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화 〉 악마 토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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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통로의 안에서, 날아다니는 듯이 루베라를 농락하는 것은 키가 작은 악마였다.
연보랏빛의 곱슬머리에, 구릿빛의 피부.
그리고, 눈은 마성으로 반짝이는 보라색에 몸에 걸친 것은 검은 멜빵 바지에 흰색의 셔츠이다.
소년인지 소녀인지 알기 어려운 외견에, 입가에는 건방진 미소가 걸려있었다.
손에는 자신의 키만 한 검은 창을 든 채, 등에 달린 날개로 천장을 달리거나, 벽에 매달렸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루베라의 검을 요리조리 피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베이더라도,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베여진 부분부터 다시 형태를 갖추어 루베라의 앞에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었다.
"짜증나는 녀석...!"
베였을 때 손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아, 그 악마의 몸 자체가 환영이나 마력으로 되어있는 것이겠지.
루베라가 바리사다를 잡은 채 호흡을 고르며 악마를 노려보면, 악마는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상태로 말한다.
"허접♡ 히스테릭 아줌마♡ 마검 가지고 할 줄 아는게 막 휘두르기밖에 없는 약골~♡"
외견에 어울리는 유치한 성격, 하지만 여러모로 짜증이 올라와 있는 루베라에게는 그러한 유치한 도발이야말로 가장 잘 먹히는 것이었다.
"... ...바리사다."
[으,응.]
루베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의 마검을 부르자, 마검은 순식간에 그녀의 의도를 읽어내고 자신의 힘을 사용한다.
바리사다가 가진 것은 조금 꼬여있는 루베라의 성격과도 잘 들어맞는 `왜곡`의 힘.
비록 루베라의 몸과 관련된 부분에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을 조작하는 특수한 힘이었다.
키잉 하는 소리와 함께, 도신이 떨리는 듯한 감각.
그리고 그 주변을, 살얼음과 같은 차가운 칼날에 마력이 머금어지면.
그 주인의 몸을 중심으로, 세계의 간섭을 차단하여 현실을 편집하는 영역을 만든다.
그리고, 그녀의 몸을 세계에서 도려내듯이 잘라서.
원하는 곳에 붙여넣는다.
루베라가 떨어져 나가 빈 공간에는, 다른 공간이 자동으로 끓여 당겨지며 수복된다.
바리사다의 힘을 빌린다면, 원하는 것을 그 자리에 집어넣을 수도 있었다.
[루베라는 악마를 올려다보고 있다.]
바리사다의 목소리가 울린 다음 순간 루베라의 시선은 아래를 향했다.
[루베라는 악마를 내려다 보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이동한 인기척에 따라.
루베라와 악마의 위치 관계가 정반대로 왜곡된 것이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악마와 지상에서 그것을 올려다보던 루베라의 관계는.
루베라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상태에서, 악마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으로 변한 것이다.
이전의 싸움 클레온과 함께 그의 스승 탈체크와 싸웠을 때는 기껏해야 자기 몸만을 이동시킬 수 있었던 루베라지만.
왕도에 와서 매일 같이 악마와의 싸움을 거듭한 덕분에, 그녀의 능력은 더욱더 강하게 성장하여.
일정 공간의 안이라면, 상대방과 자신의 위치를 교환할 수 있을 정도로 왜곡할 수 있은 것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위치의 전환은 당연하게도 상대방에게 당황을 안겨준다.
인큐버스인지 서큐버스인지 모를 그 악마는 자신이 아래로 와 있다는 사실에 당황하여 반응이 늦어지고.
"하늘 기둥."
그 사이에, 루베라는 빙글, 하고 천장을 박차며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
그리고, 자랑스러운 검기로, 마검을 휘둘러 악마의 뒷덜미를 베어내는 것이다.
은빛의 궤적이 허공을 수놓았다.
바리사다의 검날은 마력을 머금고, 그 자리에서 베여나갈 때 작은 진공 상태를 만들 정도로 빠르고, 완벽하게 휘둘러졌다.
그리고, 그 결과, 악마의 목은 그 자리에서 떨어져 나가며 땅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루베라는 다시 한번 혀를 차며 땅에 착지했다.
이번에도 손맛이 없었다.
그것은 즉.
그녀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자세를 풀지 않으면, 떨어져 나간 머리는 다시 안개로 변하더니 그 악마의 몸에 달라붙는다.
"병신~♡ 학습하지 않는구나~ 그러니까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솔직해지지 못하지!♡"
"... ..."
악마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듯이 그렇게 까불거리면서 꼬리를 흔들어댄다.
루베라의 정신을 있는 대로 몰아붙여, 틈을 보인 시절에 자신이 그녀의 몸을 독차지하겠다는 산법이었다.
