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3화 〉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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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화룡 프로미스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클레온도 루베라도, 아멜리아도 그녀가 만들어낸 소파로 다가가 몸을 내린다.
아까까지 싸우고 있던 도중이었기에, 클레온의 몸은 여전히 피투성이였고.
루베라 역시 악마를 베어내고 튄 피가 얼굴이나 몸에 붙어 있었다.
"소파가 붉은색이라 다행이군요."
루베라가 농담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프로미스는 그것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입꼬리를 올렸다.
"악마의 피를 몸에 칠갑하고 다니는 인간은 오랜만에 보는군. 성직자들은 악마의 피를 부정히 여겨서 결벽증에 걸린 것처럼 그 피조차도 거부하니까 말이다."
"... ..."
루베라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자기 몸에 묻은 피를 불쾌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크, 클레온.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치료해 드릴게요."
아멜리아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몸에서 피를 흘리는 클레온에게 다가가, 회복 마법을 사용한다.
따스한 빛이 은은히 퍼져나가며, 그의 몸에 나 있는 상처들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몸 전체를 뒤덮고 있던 열기와 함께 핏물이 사라져 가면 가려져 그사이에 가려져 있던 클레온의 눈도 드러났다.
대량의 마력을 소비한 후유증과 탈력감 덕분에, 초점이 조금 흐려진 듯했다.
그리고 아멜리아의 시선은 그대로 클레온의 어깨로 향한다.
그곳에는, 포츈과의 싸움에서 얻은 상처가 있었다.
아멜리아의 회복술로도 회복이 채 되지 않는 그곳에서는 무언가가 꾸덕꾸덕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은 진흙과도 같은 그것은, 피와 뭉쳐진 흑 마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레온, 이 상처는...!"
아멜리아는 그 상처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이 이슈탈에게 당했을 때 생겼던 상처.
씨앗이 심어졌던 그 상처를 떠올린다.
클레온에게 박힌 것은 `식물의 줄기`였기에, 이슈탈의 꼬리보다도 씨앗이 심어진다면 더 당위성이 있었겠지만.
"괜찮아, 아멜리아. ...견딜 수 있어. 이건... 숙소로 돌아가서 라일라에게 제거해 달라고 하면 돼."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루베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클레온의 몸에서 씨앗을 꺼내려 든다.
"잠깐, 루베라. ...네 굴절로는 자신의 몸으로 옮겨오는 것밖에 할 수 없잖아."
"그렇다면?"
"...당연히 안 돼."
클레온은 그런 루베라를 보면서 몸을 뒤로 젖힌다.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당신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루베라의 말을 들은 클레온은 머리가 아파져 왔지만, 어쨌든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재밌다는 듯이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
아니, 그 진실한 모습은 사람을 몇이나 집어삼켜도 끄떡없을 정도의 거구를 지닌, 분노의 화신.
그리고 인간이 `이길 수 없도록` 설계된 대륙의 상위종.
화룡 프로미스.
루티레티 자매와 같은 원소룡이자, 아마 그 목적은
"후후, 왜 이쪽을 보는 거야?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놔뒀더니."
"설마, 정말로 이 사교 클럽의 주인이 당신이었을 줄이야…. 프로 미스."
클레온은 지친 듯이 이야기하자, 프로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호오, 어느 정도는 예상하였던 거네?"
"확신은 없었지만."
프로미스의 말에 클레온이 고개를 저으면, 그녀는 후후하고 웃으며 클레온의 얼굴을 바라본다.
"어느 정도 지식과 눈치는 있다는 것이지. 눈치가 없는 녀석보다야 훨씬 나아."
레티라던가 말이야, 라고 중얼거리는 프로미스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도 레티오스를 앞에 두고 답답해하는 프로미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째서 우릴 이곳으로 불러온 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이 돼. 그러니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시선을 돌리면.
이곳에 그와 함께 전이되어 온, 포츈이 있었다.
몸은 힘없이 쓰러져, 붉은 카펫이 깔린 지면에 옆으로 눕혀져 있었지만.
"그녀를 치료해 줘."
