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추방되었던 마검사가 사실 파티의 기둥(물리)이었기 때문에 용사의 히로인들이 뒤늦게 매달려옵니다-264화 (264/506)

〈 264화 〉 절단(수정됨)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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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은 용은 다섯 마리.

자연의 균형을 담당하는 원소를 대표하는 이들은 협력이야 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자신이 담당하는 영역에 틀어박혀서 바깥에 나오지 않고.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자신의 판단하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가장 나이가 어리고 자유분방에 호기심이 많은 데다가, 쓸데없이 정이 많은 바람룡 레티오스를 제외한다면.

용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레어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그렇게 탐탁히 여기지 않는다.

그들에게 주어진 `수호`라는 영역이 주는, 본능적인 거부감이다.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침범이야말로 드래곤에게는 몸에 나 있는 단 하나의 거꾸로 된 비늘과 같은, 건드려선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설령 5마리의 용이 한자리에 모이더라도, 그것은 누군가의 둥지가 아닌 전혀 관계없는 인간들도 존재하지 않는 극한의 오지에서 이루어졌다.

프로미스는, 자신의 소파에 앉은 채, 눈앞에서 차를 홀짝이는 자신의 오래된 동료이자 동족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사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둥지 앞에 나타났길래, 어떻게 괴롭혀 줘야 할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 눈치 없는 녀석에게 뭐라고 해봤자, 입만 아프고 개선의 여지는 없었으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예의 상`. 차를 내주기는 했지만, 프로미스는 예전부터 뇌전룡 레티오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같은 프로미스의 성격과 이상하게 행동력은 있지만 그 의도를 타인에게 잘 말하지 않는 레티오스.

의사소통의 부재 덕분에, 레티오스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하더라도 프로미스가 보기에는 그저 엉뚱한 행동이거나….

혹은 정말로 중요한 일을 상담 없이 행하는 레티오스에게 늘 열이 뻗쳐 있었다.

자, 그럼 오늘은 또 어디서 화를 내게 될까.

쓴 차를 말없이 들이키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시간을 재고 있는 도중 드디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반지를 건넸어."

"... ..."

`아, 좋아. 또 이 패턴이로군. 반지, 반지라. 이건 또 말을 얼마나 함축해서 이야기 한 걸까.`

프로미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리려다가, 무언가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 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그녀가 말하는 반지가 무엇인지, 프로미스는 알고 있었다.

용의 반지. 다섯 용의 힘을 하나로 모아, 종의 유지를 위해 선정된 감응자에게 건네주기 위해 제작된 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아티펙트이다.

제국과의 전쟁이 끝난 후, 루티를 제외한 4마리의 원소룡은 용의 멸종을 막아야만 미래의 세계를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아티펙트를 만들었다.

다만, 30년 가까이 감응자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반지는 서서히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다.

단 한 마리, `레티오스`를 제외한다면.

레티오스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말을 제대로 꺼내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고 있는 것은, 비슷한 성격인 정적의 냉기 `아나티스`정도였다.

그렇기에 아나티스는 만들어진 반지를 레티오스에게 넘겼다.

프로미스가 여기에 반발했지만, 그들을 중재하는 땅의 용이 우리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레티오스야 말로 반지의 전달자로서 적합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거기에, 프로미스가 반지를 가지고 있으면, 기껏 나타난 감응자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시험하겠다고 죽여버릴 수 있다는 것도 이유였다.

그녀의 말에 프로미스는 이렇다 할만한 반론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일단은 레티오스에게 반지를 건네준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에 비해 긴 시간을 살아가는 용들에게 있어서, 망각이라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이렇다 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와중에, 반지의 존재를 잊었을 무렵.

레티오스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었다.

"너! 그게 어떤 물건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프로미스가 곧장 레티오스에게 뛰어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꾸욱 눌렀다.

평소에는 쓰지도 않는 머리 장식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여,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 장식을 그녀가 스스로의 손으로 벗기면 훌륭한 한 쌍의 뿔 중에서, 한쪽이 절반 싹둑 잘려 나가 있는 것이 보였다.

프로미스는 숨을 삼켰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레티오스는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원소룡 내에서 으뜸가는 무력을 가진 존재였다.

그런 그녀의 뿔이 조각 나 있는 것을 본 프로미스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머리에 나 있는 뿔에도 손을 올렸다.

"...어떤 자식이야?`

자신의 뿔은 아직 무사하다는 것을 느끼며, 프로미스는 그녀에게 질문했다.

