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포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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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이 있었다.
시골의 어디에나 있을 법한 작은 농가에서 태어난 그녀는 5남매 중 막내였다.
힘이 좋은 장남, 글을 공부해서 계산이 가능한 장녀, 그리고 말썽꾸러기 차남과 귀염둥이 차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그리 드물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난 소녀에게는, 사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마법이다.
마법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역시, 무엇보다 마력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마력 기관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이는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는 인간이었으며, 그것이 바로 우수한 마법사와 그렇지 못한 이들을 가르는 판단 기준이었다.
체내의 장기를 단련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불가능한 영역이었으니, 후천적으로 마력에 개화하는 이들은 아주 손에 꼽을 정도이며 그 대부분이 강한 대가를 요구하는 방법이었다.
어린 아기 시절, 마력을 움직여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를 조금 움직인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부모는 그녀가 무언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마을의 촌장에게 그녀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녀가 살던 시골에도 `마법`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은 존재했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나이가 많고, 지식이 많은 촌장에게 물어본 결과 그녀가 마법사로서의 소질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들었다.
그녀의 부모는 크게 기뻐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사용 가능한 마력을 타고난 아이들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만약 정식적으로 마법사가 된다면 이런 시골을 벗어나 귀족과 연줄이 닿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과거부터 귀족들은 자신의 가문에도 마법사의 피를 섞기 위해 지위가 낮은 인물이더라도 강력한 마력을 지닌 이라면 아내나 남편으로 맞이하기도 한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으로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는 도달할 수 있는 한계 그 자체가 명확하게 다르다는 것.
이 세계에서는 절대로 변하지 않는 일종의 법칙이었다.
그러니까 부모는, 그녀를 마법사로 키우기로 했다.
마법이라는 것은 독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마도서와 스승이 모두 필요하다는 촌장의 말에 그녀는 가지고 있던 농지 일부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
그녀가 5살이 되던 해에,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던 늙은 마녀에게 그녀를 제자로 보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마녀가 아니라, 자연의 정령과 소통할 수 있는 주술사였지만.
마녀는 정성스럽게 자기 제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다.
약초학, 생물학, 그리고 신비에 관한 것. 정령과 소통하는 법.
체계적이지는 않았지만 오랜 경험과 풍부한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족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은 그녀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물론이고.
스승이 가르쳐주는 모든 것을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녀가 14살이 되던 해에, 그녀의 스승이 수명을 다하여 죽었다.
10년에 가까운 사제관계의 끝에 어느샌가 돈도 받지 않고 그녀를 가르치던 스승이 남긴 것은, 아카데미로 향하는 길이었다.
스승은 자신의 유산을 전부 그녀에게 물려주고, 그녀가 더욱 많은 것을 배웠으면 한 것이다.
가족들로부터 성대한 배웅을 받으며, 아카데미로 향하는 마차에 올라탄 그녀의 가슴은 새로운 환경에서 배울 것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허망하고 헛되고, 허무한 소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고는 그녀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분명 마법사였다.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 몇 안 되는 아이였다.
하지만 그 `몇 안 되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모인 곳이 바로 아카데미라는 장소이다.
당연히 마법 학과에 들어가려 했던 그녀는, 상상을 초월하는 입학 테스트의 장벽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인간으로서는 드문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법사로서는 보통 사람이었던 것이다.
14살의 소녀가, 10년 가까이 쏟아부었던 모든 것을 부정당하는 것은 마음속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입학심사관도 이야기했다, 마법 학과의 입학 테스트는 특히나 어렵고 두 번까지는 대부분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한 번 고향에 돌아가, 그녀는 스승의 집에 남아있는 것들을 모두 이용해서, 스승이 미처 가르쳐주지 못한 것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했다.
그렇게 1년을 더 공부하여 재도전한 결과.
이번에야 말로라고 찾아간 아카데미는, 이번에도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녀를 위해 돈을 마련해 준 부모의 실망한 표정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 마지막마저, 그녀에게는 실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분명, 모든 준비는 완벽했을 것이다.
마법 이론도 빠짐없이 외웠고, 영창도 더듬지 않고 행했다.
시험에 탈락한 사유를 알려주지 않는 아카데미에 뭐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그렇게, 마법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평범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가족들의 기대를 져버렸다는 자책감이 그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어떻게든, 모두에게 도움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가 얼마 남지 않은 농지를 가꾸는 데에 힘을 보탰다.
쟁기라고는 잡아본 적이 없는 16살의 소녀가 농사라니, 아무도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주술사인 스승이 가르친 땅의 힘에 관한 지식과 식물에 관한 지식이 있었다.