"치료? 흐음. 이상하네."
클레온의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잘 모르겠다는 듯 턱에 손을 올리며 신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도 클레온과 마찬가지로 포츈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네가 치료했겠지? 성검의 힘을 이용하여, 악마의 영혼을 심문할 권리를 포기하고."
"아아... 하지만, 덕분에 그녀의 몸은 흑마력을 얻기 전과 똑같이 변해버렸어. 전신의 화상을 입은 모습으로."
클레온의 말을 들은 프로미스는 그 말을 듣더니 `아하...`하고 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모든 자연의 원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를 할 수 있는 치유력을 갖추고 있어. 신성 마력처럼 곧바로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화상이라면, 나의 화염 마력으로도 치유할 수 있지."
그렇게 말하면서 프로미스는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네게는 화염 마력을 잘 다루는 마법사 동료가 있었지? 성좌 마법을 다루고, 루티의 힘을 빌려 `원초 마력의 화염`을 사용한다던가. 아아, 화신 마법도 터득했다는."
"...내 주변에 대해서도 이미 조사가 끝난 건가."
클레온의 말에 프로미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그렇지. 나의 남편이 될 남자의 주변에 어떤 여자들이 있는지 정도는 파악해 두지 않으면."
"...남편?"
프로미스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듯이 루베라가 반응했다.
"루베라, 나중에 다 설명할게."
"... 별로, 상관없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여자들과 부부 관계를 맺든 간에. 다만, 다른 여성들에게는 전부 알려진다는 것만 명심해 두시면"
"후후, 그렇게 우리들의 관계를 공인으로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지? 꽤나 기특한걸."
살벌한 루베라의 표정에 비해, 여유작작인 프로미스는 좋은 대비를 만들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루베라는, 아까 전까지 상대하던 알프를 떠올린다.
정작 그 알프는, 이미 이 공간에 들어온 시점에서 프로미스의 속박 마법에 걸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의 구석에 묶여 있었다.
그 망할 꼬맹이에 대한 분노는 아직 다 풀리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좋겠지.
"...라일라는 분명, 화염 마법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범주에서겠지…. 그녀의 상처에 대해 화염 마법으로 회복의 기적을 행할 수 있는 것은, 당신뿐이야. 저건, 제국이 발명했던 대량 파괴 병기 `염옥`에 의해 생긴 상처거든."
클레온의 그 말을 듣자 프로미스는 눈을 두세 번 깜빡이다가, 조용히 찌푸렸다.
"...과연, 그 얼간이 같은 인간들의 발명품인가~."
`염옥`이라는 것은, 자연계의 화염 정령에 흑마력을 오염시켜 만든 화염의 `사정령(???)`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이전, 우투를 처음 만났던 숲에서 만났던 땅의 사정령과 마찬가지로, 이성을 잃고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존재들이다.
제국은 전쟁 도중, 병기의 개발을 위해 대량의 정령들을 포획하여, 강제적으로 흑마력에 오염시킨 뒤에 정령석을 폭탄으로 바꾸었다.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크기의 폭탄은, 공중에서 대량으로 투하되며, 충격이 가해진 순간 사정령의 봉인이 해제되며 일대를 불바다로 바꾼다.
정령은 무리한 개조로 인해 해방되더라도 얼마 지나지 못해서 자연 소멸하고, 그들이 남긴 원한 섞인 불꽃은 저주를 담고 있어서, 잘 꺼지지도 않을뿐더러.
그 화염에 상처를 입게 된다면, 치료를 위해서는 그 속성에 맞는 마력만이 회복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것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수준의 마력량을 가지고 있는 존재의 가장 농축되고 순수한 마력이.
자연룡들은 당연하게도, 자연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넓은 범위에서 본다면, 그들 역시 별이 직접 창조한 별의 촉각인 정령들과 같이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별의 아이들.
자연의 정령들은 용들에게 있어서 형제이자 자매이며 함께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는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런 정령들을, 개조하여 병기로 바꾸고 희생시키는 제국인들의 작태에 프로미스는 밑도 끝도 없이 분노하여 루티처럼 직접 움직일까 하던 찰나.