"루티의 연인이다."

"루티가 연인이 있었어!?"

처음 듣는 소리를 그만 좀 해달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높이면 레티오스는 몰랐냐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새끼야!?"

이제는 자식에서 새끼로 호칭이 격하되었다.

"흑마의 일족의 마검사이다. 루티처럼 그 용사­ 레시아에게 구해졌던 모양이더군. 루티와는 지금의 나보다도 가족 같은 느낌이겠지."

"마검사...? 흑마의 일족...? 너, 그 반지를 악인에게 넘기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텐데..."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들이, 프로미스의 신경을 거스르게 했다.

마검사라는 족속들은 인간의 어두운 감정을 먹고 성장하는 괴물들이며, 흑마의 일족은 폭주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시한폭탄 같은 인간들이다.

그 두 개가 합쳐진 순간, 프로미스의 머리에는 대륙을 피와 죽음으로 물들였던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라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는 상냥한 인간이야."

"네 뿔을 부러트렸는데 잘도 그렇게 이야기하네. 하, 그거 때문에 마음이 굴복해 버린 건 아니고?"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가리키며 말하는 프로미스는 부러진 뿔을 가진 용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레티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슴에 손을 올리며 조용히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했던 나를, 그는 용서해 주었다. 그리고, 루티에게 했던 것처럼, 나에게도 그의 존재를 나누어 주었어."

"... ..."

그 말을 들은 프로미스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조금 붉게 물든 레티의 얼굴을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진행하려고 하는 일의 도중에 빠져나와서 맞이한 동족이... 설마 콩깍지에 씐 상태였을 줄이야."

"...콩깍지?"

프로미스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레티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 프로미스는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을 레티오스가 보이는 형태로 내놓으면, 레티오스는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똑같이 손바닥을 내밀어 그녀의 손과 접촉했다.

"그에 관한 모든 기억을 보여 줘."

"...알겠다."

그리고, 프로미스는 레티오스가 가지고 있는 클레온에 관한 모든 것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처음에는 여동생과의 연결을 통해, 감응자의 존재를 눈치챈 것.

그를 억지로 데려가려다, 뿔에 상처를 입은 것.

그리고 그 뿔을 잘라내는 장면에서 프로미스는 정신이 아찔해질 뻔했다.

그때 그녀가 느꼈던 고통, 그리고 쾌감 일부가 피드백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반지를 건네어, 그와 몸을 섞고 씨앗을 받은 부분.

종의 유지라는 욕망이 적은 드래곤임에도 불구하고, 반려에게서 받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행복한 감정으로 그녀를 물들였다.

팟! 하고 프로미스의 손이 레티오스에게서 떨어져 나가며, 그녀는 자기 가슴을 움켜쥐었다.

"윽..."

그리고,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축축한 감촉에 자신도 모르게 아래를 내려다보면.

물방울이 카펫의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바, 방금 게 인간의 교미..."

레티오스가 고개를 끄덕이면 프로미스는 붉어진 얼굴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심호흡한다.

"... 후우. 좋아. 진정됐어. 그리고, 뭐…. 이미 엎질러진 물. 나도 그 녀석을 우리들의 공용 남편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그렇게 이야기해준다니 다행이야. 아나티스에게는 루티가 이야기했으니까. 그녀도 곧 클레온을 찾겠지. 물론 `일레아스`도."

레티오스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프로미스는 문뜩,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그녀에게 질문했다.

"뿔 자르는거, 많이 아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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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온.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부탁해야 할 게 있어. 용의 반지는 가지고 있지?"

프로미스의 질문에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면, 그녀는 `좋아`라고 짧게 대답한 뒤 손을 펴서 내민다.

클레온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용의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 위에 올렸다. 그 안에는 백색과 분홍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루베라는 그 반지를 보더니, 거기에 박혀 있는 보석에서 느껴지는 놀라울 정도로 진한 자연 마력의 기척을 느끼고 얼굴을 찌푸렸다.

"당신이 그런 고급스러운 물건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용의 반지는 그런 게 아니야..."

클레온은 루베라가 무슨 오해를 하는 건지 눈치 채고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생각을 부정했다.

프로미스는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무시하고는, 반지에 박혀 있는 두 개의 보석을 본다.

"루티와 레티오스... 양쪽의 보석인가. 내가 마지막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네."

"마지막이 아니다라…."

루베라는 프로미스의 이야기를 듣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클레온을 바라보았다.