그것이 가장 잘 사용되는 것은 바로 농사였다.
그녀가 가꾼 정원과 논밭은, 다른 곳에 비해서 훨씬 많은 작물이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만에,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팔아버린 농지의 절반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로 풍작을 이루어냈다.
마법사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그렇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던 그녀는 또다시 희망을 잃었다.
이번에 잃은 것은 꿈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이었다.
제국과 왕국의 전쟁이었다.
왕국의 영토 전부가 전화에 휩싸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고향은 비교적 제국과 왕국의 사이에 있는 곳이었다.
당연하게도 농사는 할 수 없었으며, 오빠들은 군인으로 징병 되었고 부모와 언니들과 함께 고향 땅을 지키던 그녀였지만.
어느 날, 굉음과 함께 일어난 폭발에 집을 비롯한 모든 것이 불타버리고 말았다.
제국이 발명한 거대한 파괴 병기의 실험장소로, 그녀가 살던 마을이 선택된 것이다.
살아남은 것은 그녀 혼자였다
부모도, 언니들도 잿더미가 되었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마법을 펼쳐 자신의 목숨만은 구할 수 있었다.
모두를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졌지만, 그 방어마저도 완벽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얼굴은 화상을 입고 흉측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전쟁이 끝난 뒤에도, 흉측해진 얼굴을 꺼리는 사람들을 피해, 그녀는 스승의 집을 찾아 마을을 떠났다.
그곳마저도 거의 모두 무너져 내려,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그곳에서 숨어, 사람들을 피해 살아가기 시작했다.
30년이라는 세월을, 그렇게 살아갔다.
그런 그녀가 제정신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던 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되살아난, 마법에 대한 욕망이었다.
자신의 흉측해진 얼굴을 어떻게든 고칠 방법이, 마법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전 스승이 말해주었던 `변신 마법`이다.
드래곤들이 사용하는 폴리모프보다 그 급은 떨어질지 몰라도, 이 얼굴만큼만 어떻게든 할 수 있다면.
다시 사람들의 사이에 껴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근처 마을 사람들에게서 흉가의 마녀라는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나이가 50에 가까워져, 서서히 젊은 시절의 생기를 잃어가더라도.
끊임없이 연구를 반복해 겨우 변신 마법에 닿았을 때.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양이, 그 마법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나도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시절, 스승에게 마법을 배우던 그때를 제외하면.
세계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주지 않았다.
그녀에게 꿈을 좇을 것을, 희망을 품을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상을 원망하더라도 아무도 무엇이라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세상을 원망하고, 사람들에게 적의를 표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마녀를 토벌하기 위해 찾아온 모험가들일 것이다.
흉측한 얼굴을 한 마녀에게 무기를 들이대고, 의기양양하게 목을 잘라서 돌아가겠지.
그렇다면,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이 폐가 안에서 죽자.
자신의 스승처럼, 자연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곳에서 살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던 때, 그녀에게 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가 인간이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붉은색의 머리, 구릿빛의 피부.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라인을 그리는 몸매.
그녀는 자신을 `이슈탈`이라고 소개하였으며, 그녀와 같이 현실의 부조리함에 고통받는 여성들을 구하기 위해 대륙을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아카데미의 마법학과 입학시험에서 몇 번이나 떨어졌다고요?"
이슈탈은 그 말을 듣더니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 말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그 판단에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재촉에 이슈탈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카데미의 마법 학과는 원래, 귀족 출신이 아닌 마법사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으로 시험을 보게 해요. 신분 상승을 꿈꾸는 평민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만약 그녀가 귀족이었다면 첫 번째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제야 그녀는 후회했다.
차라리 듣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그런 그녀에게, 이슈탈은 한 가지 약을 건넸다.
이슈탈이 개발 중인 그 약은, 복용자의 마력을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볼 생각이 없냐는 이슈탈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약을 먹은 그날. 그녀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그 약의 진짜 효능을 모르는 채.
이슈탈은 그녀에게 정기적으로 약을 먹을 것과 그 약을 다른 이들에게도 퍼뜨려 주기를 원했다.
도와야 하는 여성이나, 젊은 귀족들이 그 대상이었다.
왕도의 사교계에서 조금씩, 그 활동을 계속하던 그녀가 눈독을 들인 것은 귀족들의 사교 클럽 `노블즈 레어`였다.
이 약을 먹게 되면서, 조금씩이지만 남성을 유혹하는 법을 알게 된 그녀의 타겟은 사교 클럽에서 만나게 되는 귀족들이 되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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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르밀라가 이야기한 것을 들은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말한 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녀 역시 이슈탈에게 속은 것이 된다.