그녀 인큐버스이기도 하고 서큐버스이기도 한 악마의 이름은 알프.
정확히 말하자면, 매우 드물게 성을 가지지 않고 태어나는 몽마의 아이이며 한쪽을 선택하기 전의 몸이기도 하다.
여성의 정을 쫓기로 하면 인큐버스가.
남성의 정을 쫓기로 하면 서큐버스가 되는 그(그녀)들은 몸이 남녀 어느 한쪽으로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고 늘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도록 마력을 준비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공격받아 신체가 손상된다고 하더라도, 남아도는 마력을 이용해서 곧바로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알프는 이슈탈에 의해 소환되어 그녀로부터 마력의 백업을 받는 상태.
원래라면 알프라고 하더라도 몇번이고 죽음에 이를 상처를 받으면 마력이 고갈되어 더 이상 재생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슈탈에게서 공급받고 있는 마력 덕분에 몇 번이라도 죽음을 회피하며 루베라를 놀리는 재미를 맛보고 있었다.
불행히도, 루베라에게 알프에 대한 지식은 없었다.
워낙 드물기도 하며, 현세에 소환되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이유이다.
서큐버스나 인큐버스와 비교하면 재생 괴물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몽마들의 열화 판이기 때문이다.
가끔가다가 특수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를 만족하게 하기 위해 소환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저 꼬맹이 악마일 뿐이었다.
클레온이라면 칼리번의 신성 마력을 이용해서 그 몸을 구성하는 흑마력을 직접 정화하면 되는 것이었고.
아멜리아라면 옆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알프를 태워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베라에게는 신성 마력을 사용하는 능력이 없었다.
그런 것이 없어도 바리사다와 갈고 닦은 암살 검만으로도 충분히 악마들을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베어도 베어도 끝이 없는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은, 루베라에게 있어서는 가혹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물러설 수 없었기에.
또, 건방진 애새끼에게는 교육이 필요하였기에.
"바리사다. 어떻게 하면 저 악마의 목을 떨어트릴 수 있을지. 당신이 좀 생각해 보세요."
[으엑!? 내가!?]
"자기가 생각할 줄 모르니까 마검한테 맡기는 거 봐♡ 바보♡ 멍청한 여..."
콰가각...! 하는 소리가 나며, 루베라의 발 주변에, 6방향으로 충격파가 뻗어나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칼날, 혹은 야수의 손톱이 그 주변을 휩쓸고 간 듯 했다.
암살자가 살기에 마력을 담아 물리적인 현상을 일으키듯이.
마찬가지로 루베라 그녀의 스승 이블린이 하던 것처럼, 분노에 호응하는 마력의 사용법 정도는 숙지하고 있었다.
다만 루베라의 경우, 이블린에게서는 그것을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알프는 루베라의 주변에서 쪄 억 쩍 갈라지는 바닥이나 벽, 천장을 보고 잠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 이블린이 말하길. 루베라의 살기는 너무나도 날카로운데다가, 깊숙한 분노와 연결되어 있어서.
마력을 담는다면 그 영향이 과도할 정도로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마치, 지금 보이는 대로 단순하게 공기를 떨게 만들거나 대상의 뒤통수를 따끔하게 만드는 정도가 아닌.
벽과 바닥을 찢고, 거리 안에 들어온 적마저 찢어버릴 기세이다.
암살자의 본분인 암살을 위해, 살기를 품어도 적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한 법인데.
루베라가 살기를 띠면 그 주변에 영향이 바로바로 나타나므로, 암살에 사용하기에는 부적격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살기의 압박 따위는 없더라도 그녀에게는 빼어난 검술 솜씨가 있었기 때문인데.
유스테스의 호위를 맡게 된 뒤부터는 자신의 살기에 지켜야 할 대상인 유스테스가 기절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 것도 원인이었다.
처음 보는 현상에 알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크흠, 하고 헛기침하더니 아까와 같이 건방진 미소를 띠는 것이었다.
"뭐야 그거♡ 그걸로 날 위협할 셈?♡ 미안하지만, 나는 아줌마 따위의 검이나 마력으로는 쓰러지지 않아♡"
"아아. 그렇습니까. 잘됐군요."
루베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순식간에 살기가 사그라들며 무표정한 얼굴로 바리사다를 양손으로 잡은 채 천천히 알프를 향해 다가갔다.
"...뭐가?"
분위기가 아까와는 다른 루베라를 경계하는 듯, 강한 척을 하는 알프였지만 갑작스럽게 느껴진 오한에 알프는 뒷걸음질 칠 뻔한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뭐지, 무엇을 하려는 거지.
"이전, 당신의 동족 서큐버스를 심문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마력으로 이루어진 몸이라고 하더라도 감각은 있더군요. 아마, 남자와 몸을 섞어서 그 쾌감을 느끼기 위해서겠지만…."