전혀 자신의 의지가 들어있는 계획이 아니었기에, 클레온은 무엇이라 대답하지 못한 채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여기에 내 뿔을 담을 테니까."

그녀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손을 치켜들더니, 몸에 있는 화염의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방이 고열에 휩싸이면, 보호구를 입고 있던 아멜리아와 다르게 클레온과 루베라는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방출된 화염의 마력은 프로미스의 손 위에서 결합하고, 그 형태를 바꾼다.

그것은, 정원 등에서 가지를 칠 때 사용하는 양손 가위였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손잡이와 마찬가지로, 날 부분 역시 일렁이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순도 100%의 화염 마력으로만 이루어진 물건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붙잡는다면, 손의 피부가 녹아내릴 것이다.

"자, 그걸로 내 뿔을 잘라."

"그건 대체 무슨 플레이죠."

프로미스의 말에, 루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두 사람에게 질문한다.

뿔을 자르는 행위가 드래곤에게 가지는 의미를 알고 있는 클레온은, 프로미스가 자신의 뿔을 내놓는 것이 단순한 SM 플레이가 아닌….

일종의 관계를 맺기 위한 의식에 가까운 것이라고 알 수 있었다.

프로미스는 루베라의 불만에 무언가 말하려다가도, 클레온이 손을 뻗어 자신이 만들어낸 가위를 잡자 일단은 참아주겠다는 듯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력으로 손을 덮어 보호하지만, 그 열기는 아무리 두꺼운 마력층으로 손을 덮더라도 피할 수 없었다.

"큭...!"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침음이 흘러나오면, 루베라는 그런 클레온을 보고 조금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었다.

"잠깐, 클레온­"

"조용히 하고 있어 인간. 이건... 타인이 끼어들 만한 문제가 아니니까."

프로미스의 말에 루베라는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다시 손을 뻗어 클레온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그리고, 지배의 각인과 바리사다의 왜곡을 통해 클레온이 입는 화상의 일부를 자신에게로 전이하는 것이었다.

"...고마워 루베라."

"할 거면 빨리 하기나 해요."

"...두 사람이 케이크 자르려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야…?"

프로미스는 그런 루베라와 클레온을 바라보며 불평하지만, 이내 가위가 클레온의 손에 의해 움직여지며 자신의 뿔에 닿는 것을 느끼고, 몸을 움찔 떨었다.

"...뿔이 잘린 경험은?"

"없어 그런 거! 처음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레티 처럼 추하게 몸부림치는 건 내 자존심이 용서 못 해. 몸을 묶지도 않을 거고, 고통 억제 마법은 어차피 듣지도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프로미스는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다가도,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러니까. 단숨에 잘라. 어차피, 상처도 불태워버릴 테니까. 아픈 건…. 잠깐이겠지."

프로미스는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꾹 쥔 채로 눈을 감았다.

클레온은 그런 그녀의 각오를 바라보며, 루티의 때를 떠올렸다.

루티는 바람을 이용해 자신의 뿔을 잘라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뿔을 전부 잘라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레티가 건네주었던 마법의 끌을 이용해서 마치 손톱을 깎듯이 조금씩 조금씩 깎아서 그것을 정제했다.

별다른 고통은 없이, 조금 시원하다고 말할 정도로 가볍게 끝났던 그녀의 뿔이 특이한 것이겠지.

"그럼. 간다."

"으, 응... 아니, 잠..."

클레온이 손에 힘을 쥐고, 그녀의 뿔의 기둥 그 절반 부분에서 멈춘 가위의 손잡이를 닫으면­

까그극, 하는 듣기만 해도 아픈 소리와 함께, 조금씩, 조금씩, 화염의 날이 그녀의 뿔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읏... 큭, 앗... 웃... 하앗...♡"

화룡은 뜨거움을 느끼지 않을까?

아마, 프로미스의 반응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치이익! 하고, 잘려 나간 뿔의 단면, 신경이 있는 부분은 날의 열기에 의해 순식간에 타버리고 만다.

인간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기절할 만한 고통이었겠지만, 그녀는 드래곤이다.

견뎌낼 수 있는 고통이 많은 만큼, 쉽게 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부분은 레티와 마찬가지였다.

"아파, 아파아파아파...!"

추하게 비명을 내지르지 않겠다고 했던 그녀는, 그 맹세마저도 고통으로 잊어버린 것일까.

