저것 하여 심문할 수 있는 편이 좋은데….`

루베라가 그렇게 생각하며 팔짱을 끼고 클레온이 간 방향­ 서큐버스가 있던 장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그 자리에 클레온과 악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

벌써 나갔나? 하고 각인을 통해 클레온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뭐야…?"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그 자리에서 움직이려던 찰나, 자신이 지금 자리를 비키면 아멜리아를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몸을 멈춘다.

"...설마, 함정이었던 건가?"

불안한 예감이,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001

클레온의 발걸음이 인파를 지나갈 때, 그의 몸에 마력이 흐르며 그 모습을 바꾸어간다.

각인을 통해 가져온 루티의 마법인 폴리모프.

평소에 사용하는 것처럼 성별을 바꾸는 것이 아닌, 베이스를 그대로 둔 채로 약간의 변화를 가한 모습이 되었다.

나이는 3살 정도 어려져서, 주변의 귀족들과 비슷해 보이는 연령대로.

머리카락은 검은색에서 적갈색으로 바뀐다.

실체 있는 환영은, 그것만으로도 변화의 위화감을 줄인다.

주변의 귀족들은 아무도, 그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클럽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마침내, 그의 발걸음이 서큐버스의 앞에서 멈추었다.

"실례하지만 아가씨. 저에게도 당신과 이야기할 기회를 주실 수 있나요?"

아카데미에서 귀족들과 지내며 배운, 그들의 화법을 어색하게나마 구사하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주변의 남자들의 욕망 어린 시선 속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던 서큐버스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클레온을 바라보더니.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다.

"물론이죠. 처음 뵙는 분인 것 같은데…."

"맞습니다. 오늘이 처음이죠."

클레온의 말에 그녀는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과연…. 그렇다면 환영해요. 이 아름답고 고귀한 정원에. 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묻는 것은 금지에요. 그런 것은, 이곳에서 나간 뒤에 행하는 게 규칙이거든요."

"...그렇다면 뭐라고 불러드리면 괜찮을까요?"

클레온이 그렇게 질문하자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카르밀라. 본명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가명이죠?"

"...가명마저도 아름답군요. 숙녀분."

평소에는 이런 느끼한 대사, 입에 기름을 바르더라도 못하겠지만.

이곳의 분위기, 그리고 폴리모프로 인한 심리 변화 덕분에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는 신사분을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레우스입니다."

"가명이겠죠?"

"글쎄요. 거짓이 당연한 곳이라면, 거짓도 진실과 다를 바가 없겠죠."

클레온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카르밀라는 입을 열었다.

"당신의 그 모습도 그러한가요? 변신 마법이라…. 원래는 꽤 저명한 마법사인 것 같네요?"

그녀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침묵했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역시! 저의 이 모습­ 날개나 꼬리도 변신 마법으로 만든 거랍니다. 물론, 얼굴은 제 것 그대로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며, 등과 꼬리의 날개를 움직였다.

`그런 식으로 주변을 속이고 녹아든 건가.`

클레온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의 앞에서는 어떻게든 불쾌감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참아야만 했다.

"걱정 따윈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도 변신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숙녀분도 실력이 증명된 마법사라는 것이네요."

"실력이 증명됐더라... 후후.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나이도 좀 있는 편이라 긴 시간에 걸쳐서 터득한 마법이니까요. 저보다도 어린 나이에, 훌륭한 마법사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있죠. 예를 들면…. 그렇네요. `라일라 플레임워치`라는 아이를 아시나요?"

움찔, 하고 클레온의 몸이 반응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동료의 이름이었기에.

"네, 아카데미의 천재 소녀. 화염 마법이 특기인 아가씨라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어린 나이에도 고티어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얼마 전에는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커다란 사건을 해결했다던가. 저처럼 시골에 박혀서 평생을 마법에 쏟아부은 여자와는 좀 다르죠."