서슬퍼런 칼날이 붉은 조명을 받아 빛나면, 알프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표정이 굳었다.
물론, 알프가 지금까지 베였을 때 손맛이 없던 것은, 칼에 닿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스스로의 몸을 붕괴시킨 것이 이유이다.
칼날이 닿는 부분, 살짝 따끔한 느낌이 들었을 때 곧바로 그 부분을 마력화 하면 그 이상의 아픔을 느낄 새 없이 공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시인하는 공격의 궤도를 읽고 있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면.
공격받는 순간 몸을 풀어헤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반응이 가능하다면.
다음 순간, 루베라의 팔이 움직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알프의 눈은 그녀의 몸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한 듯 했다.
찰칵, 하고 마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듯한 금속음.
어디서 난 소리지?
그렇게 생각한 알프의 몸은 어느샌가 비틀거리면서 상반신이 땅으로 떨어지는 감각과 함께.
"아아아아아!!!!"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내지른다.
공격을 받기 전에, 흘려보내지 못했다.
덕분에, 뼈가, 살이, 근육이 깔끔하게 절단된 것이다.
루베라는 그런 알프의 비명을 기분 좋다는 듯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한다.
"드디어 비명을 질렀군요, 악마."
"뭐야, 뭘, 한거야... 이... 할망구...!"
알프가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야기한다.
"뭐냐니... 당신의 눈이 인지할 수 없는 속도로 검을 휘두른 것뿐입니다만."
"뭐...!? 인간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리..."
몸을 재생시키면서, 루베라에게서 떨어지는 알프.
하지만 루베라는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한다.
"바리사다와 저라면 가능합니다."
루베라의 말대로, 일반적인 검이라면 이런 방법은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검집 안에 고농도로 마력을 응축시키고, 안에서 폭발시켜서 초고속으로 빠져나오는 마검을.
왜곡을 이용해 휘두르는 자 루베라의 부담을 없애버리고, 곧바로 검집에 검을 되돌리는 기술이라니.
평범한 검으로 비슷한 일을 했다면 뽑혀서 휘둘리는 순간 검과 사용자의 팔이 동시에 산산조각이 날 정도의 부담이 큰 기술이다.
"아아. 하지만, 어쨌든. 실험은 성공이네요. 마력으로 흩어지기 전에 베면 당신도 고통을 느낀다는 건."
"... ... 악마 같은 년...!"
알프가 그렇게 공포에 질린 목소리를 하며 손을 휘두르자, 허공에 검은 창들이 몇 개나 떠올랐다.
"인제야 당신 쪽에서도 공격하는 겁니까. 좋아요."
그리고 루베라는 마치 귀신같은 눈으로, 무표정하게.
악마를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001
같은 시각, 클레온은 포츈의 몸을 지배한 이슈탈과 소영역의 안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림자로 된 식물의 줄기를 뽑아내서 수도 없이 클레온에게 쏟아붇는 포츈(이슈탈)이었지만.
클레온이 가지고 있는 빛의 성검, 칼리번은 갈라테아 대신에 방어와 공격을 전부 담당하며, 휘둘러질 때마다 빛의 입자를 흩뿌리며 포츈의 마법을 약화하는 것이었다.
그림자라는 것은 본래 빛이 있는 곳에서 생기지만, 빛을 받게 되면 사라지게 되는 법.
식물 마법에 흑마력이 섞인 것으로 발현된 포츈의 마법은, 빛무리 그 자체인 신성 마력에는 저항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어설프게 그림자의 속성을 섞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된 것에, 이슈탈은 혀를 차며 그녀가 가지고 있던 품의 안쪽을 뒤졌다.
드레스 안에는 이것저것을 숨겨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인지, 이슈탈이 꺼내 든 것은 작은 씨앗으로 보이는 무언가이다.
"실체가 있는 쪽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주지!"
마녀에게 빙의한 악마가 그렇게 외치며 손을 휘두르면, 씨앗은 곧바로 땅을 향해 떨어지며 돌로 된 바닥의 사이로 파고 들어간다.
포츈의 씨앗은 어떠한 지형에서라도 주인의 마력만 있다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것이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거기서 자라나는 것은, 소 한 마리라도 거뜬히 집어삼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통을 가진, 식충 식물이었다.
본래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정글에 서식하는 거대한 벌레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한 종을, 포츈이 개량한 것이었다.
강철보다도 단단한 빨대를 가지고 있는 모기를 잡아먹는 종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 내구도는 그 모기들보다도 단단한 식물들이었다.
마치 의지가 있는 듯이 꿈틀대며 클레온을 향해 다가가는 식물의 잎.
하지만, 클레온은 심지어 이슈탈 조차 그것이 클레온에게 치명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식물. 그렇다면 대답은 간단했다.