왕국의 영웅, 용사 레시아가 프로미스가 움직이기 전에 염옥의 생산 공장을 파괴하여준 덕분에, 프로미스의 참전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때의 일을 기억해 두었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의 둥지에 숨어들어와 물건을 훔쳤을 때도, 오직 유일하게 예외로서 봐준 것이지만.
프로미스는 검지로 소파의 팔받이를 툭, 툭, 두드리다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어느샌가, 그녀의 엉덩이 쪽에서는 훌륭한 붉은 색의 꼬리가 자라나 있었다.
"좋아. 치료해 줄게. 네게서 받아야 할 대가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천칭의 균형을 무너트리지 않을 테니까."
프로미스는 슬쩍 클레온을 돌아보며 그렇게 이야기한 뒤,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가 쓰러진 포츈의 몸을 조심히 붙잡아 안았다.
자신의 품에 쓰러진 여성을 끌어안은 소녀의 모습은, 마치 종교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신비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프로미스는 조용히 입을 열더니 누군가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을 정도로 가볍게,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에는 그녀의 화염이 섞여 있었다.
그것도, 가볍게 분 것일 뿐인데도, 얼핏 보아도 2티어 이상의 화염 마법과 비슷한 수준의 양의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아멜리아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루베라는 그런 그녀를 팔로 제지하며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클레온도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화염에는 여러 가지 성질이 있다.
그것은 물론, 열, 파괴, 그리고 재앙과도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었지만.
`열`이라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원자가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화염은 동시에 `에너지` 그리고, 파괴의 뒤에 찾아오는 재생. 인간의 문명을 발달시키는 힘을 이미지로써 품고 있었다.
그리고 활성화와 재생의 힘은, 유용하게 사용한다면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흉측하게 일그러지고, 녹아내렸던 포츈의 피부가 시간을 되돌리듯이 점점 회복되어 간다.
그 피부는 악마로 변한 뒤에 얻었던 젊음을 다시 찾은 듯, 주름 하나 없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것이 아마, 마력을 가진 마녀의 노화가 느린 것을 생각하며 그녀가 원래 지녀야 했을 모습이었다.
대신, 경박한 분홍색으로 물들었던 그녀의 머리카락은, 노을 지는 보리밭의 옅은 갈색으로 변해갔다.
"읏...아..."
몸 전체를 휘감은 화염과 부활해가는 몸의 감각.
염옥에 의해 불타서 녹아내렸던 피부에 의해 압박되어 있던 호흡기관이 재생되면서 그녀는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잠시 뒤, 전신을 회복해 낸 그녀의 몸을 천천히 내려놓는 프로미스.
새사람이 된 것처럼, 포츈의 몸은 말끔히 회복된 상태였다.
"굉장해... 이것이 용의 힘..."
"나의 힘이다. 착각하지 말거라 왕녀."
프로미스는 아멜리아의 말에 작게 태클을 건 뒤에 소파로 돌아와, 걸터앉았다.
풀썩, 하고 바람을 날리며 주저앉은 그녀는 손으로 턱을 괸 채 클레온을 바라본다.
"네 녀석의 그 상처도 낫게 해줄까?"
그녀가 바라보는 것은 당연히, 어깨에 난 상처였다.
"그건... 또 다른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거겠지."
"당연하지! ... 그, 그리고. 내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라면 모를까, 내 눈앞에서 피를 흘리는 감응자를 가만히 놔둘 정도로 정이 없지도 않아."
프로미스는 그렇게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더니, 이내 클레온에게 다가가 입을 벌리고, 포츈에게 한 것 같이 화염을 내뿜었다.
화르륵! 하고 클레온의 몸을 화염이 감싸면, 그의 상처의 안에 있는 가시가 불타고, 상처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다.
"윽..."
간지러운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 클레온, 아멜리아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그 광경을 바라보지만.
이내, 그 상처가 완전히 막히는 것을 보고는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 이걸로 해둬야 할 건 모두 끝난 것 같네. 이제야 이야기를 할 수 있겠어."