그녀가 하는 말은 마치 사실처럼 느껴졌다.

어딘가 후회에 가득 찬 표정, 그리고 쓸쓸한 눈빛.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될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악마이다.

그녀가 품고 있는 마력이나, 절대로 환영이 아닌 꼬리와 날개.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의 남성들의 흐리멍덩해진 눈빛들.

이미 그들은, 그녀가 행하는 매료에 당한 상태였다.

그녀가 쓴웃음을 흘리며, 자연스럽게 나온 한숨.

달콤한 향기가 클레온의 코를 스쳐 지나가고, 약간의 현기증이 그를 덮쳤다.

하지만, 주머니에 있던 부적이 내보내는 마력적 방어로 그 현상은 곧이어 멈추었다.

`방금 건…. 매료인가?`

아무래도 루베라가 건네준 부적이 성공적으로 그녀의 매료를 막아준 것 같았다.

클레온은 빠르게 고민을 판단을 내린 뒤, 머리에 손을 올린다.

"윽..."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침음.

클레온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카르밀라는 미소를 띠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으신가요?"

"네, 네…. 어째선지 조금, 어지러운 듯해서..."

"처음 오시면 이 클럽의 분위기나 조명은 조금 자극적이니까요. 기분이 안 좋아지셨다면 조금 쉬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카르밀라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면, 그녀 주변의 남성들은 그녀를 따라 시선을 이동합니다.

"자, 이쪽으로 오 세요. 조금 바깥의 공기를 쐬면서…."

그렇게 말한 뒤, 클레온의 귀에 가까이 입을 가져다 대며, 숨소리를 섞어 이야기한다.

"...거짓이 아닌 진실의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다시 한번 검은 마력이 클레온의 몸을 덮친다.

클레온은 스스로의 마력 방어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부적의 효력으로 그녀의 매료를 막아낸 뒤­

아까 이야기한 대로, 루베라에게 텔레파시를 보내는 것이었다.

[루베라. 악마를 바깥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준비를­]

거기까지 말한 순간, 진주 부적이 다시 한번 빛을 낸다.

그리고 흘러나가려던 텔레파시가, 신성 마력에 막혀서 멈춰버리는 것이었다.

`...설마 이 부적, 흑마력의 흐름이라면 안과 밖 상관없이 전부 틀어 막는 건가...?`

클레온은 순간 당황하지만, 이내 표정을 숨긴 채 카르밀라와 함께 클럽의 바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002

소녀와 함께 탈의실로 향한 아멜리아는, 마치 갈아입히기 인형이 된 것처럼 그녀의 손에 의해 이런저런 드레스를 시착하고, 벗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순백에 금색의 레이스가 달린 실크 드레스를 입어본다.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디자인이었다.

소녀는 그런 아멜리아를 보더니 손뼉을 치며 이야기한다.

"그 옷이 역시 제일 잘 어울리네! 왕도의 왕녀님이라는 느낌이야!"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아멜리아는 멋쩍은 듯이 웃었다.

"내가 사 놓고 나한테는 영 맞지 않아서…. 그건 네게 선물로 줄게. 이렇게 만나게 된 기념으로 말이야. 아멜리아."

"감사합니…."

그리고, 그녀가 자신을 그 이름으로 부르는 사실에 아멜리아는 멈칫했다.

"저, 저는 리아에요. 아멜리아가 아니라."

그리고 조금 당황한 말투로 이야기하자, 소녀는 눈을 두세 번 깜빡이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으음. 아직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는 걸까? 나는 이미 네 정체를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거야. 유폐 왕녀. 세인트 프린세스."

"... ..."

확신에 가득 찬 그녀의 눈동자.

아까와 다르게, 그녀의 붉은 홍채의 안에는 세로로 길게 찢어진 금빛의 동공이 보였다.

"그 눈­"

"자,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왕녀님."

소녀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눈앞의 소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아멜리아는 지금이 돼서야 깨달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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