"플레임 버스트."
클레온이 식물을 향해 손을 뻗으며, 각인의 힘을 불러일으키면, 화염의 마력이 응축되었다가 강력한 폭발을 불러일으킨다.
소영역의 절반을 뒤덮을 정도로 강력한 화염의 소용돌이.
클레온을 향해 다가왔던 식물은 곧바로 화염에 휩싸이며 재로 불타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런 의미 없는 소모전을 해서 뭐가 된다는 거지? 이슈탈."
클레온은 그녀에게 느끼는 분노를 최대한 억제한 채 냉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질문했다.
그림자의 공격도, 실체를 가진 공격도 지금의 클레온에게는 닿지 않는다.
한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이런 식으로 자신의 약함을 어필한 뒤 클레온을 방심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클레온의 허리춤에 달린 갈라테아는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이슈탈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슈탈은 포츈의 몸을 빼앗은 상태에서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마치, 클레온의 의문은 물론 행동 그 자체를 비웃는 듯했다.
"아직도 모르는 거야? 확실히, 이 몸으로는 네가 가진 성검의 빛을 이길 수 없지만"
당연한 것을 이야기 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하는 이슈탈.
"너도 나를 끝장낼 순 없지. 포츈을 베지 못할 테니까. 내가 이 몸을 조종하는 한, 포츈의 몸은 지침 따위는 느끼지 않을 거고…."
이슈탈이 그러면서 손뼉을 치자, 이번에는 덩쿨 줄기가 아닌, 거대한 나무의 기둥 부분이 늘어진 포츈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클레온의 몸을 덮친다.
클레온이 재빠르게 칼리번의 빛을 뿜어내지만, 그 나무는 마력이 아닌 실체를 가진 진짜 나무였다.
그것을 알아채고 검을 교차시켜 그 나무를 틀어막으려 하지만, 한 타이밍이 늦어서 강한 충격과 함께 클레온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이런 식으로 방심도 해주고 말이야. 한 번쯤은 기회가 오지 않겠어?"
"...그런 일은 없어."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며, 칼리번의 힘을 최대로 키우자, 그 강력한 신성 마력의 황금빛은 갈라테아가 만들어낸 소영역마저도 불태우며 그 안에 클레온을 제외한 모든 것에게 신성 마력의 힘을 부여한다.
"비겁하네. 여러가지 힘을 다루고, 그것들을 마치 자신의 것인 것 마냥..."
이슈탈은 그런 클레온의 작태를 비난하는 듯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비틀다가.
이내,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면, 땅바닥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은, 아까 클레온이 불태운 거대한 식충 식물이었다.
"정글은 혹독한 환경이야 클레온. 불에 타서 없어지는 것 정도로 식물의 생명이 완전히 끝날 리 없잖아?"
"큭...!"
그런 상식 바깥의 말을 듣더라도 클레온에게는 이해가 될만한 현상이 아니었다.
다만. 그 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빠르게 몸을 뒤로 물러나려 한 순간.
포츈에게서 가시나무의 창이 날아와 클레온의 어깨에 꽂힌다.
피가 튀어 오르면 거기서부터 클레온의 몸을 향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가시나무.
[클레온!]
갈라테아가 클레온의 피를 보자마자 흥분하여 목소리를 올리고 이슈탈은 그것을 보며 드디어 한 방을 먹였다는 생각에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클레온은 자기 어깨를 내려다보더니 이야기했다.
"너는, 포츈의 마법을 마치 자기의 것인 것 마냥 사용하는군."
"...뭐?"
다음 순간, 클레온의 몸에서 거대한 화염의 마력이 일어났다.
그것은, 라일라가 평소에 사용하던 화염의 마법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화염이 식물을 불태우는 것은 당연한 섭리지. 화력이 부족했다면 사과하마, 이슈탈."
"잠깐."
소영역의 안, 하늘이 비틀림과 동시에 7자리의 별이 빛난다.
"만천의 하늘. 영원의 광휘. 지어내는 것은 일곱의 기둥. 이끌림의 빛."
[두벨 메라켈 페크다엘 메그레젤 알리오첼 미자렐 알카이델]
별의 마법. 창세의 화염.
별자리에 담겨있는 전승의 재현.
"...읏...!"
이슈탈은 그 강렬한 마력의 흐름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곧바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식물로 감싼다.
"미안한데, 노리는 것은 포츈의 몸이 아니야."
[아스테리즘셉텐트리온!]
갈라테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나타난 빛의 기둥은, 그대로 소영역의 안을 휩쓴다.
그야말로 포츈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사방을 감싼 빛은 포츈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모두 지운다.`
그것은 곧, 이슈탈이 빙의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눈을 뜰 수 없는 빛이. 공간을 메꾸었다.
악마에게는 굴욕스러운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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