"... 고마워, 프로미스."
"흥..."
어째선지 조금 화가 난 듯한 프로미스를 클레온은 잘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고개를 숙인다.
"그래서? 저희들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로미스."
"당연히 악마에 관한 이야기이지. 너, 그리고 클레온. 양쪽 모두 잘해 주었다. 세인트 프린세스의 동료의 자격은 충분히 있는 것 같아. 그녀와 함께 대륙의 평화를 악마의 손에서 지켜낼 힘도."
프로미스가 그렇게 이야기하자 클레온과 루베라는 서로를 바라본다.
"프로미스. 당신은 설마, 우리가 실패하면 이 싸움에 간섭할 생각이었던 건가요?"
루베라가 질문하자, 프로미스는 재미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종족을 믿지 않아. 약하고, 겁 많고, 비겁하고, 그런 주제에 또 끈질기지."
"그야, 드래곤의 시선에서 본다면…."
클레온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프로미스는, 소파에 앉은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리더니 테이블을 쿵 하고 내려찍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 ..."
엄청난 위압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클레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별의 의지. 우리를 만든 옥좌주는 너희들 인간을 너무 사랑해서. 우리들에게 세계의 균형이 뒤틀리는 일이 있다면 나서라는 명령을 내렸어. `제국과의 전쟁`과 `악마들의 반란`을 비교한다면 당연히 후자 쪽이 좀 더 우리가 등장할 명분이기도 하고."
"... 그래서, 결과는 어떤가요?"
루베라가 질문하자 프로미스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아까 말한 대로야. 너희들이 있다면 악마도 어떻게든 되겠지. 단, `이슈탈`이라는 그 붉은 머리 악마는 조심해야 해. 그녀는... 여러가지 운명으로 엮여있고 최대한 클레온 너를 없애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니까."
"...나에게는 동료들이 있어."
클레온의 말에 프로미스는 질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진지한 얼굴로 부끄러운 말을 하는 타입이었구나. 너. 루티가 좋아할 만 해. 그 녀석도 괴짜니까."
클레온은 프로미스의 말을 듣고 조금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루베라는 대답하는 것이었다.
"악마에 관한 것은 그게 끝입니까? 그렇다면, 그 `공용 남편`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듣고 싶은데요."
"아, 그렇지. 그쪽이 본론이라고 해도 좋으려나."
프로미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더니 그들이 자리하고 있던 공간은 또다시 변화했다.
붉은색의 천으로 장식된 거대하고 화려한 침대의 위에 클레온의 몸이 앉힌다.
"남편이란 것은 말 그대로 남편이지. 아내와 몸을 섞고,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하는 자. 마음과 몸을 허락한 자."
그의 옆에 나타난 프로미스는 전라가 되어, 꼬리와 뿔만 드러낸 상태로 클레온의 옆에 앉아 있었다.
"으앗!?"
아멜리아는 갑작스럽게 알몸이 된 프로미스를 보고 손으로 눈을 가린다.
루베라는 어딘가 조금 불쾌한 얼굴이 된 듯했다.
"잠깐.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할 생각인가요?"
"무언가 문제라도 있느냐? 지금부터는 부부의 시간인데."
프로미스는 불만이라도 있냐는 듯이 루베라를 바라보지만, 루베라는 전혀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도 옷을 벗기 시작한다.
"잠깐, 루베라...!?"
아멜리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루베라를 바라보더니, 아멜리아에게 이야기한다.
"미안하군요. 아멜리아. 하지만, 저는 제 것을 눈앞에서 뺏기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어요."
"흐응. 과연. 마검사답구나. 강욕한 계집이야. 하지만, 그 정도의 무례는 용서하마. 내 남편이 암컷들에게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은 기분이 나쁘지 않거든."
"매력적...? 하, 누가. 그런 짐승 같은 인간을 사랑해주는 여성은 몇 없어요. 저같이 특이한 인간이 아니라면 말이죠."
클레온은 프로미스와 루베라 사이에 끼인 채, 두 사람의 언쟁을 들으며 조용히 생각하는 것이었다.
`...집에가서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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