아마, 그녀가 마신 것, 그리고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개량되긴 하였지만, 극도로 희석된 블랙 메이커이다.
거기에 그녀가 가진 마력에 대한 적성 덕분에, 그 약을 지속해서 복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악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런, 그럴 수가. 내가, 내가 악마...? 내가, 서큐버스…."
그녀는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였다.
"이 꼬리와 날개는, 내가 변신 마법으로 만들어낸 가짜인데…."
그렇게 말하며 그것들을 손으로 붙잡지만, 실체가 느껴진다.
클레온은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모든 것이 어느샌가, 반대가 되어 있던 것이다.
변신 마법으로 그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그것들을 숨기는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마력을 사용해야 하니, 그것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그녀의 몸은 변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아니,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이슈 탈은 내게, 새로운 삶을 준 사람이야…! 그녀가, 나를 악마로 만들기 위해, 나를 속였다고…?"
마검사 클레온에 대한 정보를 건넨 것은, 그저 자신들의 활동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 이가 있다며 들은 것일 뿐.
"아스타로테의 사람들도 전부 상냥한 사람들 뿐이었어…. 그러니까…."
지금까지 몇번이고 속아오고, 절망당한 그녀였기에 가장 커다란 희망을 안겨준 대상을 의심할 수 없었다.
"...그 약은 진짜야.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먹였을 때 이상한 느낌은 들지 않은 건가?"
"윽...!"
그녀는 클레온의 말을 듣고 나서, 지금까지 그것을 받아들인 이들이 보인 반응.
기분의 고양, 활력, 그리고 중독에 가까운 재사용도.
전부 `마약`에 걸맞은 효능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카르밀라... 당신이 악의 없이 그녀들을 도왔다는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둬야 해. 그녀들의 목적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왕도에 거대한 위험을 불러오는 거야. 그 약은, 그걸 위해 사용되고 있는 거고."
"...거대한, 위험?"
"그래. 그녀들은"
클레온이 그렇게, 아스타로테와 이슈탈에 관련된 진실을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때.
"아아악!!"
카르밀라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로 꺾었다.
오른쪽의 눈을 부여잡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는 듯이 울부짖으며 몸을 비틀거린다.
[뭐야...? 이 기운은…!]
갈라테아가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자 클레온은 카르밀라를 바라보며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스포일러라니…. 너무하잖아. 클레온."
그리고, 카르밀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이슈탈."
그것이 그녀의 것이 아닌, 이슈탈의 것이라는 것을, 클레온은 곧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클레온에게 시선을 보내는 카르밀라는, 마치 얼굴의 왼쪽과 오른쪽이 따로 움직인다는 듯이.
오른쪽의 눈은 클레온을 바라보고, 왼쪽의 눈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오른쪽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카르밀라가 그렇게 이야기하지만, 곧바로 이슈탈의 말에 의해 몸의 제어권을 뺏긴다.
"미안 `포츈`. 그렇게 된 거야. 사실은 다들 중독이 된 뒤에 알려줘서 너를 절망시키고…. 곧바로 영혼마저 타락시키려 했지만…. 뭐, 어쩔 수 없네. 전부 알게 됐으니."
"서, 설마, 이슈탈...? 그가 말한 게 사실인 건가요?! 설마, 정말로 저를 이용해서 그들에게 마약을…."
"그래, 그것도 그냥 마약이 아니라. 인간을 악마로 바꾸는 힘을 가진 마약. 너는 그 성공작 중 하나야."
움직일 수 있는 쪽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슈탈에게 질문하는 카르밀라.
아니, 분명 그녀의 본명은 `포츈`이다.
그리고 그런 포츈의 질문에 어떤 부정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잔혹하게 던져오는 이슈탈은.
더럽혀진 영혼이 낼 수 있는 가장 잔악한 미소와 함께 그녀를 비웃었다.
"어째서…! 절망시키고 싶었다면, 나에게 희망 따위는 보여주지 않더라도…!"
"그야, 여러모로 실험도 하고 싶었고. 원래 절망이라는 것은, 희망을 본 뒤에 찾아오는 것이야말로 더욱 크거든…. 네 인생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슈탈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자, 그녀의 오른팔이 움직였다.
그 방향은 클레온을 향해 뻗었고, 곧바로 식물의 줄기와도 같은 검은 그림자의 무리가 그녀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클레온의 몸을 덮친다.
"큭..."
클레온은 곧바로 화염 마법을 영창 하여 그것을 맞받아치고, 그와 동시에 검을 휘둘러서 남은 줄기들을 치워내는 것이었다.
"이 아이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식물의 마법이지만, 이렇게 자기 그림자에도 식물을 숨겨 다닐 수 있는 게 특징이지."