딱딱, 이빨을 떨면서 몸부림치려고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뿐만은 아니겠지, 클레온은 알고 있다 용들이 뿔을 깎아낼 때 느끼는 것이 고통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루베라, 미안하지만 그녀의 몸을 붙잡아 줘."

"... 저보고 용을 누르고 있으라는 건가요?"

클레온의 말에 루베라는 조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이야기하지만, 금새 몸을 움직여 고통으로 날뛰는 프로미스의 몸을 꽉 붙잡았다.

가늘고, 길게 뻗은 다리와 팔, 그리고 머리를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도록.

레티의 뿔을 절단했을 때 사용했던, 마법의 끌과 망치와는 다르게.

그녀의 화염 가위는 더욱 빠르게, 바깥을 깎아내고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가, 진짜 지옥이라고 프로미스는 알지 못했다는 것만이 유일한 한이었다.

오싹, 한 감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정확히는, 뿔 이었겠지만.

"아♡ 잠깐♡ 뭐야, 이거엇♡ 왜, 아픈데...♡ 머리가 저려서...♡"

고통의 다음은 쾌감이다.

어느 쪽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드래곤에게 있어서는 후자 쪽이 더 경험이 적은 것이었다.

자위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을 테니, 기분 좋은 것에 대한 저항은 전혀 갖추고 있지 않았다.

루베라는, 눈물을 흘리며 점점 호흡이 거칠어져 가는 프로미스를 잡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에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뿔에 모든 신경이 가 있어서, 자신의 몸을 뿌리쳐내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있는 그녀는, 인외의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고통을 견디는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가위의 날은 드디어, 심부를 두르고 있는 가장 민감한 부분을 파고든다.

"기잇...!?♡♡ 굿♡ 아아♡ 크읏♡♡♡"

꼬리와 다리를 쭈욱 뻗으며, 눈을 크게 뜨고 괴성을 내뱉는 프로미스.

루베라가 머리를 붙잡아 두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가윗날이 비틀려서 그녀의 훌륭한 적발을 불태워버렸을지도 모른다.

조르르, 하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무언가 축축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아등바등하며, 어떻게든 이 지옥 같은 쾌감의 화염이 빠르게 꺼지기를 바라는 것만 같았다.

스걱, 스걱, 하는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침입하는 그 칼날은 이내 그녀의 뿔에서 가장 단단하면서 가장 민감한 부분­.

뿔의 심에 해당하는 부분에 닿아 턱, 하고 멈춰버리고 만다.

"옷...!?♡"

그 감각은 프로미스에게도 전해졌는지, 굵은 신음을 내며 몸을 경직시켰다.

클레온은 이 부분을 꺾기 위해선 레티와 같은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우선 가위를 손에서 놓았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가위는 자연스럽게 공중에 떠올랐고, 달구어진 손을 뻗어 프로미스의 거의 잘려 나간 뿔을 붙잡는다.

그리고, 그것을 꺾어서 뽑아내기 위해 손과 팔에 힘을 주면­

까그그그극...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뿔의 심이 조금씩, 조금씩 부러지기 시작한다.

"아♡ 아아아아아아♡♡♡"

단어가 되지 못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녀에게 이성이라는 것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몸 전체를 지배하는, 자신을 미치게 하는 고통과 쾌감.

오직 그것만이 지금 프로미스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뿌득.

하는 소리가 들리며, 그녀의 훌륭한 뿔은 뿌리에서 떨어져 나간다.

"──♡"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머리의 모든 뇌세포가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것 같았다.

프로미스의 머릿속이, 전부 전부 한가지 단어로 채워져 간다.

"...됐다."

클레온은 전신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이 부러뜨린 뿔을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루베라도, 모든 공정이 끝난 것을 확인했을 때는 프로미스와 함께 잔뜩 땀을 흘린 상황이었다.

옷을 벗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이야기일까.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팔다리를 풀자 프로미스는 힘없이 앞으로 몸을 쓰러트렸다.

그저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잘려 나간 부분을 부들부들 떨면서 손으로 감싸고.

침대 위에 떨어진, 이제 몸에서 떨어져나간 뿔의 부분을 바라본다.

프로미스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면서 뿔을 붙잡자 레티와 루티가 그랬던 것처럼 뿔은 흐물흐물하게 액체로 변해 녹아내리더니.

이번에는, 루비와 같은 붉은 보석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는, 활활 타오르는 작은 불꽃이 안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클레온이 놓아서 공중에 떠 있던 화염의 가위도 그 자리에서 흩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보석은 마치 용의 반지와 처음부터 한 몸이었다는 듯이 딱 알맞는 홈에 끼워진다.