"그, 그만! 내 마법은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야!"
그녀가 그렇게 울부짖지만, 이내, 오른쪽의 눈이 금빛으로 반짝였다.
그러자, 울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무표정으로 바뀌더니, 이내 눈을 감는다.
추욱 늘어졌던 왼쪽 몸.
그리고. 왼쪽의 눈을 떴을 때 오른쪽과 같은 금빛으로 빛나는 것을 보이며.
그녀의 몸은 자유롭다는 듯이 움직인다.
"이슈탈....!!!"
클레온이 격양된 표정과 목소리로, 눈앞의 악마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날 바라봐 주다니. 영광인걸? 네 애정을 원하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말이야."
이슈탈은 포츈의 몸을 완벽히 차지하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여기까지 많이도 우리를 방해했지만, 오늘은 조금 힘들 거야. 나를 멈추려면, 포츈을 썰어서 죽여야 할 테니까."
이슈탈이 그렇게 말하면 갈라테아와 클레온은 동시에 침묵했다.
"후후..."
승리의 확신을 가진 미소가 흘러나왔다.
뭐, 정말로 어쩔 수 없이 포츈을 베어 죽인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그것만으로도 클레온에게는 커다란 상처가 될 테니까.
이 즐거운 상황을 즐길까.
라고 생각한 찰나.
클레온이 펼친 소영역에 구멍을 내고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황금빛으로 빛나는 검이었다.
[하암... 클레온. 악마와 싸운다면 저를 불러야죠.]
"칼리번..."
클레온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차원을 열어젖히고 나타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황금의 성검이었다.
그녀가 내는 빛이 신성 마력에서 유래한 것이었기 때문에, 소영역과 동시에 카르밀라의 몸을 지배한 이슈탈도 `윽...`하고 침음을 흘렸다.
"... ..."
클레온은 이슈탈의 그런 반응을 보고, 칼리번을 잡았다.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그녀의 몸을 베지 않고도, 널 쫓아낼 방법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떠려나. 조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베이러 뛰어들지도 몰라."
클레온의 말에 이슈탈은 강한 척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틴댕글 로즈!"
다음 순간, 이슈탈의 목소리가 외쳐지면서 검은 식물의 가시가 클레온에게 쇄도하는 것이었다.
002
`클레온... 어디로 간 거지.`
그 시각, 루베라는 클레온을 찾기 위해 클럽의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멜리아는 옷을 고르는 데에 시간이 걸리나보다고 생각했지만.
클레온이 만약 전투 중이라면 그쪽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샌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건물의 안쪽까지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러던 도중
"미안, 루베라."
라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뒤를 돌아보면 거기에는 클레온이 아까의 복장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어디에 갔었던 건가요? 악마는?"
"미안. 혼자서 정리했어. 별것 아니었거든."
클레온은 미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대답했고,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멜리아는 잠시 자리를 비웠어요. 옷을 갈아입으러."
"옷을? 왜, 무슨 일이 있었어?"
"조금 사고가 있었죠. 기다리도록 하죠."
루베라가 그렇게 말하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루베라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뭐죠?"
"아니. 그냥..."
그의 거리가 가까운 것에 루베라가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이내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당신, 제가 준 부적은?"
"... 부적. 아아, 그거. 말이지. 잃어버렸어. 싸우다가."
클레온은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이야기한다.
그러자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가요, 꽤 마음에 드는 목걸이였는데."
"변상할 테니까..."
"그렇습니까."
다음 순간, 루베라의 검이 뽑혀 나오며 그의 목을 베어냈다.
"목걸이 같은 소리 하네."
"이런…. 간단한 술수에 속았는걸."
목이 베인 클레온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대로 연기와도 같은 환영으로 흩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실체가 있는 부분을 베어낸 것이 아니었던 것이지만.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꼬마형의 서큐버스이다.
아니, 인큐버스인가? 성별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작고, 키가 작으며, 노출은 다른 음마와 비슷했지만.
소년으로도, 소녀로도 보이는 외견이었다.
"어찌 됐든, 악마라면 베면 되겠죠."
"무서운 언니네. 그러지 말고 나랑 놀자 누나."
"...어느 쪽인 겁니까? 당신은."
루베라가 그렇게 질문하자, 소녀이며 소년인 악마는 대답했다.
"나는 어느 쪽이든. 이야, 마음에 드는 대상에 맞는 성별로 바꾸지."
"아하…. 변태 중의 변태. 라는 것이군요."
루베라의 매도에, 악마는 웃었다.
"최고의 칭찬인걸?"
"최악이야."
그렇게, 검을 뽑고 악마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