"하아...♡큭...♡"

그 모습을 바라보던 프로미스는 아직도 뿔에서 고통이 느껴진다는 듯이 아까의 위압적인 모습과 다르게 몸을 웅크린 채, 얼굴에 눈물을 띄운 상태였다.

벌거벗은 채로 그렇게 침대 위에 엎드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폴리모프한 대로의 여자아이 그 모습 그대로였다.

"저, 저기... 괜찮나요?"

세 사람의 행위를 조금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아멜리아는 프로미스의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왔다.

"시, 신경 쓰지 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큿...♡"

"아무리 봐도 아파 보이는데요…. 회복 마법을­"

"아냐! 괜찮으니까 저리 가 있어!"

프로미스가 손을 휙! 하고 휘두르다, 그 손의 궤적을 타고 화염이 불타올랐다.

갑작스러운 그 행동에 아멜리아는 물론이고 클레온도 루베라도 깜짝 놀랐다.

"무슨­"

루베라가 위협을 느낀 것인지 프로미스를 노려보지만, 클레온이 다시 한번 그녀를 말렸다.

"뿔이 잘려서 마력의 컨트롤이 조금 잘 안 되는 거야."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린 채, 클레온을 올려다보는 프로미스의 힘겨운 얼굴.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 속 동공은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폴리모프의 마법 유지조차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통은 이성을 깎아낸다.

그르르, 하는 낮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프로미스에게서 울렸다.

지금까지 고통다운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는 최강 생명체의 인내심이 바닥나게 된다면 이 레어에서 참담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본능적으로 감응자인 클레온은 무사하겠지만.

그렇기에, 클레온은 재빠르게 그녀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곧바로 용의 반지를 끼면, 보석에서 흘러나온 용의 마력이 클레온의 몸을 잠식한다.

처음으로 이 반지를 사용했을 때는, 레티의 마력에 적응하지 못하여 그 육체가 변화하는 일이 일어났었지만.

그다음에 한 번 더, 루티와 몸을 섞었을 때는 그녀의 조언에 따라 어느 정도 마력의 컨트롤이 가능해진 상태였다.

덕분에, 마력만을 받아들이고 날개나 꼬리가 돋아나는 것 같은 변이를 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몸 곳곳의 비늘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킁킁, 하고, 프로미스의 코가 울렸다.

뿔이 잘려 나가고, 가까운 곳에 감응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녹아내린 이성에 더하여.

클레온의 몸에서 동족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자 드디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대로 몸을 일으켜 재빠르게 클레온에게 달려들었다.

"하아... 하아...♡"

입에서 침을 흘리면서 눈이 반짝이는 것은, 그녀가 이미 완전히 임전 태세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의 날카로운 꼬리가 클레온의 바지를 찢어버린다.

일단은 가죽으로 만든 장비인데,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 버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져 있었던 클레온의 페니스가, 기운 좋게 튀어나온다.

아멜리아는 갑작스러운 그 광경에 눈을 붉히더니 다시 아까 숨어있던 곳까지 쪼르르 달려가 숨어버렸다.

바리사다가 마검에서 인간 형태로 바뀌어 나타나며 그런 아멜리아의 등을 두드려 주는 것이었다.

"인간...♡내 맘대로 해도 괜찮겠지…? 그러라고 그 반지를 만든 거니까...♡"

꼬리를 움직이며, 클레온의 물건을 쓸어 올린다.

남성 경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본능은 종으로서 어떻게 해야 남성을, 수컷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까끌까끌한 감촉이 클레온의 물건을 자극했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루베라는 클레온의 얼굴에 다가가 입을 맞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부딪히고, 혀가 섞이며 타액이 교환된다.

물기 많은 소리가 사이에서 울리면, 프로미스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클레온과 루베라의 머리를 떨어트리고는 칭얼대는 것이었다.

"잠깐, 잠깐! 그건 내 거야, 내 거라고!"

"아뇨, 이건 내 겁니다."

그르르 거리는 것은 프로미스 뿐만이 아니었다.

[애쓴다…. 좀 추하네]

갈라테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면, 클레온은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하, 어차피 너는 인간이니까 우리들의 교미에는 끼어들지도 못할걸?"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그렇죠. 클레온?"

루베라와 프로미스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한꺼번에 클레온의 얼굴에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무사히 이곳에서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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